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퇴출 1호 아이돌 연습생이 되었다-19화 (19/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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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경연 온에어 - 개인 미션

“....야 저거 어떻게 되는건데 그래서?”

홀린 듯 화면을 바라보고 있던 엠케이가 참지 못하고 인혁과 재이를 돌아보며 물었다.

“궁금하면 본방 봐.”

“와 자비없네. 치사하게.”

단칼에 쳐내는 재이의 대답에 엠케이가 투덜거렸다.

“그래봐야 다 대본대로 하는 거 아니야? 딱 봐도 전형적인 낚시구만.”

“라고 ‘이근우 근황’으로 검색중인 이환이 말했습니다.”

“야이씨 남궁찬 남의 핸드폰 들여다 보지 마!”

“보이는걸 어쩌라고. 그래서 알아는 냈냐? 이근우 선배님 어디 계시대? 설마 아직도 섬에 계시는 건 아니겠지?”

“아 몰라 저리가!”

남궁찬과 이환이 투닥거리는 것을 한 눈으로 흘기며 재이는 손 안의 핸드폰으로 시선을 옮겼다.

“한재이 너도 넷 반응 모니터링 하는거야?”

다들 모여 본방을 보고 있는 내내 재이가 핸드폰을 손에 쥐고 TV와 폰을 번갈아 살피고 있었던 것이 신경 쓰였던지 엠케이가 말했다.

“미리 말해 두지만 악플은 너무 담아 두지 말고 그냥 넘겨.”

“한재이가 악플같은 거 신경이나 쓸 것 같냐.”

“진심 쟨 뭐가 악플인줄도 모를 듯.”

다른 녀석들이 뭐라 떠들건 진지한 표정으로 핸드폰에 집중하고 있는 재이에게 인혁이 물었다.

“근데 진짜 아까부터 뭘 그렇게 열심히 보는데?”

설마 진짜 악플같은 거 보고 있는건 아니겠지 싶어 고개를 꺾어 슬쩍 재이의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 본 인혁은 순간 멈칫했다.

“이... 게 뭐야?”

재이가 보고 있는 것은 한 유튜버의 영상이었다.

"연구중이야."

"뭘?"

"어떻게 설명을 하면 좋을까 해서."

"대체 뭐라는건지."

인혁의 한숨에 엠케이가 고개를 들이밀고 참견했다.

"왜 뭔데, 한재이 뭐 하는데?"

"낸들 아냐. 한재이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기엔 내 뇌 용량이 너무 딸리는듯."

한숨과 함께 고개를 가로젓는 인혁을 힐끗 바라보고 재이가 말했다.

"개인 영상 때문에 좀 고민중이라서."

그제서야 다들 갑자기 애써 잊고 있던 현실과 마주한 듯한 표정으로 재이를 바라 보았다.

"야 진짜 너무한다. 우리는 너 방송 나오는 거 모니터링 해주겠다고 이렇게 모여있는데 그 와중에 혼자 제 살 길 찾고 있었다니."

"쉴 때는 같이 쉬는 게 그라운드 룰 아니었어? 이건 심각한 룰 위반이라고."

"두고 봐. 나중에 나 단독으로 온에어 타면 배로 갚아준다."

"근데 그래서 뭘 보고 있었다고?"

투덜거리면서도 궁금하긴 한지 우르르 몰려든 녀석들이 재이의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곤 하나같이 미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대체 왜 하필?"

엠케이가 중얼거렸다.

***

스텝 업 3차 경연 방송일

소울발라드의 아성에 도전한다 - 차인혁 & 한재이

얼터너티브 힙합의 재해석 - 엠케이 & 남궁찬

대세는 트로트지 - 이환 & 심은규

세 팀의 캐치프레이즈가 동시에 뜨며 방송이 시작되었다. 방송이 시작됨과 함께 불판도 리젠이 붙기 시작했다.

- 엠케이랑 남궁찬은 예상대로라면 예상대로인데 환심이네 트로트 ㅋㅋ의외네 ㅋㅋㅋ

- 의상부터 시강이야 커엽

- 데뷔하면 트로트 유닛도 하자 얘들아 ㅋㅋ

- 차인혁네는 왜 발라드지? 저러면 차인혁이 불리한 거 아닌가?

- 어차피 스코어 1등이니 이참에 한재이 끌어주려는 거 아님? 차인혁 여유 쩌네ㅋㅋ

-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고 알흠답다 얘두라..

화면은 세 팀의 선곡과 연습 과정을 하나하나 훑어 나갔다.

어둠이 짙게 깔린 하늘 아래 모닥불 앞에 앉은 한재이와 차인혁이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왜 하필 그걸 봐. 원곡을 보지.”

