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콜사인 (170)화 (169/320)

170화

그때 태건의 미간이 확 좁아졌다.

‘숨이……. 이상해.’

갈비뼈 골절을 살피는데, 흉부가 충분히 부풀어 오르지 않는 느낌이었다.

재빨리 그들의 산소통 압력게이지를 확인했다.

빨간색이다.

그것도 ‘0’에 맞닿아 있었다.

“젠장, 공기 없음!”

터억!

태건은 재빨리 A소방대원의 호흡기 커버를 벗기고 보조 호흡기를 댔다.

그 찰나의 순간 태건은 A소방대원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입술이 퍼렇고, 눈두덩에 그늘이 졌어. 피부도 엄청 꺼매.’

전부 호흡부전의 증상들이다.

그 사이 오광휘 단장이 옆에서 B소방대원에게 똑같이 행동했다.

“이 분 얼굴이 너무 안 좋아!”

“똑같습니다. 호흡 문제입니다!”

“이거부터 고정시키고!”

슥슥.

머리끈까지 둘러 확실히 고정시켰다.

이어서 태건이 CPR자세를 잡으며 외쳤다.

“단장님, 흉부압박!”

“자세 잡, 아니. 시작했어!”

꾹꾹.

태건과 오광휘 단장은 동시에 CPR을 시작했다.

그런 와중 오광휘 단장이 따갑게 물었다.

“숨 못 쉰지 오래된 거 아니야?”

“심장 뛰고 있다니까요!”

“열 셋, 열 넷……. 그럼 얼마나 된 거 같은데!”

“1분 남짓? 아마도요. 열 다섯, 열 여섯…….”

대화를 주고받는 그 순간에도 CPR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같은 시각.

유중헌은 다급히 들고 왔던 출동 가방을 뒤적이다 인상을 찌푸렸다.

계속된 악재로 인해 속에서 천불이 나는지 사납게 돌변했다.

“이런 엿 같은. 로프 밖에 없어!”

텅!

내던지는 손길에 짜증이 가득했다.

때마침 소방관들이 도착했다.

터덕, 터덕.

뛰는 게 아니라 거의 걷는 수준이었다.

“헉, 헉헉.”

“헥헥!”

숨소리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유중헌이 눈에 힘을 빡 주며 으르렁거렸다.

“뛰지도 못하는 새끼들이 구하긴 누굴 구해!”

“네? 에?”

“뭘 꼴아보고 지랄이야. 여기서 내 손에 뒤져볼래?”

크르릉.

소심하던 유중헌의 또 다른 모습에 소방관들이 크게 놀랐다.

“헛, 흡, 헉. 죄송…….”

“잘못했……. 허억, 헉헉!”

거친 호흡이 순간 막힐 정도로 어쩔 줄 몰라했다.

그때였다.

-퓌이이이!

-휘이익!

특수소방단의 산소통에서 휘파람 소리가 울렸다.

유중헌이 압력게이지를 뽑아들 듯 거칠게 확인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런 니미, 씨부럴, 삐삐삐삐삐…….”

운전 중이 아닌데도 욕이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그만큼 현재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욕만 쏟아 붓지 않았다.

유중헌도 엄연히 특수소방단의 일원이었다.

휙!

날카로운 눈빛으로 소방관들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니들 공기 얼마나 있어?”

“허웁. 여, 여기요.”

스윽.

압력게이지를 직접 내밀어 보여줬다.

반부터 시작했을 압력게이지가 빨간색에 가까워져 있었다.

그걸 확인한 유중헌의 눈이 완전히 뒤집어졌다.

“이런 삐삐삐한 새끼들을 봤나. 비상용이라 반만 충전한 거라도 겨우 이거 밖에 안 남았다고? 폐에 구멍 뚫렸냐. 이 새끼들아!”

“죄, 죄송합니다.”

“숨 쉬지 마, 이 자식들아. 공기 아까워!”

“…….”

소방관들은 변명조차 못하고 침묵했다.

그 움츠린 모습에 유중헌은 더욱 화가 났는지 머리에 뚜껑이 들썩였다.

“진짜 숨 안 쉬고 뒤질래?”

“아닙니다.”

“그런데 왜 그러고 있어. 니들이 마실 공기만 중요하냐? 저기 다들 숨 부족한 거 안 보여!”

“보, 보입니다. 잠시.”

사삭.

