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퇴출 1호 아이돌 연습생이 되었다-72화 (72/224)

#72

아이돌 체육 대회 (2)

조금 전.

중계석에서는 한참 스피드 클라이밍이 무엇인가에 대한 설명이 진행 중이었다.

“…해서, 스피드 클라이밍은 규격화된 홀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어떤 루트로 가야 가장 빨리 목표 지점에 도달할 수 있는가가 이미 공식화되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해설 위원의 설명에 사회자가 말을 받았다.

“그 말씀은 많이 해 본 사람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경기라는 말씀이네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그러면 메달권에 근접한 선수는 누구라고 보십니까?”

“음… 브릴리언트 보이즈의 노노 선수가 실내 클라이밍 경력이 3년이나 되네요. 스피드 클라이밍이 루트만 외우면 쉬울 것 같아 보여도 결국 어느 정도로 근력을 안배해서 홀드를 잡고 위로 진행해 올라가느냐가 관건인 이상 노노 선수가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라고 볼 수 있겠죠.”

“오 말씀하신 노노 선수가 입장하고 있네요. 옆 코스에서 같이 붙는 선수는… 이번에 새로 데뷔한 신인 그룹 파티의 한재이 씨네요.”

두 사람의 시선이 암벽 코스 앞에서 보호 장비를 착용 중인 노노와 한재이에게 가 멎었다.

“한재이 선수는 그걸로 유명했죠. 야생마 조련남. 이번 아체대 종목에 승마가 있었다면 강력한 우승 후보였을 텐데 아쉽네요. 클라이밍에선 어떤 모습을 보여 줄지 기대가 됩니다. 자 이제 준비가 끝난 모양이군요. 강력한 우승 후보 노노 선수와 그에 맞서는 한재이 선수. 과연 먼저 승리의 벨을 울리게 될 사람은 누가 될 것인가!”

사회자가 속사포처럼 멘트를 쏟아 내는 가운데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5, 4, 3, 2, 1 ——

“오오오… 어어……??”

삐빅-

“…….”

“…….”

와아아아아——

버저 음이 울림과 동시에 순간의 정적이 경기장 안을 빠르게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한 박자 늦게 커다란 함성이 실내를 가득 메웠다. 이번 경기에 참여하지 않는 아이돌들을 보기 위해 시선이 흩어져 있던 다른 팬들까지 놀라 돌아보게 할 정도로 커다란 함성이었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얼떨떨한 목소리로 운을 뗀 사회자가 이어 말했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보신 분 계십니까? 너무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 버렸는데요! 옆 코스의 노노 선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던 노노 선수가 네 번째 홀드를 채 잡기도 전에 한재이 선수의 버저가 울렸습니다. 오오오, 지금 제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네요! 슬로우모션으로 비디오 판독 한 번 보고 가실까요. 아, 아니, 김 위원님, 위원님! 어디 가세요! 여기서도 보인다고요, 그렇게 가버리시면 진행은 누가 합니까, 예?”

사회자의 당황스러운 외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해설 위원이 비디오 판독을 실시 중인 컨트롤 데스크의 모니터 앞으로 직접 뛰어가는 것이 보였다. 경기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비디오 판독이 진행되는 상황이 비추자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집중되었다.

카운트 다운이 끝남과 동시에 버저음이 울리자 가벼운 도움닫기로 도약하며 첫 홀드를 잡는가 싶던 재이가 눈 깜짝할 새에 위로 훅 치고 올라갔다. 홀드 하나를 잡고 그 탄성을 이용해 다음 홀드까지 도약하는 일련의 움직임이 어찌나 빠른지 옆 코스에서 오르고 있는 노노가 아니었다면 2배속 재생을 의심케 할 정도였다.

“경험자가 전적으로 유리한 게임이라고 하셨는데.”

다시 중계석으로 돌아온 해설 위원을 힐끔 바라보며 사회자가 말했다.

