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퇴출 1호 아이돌 연습생이 되었다-78화 (78/224)

#78

제 동생이 모델입니다.

ZTBC 스튜디오.

[(가제) 무엇이든 도와드립니다. 불망동 탐정 사무소] 오디션 현장.

- 저 사람은 엄청 화려하게 하고 왔네?

- 아이돌인가 본데?

- 아, 차상혁네 소속사인가?

- 그런 듯. 진짜 거기도 끼워팔기 꾸준하네.

- 그거야 그렇지. 그중 하나라도 차상혁처럼 대박 나면 회사로선 완전 땡잡는 건데.

- 부럽다, 누구는 뼈 빠지게 기어 올라와서 겨우 잡는 기회인데 누구는 소속사 빽으로 턱턱 들어오고.

스튜디오 한쪽에 마련된 대기실로 들어서자 이미 대기 중이던 사람들이 자신을 힐끔거리며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재이는 별 감흥 없다는 표정으로 주변을 휘둘러보았다. 석관의 말마따나 조연급 배역임에도 뉴페이스를 찾는다는 소문이 돌아서인지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었다. 재이는 자신에게 따라붙는 경계와 호기심, 비아냥 혹은 질투 섞인 시선들을 적당히 흘려 보내며 비어있는 자리를 찾아 앉았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재이가 꾸벅 인사하자 조금 용기를 얻은 듯 말을 건 남자가 자기소개 했다.

“김주한이라고 합니다. 한재이 씨 맞죠?”

재이가 맞다고 고개를 끄덕이자 김주한이 신이 난 듯 이어 말했다.

“와, 신기하다. 저 이렇게 가까이에서 아이돌 보는 거 처음이에요. 우와… 진짜 비율 좋네요. 아이돌 포스란 게 진짜 있구나. 막 입은 것 같은데도 왜 간지가 나지? 머리는 샵에서 하신 거예요? 전 오늘 여기 오려고 아침부터 샵에 가서 따로 스타일링 받고 왔는데. 어때요? 괜찮은가요? 오늘 잘하려고 일부러 매니저 형 졸라서 샵 실장님한테 특별히 케어받은 건데.”

말이 많은 타입인지 한 번 말문이 트이자 그냥 놔둬도 혼자 줄줄 잘도 말했다.

“이 배역이 뒷부분에 반전 있는 캐릭터라고 소문나서 사람들이 더 몰렸어요. 조연급에 반전미 있는 캐릭터, 요새 잘 먹히잖아요.”

“제가 듣기로 최재욱 피디님이 이번 작품에 거는 기대가 대단하다고 하더라고요. 동 시간대 라인업 중에 LBC [최고의 변호인]이라고 박성호 피디 작품이 있는데 그분하고 붙어서 지금까지 3승 3패라 이번에 진짜 제대로 눌러 주겠다고 칼 가는 중이시라고.”

“최 피디님도 한 카리스마 하시지만 사실 노영란 작가님 성격이 장난 아니라던데요. 아, 맞다. 그리고…….”

재이는 라디오 틀어 놓은 것처럼 혼자 열심히 떠들던 김주한이 갑자기 말을 흐리는 것에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왜 그러세요?”

“아 그게. 저도 들은 얘기라 좀 그렇긴 한데. 노영란 작가님이 아이돌 싫어하신다더라고요…….”

김주한이 자신의 눈치를 보며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오디션 보러 온 사람에게 심사 위원이 너 같은 애 싫어한다더라고 대놓고 말하기가 껄끄러웠던 모양이었다. 이분 보기보다 순수하시네. 석관이 형 얘기론 이 바닥에서 그 소문 못 들어 본 사람이 얼마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던데. 재이는 내심 중얼거리며 김주한에게 대답했다.

“괜찮아요. 취향 차이는 존중해야죠.”

여유롭게 싱긋 웃어 보이는 그 모습에 김주한이 할 말을 잃은 듯 멍하니 쳐다보았다.

* * *

“어째 별로 썩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네요.”

“아직 반도 안 봤으니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보자고.”

“다음은 누구지?”

“아, 걔네요. 차상혁 배우 후배.”

“아 그 아이돌.”

심사 위원석에 앉은 제작진들 사이에서 다음 지원자의 프로필을 확인한 노영란 작가가 눈썹을 찌푸리며 최재욱 피디에게 말했다.

