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퇴출 1호 아이돌 연습생이 되었다-80화 (80/224)

#80

다섯 번 참고 시작하기

PART.Y 팬 게시판

[불탐정 굳이 해야 하나]

먼저 밝혀 두지만 나 재재님 스텝 업에서 퇴출 1호 소리 들을 때부터 좋아하던 포션임. 근데 소올직히 이번 드라마 소식 좀 별로. 회사가 ㅊㅅㅎ으로 돈 좀 만진 건 알겠는데 그래도 이건 아니지 그동안도 몇 명 들이밀었다가 욕만 먹고 끝났잖아. 아니 물론 우리 재재님이라면 잘할 거라고 믿긴 하지만 굳이 꽃길 놔두고 가시밭길 가는 거 이해 안 간달까.

└ 이미 공식 발표 난 거로 이러는 거 분란 조장으로밖에 안 보임

└ 난 이거 이해함 나도 좀 그랬음 아직 데뷔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본업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너무 여기저기 뺑뺑이 돌리는 느낌

└ ㄴㄷ 본업만으로도 잘나가는데 지금 굳이 드라마 들어갈 필요가 있나?

└ 장기적으로 볼 땐 ㅊㅅㅎ 루트 타는 게 회사나 본인한텐 제일 이득 아닌가?

└ ㅊㅅㅎ만큼 잘 된다는 보장이 어디 있음?? 스케줄 꼬여서 체력 갈아 넣고도 조용히 묻히는 케이스가 더 많은 게 현실

└ 이거지 운 좋게 복권 당첨됐다고 남은 재산도 복권에 몰빵하는 거랑 똑같아 보임 ㅈㄴ멍청해 보여

└ 뭐지 ㅊㅅㅎ은 당첨 복권이고 재재님은 꽝이라는 거야 지금?

└ 넌 왜 이렇게 꼬였냐 이래서 일상생활 가능하냐?

└ 위 댓글 아니지만 나도 저거 불편함

└ 애초에 다른 연예인들 다 하는 겸업인데 떡밥 돌 때마다 아이돌만 패는 거 이해 안 감

└ 잘하면 아무도 안 팸^^

└ 넌 일단 나한테 맞자^^

└ (신고당하여 차단된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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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타네.”

인터넷 반응을 확인하고 있던 신인 기획팀 심진우 팀장이 중얼거렸다. 재이의 드라마 진출은 예상대로 꽤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하필 노영란 작가가 노 아이돌 선언을 한 직후라 반향이 더 컸다.

정작 재이 본인은 어그로 제대로 끌려서 화제성 높아지면 땡큐지 않냐며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역시 난놈은 난놈이었다.

제작진은 이슈를 피해 가는 대신 거꾸로 첫 리딩 현장을 대대적으로 공개하는 방법으로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최 피디는 당장 노영란 작가가 나서서 정정 기사를 내는 대신 첫 리딩 때까지 묵혀 둘 것을 제안했다. 리딩 현장을 공개함으로써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것이 전체적인 임팩트가 살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물론 이 전략의 기저에는 한재이가 제 몫을 해 줄 것이라는 대전제가 깔려 있었다. 오디션 한 번으로 여기까지 최 피디의 신뢰를 끌어낸 재이가 새삼 대견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심진우는 연기 지도를 위해 재이에게 붙였던 코치의 말을 떠올렸다.

- 괴물 같은 녀석이에요. 분명 스킬로 따지면 초짜가 맞는데 주변을 휘어잡는 뭔가가 있다니까요. 쉽게 말하면 카리스마 같은 거요. 저 나이에 저 정도로 자기 존재감을 알아서 조절할 수 있다는 게 말이 안 되는데. 속에 능구렁이 4선 의원 정도 들어있지 않고서야.

이 바닥에서 연기 지도만 10년이 넘어가는 코치가 혀를 내두르며 한 말을 떠올리며 심진우는 생각에 잠겼다.

‘하긴, 재이가 담력만 봐도 보통 녀석이 아니긴 하지. 괴물 같은 녀석이라는 말이 맞긴 해.’

