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퇴출 1호 아이돌 연습생이 되었다-64화 (64/224)

#64

엉뚱한 데서 터지는 건 그룹 내력인가

“아이고, 아, 죽겠다, 조금, 조금만 쉬었다가…….”

“남궁찬 씨,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되죠.”

“아 몰라, 못 해, 못 해요. 여러분, 포기하는 것도 용기 있는 일입니다, 망설이지 말고 포기하세요.”

플랭크 자세를 잡던 남궁찬이 매트 위로 철퍽 늘어졌다. 엠케이와 재이가 그런 그를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로케에서 먹은 회오리 감자 한 개분도 아직 못 한 것 같은데. 양심 있으면 재도전하시죠?”

재이의 말에 남궁찬이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누구 탓이냐고요. 여러분, 그거 있죠? 병 주고 약 주고. 한재이 씨가 딱 그겁니다. 먹으랄 땐 언제고 이젠 먹었다고 뭐라고 하네요.”

“말은 바로 합시다. 먹으라고 한 적 없어요. 남궁찬 씨가 맛있다고 멋대로 먹은 거죠.”

“와, 억울. 그러는 한재이 씨는 안 드셨습니까.”

“네.”

“…반성하겠습니다, 다시 해 보죠.”

남궁찬이 주섬주섬 일어나 다시 자세를 잡았다. 두 사람의 대화를 구경하던 엠케이가 다시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남궁찬 씨 승모근이 또 슬슬 자기주장 하고 있어요, 힘 좀 빼 봐요.”

“엉덩이 내리고 배에 힘주고. 대체 그것도 못 버티고 안무 가능합니까?”

자세를 잡기가 무섭게 쉴 틈 없이 날아오는 지적들에 남궁찬이 헉헉거리며 말했다.

“트, 트레이너가 왜 두, 둘이죠. 한재이 저리, 저리 가…….”

“아, 한재이 씨가 놀아서 남궁찬 씨가 마음에 안 드나 봅니다. 재이 씨, 옆에서 자세 좀 잡아 주시죠.”

“엠쌤이 원하신다면.”

재이가 대답과 함께 자신의 매트 위에서 플랭크 자세를 잡았다. PT 광고에서나 볼 법한 완벽한 자세였다.

“어때요, 참 쉽죠?”

“한재이 씨, 지금 발언으로 영상을 보고 계신 분들의 9할을 적으로 돌리셨습니다.”

“설마. 저는 지금 시범을 보이고 있는 건데요. 여러분 자세 교정하실 때 참고하세요. 근데 남궁찬 씨 언제 또 포기하셨습니까?”

“5초 컷 남궁찬이라고 불러주세요. 원래 홈트란 카운트 5쯤에서 포기하고 앉아서 구경해야 맛이죠. 오오 한재이 씨 자세 예술이네요. 엠쌤 분발하셔야겠어요.”

남궁찬이 뻔뻔한 얼굴로 매트 위에 앉아서 생수를 들이켜며 말했다. 엠케이가 군더더기 없는 재이의 플랭크 자세를 한 번 훑어보곤 남궁찬에게 말했다.

“무슨 말씀입니까? 저건 오늘을 위해 제가 특별히 주문 제작한 한재이 씨의 3D 등신대 포스터라고요. 저게 진짜 인간일 리가 없죠.”

“그렇군요. 납득했습니다.”

“사실 남궁찬 씨 것도 주문했는데…….”

“제 건 그런 거 안 팔아요. 컨셉이랑 안 맞거든요. 앞으로도 나올 일 없을 것 같네요.”

“역시, 5초 컷 남궁찬 선생다운 명쾌한 대답, 감사드립니다.”

“홈트라더니 그냥 토크쇼 아닙니까? 운동보다 수다 분량이 더 많은 것 같은데.”

한 세트를 다 채운 재이가 일어나며 말했다.

“특별 게스트 중 한 분이 운동을 입으로 하시는 바람에.”

“그건 인정이네요. 저분이 좀 덩칫값을 못 하죠.”

