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
배우보단 감독이 하고 싶은 재재님
몇 주 전.
케이엠 본사 회의실
신인기획팀 심진우 팀장과 VD실 윤효민 실장, AR1팀 장세은 팀장은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현역일 때 교복을 입혀야죠. 당장 애들 졸업하고 나면 몰입감 확 떨어질 텐데. 못해도 평타는 치고 들어가는 컨셉인데 타이밍 놓치긴 아깝잖아요. 곡 컨셉하고도 잘 맞고.”
장세은이 말했다.
그들은 지금 파티의 후속곡 [룬룬룬]의 활동 컨셉을 잡기 위한 회의를 벌이는 중이었다. [룬룬룬]은 쳇바퀴같이 돌아가는 삶에 대한 위로를 담은 곡이었다. 곡의 프로듀싱을 총괄한 입장에서 볼 때 교복 컨셉은 곡의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너무 무겁게 흐르지 않도록 적당히 밸런스를 잡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았다. 이미 시장에서의 효과가 검증된 컨셉이라는 것도 매력 포인트 중 하나였다. 데뷔곡의 컨셉이 코어 쪽에 치중했던 것을 감안하면 대중성과 코어 사이의 밸런스를 재조정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했다.
그러나 윤효민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교복 좋죠. 근데 시장 상황도 봐야죠. 지금 교복 컨셉으로 활동 중인 팀이 몇인데, 거기에 우리까지 그냥 교복으로 가면 너무 레드오션인 것 같은데.”
“저도 윤 실장님 의견하고 비슷해요. 교복 컨셉이 잘하면 좋은데 못 하면 확 식상한 것도 사실이라. 이미 몇 팀이나 비슷한 컨셉으로 들어가 있는 상황에서 우리까지 교복으로 들어가는 건 실패 리스크가 좀 더 큰 것 같긴 하네요.”
윤효민의 말에 심진우까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자 장세은이 눈썹을 찌푸리며 고민스럽다는 투로 말했다.
“그렇다고 아직 스물도 안 된 애들한테 사회인 코스프레를 시킬 수도 없고? 두 분 다 이 곡 좋다고 밀었잖아요? 대중 공략에 딱 맞는다면서. 아이디어 좀 내 보세요?”
장세은이 윤효민과 심진우를 둘러보며 물었다.
“저는 교복 컨셉이 안 좋단 말은 안 했어요. 그냥 들어가면 필패일 것 같다고 했을 뿐이죠.”
“변죽 그만 울리고 요점만 말해요, 요점.”
장세은의 말에 윤효민이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이곤 말했다.
“요는 그거잖아요. 식상하지 않게 하는 것.”
그러니까 그게 쉬우면 우리가 이 늦은 시간까지 이렇게 머리 쥐어 싸매고 있겠냐고요.
장세은이 투덜거리는 소리에 윤효민이 웃으며 말했다.
“그 쉽지 않은 걸 또 해내는 게 이 바닥 재미 아니겠어요?”
* * *
“쇼트 필름이요?”
후속곡 [룬룬룬]의 컨셉회의 결과와 향후 계획 일정을 설명하기 위해 멤버들을 찾은 윤효민 실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쇼트 필름. 이번 뮤직비디오는 멤버별로 각자 다른 스토리를 담은 버전 여섯 개를 순차적으로 내놓는 형식으로 진행할 거야.”
“와, 대박.”
“대표님이 오케이 하셨어요?”
“우리한테 너무 몰빵하시는 거 아니야? 이런 관심 좋아요. 짜릿해요. 더 주세요.”
“근데 진짜 갑자기 어깨가 무거운데. 이거 성적 안 좋으면 우리 회사에서 역적 취급받는 거 아니냐고.”
“그땐 너희보다 먼저 내 목이 날아갈 테니 열심히들 해.”
윤효민이 끼어들자 자기들끼리 수군대던 멤버들의 얼굴이 확 굳었다.
“헐, 실장님, 저희를 뭘 믿고 목까지 거셨어요.”
