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콜사인 (260)화 (259/320)

260화

그때 태건은 원론적인 부분을 다시 언급했다.

“현재 행방불명된 인원이 몇 명이랍니까.”

“파악 중이래.”

“아직이요? 화재가 언제 발생했답니까?”

“신고 받은 시각부터 따지면 15분 남짓, 현장 도착을 기준으로 따지면 12분 정도.”

유중헌이 수첩을 보며 답했다.

태건의 미간은 어느새 확 구겨져 있었다.

“현장 도착까지 3분. 빨리 도착하면 뭐해. 현장에서 관리감독하는 인간들이 개판치는데!”

“대략 10명 내외까지 좁혔단 잡소리나 하고 자빠졌단다.”

“미친. 한 사람의 오차가 우습답니까?”

텅!

태건이 헬기 동체를 내리치며 격분했다.

그건 다른 단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뭔 일을 그렇게 대충 하는 거야!”

“연구소 총원 몇 명, 현재 탈출인원 몇 명, 미출근인원 몇 명, 빼면 남은 인원이잖아!”

고수현과 이지성이 짜증을 가득 뿌렸다.

맞은편에 자리한 송강우와 노주민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뭐 제대로 파악된 게 하나도 없답니까. 진짜 울화통 터져 못 살겠습니다!”

“진입은 왜 못하고 있는 거랍니까. 일단 뛰어들어야할 거 아닙니까!”

인상을 와락 구기며 소리를 질렀다.

투다다다!

그 악다구니 가득한 외침은 헬기 로터음에 삼켜져 희미해졌다.

말 그대로 허공에 외친 거다.

답답함을 조금이라도 풀어내기 위한 그들만의 방법이었다.

그만큼 모두가 격분하며 눈을 부릅뜬 이유가 있었다.

최근 주변이 풍족하게 변화했다.

가족이, 또는 가까운 지인들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늘 고맙고 감사했다.

간간이 하는 출동에서 보다 적극적인 구조 활동으로 보답했다.

그러나 아직 멀어도 한참 멀었다.

국민들에게 받은 성원과 은혜는 너무도 커다랬다.

그런 이유로 지금 출동하는 현장의 상황에 대해 열을 올리는 거였다.

이내 태건이 짧고 굵고 강렬하게 말했다.

“다들 그만하세요. 이제 마음 가라앉히고 준비할 땝니다.”

“…….”

“현장에 도착하는 즉시 뛰어들 거니까.”

“음!”

모두 묵직한 기합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들도 직감하고 있다.

간략하게 전달받은 내용만으로도 돌아가는 현장 상황이 결코 녹록치 않을 거란 예감이었다.

최고속도로 날아가는 헬기의 이동 능력은 어마어마했다.

슈슈슈슉!

순식간에 산과 강을 넘고 또 넘었다.

그렇게 날아가던 중이었다.

갑자기 정교현 기장의 쓴소리가 들려왔다.

“칫, 벌써 보여?”

“빌어먹을, 뭘 저렇게 태울게 있는 거야, 미친!”

유중헌의 안타까움 가득 서린 목소리도 덩달아 들려왔다.

그 이유를 곧 뒷좌석에서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검은 연기가 솟구쳐 올라온다.

그것도 무척이나 굵고 시꺼먼 유독가스로 가득한 죽음의 구름이었다.

“이런 미친!”

“연구소 규모가 대체 얼마나 큰 거야!”

“옆 건물이 공장이라면서요, 설마 거기까지 번진 건 아니겠죠?”

누구라고 할 거 없이 우려부터 보였다.

그 정도로 독구름의 크기가 예사롭지 않았다.

그 소란에 태건은 함께하지 않았다.

“…….”

묵묵히 장비를 갖추고 있었다.

새로운 트윈산소통을 메고 작동여부를 확인했다.

탈칵, 슉슉.

이게 마지막이다.

그 외에 출동용품은 온몸 구석구석에 달려 있었다. 그리고 어깨에 메는 검은 망치가방이 발 앞에 놓여 있었다.

출동가방이다.

이 속에는 최신 출동용품들이 담겨 있었다.

마지막으로 태건이 로프를 점검했다.팽, 팽!

“…….”