“노노 선수가 중간에 채 이르기도 전에 한재이 선수가 경기를 끝내 버렸는데, 위원님, 지금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해설 위원이 복잡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경력자가 아니고서야 저 기록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홀드를 쥐는 것에서부터 탄성을 이용하는 방법이나 루트를 해석하는 방법까지 꽤 오랫동안 클라이밍을 해 온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 안 되는데요. 천재가 아닌 이상.”

해설 위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스태프가 사인을 보내왔다.

“오, 현장에 나가 있는 리포터가 한재이 선수를 만났나 봅니다. 리포터의 이야기를 들어 볼까요.”

원래는 강력한 우승 후보로 점쳐졌던 노노와 진행할 예정이었던 인터뷰가 재이에게로 돌아왔다. 화면에 잡힌 재이의 얼굴은 조금 전 무서운 도약력을 보이며 단숨에 정점까지 치고 올라가는 경기를 보여준 직후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평소와 다름없었다.

“한재이 선수, 조금 전 완전 스파이더맨 같았는데 손 좀 보여 주실 수 있나요! 거미줄 나온 거 아닌가 확인 좀 해 봐야겠습니다!!”

리포터의 한껏 상기된 멘트에 재이가 씩 웃으며 대답했다.

“앗 들켰나요.”

“오오, 역시 스파이더맨이었나요! 어디 봅시다!!”

리포터가 과장된 목소리와 함께 재이의 손바닥을 들여다보곤 말했다.

“…이상하네. 손은 멀쩡한데. 클라이밍은 언제 처음 하셨나요?”

“음. 어렸을 때…….”

“한재이씨 죄송하지만 지금 나이가?”

“열여덟입니다.”

“지금도 충분히 어리신데 더 어렸다고 하심은?”

리포터가 눈을 흘기며 물었다. 어디서 거짓부렁을 날리냐는 말이 얼굴에 쓰여 있었다. 재이는 후회했다. 차인혁 말대로 적당히 할걸. 일단은 이 상황을 수습하는 게 먼저였다.

“저 원래 살던 동네가 완전 시골이거든요. 옛날에 뒷산에서 형들하고 많이 했었어요.”

…뒷산에서 암벽 등반을 하는 집안이라니. 대체.

리포터와 카메라맨, 주변에서 구경 중이던 아이돌들이 모두 짜게 식은 얼굴로 재이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궁금한 건 그게 다냐는 얼굴로 리포터를 태연하게 바라보았다.

“하하, 인상적이네요. 결선에서의 활약도 기대하겠습니다.”

시간 지나간다는 스태프의 재촉에 퍼뜩 정신을 차린 리포터가 대충 인터뷰를 끝냈다. 재이는 어깨를 으쓱하곤 멤버들이 기다리는 가수 대기석으로 돌아갔다. 조금 전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리포터의 얼굴이 떠올랐으나 뭐, 별수 있나. 이럴 땐 내밀 것이 오리발밖에 없는 것을.

그리고 뭐, 사실 아주 틀린 말도 아니었다. 주변에 놀 거리가 부족했던 어린 시절, 큰형 다이가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 다니던 곳은 주로 과수원 뒤쪽에 있는 작은 산이었다. 다 큰 지금에야 그 산이 야트막한 동네 뒷산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어렸을 때, 그 산의 꼭대기까지 오르려면 나이 차이가 나는 다른 형들과는 달리 자신과 동생 준은 마지막엔 손발을 모두 써서 올라가야 하곤 했다. 그래도 물론 형들을 이길 수 있을 리 만무했으니 산에서 내려올 땐 언제나 분한 마음에 둘 다 엉엉 울면서 내려오곤 했다.

‘저쪽 동네야 뭐…….’

리온이었을 때야 뭐. 홀드 같은 거 없이 중무장하고 미끈한 성벽도 타던 몸인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념에 잠겨 있던 재이는 누군가가 덜컥 제 몸 위로 올라타는 느낌에 반사적으로 그것을 바닥으로 메다꽂으려다 멈칫했다. 그 틈에 등 위로 올라타 있던 엠케이가 후다닥 내려오며 외쳤다.

