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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칼잡이와의 대련
“응? 뭐지?”
잠금을 풀고 메시지를 확인하자 웬 동영상 하나가 도착해 있었다. 옆에 있던 석관이 인혁과 함께 재이의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짧은 영상을 본 석관이 재이에게 중얼거리듯 물었다.
“···재이야. 너 눈에 힘 안 줬다며.”
“···어, 그런데요···.”
시선을 영상에 고정한 채 석관이 묻는 말에 재이가 모호하게 대답했다.
그들이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상혁이 재이에게 보내온 드라마 [서리 내린 달]의 티저 영상이었다.
세차게 내리꽂히는 빗줄기 속, 복면의 청년이 다가오는 적들을 향해 칼을 내리긋는 장면은 분명 얼마 전 재이가 대타로 촬영한 그 장면이었다. 혼자서 수 명의 추적자를 상대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 번쩍인 검광 너머 복면으로 가린 청년의 얼굴이 클로즈업됐다.
검은 복면 너머 유일하게 드러난 그의 두 눈이 웃고 있었다.
***
[연예 데일리] 당신의 일부가 되겠습니다, part of you [PART.Y]
케이엠 소속 6인조 남자 아이돌 PART.Y가 어제 OO 동 XX 아트홀에서 천여 명의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데뷔 쇼케이스를 가졌다. 황폐해진 사람들의 마음을 되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모험가들의 그룹(파티)이라는 독특한 컨셉으로 데뷔의 문을 연···
[엔터 뉴스] 새로운 컨셉돌의 시대가 왔다. PART.Y
검사, 격투가, 도둑, 마법사, 힐러, 음유시인. 게임에서나 등장할 법한 직업을 가진 녀석들이 데뷔 쇼케이스를 성공적으로 치르고 아이돌 PART.Y로 정식 데뷔했다. TVM과 케이엠이 합작으로 진행한 아이돌 데뷔 서바이벌 [스텝 업]의 최종합격자 여섯으로 구성된 신인 아이돌 PART.Y의 컨셉은 재미있게도 모험가 파티. 황폐해진 사람들의 마음을 되찾기 위한 모험을 시작한 모험가들의 그룹···
[올컷연예] 음유시인의 정체는 미친 칼잡이?!
드라마 [서리 내린 달]의 티저가 장안의 화제다.
황민석과 차상혁의 사제콤비로 제작단계에서부터 국내외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초대형 액션 사극 [서리 내린 달]의 첫 번째 티저가 드디어 일반에 공개되었다. 1분 30초의 짧은 영상에서는 주인공 류연 (차상혁 분)의 어두운 과거와 그에 굴하지 않는 강건한 기개가 시선을 끌었다. 특히 위기에 몰린 절체절명의 순간, 포기하기는커녕 자신을 둘러싼 적들을 향해 오히려 웃어 보이는 주인공의 유년 시절 모습은 강렬한 임팩트를 선사했다.
이 숨 막히는 장면을 연기한 사람의 정체는 놀랍게도 현역 아이돌. ‘황폐해진 사람들의 마음을 되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모험가들의 그룹 (파티)’라는 독특한 컨셉으로 데뷔한 컨셉돌 PART.Y의 멤버 한재이 씨다. 아는 사람은 아는 생법의 ‘야생마 조련남’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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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홍보팀 열일 하시는구나.”
데뷔 쇼케이스 관련 기사를 확인하고 있던 엠케이가 말했다. 석관이 운전하는 차에 탄 여섯은 새벽부터 메이크업을 마치고 첫 음방에 참여하기 위해 방송국으로 향하고 있는 길이었다. 엠케이의 중얼거림이 신호라도 된 듯 조용하던 멤버들이 하나둘 끼어들기 시작했다.
“쇼케 호감 기사가 많아서 다행이야.”
“티저 공개 날짜 대박. 어떻게 맞추셨지?”