최종 점검을 마친 그 순간까지 입술은 다부지게 닫혀 있었다.

그 침묵으로 태건의 주변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어느새 다른 단원들도 그 분위기에 동화됐다.

척, 척.

“…….”

말없이 최종정비에 들어갔다.

투다다다.

헬기 속엔 로터소리만 울렸다.

침묵이 가득했다.

대신 더없이 팽팽하게 당겨진 긴장감이 모두에게서 풍겨 나왔다.

이내 태건과 단원들의 눈빛이 똑같은 빛을 내뿜었다.

지이잉!

‘해보자.’

그 상대가 누구든, 어디에 있든 상관없다.

기필코 다시 밝은 세상으로 끌어낼 거다.

그게 벅찬 성원에 대한 보답이자, 라텔의 의무였다.

헬기는 순식간에 독구름과 거리를 좁혔다.

유중헌이 타이밍을 재며 소리쳤다.

“도착 20초 전, 현장 육안 확인 가능!”

“로프 걸고, 현장 확인!”

터덩! 사삭.

순식간에 로프를 철봉에 걸고 좌우 창문으로 아래를 내려다 봤다.

태건의 눈에도 현장이 가득 들어왔다.

첫 마디는?

“돌겠네.”

그 말이 정답이었다.

평택의 모터스타이어 공장.

부지부터 엄청나게 거대했다.

그 부지의 반 이상이 공장 건물이었다.

다행히 아직 공장엔 불이 옮겨 붙지 않았다.

그러나 그 옆에, 그것도 아주 가까운 거리에 연구소 건물이 불타고 있었다.

이미 불길이 점령했는지 온갖 틈에서 연기가 솟구치고 있었다.

콰르르르!

들끓는 불의 위상이 보통이 아니었다.

헬기까지 열기가 어렴풋이 전해져 올 정도로 어마무시 했다.

‘더럽게도 많이 쳐 먹었네.’

가늠과 동시에 태건의 표정이 절로 구겨졌다.

그런 화마에도 공장이 영향권에 휩쓸리지 않은 건 소방차들 덕분이었다.

불타는 연구소와 공장 사이를 빼곡하게 막아 철통방어 중이었다.

몇몇 차량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다른 곳으로 번지는 걸 막고 있었다.

촤아아아악!

수십 개의 물줄기가 사방에서 쏟아지고 있다.

그렇게 공격하며 불길과 대치 상태를 이루고 있었다.

더 번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먼저 출동한 소방관들의 엄청난 노력이 와 닿았다.

“푸우우.”

태건은 안도감에 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좌우에서 살핀 단원들의 입이 절로 열렸다.

먼저 송강우가 기염을 토하며 외쳤다.

“연구소 건물……. 와씨, 전역이 불타는지 투입할 장소가 여의치 않습니다!”

“이 바보야, 생각하지 마. 일단 옥상에 떨어져, 떨어져서 생각해!”

고수현의 돌격 작전을 이지성이 만류했다.

“핸썸, 그렇게 막무가내로 밀어붙일 사이즈가 아니잖습니까. 저기 떨어지면 바로 연기에 갇혀 미아 됩니다!”

거기에 노주민이 한 소리 거들었다.

“1층 그리고 2층? 2개 층으로 확인했습니다만, 연기가 너무 짙어 정확하지 않습니다.”

벅벅.

노주민은 자신의 눈을 부비며 다시 살피고, 또 다시 살폈다.

소용없단 걸 알지만 조금이라도 선명한 시선으로 확인하고픈 갈망의 손짓이었다.

이 순간 확실해진 게 하나 있었다.

들어가지 않은 게 아니다.

들어갈 수가 없는 상황이다.

지금 연구소 1층에 진입한다는 건 통구이를 자청하는 꼴이었다.

‘이래서 우리가 달려온 거야.’

태건이 눈에 힘을 줬다.

라텔이 특별해서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 특화된 전문팀이라 가능한 거다.

그 점을 다시금 분명히 했다.

이내 헬기가 고도를 낮추자 사람들과 소방관들의 시선이 하늘로 올라왔다.

휙휙.

손을 흔들고.

“@#[email protected]#$.”

누군가는 두 손을 입에 대고 외치는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로터소리에 아무 소리도 전달되지 않았다.

