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능력 좋은 약팔이
- 선배님, 안녕하세요.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 이게 누구야, 대세돌 한재이잖아? 요새 그 후속곡도 반응 좋더라?
- 하하, 감사합니다.
빼는 법 없이 시원하게 인사하는 한재이 녀석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 근데 갑자기 이 시간에 전화를 다 하고, 무슨 일이야?
[스텝 업]에서 차상혁의 소개로 이우연이 재이의 보컬을 다듬어 주면서 알게 된 두 사람은 그 후로도 가끔 연락을 주고받곤 했다. 다만 둘 다 바쁜 스케줄 탓에 대부분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정도였기에 이렇게 직접 통화로 목소리를 듣는 것은 꽤 오랜만의 일이긴 했다.
- 선배님, 배고프지 않으십니까?
- 응?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리야?
- 숟가락만 얹으면 되는 잘 차린 밥상이 있는데, 어떠세요?
나이치곤 전문적인 꾼의 스멜이 진하게 나는 멘트에 이우연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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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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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 곡을 쓴 게 저기 쟤라고?”
잠시 상념에 잠겨 있던 이우연은 옆에서 들려온 박예찬의 목소리에 한참 리허설이 진행 중인 무대 쪽을 바라보았다. 업 템포의 경쾌한 분위기에서 차분하고 느릿한 느낌으로 장면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재이를 중심으로 한 보컬 라인 셋이 화음을 넣으며 [산들바람의 속삭임]의 후렴 부분을 맞춰 보고 있었다.
“뭐? 지금 거?”
“아니, 네가 보내 준 밥상.”
“아, 밥상? 어. 저기 왼쪽에 팔자 눈썹.”
“흠.”
생각에 잠긴 듯 심은규 쪽을 바라보고 있는 박예찬의 옆얼굴을 힐끔 살핀 이우연이 며칠 전의 그 통화에서 재이에게서 받은 ‘밥상’을 떠올렸다.
- 이게 은규가 만든 거라고?
진짜 ‘잘 차린 밥상’이라는 가제로 전송된 파일을 확인한 뒤 재이에게 다시 전화한 이우연이 묻는 말에 재이가 대답했다.
- 일부분이긴 하지만. 어떠세요? 역시 선배님 보시기에도 맛있어 보이죠?
장세은 팀장님도 인정하셨다니까요.
케이엠의 장세은이라면 업계에선 나름 알아주는 프로듀서였다. 아이돌 전문이라는 수식이 붙긴 했지만 이우연이 보기엔 그쯤 되면 그건 그냥 본인의 취향 문제였다. 아무튼, 예전 그 [스텝 업] 때도 한재이의 그 괴상망측한 가사에 가려 주목을 덜 받긴 했지만 은규의 곡은 확실히 센스는 있는 편이었다.
- 보내 준 것만 들어 봐선 맛깔나게 뽑힌 것 같네. 나머지까지 다 보고 직접 먹어 보지 않고서야 정확한 판단은 힘들겠다만.
- 와, 선배님, 역시 날카로우시네요.
허. 이 자식이 혀에 기름칠이라도 했나. 오늘따라 아부가 심하네?
제 비위를 살살 맞추는 재이의 대답에 이우연이 속으로 중얼거리며 더 자세히 설명해 보라고 재촉하자 재이가 그제야 본론으로 들어갔다.
- 선배님도 은규 보신 적 있으니 아시겠지만, 애가 좀 섬세하잖아요. 본인이 얼마만큼 할 수 있는지 잘 모르는 것 같더라고요. 아 지금 이건 장 팀장님 코멘트요. 솔직히 제가 보기엔 그냥 이미 제 또래 수준은 한참 벗어난 것같이 잘하던데.
- 한재이 너도 별수 없구나. 제 멤버라고 콩깍지 세게 낀 것 좀 보게.
- 원래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잖아요. 그래도 선배님 보시기에도 확실히 은규가 센스는 좋은 편 아닌가요?
자신의 핀잔에도 굽힘 없이 꿋꿋하게 되묻는 재이의 말에 이우연이 답했다.
- 뭐. 지난번 곡하고 비교하면 확실히 성장세가 눈에 띄는 편이긴 해.
- 선배님, 사실 지금 그렇게 여유 부리실 때가 아닙니다.
갑자기 진지해진 재이의 목소리에 이우연이 고개를 갸웃했다.
- 왜, 뭔데?
- 장세은 팀장님도 욕심내고 계시다고요. 얘 제대로 키우면 대박 나겠다고. 선배님도 아시죠? 장 팀장님이 기본적으로 나이스 하신 분이긴 해도 프로듀서로서는 타협 없기로 소문나신 분이라는 거.