“아마 내일 트레이너 쌤한테 혼 좀 날 것 같은데요.”

엠케이가 남궁찬을 힐끔거리며 하는 말에 재이가 덧붙였다.

“이미 로케 핑계 대고 너무 정신 놓고 먹은 거 아니냐고 매니저 형한테 잔소리 폭격 맞았죠.”

“오, 그런가요. 재이 씨도 혼났나요?”

“제가 혼날 일이 뭐가 있다고.”

“같이 드셨잖아요?”

“진실은 체중계가 말해 주는 법이죠. 저는 안 늘었거든요.”

어깨를 으쓱하며 태연하게 내뱉는 재이의 말에 그때까지 듣고 있던 남궁찬이 버럭 소리 지르며 끼어들었다.

“저건 진짜 사기예요. 나중에 방송 보시면 아시겠지만 진짜 저랑 똑같이 먹었거든요! 제가 쟤보다 더 먹은 건 회오리 감자 두 개 정도밖에 없다고요!”

“회오리 감자가 잘못했네요.”

“그걸 만든 재이 씨 잘못이죠.”

억울하다는 듯 중얼거리는 남궁찬에게 엠케이가 맞장구쳤다.

“그래놓고 정작 자기는 안 쪘다니.”

“이 세상 치사함이 아닌 것입니다.”

“어쩌겠습니까, 먹어도 안 찌는 체질인 것을.”

재이의 한마디에 나머지 두 사람이 결국 입을 다물었다.

.

.

.

└ ㅋㅋㅋㅋㅋㅋ보다 웃느라 오늘도 홈트 실패

└ 너=나 ㅋㅋ대체 저걸로 홈트를 어떻게 하라고 ㅋㅋㅋ 포션들이 운동하길 진심으로 원한다면 운동하는 부분만 따로 편집본 올려 줘라

└ 근데 진짜 재재님 사기캐 왜 혼자 멀쩡함?

└ 2222 정작 코칭하는 엠쌤은 땀범벅인데

└ 그러니까 처음부터 게스트 선정을 잘못한 것임ㅋㅋ 하나는 애초에 할 마음이 없고 하나는 그냥 3D 포스터 ㅋㅋㅋ 엠쌤만 불쌍해 ㅋㅋ

└ 내 말이ㅋㅋ 엠쌤 다음부턴 그냥 우리끼리 하자요 ㅋㅋㅋ 얘네들은 불러 봐야 방해만 돼

└ 그렇지만 우리끼리만 해도 엠쌤 하는 거 구경만 하는 나ㅋㅋ 엠쌤 졸귀라 보고 있기만으로도 바쁘다고

└ ㅇㄴㄷ ㅋㅋ

└ ㅇㅈ 정신 차려보면 매트에 앉아서 엠쌤 하는 거 넋 놓고 보기 바쁨ㅋㅋ

└ 영고엠쌤 ㅋㅋㅋ 아무도 같이 해 주질 않아….

└ 근데 먹어도 안 찌는 체질이라니 그런 게 진짜 존재하긴 함?

└ 난 안 먹어도 찌는 체질이란 말은 많이 듣는 편ㅇㅇ

└ ㄹㅇ 물만 먹어도 찌는 체질이 나야나

└ 숨만 쉬어도 찌는 체질인 나 불렀냐

└ 솔까 재재님은 저 운동량을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해낼 정도면 먹어도 살로 안 간다고 느낄 만도 함 ㅇㅇ

└ 재재님 이 기만자 같으니.

└ 재재님은 우릴 두 번 죽였어.