“물론 저희가 최선을 다하긴 하겠지만 그렇게 쉽게 남한테 인생 올인하면 안 되는 건데.”
“투자의 기본은 분산 투자라던데. 실장님 주식 안 하시는구나?”
“물론 저희가 이 바닥에서 요새 좀 흥한다는 소리 듣긴 하지만 저흰 실장님까지 책임 못 져요.”
“흥하든 망하든 각자도생이 룰이거든요.”
멤버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
“다들 잡소리는 그만 좀 하고. 실장님, 그럼 이 컨셉대로 촬영 들어가는 겁니까? 다 같이 모이는 부분만 따로 모아 촬영하고 기본 개인 촬영으로 진행한다고 이해해도 되나요?”
산만한 멤버들에게 한마디 한 인혁이 윤효민에게 물었다.
“이야 차 리더가 리더하네.”
“위아리 찍더니 부쩍 리더다워졌어.”
“왠지 아쉽다. 차인혁은 까야 맛인데.”
“그건 나 빼고 다 까야 맛인 우리 팀 컨셉 탓 아니고?”
“쉿. 이럴 땐 그냥 ㅇㅇ 하면 되는 거야. 따지기는.”
인혁의 눈치를 보면서도 자기들끼리 작은 소리로 수군대는 멤버들을 쳐다본 윤효민이 웃으며 대답했다.
“인혁이 말대로 뮤직비디오는 전 멤버 다 모여서 찍는 뮤직파트랑 개인 스토리텔링 파트로 나눠서 진행될 거야.”
“이제 나 혼자 너희 스케줄 다 커버하기 힘드니 로드매니저 두 명이 더 붙어서 움직일 거고.”
옆에서 듣고 있던 석관이 덧붙인 말에 멤버들이 놀란 눈으로 석관을 돌아보았다.
“와, 형 그럼 드디어?”
“오. 석관이 형 이제 팀장님 되는 거예요?”
“뭐지 이 뿌듯함? 음방 1위 했을 때만큼 뿌듯한데?”
“세상에 리더도 키우고 매니저도 키우고. 우리 진짜 일 많이 했다, 그치 않냐?”
자기들 일처럼 좋아하는 멤버들의 반응에 석관이 조금 민망한지 짐짓 큰 소리로 말했다.
“시끄러워 이 녀석들. 일단 바쁠 때만 도와주기로 한 거라 정식 팀은 아니라고.”
“아 예, 예 김 팀장님. 알겠습니다.”
“근데 석관이 형 성이 김 씨였어? 왜 나만 몰랐지?”
“모른 게 아니라 까먹은 거겠지.”
석관의 말도 소용없이 또다시 시끌벅적 떠드는 멤버들을 바라보던 인혁이 한숨을 푹 쉬며 윤 실장에게 말했다.
“쟤네들 모아 두면 집중력 10분도 못 버텨서요. 그래도 자기들 맡은 부분은 잘할 테니까 산만하다고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그래, 그래. 인혁이 네가 수고가 많다. 가위바위보로 정했다고 들었을 땐 응? 싶더니 그래도 제법 리더 티가 나잖아?”
“리더가 아니라 베이비시터인 것 같아서 사실 마음이 좀 복잡합니다만.”
인혁의 투덜거림에 윤효민이 이해한다는 얼굴로 인혁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웃었다.
* * *
“좋은데.”
뮤직비디오의 제작을 맡은 유진환 감독은 모니터 너머 보이는 장면을 확인하곤 무심코 크게 중얼거렸다. 옆에서 함께 모니터를 확인하고 있던 조연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진짜 괜찮은데요. 선배, 이거 잘하면 생각보다 재밌겠는데요?”