“잘하잖아.”

“어디가.”

“..... 진짜 몰라서 묻는 거야?”

두 사람의 사이를 비집고 자료 영상이 흘러나왔다.

게시판이 들썩였다.

- 엌ㅋㅋ 원곡 아니고 차상혁 편곡 버전을 골랐다고?

- 저거 ㅈㄴ 소화하기 힘든 곡 아니냐? 차상혁 키 엄청 높잖아. 저걸 하겠다고?

- 한재이 욕심 쩌네. 차인혁이 싫어할 만 해 ㅉㅉ

- 잘 불러도 욕 못 불러도 욕 아닌가?

- ㅇㅈ 저거 잘못 부르면 꿀단지 난리날 듯. 물론 잘 불러도 난리남 ㅋㅋ

카메라가 두 사람에게서 줌 아웃하며 그대로 밤하늘로 포커스를 옮겼다.

도심의 하늘에선 이미 자취를 감춘, 수 많은 별들이 빼곡하게 밤하늘을 수 놓고 있었다.

그리고 가벼운 콧노래가 들려왔다.

아직 박자도 음정도 제대로 잡지 않은

반주도 없는 날것의 목소리

망설이듯 조심스럽게.

그리고 그 목소리를 응원하듯 다른 소리가 천천히 섞여들었다.

두 사람의 허밍음이 밤하늘에 잔잔히 울려퍼졌다.

- 지금 그거 한재이 아니지 않???

- 설마 차인혁 노래하니?

- 헐. 그래서 아까 그렇게 질색팔색 한 거야?

- 근데 차인혁이 노래 잘 함?

- 몰라 랩하는 것 밖에 본 적 없음

- 얘 어딜 봐도 보컬포지션은 아니지 않나

인터넷이 당황과 혼란으로 물든 가운데 나머지 두 팀의 영상이 이어졌다. 남궁찬과 엠케이는 파트 배분을 놓고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티격태격 하던 끝에 멱살잡이를 하고 있었다.

- 야 인간적으로 멱살잡이 너무하지 않냐 체급차이가 있는데

- 근데 엠케이가 안 밀림 뭐지 쟤ㅋㅋㅋ

- 그러게 저대로 싸우게 두면 엠케이가 이길 듯

- 남궁찬 싸우지도 않았는데 미리 1패 ㅋㅋㅋㅋ

그리고 화면은 이환과 심은규, 일명 환심이네로 옮겨갔다. 엉클박의 프로그램이 생방송이었던 관계로 발빠른 몇몇은 이미 이들을 묶어 환심이라 부르기 시작하고 있었다.

- 환심이 둘이 의외로 합이 잘 맞는 듯

- 이환 성격 까칠해 보이던데 그거 받아주는 거 저 안에서 심은규 정도밖에 없을듯

- ㅇㄱㄹㅇ 심은규 제외 남은 애들중에 이환이 덤벼서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자가 없다 ㅋㅋ

- 그러니 환심이 찰떡 인 듯 ㅇㅇ 게다가 둘 다 보컬 지망이라 들을 만 할 것 같잖아 트로트

- 와 근데 파트 배분에선 심은규도 칼이네 안 지네

- 그건 그렇지 심은규 하위권이라 똥줄 탈 듯

- 트로트로 뒤집어 버리자 얘들아!!  대세는 트로트야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었다.

차인혁과 한재이가 무대 위에 올랐다. 두 사람 모두 흰 셔츠에 슬랙스를 입은 담백한 모습이었다. 전주가 흐르고 첫 소절이 시작되기 직전, 차상혁의 인터뷰가 흘러나왔다.

[동생 차인혁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자막으로 뜬 질문에 차상혁이 잠시 고민하는 듯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

"[동생] 차인혁 말씀이십니까..."

조각같이 잘생긴 얼굴이 화면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건방지고 성격 더럽고 제 잘난 맛에 사는 멍청이죠."

찰나의 정적과 함께 차상혁이 이어 말했다.

"근데 끼 하나는 타고 났어요."

차상혁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화면이 반전하며 차인혁의 노래가 시작되었다.

지난 두 번의 경연에서 보여줬던 모습과는 달리 마이크를 쥔 채 그 자리에 서서 담담히 자신의 목소리에 감정을 실어내는 차인혁의 모습은 차상혁과는 또 다른 매력을 자아내고 있었다. 차상혁 존똑판이라고 불릴 정도로 닮은 마스크였지만 차상혁이 날카롭고 섬세한 음색이라면 차인혁은 묵직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목소리였다. 같은 노래 같은 편곡임에도 전달되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

그리고 그 위로 또 다른 목소리가 섞여들기 시작했다.

