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콜사인 (198)화 (197/320)

198화

이후 라텔 단원들은 바쁜 시간을 보냈다.

코앞으로 다가온 라텔 2기 후보대원들 훈련과 교육 일정을 조율해야 했던 탓이다.

“대산 선배, 구조 상급 코스에서 여기 시간을 조금 당기고…….”

“여기보다 차라리 여기하고, 여기에서 시간을 버는 게 나아. 이 코스는 자투리 시간이…….”

슥슥.

깨끗한 스케줄표가 순식간에 난리가 났다.

처음 하는 교육훈련이라 변수를 정확히 예측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훈련 시간을 예측하고 조금씩 수정해야 했다.

다른 쪽에선 직접 훈련 테스트를 하기도 했다.

예전 훈련장이라 훈련용 건물이 따로 존재했다.

촤아악!

고수현이 멋들어진 자세로 레펠하며 지상에 착지했다.

“차아압. 지성아, 소요시간!”

“25초입니다. 여기서 플러스 알파하면 대충 인원당 1분은 잡아야할 거 같습니다.”

“위에서 묶고, 아래서 풀고 하는 시간도 있어야 하니까……. 단장님!”

고수현이 소리쳐 부르며 시선을 돌렸다.

오광휘 단장은 근처에서 출동장비 착용 테스트 중이었다.

처저적!

“으랏차, 착용 완료!”

“……1분 12초 11입니다.”

“야, 유중헌이. 너 늦게 눌렀지. 내가 마지막에 쟀을 때 11초대였거든!”

“여, 여기 보세요.”

처억.

유중헌이 초시계를 내밀자 오광휘 단장 표정이 팍 일그러졌다.

“강태건, 이 자식은 도대체 어떻게 10초대에 끊는 거야. 어후우, 약 올라. 다시!”

훌훌.

오공휘 단장은 재빨리 출동장비를 벗으며 의욕을 끌어올렸다.

내심 태건에게 경쟁의식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현장에서 더욱 빠른 진입을 위한 선의의 경쟁 욕심이었다.

그렇게 라텔은 2기 후보대원들 교육 준비와 동시에 개별 훈련을 동시에 진행했다.

* * *

시간이 흘러 월요일이 됐다.

오늘은 라텔에게 조금 특별한 날이었다.

옥상 위에 라텔 단원들이 일렬로 서 있었다.

“…….”

그런 그들 앞을 오광휘 단장이 천천히 왔다갔다하며 말했다.

저벅, 저벅.

“드디어 그날이 왔다. 제군들 그간 세운 일정과 계획 전부 숙지했지?”

“넵!”

“10명씩 2박3일로 총 2회 차를 진행할 거야. 이게 1기수 기준이다. 이렇게 분기별로 차츰 인원을 늘려간단 계획이다. 알지?”

“말씀하셨습니다.”

태건과 모두가 묵직하게 답했다.

오광휘 단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말을 꺼냈다.

“이번 차수에 합격자가 나오지 않아도 좋다, 우리와 함께 최전선에서 활동할 동료를 선별하는 자리임을 명심하도록.”

“알겠습니다!”

“좋아. 그럼 신입 맞을 준비하자.”

번뜩!

오광휘 단장과 단원들 모두의 눈빛이 동시에 강렬하게 빛났다.

한 시간 후.

태건과 라텔 모두는 교육장에 들어와 있었다.

이들이 처음 만난 장소였고, 모든 이론 교육을 여기서 진행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느낌이 새롭네.’

태건뿐만 아니라 모두가 같은 심정을 느끼고 있었다.

후보 대원들은 모두 도착해 착석 중이었다.

모두 주황색 기동복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단상에서 박규영 본부장의 격려사가 진행 중이었다.

“……이 자리에 온 여러분들 모두 좋은 결과 있길 바랍니다. 이상.”

“전체 차렷, 라텔.”

척.

오광휘 단장이 반듯하게 경례하자 박규영 본부장은 퇴장했다.

이내 오광휘 단장이 단상에 서서 말했다.

