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차 리더의 조련술
케이엠 사옥 옆에 있는 분식집은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케페테리아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곳이었다. 케이엠 소속 연예인들이 애용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별명인데 그도 그럴 것이 기본 테이크아웃밖에 제공하지 않는 분식집에서 가끔 연예인들이 먹고 갈 수 있도록 가게 안쪽 스페이스를 열어 주기 때문이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사장님이 떡볶이 먹으러 들어왔다가 얼굴을 알아보고 몰려든 팬들과 기자들 때문에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유명 연예인을 보고 딱한 마음에 가게 안쪽으로 들어오라고 한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어쨌거나 팬들 사이에서는 연예인 출몰 맛집으로, 연예인들 사이에선 따뜻한 분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으로 잘 알려진 곳이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오, 그래요. 먹고 갈 거야? 가져갈 거야?”
“먹고 가려고요! 안에 자리 비었어요?”
“좀 전에 막 비었어, 어서들 들어와요.”
다섯 명의 멤버가 등장하자 혹시나 연예인을 볼까 싶어 가게 주변에 진을 치고 있던 팬들과 기자들이 술렁였다. 사장님은 그런 분위기가 익숙한 듯 대수롭지 않은 듯한 얼굴로 멤버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가게 안쪽으로 통하는 문을 열어 주었다.
“뭐 먹을래?”
자리에 앉자마자 엠케이가 신나서 물었다.
“김떡순, 튀김 세트랑 라면이랑 만두도!”
“잠깐 진정해 봐 남궁찬, 우리 야식 파티하러 온 거 아니라고. 또 엊그제처럼 먹어 버리면 석관이 형이 다시는 허락 안 할걸.”
메뉴판의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모두 다 시킬 기세로 먹고 싶은 것을 읊는 남궁찬을 제지하며 엠케이가 말했다.
“그래, 애초에 너 그거 다 먹고 이따가 안무 제대로 출 자신 있어? 춤추다가 토하고 싶지 않으면 적당히 해.”
재이가 거들었다. 남궁찬이 하늘이 무너지기라도 한 듯한 표정으로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이 메뉴들을 눈앞에 두고도 먹지 못하다니, 이건 고문이야.”
“먹을 수는 있다니까. 양 조절 안 했다가 나중에 후회하지 말자는 얘기지.”
“그래 진정해 남궁찬, 또 내일 아침에 여드름 나고서 후회하지 말고.”
그냥 김밥이나 시켜 먹자.
재이와 엠케이가 주고받는 말에 남궁찬이 시무룩해져선 입을 다물었다.
“이환이랑 심은규는 뭐 먹을 건데?”
엠케이가 눈치껏 옆자리로 밀어 넣은 탓에 나란히 앉아 있던 이환과 은규가 재이의 물음에 대답했다.
“참치김밥.”
“참치김밥!”
동시에 터져 나온 대답에 자기들도 민망했는지 헛기침을 하며 서로 외면하는 모습을 보고 있던 나머지 셋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씩 웃었다. 저래야 환심이지.
“그래서, 왜 싸운 건데?”
김밥은 각자 한 줄씩. 떡볶이는 다 같이 딱 한 그릇만.
광란의 야식 파티를 떠올리면 검소함을 넘어 고통스럽기 짝이 없는 저녁 식사를 앞에 두고 떡볶이 양념에 제 몫의 김밥을 찍어 먹던 재이가 예의 그 무심한 말투로 물었다.
남궁찬과 엠케이가 눈만 데룩 굴려 두 사람의 눈치를 한 번 살피고 다시 재이를 바라봤지만, 정작 질문을 던진 당사자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야 오뎅 국물 진짜 맛있는데 딱 한 컵씩만 더 달라고 할까?”하고 국물이 담겨 있던 빈 종이컵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참아, 여기서 더 마시면 백 퍼 염분 과다 섭취다.”
“그래, 내일 얼굴 붓는다 아서라.”
엠케이와 남궁찬이 눈치껏 덧붙였다.
“난 원래 잘 안 붓…….”
“…장르 얘기하다가.”
재이의 말 위로 이환의 목소리가 포개졌다.
모두의 시선이 이환에게 쏠렸다.
“심은규가 경연곡으로 발라드를 하자고 하잖아. 맥아리 없게.”
이환이 투덜거리듯 내뱉은 말이 마음에 들지 않은 듯 은규가 발끈해서 외쳤다.