“꼭 봐야 하나? 안 그래도 지원자 밀려 있던데. 요새 한창 잘나가는 애라며, 그냥 좋게 말해 돌려보내면 서로 시간 절약하고 좋지 않아?”

그녀의 말에 최재욱 피디가 곤란하다는 듯 웃으며 대답했다.

“노 작가도 참. 그래도 여기까지 온 애를 어떻게 그냥 돌려보내냐. 한 번 보기라도 해야지.”

“그러게 애초에 왜 불렀냐고. 분명 대사는커녕 발성도 제대로 안 될 게 뻔한데.”

“혹시 알아? 차상혁만큼 할지?”

“걘 애초에 아이돌 밥을 먹을 애가 아니었고.”

“유 감독 말로는 가능성 있어 보인다던데?”

“가능성만 있어 보이는 애들은 당장 길거리 나가 봐도 수두룩 빽빽이야.”

“알았어, 알았어. 그래도 기회는 줘야 공평하잖아.”

“…그래.”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는 노영란의 얼굴을 보며 최 피디는 내심 혀를 찼다. 노영란이 아이돌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었다. 전 작품에서 해외 시장 판매력이 좋다는 제작사의 강짜에 울며 겨자 먹기로 아이돌 배우를 넣었다가 시종일관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면서 작품 자체의 완성도까지 구설에 오르는 바람에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작품을 구상하기 시작하면서 캐스팅에 관해서는 제작사가 일절 관여하지 못하도록 처음부터 못을 박았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렇게까지 했는데 또다시 소속사 시드권을 들고 아이돌이 오디션에 끼어들었으니 심기가 불편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어차피 체면치레이니 형식상의 오디션만 보게 하고 돌려보내자고 혹시 아느냐고, 요새 잘나간다니 바빠서 못하겠다고 그쪽에서 먼저 고사할지도 모르는 일이 아니냐며 어르고 달래 여기까지 온 참이었다.

최 피디는 한숨을 내쉬며 시놉시스와 대본, 참가자들의 프로필이 담긴 서류가 수북이 쌓인 책상으로 눈을 돌렸다.

이번 작품의 포인트는 어딘가에 진짜 있을 것 같은 평범한 사무소가 사실은 특이 능력을 지닌 사람들의 집단이라는 설정에서 오는 비현실성이었다. 애초에 흥신소가 아닌, 현실에선 찾아볼 수 없는 ‘탐정 사무소’로 배경을 택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의뢰를 비현실적인 능력으로 해결해 나가는 인물들을 보여 줌으로써 현실에서는 느낄 수 없는 대리 만족을 끌어내는 것이 이번 작품이 지향하는 바였다.

주연을 비롯한 캐스팅 대부분이 끝난 시점에서 이 배역만 따로 오디션을 연 것은 반쯤은 자신의 욕심이었다. 이 캐릭터는 극에 긴장감을 더해줄 수 있는 MSG 같은 존재였다. 가끔씩 주변인으로 등장하다가 어느 순간 극의 맛을 확 살릴 수 있는 첨가제 같은 역할을 하게 될 터였다. 되도록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채우고 싶었다.

주태온.

탐정 사무소와 같은 상가 건물 1층에 있는 중화요릿집의 아르바이트생. 머리부터 발끝까지 불량함과 삐딱함이 철철 흘러 내리는 젊은이. 가게 단골인 탐정 사무소에 식사 배달을 하기 위해 자주 들락거린다. 일견 그냥 동네 양아치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특이한 능력의 소유자.

캐릭터 소개를 눈으로 훑으며 최 피디는 생각에 잠겼다.

‘마지막 한 줄만 빼면 그냥 흔히 있는 동네 건달 캐릭터일 뿐이니까.’

오디션에서 공개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제한적인 탓에 자칫하면 납작한 캐릭터로 해석될 소지가 있었다. 주어진 대본만으로 그걸 어떻게 최대한 입체적으로 표현하는가가 관건이었지만 그게 그렇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작품을 만드는 입장에 있는 최 피디 본인이 누구보다도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뉴페이스를 원하면서 깊이 있는 캐릭터 해석을 원하니 누굴 본들 쉽게 마음에 찰 리가.’

속으로 중얼거리며 최 피디는 입을 열었다.

“자, 좀 쉬었으면 다시 시작하죠. 다음 지원자 들어오시라고 해 주세요.”

최 피디의 지시에 문이 열리고 다음 지원자, 차상혁의 후배, 요새 뜨는 아이돌, 한재이가 안으로 들어왔다.