“근데 미친 칼잡이라니. 기자님 표현 넘 찰지신 거 아니냐고.”
“내 말이. 분장을 뚫고 나오는 도른자의 위엄.”
“눈빛 왜 저래 진짜. 한재이 저 때 배고팠냐 혹시.”
드라마 티저에 등장한 재이의 영상을 본 멤버들이 한 마디씩 소감을 말하기 시작했다.
“막아서는 놈들 밥 없다.”
“덤으로 목숨도 없다.”
“진심 미친 칼잡이 답고요.”
“저게 왜 연기로 느껴지지 않지, 나는”
“연기여도 소름, 아니어도 소오름···”
재이는 자신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해 대는 녀석들을 힐끔 노려본 뒤 빠르게 지나가는 차창 밖 풍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걸 그렇게 살리실 줄이야.’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기도 했고 말 타고 검 휘두르는 장면만 따서 쓸 거니 딱히 힘줘서 연기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연출의 말에 방심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덕분에 어깨에 힘 빼고 자연스럽게 촬영할 수는 있었지만 설마 웃고 있던 것까지 잡아내서 쓸 줄은 몰랐다.
‘덕분에 진짜 미친놈 됐잖아.’
영상을 보내 준 차상혁의 메시지도 그것이었다.
- 한재이 니가 이런 놈일 줄 몰랐다 ㅋㅋ 덕분에 캐릭터 빌드업은 확실히 된 듯ㅎㅎ 나중에 밥 사마.
‘미친 칼잡이 노릇으로 밥 얻어먹게 생기다니. 왠지 복잡한 기분이야···
하긴. 저 상황에 재밌다고 웃고 있으면 열에 열하나가 미친놈이라고 생각하겠지.’
연출된 상황이고, 손에 쥔 칼이 살상용이 아닌 촬영용이라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그 순간 오랜 세월 전장을 굴러온 리온의 피가 끓어오르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나마 눈 아래는 복면으로 가리고 있었기에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진짜 희대의 망나니짤이 나올 뻔했다고 재이는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석관이 운전하는 차는 어느새 음악방송의 사전녹화가 예정되어 있는 방송국 앞에 멈춰 섰다.
“어후. 무대에 서는 것만큼 떨리는 듯.”
차에서 내릴 준비를 하던 은규가 문득 중얼거렸다.
“나도. 여기서 망하면 첫 출근 굴욕짤이라고 평생 돌아다니겠지?”
드물게도 이환이 은규의 말에 동조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인혁이 말했다.
“굴욕짤이 평생 한 번 밖에 안 나올 것 같냐. 계속 갱신될 거로 생각하고 그냥 포기해.”
“와 아침부터 팩폭 오지고요. 이럴 땐 너 오늘 괜찮아 보인다고 그럴 일 없을 거라고 다독여 주는 게 흔히 말하는 리더의 포용력 아니냐고.”
이환의 말에 멤버들이 하나둘 말을 얹었다.
“쟨 가위바위보로 정한 리더한테 참 많이도 바란다.”
“원래 적게 주고 많이 먹는 타입이잖아, 이환이.”
“차인혁 아니더라도 우리가 서로 막 밀어주고 당겨주고는 아니지 않냐?”
“아무래도 팀 잘못 찾아오신 듯.”
“일단 이따 포토존에서 차인혁 옆에만 안 서도 평타지.”
“와 비켜봐 나부터 내릴래.”
엠케이의 말에 이환은 다른 녀석들을 밀치고 제일 먼저 차에서 내렸다. 등 뒤로 다른 녀석들의 야유가 들려왔다.
역사적인 첫 음방 출근길이라고 생각하니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자꾸 움츠러드는 듯한 기분이었다. 아직 이른 시간 탓에 주변은 어스름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각이었건만 방송국 앞은 이미 출근을 시작한 출연자들과 그들을 찍기 위해 포토라인 맞은편에서 대기 중이던 사람들로 이미 북적이고 있었다. 눈이 부시게 터지는 플래시와 함성, 부산스러운 스태프의 움직임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차라리 무대를 뛰고 말지, 이환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걸음을 내디뎠다.
