소설리스트

콜사인 (160)화 (159/320)

160화

그때 오광휘 단장의 휴대폰이 울렸다.

띠링.

휴대폰을 확인한 그는 재빨리 조작하며 외쳤다.

“다들 확인해!”

까똑.

메신저 단체 방에 사진과 그림이 올라왔다.

냉동창고 각 층의 평면도, 그리고 관계자가 손으로 작성한 참고사항들이었다.

“5층 맞는데, 지하에 제어실 별도로 존재.”

“각층 A부터 F까지 5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보관품이 뭔지는 각자 확인하도록 하고. 화물 승강기가 2대고 옥상에 제어부, 그리고 환기구도 옥상입니다.”

“계단은 작업실 옆에 하나, 그리고……. 창문도 각층 작업장에 두 개씩 밖에 없습니다. 그마저도 4, 5층은 없고요.”

모두가 똑같이 보고 있지만 일부러 소리 내 알렸다.

현장의 포인트를 집어 모두가 확실히 숙지하고 공유하는 과정이었다.

이런 경우는 훈련 때 외에 처음이었다.

그 정도로 사전정보 내용이 중요했다.  

그에 대해 고수현이 한 마디 했다.

“이런 걸 보면 우리에게 거는 기대가 크긴 큰 거 같다니까.”

“그러니까 지원요청 때렸겠지!”

황대산이 다소 예민하게 말을 받았다.

그 순간 오광휘 단장이 거칠게 몸을 돌려 꾸짖었다.

홱!

“쓸데없는 소리할 정도로 한가하냐!”

“아닙니다.”

“빨리 파악해. 실종된 소방관은 4층 혹은 5층으로 예상, 고립된 소방관들은 3층이라니까.”

오광휘 단장이 분위기를 무겁게 이끌었다.

그런 그에게 태건이 확인차 물었다.

“실종 소방관은 약 20분 전에 연락두절, 고립된 소방관들은 약 15분 전 갑자기 일어난 불길에 발이 묶였다고 하셨는데, 맞습니까?”

“그래. 뭐가 이상해?”

“아니요. 그보다 현장에 민간인 요구조자가 없는 것도 확실하죠?”

태건이 재차 묻자 오광휘 단장이 빠르게 답했다.

“현장대응총팀장……. 에이씨, 그냥 총팀장 말에 따르면 화재 발생 후 건물 내 전원 대피시켰고, 인원도 확인했다고 했어.”

“그럼 확실하네요. 그럼…….”

태건이 뒷말을 흐리자 오광휘 단장이 뒤로 넘어올 듯한 모습으로 재촉했다.

“뭔데, 뭔 또 뜸을 들이고 그래!”

“그런 상황이면 우리도 2개 조로 나누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제대로 풀어서 설명해봐.”

우직.

오광휘 단장이 금세 표정을 굳히며 단장다운 면모를 보였다.

태건은 화재 현장과 평면도, 참고사항을 한 번 더 빠르게 훑었다.

휙휙.

‘그럼 인원을……. 단장님이 가장 좋긴 한데, 그럼 지휘 문제가 생기고…….’

계획을 짜는 태건의 머릿속이 정신없이 굴러갔다.

그 사이 헬기는 화재현장에 근접했다.

투두두.

“현장 상공 진입, 현장 대원들도 헬기 포착, 레펠 포인트 정돈 시작, 태건아. 서둘러!”

유중헌이 상황을 간략하게 정리해 통보했다.

태건은 지상의 세세한 움직임은 눈에 담지 못했다.

너무 여러 생각이 한 번에 떠올라 정리하는데 정신이 없었다.

파르륵.

그러던 태건이 눈에 힘을 주며 오광휘 단장을 바라봤다.

“단장님, 저랑 수현 선배가 옥상으로 내려가는 게 좋겠습니다.”

“이유, 그리고 현장 진입 대책은?”

“수현 선배가 빠릅니다. 지구력은 좀 약하지만.”

태건의 말에 고수현이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

“이럴 땐 꼭 뼈를 때린다니까.”

정확한 팩트라 고수현은 투덜거리기만 했다.

그런 사이에도 오광휘 단장은 태건만 주시하고 있었다.

“신속함이라.”

“우선 실종이라면 의식이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부상을 입었단 거겠지. 그리고 진압하는데 소요된 시간도 계산해야 하고.”