그러나 어두운 안색들이 절절하게 바뀌고 있었다.

한 줄기 드리운 희망이 온통 헬기에 집중되고 있었다.

‘라텔이다.’

‘라텔이 왔다.’

분명 이런 외침일 터였다.

머릿속으로 그리는 부담과 현실의 차이는 어마어마했다.

부담감이 어깨를 짓누르는 듯했다.

모두 마찬가지다.

매번 마주한 순간이지만 도무지 적응되지 않는 무거운 마음이었다.

돌연 태건이 갑자기 어깨를 돌리며 싱겁게 말했다.

슥슥.

“이런 환영이 하루 이틀입니까.”

“음. 그렇지.”

“우리 스타일대로 갑시다. 그게 최선인 거 같네요.”

“맞아. 안 하던 짓 하면 사고 터져.”

고수현이 가볍게 말을 받았다.

부단장조의 주축이 되는 둘이 나눈 대화라 그런지 조금은 무거움이 덜어졌다.

그건 이지성의 핀잔이 증명해줬다.

“기왕 환영할 거면 플래카드라도 좀 걸지.”

“큭. 크극.”

실없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사아악.

묵직한 긴장감, 그 속에서 끌어낸 최소한의 여유.

그 모든 게 갖춰졌다.

지금 이 순간, 출동하기에 더없이 베스트 컨디션이었다.

그때 헬기가 검은 연기 기둥 가까이 접근했다.

“이런, 치이!”

정교현 기장의 쓴소리가 들려왔다.

레펠 가능한 공간이 너무도 협소했다.

정밀성을 요구하는 순간이다.

헬기 조종에 온 신경을 집중해 다른 여유가 없어 보였다.

그 대신 유중헌의 목소리가 울렸다.

“호버링 10초 전, 투입장소는 파이어라인 앞! 그리고 라면아, 나도 준비해?”

“일단 대기, 강하 후 3분 안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접수, 헬기 호버링 돌입, 로프 던져!”

그릉, 휘리릭!

좌우 슬라이드 문을 젖히고, 각자 로프를 크게 내던졌다.

“레펠 강하 준비 끝!”

“쓰리, 투, 원……. 라텔, 고!”

촤자작!

헬기를 박찬 라텔 단원들이 동시에 지상으로 몸을 날렸다.

태건과 단원들은 순식간에 지상에 착지했다.

착!

“분리!”

먼저 외친 태건은 바로 뒤를 돌아봤다.

타다닥.

방화복을 갖춰 입은 중년의 소방관이 무전기를 들고 빠르게 다가왔다.

이젠 척하면 척이다.

현재 현장 총책임자인 포송119안전센터장 안상윤 소방경일 터였다.

태건은 빠르게 거수경례부터 했다.

“라텔, 강태건입니다. 센터장님.”

“안전, 부단장, 이렇게 멀리까지 달려와 줘서 고맙습니다.”

“우선 요구조자가 정확히 몇 명인지 파악됐습니까?”

태건의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안상윤 센터장도 기다렸단 듯이 답했다.

“7명 혹은 8명이라고 합니다.”

“책임자 누굽니까. 그 한 명의 오차가 사람 피 말리는 거 아시잖습니까.”

으르렁.

태건의 목소리가 스산하게 울렸다.

안상윤 센터장 표정은 씁쓸하게 변했다.

“미안합니다. 계속 다시 인원을 조사 중인데, 한 명이 계속 오차가 나고 있습니다.”

“쓰으읍.”

태건은 숨을 무겁게 삼켰다.

지금 계속 책임소재를 논하며 한가로이 대화할 여유가 없었다.

등 뒤에 열풍이 아니, 열화가 들끓고 있다.

1초의 시간마저 아까운 순간이다.

그런 태건의 마음은 단원들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아니, 같은 마음이었다.

그래서 단원들을 고수현이 진두지휘 중이었다.

“호스부터 각자 인계 받아!”

우르르.

단원들은 재빨리 호스를 든 소방관들에게 달려갔다.

“호스 좀 부탁합니다!”

“실례지만 이거 최대한 길이 좀 늘려주십시오!”

양해와 부탁의 말이 순식간에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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