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퇴출 1호 아이돌 연습생이 되었다-32화 (3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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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후라이와 토스트 한 조각

[스텝 업 4차 경연] 멘토링의 결과는?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

오프닝을 알리는 문구와 함께 스텝 업 4차 경연 에피소드가 시작되었다. 멘토가 기다리는 곳으로 가기 위한 지령을 받은 아이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지정 장소로 향하는 장면이 차례차례 공개되었다.

30km 거리를 자전거로 이동하느라 추운 날씨에도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차인혁의 모습과 같은 시각 여유롭게 숙소에 들러 짐을 챙기고 석관이 운전하는 차 안에서 음악을 흥얼거리며 차창 밖 풍경을 감상하는 심은규의 모습이 동시에 화면에 뜨자 심은규가 차인혁을 돌아보며 말했다.

“차인혁 니가 그 소문의 자전거픽이었어?”

심은규의 말에 차인혁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심은규 니가 그 소문의 슈스픽이었냐.”

차인혁을 포함한 아이들의 시기 어린 눈빛이 제게로 쏠리자 당황한 심은규가 버럭했다.

“어? 어어, 그게··· 아니 근데 내가 고른 것도 아닌데 다들 왜들 이러는 건데? 불만 있으면 피디님한테 얘기해 보던가?”

“저거 한재이랑 다니더니 큰소리만 늘었어.”

“그러게 우리 은규가 저러지 않았는데.”

“한재이 탓이지.”

“한재이가 나빴네.”

“아니 근데 이것들이 왜 가만히 있는 내 탓을 해.”

재이가 옆에 있는 쿠션을 바닥에 앉아 수군대고 있던 녀석들에게 집어 던지며 말했다.

“윽 저 성깔 봐라.”

“카메라 없었으면 뒤집어엎었을 듯.”

“둬라, 여기서 조금만 더 하면 내일 밥 없다고 할걸.”

“와 예언자 갓케이.”

그 사이 장면은 바뀌어 어린이에게 제대로 잡히는 한재이의 모습이 등장했다.

[재재님을 쥐락펴락하는 어린이]

어린이의 말 하나 하나에 어찌할 줄 몰라하는 모습을 본 녀석들의 시선이 이번엔 일제히 재이에게로 쏠렸다.

“대표님에게 히든멤버 투입시켜달라고 할까.”

“트렌드를 앞서가는 의미에서 한 일고여덟 살쯤 된 애기가 좋겠어.”

“그치 원래 팀의 한 명 정도는 젊은 피 담당이 있어야 한다더라.”

“아 다들 시끄러워 방송 좀 보자!”

재이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웅성거림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다니. 독재자 클라스 보소.”

“내일 아침 굶기 싫으면 그쯤 해라.”

“나왔다. 밥 카드.”

“제길 역시 필요하다, 애기멤.”

‘아 진짜 저것들 어째 점점 더 기어오르는 느낌이야.’

재이는 속으로 한탄하며 화면에 시선을 집중했다.

본격적인 멘토링의 과정이 지나가고 스튜디오에서 녹화한 경연 영상이 시작되었다.

“근데 진짜 저건 의외긴 했어.”

은규와 재이가 나란히 무대에 오르는 것을 보며 엠케이가 말했다.

“그치, 설마 이우연 선생님을 끌어들일 줄이야. 저 정도면 그냥 반칙이지.”

기다렸다는 듯 말을 얹는 이환에 엠케이가 덧붙였다.

“아니 난 심은규 자작곡 얘긴데.”

“아, 그거···.”

“그러게. 심은규 작곡도 가능했다니. 비장의 무기에 한 방 얻어맞은 기분이었다고. 배신감 쩔어.”

“아니 딱히 숨긴 적 없는데. 프로필에도 적었다고.”

은규의 말을 대변하듯 첫 인터뷰 영상이 자료화면으로 지나가면서 자필로 쓴 자기소개 차트 중 [특이사항: 작곡] 이라 쓰여 있는 부분이 클로즈업되었다.

[심은규 회심의 한 방]

그 위로 덧붙여지는 자막에 남궁찬이 말했다.

“저거 봐. 제작진도 까먹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니까.”

“슬픈 심은규의 존재감.”

무대가 시작되자 티격태격하던 녀석들의 말소리가 잦아들었다.

경쾌한 업템포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심은규와 한재이가 간단한 안무에 맞춰 리듬을 타고 있었다.

GOOD MORNING

아침에 일어나면 비몽사몽

여기가 어딘지 나는 누군지

약간 하이톤인 심은규의 목소리로 도입부가 시작되었다.

습관처럼 일어나서 거울을 보면

부스스한 얼굴 낯선 모습

재이의 능청스러운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그리곤 은규와 재이가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곤 서로에게 외쳤다.

OH MY GOD WHO ARE YOU?

점점 빨라지는 비트에 맞춰 후렴구가 쏟아져 나왔다.