“대략적으로 계산해 보면 10분, 최고로 많아야 15분 정도 남았다고 보입니다.”

“무조건 속도전이겠어. 그런데 연기가 너무 심해. 내부 상황도 모르고.”

오광휘 단장이 일부러 부정적으로 말했다.

반론을 제기해 납득시켜보라는 의미였다.

태건도 의미를 알아채고는 최소한의 설명은 곁들였다.

“내부 소화전을 찾아 뚫으면서 이동하면 가능할 겁니다. 위치는 머릿속에 담아뒀습니다.”

“그래도 문제가 있어. 내부 상황을 모르고, 최단 탈출 루트 확보도 중요해.”

“그건 단장님이 해주셔야죠.”

찡긋.

태건은 다급한 순간임에도 짓궂은 눈짓을 보냈다.

무겁게 마주하던 오광휘 단장은 방화복을 강하게 두드렸다.

팡팡!

“실종 소방관 찾으면 무전부터 날려. 저 건물을 때려 부숴서라도 탈출하게 해줄 테니까.”

“그럼 실종자 수색에만 집중하겠습니다.”

“……그냥 내가 뛰어들까?”

오광휘 단장이 무겁게 운을 뗐다.

현장지휘는 솔직히 위험과 거리가 너무 멀었다.

단원들만 위험에 처하게 한단 사실이 내키지 않는 모양이었다.

태건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각자 할 일이 다른 겁니다.”

“내가 몰라서 말하냐. 그래도…….”

“준비해야 됩니다. 수현 선배!”

태건은 냉정하게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

가타부타 오가는 대화가 길어져선 안 될 상황 탓이었다.

태건과 고수현은 재빨리 출동가방을 바꿨다.

어깨에 교차로 메는 크로스백 형식이다.

용량이 너무 작아 생존에 필요한 소방용품만 담겨 있었다.

직접 뛰어들어야할 태건과 고수현으로선 가장 적합한 크기였다.

착, 착.

둘 다 어깨에 크로스백을 빠르게 둘러멨다.

그리고 호흡기커버를 착용하고 호흡 상황을 체크했다.

“훅, 후욱. 굿.”

“나도 오케이.”

차작.

마지막으로 방화두건과 방화헬멧을 착용했다.

그리고 헬기 슬라이딩 문을 열었다.

드륵!

현재 위치는 시꺼먼 연기구름 솟구치는 건물 옆이었다.

다행히도 옥상이 훤히 보였다.

창문이 적어 연기가 제한적으로 솟구친 탓이다.

터덕.

태건과 고수현이 동시에 늘어뜨린 로프들에 안전고리를 걸었다.

“강태건, 강하 준비 끝.”

“고수현, 이하동문.”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헬기가 옥상으로 신속히 접근했다.

투두두두!

동시에 유중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펠 포인트는 옥상 5미터 상공, 포인트까지 파이브, 포…….”

그가 타이밍을 잡아줄 때였다.

그 짧은 순간 태건이 이지성에게 말했다.

“알람 부탁드립니다. 10분, 그리고 15분.”

“이젠 시계 취급이네……. 지상에서 최대한 빨리 치고 올라갈게. 굿럭.”

따갑기만 하던 이지성이 먼저 응원을 보내줬다.

끄덕.

태건은 말없이 고갯짓만 했다.

거의 동시에 오광휘 단장이 말했다.

“이번엔 불이 덤빈다고 같이 물어뜯지 마. 실종된 소방관 찾을 때지만 말이야.”

“롸져.”

태건과 고수현이 짧게 답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유중헌의 카운트다운이 끝났다.

“……원, 지금!”

따갑게 외쳐 힘을 실어줬다.

그 위치는 그가 계획한대로 옥상에서 3미터 상공이었다.

옥상에 달라붙듯 접근한 거였다.

콰과과.

지면과 너무 가까워 프로펠러의 강한 회전이 다시 헬기를 진동시켰다.

이 정도 진동은 이제 아무것도 아니다.

“…….”

악소리는커녕 표정 변화 하나 없었다.

바로 그때 태건과 고수현이 동시에 로프를 풀며 뒤로 뛰었다.

차악.

“하강!”

높지 않아 안착도 순식간이었다.

탁!

