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콜사인 (292)화 (292/320)

292화

그와 동시였다.

불쑥, 불쑥.

다른 단원들도 일어났다.

그 중엔 오광휘 단장도 포함이었다.

“역시 그렇지?”

“당연한 거 아닙니까.”

“일단 날아가는 게 우리 스타일이지!”

황대산이 버럭 외쳤다.

척.

오광휘 단장이 바로 헬기에 손짓하며 소리쳤다.

“교수라텔, 뭐해. 시동 걸어!”

“예썰!”

파바박!

정교현은 헬기를 향해 두 다리를 박찼다.

오광휘 단장이 그 뒤를 바짝 따랐다.

그때 어깨를 붙든 손길이 있었다.

턱!

성지훈이었다.

“나도 갑시다!”

“이 싸람이, 우리가 놀러 가는……. 아니지. 인턴십으로다가 같이 갑시다!”

오광휘 단장은 얼른 뒤집어 바로 승낙했다.

외상외과의사.

혹시 요구조자들이 부상을 입었을 경우 가장 필요한 인재였다.

성지훈은 허락을 받자 뛸 듯이 기뻐했다.

아니, 정말 뛰었다.

“나도 라텔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노주민이 바로 문제를 제기했다.

“헬기 탑승 정원이 5명입니다.”

“난 무조건 갈 거야!”

김지수는 도끼눈을 뜨며 모두를 노려봤다.

그때 박서진 기장이 인상을 팍 찡그렸다.

“그럼 부기장이라 내가 남으라고?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절대 양보 못한단 입장은 똑같은 모양이었다.

예정에 없던 추가 인원으로 서로를 경계해야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펼쳐지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때 태건이 명쾌한 답을 제시했다.

“라텔 2호기 시동 걸면 되겠네!”

“……나랑 부단장만 타고 가?”

왕지호 기장이 눈을 끔뻑거렸다.

솔직히 두 명이 타고 가려 헬기를 운용하는 건 낭비였다.

그에 대해서도 태건은 해결책을 제시했다.

“캡, 빅, 엉뚱, 교수, 박사, 1호기.”

“그리고?”

“라면, 개똘, 의사, 마스터, 그리고 깡패들 2호기.”

깡패들.

바로 구조견들이다.

이순이와 삼식이도 엄연히 라텔이다.

그걸 이제 상기한 모두가 손가락을 튕겼다.

딱!

“아, 깡패들. 그렇게 나누면 2대로 날아가야지!”

“뭐해. 찢어져!”

“움직여!”

사사삭!

옥상에 자리한 모두가 2개 그룹으로 나뉘었다.

그리고 잠시 후.

투두두두.

옥상에서 1호 헬기가 떠올랐다.

같은 시각.

우면산 초입 공터에 2호 헬기 로터가 회전하기 시작했다.

투다다다.

헬기 조종간은 왕지호 기장이 붙들고 있었다.

뒤에는 노주민이 임시 기동복을 걸쳐 입은 성지훈에게 헬멧 사용법을 설명 중이었다.

“양방향 통신이라 목소리 크기에 따라 통신이…….”

“오호, 이야…….”

성지훈은 나름 신세계에 눈을 뜨는지 놀라워하고 있었다.

그런 헬기의 뒷문이 열렸다.

처적.

구조견 하네스를 착용한 이순이와 삼식이가 능숙하게 올라탔다.

…….

침착하게 자리를 잡고 엎드려 대기했다.

마지막으로 태건이 헬기 조수석에 올라탔다.

“2호기 전원 탑승 완료!”

-1호기, 이륙 완료. 고도 상승 중.

-본부에서 알린다. 2호기 이륙 허가.

행정팀에서 들려온 통신에 왕지호 기장이 조종간을 당겼다.

투다다다.

헬기가 서서히 떠오르자 태건이 바로 상황을 알렸다.

“2호기 이륙 시작.”

-2호기 이륙 중 확인. 요구조자들은 살아있다. 이상!

투두두두.

라텔 2호기가 빠르게 하늘 높이 솟구쳤다.

마지막 힘이 실린 통신은 박규영 본부장의 목소리였다.