“…헐.”

옆에 앉은 조연출이 작게 탄성을 내뱉었다.

심드렁하게 의자에 기대앉아 있던 옆자리 노영란 작가 또한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인물을 위아래로 살피며 책상 쪽으로 몸을 일으켰다.

집에서 대충 염색한 것인지 듬성듬성 검은 머리가 섞인 새빨간 머리카락. 귓가에 주렁주렁 달린 피어스. 얼마나 입었는지 목 부분이 살짝 해진 티셔츠에 찢어진 청바지, 낡은 운동화를 신은, 성질 더러워 보이는 동네 양아치가 안으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한재이 씨?”

잠시간의 정적을 깨고 최 피디가 묻자 눈앞의 양아치가 허리를 90도로 접어 공손하게 폴더 인사를 하며 외쳤다.

“안녕하십니까, 한재이라고 합니다.”

다시 허리를 펴고 제작진을 한 명 한 명 바라보며 싱긋 웃는 얼굴엔 조금 전의 양아치스러움은 온데간데없었다. 숙소 앞 편의점에라도 가려던 참이었는지 대충 입고 나온 아이돌 한 명이 있을 뿐이었다. 최 피디가 입을 열었다.

“스타일은 일부러 준비해 온 거예요?”

“네. 주태온이라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해서요.”

어제 난생처음으로 혼자서 염색도 해 봤는데. 어떠신가요.

붙임성 좋게 웃으며 덧붙이는 말에 조연출이 덩달아 따라 웃다가 옆자리 노영란의 눈치를 보고 입을 꾹 다물었다.

“준비성은 좋네요.”

“감사합니다.”

최 피디의 말에 재이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대답했다.

“한재이 씨 연기해 본 적 있나요?”

노영란 작가가 서류를 뒤적이는 척하며 물었다. 프로필에 다 쓰여 있는 것을 일부러 묻는 게 의도가 뻔했다. 여긴 너 같은 게 낄 자리 아니니 눈치 좀 챙기라는 소리겠지.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노영란 작가가 아이돌에게 알레르기 반응이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이니까.

“이번이 첫 도전입니다.”

잘 부탁드린다는 말도, 열심히 하겠다는 말도 없는 담백한 대답이었다.

“단역이나 엑스트라로 시작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것도 알고 있나요?”

“네. 알고 있습니다.”

네가 여기 서서 오디션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람들은 누리지 못하는 대단한 특혜라는 걸 알고는 있냐는 질문에 돌아온 흔들림 없는 간결한 대답에 노영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눈썹을 찌푸렸다.

‘뭐가 저렇게 당당해. 열심히 해 볼 테니 제발 잘 좀 봐 달라고 알랑방귀를 뀌어 대도 써줄까 말까 하구만. 아, 혹시 얘도 그냥 회사에서 다녀오라고 등 떠밀어서 온 건가. 아니 근데 그렇다기엔 아까 그 분위기는…….’

조금 전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한재이의 모습을 봤을 때, 인정하긴 싫지만, 그놈의 ‘감’이라는 게 왔다. 저건 주태온이구나. 하는. 그렇지만 노영란은 정말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스타일만 그럴듯하고 열어 보면 속 빈 깡통일 게 뻔해. 보여 주는 거로 밥 먹고 사는 애들인데 뭐.’

생각을 정리한 노영란이 최재욱 피디를 돌아보았다. 노영란이 진행하시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본 최 피디가 재이에게 말했다.

“그럼 어디 한번 볼까요. 준비해 온 게 있으면 한번 해 볼래요?”

“네 그럼, 저것 좀 써도 될까요.”

재이가 스튜디오 한쪽에 놓여있던 간이 의자를 가리켰다.

“그러세요.”

“감사합니다. 그럼.”

최 피디의 허락이 떨어지자 스튜디오 중앙에 의자를 펼쳐 놓은 재이가 조금 떨어진 곳에 서더니 잠시 심호흡을 하며 의자를 향해 걸어왔다.

“다녀왔습니다아……. 사장님, 거기 소장이 사장님한테 돈 받을 거 있다고 오늘 짜장면값 거기서 까라던데요.”

“…!!”

최 피디가 눈을 크게 떴다.

