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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론 같이 먹자고
스텝 업 게시판
[트위스터 게임 ㅈㄴ재미쎀ㅋㅋ]
- 야 이거 진짴ㅋㅋㅋ 미안하다 얘들아 내가 너희를 너무 띄엄띄엄 봤구낰ㅋㅋ 이렇게 깔끔하게 발라버리다닠ㅋ 어쩔··· 어 아니 트위스터 게임 개재밌다고 그러타곸ㅋㅋㅋ 모두들 트위스터 게임 하자고 ㅋㅋㅋ
└ ㅇㄱㄹㅇㅋㅋㅋ나도 트위스터게임 사러간다ㅋㅋ
└ 누군 복장 터지겠다 ㅋㅋ 억울한데 항의도 못 하고 ㅋㅋㅋ
└ 자업자득이지. 그러게 왜 가만히 있는 애들을 후려쳐
└ 간 보다가 오히려 대가리 오지게 쳐 맞음ㅋㅋ
└ 그 와중에 집요한 한재잌ㅋ 적중률 100%ㅋㅋㅋ
└ 레알 난 핑크에 자석 달린 줄 알았잖아 ㅋㅋㅋ
└ 뭔데? 무슨 일 있었음? 나 혐생때문에 며칠 못 달렸는데 그새 무슨 일이야??
└ 일단 이것부터 보고 와라 (http://xx.eertd.yy/dr132
└ 염색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배워간다 ㅋㅋㅋㅋ
└ 나 며칠 전에 노란색으로 탈색했는데 보는 내내 머리통 빠개지는 줄ㅋㅋ
└앜ㅋㅋㅋㅋ 이건 넘 불쌍하잖앜ㅋㅋㅋㅋㅋ
게시판은 며칠 전 시차를 두고 올라온 두 팀의 영상으로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프로그램이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게시판의 분위기도 사뭇 달라졌다. 타사 데뷔 조와의 경연은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땔감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 프로그램 초반부터 이제껏 각자 마음에 든 참가자들을 중심으로 관전하던 분위기는 여기까지 온 거 데뷔까지 가자는 쪽으로 어느샌가 완전히 기울어 있었다. 외부의 적을 이용해 내부 결속을 다지는 전략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유효한 법이었다.
“흐흐흐. 오늘 걔들이 염색 새로 하고 왔을 거로 생각하는 사람?”
파이널 경연 당일.
스튜디오로 향하는 차 안에서 핸드폰으로 게시판 상황을 살피던 엠케이가 신이 난 듯 외쳤다.
“저거 또 시작이네.”
“둬라. 저렇게라도 스트레스 풀겠다는데.”
“저렇게 멘탈이 약해서야 어디 써먹겠냐고.”
“내버려 두면 알아서 다시 회복할걸?”
“그치. 플라나리아 급 회복력.”
자신의 말에 동조하는 대신 제각기 한 마디씩 내뱉고는 각자 하던 일로 돌아가는 다른 녀석들의 반응에 엠케이가 투덜거렸다.
“이 팀워크의 팀 자도 모르는 것들 같으니.”
“그런 건 무대 위에서 찾아.”
“걔 아직 출근할 시간 아니라더라.”
“그거 슛 싸인 들어와야 터지는 마법의 주문 아니었음?”
각자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한마디씩 보태는 녀석들의 말에 뭐라 더 말하려던 엠케이가 입을 삐죽이며 팩 고개를 돌렸다. 그사이 그들이 탄 차는 방송국 지하 주차장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어?”
“어어?”
창밖에 시선을 두고 있던 엠케이와 이환이 동시에 얼빠진 소리를 냈다. 그 소리에 다른 녀석들의 시선도 따라 움직였다.
“··· 이야 보기보다 강단 있네.”
“하긴 딱히 뭘 당한 것도 아닌데 머리카락 색 바꾸고 와 봐야 굽히고 들어간단 인상밖에 더 주겠냐.”
“근데 분위기는 살벌한데? 매니저 눈에서 레이저 나올 듯.”
“뭐 이 상황에 화기애애해봤자 어디 쓰겠냐.”
“그건 그렇긴 하지.”