그의 말이 절대적으로 옳다.

-요구조자들은 살아있다.

그 희망은 누구도 먼저 놓아선 안 된다.

무조건 살아있단 확신만 품었다.

그렇게 라텔 1호기와 2호기가 간격을 두고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갔다.

라텔 헬기 두 대가 빠르게 동쪽으로 향했다.

각 헬기 속에선 출동 채비를 갖추고 있었다.

척, 척, 철컥.

방화 헬멧에 엑스반도.

구조 출동이기에 방화복은 생략했다.

대신 적재품에 모든 방화 장비가 구비되어 있었다.

그 중 2호기 속.

태건은 구조견들에게도 레펠 장비를 걸어줬다.

철컥.

노주민에게 도움 받아 준비하던 성지훈이 의아하게 물어왔다.

“그 애들도 줄 타고 내려갑니까?”

“현장 상황에 따라선 그럴 수도 있습니다.”

힐끗.

태건이 사인을 주자 노주민이 덧붙여 말했다.

“와이어에 걸어서 내릴 때도 있고, 안고 뛸 때도 있고…….”

“아하, 오오, 이야.”

끄덕, 끄덕.

성지훈은 새로운 세상에 대해 알아가듯 호기심을 보였다.

그 사이 태건은 구조견들 투입 준비를 마쳤다.

꾸욱.

이어서 양 손으로 각각 머리를 쓰다듬으며 눈을 마주쳤다.

세리와 함께한 며칠 사이 한층 더 늠름해졌다.

그래도 태건의 눈엔 갓 태어난 새끼 때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현장에 도착하면 위험하니까 발바닥 조심하고, 뭐 뛰어다닌다고 막 쫓아가지 말고…….”

태건의 걱정 가득한 잔소리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그때 오광휘 단장의 황당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훈련할 때 애들 숨도 못 쉬게 뺑뺑이 돌리던 네가 그렇게 말하면 되냐?

“훈련이랑 실전이랑 같습니까.”

-이게 딴 헬기 탔다고 말대꾸는. 그쪽 준비 상태는 어때?

오광휘 단장이 퉁명하게 물어왔다.

태건은 빠르게 둘러보고는 대답했다.

“2호기 투입 준비 완료.”

-그럼 그걸 먼저 보고하는 게 순서 아냐?

“방금 완료했습니다.”

-이상한데. 상당히 의심스러워.

오광휘 단장의 목소리에 나름대로 합리적 의심이 담겨 있었다.

그런다고 태건이 동요할 인물은 아니었다.

“…….”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때 본부 유미라 대원의 목소리가 비집고 들려왔다.

-본부 유미라입니다. 라텔은 잠시 주목해주세요.

-라텔캡입니다. 추가로 파악된 정보 있습니까?

-네. 실종자는 12세 2명, 11세 1명, 10세 2명, 총 5명이 맞음을 재확인했습니다.

-이런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거야. 나이야 뭐야!

오광휘 단장의 목소리가 순간 급발진했다.

이전 대형마트 속 요구조자들의 나이대가 비슷했던 탓이다.

반면 태건은 한층 더 묵직해진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유미라 대원, 집을 나간 시간도 재확인 됐습니까?”

-네. 06시 30분에서 40분 사이가 맞습니다.

“최종 목격자의 목격 시간도 여전히 일치합니까?”

-맞아요. 버스 기사분이시고, 버스정류장에서 07시 01분에 산으로 올라가는 걸 목격했다고 해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원팀 최현모 조장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현모입니다. 라텔캡, 지원차량 출동합니까?

-저도 계속 고민 중입니다. 아직 현장에 도착하지 않아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혹시 모르니까 일단 출발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최현모 조장은 매뉴얼에 맞게 의견을 제시했다.

태건의 의견은 조금 달랐다.

“조장님, 현장 사진하고 현재 수색 방향과 투입 상황부터 확인 후에 판단하는 게 좋겠습니다.

-나 김여훈이야. 벌써 준비하고 있었지……. 지금 발송했어!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각자의 휴대폰이 울렸다.

띠링, 띠링.

곧장 휴대폰을 꺼내 도착한 메시지를 확인했다.

