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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 있잖아
- 현장에서는 절대 우리한테 하듯 하면 안 된다, 알겠지?
- 같이 출연하는 분들이 마음에 안 든다고 들이받지 말고. 동업자 정신, 알지?
- 성질부리기 전에 우리랑 팬분들 한 번씩 떠올리고 세 번만 참자?
- 잘하고 와.
- 올 때 매로나 ㅇㅋ?
‘대체. 쟤들 눈엔 내가 아무나 붙잡고 시비 터는 놈으로 보이나.’
새벽에야 끝난 스케줄에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로 향하는 대신 재이는 석관이 따로 준비한 차를 타고 곧바로 첫 촬영을 위해 이동해야 했다. 차에 올라타는 자신에게 격려와 조언이랍시고 한 마디씩 건넨 멤버들의 말을 떠올리던 재이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분명 몸은 피곤했는데 정신은 오히려 또렷한 게 도저히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다.
‘하고 많은 예능 중에서 하필 육아 예능이라니. 하. 인생···.”
어린아이는 리온의 기억을 가진 재이에겐 거의 유일한 약점이었다.
압도적인 무력도 끝없이 샘솟는 신성력도 판세를 꿰뚫는 예리한 통찰력도 어린아이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 패턴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자신을 빤히 올려다보는 작고 귀여운 인간들을 마주하면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머릿속이 하얘지곤 했다.
‘애초에 감당 안 되게 장난감 인형극 같은 걸 한 게 무리수였던 거지.’
제작진이 자신을 섭외하기로 한 이유가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이야기하는 재재님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라는데.
“완전 꿈이랑 상관없는 해몽···.”
재이가 중얼거렸다.
그러는 사이 차는 어느새 한적한 산속 오프로드를 달려 목적지인 새봄 유치원 운동장에 다다르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PART.Y의 한재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어스름이 채 물러가지 않은 새벽, 이미 촬영 준비에 한창인 현장에 들어서며 재이가 허리를 90도로 굽혀 폴더인사를 하며 기운차게 인사했다. 최 작가와 함께 무언가를 의논 중이던 박소라 PD가 이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어서 와요, 재이 씨.”
“안녕하십니까, 피디님. 작가님.”
“제작 회의 때 보고 처음이죠? PART.Y 활동 잘 보고 있어요. 한창 바쁠 때 일 텐데 피곤하겠네.”
박 PD 옆에 서 있던 최 작가가 살갑게 인사를 건넸다.
“아닙니다. 바쁘니까 기분 좋은걸요.”
“와, 그거 진짜 성공하는 신인의 모범답안 같은 대답이네.”
붙임성 좋게 씩 웃는 재이가 마음에 든 듯 최 작가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자마자 쉴 틈도 안 줘서 미안한데. 곧 스쿨버스 출발할 거니까 재이씨는 메이크업 얼른 마치고 스탠바이 좀 해 줘요. 애들 픽업 시간에 맞춰야 해서 시간이 촉박하거든. 스쿨버스는 카메라 세팅 다 해 놨으니까 VJ 없이 대호 씨랑 둘만 타게 될 거예요. 물론 혹시 모르니까 여기 선생님하고 우리 조연출이 다른 차량으로 따라갈 거니까 걱정 말고. 전체 촬영 일정하고 세부사항은 매니저께서 윤 PD한테 따로 확인해 주시고요.”
최 작가와 재이가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보고 있던 박 PD가 재이와 그 옆에 인사차 와 있던 석관을 돌아보며 지시를 내렸다.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스쿨버스 쪽으로 가 보니 운전을 맡은 박대호가 이미 대기 중이었다.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한재이라고 합니다.”
“오오. 째쌤 오셨어.”
째···쌤···.
서글서글한 웃음과 함께 자신의 인사를 받아주는 박대호의 말에 재이가 일순 멈칫했다.
“왜 맞잖아. 재재 선생님이니까 째쌤. 우리 여섯 살짜리 막둥이가 재재님 팬이거든. 있다가 같이 사진 좀 찍어요. 아빠가 오늘 재재님 만나러 간다니까 자기도 데려가라고 울고불고 하는 거 떼놓고 오느라 내가 얼마나 마음이 아팠다고.”
아 참. 이번 마법사 때려잡기 에피소드도 재밌었어요. 덕분에 우리 애 최애빵 바게트 됐어.
다둥이 아빠 박대호의 말에 재이가 웃으며 말했다.
“말씀 편하게 하세요. 선배님.”
