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퇴출 1호 아이돌 연습생이 되었다-48화 (48/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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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데뷔 쇼케이스

데뷔 쇼케이스 당일

“와 진짜 우리 쇼케를 여기서 한다고?”

“무대 처음 서 보는 것도 아니고 호들갑은. 아마추어처럼.”

멤버들은 리허설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공연장을 찾았다. 엠케이가 천여 명 규모의 객석을 둘러보며 감탄사를 내뱉자 그 옆에 있던 이환이 핀잔을 주었다.

“이환 넌 꼭 말을 그렇게 얄밉게 해야 하냐?”

엠케이가 이환을 흘겨보며 투덜거리자 남궁찬과 심은규가 끼어들었다.

“대체로 이환이 저렇게 말할 땐 속으로 겁나 긴장했을 때지.”

“그럼 그럼. 사실 이환처럼 알기 쉬운 애가 없어요.”

“다음 앨범 고민 상담은 이거다. 팀 내에 악개가 있을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저런. 거기 인기라 줄 서야 한다던데.”

“이미 차차기 앨범까지 예약 꽉 찼다던데.”

“예약제였어?! 나만 몰랐던 거야? 그런 게 어딨어!”

버럭하는 이환을 힐끔거리며 엠케이와 재이가 수군댔다.

“내가 볼 땐 이환 저거도 은근 즐긴다니까.”

“본투비 관종인 거지.”

“다들 그만하고. 리허설 시작한다.”

발끈한 이환이 그들을 돌아보며 뭐라고 더 쏘아붙이려는데 인혁이 말을 끊어냈다. 가위바위보의 절대 패자라는 오명을 쓰긴 했지만 최근 데뷔를 위한 마지막 스퍼트를 거치며 차인혁 리더 체제도 꽤 자리를 잡아 가고 있었다. 인혁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무대 아래쪽에서 스태프가 큐사인을 보내왔다.

- 리허설 시작하겠습니다.

“오, 목소리 시원시원한데?”

음향을 체크하던 스태프 중 한 명이 중얼거리며 고개를 들어 리허설이 한창인 무대를 바라보았다. 오늘이 데뷔 쇼케이스라더니 기합 빡 들어간 칼군무가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포메이션의 중심에 서서 고난도 춤을 소화하면서도 흔들림 없이 곧게 뻗어 나가는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한 그가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옆의 동료에게 말했다.

“아, 얘네 케이엠이었지? 쟤가 걔구나. 이우연이 칭찬했다는.”

“아. 쟤가 걔야? 확실히 색깔 있네.”

어지간해선 공개석상에서 누군가를 칭찬하는 일이 드문 보컬리스트 이우연이 최근 가장 마음에 들었던 보컬로 아직 데뷔도 하기 전의 아이돌 연습생을 꼽았던 일은 좁은 이쪽 업계에서 소소하게 화제가 되었다. 혹자는 홀로 깨끗한 척하던 이우연도 결국 태세와 야합하고 아이돌이나 빨아 준다며 비아냥거렸지만 실제로 보니 납득할 만한 평가였다.

“이야, 짱짱하네.”

귀에 꽉 차는 성량으로 고음파트를 소화하는 녀석을 바라보며 스태프가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를 따라 탄탄한 중저음의 래핑과 서브 보컬의 부드러운 하모니가 이어지는 것을 듣고 있던 옆자리 동료가 물었다.

“그래서 쟤네 이름이 뭐라고?”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일부가 되고 싶은 Part of you, PART.Y (파티) 입니다!”

‘아···. 대표님···.’

재이는 시야 한가득 들어오는 꽉 찬 객석을 향해 요 며칠 얼마나 연습했는지 머리보다 먼저 움직이는 입으로 팀 구호를 외치며 속으로 문 대표를 떠올렸다. 이번 데뷔 그룹의 이름은 당신께서 직접 짓고 싶으시다며 선택권을 가져가시더니 만들어 주신 것이 이것이었다.

취지는 좋았다.

컨셉이 너무 게임 판타지 쪽으로 치우치니 중의적인 그룹명에 전혀 다른 구호로 밸런스를 맞추자는 거였는데, 직관적 이어서 좋다는 의견과 고유성이 떨어져 검색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맞붙었다. 그러나 뭐, 갑론을박해 봐야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절대 갑께서 그러시다는데 뭐.

너희는 앞으로 파티라는데 뭐.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밖에 할 말이 없었다. 객석을 가득 메우고 야광봉과 슬로건을 흔들며 응원을 해 주고 있는 팬들에게 감사할 따름이었다.