조연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유진환은 다시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준비 중이던 프로젝트만 연기되지 않았어도 맡지 않았을 일이었다. 유진환의 본업은 영화감독. 줄곧 독립영화판에서 돌다가 상업 쪽으로 전환하려 준비 중이던 차였다. 운 좋게도 꽤 견실하다는 평의 제작사가 시나리오를 마음에 들어 해 그때부턴 순풍에 돛 단 듯 모든 것이 순조로웠는데. 그놈의 해외 자본이 말썽이었다. 해외 투자자 중 하나가 프로젝트에서 돌연 손을 떼겠다고 하는 바람에 모든 것이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프로젝트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당장 집세 낼 돈도 모자라 허덕이던 그에게 영화판 선배가 용돈 벌이라도 해 보라고 소개해 준 것이 이 일이었다. 그동안에도 몇 번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 찍어 본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이제 정말 본업에 집중하려고 하던 차에 경제적인 상황 때문에 억지로 맡게 된 일이라 그다지 탐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다만 곡 하나에 버전을 여섯 개나 만들겠다는 소리를 들었을 땐 조금 흥미가 동했다. 한 가지 주제를 아우르는 쇼트 필름 여섯 편으로 구성된 뮤직비디오라니. 출연자가 연기의 ‘연’자도 모르는 신인 아이돌이라는 사실만 빼면 꽤 재미있는 기획이긴 했다. 소속사에서 꽤 공들여 키우고 있는 신인인 듯 투자가 과감한 것이 괜히 부러워질 지경이었다.
“재이 씨, 지금 그 씬, 다시 한번 갈까요. 지금 표정 좋았는데 다른 각도로도 좀 찍어 봅시다.”
유진환은 자신의 부름에 귀를 쫑긋 세우고 이쪽을 돌아보는 아이돌을 바라보았다. 조금 날카로운 눈매가 전체적으로 살짝 차가운 인상의 얼굴이었다.
‘저 얼굴이 웃으면 꽤 괜찮아진단 말이지.’
유진환은 조금 전 찍은 장면을 돌려보며 생각에 잠겼다.
여섯 멤버의 각자 다른 스토리 중 한재이의 이야기는 [평범한 삶 속에 숨어 있는 소소한 기쁨]이 주제였다. 할머니와 함께 사는 소년 한재이가 할머니의 생신이 곧 다가옴을 떠올리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생신 선물을 해 드린다는, 딱히 특별할 것도 없는 흔한 이야기였다. 그중 지금 찍는 장면은 드디어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할머니의 생신 선물을 사는 데 성공한 재이가 선물을 들고 혼자 씩 웃는 장면이었다. 잔잔한 스토리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중요한 장면 중 하나였다.
유진환이 놀란 것은 재이의 시선 처리였다. 짧은 컷 안에서 최대한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도록 훈련받은 가수들이 본능적으로 카메라를 찾아 시선을 맞추는 것과 반대로 연기자는 카메라와 눈을 마주치지 않음으로서 시청자들의 몰입감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그러나 가수 중 대부분은 이 사실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는 습관 탓에 카메라와 시선을 마주쳐서 NG를 내거나, 거꾸로 너무 의식적으로 카메라에서 시선을 떼는 바람에 장면 전체가 어색해져 NG로 이어지곤 했다. 그런데 이 녀석의 경우 모든 것이 놀랍도록 자연스러웠다.
‘요새 아이돌은 연습생 시절부터 연기도 따로 배운다더니, 기초는 꽤 잘 다졌나 보네.’
유진환은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 * *
“표정 좋은데? 재이 씨, 진짜 할머니라도 떠올린 거야?”
“아, 감사합니다. 하하.”
재이는 다른 각도에서의 컷을 따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스태프들 사이에서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꾸벅 인사하며 소리가 난 곳을 살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번 뮤직비디오를 총괄하고 있는 유진환 감독이었다.
“웃는 씬, 아주 자연스러웠어. 마음에 들어.”
“감사합니다.”
“처음 해 보는 솜씨가 아닌 것 같은데. 재이 씨 연기 배워 본 적 있어?”
“어. 본격적으로는 전혀요.”
“그래? 진짜야? 그런 것 치곤 카메라 앞에서 아주 자연스러운데?”