심진우 본인도 멘탈은 꽤 강한 편이라고 생각했건만 아직 스물도 되지 않은 저 녀석의 평정심엔 비할 바가 아니었다. 팬덤까지 흔들릴 정도로 여론이 요동치는 지금의 상황에도 재이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걱정할 시간에 연습 한 번 더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태연하게 내뱉는 모습은 감탄스러울 정도였다. 라이브 무대 중에 옆에서 폭탄이 터져도 음 이탈 한 번 안 낼 녀석이었다. 한재이 본인이 흔들리지 않으니 멤버들 또한 태연했다. 항상 서로 깎아내리지 못해 안달 난 것처럼 굴어도 사실 파티의 멤버 간 상성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편이었다.

“드라마 판은 또 얼마나 휘저으려나.”

이번 고비를 잘 넘긴다면 한재이를 비롯한 파티 녀석들은 저와 신인기획팀의 손을 떠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심진우는 다시 모니터링에 정신을 집중했다.

* * *

이른 아침.

재이는 이제 제법 익숙해진 붉은 머리칼을 한 번 쓸어 넘기곤 방을 나섰다.

오늘은 드라마의 첫 공개 리딩이 있는 날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실력파 배우 홍리세와 차상혁의 공연으로 제작 단계에서부터 대중의 관심을 끌던 작품이었다. 특히 차상혁의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 될 거라는 소문이 돌며 국내는 물론 해외 쪽의 관심도 높은 상태였다. 거기에 각본을 맡은 노영란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아이돌은 절대 안 쓰겠다는 인터뷰를 한 지 하루 만에 자신의 합류 사실이 알려지며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케케묵은 아이돌의 배우 겸업 논란이 재점화된 상태였다.

‘기대되는걸.’

태연하게 속으로 중얼거리며 재이는 씩 웃었다. 어찌 됐건 덕분에 오늘 기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사람은 홍리세도 차상혁도 아닌 자신이 될 터였다. 비난이건 응원이건 저 쟁쟁한 배우들을 제치고 사람들의 관심을 자신이 독차지할 생각에 재이는 기분이 좋았다. 다른 멤버들이 들었다면 킹 오브 관종이라며 고개를 내저었을 생각을 하며 재이는 방문을 열고 나섰다.

밖에는 아직 이른 시각임에도 벌써 멤버들이 집 안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다. 앨범 활동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었지만 그만큼 개인 스케줄이 늘어난 탓이었다. 신인이 바쁘다는 건 좋은 거지. 재이는 내심 고개를 끄덕이며 가방을 메고 현관으로 향했다.

“한재이 대본 챙겼냐?”

“어.”

어느새 다가온 남궁찬이 묻는 말에 재이가 대답했다.

“물은? 여분으로 가방에 생수 한 병 챙겨 가지?”

남궁찬의 옆에서 인혁이 끼어들었다.

“어.”

“마스크는?”

“목캔디는? 어제 석관이 형이 사다 놓던데.”

주방 쪽 식탁에서 노트북을 함께 들여다보고 있던 이환과 은규가 번갈아 외쳤다.

“…어, 그것도 넣었고.”

재이의 대답이 점점 떨떠름해지는 사이 엠케이가 재이에게 무언갈 건넸다.

“너 이거 놓고 갈 뻔.”

“아.”

엠케이가 건넨 것은 에어팟이었다.

“그거나 끼고 있어. 누가 시비 건다고 그대로 들이받지 말고.”

“아니 내가 무슨 쌈닭도 아니고. 매번 개인 스케줄 나갈 때마다 듣는 소리가 똑같냐고 왜.”

재이가 눈썹을 찌푸리자 어느샌가 자신 주변으로 모여든 녀석 중 이환이 말했다.

“갈 때마다 매번 누구 하나 들이받고 오는 게 누군데 그래. 오늘은 기자들도 많이 올 테니까 좀 거슬리는 일 있어도 웬만하면 그냥 좋게 좋게 넘겨라, 알았지?”