미리 진행된 기자 상대의 쇼케이스가 끝나고 6시에 발표된 음원은 89위로 차트 진입에 성공했다. 내로라하는 기존 아티스트들과 선배 아이돌 그룹의 틈바구니에서 잠깐이나마, 턱걸이로라도 80위대로 차트 진입에 성공했다는 사실은 멤버들을 잔뜩 들뜨게 했다.

데뷔 서바이벌이라는 테마로 진행된 스텝 업을 비롯해 생법이나 엉클박 같은 단발성 활동으로 방송에 꾸준히 얼굴을 들이밀긴 했지만 그래 봐야 한 줌의 관심이겠거니 하고 있었는데 예상을 웃도는 좋은 스타트였다.

특히 음원과 동시에 공개된 데뷔곡 [Like Tutorial]의 뮤직비디오 반응이 좋았다. 없는 시간을 쪼개 파크루와 아크로바틱 전문가와 함께 동작을 짜맞추고, 특수효과 전문팀을 붙여 영상의 완성도에 심혈을 기울인 보람이 있었다.

데뷔곡으로 오프닝 무대를 마치자마자 신인답게 패기로운 단체 멘트로 관객들을 향해 첫인사를 한 멤버들에게 사회를 맡은 개그맨 김봉만이 말을 건넸다.

“와, PART.Y  파티 여러분 반갑습니다. 처음 만났을 땐 아직 카메라도 어색해하는 연습생이었는데 이렇게 데뷔까지 하다니 제 일인 것처럼 기쁘기 그지없네요.”

김봉만은 예전 그가 했던 말처럼 재이와 인혁이 데뷔한다는 소식에 반가워하며 데뷔 쇼케이스 사회를 흔쾌히 수락했다.

“특히 재이 씨와 인혁 씨는 뙤약볕 아래 땀에 푹 젖은 티셔츠에 트레이닝 복 차림만 보다가 오늘 이렇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쫙 빼입은 거 보니까 새로운데요? 이야. 진짜 연예인 같네요. 눈부시다 눈부셔. 아, 이렇게 보니 이 팀 평균신장이 큰 편이구나? 얼른 앉아야겠다. 우리 앉아서 얘기하죠?”

김봉만이 멘트를 이어가는 동안 스태프들이 재빨리 무대에 인원분의 의자를 세팅했다.

“일단 자기소개를 좀 부탁드릴게요.”

자리에 앉은 김봉만의 말에 미리 정해뒀던 순서대로 멤버들이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했다.

“안녕하세요. 파티의 리더 차인혁입니다.”

“파티에서 댄스를 맡고 있는 엠케이입니다.”

“남궁찬입니다. 엠케이와 함께 파티의 댄스와 랩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보컬을 맡고 있는 이환입니다.”

“심은규입니다. 파티에서 보컬과 작곡을 맡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한재이입니다. 파티의 노래와 얼굴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재이의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엠케이와 심은규, 남궁찬이 말했다.

“와 한재이 씨 그건 오버죠.”

“그러게요. 여러분 보셔서 아시겠지만 저희 팀 얼굴 담당은 차인혁입니다.”

“사실 한재이 씨 담당은 얼굴이 아니라 어글입니다.”

“오 저런, 남궁찬.”

“쟤가 저런 개그 잘 안 치는데. 오늘 긴장을 하긴 했나 보네요.”

“하하 여러분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될까요.”

“자 여러분, 다 같이 여기를 보세요.”

재이의 한마디에 멤버들이 와르르 정신없는 수다를 쏟아내던 중, 남궁찬의 실패한 개그에 이환이 손을 높이 들어 올리며 한마디 했다.

딱.

경쾌하게 손가락 튕기는 소리가 묘하게 크게 울렸다.

그와 함께 장내의 조명이 일제히 꺼졌다.

일순 소리까지 완벽하게 암전되었던 무대가 다음 순간 조명, 사운드, 모니터의 순으로 순차적으로 되돌아왔다.

“이야, 이환 씨 조금 전 그건 뭐죠? 혹시 마법이라도 쓴 건가요?”

김봉만이 능청스럽게 묻는 말에 이환이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비밀입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뮤직비디오를 확인해 주세요.”

“여기 계신 분들은 이미 몇 번씩 다 보고 오셨을 것 같은데요?”

와아아-!!

김봉만의 능숙한 리드에 객석에서 호응이 터져 나왔다.

“지금 분위기 좋습니다. 그럼 이 분위기 살려서 다음 곡도 들어 볼까요?”

두 번째 곡은 [룬루룬] 이었다. 경쾌해 보이는 타이틀과는 달리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과 고저 없이 흘러가는 인생에 대한 해학이 담긴 곡이었다. 런칭 준비 정례회의에서 수록곡을 선정할 당시, 회의에 참여한 직원들로부터 압도적인 표를 얻었던 곡이기도 했다. 타이틀곡으로 밀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파릇한 신인 아이돌이 부르기엔 삶의 때가 너무 많이 묻었다는 이유로 후속곡으로 밀린 곡이기도 했다.