두런거리는 녀석들의 시선 끝에는 마침 차에서 내리고 있는 태영기획 데뷔조 녀석들이 있었다. 화려한 머리 색깔과는 대조적으로 멀리서 한 눈으로 봐도 날카롭게 날이 서 있는 듯한 분위기였다.
“자 들어가자.”
주차를 마친 석관이 말했다. 문이 열리고 하나둘씩 내리기 시작하자 입구로 들어서던 저쪽도 이쪽을 알아보고 웅성대는 것이 보였다. 한껏 경계 섞인 시선에 다들 잠시 멈칫하는데 한재이가 먼저 성큼 앞장서 걸으며 말했다.
“다들 인사해야지?”
옆을 스쳐 지나가는 재이의 얼굴이 마치 오래 못 본 절친이라도 만난 사람처럼 활짝 웃고 있는 것을 본 엠케이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 떨었다.
“와. 며칠 안 봤는데 되게 반갑네요. 화빈씨.”
재이에게 이름을 불린 핑크 머리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마지못해 고개를 까딱하며 인사했다. 먼저 와서 살갑게 이것저것 묻던 며칠 전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었다.
“어? 왜 갑자기 어색해하고 그래요? 지난번 만났을 때 우리 많이 친해진 줄 알았는데. 서운하네.”
“아니 딱히···”
“화빈아, 들어가자.”
이화빈이 뭐라 대꾸하려는데 누군가가 말을 끊으며 재촉했다. 재이는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돌아보곤 저를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는 방용훈 팀장에게 꾸벅 인사했다.
“앗. 안녕하세요.”
“그래요. 한재이씨. 다른 팀 헤집고 다닐 시간 있으면 연습 한 번 더 하는 게 낫지 않겠어요?”
자신의 인사에 날선 말로 대꾸하는 방용훈을 바라본 재이가 씩 웃으며 대답했다.
“충고 감사합니다. 새겨듣겠습니다.”
그런 재이의 태도가 못마땅하다는 듯 짧게 혀를 찬 방용훈과 태영기획 쪽 스태프들이 멤버들을 데리고 먼저 들어가 버렸다. 뒤따라온 석관과 나머지 아이들이 재이를 둘러싸고 한마디씩 했다.
“뭐야. 분위기 싸하다?”
“대기업치곤 좀 쪼잔한 듯도 싶고?”
“그러게 우리가 뭘 어쨌다고.”
“그러니까. 편집한다고 얼굴을 뭉개버리길 했나, 올려치기 하려고 그쪽을 후려치길 했나.”
“인사 안 하고 지나쳤으면 인사도 안 한다고 또 씹었을 거면서.”
“불안한갑지.”
아이들의 투덜거림을 듣고 있던 재이는 어깨를 으쓱하곤 무심하게 내뱉었다.
***
‘생각했던 것보다 접전인데?’
랩 배틀이 한창인 무대 앞쪽을 바라보며 재이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꽤 괜찮은 격차로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던 1차 무대와는 달리 2차 무대는 우열을 가리기 힘든 분위기였다. 유명 크루 출신이 가담한 댄스배틀은 애초에 이쪽에 승산이 없을 거라 예상했던 부분이긴 했지만, 랩에서까지 밀리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남궁찬이 선전 중이긴 했지만, 상대 쪽 랩 멤버의 입심이 생각했던 것보다 꽤 매웠다.
환호와 야유를 섞어가며 무대 뒤편에 마련된 스탠드형 좌석에 앉아 적당히 분위기를 맞추고 있는데 옆에 앉아있던 엠케이가 슬쩍 고개를 틀고 중얼거렸다.
“남궁찬 불안한데.”
“왜.”
재이는 표정을 유지하며 무대 앞쪽에 나가 있는 남궁찬의 뒷모습을 눈으로 훑었다. 딱히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모습에 속으로 고개를 갸웃하는데 엠케이가 재빨리 속삭였다.
“쟤 불안하면 다리 떤단 말이지.”
과연.
리듬 타고 있는 줄 알았더니 다리 떠는 거였어?
재이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남은 시간은 30초.
잘만 하면 남궁찬의 턴으로 끝낼 수 있었다.