“와 한재이 지금 메치기 한 판 들어가려고 했지 그치!”

“멤버가 멤버 땅바닥에 메다꽂는 거 생중계될 뻔했다, 십 년 감수함.”

“카메라에 잡혔다, 웃어, 웃어!”

“이야아 역시 어흑재! 한 방이 있는 남자! 파티의 전략! 최고야, 짜릿해!!”

“대충 하고 오랬더니, 사고를 치고 오냐.”

멤버들이 재이를 에워싸고 한마디씩 했다.

“메달을 따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

“아직 예선 끝났는데 김칫국 오지네요, 한 선수.”

“내 기록 깰 수 있는 사람이 나올 거라 생각하는 사람 손?”

“…….”

“…….”

아무도 선뜻 손을 들지 못하고 있는 멤버들을 둘러본 재이가 턱 끝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거봐.”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남궁찬이 중얼거렸다.

“왜 저렇게 얄밉지.”

그러자 다른 멤버들이 하나둘 말을 보탰다.

“내 말이. 저것도 재주야.”

“반박할 수 없다는 것이 이렇게 분할 줄이야.”

“누구 혹시 없을까. 사실 제가 클라이밍의 천재입니다. 하는.”

“눈앞의 얘가 걔 같다는 것이 우리의 불행.”

그리고 재이의 말이 맞았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 뒤로 계속된 예선에서 재이의 기록을 깨는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클라이밍 예선이 끝나고 이어서 시작된 육상 2종 결선에서 RS6가 나란히 금메달을 가져가는 것을 본 멤버들이 메달은커녕 결선에 오르지도 못한 환심이를 새삼 다시 구박하는 사이 모든 이들이 기다리는 점심시간이 되었다. 가수들이 대기실로 차례차례 퇴장하던 중 인혁이 멤버들을 돌아보고 말했다.

“우리 들어가기 전에 팬석 한번 돌고 올까.”

“그거 좋네.”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본 인혁이 재빨리 컨트롤 데스크에 있던 스태프에게 확인하러 뛰어갔다. 그리고 스태프의 허락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팬석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차 리더, 저거 반칙 아니냐.”

“완벽한 플라잉이지. 저 정도면 영구 실격임.”

“야, 같이 가!”

멤버들이 인혁의 뒤를 따라 뛰었다. 인혁을 비롯한 멤버들이 자신들 쪽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알아챈 팬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배고프시죠!!”

차인혁의 첫 마디에 팬들이 토종 한국식 인사라며 웃는 것이 들려왔다.

“도시락, 다 드세요!!”

엠케이가 손짓 발짓 해 가며 외치는 옆에서 남궁찬이 외쳤다.

“저희가 만든 것도 있어요!”

팬들의 환호가 커졌다. 재이를 비롯한 멤버들이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외쳤다.

“보시고 놀라지 마세요!!”

* * *

“와, 대박.”

김은지는 무릎 위에 놓인 런치 박스를 열어보곤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주변에서 카메라 셔터 소리가 바쁘게 들려왔다. 다들 자신처럼 런치 박스의 내용물을 찍느라 여념이 없는 모양이었다.

“이걸 진짜 만들었다고?”

무릎 위에 간신히 놓일 정도로 큼직한 박스에는 먹거리가 종류별로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견과류, 과일, 스낵, 음료까지. 갖가지 종류의 사이드 메뉴들 사이로 눈에 띄는 것이 메인 도시락이었다. 브로콜리와 소시지, 방울토마토와 함께 주먹밥 세 개가 들어있었다. 멤버들이 직접 만들었다는 소리가 허튼 말은 아니었는지 조리복을 입고 있는 여섯 명의 단체샷과 함께 설명이 적힌 종이가 들어있었다.

- 파티 도시락 -

브로콜리 - 엠케이: 열심히 데쳤습니다

소시지 - 남궁찬: 칼집에서 예술혼이 느껴지지 않나요?