- 그래서, 장세은 팀장한테 뺏기기 전에 심은규를 낚아챌 기회를 주겠다?
- 예전에 선배님께 입은 은혜를 갚는 중인 거죠. 음.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건 그냥 제 감인데요, 은규가 여기서 조금만 더 탄력받아도 저희 팀 커버하는 정도로는 안 끝날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당장 지금 곡 들어보셔도 밸런스 좋잖아요.
‘이게 슬슬 약을 치네.’
이우연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그러나 동시에, 저 약팔이가 아예 허황된 말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전곡을 다 들어본 것은 아니었지만, 조금 전 들은 ‘잘 차린 밥상’은 요새 유행하는 코드를 위트 있게 살린 독특한 느낌의 곡이었다. 지난번 [스텝 업] 때 ‘가능성 있네.’ 정도로 생각했던 심은규만의 재주가 꽤 많이 개화한 듯한 느낌이었다. 저 한재이도 그렇고 심은규도 그렇고 정형화된 아이돌의 틀과 따로 논다는 점이 재미있는 녀석들이었다. 차츰 마니아층의 전유물화 되어 가고 있는 아이돌 시장에서 대중적 코드를 잡을 가능성을 가진 녀석이 튀어나온 것이다. 확실히 장세은이 눈독 들일 만했다.
- 사실 장 팀장님은 저보고 은규가 요새 좀 막힌 것 같으니 자극 좀 줘 보라고만 하셨는데. 제가 선배님께 이렇게 넝쿨째로 갖다 바친 거 아시면 저 혼날지도 몰라요.
- 내가 심은규를 갖다 어디다 쓸 줄 알고?
- 적어도 이걸 듣고도 그냥 썩혀 두실 분이 아니라는 건 분명하죠.
예상 질문이라도 뽑아서 연습이라도 한 건지, 무슨 질문을 해도 청산유수처럼 막힘없이 대답하는 재이에 이우연이 드디어 백기를 들었다.
- 일단 알았으니까 생각 좀 해 보자.
- 시간 많이 못 드리는 거 아시죠?
- 와 이 약팔이가 사람을 쪼네. 그래서, 영업 언제까지 하십니까?
- 그 사이에 장 팀장님이 심은규 멘탈 잡는 데 성공하시면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만, 아니라는 가정하에 [열린 콘서트] 녹화 날까지, 어떠세요?
자고로 물건은 직접 보고 결정하셔야죠?
약팔이의 멘트 하나로 잘나가는 아이돌 멤버에서 순식간에 일개 물건으로 전락한 심은규에게 애도를 표하며 이우연이 말했다.
- 콜. 대신 다른 놈들한테 연락 넣기 없기다? 그 정도 의리는 있지? 우리 사이에.
- 고객님께서 원하신다면.
재이의 시원스러운 대답에 일단 만족스럽게 전화를 끊은 이우연이 한참 생각을 거듭한 끝에 떠올린 것이 바로 지금 자신의 옆에 앉은 이 사회 부적응자, 박예찬이었다.
“이거 추가 믹싱도 쟤가 했다고?”
박예찬이 심은규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묻는 말에 이우연이 대답했다.
“혼자는 아니고. 케이엠 AR팀 서포트 끼고.”
“케이엠 AR팀이면. 장세은?”
“어.”
“확실히 장세은이 어지간히 마음에 들긴 한 모양이네. 웬만했으면 그냥 자기들이 알아서 했을 텐데.”
박예찬이 중얼거리는 말에 이우연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잖아도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어 스케줄을 소화하는 아이돌에게 굳이 추가 작업의 리드를 맡긴 것부터 기회 있을 때마다 경험치를 먹여 키워 보겠다는 의도가 선명했다. 박예찬과 이우연이 몇 마디 더 주고받는 사이 리허설은 막바지에 이르러 있었다. 재이의 어쿠스틱 기타에 맞춰 피아노 반주를 넣는 심은규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박예찬이 이우연에게 말했다.
“야, 그 밥상 말인데. 나도 숟가락 좀 얹어 볼까?”
낚였구나.
이우연은 생각했다.
* * *
낚았구나.
리허설을 마치고 멤버들과 함께 대기실로 돌아오던 재이는 맞은편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이쪽을 보며 손을 흔들고 있는 이우연의 모습을 발견하곤 속으로 중얼거리며 몰래 주먹을 불끈 말아 쥐었다. 사정을 모르는 멤버들은 이우연이 일부러 재이를 만나러 온 줄 알고 부러움 섞인 눈으로 그 둘을 번갈아 쳐다보며 수군거렸다.
“좋겠다, 이우연 선배님이 먼저 알아보고 인사도 해 주시고.”
“그러게. 가만 보면 한재이도 보통 인맥이 아님.”