“발라드가 뭐가 어때서! 너야말로 트로트라니 너무 안일한 거 아니냐고. 우리 그거 저번에 했잖아.”
“그리고 그때 잘 먹혔었잖아.”
“그땐 의외성이랑 희소성을 둘 다 잡을 수 있는 환경이었으니까 먹혔지. 너 이번에 트로트 쪽 선배님들도 참여하는 거 몰라? 거기에 굳이 트로트를 들고 가자니. 무슨 재롱 잔치 한단 소리 들을 일 있냐고.”
“그렇게 따지면 발라드도 그렇고 힙합도 그렇고, 다 아이돌 재롱 잔치라는 소리 듣는 건 마찬가지 아니야?”
얘기하다 보니 울컥하는지 이환과 심은규가 또다시 서로를 노려보며 으르렁댔다.
“역시 오뎅 국 더 먹을래.”
뜬금없는 재이의 목소리가 울렸다.
모두가 맥이 풀린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재이가 사장님을 불렀다.
“사장님- 저희 오뎅 국 한 그릇씩 더 주세요!”
“한재이 너는 물어봐 놓고 무슨…….”
어이없다는 듯 자신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이환을 돌아본 재이가 말했다.
“난 또. 싸웠다길래 뭔가 했더니. 더 싸워도 되겠잖아.”
재이의 말에 이환과 은규가 동시에 멈칫했다. 마침 사장님이 건네준 오뎅 국을 두 사람 앞으로 밀어 놓으며 재이가 이어 말했다.
“아까 연습실에서 둘이 그렇게 입 다물고 있었던 건 배고파서 싸울 기력이 없었던 거야 설마? 그럼 안 되지. 이거 마시고 기운 내서 마저 싸워. 보아하니 다 싸워야 뭐가 나와도 나오겠네.”
그제야 재이의 말이 이해가 된 듯 엠케이가 거들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너네 들어왔을 때 바로 물어볼걸. 괜히 지금까지 눈치 보느라 진만 빼고.”
남궁찬도 끼어들어 말했다.
“그러게. 처음부터 뭐 때문에 싸웠다고 알려 줬으면 우리가 그렇게 너네 눈치 안 보지 않았겠냐고. 난 또 싸웠다길래 감정싸움이라도 한 줄 알았더니. 무슨 곡 할지로 싸운 거야? 그런 거면 재이 말대로 한참 더 싸워도 되겠다 야.
데뷔곡 안무 짤 때 엠케이랑 차인혁이 2주 동안 서로 눈도 안 마주친 거 모르냐? 가운데 낀 내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진짜. 그거에 비하면 니네는 아직 한참 더 싸워도 될 듯.”
“심은규 저게 나보고 향상심도 없는 겁쟁이라고 했단 말이야.”
이환이 팩 내뱉었다.
“너는 나보고 분수도 모르고 까분다고 했잖아.”
은규가 억울하다는 듯 소리 질렀다.
그걸 듣고 있던 재이가 심드렁하게 내뱉었다.
“둘이 섞어서 반으로 나누면 딱 좋겠구만.”
두 사람의 언성이 높아지는 것을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던 엠케이가 재이의 태평한 말에 긴장이 좀 풀렸는지 픽 웃으며 덧붙였다.
“그러게. 뭐 또, 그렇게 생각하면 나름 괜찮은 조합이잖아?”
“뭐래.”
이환이 눈을 흘기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엠케이가 이어 말했다.
“겁쟁이랑 설레발. 둘이 서로의 대척점에 있으니 밸런스 잡기 딱 좋아 보이는데.”
“그러게. 니들 많이 먹고 많이 싸워라.”
다 먹어서 따로 줄 건 없고 이거나 쭉 들이켜.
남궁찬이 오뎅 국물을 재차 권하며 하는 말에 이환과 은규가 동시에 기가 찬다는 듯 헛웃음을 내뱉었다.
* * *
“나 빼고 케페분식이라니. 이 배신자들.”
인혁이 나직이 내뱉은 말에 엠케이는 목을 움츠리고 남궁찬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언제 싸웠냐는 듯 연습실 한쪽 구석에서 노트북을 들여다보며 이것저것 의논 중인 이환과 심은규를 돌아본 재이가 인혁에게 투덜거렸다.
“리더가 바빠서 못한 일을 대신 해 줬더니 칭찬은 못 해 줄망정.”
