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오디션의 결과
씬 48.
주태온은 그 불량해 보이는 태도와 외모 때문에 길고양이 학대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받는 상황에 몰린다. 주태온과 항상 티격태격하던 중화요릿집 사장님은 탐정 사무소에 진범을 찾아 달라 의뢰를 넣고, 탐정 사무소 사람들의 도움으로 진범을 잡는 데 성공한다. 사람들은 사건을 해결한 것을 축하하기 위해 중화요릿집에서 뒤풀이를 하고, 주태온은 그곳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다.
씬 48은 그동안 주변인에 머물던 주태온이 탐정 사무소의 인물들과 감정적 교류를 나누게 되는 중요한 장면 중 하나였다.
‘노 작가, 역시 쉽게 가지 않네.’
최 피디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스타일링이나 자유 연기는 지원자가 그럴 마음만 있다면 얼마든지 공들여 준비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심사 위원 쪽에서 대본에 있는 씬을 지정해 연기를 주문하는 지정 연기의 경우, 공개된 대본의 씬을 모조리 완벽하게 준비하지 않는 이상 본 실력이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공개된 대본의 씬을 모조리 완벽하게 준비해 올 수 있는 실력이라면 본 실력은 운운할 필요도 없을 테니 결국 지정 연기는 오디션에서 지원자의 역량을 파악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이고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최 피디는 스튜디오의 가운데에 서 있는 재이를 바라보았다. 노 작가의 주문에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씩 웃는 얼굴이 인상적이었다. 저 당당한 태도만큼이나 연기도 봐 줄 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최 피디는 재이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사람들은 자기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잖아요.”
메마른 목소리가 툭 떨어지듯 스튜디오에 울려 퍼졌다.
‘오, 꽤 하는데?’
최 피디는 저도 모르게 책상 쪽으로 몸을 당겨 앉으며 생각했다. 아까도 생각했지만, 연기 초짜치곤 발성도 딕션도 깨끗하다. 확실히, 차상혁을 키워 낸 소속사답게 기본기는 잘 가르친 모양이었다.
스튜디오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재이가 무표정한 얼굴로 바닥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을 이었다.
“그 사람이 진짜 어떤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죠. 관심도 없고요.”
잠시 침묵하던 재이에게서 덤덤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뭐, 상관없어요. 나도 관심 없으니까.”
“…….”
그리고 침묵이 이어졌다. 최 피디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꾹 말아 쥐었다. 스튜디오 안이 사람의 숨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고요한 정적에 휩싸였다. 저 초짜가 뿜어내는 긴장감에 실내 공기가 팽팽하게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최 피디는 단 하나의 움직임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재이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바닥을 구멍이라도 낼 듯 노려보며 한동안 말없이 서 있던 재이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지더니 누가 볼까 황급히 손등으로 눈가를 쓱 비비곤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목소리 끝이 떨린 것과 달리 고개를 든 재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주태온의 트레이드마크인 그 거들먹거리는 표정 그대로 턱 끝을 치켜든 채 씩 웃고 있었다.
‘뭐야. 얘 왜 이렇게 잘해.’
최 피디는 어이가 없었다. 연기 처음이라며. 도전하러 왔다며. 최 피디는 왠지 맥이 탁 풀리는 기분에 한참 당겨 앉았던 몸을 뒤로 기대며 양옆을 둘러보았다. 아직도 넋이 나가 있는 조연출의 얼굴을 확인하고 노 작가 쪽을 바라보니 고민이 깊은 표정으로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다.
‘알 만하네.’
씬 48은 몇 줄 없는 대사로 인물의 감정 변화를 표현해야 하는 까다로운 장면이었다. 대본을 읽으면서도 신인에게 기대하기는 어려운 씬이니 기회가 된다면 수정해 볼 생각 없냐고 물으려던 참이었는데, 이걸 이렇게 살리는 것을 오디션에서 보게 될 줄이야. 그것도 노 작가 딴엔 떨구려고 벼르고 있던 녀석에게서.
작가적 본능과 아이돌 알레르기 사이에서 치열하게 고민 중인 노 작가를 딱하다는 듯 쳐다본 최 피디는 건들거리는 주태온에서 다시 성실해 보이는 대세 아이돌 한재이로 돌아온 눈앞의 지원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재이 씨, 이 씬, 얼마나 연습했어요?”