방울토마토 - 차인혁: 깨끗하게 씻었습니다

주먹밥- 이환: 눈코입을 붙였습니다

심은규: 눈코입을 붙였습니다

한재이: 환심이를 부렸습니다

“이걸 어떻게 먹어…….”

김은지가 곤란한 듯 중얼거렸다. 그녀의 무릎 위에는 한재이, 이환, 차인혁의 얼굴을 한 주먹밥 세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저랑 교환하실 분? 엠케이 받고 은규 보내 드릴게요.”

“리더 필요하신 분 계신가요?”

“보컬 라인 모읍니다. 댄스 라인 필요하신 분 계신가요.”

식사는 이미 뒷전이었다. 원하는 멤버들을 모으기 위해 주변에서 때아닌 장이 섰다. 김은지는 자신의 몫을 내려다보았다. 검은깨와 김밥 김, 게맛살을 적절히 이용해 한재이의 날카로운 눈, 이환의 삐딱한 미소, 차인혁의 날 선 콧날을 특색 있게 표현한 주먹밥은 정말 먹기 아까웠다.

‘그렇지만 맛있겠지.’

도시락 이벤트에서 이미 경험했던 바였다. 녀석들은 먹는 것에 진심이었다. 맛이 없을 리 없었다. 저대로 뒀다가 상하는 게 백배는 더 아까웠다. 그럴 바엔 얼른 배 속으로 보내 피곤함에 지친 몸뚱어리에 한 줄기 빛을 선사해 주는 것이 나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차마 못 먹겠다고 몸부림을 치고 있는 사람들이 반, 자신처럼 각오를 다지고 비장한 얼굴로 젓가락을 들이대고 있는 사람들이 반이었다. 김은지는 여러 가지 각도로 꼼꼼하게 사진을 찍은 후 과감하게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까만 깨로 만든 재이 주먹밥의 눈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았다.

날 진짜 먹을 거야? 진짜로? 정말?

주먹밥의 목소리가 귀에 울리는 듯했다. 김은지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과감하게 집어 들고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내 이럴 줄 알았지.’

딱 알맞은 정도의 감칠맛이 입안에 퍼지는 것을 느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처음이 어렵지 그다음은 쉬웠다. 재이와 이환, 인혁을 한 번에 먹어 치운 김은지는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생각했다. 팬들에게 최애를 먹어 치우게 하다니. 멤버들도 잔인한 구석이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몇몇은 결국 주먹밥을 보존하는 쪽을 택한 모양이었다. 이해는 갔다. 먹자고 결심한 자신도 막상 입에 넣기까지 계속 망설였는데 오죽하겠는가. 차라리 토끼 고양이 형상이었으면 덜 고민했을 텐데. 잠시 자기 배를 쓸어 본 김은지는 남은 도시락을 싹싹 깨끗하게 비워 먹기 시작했다.

그 시각 PART.Y 팬 게시판

[포션에게_잔인한_파티.jpg]

나 지금 XX경기장인데 애들 도시락에 자캐 주먹밥 나옴 ㅋㅋ심지어 애들이 직접 만들었다는데 퀄리티 어쩔ㅋㅋ 주변에 다들 못 먹겠다고 포션들 광광 울고 난리남ㅜㅜ

└ 헉 저걸 어떻게 먹어ㅋㅋ

└ 왜 한 사람당 세 개야 멤버별로 다 죠라 포션들 무시하냐

└ 퀄리티 진짜 ㅋㅋ 재재님이 또 재재하셨네

└ 난 왜 XX경기장 아님?? 나한텐 왜 저 도시락 없음???

└ 너=나 ㅜㅜ 애들 어제 잠은 잤니? 저걸 언제 만들고 있었대

└ 재재님이 만든 파트 애들이 하나씩 붙이고 있었을 거 생각하니 졸귀사…

└ ㄴㄷ… 행복한 인생이었다……

└ 주먹밥 못 먹은 포션들 원귀 돼서 구천을 떠돌 각ㅋㅋㅋ

└ 여기 원귀 하나 추가요ㅜㅜ

.