“그거 어렵네. 째쌤한테는 높임말 써야 되는데. 나중에 방송 본 막둥이한테 혼나지 않으려면.”
“하하.”
다둥이 아빠의 너스레에 재이가 웃었다.
-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스태프의 목소리와 함께 슬레이트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촬영의 시작이었다.
“아니 근데 픽업 포인트 네 군데 도는데 예정소요시간 한 시간 반 실화냐고. 대체 다들 얼마나 떨어진 곳에 살길래.”
“산간벽지이니 어쩔 수 없죠. 시간 맞춰 돌아오려면 부지런히 돌아야겠는데요?”
박대호가 자연스럽게 대화의 물꼬를 트자 그를 따라 차에 올라타며 재이가 대답했다.
“하루 왕복 세 시간 운전이라니. 전국 유치원 버스 운전기사 중에 상위 1% 안에 든다고 본다, 진짜.”
“운전기사 외모로요?”
“와하하. 째쌤 사회생활 잘하겠는데? 아부가 아주 숨 쉬듯 자연스러워?”
싫지 않은 듯 크게 웃음을 터뜨린 박대호는 룸미러 너머로 뒷좌석에 앉은 재이를 살폈다. 유치원생들을 하나씩 차에 태워야 하는 관계로 재이는 조수석이 아닌 뒷좌석에 앉아있었다. 이제 좀 컸다고 저 혼자 유튜브를 챙겨보는 경지에까지 이른 여섯 살배기 막둥이가 어느 날부턴가 빠져서 보는 재재님의 본신이 무덤덤한 얼굴로 대본을 확인하고 있었다. 리얼리티 예능이라 대본에 적혀 있는 것이라곤 상황에 맞게 쓸 수 있는 대사 예문 몇 가지와 전체적인 흐름에 대한 가이드가 전부임에도 지문을 꼼꼼히 살피는 모습이 제법 진지해 보였다.
“첫 번째 아이 이름이 뭐였지?”
박대호의 물음에 재이가 들여다보고 있던 대본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은가람이요. 여섯 살 남자아이. 선배님 막둥이랑 똑같네요.”
“성격도 우리 막둥이랑 똑같으면 안 되는데. 파괴력이 장난 아니거든.”
박대호가 웃으며 핸들을 부드럽게 꺾었다. 목적지에 미리 나와 기다리고 있던 아이와 엄마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안녕?”
“안녕하세요.”
아이가 예의 바르게 인사하며 차에 올라탔다. 나름 제 지정석이 있는지 익숙하게 창가 쪽 자리에 가서 앉는 아이에게 재이가 먼저 말을 걸었다.
“가람이지? 나는 재이라고 해.”
“와 재재님!.”
“벌써 알고 있었어?”
“엄마가 말했어요. 오늘 새로운 선생님들 오는 날이라고.”
“그렇구나! 엄마가 말씀···”
“재재님 포캣몬 카드 있어요?”
“···어?”
순조로운 듯했던 대화가 급발진의 조짐을 보였다.
‘불길한데···.’
재이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니. 가람이는 포캣몬 좋아하는구ㄴ···.”
“재재님 포캣몬 좋아해요?”
“어? 어. 아니···”
“이거 가질래요?”
아이가 가방 안에서 무엇인가를 꺼내어 내밀었다.
“레어카든데 저는 이거 있거든요.”
“어? 어 그래. 고마워.”
“근데 은오한텐 비밀이에요.”
“왜?”
“원래 걔 거였거든요.”
“어 근데 친구 걸 빼앗으면···”
“빼앗은 게 아니라 배틀했는데요.”
“배틀?”
“네. 재재님. 배틀 몰라요?”
“어 아니 그게···”
정신없이 휘말리는 재이를 보다 못한 박대호가 웃으며 끼어들었다.
“가람아, 이따가 선생님도 하나 줄 거야?”
아이가 그제야 운전 중이던 박대호를 발견하곤 대답했다.
“아뇨.”
“어? 왜. 째쌤은 준다며.”
예상 밖의 단호박에 박대호가 묻자 아이가 대답했다.
“재재님만 줄 거라고요."
“그래도,”
“선배님? 저기 애들 나와 있는 것 같은데요?”
아이가 혹시라도 빼앗길까 봐 카드가 든 꾸러미를 가슴에 꼭 끌어안는 것을 본 재이가 재빨리 박대호의 말을 가로챘다. 마침 차가 다음 목적지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재이의 말 대로 집 앞에는 남매로 보이는 두 아이가 나란히 서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세린이 세빈이도 안녕.”