“오케이, 헬기는 다음 장소로 이동!”

태건과 고수현은 얼른 로프를 풀며 외쳤다.

투다다다.

헬기는 빠르게 상공으로 떠올라 이곳 소방관들이 준비해준 장소로 옮겨갔다.

태건과 고수현은 그걸 지켜볼 여유가 없었다.

휙휙.

서로 둘러보다 태건이 옥상 문을 발견하고 소리쳤다.

“선배 저쪽!”

“뛰어!”

타다닥!

둘 다 굳을 대로 굳어진 얼굴로 신속히 내달렸다.

현장에 발을 딛은 순간부터 변화였다.

표정이 굳어지고, 신경이 머리끝까지 곤두섰다.

감성은 죽이고, 오로지 이성만을 내세워야 할 순간이었다.

빠르게 달린 태건과 고수현은 곧 옥상 문에 도착했다.

터엉!

조금 독특하게 생긴 게 컴퓨터로 제어하는 문인 모양이었다.

다급히 문고리를 당긴 태건이 멈칫했다.

“이거……. 잠겼습니다.”

“뭐?”

덜컹, 덜컹 덜컹.

몇 번 시도하던 태건이 결국 짜증을 터트렸다.

“젠장. 옥상 문을 대체 왜 잠가 놓는 거야!”

콰앙!

태건이 주먹으로 거칠게 옥상 문을 후려쳤다.

방화장갑을 착용하고 있어 아픔은 그렇게 심하지 않았다.  

문제는 옥상문이 손으로 열기 어려운 구조였다.

그때 어깨의 무전기에서 오광휘 단장의 다급한 호출소리가 들려왔다.

-띠릭. 핸섬라텔, 막내라텔, 옥상 문 현재 제어불가 상태란다!

고수현이 얼른 무전기를 누르며 말했다.

“안 그래도 지금 확인했습니다. 수동 개폐는 어렵답니까?”

-띠릭. 제어컴퓨터로 수동을 지정해줘야 작동한다더라. 그 컴퓨터는 지하 제어실에서 잘 타고 있고. 이런 빌어 쳐 먹을. 어쩌지?

오광휘 단장의 걱정 소리가 짙어졌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피잉!

태건의 눈빛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동시에 손으로 무전기를 눌러 빠르게 말했다.

띠릭.

“막내라텔입니다. 진입루트 선회하겠습니다.”

-띠릭. 어디 다른 진입로가 보여?

“없으면 만들면 됩니다.”

슥.

힘 줘 말한 태건이 고수현을 바라봤다.

그는 굳건한 눈빛으로 단호하게 대답했다.

“물론.”

이견 따윈 전혀 없었다.

척.

곧장 태건은 건물 밖을 가리키며 나지막이 말했다.

“간단하게 뛰시죠.”

“빠르고 간편하기론 그게 최고지!”

말을 맞춘 순간 둘 다 건물 외벽으로 급선회했다.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몰라 크로스백에 비상용 로프가 존재한 탓이다.

옥상 난간에 도착한 순간 고수현은 재빨리 로프를 묶기 시작했다.

사실 구조대 출신인 고수현은 로프 묶기의 달인이었다.

사사삭.

그의 로프 다루는 솜씨는 역시나였다.  

‘역시 수현 선배야.’ 

곧 옥상에 기다란 로프 2개가 벽을 따라 쭉 늘어졌다.

그 끝이 1층에 닿지 않았다.

뻔히 보면서도 태건과 고수현은 표정하나 변하지 않았다.

턱턱.

“준비 되는대로 고!”

태건은 그 말을 내뱉기 무섭게 옥상 난간을 박차고 뛰었다.

촤아악!

그대로 옥상에서 뛰어내린 듯한 시작이었다.

아니, 정말 뛰어내린 거였다.

과격한 자세로 몸을 날린 태건은 역레펠 중이었다.

휘휘휙!

강하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순식간에 고수현과 거리가 벌어졌다

그렇게 빠르게 떨어지는 순간임에도 태건은 외벽을 주시하고 있었다.

“창문이……. 쯧, 3층부터랬지.”

공교롭게도 이 건물 4층과 5층엔 창문이 없었다.

헬기에서 직접 육안으로 확인했는데도 다시 상기하자 짜증이 났다.

그렇다고 해도 당장 달라질 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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