그 말에 용기를 입은 엠케이가 거들었다.
“그치그치. 네가 상황을 직접 못 봐서 그런데 아까 쟤네 진짜 살벌했다고. 잘못하면 주먹다짐 날 뻔했다니까.”
“내 말이. 진짜 막 서로 노려보고 멱살 잡으려고 달려드는데. 어휴 그거 떼어 내느라고 진짜 진 다 빠졌다고.”
남궁찬이 덧붙였다. 두 사람이 손짓, 발짓 해 가며 얼마나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는지를 있는 대로 부풀려 전하고 있는 사이 잠깐 핸드폰을 확인한 재이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헐.”
“왜, 뭔데?”
“무슨 안 좋은 기사라도 났어?”
어이없어 보이는 재이의 표정을 들여다본 남궁찬과 엠케이가 걱정스럽게 묻는 말에 재이는 들여다보고 있던 핸드폰 화면을 들어 두 사람에게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누가 진짜 배신자였는지 좀 보라고.”
[포토나우] PART.Y 차인혁, 아직 성장기라서요
아이돌 그룹 PART.Y의 차인혁이 TVM의 새 예능 [We are Leaders]에서 공연 중인 더블헥사곤 선겸, RS6의 황재민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다.
화면엔 오늘 촬영이 있었던 대기업 구내식당에서 제육볶음과 상추쌈, 된장찌개를 산처럼 배식받아 야무지게 먹고 있는 차인혁의 사진이 짤막한 기사와 함께 올라와 있었다.
“와, 차인혁, 장르파괴 쩐다. 아이돌 예능에서 혼자 스포츠팀 전지훈련 포스.”
“누가 보면 회사에서 우리 굶기는 줄 알겠다, 저걸 혼자 다 먹었다고? 이 배신자 같으니.”
멤버들 생각이 나긴 하더냐, 최저한의 탄수화물과 단백질로 연명 중인 우리를 놔두고 저 매콤하고 꾸덕꾸덕한 양념 처바른 돼지고기가 목구멍으로 넘어가더냐. 등등, 남궁찬과 엠케이의 원한 섞인 외침이 이어지자 한창 집중해 있던 이환과 은규까지 이쪽으로 다가와 재이의 핸드폰 화면을 기웃거렸다.
“헉. 차인혁 멤버 기만 실화임? 리더십 배워 오라고 보내 놨더니 기만술이나 배워 오고!”
“우리가 케페까지 가서 각자 김밥 한 줄 겨우 먹고 왔을 때 차인혁 뱃속으론 저 기름진 제육볶음이 들어가고 있었단 말이지?”
“진짜 믿고 싶지 않다. 같은 팀 리더에게 배신당하다니. 의욕 없어. 아 몰라, 난 오늘 연습 못 할 듯.”
이환과 은규의 이어지는 성토를 격하게 끄덕이며 듣고 있던 남궁찬이 연습실 바닥에 벌렁 드러누웠다. 엠케이가 그 옆에 따라 누우면서 말했다.
“오늘 연습은 보이콧이야. 사보타주다! 의욕 꺾였어, 못 해 안 해.”
그걸 보고 있던 이환과 은규까지 엠케이를 따라 바닥에 드러누워 버리는 것을 어처구니없이 쳐다보던 인혁은 갑자기 들려온 카메라 셔터 소리에 옆을 돌아보았다. 그새 자신과 그 뒤쪽 배경으로 연습실 바닥에 눌어붙어 버린 네 명의 멤버들을 찍은 재이가 핸드폰으로 사진을 확인하며 중얼거렸다.
“우리 포션들도 아셔야지.”
“야, 한재이 너까지.”
차인혁의 말에 재이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자업자득. 알지? 안무 팀 선생님들 오시기 전에 저것들 잘 걷어 놔.”
가뜩이나 시간 없는데 쓸데없이 시간 낭비하게 하지 말고.
재이는 턱 끝으로 바닥에 눌어붙은 4인방을 가리키고는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연습실 구석 소파에 가 앉아 버렸다. 인혁은 그런 재이에게서 시선을 돌려 이젠 아예 연습실 바닥을 굴러다니는 네 마리의 나무늘보들을 바라보았다.