소방관들은 눈치 보며 얼른 자리를 옮겼다.

태건과 오광휘 단장은 계속 CPR 중이었다.

소방관들이 도착하자 태건이 짧게 호명해 위치를 잡아줬다.

“송강우 대원 이쪽, 최성철 대원 저쪽.”

“네!”

사삭.

소방관들은 재빨리 좌우로 나뉘었다.

그래도 기본적인 교육은 확실히 받았는지 보조 호흡기를 교체하는 손길이 신속했다.

“교체 완료!”

“저도 됐습니다!”

재빨리 보고했다.

그 순간 태건이 오광휘 단장에게 소리쳤다.

“단장님, 한 번에 갈비뼈 부셔져라 누르세요……. 지금!”

꽈악!

“오케이!”

꾸욱!

동시에 두 팔에 힘을 잔뜩 실어 압박했다.

그 순간 의식 없는 소방관들의 가슴이 쑥 꺼졌다.

우두둑.

뼈에 문제가 생긴 소리도 섬뜩하게 울렸다.

그러고 난 직후였다.

“후우우우.”

“프으으으.”

의식 없는 소방관들의 입에서 숨이 툭 터져 나왔다.

그 소리를 생생히 들은 송강우와 최성철이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살았다!”

“만세!”

순수한 기쁨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주변에 누가 있는지를 잘 보고 해야 했다.

하필이면 태건과 오광휘 단장이 곁에 있었다.

찌리릿.

당장이라도 번개가 쳐서나올 눈빛으로 째려보며 으르렁거렸다.

“이 새끼들이 미쳤나.”

“숨 쉬면 끝이냐? 여기가 어딘지 벌써 깜빡깜빡 해?”

사정없는 몰아침에 송강우와 최성철이 움찔했다.

“죄송합니다.”

“됐으니까 일단 들것으로 옮기는 거부터 도와. 어서!”

“네.”

사삭.

그래도 시키는 건 곧잘 해냈다.

잠시 후.

소방관들이 들것에 고정됐다.

바로 그때였다.

-퓌이이!

-삐이이!

송강우와 최성철의 공기통에서도 끝내 휘파람 소리가 났다.

유중헌이 지켜보다 또 한 번 울컥했다.

“저 자식들이, 그새 숨을 얼마나 쉰 거야!”

“중헌 선배.”

“뭐, 내가 이상한 말 했어? 쟤들이 이상한 거잖아!”

유중헌이 계속 급발진했다.

태건은 그런 그에게 묵직하게 말했다.

“먼저 가셔서 길 열었는지 확인 좀 해주십시오.”

“여기서 비상계단까지 속보로 3분은 걸어야 해. 그때까지 버틸 공기 있어?”

“있습니다.”

“뭔 소리야. 나도 거기까지 갈 길이 아득한데!”

유중헌은 답답한 속을 그대로 터트렸다.

그런 그에게 태건이 허리춤에 달린 길쭉한 플라스틱을 들어보였다.

“이거요.”

“……아, 간이호흡기.”

이제야 기억이 난 모양이었다.

태건은 바로 덧붙여 말했다.

“1분씩 사용할 수 있고, 각자 세 개 있습니다. 산소통에 남은 공기까지 더하면 간신히 맞아 떨어질 겁니다.”

“이거, 이것도 거기에 더해.”

터덕.

유중헌은 자신의 간이 호흡기 2개를 떼어 건넸다.

태건이 멈칫하며 바라봤다.

“선배.”

“나 숨 잘 참아. 연비도 좋아서 괜찮아. 그러니까 내 걱정 말고, 숨 걱정 없이 따라와.”

“그래도…….”

“……단장님 먼저 갑니다.”

타다닥!

유중헌은 태건의 말을 못들은 척 먼저 움직였다.

오광휘 단장이 나지막이 말했다.

“뭐하냐. 저 자식이 저러고 갔는데 우리가 퍼지면 되겠어? 보란 듯이 해내야지.”

“물론입니다.”

“호흡부터 아나바다 운동을 해야 할 거 같은데 말이야.”

오광휘 단장이 예전 공익운동을 언급하며 태건을 지그시 바라봤다.

스으윽.

‘뭐 없냐?’

잔머리를 굴려보란 무언의 압박이었다.

맡겨 놓은 잔머리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매번 당당하게 요구했다.