“헉.”
일렬로 한 사람씩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상 가장 먼저 내린 이환을 선두로 그를 따라 두 번째로 안으로 들어서던 은규가 앞장선 이환의 움직임이 이상함을 눈치채고 작게 내뱉었다. 힐끔 뒤를 돌아보다가 바로 뒤에 서 있던 재이와 눈이 마주쳤다.
‘이환 저거 어떡해.’
은규의 눈짓을 읽은 재이가 슬쩍 손짓했다. 따라 하라는 뜻이었다. 그 무덤덤한 얼굴을 한 번 바라본 은규가 슬쩍 고개를 끄덕이고 앞을 향했다. 두 사람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서던 재이가 힐끔 뒤를 돌아보며 자신의 뒤에 선 나머지 멤버들을 향해 같은 손 같은 다리를 슬쩍 뻗어 보였다. 무슨 일인가 싶어 그를 쳐다본 멤버들이 선두로 들어간 이환과 은규의 뒷모습을 확인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지? 신인인가?”
“스텝 업. 걔네 오늘 첫 출근인가 봄.”
“아, 케이엠? 어쩌니, 얼굴이 완전 긴장했는데?”
“쫌 귀엽다.”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각자의 본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팬들이 삼삼오오 수군거렸다.
“풉. 왜 저래.”
“어쩌니. 긴장했어···”
“본인 의식도 못 하고 있는 듯.”
빼꼼 얼굴부터 들이밀고 포토존까지의 거리를 가늠하듯 쳐다보던 신인 남자 아이돌 하나가 크게 심호흡하고 성큼 걸어들어오는 것을 본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잔뜩 긴장한 나머지 같은 쪽 팔다리를 동시에 내밀며 걷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환!! 화이팅!! 파티 화이팅!!”
“얘들아 사랑해!!”
“파티 꽃길만 걷자!!!”
여기저기서 응원의 소리와 함께 플래시가 펑펑 터졌다. 조금 누그러지는 듯하던 이환의 표정이 자신들이 들어오자 더 빠르게 터지기 시작하는 플래시와 팬들의 함성에 다시 어색하게 굳었다.
“뭐야 쟤네 컨셉이었어?”
“그럼 그렇지 저래서 어디 무대나 제대로 할까 싶었는데.”
“첫 번째 애 들어가는 거 보고 급하게 맞춘 거 아니야?”
“진짜 그러면 얘네 좀 찐이다. 멤버 흑역사 덮으려고 아예 팀이 다 같이 흑역사를 쓰네.”
“짠한데 웃겨 쟤네 표정 봐, 다들 포기했어.”
“아예 다 내려놓고 그냥 즐기는 듯?”
“배짱은 마음에 든다 야.”
뒤를 이어 줄줄이 들어오는 나머지 멤버들을 본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처음 들어온 멤버가 긴장해서 실수한 줄 알았더니 뒤따라 들어오는 멤버들 또한 같은 쪽 팔다리를 흔들며 삐걱삐걱 걸어들어오고 있었다. 표정들도 제각각이었다.
차마 이쪽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애매하게 허공을 바라보며 어색하게 웃고 있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이미 포기했다는 듯 해탈한 표정의 멤버도 있었다. 그리고 이게 뭐 어떻냐는 듯 싱긋 웃으며 자신들의 이름이 들려오는 쪽을 하나하나 둘러보고 있는 녀석도 있었다.
“하나, 둘, 셋,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일부가 되고 싶은 Part of you, PART.Y입니다!”