건들거리며 걸어와선 덥다는 듯 머리를 한 번 쓸어 넘기곤 의자에 털썩 주저앉더니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고개를 뒤로 젖히고 스튜디오 한쪽 구석을 향해 건성으로 외친다. 그 모습이 배달을 끝내고 돌아와 탁자 옆 의자에 앉아 가게 안쪽에 있는 사장님에게 보고하는 주태온의 모습과 겹쳐지는 느낌에 최 피디는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뭐야 쟤. 연기해 본 적 없다며.’

옆을 돌아보니 노영란 작가도 자신과 별다른 바 없는 표정이었다.

재이의 연기가 이어졌다.

“아 진짜라니까. 그렇게 못 믿겠으면 직접 전화라도 해 보시던가. 아무튼, 난 확실히 전했으니 나중에 딴말하지 마세요? 아 나도 몰라, 그럼 줄 돈 없다는데 나보고 어쩌라고?”

진짜냐고, 지난번처럼 또 중간에 요리값 슬쩍 한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들은 듯 넌더리를 치며 짜증스럽게 대꾸하는 말투가 반말과 존대를 자연스럽게 넘나든다.

“아 X발, 거 아니라니까 왜 자꾸 생사람을 잡아, 짜증 나게!”

쾅!!

벌컥 소리를 치고는 일어나 간이 의자를 발로 확 걷어찬다. 그리고는 성큼성큼 몇 발자국 걸어 나가더니 풀썩 쭈그리고 앉아서는 아무것도 없는 바닥을 들여다보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뽀대장, 너도 들었지. 저 영감이 또 생사람 잡는 거. 내가 진짜 드러워서 때려치우든가 해야지.”

뽀대장은 탐정 사무소에 등장할 고양이의 이름이었다. 조금 전의 그 난폭한 모습은 어디 갔는지, 가상의 고양이를 바라보는 눈빛이 따뜻했다. 그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던 최 피디가 입을 열었다.

“그만. 일단 거기까지 하죠.”

최 피디의 말에 그제야 옆자리에 앉은 조연출이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캐릭터에 대한 해석이 꽤 좋던데. 혹시 참고로 한 모델이 있나요?”

자세를 바로 하기가 무섭게 들려온 최 피디의 질문에 재이가 대답했다.

“네.”

“설마 본인 경험은 아니죠?”

최 피디의 미심쩍은 얼굴에 재이가 웃으며 대답했다.

“설마요. 아닙니다. 제 동생이 모델입니다.”

“동생이요?”

“네. 걔가 좀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를 거치는 중이라.”

재이의 말에 최 피디가 일단 안심이라는 듯 표정을 풀며 말했다.

“동생이라니. 재이 씨가 고생이 많겠어요?”

“따로 사니까 괜찮습니다.”

“하하, 명쾌하네.”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하는 재이의 말에 최 피디가 웃었다.

“마지막에 뽀대장한테 말 걸 생각은 어떻게 한 거죠?”

“대본을 읽다 보니 주태온이 겉모습은 세 보여도 속은 꽤 물렁한 것 같더라고요. 사장님한테 대들고 나왔어도 딱히 불량한 짓을 하는 대신 고양이 붙잡고 신세 한탄이나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달까요.”

‘꽤 예리한데?’

오디션을 위해 공개된 전반부 대본에 주태온이 등장하는 장면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것만으로 저 정도로 구체적인 성격을 구축해 냈다는 것은 그만큼 진지하게 이야기의 흐름을 읽고 주태온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고민했다는 반증이었다. 최 피디는 내심 눈앞의 이 아이돌이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꽤 괜찮으니까 네가 한번 다듬어 봐.

뉴페이스를 찾는다는 말에 대학 동기 유진환이 뜬금없이 아이돌을 하나 추천하며 건넨 말이 떠올랐다. 그땐 그냥 별 실없는 소리를 다 한다며 흘려들었는데. 노 작가 핑계를 대며 아이돌은 안 되겠다고 에둘러 거절하자 ‘아이돌이 무슨 역병 환자도 아니고 쓸 만해 보이면 갖다 쓰면 되지 뭘 지레 피하냐’며 어이없다는 듯 자신을 쳐다보던 동기 놈의 말을 떠올리던 최 피디는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았다.

“대본에 있는 장면 하나 해 보죠?”

노 작가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최 피디가 뭐라 입을 열기도 전에 이어 말했다.

“씬 48. 할 수 있겠어요?”

노 작가의 눈이 반짝였다. 어디 할 수 있으면 해 보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런 노 작가를 마주 보며 대답 대신 재이가 씩 웃었다. 마치 시켜 주기만을 기다렸다는 듯한 의미심장한 웃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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