“응원하러 가자.”
“어? 어어?”
눈치 빠른 녀석들이니 알아서들 들어오겠지.
재이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대로 한 바퀴 회전하면서 이제 막 랩을 시작한 남궁찬의 옆으로 다가갔다. 어깨를 한 번 툭 치곤 반대편에 서 있던 상대편 랩 멤버 앞쪽으로 도발하듯 고개를 들이밀고 씩 웃어 보이자 오만하게 고개를 까딱이고 있던 상대편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한 박자 늦게 뛰쳐나온 엠케이와 차인혁이 남궁찬과 하이파이브를 하곤 재이와 함께 그루브를 타기 시작했다.
와아아-
재이를 비롯한 다른 녀석들의 갑작스러운 참전으로 살짝 밀리는 듯하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뒤집혔다. 속도가 붙은 남궁찬의 랩에 맞춰 노골적으로 상대편을 도발하는 세 사람의 즉흥 퍼포먼스에 태영기획 쪽 멤버들 또한 하나둘 무대 앞쪽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상대편이 전열을 가다듬는 것보다 먼저 타임아웃을 알리는 버저가 울렸다.
“이건 반칙이죠!”
태영기획 쪽 누군가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 죄송해요. 순간 너무 신이 나서 그만.”
태연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재이가 말했다.
“그래도 우리 랩은 한마디도 안 했어요!”
“마이크 가지고 가는 것도 까먹은걸요!”
“어쨌거나 죄송합니다!”
눈치껏 한 마디씩 거드는 녀석들에 태영기획쪽 멤버들이 불편한 표정으로 카메라 뒤쪽 피디의 눈치를 살폈다. 옆에 선 스태프들과 몇 마디 나눈 피디가 손짓했다.
이대로 계속 진행하라는 사인이었다.
‘좋아.’
재이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여기서 끊어 가기엔 이미 무대가 한 번 끝이 난 뒤였다. 게다가 관객 반응 또한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랩만 오가며 단조로웠던 그림이 멤버들이 난입하면서 적당히 긴장감이 돌아온 모양새였다.
“투표 진행하겠습니다.”
피디의 사인을 받은 진행자가 관객의 투표를 유도하는 동안 재이는 제게 쏟아지는 시선을 여유롭게 하나하나 받아쳤다.
‘아 어쩌라고.’
어깨를 으쓱하며 씩 웃자 몇몇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이 보였다.
“저런. 카메라 돌아가는데.”
옆에 서 있던 엠케이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러게나 말이다.
재이가 속으로 맞장구쳤다.
마지막 경연을 앞두고 스태프들이 무대 세팅을 하는 동안 잠시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대기실로 돌아오던 재이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뒤돌아보았다.
“한재이씨.”
“네?”
핑크 머리와 노랑머리가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왜 또. 물개 쇼 보여주려고?
고개를 갸웃하며 쳐다보자 가까이 다가온 녀석들이 입을 열었다.
“아까 건 비겁했어요.”
비난 섞인 눈초리에 재이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음. 어쩌라는 건지.”
“와 카메라 없다고 바로 태도 바뀌는 것 좀 봐.”
노란머리가 분통터진다는 듯 투덜거렸다.
“그건 피장파장같은데.”
“와 진짜. 카메라 앞에선 샐샐 거리더니. 이걸 사람들이 다 봐야 하는데.”
씩씩대는 노랑머리를 힐끔 쳐다본 재이가 핑크 머리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 말 하려고 부른 거예요? 판정에 불만이 있으면 피디님한테 가세요.”
애먼 사람 붙잡지 말고.
재이의 말에 핑크 머리가 입을 열었다.
“매번 이런 식으로 여기까지 온 겁니까? 데뷔까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남 뒤통수만 후려치다 보면 길게 살아남기 힘들 겁니다.”
핑크 머리가 할 말 끝났다는 듯 등을 휙 돌렸다. 그 뒤통수 참 탐스럽게도 생겼다고 생각하며 재이가 입을 열었다.
“매번 이런 식으로 여기까지 왔어요?”
핑크와 노랑이 뒤를 돌아봤다.
