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화
같은 시각.
훈련장으로 라텔 1호기가 접근 중이었다.
헬기 조종간은 유중헌이 잡고 있었다.
“간다아아!”
콰과과.
비장한 외침과 함께 연기가 자욱하게 솟구치는 훈련장 위로 직행했다.
옆에 자리한 정교현의 아찔한 비명이 울렸다.
“더, 더 접근하면 연기에 삼켜져!”
“어쩌라고! 바짝 붙여야 내리기 좋을 거 아냐!”
“고도, 고도 올려. 너무 낮아!”
“전쟁터까지 다녀왔다며 더럽게 시끄럽네. 닥쳐!”
투다다.
유중헌은 아랑곳하지 않고 훈련장을 향해 거칠게 몰아갔다.
조종간을 붙든 그의 박력은 세상 그 누구보다 강렬했다.
그 뒤엔 태건과 2기 단원들이 완전 무장한 채 대기 중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가슴께에 액션캠을 하나씩 매달고 있었다.
곧 태건의 짧은 브리핑이 시작됐다.
“우면산 인근 폐건물에서 화재 발생, 요구조자는 두 명.”
“네? 네 분이 들어가 계시는데…….”
송강우가 눈을 크게 뜨며 오류를 정정하려 했다.
그런데 태건의 태도가 평소와 달랐다.
“신고자가 현장의 모든 걸 알고 있어?”
“아니요.”
도리도리.
송강우가 얼른 고개를 저었다.
그 한 마디로 태건이 잘못된 정보를 말하는 이유가 밝혀졌다.
태건은 바로 브리핑을 이어갔다.
“수색 및 요구조자 구조 완료까지 15분. 그 시간 지나면 끝이야. 오케이?”
“네!”
2기 단원들의 대답과 동시였다.
화아악!
헬기 안으로 검은 연기들이 순식간에 밀려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유중헌의 외침이 들려왔다.
“레펠 포인트 도착!”
태건은 양손으로 좌우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라텔 급속강하.”
“……뛰어!”
촤아악!
헬기 좌우로 2기 단원들이 동시에 뛰어내렸다.
그 뒤를 태건이 바짝 쫓았다.
곧 하늘에서 단원들이 쏟아져 내렸다.
어둠과 연기라는 이중트랩으로 인해 건물 옥상이 보이지 않았다.
그 자체가 심리적인 위축감을 선사했다.
촤아악, 샤아아악!
“크으윽!”
“더는 안 돼!”
결국 그들은 제각각 다른 높이에서 멈춰 섰다.
짧게는 3미터, 길게는 7미터.
두려움의 거리였다.
태건은 그런 그들을 지나쳐 아래로 쑥 내려갔다.
두 눈을 부릅뜬 채 옥상과 거리를 가늠했다.
그리고 이내 눈에 힘을 주며 브레이크를 걸었다.
“……지금!”
퓌지지직!
과격한 브레이크로 인해 몸이 허공에 급격히 멈춰 섰다.
그리고.
투욱.
발끝이 사뿐하게 옥상에 닿았다.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할 정도의 완벽한 거리 계산이었다.
태건은 로프를 재빨리 풀며 뒤따라 내려오는 단원들에게 소리쳤다.
가까운 거리라 호흡기커버를 쓰고도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그래서 언제 도착하고, 언제 구할 거야. 정신 똑바로 안 차려!”
“서두르겠습니다!”
“말만 하지 말고, 더 빨리, 행동으로 보여!”
“넵!”
촤르륵.
소리쳐 대답한 2기 단원들이 허둥지둥 내려왔다.
이어서 신속히 레펠을 분리하기 시작했다.
그 뒤에서 태건의 불보다 더 사나운 닦달이 계속 됐다.
“신속하게!”
“넵!”
촤자작!
“최성철, 너만 풀고 뛰어? 보고 안 해!”
“헙. 죄송합니다. 멍청라텔, 분리 완료!”
최성철의 보고 후 다른 단원들도 연이어 보고 했다.
송강우.
“바보라텔 분리!”
노주민.
“개똘라텔 확인!”
김지수.
“엉뚱라텔도 분리했어요!”
마지막으로 방기찬의 보고가 울려 퍼졌다.
“집착라텔 분리 완료!”
각자의 이상한 콜네임은 누가 작명했는지 너무도 잘 알 수 있었다.
순차적으로 보고 후 태건이 최종적으로 무전했다.
띠릭.
“출동인원 전원 착지 완료. 헬기 이탈!”
-띠릭. 헬기 현장 이탈 실시!
투다다다.
유중헌의 무전소리와 동시에 헬기가 멀어져갔다.
어느새 태건은 2기 모두에게 소리쳤다.
“뭘 쳐다보고 있어. 빨리 투입 해!”
“우, 움직여!”
타다닥!
다들 두려운 눈으로 서둘러 움직였다.
불은 두렵지 않았다.
불보다 더한 태건의 보챔이 두려운 거였다.
빠릿빠릿한 모습이었지만 태건의 눈엔 하나도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기간을 너무 짧게 잡았나.”
여유를 두고 산정한 기간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뚜껑을 열어보니 너무 서두른 게 아닌가 하는 자책이 들었다.
그 뒤로 정말 실전과 같은 모의훈련이 강행됐다.
태건은 절대 앞으로 나서지 않았다.
수색과 구출 등 모든 부분에 대해 일절 말하지 않았다.
“…….”
두 눈에 힘을 준 채 2기 단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눈에 담을 뿐이었다.
2기 단원들은 죽을 맛이었다.