그건 아마도 사람들 앞에서 연기하는 게 일상이었던 저 동네 시절 짬밥 덕인 것 같은데요.
유진환에게 차마 하지 못한 말을 속으로 삼키며 재이가 대답 대신 먼저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한테 감사할 건 없지. 본인이 잘해서 한 말인데.”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좋아. 그럼 계속 이대로 가 보자고? 이대로 잘해 주면 꽤 괜찮게 나올 것 같은데. 덕분에 기대가 커.”
‘뮤직비디오 찍는데 무슨 기대를 얼마나 하시길래…. 뭐, 좋게 봐 주신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재이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유진환에게 다시 한번 꾸벅 인사해 보였다. 유진환이 재이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곤 카메라 뒤로 돌아나간 뒤, 재이는 그 자리에 서서 들고 있던 선물 소품을 잠시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진짜 할머니… 라.’
재이는 세린이네 할머니께 따로 감사 인사라도 드려야겠다고 생각하며 짧게 웃었다.
* * *
인터넷 PART.Y 팬 게시판
[긴말 안 한다. 영화 [룬룬룬] 재재님 편 본 사람 들어와라]
그동안 내가 케이엠을 잘못 본 모양이다. 얘네 이렇게 덕질에 진심일 수 있었구나 그렇구나. 6버전 뮤비로 영화 만들 생각 누가 했음? 기획력 쩔고요 ㅎㄷㄷ 그걸 또 해내는 애들이 넘나 대단한 것 ㅜㅜ 재재님 대체 겜 빼고 못 하는 것 무엇? 찬이한테 겜 안 졌으면 인간 아니라고 오해할 뻔 해짜나ㅜㅜ 와 내가 진짜 돌덕질 하면서 내 돌에 연기 부심 부리는 날이 올 줄이야.
└ 영화 룬룬룬에서 뿜ㅋㅋㅋ 근데 진짜 케이엠 투자 장난 아니네 후속곡에 이 정도 광푸시라니
└ 내 말이. 돈 쓰는 대로 성적 나오니까 신난 거 눈에 막 보이고 ㅋㅋ 안 그랬으면 딴 데처럼 선배팀 돈 끌어다 쏟아붓는다고 욕 오지게 먹었을 텐데. 오, 여러분, 파티 걱정은 마세요. 재재님 자장가로 차트 올킬중이거든요ㅋ
└ ㅇㄱㄹㅇ 거기다 애들 나오는 예능마다 광고 풀로 다 붙었으니 깔래야 깔 게 없네? *^^*
└ 근데 소올찍히 현실미 넘 떨어지는 거 아님? 우리 동네에 저런 고딩 없던데?
└ 왜 이래, 재재님 아직 현역이심
└ 내 말이. 같은 학교 다니는 애들 대체 무슨 복이냐고
└ 요샌 스케줄 때문에 거의 못 나간다는 것 같지만
└ 어쨌거나 교복 넘 은혜로운 것 언제 먹어도 맛있는 사골국
└ 난 그것보다 알바한다고 앞치마 둘렀을 때가 더 좋던데
└ ㄴㄷ 재재님은 역시 앞치마지 ㅋㅋㅋ
└ 근데 재재님 불러다 놓고 설거지만 시키다니 아무리 픽션이라지만 사장님이 장사하실 줄을 모르시네
└ 내 말이. 하다못해 서빙이라도 시켰어야지. 그래야 내가 찾아가는데
└ ㄴㄷㄴㄷ 재재님아 누나 어제 월급 들어왔다 어디로 가면 되니
└ 재재님 연기도 잘하다니 어쩜 좋아 나 덕심 폭발한다
└ 이건 ㅇㅈ 사실 미친 칼잡이 짤 돌 때만 해도 별생각 없었는데 이건 진짜
└ 이러다 배우 루트 타는 거 아닌지
└ 안 돼 눈앞에 깔린 꽃길 가기도 바쁜데 왜 굳이 가시밭길. 난 반댈세. 재재님 연기는 우리만 보자
└ 22 나도 배우는 별로야
└ 나만 재재님 연기하는 거 찬성임? 쇼트 필름 컨셉이라고 필터도 아예 다른 거 쓴 모양인데 그러고도 저 정도 존재감이면 영화판 가야 된다고 본다 나는
└ 너=나. 시선 처리 ㅈㄴ 자연스럽고 돌덕필터 내려놓고 봐도 연기인 듯 연기 아닌 연기하는 거 아마추어치고 괜찮았지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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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한재이, 진입장벽을 이렇게 높여 놓으면 나머지 사람들은 어쩌라고.”