“팀명은 누가 생각한 건가요?”

김봉만의 질문에 차인혁이 마이크를 들고 대답했다.

“대표님이 직접 지어주셨습니다.”

“오오, 문선일 대표께서요?”

“네. 팬들과 하나 되는 그룹이 되란 의미로 지어주셨어요.”

어때요? 여러분?

여기서 우우-가 나올 리 없었다.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며 되묻는 인혁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던 봉만이 다시 물었다.

“다른 후보들 뭐 없었어요? 다른 그룹들 보니까 후보에 올랐던 이름들 중에 막 재미있는 이름 많던데. 아니면 뭐, 난 이거 밀었는데 아쉽게도 대표님 아이디어에 밀렸다 뭐 그런 거 있는 사람?”

그의 질문에 서로 얼굴을 쳐다보던 녀석들 사이로 재이가 슬쩍 손을 들었다.

“한재이 씨, 말씀하세요.”

“사실 생각해 둔 게 있었는데 꺼낼 기회가 없었던 게 있긴 하거든요.”

“오 그게 뭐였는데요?”

“세리엘 가무단”

“아하하 그게 뭐예요, 완전 뜬금없어.”

“왠지 아이돌 말고 발레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애초에 세리엘은 또 어디서 나온 거죠?”

“아무래도 재이 씨가 게임방송을 너무 많이 본 것 같습니다.”

“혹시 무슨 빈 소년 합창단 같은 느낌 노린 거예요. 설마?”

마치 기다렸다는 듯 멤버들의 가차 없는 코멘트가 이어졌다. 김봉만이 웃으며 재이에게 물었다.

“대체 어디서 시작된 발상이에요?”

“···어, 브레멘 음악대?”

“파티 여러분 문 대표님께 감사해야겠어요. 큰일 날 뻔했네요. 용사 컨셉 아니라 동물 컨셉으로 데뷔할 뻔했어요.”

김봉만이 너스레를 떨자 한재이를 제외한 다른 멤버들이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분들 중에 혹시 더 없어요?”

엠케이가 손을 들었다.

“요새 유행에 따라 한글 그룹명은 어떤가 생각해 본 적 있는데요.”

“오 뭐죠? 궁금하네요.”

“마음도적단. 당신의 마음을 훔치러 왔어요☆ 어때요?”

마지막에 윙크까지 덧붙이며 대답하는 엠케이를 보고 있던 멤버들이 시큰둥하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마디씩 했다.

“범죄 미화의 가능성이 있네요. 기각.”

“그거 아니더라도 그냥 기각이죠.”

“식상합니다. 기각.”

“장르 잘못 찾아오신 듯. 기각합니다.”

“여기 제 기각도 챙겨 가세요.”

멤버들의 짠 코멘트에도 포기하지 않은 근성의 엠케이가 말했다.

“맘도단 괜찮잖아요. 왜요.”

“죄송합니다. 얘가 재이를 보고 잘못된 용기를 얻은 듯하네요.”

“재이가 잘못했네요. 한재이 씨 반성하세요.”

"모두 제 잘못입니다, 죄송합니다. 반성하겠습니다."

“대표님 감사합니다. 저희 그룹 이름 너무 좋아요. 진심입니다.”

“그러게요. 지나고 돌아보니 제가 걸어온 길 주변에 엄청난 함정들이 존재하고 있었음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인생이란.”

“하하. 네, 여러분은 지금 신인 아이돌이 깨달음을 통해 레벨업하고 있는 현장을 실시간으로 감상하고 계십니다.”

처음엔 다소 긴장한 듯싶던 녀석들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수다를 쏟아내는 것에 김봉만이 웃으며 노련하게 끼어들었다.

“그럼 이쯤에서 오늘 오신 팬들에게 사전 접수한 질문과 리퀘스트 중 몇 개를 골라 진행해 볼까요?”

김봉만의 멘트와 함께 무대 밖에서 대기 중이던 스태프들이 준비해뒀던 패널을 무대 중앙으로 옮겨놓았다.

“정말 여러 가지 기발하고 재미있는 질문들을 주셨지만, 시간 관계상 그중 세 가지만 골라서 멤버들의 답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김봉만이 패널을 가리고 있던 커버를 단숨에 드륵 벗겨 내렸다.

[하루만 다른 멤버가 될 수 있다면 누가 되고 싶은가요? 그 이유는?]

[뮤직비디오에 나온 개인 파트, 실제로도 가능한가요?]

[히든 트랙 비하인드 스토리 듣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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