재이가 건넨 인사에 차에 올라타자마자 동생 세빈이의 안전띠를 매주고 제 것도 야무지게 맨 세린이가 새삼 재이를 쳐다보며 말했다.
“와, 재재님이다!!”
“재재님 포캣몬 카드도 모른대.”
옆자리에 앉아있던 가람이가 끼어들었다.
“진짜? 왜?”
“몰라. 배틀도 모른대.”
“헐.”
신이시여. 진정 저것이 우리나라 여섯 살 미취학 아동들의 대화입니까. 반쯤 넋이 나가 있는 재이에게 세빈이가 물었다.
“재재님 그럼 찡구는 알아요?”
“어? 그 엉덩이춤 잘 추는···.”
“그럼 래이디 버그는요?”
“그 땡땡이 쫄쫄이 입은 히어로···”
“엉댕이 탐정은?”
“호무호무···”
“랴바는?”
“맛있게 생긴 지렁이들..”
“신비님 아파트는?”
“터닝맨카드는?”
“조조조좀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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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탄 아이들까지 가세해 결국 유치원에 오는 내내 재재님의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인지도에 대한 청문회를 진행한 아이들은 스쿨버스가 유치원 입구에 멈춰서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와르르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유치원 교사가 괜히 극한직업이 아니네.”
질린 듯한 말투로 중얼거리며 차에서 내린 박대호가 재이에게 다가갔다. 한 시간 반 내내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이건 아느냐 저건 아느냐 왜 모르느냐 그럼 아는 게 뭐냐 하고 끝없이 이어지는 여섯 아이의 질문 공세에 시달린 예능 초보의 멘탈이 살짝 걱정스러웠다.
“째쌤 괜찮아?”
“하아. 갈 길이 머네요.”
재이의 대답에 좀 짠해진 박대호가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원래 저맘때 애들이 다 그래. 너무 마음에 두지 마.”
“아니 그게 아니라.”
“응?”
박대호는 시선을 재이에게로 돌렸다.
“포켓몬 카드를 들이밀 줄은 몰랐거든요. 카드는 안 해봐서 모른다고요. 남궁찬한테 좀 물어보고 올걸.”
박대호는 할 말을 잃은 채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재이를 바라보았다.
“아. 저희 그룹에 이런 거 또 잘 아는 녀석이 하나 있거든요. 이럴 줄 알았으면 걔한테 좀 물어보고 올걸. 이론으로 무장하고 왔다가 실전에서 탈탈 털린 기분이라 완전 자존심 상하는데요.”
그렇게 말하며 멋쩍은 듯 웃는 얼굴은 아이들에게 한 시간 반 내내 시달린 녀석치곤 여전히 쌩쌩했다.
눈앞의 이 신인 아이돌이 보기보다 근성 넘친다는 것을 깨달은 박대호가 마음에 든다는 듯 하하 웃었다.
***
“재재님, 저 손 다 씻었어요!”
“그래···. 으악 가람아 기껏 손 씻고 와서 흙 묻은 바지에 물기 닦으면 어떡해. 가서 다시 씻고 와.”
“우에에에에”
“서하담 저리 가 재재님 옆자리 내 자리야.”
“내가 먼저 앉았어. 재재님 최은오가 저 밀었어요.”
“얘들아 내 양옆으로 두 자리 있으니까 하나는 이쪽에 앉으면 되잖아. 최은오 이리와.”
“아냐 내가 거기 앉을래요.”
“야아 서하담 저리가라고오, 내가 여기야.”
“아이고 얘들아···”
“재재님 저 손 다 씻었어요! 아앗, 서하담 최은오 저리 가, 재재님 옆자리 내 자리야!”
얼마 전 데뷔한 태영기획 소속 신인 아이돌 RS6의 이화빈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구경하듯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데뷔하기 전 화제 몰이 겸 몸풀기로 나갔던 경쟁사의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공연했던 ‘그 녀석’이 아이들에게 완전히 둘러싸여 있었다.
“쟤 오늘 아침에 애들하고 처음 만난 거 맞지?”
자신의 옆에 나란히 서서 그 광경을 구경 중이던 소속사 선배 송채은이 중얼거렸다.
“아마도요. 저희가 도착할 동안 박대호 선배님하고 스쿨버스로 애들 픽업해 온 게 전부라던데요.”
이화빈의 대답에 송채은이 고개를 갸웃했다.
“근데 왜 저렇게 친해? 여기서 한 1년쯤 일한 애 같잖아. 저 친화력 뭐냐고.”