좋은 건수 하나 잡았다는 표정의 엠케이와 남궁찬이 이참에 가위바위보 다시 해서 리더를 다시 뽑자는 둥, 일단 차인혁보고 반성의 의미로 케페에 가서 김떡순 좀 사 오라고 하자는 둥 헛소리들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가운데 그 옆에 아주 대자로 편하게 누워 계신 이환이 녀석의 눈은 이미 반쯤 감겨 있었다. 그 옆의 심은규도 자꾸 하품을 해 대는 게 저대로 두면 곧 꿈나라로 사이좋게 나란히 여행이라도 떠날 기세였다.
“야 일어나, 일어나. 아무리 그래도 연습은 해야 할 거 아니야.”
인혁은 네 명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발로 툭툭 치며 재촉했다.
“와 차인혁 인성 보소. 누워 있는 사람을 막 발로 차, 발로.”
“우리를 동료 취급 안 하는 거지. 우리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사과보다 발이 먼저 나오다니.”
“진짜, 환멸이다. 차인혁 그렇게 안 봤는데.”
“내 말이.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리더가 우리한테 이럴 수가 있냐고.”
움직이기는커녕 제 발길을 이리저리 피해 꿈틀거리며 투덜거리기만 하는 녀석들을 보고 있던 차인혁이 눈썹을 콱 찌푸렸다. 그리곤 이내 휙 몸을 돌려 성큼성큼 연습실 밖으로 나가 버렸다.
쾅, 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연습실이 정적에 휩싸였다.
“…….”
“…….”
짤막한 침묵을 깨고 엠케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야, 혹시 지금 우리 선 넘었냐?”
“음. 뭐 그렇긴 해도 애초에 배신한 건 차인혁이잖아.”
“그치, 그렇지? 근데 왜 지가 난리야. 무섭게스리.”
엠케이와 남궁찬이 주고받는 말을 듣고 있던 은규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생각해 보면. 인혁이도 하루 종일 촬영하고 오느라 고단했을 텐데.”
“제육볶음 1.5인분 흡입하시면서 말이지.”
이환이 이죽거린 말에 조금 떨어진 곳의 소파에 앉아 있던 재이가 말했다.
“사실 촬영장 분위기가 그랬는지도 모르지.”
재이의 한마디에 멤버들의 얼굴이 제각각 묘하게 일그러졌다.
“어… 그건…….”
“…아…….”
“음…….”
“…그 생각은 못 했네.”
머리를 긁적이며 난처하다는 듯 중얼거린 남궁찬을 바라본 재이가 다른 멤버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어쨌거나 이제 그쯤 했으면 일어나지? 차인혁 돌아오면 안무팀 오기 전에 합이나 한번 맞춰 두자고.”
“어… 그래…….”
재이의 말에 멤버들이 하나둘씩 바닥에서 주섬주섬 일어났다. 그때였다. 나갈 때와 마찬가지로 벌컥 연습실 문을 열고 차인혁이 들어왔다.
“차인혁 아깐 미…….”
인혁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조금 전 일에 대해 사과하려고 입을 열던 엠케이는 순간 할 말을 잃은 채 인혁을 바라보았다. 멤버들의 시선이 일제히 자신에게로 쏠린 것을 깨달은 인혁이 봉지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아이스크림.”
인혁이 비닐봉지를 흔들어 보이며 내뱉은 한 마디에 뒤늦게 연습실 안에 환호성이 울렸다.
“이런, 차 리더, 이 반성할 줄 아는 남자 같으니!”
“파티 공인 아이스크림 셔틀이 떴다!!!”
재이와 남궁찬이 소리쳤다. 엠케이와 나머지 아이들이 뒤따라 달려와 인혁을 에워싸고 앞다퉈 비닐봉지에서 제 입맛에 맞는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꺼내 들었다.
“오 내 메로니! 역시 아이스크림 전문 셔틀의 위엄!!”
“멤버별 맞춤 제공이라니, 이 집 서비스 쩌네요.”
“역시. 위아리 보내 놨더니 리더가 사회생활 하는 법을 배워 온 듯. 기특하다 기특해.”
언제 그랬냐는 듯 좀 전과는 180도 다른 평가를 하며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입에 무는 멤버들 사이에서 재이는 슬쩍 매니저들의 눈치를 살폈다. 차 리더가 어떻게 구워삶았는지 매니저들도 어느 틈엔가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손에 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의외네, 차인혁. 그새 조련하는 법도 깨우치고.’
