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퇴출 1호 아이돌 연습생이 되었다-63화 (63/224)

#63

위기의 농장을 구해라

“굳이?”

재이의 한마디에 이근우와 남궁찬, 스크류박의 시선이 일제히 이쪽으로 쏠렸다.

“무슨 말이야? 굳이라니?”

스크류박이 묻는 말에 재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굳이 저걸 내다 팔면서까지 돈을 벌어야 하나 싶어서 말이죠. 먹을 거라면 여기도 충분히 있는데.”

“재… 재이야, 너 설마 직접 잡을 생각은…….”

설마설마하는 얼굴로 묻는 이근우의 말에 재이가 태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못 할 것도 없죠. 기껏해야 닭 몇 마리 잡는 건데.”

한 마리도 아니고 여럿 잡을 생각이냐…….

이근우가 중얼거리는 것을 듣고 있던 남궁찬이 웃으면서 수습에 나섰다.

“아하하. 재이야. 여기 지금 생법 아니고 골프, 골프. 우리 서바이벌 온 거 아니다, 힐링하러 왔지.”

“여기 어디가 힐링이라고.”

“음. 그, 그건 그렇지만. 어쨌거나.”

재이의 투덜거림에 딱히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한 남궁찬이 대신 재이의 어깨를 끌어당겨 귓가에 속삭였다.

“너 여기서 도축까지 해 버리면 심 팀장님 뒷목 잡고 쓰러지신다. 안 그래도 아직까지 미친 칼잡이 짤 돌아다니는 판에 진짜 전대미문의 칼잡이 아이돌로 이름 날리고 싶냐.”

그건 그것대로 틈새시장 아닌가.

재이가 중얼거리는 말에 남궁찬이 질렸다는 표정으로 그를 한 번 흘겨보았다. 그래도 남궁찬의 말이 나름 일리 있다고 생각한 듯 더 들이받지 않고 일단 가만히 서 있는 재이를 힐끔 쳐다보곤 남궁찬이 제작진들에게 말했다.

“재이 말대로 이거 안 팔아도 끼니 때우는 덴 별문제 없어 보이는데. 이거 다 팔면 한우 무제한 제공 뭐 이쯤 돼야 할 맛 나지 않겠어요?”

“좋네. 역시 닭고기보단 소고기지.”

남궁찬의 제안이 마음에 드는 듯 스크류박이 맞장구치며 말했다.

“사실 이거 다 팔아 봤자 스크류박 선배님 혼자 드실 고깃값도 안 나올 것 같아서 말이죠.”

남궁찬이 재치 있게 덧붙인 말에 그제야 여기저기서 피식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결국, 첫 제안대로 출연진이 장에 나가서 고구마와 감자를 판매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대신 완판했을 경우 고기값은 제작진 측에서 대는 것으로 조건이 수정되었다.

“그럼 일단 준비 좀 할까요?”

재이의 말에 또다시 나머지 세 명의 시선이 그에게로 쏠렸다.

“무슨 준비? 트럭에 갖다 싣고 장에 가서 내다 팔면 되는 거 아니고?”

스크류박의 물음에 재이가 말했다.

“선배님도 참. 그냥 가져가서 좌판에 늘어놓는다고 사람들이 우리 걸 그냥 사 줄 것 같나요? 감자랑 고구마면 우리 말고도 아마 스물여덟 군데 정도에서 같은 거 놓고 팔고 있을 것 같은데.”

“어… 그런가.”

스크류박이 얼빠진 소리를 내며 중얼거리자 옆에서 듣고 있던 이근우가 대신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할 건데?”

“낚아야죠.”

재이가 씩 웃으며 말했다.

* * *

“거기 그렇게 먹어 대다간 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거덜 날 것 같은데요.”

이근우가 운전하는 미니 밴 안.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 아직 따끈한 고구마 스틱과 회오리 감자를 하나둘씩 꺼내 먹고 있던 스크류박과 남궁찬이 재이의 목소리에 움찔하며 목을 움츠렸다.