└ 재재님이 만들었다는 회오리 감자 땅기는 거 나뿐이냐. 그래서 골프 온에어 언제 함? 나도 재재님표 회오리 감자 먹고 싶다ㅜㅜ

└ 홈트영상에서 먹을 거 찾게 하는 클래스 ㅋㅋ 이건 진짜 재재님이 잘못했다

└ 그래 재재님, 얼른 잘못을 인정하고 일단 엠쌤한테 회오리 감자 해 줘라

└ 이거지. 아까 남궁찬이 회오리 감자 두 개 먹었달 때 엠쌤 표정 넘나 처량했던 것ㅋㅋ

└ ㅋㅋㄹㅇ 현타 세게 온 표정 ㅋㅋ 누군 홈트하고 있는데 누군 촬영 핑계로 회오리 감자를 그것도 두 개나 먹다니 ㅋㅋ

└ 그러잖아도 얄팍한 비즈니스 후렌십에 금 가는 소리 ㅋㅋㅋ

* * *

며칠 후

[GOLDEN LEAF FARM] 방영일

신인기획팀 심진우 팀장은 한재이와 남궁찬이 출연한 ZTBC의 농장 가꾸기 체험 예능 온에어를 틀어 놓고 인터넷 게시판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있었다. 애초에 이근우가 한재이에게 따로 연락해서 부탁하지 않았다면 고사했을 프로그램이었다. 반고정이긴 했지만 이미 유치원 예능도 반응 좋은 마당에 비슷한 힐링 컨셉의 예능에 굳이 또 출연시켜 이미지 소모를 할 이유가 없었다.

여러 가지 논의 끝에 결국 남궁찬과 함께 출연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밀어붙이는 입장에서도 부담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한재이야 이미 몇 번 예능에 나가서 나름 괜찮은 성적을 거두고 있긴 했지만, 남궁찬의 경우는 음방과 자체 서바이벌 빼고는 그야말로 이번이 예능 첫 데뷔나 다름없었다. 출연이 확정되고 일각에서 벌써부터 끼워팔기냐는 악플이 달리기 시작했던 것을 파악하고 있던 심진우로서는 얼마나 잘해 낼지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랬는데.

철벽 좀 그만 쳐 보는 내가 딥삐-쳐

전 남편은 좀 버려 그건 못 쓴다니까

깨끗하게 쳐 버려 제발 잘라 내 버려

미련 좀 싹 버려 Hurry up 도망쳐

아주 물 만난 고기가 따로 없었다.

주변에 모여든 사람들 하나하나와 눈을 마주쳐 가며 옆에서 샘플을 나눠 주고 있는 재이에게서 고구마 스틱을 받아 들고 제 앞에 선 어머니와 아이에게 건네주며 익살맞게 웃기까지, 지금 하고 있는 게 막장 드라마 랩이 아니라면 콘서트장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무대 매너였다.

“…막드랩이라니. 어디서 그런.”

심진우가 중얼거리며 게시판을 살폈다.

[굳세어라, 황금자] 시청자 게시판

- ㅋㅋㅋ지금 ZTBC 보시는 분? 아이돌이 나와서 랩 하는데 드라마 감상평 오졐ㅋㅋ

└ 뭔데? 지금 재방 시간 아니지 않음?

└ ㄴㄴ 뭔 예능에서 아이돌이 금자 누님 전 상서 읊고 있는데

└ 구구절절 맞말 오졐ㅋㅋㅋ 딕션 넘 클린해서 막 귀에 착착 감김ㅋㅋㅋ

└ 마지막ㅋㅋ 전남편 놈한텐 김치 싸대기도 아깝댘ㅋㅋ얘 막드 좀 본 듯ㅋㅋㅋㅋㅋ

└ 그래서 얘네 뭔데? 나 고구마랑 감자 사면 돼? 어디서 사면 돼? ㅋㅋㅋ

└ 농장 체험이라는데 일은 스크류박이 다 하고 애들 둘은 놀러 다님ㅋㅋㅋ

└ 지금도 장 다 봐서 가자는데 구멍가게 앞에서 겜하느라 듣지도 않음

└ 뭐야 왤케 귀여웤ㅋㅋ이근우 얼굴 봐 저세상 피곤한 표정ㅋㅋㅋ

└ 딱 한 판만 더<<이것만 몇 번째냐곸ㅋㅋ 완전 그냥 동네 고딩ㅋㅋㅋ

└ 엌ㅋㅋㅋㅋㅋ뭨ㅋㅋ얔ㅋㅋㅋㅋ 스크류박이 결국 전원 뽑았엌ㅋㅋ

└ 저 나라 잃은 듯한 표정 뭐냐고ㅋㅋ 그래서 쟤들 이름이 뭐라고??