“대체 어떻게 만드는 거지 그 인맥. 나도 탐난다.”
“오늘부터 한재이 뒤만 졸졸 쫓아다녀야겠어. 아, 일단 이우연 선배님 나도 소개해 달라고 해야지.”
그 말과 함께 엠케이가 진짜 재이를 뒤쫓아 이우연에게 인사하러 가자 그것을 본 다른 멤버들이 너도나도 따라붙었다. 제 뒤로 멤버들을 줄줄이 사탕처럼 주렁주렁 달고 인사하러 오는 재이를 보며 이우연이 웃음을 터뜨렸다.
“한재이 네 뒤로 딸려 오는 게 많다 어째?”
“제 업보죠.”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짧게 대답하는 한재이의 말에 졸지에 업보가 되어 버린 멤버들이 어색한 표정으로 이우연에게 차례차례 인사를 했다.
“그래, 그래. 다들 반가워요. 은규 오랜만이네?”
이우연이 먼저 알은척을 하자 긴장한 듯 보이던 은규의 표정이 단박에 밝아졌다.
“네, 선배님!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대기실 복도가 울리도록 큰 소리로 대답하는 은규에 다른 멤버들이 황급히 그를 진정시켰다.
“워워, 심은규, 진정해. 복도 무너지겠어.”
“무대 위에서도 그렇게 좀 해 보지.”
“진심 백 퍼센트의 샤우팅.”
멤버들의 말에 머쓱해진 은규가 목을 움츠리는 것을 보고 있던 이우연이 입을 열었다.
“은규야, 잠깐 시간 있으면 들어왔다 갈래?”
그 말과 함께 자신의 대기실 쪽을 턱짓으로 가리키는 이우연에게 은규가 얼빠진 목소리로 되물었다.
“예? 저요? 한재이 아니고요?”
“물건 받았으니 약팔이는 필요 없지.”
이우연의 대답에 다들 고개를 갸웃하는 가운데 재이가 억울한 듯 투덜거렸다.
“와, 너무하시네. 볼일 다 봤다고 바로 팽하시다니. 의리 찾던 분 어디 가셨는지.”
“잘되면 나중에 한턱 쏠 테니 그때 다시 보자고.”
“그 말씀 기억하고 있겠습니다?”
“그래, 그래. 리허설 하느라 수고했을 텐데 얼른 가서 좀 쉬어라, 다들.”
애초에 목적은 한재이가 아니라 심은규였다는 듯, 인사 다 했으면 흩어지라는 식으로 손을 휘휘 내젓는 이우연의 태도에 멤버들은 영문도 모른 채 대기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혼자 남겨진 심은규를 돌아보며 이우연이 입을 열었다.
“왜 그렇게 얼어 있어? 안 잡아먹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따라와.”
은규는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는 듯 얼떨떨한 표정으로 이우연을 따라나섰다.
대기실로 들어서자 한가운데 놓인 소파에 반쯤 드러누운 누군가가 한가롭게 핸드폰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한 은규는 놀라움에 비명이 터지려는 것을 가까스로 꾹 눌러 참았다. 자신들이 들어오는 기척에 아쉬운 듯 핸드폰 게임을 끄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사람에게 이우연이 타박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새 또 게임이야? 너도 참 징하다 징해. 대체 게임을 하루에 몇 시간을 하는 거냐?”
“왜 바가지 긁고 난리야. 오늘 무대 올라가는 게 너지 나는 아니잖냐. 어차피 할 일도 없는데 게임 좀 하면 뭐가 어때서.”
이우연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툴툴대던 남자가 이우연의 뒤편에 서 있던 은규를 발견하곤 반색하며 말했다.
“오, 팔자 눈썹 왔구나?”
“…아, 안녕하세요. 그룹 PART.Y의 심은규라고 합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박예찬 선생님.”
마치 자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먼저 인사를 건네는 박예찬의 태도에 잠시 놀라 굳어있던 은규가 재빨리 꾸벅 고개 숙여 인사하며 말했다.
“근데 심은규, 난 선배님인데 왜 얜 선생님이야? 내가 얘보다 생일 두 달은 빠른데.”
“존경심의 차이인 거지.”
“아앗 절대 절대 그런 건 아닌데요. 제가 진짜 존경하는 프로듀서시라. 아니, 그렇다고 선배님을 존경하지 않는다고 얘기가 아니고요. 어 음. …죄, 죄송합니다.”
횡설수설하다가 제풀에 지쳐 시무룩하게 축 처지는 은규를 보고 있던 이우연이 말했다.
“됐다, 그냥 웃자고 한 말이니까 신경 쓸 것 없어. 이 녀석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걸 보니 소개는 쉽겠네. 박예찬, 얘가 내가 얘기한 그 밥상이고, 은규야, 얘가 곡 좀 만진다고 소문난 박예찬이다.”