“자꾸 손이 가는데 어쩌냐. 그래도 넉넉하게 했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스크류박이 뻔뻔한 대답과 함께 또다시 고구마 스틱을 꺼내 먹으며 말했다. 옆에 나란히 앉아 두 개째 회오리 감자를 집어 들고 우물거리던 남궁찬이 거들었다.

“그래. 이건 한재이 네 탓이지. 어차피 샘플로 나눠 드릴 걸, 이렇게까지 맛있게 할 일이냐고.”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스크류박이 이어 말했다.

“완판만 하면 되니까 결국 팔 수량을 적게 가져갈수록 유리한 거 아니냔 소리 들었을 땐 진짜. 세상에 이런 또라ㅇ… 아니, 이런 상도덕도 없는 녀석이 다 있나 싶더라니.”

공짜라 그런가? 진짜 맛있네 이거. 어떻게 이렇게 알맞게 바삭바삭하게 튀긴 거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스크류박이 또다시 고구마 스틱을 집어먹었다.

“뭔데? 얼마나 먹고 있는 건데?”

운전하느라 시선을 정면에 둔 채 묻는 이근우 대신 재이가 고개를 돌려 뒷좌석 상황을 살피고는 짧은 한숨과 함께 대답했다.

“고구마 스틱은 도착하기 전에 거의 다 먹을지도 모르겠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좀 좁아도 트렁크에 같이 넣을걸.”

“아악, 안 돼! 안 되지! 류박이 형!! 남궁찬!! 그만 먹어!!!”

버럭 소리 지르는 이근우의 목소리에 남은 부스러기를 봉지째 입안에 털어 넣고 있던 스크류박과 회오리 감자의 마지막 한 입을 입에 넣고 있던 남궁찬이 동시에 찔끔해서 앞을 바라보았다.

“난 한 입도 못 먹었다고! 내 것도 좀 남겨 둬야지!! 둘이서만 다 먹으면 어떡해!”

“…어째 분노 포인트가 많이 어긋난 것 같은데.”

재이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것과 동시에 뒷좌석 쪽에서 다급한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진정해 근우야. 아직 남았어, 여기 한참 더 있어!”

“맞아요 근우 형, 형 거 여기 아직 남았으니 걱정 마세요!!”

“건드리지 마! 내 거야! 내 거!”

그거 형 거 아니고 판매할 때 쓰려고 만든 샘플이라고…….

자신의 중얼거림 따위 들리지도 않는 듯 세 명이 왁자지껄 떠드는 사이 어느새 그들이 타고 있는 미니밴은 읍에서 열리고 있는 장터로 진입하고 있었다.

“자, 오긴 왔는데.”

그래서 이걸 어떻게 팔지…….

스크류박이 주변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스태프가 잡아 놓은 자리는 장이 서고 있는 광장 가장 끄트머리에 위치해 있었다. 그다지 크지 않은 규모의 읍내 장터는 장날을 맞아 좌판을 벌인 행상들과 구경나온 손님들로 꽤 북적이고 있었다.

“그냥 처음 오시는 분한테 헐값에 싹 넘겨 버리면…….”

남궁찬이 중얼거린 말에 나머지 세 명이 고개를 저었다.

“들이받는 것도 눈치껏 해야지.”

“제작진하고 싸우자는 것도 아니고.”

“그랬다간 분량 안 나와서 어차피 또 찍어야 할걸.”

스크류박은 주변을 휘 둘러보았다. 뜬금없이 ENG 카메라를 든 VJ들과 등장한 네 명의 낯선 사람들에 주변 상인들을 비롯해 지나다니던 손님들도 힐끔힐끔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재이가 예상했던 대로 고구마와 감자는 자신들 말고도 채소를 파는 좌판이라면 모두가 어느 정도는 가져다 놓고 팔고 있는 느낌이었다.

“안 되는데…. 고기 먹어야 되는데…….”

스크류박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던 재이가 입을 열었다.

“일단 역할부터 나눌까요?”

“그래, 그러자. 음, 어차피 만들어 온 거 나눠 드리고 하려면 재이는 뒤에 있어야 할 것 같으니 류박이 형하고 남궁찬이 손님들 끌어모으면 되겠네.”