그만큼 위기의 순간에 태건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란 의미기도 했다.

태건도 이젠 그런가보다 했다.

사실 휘파람이 울렸을 때부터 계획해 놓은 게 있었다.

감출 이유가 없어 빠르게 공유했다.

“그럼 제가 세운 계획은…….”

소곤소곤.

집중한 모두에게 태건은 얼른 설명했다.

숨을 아껴야 하기에 최대한 계획도 생략해 핵심만 말했다.

그 시간은 잠깐이었다.

곧 의식 없는 소방관들에겐 송강우와 최성철의 호흡기가 덮여 있었다.

그들은 태건과 오광휘 단장의 보조호흡기를 착용 중이었다.

조금이라도 공기가 많은 산소통을 의식 없는 소방관들에게 몰아준 거였다.

보조호흡기의 라인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래도 들것을 가로지를 정도는 됐다.

처억.

태건과 송강우, 오광휘 단장과 최성철이 짝을 이뤄 들것을 들어올렸다.

숨을 아끼느라 내뱉는 목소리도 작아졌다.

“그럼, 출발.”

“…….” 

대답 없이 두 개의 들것이 차례로 이동을 시작했다.

호흡을 조절하며 걷다보니 B구역에 진입했다.

그때 유중헌의 무전소리가 들려왔다.

-띠릭, 운전라텔 비상계단 도착, 이거 최악입니다. 4층과 완전히 단절됐습니다.

그 소리에 다들 눈이 크게 떠졌다.

울컥.

“이런 띠브럴…….”

흥분한 오광휘 단장이 들것을 한 손으로 들고 무전기를 낚아채려 했다.

그때 태건이 자그마한 목소리로 먼저 말했다.

띠릭.

“4층으로 내려갈 방법이 없단 겁니까?”

-띠릭. 비상계단 열기하고 연기가 엄청나게 몰아치고 있어. 승강기로 빨려 들어가는데도 넘칠 정도야.

“잠시 대기, 빅라텔. 현재 상황이 어떤 겁니까?”

태건은 황대산을 찾았다.

그의 거친 목소리가 무전기를 터트릴 듯 들려왔다.

-띠릭. 미치고 팔짝 뛰겠어. 다시 진입하려는데 4층이 완전 막혔어. 물을 계속 뿌려도 제어가 어려워!

-띠릭, 까칠라텔이다. 화학소화제 긴급요청해서 오고 있다는데 시간이 좀 걸릴 거 같다.

-띠릭, 핸섬라텔. 굴삭기로 창문을 뜯어내려고 했는데 건물 안전상 어렵대. 단장조가 건물 구석으로 가 있으면 모를까.

나름 대책도 강구한 모양이다.

그러나 이쪽은 숨조차 아껴야할 정도로 각박한 상태였다.

다시 건물 끝까지 이동할 시간조차 없었다.

아니, 대답도 아껴야 했다.

그걸 아는지 유중헌의 목소리가 바로 들려왔다.

-띠릭. 뭔 소리야. 지금 이쪽은 숨 쉴 여력도 없는데!

-띠릭. 빅라텔이다. 운전라텔, 뭔 소리야. 숨도 못 쉬고 있다니!

-띠릭. 뭔 소리기는 공기가 부족하다고. 후우. 지금 간이호흡기 쓰고 있어!

-띠릭. 어떻게든 다시 들어가겠다. 무조건 들어갈 테니까 숨 쉬고 있어. 절대로 숨 쉬고 있어야 해!

황대산의 목소리가 격하게 울렸다.

오광휘 단장이 쓴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짜식들, 이럴 때 말고 평소에 의리 좀 챙겨라.”

그때 태건이 뒤에 있는 송강우와 최성철에게 물었다.

“그래서 그쪽은 탈출 방법이 있습니까?”

“저희……. 없습니다.”

“대책도 없이 뛰어들어 놓고 뭐 그렇게 당당하신지.”

태건은 어이없어했다.

그 소리에 송강우가 울컥했다.

“라텔도 뾰족한 수가 없는 건 마찬가지 아닙니까.”

“글쎄요.”

태건은 대충 흘려버렸다.

이렇게 자극하는 건 집중력 유지를 위해서였다.

이런 한계 상황에서 한 번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었다.

그걸 미연에 방지하는 거였다.

그리고 자극한 말처럼 태건은 꼼수를 떠올린 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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