“간단히 일정소개부터 합니다. 인쇄물을 보시면…….:

척. 척.

그 말에 맞춰 단원들과 태건이 인쇄물을 나눠줬다.

그러던 중 태건은 두 명과 눈이 마주쳤다.

이천 냉동창고 화재 현장에서 잠시 함께 활동했던 송강우와 최성철이었다.

태건은 전날 미리 입소 대원 목록을 받아봤기에 놀라지 않았다.

빙긋.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긴장한 그들에게 가볍게 아는 척했다.

“다시 보자는 게 이런 의미였어?”

“네, 그렇…….”

“쉿.”

“……습니다.”

크게 대답하던 두 대원은 태건이 주의를 주자 얼른 목소리를 낮췄다.

그걸 그냥 넘어갈 오광휘 단장이 아니었다.

“거기, 누가 단장이 말하는데 떠드나!”

“죄송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곳에선 학연, 지연, 혈연, 그리고 현장연 등 모든 관계를 집어 던지고 철저히 제로 선상에서 동등하게 평가하며…….”

오광휘 단장이 며칠 동안 준비한 일장연설을 강렬하게 이어갔다.

처억.

그 사이 제자리로 돌아온 태건도 묵직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송강우와 최성철을 한 번 더 바라봤다.

‘올 거라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네.’

아는 얼굴이라고 플러스 점수를 줄 생각은 없었다.

그저 눈에 익어 한 번 더 시선이 향한 거였다.

저들은 이천 소방서에서 유명한 ‘돌아이들’로 통했다.

그 무모함이 여기서도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그 외에 눈에 띄는 인물이 있었다.

이마에 자그마한 액션캠을 두르고 있는 앳된 얼굴의 소방관이었다.

‘노주민이라고 했던가.’

올해 공채 합격하고 갓 소방학교를 졸업한 소방사시보였다.

나이는 24살로 가장 어렸다.

동영상 플랫폼에 특수소방단 영상을 제작해 올리겠다며 저러고 있었다.

‘훈련이야 뭐, 그 이후는 알아서 해야겠지.’

독특한 첫인상만큼 눈길이 갔다.

노주민의 바로 뒤에 앉은 소방관도 태건은 유심히 관찰했다.

유일한 여성 소방대원이었다.

‘김지수. 24세. 특이사항은……. 수영선수 출신이라.’

확실히 어깨가 벌어졌고 드러난 하박의 근육양도 상당해 보였다.

김지수는 1급 응급구조사를 취득해 경력 채용된 대원이었다.

그렇게 태건은 총 네 명을 주시했다.

그들에게만 조금 더 까다로운 기준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었다.

눈에 띄었단 건 기대감을 부르기 마련이었다.

그걸 얼마나 충족시켜줄지 솔직히 궁금했다.

‘어디 뚜껑을 한 번 열어봅시다.’

태건은 속으로 뇌까리며 입꼬리를 살짝 들어올렸다.

곧 오광휘 단장의 훈련 일정 소개가 끝났다.

“……그래서 바로 훈련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이거야. 불만 있는 사람?”

“없습니다.”

“당연히 없어야지. 그럼 모두 훈련장으로 이동하도록 합니다.”

“네.”

그릉.

10명의 후보대원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들 움직이려는 찰나, 태건이 오광휘 단장에게 의견을 냈다.

“단장님, 후보대원이 불과 10명뿐이지만 통솔할 대장은 있어야지 않겠습니까?”

“오호. 그거 괜찮은 생각……. 다들 잠시 주목.”

“…….”

우뚝.

모두가 멈춰서자 오광휘 단장이 이어서 물었다.

“차수별로 운영하니까 차수장이라고 하자. 차수장을 희망하는 후보대원 거수.”

그 말이 끝남과 동시였다.

불쑥, 불쑥.

10명이 일제히 손을 들었다.

“제가 하겠습니다.”

“제가 하고 싶습니다.”

오광휘 단장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서렸다.

“적극적인 그 모습, 본 단장은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훈련장 이동시까지 알아서 결정하도록.”