└ 영업 나왔습니다. 갓 데뷔한 신인 아이돌 PART.Y입니다. MC더막드가 남궁찬, 그 옆에 요리 담당이 한재이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 이건 진짜 제작진이 보고 엔딩 롤로 써야 된닼ㅋㅋ

- 작감 듣고 있냐 저 정도 정성인데 카메오로 출연 좀 시키자 ㅋㅋㅋ

- 금자 씨 장 보러 갔을 때 MC더막드가 고구마랑 회오리 감자 팔면서 랩 하고 있으면 되겠넼ㅋㅋㅋ

└ 자까님 여기서 이럴 시간 있으시면 글을 쓰세요.

└ 피디님 대본 수정 들어간답니다. 추가 촬영 준비하세요ㅋ

.

.

.

“엉뚱한 데서 터지는 건 그룹 내력인가.”

심진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팬 반응도 괜찮았지만 예능판이나 드라마판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팬덤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머글판의 반응이 좋은 것은 고무적인 일이었다.

‘이 정도면 예능 데뷔치곤 썩 괜찮네.’

심진우는 계속 불어나고 있는 게시판의 관련 글을 주시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 * *

“MC더막드 남궁찬 예아”

“아이씨 시끄러워 엠케이.”

엠케이의 장난에 남궁찬이 눈썹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왜, 지금 완전 핫한데. 너 굳금자 말고 막드랩 다른 것도 있다고 하지 않았냐?”

“어? 어.”

“와 뭔데? 또 뭐 있는데?”

멤버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에 남궁찬이 머뭇대다 털어놨다.

“그 [다시 볼 땐 굿바이]랑, [유혹의 그늘]이랑, [사랑은 속도위반]…….”

“와, 진짜 막드랩의 황제네.”

“그러게. 저 정도면 찐이다 찐. 인정.”

“그냥 드라마 좋아하는 줄만 알았지 저걸로 랩을 칠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냐고.”

“진짜, 남궁찬 숨겨 놓은 한 방이 세다, 세.”

칭찬인지 아닌지 애매한 멤버들의 수다에 남궁찬이 민망한 듯 중얼거렸다.

“취미 생활이라고. 취미 생활…….”

“아주 바람직해. MC더막드 완전 떠서 드라마 주제가 부르는 날 오는 거 아니냐.”

“엔딩곡 정도는 노려볼 만하다 진심.”

“그러게 굳금자 팀에서 연락 오는 거 아니냐.”

“백 코러스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라, 나 이환 언제나 기다리고 있다.”

이대로라면 끝도 없이 이어질 것 같은 멤버들의 수다를 어떻게 끊을까 고민하던 남궁찬은 자신들이 탄 차가 TVM 주차장 입구를 통과하고 있음을 깨닫고 문득 중얼거렸다.

“…차인혁은 잘하고 있겠지?”

남궁찬의 중얼거림을 들은 재이가 예의 그 무심한 투로 말했다.

“괜찮을 듯? 안에서 새는 차인혁 밖에서도 샐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첫 방 보니까 우리하고 있을 때만 그렇게 줄줄 샜던 모양이잖아?”

나머지 녀석들이 그건 그래 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지금 인혁이 출연 중인 TVM의 아이돌 예능 [We are Leaders]에 들어갈 짤막 코너의 촬영을 위해 스튜디오로 향하는 길이었다. 자신들과 있을 땐 영 못 미더운 허당처럼 보이던 인혁도 프로그램 안에서 다른 팀의 리더들 사이에 섞어 놓으니 꽤 잘난 태가 나는 것이 보는 재미가 있었다. 파티 멤버들과 포션들 사이에서는 어째서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는 멀쩡한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지만 어쨌거나 그 기현상 덕에 차 리더에 대한 대외적인 평은 꽤나 훌륭했다.