팬 게시판을 모니터링 중이던 엠케이가 투덜거렸다.
“그러게. 내 것 촬영 다시 하면 안 되냐고 물어볼까, 진지하게.”
“심은규 네 마음은 알겠다만 포기해라, 네가 다시 찍어도 한재이만큼 하겠냐.”
“와 나 지금 진짜 마상 입음. 이환 네가 나 연기하는 거 본 적 있어? 내가 한재이보다 잘했으면 어쩌려고 그런 망언.”
“심은규 연기에 자신 있었나 봐? 몰랐네.”
“와 진짜. 이환 두고 보자. 네 건 내가 진짜 나노 단위로 모니터링 한다.”
은규와 이환이 투닥거리는 사이 뮤직비디오를 총괄한 유진환 감독의 짧은 인터뷰가 소개된 기사를 찾은 인혁이 기사를 소리 내 읽었다.
“[재능이 넘치는 분들과 작업하게 되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PART.Y는 다들 각자 개성도 뚜렷하고 의욕도 넘쳐서 현장이 항상 아주 활기찼습니다. 덕분에 저도 같이 작업하는 내내 아주 좋은 자극을 받았습니다. 특히 한재이 씨는 언젠가 이쪽에서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 감독님 원픽 한재이.”
“이러다 한재이 진짜 드라마나 영화 섭외 들어오는 거 아니야?”
“뮤비 보고 드라마 섭외라니, 엠케이 김칫국 드링킹이 너무 심한 거 아니냐.”
“꿈도 못 꾸냐. 어쨌건 반응 좋으면 나중에 어떻게 이어질지 모르는 일 아니냐고.”
인혁이 읽어주는 기사를 듣고 있던 멤버들이 수군댔다.
“어떻습니까, 한재이 씨. 돌판에 이어 배우 판도 씹어 먹으러 가실 건가요?”
인혁의 물음에 거실 소파 제 자리에 기대앉아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던 재이가 느긋한 얼굴로 대답했다.
“천천히 가자며. 우리 아직 데뷔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고. 다 같이 함께 가자던 사람들 누구?”
순간 실내에 정적이 흘렀다.
“와 소오름. 저 뻔뻔함 대체 어디서 오는 거지?”
엠케이가 내뱉은 말에 다른 멤버들도 앞다투어 한마디씩 보태기 시작했다.
“세상에 누가 보면 이미 아카데미 남주 후보 오른 줄 알겠어.”
“이미 석관이 형 핸드폰 한재이 섭외 전화로 불타오르고 있는 줄.”
“진짜 나도 갖고 싶다 한재이 얼굴에 깔린 철판.”
“내 말이. 이번 건 좀 강력했다.”
멤버들의 아우성을 귓등으로 흘리며 재이는 다시 핸드폰으로 시선을 옮겼다.
“대체 뭘 하길래 아까부터 그렇게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는 거야 근데?”
재이의 반응이 마음에 안 들었던 듯 엠케이가 참지 못하고 핸드폰 화면 쪽으로 고개를 디밀었다.
“응? 이건 인형이잖아?”
엠케이의 말에 재이가 어깨를 으쓱하면서 대답했다.
“출연자 모집 중이거든.”
지금 당장은 배우보다 감독이 하고 싶은 재재님이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