냉큼 대답하는 이근우에게 스크류박이 투덜거렸다.

“재이는 그렇다고 치고. 넌 왜 쏙 빠지는데?”

“형, 우리나라에서 최고 힙한 래퍼랑 요새 한참 잘나가는 아이돌 래퍼가 만났는데 저 같은 배우가 나설 틈이 있겠어요? 전 뒤에서 얌전히 계산이나 할게요.”

이근우의 뻔뻔한 대답에 스크류박이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옆을 돌아보니 뭔가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 듯한 남궁찬의 얼굴이 보였다.

“무슨 좋은 아이디어라도 있어?”

“아? 아, 예. 그게 말이죠…….”

남궁찬이 잠시 머뭇머뭇하다가 입을 열었다.

* * *

아이고 금자 누나 그놈은 안 돼요

조강지처 버린 놈 믿으면 안 돼요

사랑한 척 후회한 척 반성한 척 돌아온 척

누나도 알잖아. 그건 그냥 척이야

아이고 금자 누나 그놈은 못 써요

제발 똥차 버리고 쿨하게 갈아타

숨겨 놓은 금수저 누나 전용 슈퍼카

짱이야 찐이야 정 실장이 진리야

“응? 저거 그거 아니야?”

“굳세어라. 황금자?”

시끌벅적한 장터 한쪽에서 울려 퍼지는 비트박스와 찰진 랩에 오가던 사람들의 시선이 멈췄다. 무슨 촬영이라도 하는 듯 카메라를 든 몇몇이 찍고 있는 가운데 덩치 큰 남자의 비트박스에 맞춰 키 큰 녀석 하나가 랩을 하고 있었다. 시골 장에서 랩이라니.

그 생소한 조합에 얼굴을 찌푸리고 지나치던 사람들도 귓가에 착착 감기는 가사에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한번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았다. 서글서글한 인상으로 오가는 사람들과 하나하나 눈을 맞춰 가며 랩을 풀어 나가고 있는 녀석이 부르고 있는 것은 요새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막장 드라마 ‘굳세어라. 황금자’의 주인공 황금자에게 하는 말이었다.

[굳세어라. 황금자]는 어려울 때 만나 사랑하고 결혼까지 했던 상대에게 버림받은 주인공 황금자가 고군분투 끝에 자수성가한 뒤 자신의 사업을 돕는 부하 직원과 다시 돌아온 전남편 사이에서 사랑의 줄다리기를 한다는 내용으로, 막드 클리셰의 왕도를 걷고 있다는 평을 듣는 작품이었다.

일에서는 거침없는 주인공이 돌아온 전남편과 유능한 정 실장 사이에서 갈등하며 시청자들에게 본격적으로 고구마를 먹이고 있는 구간이 최근 방영되면서 온오프라인 어디에서건 드라마에 관한 관심이 최고조를 찍고 있는 상황이었다.

철벽 좀 그만 쳐 보는 내가 딥삐-쳐

전남편은 좀 버려 그건 못 쓴다니까

깨끗하게 쳐 버려 제발 잘라 내 버려

미련 좀 싹 버려 Hurry up 도망쳐

“아따 그거 찰지구먼.”

“그래 아직도 금자가 전남편 놈한테 미련 갖고 있는 게 말이 안 되지.”

“금자 걔가 일만 똑 부러지게 하지 아주 속은 물러 터졌다니까.”

“그래서 보고 있는 나까지 속이 터진다고.”

호기심에 발걸음을 멈춘 사람들이 하나둘 가게 앞으로 모여들었다.

“여기 이것 좀 드셔보세요. 저기 저 친구네 농장에서 캔 고구마로 저희가 직접 만든 거예요.”

재이는 모여든 사람에게 눈치껏 고구마 스틱을 권했다. 이근우 또한 양손에 있는 회오리 감자를 구경 중인 사람들에게 하나씩 들려 주며 분위기를 맞췄다.

“저희 이거 오늘 다 팔아야 하거든요. 다 팔면 제작진이 고기 사 준다고.”