“네?”

“이상.”

휙!

오광휘 단장은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먼저 움직였다.

그 순간 후배대원들이 서로를 힐끗거리며 눈치를 봤다.

반면 태건과 단원들은 오광휘 단장의 꼼수를 바로 직감했다.

“말이 좋아 자율이지.”

“귀찮아서 떠넘긴 거야.”

“백 프롭니다. 퍼펙트하게 미룬 게 맞습니다.”

다들 어이없어하며 교육실을 나섰다.

오광휘 단장이라 가능한 행동임을 누구도 부정하지 않았다.

이내 모두가 본부 건물 밖으로 향했다.

앞에는 라텔 단원들이, 뒤에는 후보대원들 순이었다.

끼익.

현관문을 여는 순간 라텔 단원들이 멈칫했다.

-멍멍!

살랑살랑.

이순이와 삼식이가 꼬리치며 반기고 있던 탓이다.

펜스 안에 있어야할 시간이다.

이번에도 자력으로 탈출한 모양이다.

그런데 라텔 단원들의 반응이 이전과 달랐다.

놀라움이 순식간에 쑥 가라앉았다.

“뭐야, 또 나왔냐?”

“시간 보니까 식당 이모님들이 간식 챙겨줄 때네.”

“그런 건 기가 막히게 기억한다니까.”

슥슥.

투명하게 말하면서도 애정 어린 손길로 머리를 한 번씩 쓰다듬어줬다.

이제 펜스 탈출은 그냥 일상이었다.

그렇게 라텔 단원들이 모두 지나친 후였다.

뒤에 후보대원들이 차례로 나왔다.

이순이와 삼식이를 본 순간 딱딱했던 표정들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어? 강아지다.”

“쟤들이네. 구조 훈련견들.”

“맞네요. TV에서 본 그대로입니다. 이야, 귀엽게 생겼네.”

스윽.

누군가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다.

바로 그때였다.

-크르릉.

이순이와 삼식이가 갑자기 경계하는 소리를 냈다.

사삭.

앉아 있던 자세까지 바꿔 온몸으로 경계심을 나타냈다.

그 돌발적인 행동에 후보대원들이 움찔했다.

“어어? 아니야. 예뻐서 그런 거야.”

“진짜야. 우리 나쁜 사람들 아니야.”

“우리가 처음이라 낯설어서 그런가? 그냥 지나가는 게 좋겠습니다.”

“그, 그럽시다.”

슥슥.

다들 당혹감을 감추고 게걸음으로 강아지들을 지나치려했다.

그러나.

사삭.

재빨리 움직인 이순이와 삼식이가 그들의 앞길을 아예 원천봉쇄했다.

- 으르릉. 앙!

경계에 이어 뾰족한 짖음까지 더해졌다.

그럴수록 후보대원들은 더욱 난처함으로 물들었다.

“얘들이 왜 이래.”

“우리 그냥 지나가는 거야.”

“안 건드릴게.”

길목이 차단되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난처해했다.

그때 지켜보고 있던 태건이 후보대원들에게 말했다.

“정식으로 인사하셔야죠.”

“했는데요.”

“정. 식.”

태건이 한 글자씩 딱딱 끊어 강조했다.

후보대원들은 무슨 뜻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그 중 액션캠을 단 노주민이 혹시나 하는 얼굴로 경례를 했다.

척.

“라텔.”

그와 동시였다.

이순이와 삼식이가 거짓말처럼 경계를 풀었다.

- …….

휘릭!

도도하게 형식적으로 꼬리를 한 번 흔들더니, 곧바로 쫄랑쫄랑 태건에게로 향했다.

후보대원들의 표정이 순간 멍하니 변했다.

“쟤들 뭐야?”

그 사이 태건은 다가온 이순이와 삼식이 머리를 쓸어주며 말했다.

“선배 대접 받고 싶나 보네요. 자, 가자.”

-멍멍.

살랑살랑.

태건이 움직이자 이순이와 삼식이는 좌우에 꼭 붙어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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