최 피디의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겼던 재이가 대답했다.
“오디션 보기로 하고 대본 받은 뒤로 줄곧이요.”
“이 씬만? 아니면 다른 장면도?”
“어…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씬하고 다른 씬 두 개 해서 세 개만 죽어라고 연습했습니다. 나머지는 대본 외우고 기본적인 감정의 흐름만 잡아 두고요.”
일단 오디션 붙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에.
말을 덧붙이며 웃어 보이는 재이에게 최 피디가 물었다.
“어째서 세 장면으로 추린 거죠?”
“어… 대본상 씬 지정을 하신다면 아마 그 세 장면 중 하나를 해 보라고 하시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흥미로운데요. 기준은?”
“가장 어렵거나, 가장 쉽거나.”
“허.”
최 피디가 짧게 헛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얘 진짜 물건이네.’
가장 어려운 씬으로 셋이 아니고 가장 어렵거나 가장 쉬운 씬으로 셋이라니. 기발하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말이었다. 대본의 맥락과 오디션의 의도를 꿰뚫은 통찰력, 자신이 준비한 몇 가지만으로 승부를 걸기로 한 담력, 그리고 단시간 안에 그것들을 여기까지 쌓아 올린 집중력까지. 케이엠이 난 곳인지 저 녀석이 난놈인지 알 수 없었지만, 흔히 볼 수 있는 케이스가 아닌 것만은 분명했다.
“촬영 들어갈 때까지 나머지 씬들도 지금 한 것 정도의 퀄리티까지 끌어 올릴 자신 있나요?”
“당연한 말씀을.”
배짱 좋게 웃으며 대답하는 눈앞의 어린 녀석을 쳐다보며 최 피디는 헛웃음을 지었다.
‘이거 진짜 나중에 유진환이한테 술 한잔 사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최 피디는 자신에게 처음 한재이를 언급했던 동기 녀석을 떠올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한재이 씨.”
그때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노영란 작가가 입을 열었다.
“네.”
재이가 자세를 바로 하고 노 작가를 마주 보며 대답했다.
“내가 아이돌이라면 질색한다는 얘기 들어봤어요?”
“네.”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간결하게 대답하는 재이를 빤히 바라보던 노 작가가 말을 이었다.
“어제 마침 인터뷰도 했다고요. 아이돌은 본업만으로도 바쁠 테니 부디 드라마 판까지 오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고. 앞으로 내 작품에 아이돌 묻을 일은 없을 테니 시청자 여러분은 안심하고 봐 달라고까지 했다고.”
재이에게 하는 말인지 혼잣말인지 모를 노 작가의 말이 이어졌다.
“어쩔 거예요. 당장 오늘 저녁에 기사 나갈 건데. 이러고 재이 씨 덜컥 뽑아 버리면. 내가 뭐가 돼.”
투덜대는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재이가 활짝 웃었다. 최 피디도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재이가 입을 열었다.
“어그로 끌어 주신 거 아깝지 않을 만큼 잘해 보겠습니다.”
자신 있다는 듯 씩 웃는 모습에 노 작가는 헛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대체 뭘 믿고 그렇게 자신 있어요? 연기 처음이라며 불안하지도 않은 거야?”
“여기 계신 피디님과 작가님, 조연출님을 비롯한 제작진 분들과 빵빵하신 선배 배우님들을 믿죠.”
“어이없네, 보통 얹혀 가겠다는 소리를 저렇게 당당하게 하나, 오디션 보러 와서?”
투덜거리면서도 노 작가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 있는 것을 확인한 최 피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주요 인물의 배역은 이걸로 확정인 듯싶었다.
* * *
파티 숙소
삑삐빅삑—
“오? 한재이 왔나 보다!”
현관 키패드 누르는 소리에 재이가 돌아오기만을 이제나저제나 기다리고 있었던 엠케이가 후다닥 달려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재이와 석관을 맞이했다.
“어땠어? 오디션? 석관이 형! 얘 어땠어요? 잘했어요?”
“어휴 엠케이 시끄러워. 저리 좀 가 봐. 나 먼저 좀 씻자.”