첫 번째 사진에는 지도와 위치가 표시되어 있었다.

스윽.

두 번째 사진엔 수색 중인 단체들이 기호로 표시되어 수색 영역과 방향이 표시되어 있었다.

한 눈에 알아보기 너무도 쉽고 간결했다.

모두 그 사진들을 유심히 바라보며 머릿속에 입력하기 바빴다.

그런데 유일하게 눈을 굴리는 사람이 있었다.

성지훈이었다.

“사람 차별하는 것도 아니고, 왜 나는 안 보내 줍니까. 너무들 하시네!”

-누구. 아, 성 선생님. 연락처를 몰라서요.

“진작 말씀하시지! 010-XXXX…….

띠링.

바로 사진이 도착했는지 성지훈의 표정이 순식간에 부드럽게 변했다.

“진작 이러셨어야지. 사람 섭섭하게 말이야. 어디 보자.”

그런데 태건은 조금 답답함을 느꼈다.

‘이게 어딘 줄은 알겠는데…….’

인제군 북부 인근에 위치한 산속 작은 마을이었다.

조금 특이한 건 마을 규모에 비해서 여러 부지들이 꽤 크게 다듬어져 있었다.

사진으로 판단할 수 있는 건 그 정도가 전부였다.

그 지역에 대한 자세한 정보까지 지도에 담겨 있지 않았다.

이럴 때면 이지성과 고수현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알아서 출동 지역의 역사와 주변 정보까지 세세하게 파악하던 센스쟁이들이었다.

그건 태건만 아쉬운 게 아닌 모양이었다.

황대산의 목소리가 불쑥 들려왔다.

-고수현이하고 이지성이가 아쉬운 날이 올 줄이야.

-엉뚱, 눈치 안 챙기냐. 거기 2호기에 개똘. 그래 너. 나다 싶으면 알아서 기어. 짜샤!

“헙, 헬기 내부에도 카메라 달려 있나?”

노주민이 헛숨을 들이켜며 재빨리 헬기 내부를 둘러봤다.

오광휘 단장의 지적은 그럴 정도로 실감났다.

물론 그럴 리가 없었다.

행동패턴을 훤히 읽고 있기에 넘겨짚어도 그럴싸하게 맞아떨어지는 거였다.

이내 노주민이 휴대폰으로 이것저것 검색하기 시작했다.

토도독,

“그러니까 그 마을이…….”

라텔 1호기에선 김지수가 같은 행동을 하고 있을 터였다.

그 시간이 길어질 무렵 김여훈 지원팀장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지역 정보 파악하고 취합 중이야. 3분만 줘.

-행정팀은 인제군청과 소방서에 추가 지원부분 파악 중이에요.

-교수라텔입니다. 현재 속도로 현장 도착까지 대략 20분 정도 소요 예상됩니다.

서로 각자 상황에 대해 보고한 후 잠시 통신을 멈췄다.

조금 더 자세한 정보들을 취합할 시간이 필요했다.

태건도 지도 앱을 열어 마을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슥슥.

그런데 검색 범위가 상당히 한정적이었다.

사실 현장 지도를 받았을 때부터 느낌이 오는 부분이 있었다.

‘그건 아니어야 할 텐데.’

섣부르게 말하지 않는 건 확신이 없어서였다.

아니, 부정하고 싶은 이유가 더 강했다.

그렇게 검색하던 중 기사 하나가 태건의 미간을 확 좁아지게 했다.

-인제시 광산 사업, 역사의 뒤안길로.

수십 년 전의 기사였다.

그러나 태건에겐 결정적인 단서였다.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기에 유미라 대원을 찾았다.

“유미라 대원, 현장 관계자와 바로 의사소통 가능하시죠.”

-네. 뭐든 말씀하세요. 바로 알아봐 드릴게요.

“하나. 마을 주변에 폐광이 있는지. 둘, 작년 혹은 올해 귀촌한 분들이 계신지, 셋, 실종자들 중 귀촌 자녀가 포함되어 있는지. 우선 그 세 가지요.

-음……. 최대한 빨리 알아보고 보고드릴게요.

유미라 목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노주민이 끼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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