두 사람의 눈앞에선 제 앞에 앉힌 최연소 원아 세빈이에게 밥 한 숟갈 떠먹여 주며 옆자리를 두고 다투는 세 녀석을 다독이면서 그 틈에 등을 타고 기어오르려는 다른 녀석을 떼어내려 몸을 비틀고 있는 한재이가 있었다.
“야 이 녀석들, 째쌤 힘들어 떨어져 어서.”
조리실에서 물컵이 든 쟁반을 들고나오던 박대호가 재이에게 들러붙어 있는 아이들을 보고 억지로 하나둘 떼어내 제 자리로 돌려보내며 말했다.
“거기 두 분도 구경만 하지 말고 와서 좀 도와줘요. 째쌤 혼자 애들 밥 다 먹이겠네.”
박대호의 말에 이화빈이 찔끔한 표정으로 테이블 쪽으로 뛰어갔다. 송채은이 뒤따라 가며 말했다.
“미안해요. 너무 신기해서 그만. 얘들아 재재님하고 놀고 싶은 사람은 밥부터 먹자. 먼저 먹는 사람이 재재님하고 먼저 놀기. 어때?”
송채은이 능숙하게 아이들의 주의를 끌었다.
“내가 제일 먼저 먹어야지. 재재님한테 용사님 얘기 들려달라고 할 거야.”
“나는 재재님한테 책 읽어달라고 할 거야.”
“안돼 재재님 나랑 개구리 알 보러 갈 거라고.”
“아냐 재재님이 나랑 인형 놀이해 준다고 했어.”
“재재님 나 코코넨네 코코.”
조금 전까지 경쟁하듯 재이 옆에 들러붙어 있던 아이들이 하나둘 제 자리에 앉아 숟가락을 들고 밥을 먹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박대호가 감탄스럽다는 듯 송채은을 돌아보며 말했다.
“채은씨 대단한데? 애들 다루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야?”
“제가 밑으로 동생들이 많아서요. 그보다 재이씨, 완전 타고났네.”
아이들이 제 자리에 앉아 밥을 먹기 시작하고서야 조금 여유가 생긴 듯, 자리에서 일어나 흐트러진 매무새를 정리하고 있던 재이가 송채은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네? 뭘요?”
“내가 보기에 재이씨는 타고났다니까.”
“···예?”
대체 뭘 타고났다는 거야.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재이의 시선에 송채은이 이어 말했다.
“있어. 가끔 그런 애들이. 본인은 자각 없는데 애들한테 엄청나게 흘리고 다니는 애들. 근데 아이들이 그런 건 또 귀신같이 알거든. 누가 자기한테 제일 잘 해 줄지. 우리 중엔 그게 딱 재이씨 인 거야.”
“말도 안 돼. 저 성격에요?”
옆에서 듣고 있던 이화빈이 엉겁결에 내뱉곤 제풀에 놀라 스스로 입을 탑 막았다.
“봐라. 재이씨가 보기엔 좀 쿨시크하게 보이고 말도 툭툭 내뱉는 것 같아도 아까도 애들 챙길 건 다 챙기는 거. 화빈 씨도 봤지? 굳이 비유하자면 음. 뭐랄까.”
“욕쟁이 할매?”
“아! 그거그거! 아효 속이 다 시원하네. 고마워요. 대호 쌤.”
아이들에게 물컵을 나눠주고 어느새 다가와 송채은의 말을 듣고 있던 박대호가 툭 던진 말에 송채은이 손뼉을 치며 웃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욕쟁이 할매는 좀···.”
일그러지는 재이의 얼굴에 송채은이 웃으며 덧붙였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말이.”
“근데 왠지 그 표현 좀 찰떡같기도···.”
이화빈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다가 날카로운 재이의 시선을 마주하곤 입을 꾹 다물었다.
‘아이씨 저게 무슨 욕쟁이 할매야, 그냥 욕쟁이지.’
이화빈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런 이화빈의 속내를 알 리 없는 박대호가 웃으며 말했다.
“어쨌건 쭉 이대로라면 나 좀 자존심 상하는데. 점심 다 먹으면 아이들의 관심을 이쪽으로도 좀 돌려 보자고.”
“저기 지금 당장 다 가져가셔도 좋은데요. 그 관심.”
“와 재이 씨 가진 자의 여유! 좋아요. 그럼 밥 먹고 나면 소화도 할 겸 우리 다 같이 운동이나 하러 나갈까요?”
흰 눈이 소복이 쌓여 있는 운동장을 내다보며 송채은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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