“곡 좀 만진다는 소문이라니. 소개를 해도 어쩜 저렇게 싼티 나게 하는지…….”
박예찬이 툴툴대는 소리에 이우연이 그를 힐끔 쳐다보곤 은규에게 말했다.
“보아하니 한재이가 진짜 너한텐 아직 말 안 했던 모양이네? 하긴 괜히 헛물만 켜게 할 수도 없었을 테니.”
재이요? 재이가 왜요?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데요?
반쯤 넋이 나가 있는 듯한 은규를 딱하게 쳐다보던 이우연이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어떻게 된 건지 하나씩 설명해 줄 테니 일단 좀 앉아 봐.”
* * *
“한재이 대체 무슨 일을 꾸민 거야? 이우연 선배님까지 끌어들여서?”
한편, 대기실로 돌아와 의상과 장비를 점검하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던 멤버들 중 엠케이가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재이를 돌아보며 물었다.
“무슨 일은 무슨. 별일 아니야.”
한쪽에서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하는 재이를 바라보던 남궁찬이 중얼거렸다.
“한재이가 별일 아니라고 하면 왜 꼭 별일일 것 같지?”
“그러게. 심은규는 무사할까.”
이환이 남궁찬을 따라 중얼거린 말에 재이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니 내가 뭘 했다고 다들 그런 반응인 거야? 정말 별일 아니라니까? 굳이 말하자면.”
“말하자면?”
“굳이 말하자면 뭐?”
“뜸 들이지 말고 얼른 말해, 현기증 나.”
멤버들의 아우성에 잠시 말을 멈췄던 재이가 이어 말했다.
“매치 메이커 역할을 했다고나 할까.”
“매치… 뭐?”
“중매쟁이? 한재이가 심은규 중매를 섰다고?”
엠케이의 말에 다른 녀석들이 기겁해서 펄쩍 뛰어오르며 제각각 소리 질렀다.
“뭐? 심은규 결혼해? 우리나라 미성년자 결혼이 합법이던가?”
“누구랑? 왜? 언제? 우리 데뷔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열애설도 뛰어넘고 곧바로 결혼설 가는 거야?”
“한재이 니가 진짜 흑막이 맞았구나. 기어코 팀을 풍비박산 내려고.”
“한재이, 비유를 해도 꼭 그렇게 해야겠냐, 여기 우리 말고 듣는 귀도 많은데 그러다가 진짜 오해라도 사면 어쩌려고.”
주변을 둘러보며 인혁이 나무라는 말에 재이가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럼 어그로 끌려서 오히려 더 좋은 거 아니야? 해명 기사야 우연 선배님 쪽에서 내 주실 거고.”
소문으로 들었는데 이우연 선배님네 소속사가 기자들 꽉 잡고 있다더라. 아마 곧바로 정정 보도 내 줄걸.
태평하게 덧붙인 재이의 말에 인혁이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젓는 것을 본 나머지 멤버들이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뭐야, 너희 둘만 알고. 팀에 비밀 같은 거 있으면 안 되는 거 아니냐?”
“그렇다, 그렇다! 밀실 정치 반대요!”
“이건 청문회감이야! 청문회감이라고!”
시끄럽게 떠드는 녀석들을 진정시키며 재이 대신 인혁이 말했다.
“재이가 은규 작곡 멘토링해 주실 분을 찾았거든. 우리 회사 AR팀도 실력 좋지만, 기왕이면 식견도 넓히고 인맥도 만들 겸 외부에서.”
인혁의 설명에 그제야 조금 누그러진 기세의 멤버들이 재이와 인혁을 번갈아 쳐다보다 물었다.
“그래서? 이우연 선배님이 은규 멘토링 허락하신 거야? 그거 완전 대박 사건인데?”
엠케이가 묻는 말에 재이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선배님이 자기 말고 다른 분 소개해 주시겠다고 하셔서. 사실 성사될지 안 될지 나도 몰라서 조금 조마조마했는데 아까 대기실로 데리고 들어가신 거 보니까 일단 잘 풀린 모양이야.”
나머지는 은규 돌아오면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자고.
재이의 말에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얼마 후, 대기실 입구 쪽만 힐끔거리던 멤버들의 기다림 끝에 문을 열고 은규가 안으로 들어왔다.
“심은규!”
“은규야! 심은규! 살아 돌아왔구나!”
“팔다리 다 붙어 있나 확인해 봐!”
“어땠어? 말은 잘 해ㅆ…….”
“한재이!!!!”
멤버들의 호들갑 속에 걸어 들어오는 은규를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일이 잘 풀렸나 물어보려던 재이는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