시끄럽게 묻는 자신을 밀치며 안으로 들어서는 재이의 뒷모습을 보던 엠케이가 뒤따라 들어오던 석관에게 슬쩍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떨어졌구나? 와 한재이도 떨어질 때가 다 있구나.”
“그럼 그렇지. 아무리 한재이라도 연기까지 잘하면 좀 사기 아니냐.”
어느새 뒤따라 나온 남궁찬이 가세해 석관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둘이 쑥덕대기 시작했다. 숙소에는 두 사람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인혁은 [We are Leaders]의 마지막 촬영을 위해 로케지에 가 있었고 이환과 은규는 경연곡 녹음을 위해 박예찬의 스튜디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며칠째 작업 중이었다.
다른 멤버들에 비해 비교적 여유로웠던 남궁찬과 엠케이 두 사람도 내일이면 [GOLDEN LEAF FARM] 시즌2의 게스트로 참여하기 위해 로케지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GOLDEN LEAF FARM] 줄여서 GOLF라 불리는 농장 체험 예능은 재이와 남궁찬의 게스트 출연을 계기로 이근우의 우려를 뒤엎고 시즌 1을 상승세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제작진은 곧바로 이근우와 스크류 박 2인 체재에 회당 게스트를 추가하는 형식으로 시즌 2 촬영에 들어갔고 프로그램을 기사회생시킨 일등공신 남궁찬과 재이에게도 출연 제의가 들어왔다. 그리고 회사는 오디션 일정을 핑계로 재이 대신 엠케이를 남궁찬과 함께 축하 게스트로 출연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래도 요새 완전 미친놈처럼 연습하길래 될 줄 알았더니.”
오디션이 결정되고 난 후 얼마 되지 않는 수면 시간과 자투리 시간을 모두 쪼개 연기 연습에 쏟아부었던 재이를 떠올린 엠케이가 아쉽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남궁찬이 말했다.
“그러게 말이다. 그런 거 보면 연기는 진짜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거야.”
“하긴 모두가 다 상혁 선배님처럼 할 수 있으면 상혁 선배님이 천재 소리 듣겠냐고.”
“그거지. 결국 한재이도 우리랑 같은 인간이었다는 소리지.”
“아 왜지. 그거 되게 믿기 힘든 결론인 것 같은 느낌.”
둘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을 옆에서 듣고 있던 석관은 사실을 말해 줄까 하다가 웃으며 입을 다물었다.
‘아무래도 이런 건 본인한테 직접 듣는 게 좋겠지.’
회사와 통화 좀 하겠다며 빈방으로 들어가 버린 석관에 남궁찬과 엠케이는 오디션에서 떨어지고 상심했을 재이를 어떻게 달래 줄 것인가를 두고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기 시작했다.
“어우, 아직도 빨간 물 나와……. 야, 너희들 내일 몇 시에 나가… 응?”
재이는 물에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며 거실 쪽에 대고 묻다가 이상한 느낌에 입을 다물었다. 캐릭터에 맞는 스타일링을 위해선 어설프게 염색한 티가 나는 게 오히려 좋겠다는 회사 스타일리스트의 조언에 숙소에서 셀프 염색을 했더니 하필 고른 염색약이 피부와 맞지 않았는지 오디션 내내 머리가 따끔거려 신경이 쓰이던 참이었다. 숙소에 오자마자 욕실로 뛰어 들어가 머리를 감았더니 핏물 같은 붉은 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것이 영 기분이 좋질 않았다. 몇 번을 그렇게 벅벅 씻어 내고 난 뒤에 나와보니 시끄럽게 들러붙을 줄 알았던 남궁찬과 엠케이가 조용한 것이 어째 낌새가 이상했다.
“남궁찬? 엠케이?”
숙소에 있을 두 멤버를 부르며 거실 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갑자기 튀어나온 심각한 표정의 두 사람이 재이의 양옆에서 그에게 어깨동무하며 말했다.
“괜찮아 한재이. 세상 끝난 거 아니야.”
“그럼 그럼. 우리 본업은 가수지 연기가 아니잖아?”
“너라고 다 잘할 수는 없잖아. 신께서도 양심이 있으셨던 거지.”
“그렇지 너의 탈락은 신의 마지막 양심이었다고 생각하고 넘어가.”