주변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목소리로 여섯 명의 멤버가 인사했다. 신인답게 호흡 하나 흐트러짐 없는 패기 있는 인사였다. 관례에 따라 차례차례 전방의 카메라들을 향해 시선을 옮기며 잠시 포토존에 서서 포즈를 취하던 멤버들이 스태프의 사인에 따라 방송국 건물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가장 선두에 섰던 녀석이 또 같은 팔다리를 흔들까 봐 옆에 서 있던 녀석 둘이 양옆에서 자연스럽게 붙어 어깨동무하며 뭐라고 속삭이는 것이 보였다. 아마 조금 전 상황을 알려줬던 듯 어색하게 뻣뻣했던 녀석의 얼굴이 화륵 달아오르며 표정이 생생하게 풀어졌다. 그 모습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플래시가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어흑재!!!”
“미친 칼잡이!!!”
그 소리에 방송국으로 들어가던 녀석 중 하나가 뒤를 돌아보았다. 자신을 부른 팬들과 눈이 마주친 듯 그 녀석이 싱긋 웃으며 마치 칼이라도 뽑아 드는 듯한 동작으로 팔을 휘두르며 가볍게 회전했다. 춤추듯 자연스러운 동작에 모여있던 팬들에게서 플래시와 함께 함성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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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흐흑, 죽고 싶어.”
이환이 차마 세팅이 끝난 머리를 쥐어뜯진 못하고 대신 대기실 벽에 머리를 쿵쿵 찧으며 중얼거렸다.
“넌 어떻게 무대에선 긴장 1도 안 하는 애가 팬분들 앞에선 꼼짝마냐. 신기하다 신기해.”
“아 몰라. 뭔가 심리적 거리감이 완전 달라서 머릿속이 하얬다고. 차인혁 옆자리 피하려다가 완전 피 봄.”
이환이 투덜대는 말에 다른 멤버들이 하나둘 끼어들었다.
“그래서 결국 이환 하나 희생하면 될 걸 다 같이 인당수에 뛰어든 꼴 났잖아.”
“이환이 심청이랑 동급이라니 개무리수지. 저거 하나 던졌다간 용왕님 극대노 루트 탔을걸.”
“그치. 다 같이 뛰어든 덕에 그나마 이 정도였다는 생각 안 하냐.”
“덕분에 끈끈한 팀으로 어필할 수 있을 듯?”
“설마. 요새 팬분들이 얼마나 날카로우신데.”
멤버들이 제각각 수군거리는데 석관이 들어오며 말했다.
“준비 다 됐는지 확인해라. 곧 너희 차례야.”
“파티, 스탠바이 해주세요.”
뒤이어 바깥에서 들려온 스태프의 말에 여섯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It’s time to party.
파티의 시간이었다.
***
[PART.Y 첫 사녹 후기: 파티에 진심인 분들 모여봐]
내가 진짜 얘네 스텝 업부터 본방 다 챙겨보면서 응원했는데 이렇게 데뷔해서 공방에서 보는 날이 올 줄이야 ㅜㅜㅜ 쇼케 끝나자마자 바로 공방이라니 나 행복해 죽어 ㅠㅠ내가 이날을 위해 연차를 아껴뒀다. 앞으로 꽃길만 걷자 얘두라ㅠㅠ