차인혁의 낮고 부드러운 리드에 맞춰 노래에 천천히 색깔을 입히듯 한재이의 목소리가 화음을 찍어 갔다.

두 사람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던 화면은 어느새 카히타마하키의 아름다운 풍경을 비추고 있었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미지의 섬이 간직한 신비로운 경관을 타고 울려 퍼졌다.

- 와 지금 편집은 반칙이다

- 좋은데 왜

- ㅇㅇ 좋은데 왜

- 생법 못 나간 애들은 불리함

- 어차피 스튜디오 심사단 판정이니 유불리 따질 필요 없지 않나

- 근데 차인혁 노래 의외로 괜츈

- ㅇㅇㅇㅇ

- 한재이 메보보다 섭보에 재능 있는 듯

- 한재이 마지막에 좀 이상한 거 나만 느낌?

- 뭐야 잘 불렀구만 왜 태클이야

- 요새 한재이가 뭐만 하면 태클 들어옴

- 퇴출1호가 잘나가서 배아픈가봄ㅋㅋ 퇴출1호보다 먼저 퇴출당하신 분들이 열폭중

- 분란글 자제염 ㅂㅁㄱㅂㅁㄱ

세 팀의 무대가 차례로 끝나고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이어졌다. 한재이의 컨디션을 지적하는 심사위원들의 코멘트에 게시판이 또다시 들썩였다.

- 뭐야 재이 아팠어?

- 모르겠던데? 어디 음이탈 느끼신 분??

- 차상혁이랑 에이미밖에 못 느낀 듯? 둘이 보컬이라 그런지 예리하긴 하네

- 근데 어차피 쟤네 이것밖에 스케쥴도 없는데 컨디션 관리 안한 건 좀

- 한재이는 생법 다녀왔잖아

- 같이 갔던 차인혁은 멀쩡함 ㅇㅇ

세 팀의 무대와 심사평이 지나간 뒤, 무대에 선 아이들에게 향후 스케쥴을 설명하는 장면이 흘러나왔다.

"개인 영상... 말씀입니까."

무대 위에 선 아이들을 대표해 엠케이가 물었다.

"네. 여러분은 4차 경연이 시작되기 전까지 유튜브 TVM 예능국 채널에 각자의 영상을 한 편씩 올리시게 됩니다. 길이는 2분 30초. 컨텐츠의 내용은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방송에서 보여드리지 못한 여러분의 모습을 시청자 분들께 직접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각자 획득한 조회수와 좋아요의 개수가 스코어에 반영 될 것입니다."

설명을 맡은 차상혁이 이어 말했다.

“전에 예고해 드린 바와 같이 오늘의 결과와 개인 영상의 집계 결과, 그리고 앞으로 있을 4차 경연의 결과까지를 종합해 평균점 이하의 탈락 후보자를 선정, 심사위원 투표에 들어갑니다.”

카메라가 그들의 표정을 하나하나 훑었다.

잔뜩 긴장한 표정의 심은규, 의외라는 듯 약간 당황한 듯한 차인혁과 엠케이, 찬스가 왔다는 듯 눈이 반짝이는 이환과 남궁찬을 지나 카메라가 한재이를 비췄다. 무표정한 얼굴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던 한재이가 손을 들었다.

“질문있습니다.”

“말씀하세요.”

“내용은 무엇이든 상관없다고 하셨죠?”

“상식에서 인정하는 수준에서.입니다. 공익을 해치는 유해한 컨텐츠나 지나치게 자극적인 컨텐츠는 물론 제외될 것입니다. 이 정도는 말 안 해도 아시겠죠?”

차상혁의 대답에 재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저희들이 직접 구상한, 상식적인 선에서 타인에게 유해하지 않고 너무 자극적이지도 않은 내용으로 최대한 많은 관심을 끌어내 보라는 말씀이시죠.”

재이의 말에 옆에 있던 아이들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 ㅋㅋㅋ 뭐야 암생각 없었는데 저렇게 듣고보니 ㅈㄴ 어려워보여

- 그러게 갑자기 난이도 훅 올라간 느낌ㅋㅋㅋㅋ

- 당연히 튜토리얼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하드모드였어

- 애들 뭐 할 지 기대된다 ㄷㄱㄷㄱ

- 자극적이지 않고 유해하지도 않은데 인기 끌 만한 컨텐츠가 뭐가 있냐 ㅋㅋㅋ

- 난 뇌가 썩었는지 생각 1도 안 나 ㅋㅋㅋ

"네, 그렇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강 건너 불 구경 하는 사람 특유의 여유로움이 철철 넘치는 어투로 차상혁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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