.

.

“한재이만 다진고기 들어간 거 너무 속 보이지 않냐.”

방송국에서 제공하는 도시락을 마다하고 굳이 팬들과 같은 런치 박스를 펼쳐 놓고 먹고 있던 멤버들 중 남궁찬이 투덜거렸다.

“왜 나는 참치마요가 제일 맛있던데.”

“그거 누구였지?”

“이환이랑 심은규”

“아 맞네. 근데 차인혁 안에 아무것도 안 넣어 준 것도 너무함.”

“원래 잘생긴 놈들은 얼굴 빼곤 시체인 거야.”

“헐 그렇게 깊은 뜻이.”

재이의 말에 엠케이가 감탄했다는 듯 중얼거렸다.

“야 여기 이환은 눈 하나밖에 없는데. 이거 확인 제대로 한 거 맞냐.”

차인혁의 말에 남궁찬이 제 도시락을 내려다보곤 말했다.

“억. 내 심은규는 눈 세 개야.”

“뭐야 엉망진창이잖아. 설마 팬분들 도시락에도 이런 거 들어간 건 아니겠지?”

엠케이의 말에 이환과 은규가 다급히 덧붙였다.

“아냐, 그건 마지막에 한재이가 다 다시 봤어. 우리 거랑 매니저 형들 거에 실패작들만 넣어서 그래.”

“한재이가 음식 버리는 거 아니라고.”

“헐. 한재이 독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실패작을 줄 생각을 하냐.”

“어쩐지 아까 먹은 심은규 주먹밥이 너무 짜더라니.”

남궁찬과 엠케이가 투덜거리는 것을 듣고 있던 재이가 말했다.

“뭘, 대신 너희들은 여섯 개 맞춰서 줬잖아. 팬분들한텐 세 개씩밖에 안 돌아간 거라고. 고마운 줄 모르고 말이야.”

결국, 우린 질보다 양이라는 거냐.

남궁찬이 작게 중얼거리며 한재이의 얼굴을 베어 물었다.

“경기 뭐뭐 남았지?”

이미 사이드 메뉴까지 깨끗하게 비운 인혁이 중얼거린 말에 엠케이가 손가락을 꼽으며 세어 보았다.

“한재이 클라이밍 결선이랑, 양궁이랑, 단체전?”

“어휴 아직 한참 남았잖아.”

“그래도 안 나가는 종목도 있어서 저 정도지.”

“오늘 안에 다 끝낼 수 있을까.”

“글쎄다…….”

멤버들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먹을 게 들어갔더니 늘어지는 기분이었다.

“저기.”

돌아본 곳에는 RS6의 멤버들이 서 있었다.

“식사 끝났으면 같이 몸풀기 안 할래요? 먹었더니 늘어지는 기분이라.”

리더 황재민의 말에 재이가 벌떡 일어났다. 대기실에 다른 출연자들과 복작복작 모여 있느니 바깥 공기를 쐬는 편이 훨씬 나았다.

“좋네요! 가죠!”

“야 한재이 그렇게 멋대로 정해 버리면…….”

“남궁찬 너 여기 있어 봤자 곧 드러누울 거잖아. 움직이는 게 백배 낫다니까.”

재이의 말에 남궁찬이 어깨를 움찔했다. 인혁이 따라 일어나며 재민에게 물었다.

“몸풀기 뭐 할 건데요? 저 재너자이저 상대하려면 웬만한 거론 좀 힘들걸요.”

황재민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상대 팀 안무 커버링 어때요? 저 그거 꼭 해 보고 싶었거든요. 대련 안무.”

“오. 그거 좋은데요.”

거참 특이한 방법으로 스스로 무덤을 파시는 분이군요.

재이를 제외한 다섯 명의 멤버가 별 희한한 사람을 다 보겠다는 듯 애잔함을 담아 바라보는 것을 느끼지 못한 채 재이의 대답을 들은 재민이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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