“이거 누가 만들었냐고요? 저기 쟤요. 아뇨, 요리사 지망생 같은 거 아니고요. 이번에 새로 데뷔한 아이돌이에요.”

“아하하, 장돌뱅이요? 아뇨, 아뇨. 아이돌이에요, 진짜라니까요. 쟤 취미가 막드보기라서요. 아아, 어머님도 그러시다고요?”

.

.

.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재이의 아낌없는 샘플 음식 배포와 남궁찬의 막장 드라마 랩을 이용한 호객 행위에 수북이 쌓여 있던 고구마와 감자는 장사를 시작한 지 한 시간 남짓에 모두 팔려 버렸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에 스크류박이 고개를 내저으며 물었다.

“야, 남궁찬, 그 랩은 언제 준비한 거냐? 너네 이거 촬영 잡힌 것도 엄청 최근이라고 하지 않았어? 아니, 애초에 이 미션 자체가 돌발이었는데 어떻게 알고 준비했대? PD님이 따로 귀띔이라도 해 주신 거야?”

“아니 이게 딱히 이거 온다고 준비한 게 아니라. 그냥 제 취미 생활로 하던 건데 어쩌다 보니…….”

“…막드랩이 취미라고?”

남궁찬의 대답에 스크류박이 어이없다는 듯 되물었다.

“랩 공부도 할 겸. 막드가 왜 보다 보면 하고 싶은 말들 막 차오르잖아요.”

아니 그건 그렇지만…….

스크류박이 이해를 포기했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도 선배님 비트박스 없었으면 밋밋했을 텐데. 곧바로 맞춰 주시고 역시 대단하세요.”

잊지 않고 자신을 추켜세우는 남궁찬의 말에 스크류박이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

“그거 맞추다가 내가 몇 번을 뿜을 뻔했는지 아냐. 한재이에 비하면 멀쩡한 줄 알았더니 너도 정상은 아니었구나?”

“와 선배님 그거 지금 한마디로 저희 둘을 한꺼번에 후려치신 거예요?”

“아냐, 아니 그런 뜻이 아니고. 개성 있다는 뜻이지, 독특하다고.”

왜 이래 우리 사이에. 우리 같이 고기 먹을 돈도 번 사이잖아.

스크류박이 서둘러 무마에 나섰다. 그것을 보고 있던 이근우가 입을 열었다.

“그럼 우리 이대로 장 보러 가? 뭐 사야 되지?”

“고기만 사면 돼요. 다른 건 다 농장에 있잖아요.”

눈을 빛내며 냉큼 대답하는 재이의 말에 남궁찬이 거들었다.

“풀 따위 필요 없다. 유아마이온리원 미트 주세요.”

재이와 남궁찬, 두 사람 모두 그동안 철저하게 지켜 왔던 식단관리에서 잠시 해방될 수 있다는 기쁨에 들떠 있었다.

“노 돼지 노 치킨 소고기만 받습니다.”

“원쁠 투쁠 돌아가세요, 트리쁠만 먹습니다.”

“미국산? 호주산? 한국인은 뭐다?”

“국. 산. 국. 산. 진리의 한우! 워후!”

“오 남궁찬 씨 오늘 컨디션 좋은가 봅니다.”

“그럼요. 열심히 일한 제게 고기가 기다리고 있거든요.”

주거니 받거니 하기 시작한 남궁찬과 재이를 쳐다보던 스크류박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후 시끄러워. 근우야 넌 대체 구해 와도 어디서 저런 녀석들을 구해 온 거냐.”

“저도 저 정도일 줄 몰랐다고요. 한재이만으로도 감당 안 되는데 하아…….”

* * *

며칠 후.

ZTBC 채널에 농장 가꾸기 체험 예능 [GOLDEN LEAF FARM]의 예고편이 방영되었다.

[위기의 농장을 구하러 달려온 것은 엉뚱한 녀석들이었다!]

자막과 함께 차에서 내리는 재이와 남궁찬의 모습이 슬로우모션으로 화면에 등장했다.