등 뒤에 호랑이가 노려보고 있던 탓이다.
스윽.
살짝이라도 돌아보면?
“…….”
떠덩!
태건의 성난 눈빛과 마주쳤다.
연기로 인해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선을 마주친 거 같은 느낌이 강하게 몰려왔다.
“허업!”
“위, 위에서부터 수, 수색 시작!”
“서둘러. 빨리!”
타다닥!
2기 단원들은 태건이 주는 압박에 숨이 턱턱 막히는 부담감을 안은 채로 움직였다.
20분 후.
송강우의 무전이 모든 무전기에 울렸다.
-띠릭. 바보라텔 송신, 전원 구조 완료. 상황 종료!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우면센터장의 무전이 이어졌다.
-띠릭. 전원 방수!
촤아악, 솨아악!
소방차와 소방호스에서 일제히 굵은 물줄기를 쏟아냈다.
라텔은 조금 떨어진 교보제 창고 앞에 자리해 있었다.
방화헬멧과 호흡기커버부터 벗었다.
스륵.
“푸하아!”
“공기가 달다, 달아!”
“후우웁! 요구조자분들이 숨을 크게 들이쉴 수밖에 없네요.”
1기 라텔들이 요구조자들 입장을 절감하며 대변했다.
그 옆에 2기 단원들이 자리해 있었다.
후두둑, 뚝뚝.
땀이 물처럼 쏟아져 내렸다.
흠뻑 젖은 머리카락만 봐도 땀으로 샤워를 한 수준이었다.
얼마나 열을 냈는지 온 몸에서 김이 올라올 정도였다.
“허억, 헉헉.”
“흐하, 흐하.”
얼마나 뛰어다녔는지 거친 숨소리가 가라앉지 않았다.
그런 그들 앞에 누군가 다가섰다.
처억.
“…….”
동시에 한기가 사방에서 몰아쳤다.
겨울이 주는 차가움과 너무도 다른 날카로운 한기였다.
스윽.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역시나 태건이었다.
“헙!”
2기 단원들은 자신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켰다.
그런 그들을 내려다보던 태건이 나지막이 물었다.
“내가 몇 분 안에 완료하라고 했지?”
“……15분입니다.”
“지금 몇 분 지났지?”
“2, 2……. 20분입니다.”
최성철이 가까스로 대답했다.
동시에 태건의 두 눈에 살벌한 빛이 스쳐지나갔다.번뜩!
“다 죽여 놓고 지금 이렇게 퍼져 있어!”
옆에 있던 1기 단원들이 괜스레 움찔했다.
“우리 살아있어.”
“네 맘대로 죽이지 마.”
“불속에 지가 던져 놓고, 이젠 멋대로 죽이냐?”
1기 단원들은 같이 한 시간이 있어 그런 농담이라도 할 수 있었다.
2기 단원들은 어림도 없었다.
“…….”
일말의 변명조차 하지 못했다.
태건은 살벌한 눈빛 그대로 말했다.
“장비 정리 및 교육실 입장 완료까지 10분.”
“시, 십분!”
후다닥!
복창한 2기 단원들은 지쳤단 게 거짓말처럼 후다닥 움직였다.
그 모습을 본 고수현이 나지막이 말했다.
“우리가 선배라 봐준 거였어.”
“…….”
끄덕끄덕.
오광휘 단장부터 모두가 고갯짓하며 수긍했다.
작정하고 몰아치는 태건의 모습은 불도저, 그 자체였다.
잠시 후.
교육실 내부에서 태건의 고함소리가 울려 퍼졌다.
터엉!
“대체 이게 뭐하는 짓이야. 이게!”
단상을 내리친 태건의 기세가 너무도 드셌다.
벽면에는 액션캠으로 촬영한 현장 영상이 펼쳐져 있었다.
그 앞에 2기 대원들이 주르륵 자리해 있었다.
“…….”
다들 자라처럼 목을 움츠린 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태건의 몰아침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탁, 탁!
노트북을 신경질적으로 재생해 특정 시간에 멈춰 세웠다.
송강우와 최성철이 내부를 수색하는 장면이었다.
그에 대한 오류와 미진한 점에 대해 태건이 바로 소리쳤다.
“플래시백 현상 안 배웠어?
“배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밀고 들어간다고? 다 죽자는 거야, 뭐야!”
“죄송합니다!”
두 단원은 애써 소리쳤지만 어깨는 움츠릴 대로 움츠린 모습이었다.
그 야단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노주민, 이 개똘스끼. 옥내소화전을 왜 지나쳐!”
“그게 안 보였……. 죄송합니다!”
노주민이 슬쩍 변명하려다 가시 같은 태건의 눈빛에 얼른 사과로 말을 바꿨다.
김지수도 피해갈 수 없었다.
“야, 엉뚱. 이거 뭐야. 대산 선배 다리 한 짝만 부둥켜안고 끌어당기는, 이 어이없는 모습은 대체 뭐야!”
“제가 힘이…….”
“힘이 부족하면 길러. 당장 그럴 상황이 아니면 누구라도 호출해야 할 거 아냐!”
터엉!
김지수의 한 마디에 태건은 더욱 따갑게 외쳤다.
방기찬의 문제도 확실히 짚고 넘어갔다.
“기찬 선배, 후방에 위치해 있으면 한 번 더 내부를 둘러봐야할 거 아닙니까!”
“그러라고 했었지.”
“그런데 왜 프리패스입니까. 여기, 그리고 그 뒷방까지. 왜 그냥 패스 했냐고요. 왜!”
태건은 정말 숨 쉴 틈도 없이 몰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