“아무리 그래도 신인돌을 대표하는 카리스마라니. 그건 좀 너무 나갔지.”

“그거야말로 조 PD님의 사심이고.”

이환과 은규가 주고받는 말에 남궁찬이 끼어들었다.

“대체 차인혁의 어디가 칼있으마야. 모르시나 본데 걔한테 칼 주면 안 된다고.”

“야, 헛소리 나오는 거 보니까 남궁찬 긴장했나 보다. 누가 쟤 좀 재워.”

“다 왔는데 어떻게 재워. 그냥 남궁찬 넌 오늘 입 열지 마라.”

“아 왜, 우리끼리 있을 때 말도 못 해? 말도?”

“그런 개그 칠 거면 하지 마. 막드랩 할 거 아니면 오늘 너에게 발언권은 없다.”

“와 치사해. 엠케이 두고 봐, 고발할 거야.”

남궁찬이 중얼거리는 말에 재이가 물었다.

“누구한테? 신인 돌을 대표하는 카리스마 차 리더한테?”

“왜지, 분명 임팩트 있는 타이틀인데 공격력이 1도 안 느껴져.”

이환이 중얼거리는 소리에 엠케이가 말했다.

“왜냐하면, 우리에겐 그 리더를 331승 5패로 제압한 능력자가 있거든.”

“그거 이상하네. 내가 그 능력자를 28승 무패로 제압한 것 같은데.”

“…….”

“…….”

남궁찬의 말에 짧은 정적이 흐른 뒤, 엠케이가 재이에게 외쳤다.

“아 뭐야 한재이! 네가 우리 없는 사이에 멋대로 남궁찬하고 게임 같은 걸 하니까 족보가 꼬이잖아!”

“그래 재이야 이건 네가 잘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팀인데 팀 내 서열을 뒤죽박죽 만드는 짓은 좀 하지 말자.”

“아냐 이건 기회야, 야 한재이, 나랑도 한 판 하자! 내가 남궁찬보다 컨이 좋거든!”

“이환 웃기시네. 어디서 그런 말도 안 되는.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일단 너는 나랑 먼저 붙자!”

“아아 역시 그때 남궁찬의 꼬임에 넘어가는 게 아니었어.”

녀석들의 아우성을 한 귀로 흘리며 재이가 머리를 쥐어 싸매는 시늉을 하며 중얼거렸다.

* * *

“오, 차 리더 왠지 오랜만이야.”

“어제 숙소에서 보고 반나절만인데 오랜만은 무슨.”

“아 건조해라. 건조해. 우리 그래도 오늘 그룹의 단결력을 보여 줘야 한다며, 시작부터 이렇게 건조해서 되겠어?”

엠케이의 말에 스튜디오에 먼저 와 촬영 중이던 인혁이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어, 혹시 불안하신? 그런 것임?”

눈치 좋은 남궁찬이 묻는 말에 인혁이 대답 대신 고개를 돌려 다른 출연자들에게 말을 걸었다.

“선겸 형, 재민 씨,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아 재민 씨는 전에 보신 적 있죠? 저희 멤버들.”

“와 풀팟이다, 풀팟! 앗, 미친 칼잡이!! 오오. MC더막장도 있어!!!”

선겸이 웃으며 악수를 청해 왔다.

“아앗. 선배님 잘 부탁드립니다.”

남궁찬이 선겸이 내민 손을 두 손으로 잡고 흔들며 고개를 꾸벅 숙여 보였다.

“인혁이한테 말 많이 들었어.”

“부디 좋은 말들만 들었길 바랍… 니다만 그럴 리가 없겠네요.”

재이가 인혁을 힐끔하곤 말을 바꿨다.

“하하, 인혁이가 신신당부하던데? 멤버들 중에 헛소리하는 애 있으면 가차 없이 컷 해 달라고. 나중에 우리 팀 사회 볼 때 제대로 품앗이하겠다고.”

“와 차인혁 인성…….”

멤버들이 차인혁을 흘겨보면서 촬영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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