노 노논 노노논

꿈일 거야 그럴 거야

(그럴 리가 정신 차려)

나 나난 나나난

아니네! 진짜네

(모르겠다 배고파)

노 노논 노노논

어쩌겠어 이게 난데

(아침은 뭐 먹지)

나 나난 나나난

((계란 후라이에 토스트 한 조각))

“아 제발 또 머릿속에서 울리기 시작했어.”

“저놈의 계란후라이 토스트 한조각”

“채널 좀 잠깐 돌려봐.”

“안 돼 이미 망했어.”

조용히 보고 있던 녀석들이 머리를 쥐어 싸매며 괴로워했다.

“진짜 녹화 끝나고부터 계속 머릿속에서 안 떠난다고.”

“저건 곡이 문제냐 가사가 문제냐?”

“내가 볼 땐 둘 다 문제야”

아이들의 아우성에 재이와 은규가 서로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반복되는 후렴구에 별 내용도 없는 가사를 입히자 훌륭한 후크송이 탄생했다. 처음 재이가 써 온 가사를 보고 ‘대체···’라는 표정으로 쳐다보던 사람들도 곡의 특색있는 스타카토 구간에 찰떡같이 맞아떨어지는 가사에 어느샌가 콧노래를 흥얼대고 있을 정도였다.

[가사는 어떻게 생각하게 됐어요?]

반복되는 후렴구를 배경으로 재이의 개인 인터뷰 영상이 오버랩됐다.

- 그냥. 아침에 일어나면 다들 한 번쯤 생각하잖아요? 거울에 비친 저게 진짜 나란 말인가. 뭐 그런 거요. 그리고 생각하는 거죠. 아 근데 배고픈데 아침 뭐 먹지.

[놀랍도록 순도 100%를 자랑하는 의식의 흐름송]

자막과 함께 다음 질문이 이어졌다.

[계란후라이랑 토스트가 그렇게 좋아요?]

- 아뇨.

칼같이 돌아오는 대답에 그럼 뭘 좋아하느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재이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 고기요. 당연한 거 아닌가요?

“진리 터졌네.”

보고 있던 남궁찬이 중얼거렸다.

“아침부터 스테이크 썰 준비가 되어있는 자라 불러다오.”

“으 쏠려.”

“심약은규 답다. 고기는 진리인 것을.”

“근데 우리 아침은 왜 맨날 저건데?”

마침 노래에 맞춰 화면에 떠다니는 계란후라이와 토스트 한 조각을 가리키며 엠케이가 물었다.

“제작비 감당 안 된다고 적당히 하라고 하시더라고.”

덤덤한 재이의 말에 녀석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하긴. 입이 여섯인데.”

“나 먹는 거 본 우리 누나가 넌 떨어져도 아쉬울 게 없겠다고.”

“엌 누님 뼈 때리시네.”

“대표님 피디님 사랑합니다.”

“데뷔하면 빡세게 다이어트 할테니까 데뷔시켜주세요.”

녀석들이 각자 제가 하고 싶은 말들을 중구난방으로 쏟아내고 있는 사이 무대는 종반에 접어들었다.

“아! 저거! 나 저거 보고 깜놀했잖아!”

무대의 마지막, 재이가 보여 준  클로징 퍼포먼스에 엠케이가 소리를 질렀다. 심은규의 목소리에 하모니를 넣으며 마지막 소절을 끝내는 것과 동시에 마이크를 한 손에 든 채 그대로 공중에서 한 바퀴 돌아 착지하는 모습은 군더더기 없이 가볍고 깔끔했다.

태연한 표정으로 화려한 측공을 선보인 재이를 카메라가 클로즈업하고 그와 시선이 마주친 재이가 짧게 웃는 것으로 무대가 끝났다.

“너 저거 대체 언제 누구한테 배운 거야?”

엠케이가 추궁하듯 재이에게 물었다.

“아. 유튜브?”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던데?”

옆에 있던 남궁찬이 거들었다.

“내가 좀 타고 난 편이라.”

재이의 뻔뻔한 대답에 아이들이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자기들끼리 수군댔다.

“대체 누구냐고 쟤 보고 퇴출 1호라는 별명 붙인 사람.”

“저러니 우리까지 짜고 치는 고스톱이란 소릴 듣지.”

“억울하다 성명서라도 낼까.”

“뭐라고? 저 녀석이 저렇게 치고 올 줄 저희도 진짜 몰랐다고?”

“와 말하지마 말하지마 실제로 들으니까 세상 찌질하잖아.”

서로 티격태격하는 녀석들 너머로 TV에선 멘토를 담당했던 차상혁과 특별게스트 자격으로 출연한 이우연의 인터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심은규, 한재이와 함께 작업 해 보신 소감은?]