“대체 무슨 말이야? 그것보다 저리 좀 떨어져. 무거워.”
두 사람의 뜬금없는 만담에 어리둥절해진 재이가 두 사람을 밀어내려 버둥대며 말했다. 그러나 남궁찬과 엠케이는 그럴수록 가운데에 낀 재이를 꾹꾹 눌러 대며 말을 이었다.
“천하의 한재이가 이렇게까지 상심하다니. 내가 다 마음이 아프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녁은 시켜 먹자.”
“그래. 원래 이럴 땐 잘 먹고 푹 자고 다 잊는 게 멘탈 건강상 좋은 거야.”
“다른 멤버들한텐 우리가 잘 말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
“그래그래. 우리 촬영 간 사이에 혼자 숙소에서 좀 쉬면 되겠네. 너 그동안 스케줄 바빠서 제대로 쉬지도 못했잖…….”
“윽-”
“억-”
다 안다는 듯,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신의 목에 두른 팔에 슬쩍 힘을 주는 두 녀석의 옆구리에 나란히 팔꿈치를 찔러 넣어준 재이가 갑작스러운 충격에 웅크리고 앉은 두 사람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뭐라는 거야 대체. 나 붙었거든?”
옆구리를 부여잡고 뭐라 웅얼대던 두 녀석이 동시에 재이를 올려다보며 외쳤다.
“미친!!”
“거짓말!!”
두 녀석의 외침에 재이가 한쪽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어째 내가 떨어지지 않고 붙은 게 굉장히 아쉬워 보이는 반응들이다?”
서늘한 그 말투에 남궁찬과 엠케이가 움찔하며 앞다투어 웅얼거렸다.
“그럴 리가. 아까 들어오는데 표정이 안 좋아 보이길래 잠시 설마 했던 거지.”
“그럼 그럼. 우린 네가 당연히 붙을 줄 알고 있었지. 근데 들어오는데 아무 말도 없이 씻으러 들어가길래 혹시나? 설마? 했었던 거지. 세상에 작감 눈이 제대로 달렸으면 당연히 널 뽑았겠지, 누굴 뽑겠어. 안 그래? 아하하하하…….”
혼신의 힘으로 변명을 늘어놓자 팔짱을 낀 채로 자신들을 내려다보던 재이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지는 것을 보고 엠케이가 물었다.
“근데 진짜 붙은 거야? 와, 진짜 신이 있으면 이럴 수가 없다, 대체 왜 이런 녀석에게 능력 몰빵…….”
“이런 녀석이라니?”
“아하하, 아니 그게.”
웃으며 재이의 시선을 피하는 엠케이를 보고 있던 남궁찬이 화제를 돌렸다.
“야 근데 진짜 한재이 그 난리를 피우더니 결국 붙는구나. 너 떨어졌다고 생각했을 때 우리가 얼마나 낙담한 줄 아냐. 그동안의 고생이 헛수고로 돌아가는 건가 싶어서.”
너 말고 우리의 고생 말이야.
남궁찬이 덧붙인 말에 재이는 겉으론 코웃음을 치면서도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오디션은 멤버들의 도움이 컸다. 밤낮없이 연습하는 재이를 돌아가며 상대해 준 것도 멤버들이었다. 가끔 주태온의 불량미를 너무 과하게 표현하곤 하는 재이에게 ‘지금 선 넘으셨어요. 손님’이라고 그때그때 지적해 준 것도 멤버들이었다.
“진짜. 이걸로 네가 어디 가서 상이라도 받으면 수상은 너 아니고 우리가 가서 받아 와야 함.”
“잠깐 근데 오디션 연습만으로도 그 지경이었는데 얘 본방 들어가면…….”
문득 무엇인가를 깨달았다는 듯 중얼거린 엠케이의 말에 남궁찬의 낯빛이 변했다.
“어… 우리 한 배우님 집중하셔야 하니까 촬영하는 동안은 따로 어디 오피스텔이라도 빌려 나가시라고 하자. 석관이 형 어디 가셨니, 응?”
“형? 석관이 형? 어디 계세요??”
다급하게 석관을 찾는 엠케이와 남궁찬의 부산스러운 뒷모습을 보며 재이가 피식 웃었다. 어쨌거나 일단 넘어야 할 산 하나는 넘은 듯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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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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