[연필보다 호미를 먼저 잡았다는 농가의 자식 - 한재이]

[막장 드라마로 랩 실력을 키웠다는 MC 더 막장 - 남궁찬]

스크류박 옆에서 3배속 빨리 감기 모드로 모종을 심는 재이의 모습과 장터에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랩을 하고 있는 남궁찬의 모습이 소개 자막과 함께 화면에 지나갔다. 그리고 남궁찬의 랩이 배경음으로 깔리기 시작하며 두 사람이 장터 한쪽 구멍가게 앞 낡은 게임기에 나란히 쪼그려 앉아 대전 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이 화면에 비쳤다. 그 뒤로 검은 비닐봉지를 양손에 잔뜩 든 이근우와 스크류박이 두 녀석의 뒤통수를 노려보고 있었다.

- 한재이, 남궁찬, 인제 그만하고 좀 가자! 배고파! 밥 먹자고!!!

이근우의 지친 듯한 목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재이가 버럭 소리쳤다.

- 아 형, 딱 한 판만 더요! 제가 이제 완전 감 잡았다고요!!

- 와하하, 한재이 덤벼라! 겜판이 현실과 다르다는 것을 내가 제대로 알려 주마!!

옆에 앉은 남궁찬이 큰 소리로 웃는 것에 재이가 이를 악물고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패드를 연타하면서 말했다.

- 남궁찬 딱 기다려! 어? 또 죽었어? 으아 어째서!!! 잘 피했는데!!!

- 하하하, 역시 신은 공평했던 거야, 차인혁 보고 있냐! 한재이를 상대로 내가 지금 23승 무패다!!!

- 사장님 저거 잠깐 전원 좀 뽑아도 될까요?

구멍가게 미닫이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며 외치는 스크류박의 모습 위로 예고편 타이틀이 올라왔다.

[위기의 농장을 구해라, …과연!?]

-하아, 인생…….

이근우의 한숨 소리와 함께 예고편이 끝이 났다.

“뭐야, 완전 부러워. 제대로 힐링이잖아.”

예고편을 다 본 엠케이가 옆에 있던 재이와 남궁찬을 돌아보며 말했다.

“힐링은 무슨. 농장 일 우습게 보면 안 된다 엠케이야. 완전히 체력 싸움이라고, 체력 싸움.”

“한재이, 우리 말은 바로 하자. 농장 일은 스크류박 선배님이 다 하셨잖아.”

“아 왜, 나도 모종 심었다고. 게다가 너희들 매끼 밥해 먹인 게 누구라고 생각하냐.”

“아 그건 인정. 근데 너 하는 건 왠지 다 엄청 쉬워 보인단 말이지. 게임 빼고.”

남궁찬의 말에 옆에서 듣고 있던 엠케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끼어들었다.

“그러게. 남궁찬 존경스럽다, 한재이를 상대로 23승 무패를 기록한 남자!”

“정확히는 28승 무패야. 저 뒤로 다섯 판 더 했다고.”

“스크류박 선배님이 전원만 안 뽑으셨어도 내가 진짜 그 뒤로 29연승하고 뒤집었을 거야.”

재이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엠케이가 말했다.

“그거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린데.”

“차인혁이 우리 데뷔곡 활동 3개월만 더 했어도 자기가 승패 뒤집었을 거라고 한 거?”

“야 그건 진짜 무리수지.”

“아까 예고편 보니까 한재이 너도 만만찮게 무리수던데.”

엠케이가 이죽대는 소리에 재이가 그쪽을 흘겨보다가 말했다.

“그래서, 언제 녹화 시작할 건데?”

“어? 지금.”

재이의 말에 엠케이가 일어나서 숙소 거실 구석에 고정된 카메라를 향해 손 흔들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엠케이와 홈트하쉴?]의 엠케이입니다. 오늘은 특별 게스트로 한재이 씨와 남궁찬 씨를 모셨습니다. 최근 로케 때 멤버들 빼고 고기 파티를 벌이고 오신 배신자들이죠. 오늘 그 배신의 대가를 치르는 모습을 모두 함께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엠케이의 명랑한 목소리가 실내에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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