“만만해 보이면 미리 눌러버리고 좀 버겁다 싶으면 슬쩍 빠지고? 그런 식으로 데뷔까진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앞으론 버티기 힘들겁니다?”
“무슨 뜻입니까?”
두 사람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더 쉽게 얘기 해 달라고요? 카메라 앞에선 어떻게든 가려도 뒤에선 터진 인성 그대로 인 거, 언제까지 갈 것 같아요?”
피식 웃으며 위아래로 훑어보자 노랑이 발끈했다.
“이게 근데 진짜!”
“조심해요. 이번엔 이 쪽 입맛대로 편집해줄 카메라가 노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재이의 말에 노랑머리가 움찔했다. 주춤 하는 노랑 옆에서 핑크가 말했다.
“그건 우리도 몰랐어요.”
재이가 한 쪽 눈썹을 치켜올리자 그가 이어 말했다.
“우리도 그런 식으로 편집된 게 나갈 줄 몰랐···”
“본인들도 알고 있죠?”
뭘? 이라는 눈빛의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던 재이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지금 그 말, 형편없다는 거. 아니면 뭐. 더 할 말도 없고.”
그냥 가던 길 가세요.
손을 휘휘 저어보이는 재이에 노랑 머리가 씨근대며 다가오려는 것을 핑크 머리가 억지로 잡아 끌고 자기들의 대기실로 돌아갔다.
“뭔데뭔데? 싸웠어?”
한 박자 늦게 뒤에서 호들갑스러운 엠케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이런 걸 싸웠다고 할 수 있나? 싶어서 재이가 대답하자 핑크머리와 노랑머리가 들어간 대기실 문을 바라보던 엠케이가 물었다.
“쟤네한테 시비 털렸어?”
조금 걱정스러운 듯한 그 말투에 재이가 새삼 엠케이를 돌아보았다.
“누가. 내가?”
“어, 너.”
"아하."
그게 시비 거는 거였냐는 듯 뒤늦게 어이없어하는 재이에게 짧게 한숨을 내쉰 엠케이가 이어 말했다.
“아까 거기서 무대 난입한 것 때문에 걔네들이 너 곱게 안 보는 것 같아서.”
“그게 뭐 어쨌다고. 꼬우면 지들이 먼저 했어야지.”
“어휴 또 나왔네 저 꼬우면 시리즈. 아무튼.”
잠시 말을 멈춘 엠케이가 재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괜히 나서서 적을 만들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혼자 당할 필요도 없다고.”
재이가 의외라는 듯 엠케이를 바라봤다.
그 시선이 부담스러운 듯 엠케이가 재빨리 덧붙였다.
“아니 니가 자꾸 여기저기 혼자 시비털고 다니니까 그러지.”
“뭐야 엠케이 조금 감동먹으려고 했는데. 분위기 다 깨고.”
“감동은 개뿔. 네 그 성질 좀 죽이고 다니라고. 동네방네 싸움 걸지 말고.”
“와 말 바꾸는 것 좀 봐. 누가 들으면 내가 쌈닭인 줄 알겠네. 나 진짜 가만히 있었다니까?”
가만히 있는데 와서 괜히 찔러보더라고. 내가 무슨 떡도 아니고 찔러보긴 왜 찔러봐.
재이가 중얼거리는 것을 보고 있던 엠케이가 말했다.
“그러니까. 그렇게 혼자 다 상대하지 말고 응? 아이씨. 에이 몰라! 아무튼. 앞으로 욕먹어야 하면 같이 먹자고.”
“엠케이 너···. 오래 살고 싶었구나?”
“··· 그래. 말을 말아야지 내가. 말을.”
아 얼른 들어와! 안무 좀 맞춰보게.
버럭 성질을 내곤 성큼성큼 들어가 버리는 엠케이의 뒤통수를 바라보던 재이가 피식 웃었다. 아까까지 더러웠던 기분이 좀 나아진 듯한 느낌이었다.
- 마지막 대결, 과연 스텝업 멤버들은 태영기획의 데뷔 조를 꺾고 6인 체제로의 데뷔를 이룰 수 있을 것인가!?
팽팽한 긴장감 속 진행자의 멘트와 함께 마지막 무대의 막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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