- 음. 의외였죠. 심은규의 경우 사실 지금까지의 경연에서는 무난하다는 인상이 강했는데 의외로 강력한 한 방을 가지고 있더군요. 피아노 콩쿠르 수상 경력도 있다더니, 확실히 곡에 대한 이해도도 제법이더군요. 한재이는···

잠시 말을 멈춘 차상혁이 옆자리에 앉은 이우연을 힐끔 쳐다보곤 이어 말했다.

- 사실 제가 감당이 안 될 것 같아서 우연이 형한테 좀 부탁했어요.

[감당이 안 될 것 같다니요?]

- 저는 트레이닝으로 다지는 법밖에 모르는데 얘는 그러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같은 소속사에서 연습생 시절을 거쳐 데뷔한 차상혁의 코멘트를 듣고 있던 이우연이 입을 열었다.

- 밤에 자려고 하는데 상혁이한테 갑자기 전화가 왔죠. 간만에 술이라도 마시자고 하는 건가 싶어서 받았더니 다짜고짜 노래 좀 들어보라는 거예요. 얘가 벌써 취했나 싶었죠.

이우연의 말에 차상혁이 큭큭대고 웃으며 말했다.

- 처음엔 틱틱대더니 나중엔 제발 자기도 좀 끼워달라고 아주 사정을 사정을···

- 츠승휵 시끄릅드.

팔꿈치로 차상혁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이우연이 잇새로 속삭였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 위로 차상혁이 이우연에게 전화를 거는 장면과 얼마 안 돼서 그 늦은 밤에 바람처럼 달려 차상혁의 별장까지 쫓아온 이우연의 모습이 지나갔다.

[두 사람의 자작곡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 기발하죠. 본인들의 특색을 잘 살렸다고 생각해요.

- 가사 보고 처음엔 아무리 그래도 방송에 쓸 곡인데 이건 아니지 싶었는데. 곡이랑 맞춰보니 의외로 괜찮더라고요.

[계란 후라이와 토스트···]

- 으윽 그만···

- 제발 이제 내 머릿속에서 나가 줘

두 사람이 동시에 머리를 쥐어 싸매며 아우성치는 것을 끝으로 다음 팀의 경연으로 넘어갔다.

차인혁과 엠케이, 그리고 남궁찬이 무대로 올라섰다.

평가단 중 문 대표와 장 이사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그들을 살폈다. 남궁찬의 스코어가 쳐지고 있긴 해도 애초에 이 멤버에 이환을 더한 넷이 케이엠의 차기 남돌 데뷔 조로 불리던 A팀 멤버였기 때문이었다.

[케이엠 차기 데뷔 조라 불리던 원조 A팀의 위엄]

깨알같이 이환의 얼굴을 말풍선으로 덧붙인 자막을 보고 심은규와 한재이가 투덜거렸다.

“와 누군 퇴출 1호라고 어그로만 만땅 끌어주시더니 편애 무엇?”

“한재이 넌 그나마 어그로라도 끌었지. 지금까지 공기 같은 존재감으로 버틴 나도 있어.”

“어 근데 공기가 말도 하네.”

“어휴 진짜 저건 지 아니면 다 적인 듯···”

심은규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엠케이를 중심으로 장신의 나머지 두 명이 양 뒤쪽에 선 포메이션으로 곡이 시작되었다.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힙합을 덧입힌 곡으로 아예 보컬을 깔아놓은 상태에서 세 사람의 특장점인 랩과 댄스를 어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었다.

빠른 비트의 랩을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이끌어 가면서도 잘 짜인 고난도 안무를 안정적으로 소화해 내는 모습에 [이것이 원조 A팀 클라스]라는 자막이 붙었다.

“내 차례에도 A팀 타이틀 붙여주려나···”

“이환아 꿈 깨라. 넌 벌써 밀려났어.”

“일대일 멘토링으로 꿀 빤 녀석은 밀려나도 되지. 되고말고.”

“아까 그건 예의상 박아 준 거야. 대표님하고 이사님 표정 봐라. 넌 이미 잊힌 존재라니까.”

이환이 입을 열자마자 나머지 녀석들이 득달같이 받아치며 이죽거렸다.

“와 틈만 보이면 물어뜯으려고 아주.”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리는 이환에게 나머지 녀석들이 앞다퉈 말했다.

“원래 이 바닥이 그렇지.”

“우리는 비즈니스 관계니까.”

“아직 그 비즈니스 시작도 안 했으니 결론은 아무 관계도 아님.”

“기적의 논리왕. 제대로 반박 불가네.”

화면에선 무대의 중반부 박력 넘치는 영상 위로 연습에 골몰하는 세 사람의 모습이 오버랩 되고 있었다. 머리를 맞대고 안무를 짜는 모습, 랩파트 분배를 위해 의논하는 모습, 녹음에 앞서 비제이와 AR팀에게 지도를 받는 모습들이 무난하게 지나가는 듯하더니 화면이 갑자기 블랙아웃했다.

- 으아아아 그게 아니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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