재이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핸드폰을 들어 세상 다 가진 듯 행복한 표정으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멤버들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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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Y 팬 게시판
[멤버 조련 중인 차 리더.jpg]
(조련 전)<<<< >>>>>(조련 후)
오늘 짹짹이 담당 재재님ㅋㅋ 시크하게 사진 두 장으로 하고 싶은 말씀 다 하심 ㅋㅋ 차 리더 위아리 촬영장 사진 떴을 때부터 돌아가면 멤버들한테 조리돌림 당하겠구나 했는데 저 조련술 무엇??ㅋㅋ
└ 엌ㅋㅋ 조련 전 사진 저 잘생긴 깔개들 뭐냐곸ㅋㅋ
└ 진심 우리 집에도 하나 깔아 놓고 싶다
└ 아이스크림 하나에 저렇게 급변하다닠ㅋㅋ 케이엠아 애들 너무 잡는 거 아니냐
└ 제육볶음 먹고 아이스크림까지 먹은 차 리더가 승리자네 ㅋㅋ
└ ㅇㄱㄹㅇ 챙길 거 다 챙긴 차 리더 야무지다ㅋㅋ
* * *
이동 중인 차 안
엠케이가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화면에선 요새 한창 잘나가는 드라마 [굳세어라 황금자]의 CF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주인공 황금자가 자신의 전남편과 현재의 썸남 사이에서 갈등하는 가운데 귀에 익은 목소리의 랩이 맛깔스럽게 배경음으로 깔리기 시작했다.
깨끗하게 쳐 버려 제발 잘라 내 버려
미련 좀 싹 버려 Hurry up 도망쳐
“이야, 이걸 진짜 쓰시다니. 굳금자 제작진도 보통은 아니신 듯.”
엠케이가 중얼거렸다.
“어? 그거 어제부터였어?”
은규와 이환이 시트 너머로 고개를 들이밀며 물었다. 남궁찬이 예능에서 선보였던 막드랩은 입소문을 타고 퍼져 결국 [굳세어라 황금자] 제작진의 귀에까지 들어갔고, 제작진에게서 남궁찬의 곡을 홍보용 영상에 삽입곡으로 쓰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금자 누님 전상서]라는 타이틀로 정식 녹음된 곡은 하이라이트 장면으로 편집된 영상과 함께 황금 시간대의 TV와 인터넷을 통해 방영되었다.
“아 진짜 남궁찬 언제 이런 거 만들고 있었냐고. 생긴 건 곰인데 하는 건 여우야 진짜.”
“내 말이. 게시판 보니까 굳금자 말고 다른 드라마 버전도 만들어 달라고 난리던데.”
엠케이가 중얼거린 말에 그새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훑어본 은규가 맞장구쳤다.
“야, 심은규. 우리 곡 MC더막드보고 피처링 해 달라고 할까. 화제 몰이도 할 겸.”
“어… 근데 그랬다간 막드랩에 다 먹혀 버릴 것 같단 말이지, 왠지.”
이환이 묻는 말에 은규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하긴. 기껏 나갔는데 저 남궁찬 녀석한테 화제성 다 뺏기면 그건 그것대로 배 아프긴 하겠다.”
이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래,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 사발로 들이키고.”
“와 남궁찬, 어깨에 힘 빡 들어간 것 좀 봐. 누가 쟤 어깨에 들어간 막드뽕 좀 빼 줘 봐.”
남궁찬이 짐짓 으스대며 말하는 것을 본 이환이 투덜거리자 재이가 무심한 말투로 내뱉었다.
“둬라, 행복할 수 있을 때 많이 즐겨 두게.”
“왜 한재이가 저런 식으로 말하면 내가 다 섬뜩할까.”
은규가 이환에게 속삭이는 것을 듣고 재이가 말했다.
“아니 난 오늘 스케줄 말한 건데. 오늘 일정 다 끝난 다음에도 저렇게 뿌듯해할 여유가 남아 있을까 싶어서.”
“아…….”
“하긴…….”
멤버들이 하나둘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을 태운 차가 마침 목적지인 경기장 안쪽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오늘은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여전히 여러 가지 이유로 지속하고 있는 명절 인기 프로그램 [아이돌 체육대회]의 촬영일이었다. 이미 경기장 안쪽 관계자 출입 구역은 촬영 준비로 한창인 스태프들과 참가자들을 비롯한 관계자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기왕 왔는데 빈손으로 가긴 좀 그렇잖아?”
차에서 내리기 전 재이가 눈을 빛내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