리허설 때 우리 모여있는 거 보더니 자기들 생각보다 훨씬 많이 오셨다고 아침부터 힘들지 않으시냐고 묻는 차리더 막 얼굴은 존잘생냉미남인데 목소리 차분차분 다정 터져서 나 포함 내 주변 심장 터지는 소리 실시간 들려오고 막 ㅠㅠ 그 옆에서 재재님이 아침은 드셨냐고 바쁘시더라도 삼시 세끼 꼭 다 챙겨 먹어야 한다고 끼어드는데 ㅋㅋ 공방에서 팬들 끼니 챙겨주는 게 국룰인 거 다 안다지만 막 또 직접 들으니 설레고 그러자나 ㅠㅠㅠㅠ그래 재이야 니가 먹는데 진심인 거 우리가 다 알어 응 ㅋ큐ㅠㅠ
쇼케 땐 아무것도 안 들고 했는데 음방용 안무는 좀 다르더라. 인트로에서 차 리더랑 재재님이 칼춤추심ㅎㄷㄷ 당연히 진검 아니고 칼날도 검은색으로 도색한 촬영용인데 리허설에선 분명 차 리더가 이긴 것 같았는데 본방에선 재재님이 가볍게 이겨버림ㅋㅋㅋ 녹화 끝나고 나가는 애들한테 우리가 막 인트로 안무 짠 거 아니냐고 물어보니까 차 리더 얼굴 굳어서 먼저 나가고 엠케이가 저거 즉흥이라고 참고로 차 리더 4승 278패 째래ㅋㅋㅋㅋㅋㅋ 그거 일일이 세고 있는 것도 웃긴데 차 리더 승률 무엇? ㅋㅋㅋ··· (후략)
└ 쇼케에 사녹까지 전생에 무슨 덕을 쌓았니···
└ ㄹㅇ 부럽··· 내 끼니도 챙겨죠라 재재님···
└ 차 리더 허당컨셉 너무한 거 아니냐고 ㅋㅋㅋ 4승 278패 말이 되냐ㅋㅋㅋㅋㅋ
└ 연습 진짜 빡세게 하나보다 첫 무대 전에 이미 282번 붙었다는 거 아니야 ㅎㄷㄷ
└ 그거 하나하나 세고 있었을 멤버들 졸귘ㅋㅋㅋ
└ 애초에 미친 칼잡이를 이길 수가ㅋㅋㅋ
└ 이거인 듯ㅋㅋㅋ 음유라며 왜 칼 잡앜ㅋ
└ 본격 검사 잡는 음윸ㅋㅋ
└ 재이 부캐 검사 아니냐고 ㅋㅋㅋ
└ 이참에 포지션 바꾸자 차 리더가 탬버린 치면 되겠네
└ ㅁㅊㅋㅋ 근데 왠지 차 리더 탬버린도 잘 못 칠 것 같곸ㅋㅋㅋ
└ 이거짘ㅋㅋ 그냥 연습한 거 시켜 큰일날랔ㅋㅋ
“차인혁 이미지 망한 듯.”
게시판을 훑던 엠케이가 재밌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차인혁이 이미지 잘 굳힌 거 아니고? 게시판 지분 봐라. 반이 차인혁 얘기네.”
“그건 그래. 멀쩡하게 생겨서 똥손이라고.”
“이미지 망한 게 아니고 원래 그런 놈인 거지.”
쑥덕대던 멤버들 중 남궁찬이 말했다.
“지분은 부러운데.”
“그럼 너도 칼 쥐고 한재이와 대련 ㄱㄱ”
“···음 아니야. 그냥 나는 내 포지션에 만족하련다.”
인혁의 말에 곧장 꼬리를 내린 남궁찬이 손사래를 치며 사양했다.
“대체 거기서 묻지도 않은 승률 얘긴 왜 꺼낸 거냐고.”
투덜대며 흘겨보는 인혁에게 엠케이가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
“팬분들도 알 권리가 있지. 그리고 혹시 아냐 지금부터 승점 꾸준히 쌓으면 활동 기간 끝나기 전에 뒤집을 수 있을지.”
“와 개무리수.”
“지금 건 내가 들어도 좀 얄미웠다 엠케이.”
“그래 차인혁 표정 봐라, 잘하면 한 대 칠 듯.”
심은규와 이환, 남궁찬이 차례차례 한 마디씩 던졌다.
“가볍게 한 판 하쉴?”
재이가 일어나며 말했다.
인혁의 눈썹이 꿈틀했다. 두 사람이 숙소 바닥에 굴러다니던 죽도를 잡아 드는 것을 본 엠케이가 버럭 소리질렀다.
“미친놈들아 지금이 몇 신 줄 알고. 내일 해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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