“그래. 들이받고 싶을 땐 우리 얼굴을 봐서 일단 좀 참고.”

“멤버당 한 번씩만 참아도 다섯 번은 참겠네.”

“와 그 정도면 아무리 한재이여도 하루쯤은 무사히 넘어가지 않을까.”

인혁과 나머지 녀석들이 당부인지 뭔지 모를 말들을 한마디씩 보태는 것에 재이가 귀찮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어휴. 너희들 안 바쁘냐. 신경 끄고 하던 일들이나 마저들 하시지?”

“하여간에 인정머리 하곤.”

“내 말이. 사람이 신경 써 주면 고마운 줄을 알아야지.”

“저거 저러는 거 보니까 오늘도 좋게 넘어가긴 글렀다.”

“아 피 말려서 오늘 스케줄에 집중 못 할 듯.”

“나 오늘 실수하면 백 퍼 한재이 탓.”

자신의 주변으로 와글와글 쏟아지는 소리를 무시하며 낡은 운동화를 꺼내 신은 재이가 굽혔던 허리를 펴고 주위를 둘러보자 멤버들 사이에 짧은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을 깨고 인혁이 말했다.

“잘하고 와라. 주태온.”

그 말에 재이가 씩 웃자 다른 멤버들이 한 마디씩 보탰다.

“그래 기왕 물어뜯을 거면 싹 다 발라버리고 와.”

“아무래도 저 빨간 머리 신의 한 수인 듯. 한재이 전투력 급상승한 느낌.”

“저걸 보고도 덤비면 덤빈 사람 잘못이지, 진짜.”

“한재이가 제 동생 놈 루트 탔으면 저 각이었을 거 생각하니 새삼 소오름.”

“한재이 꿈이 아이돌이라 얼마나 다행인지. 이런 거 보면 아이돌이 세계 평화를 지키는 게 맞다니까.”

“어휴 이것들 그냥 놔두면 끝도 없지 진짜. 다녀올게.”

재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현관을 나섰다. 잘하고 오라는 둥, 발리고 오면 밥 없다는 둥 등 뒤로 멤버들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쁘지 않은 출근길이었다.

* * *

ZTBC 스튜디오 [(가제) 무엇이든 도와드립니다, 불망동 탐정 사무소] 리딩 현장

“안녕하십니까, 한재이입니다.”

재이는 인사와 함께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섰다. 어딜 가나 큰 소리로 인사하는 습관은 연습생 시절부터 인이 박여서인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신인 배우는 현장에 일찍 가는 것이 국룰이라는 석관의 말대로 일부러 집합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스튜디오는 스태프 몇몇이 자재와 비품을 정리 중일 뿐 아직 한산했다. 피디와 작가를 필두로 주연 배우들부터 차례로 좌석에 이름표가 붙어있는 것을 신기한 듯 구경하다가 한쪽에 마련된 제 자리에 앉아 조금 기다리다 보니 배우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주태온 역을 맡은 한재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재이는 스튜디오로 들어서는 반백의 신사를 발견하곤 한걸음에 달려가 자기소개와 함께 꾸벅 고개를 숙여 보였다.

“와 진짜 주태온 같네. 반가워요. 보성각 사장 역을 맡은 유성한이예요.”

그가 재이의 인사를 살갑게 받아주며 자기소개를 해 왔다. 나쁘지 않은 반응이었다. 재이는 내심 안도하며 유성한에게 대답했다.

“사장님, 말씀 편하게 해 주세요, 부담스럽습니다.”

“하하하, 이 친구 훅 치고 들어오는 재주가 있네. 재밌어.”

유성한이 재이의 어깨를 툭툭 치며 유쾌하게 웃었다. TV 속에서 보던 이미지만큼이나 쾌활한 사람이었다. 재이는 유성한의 뒤를 따라다니며 배우들과 인사를 나눴다.

“어떻게 노 작가를 구워삶은 거야? 아이돌이라고는 질색팔색하던 양반인데.”

“그날 빨간색으로 염색하고 온 지원자가 저 하나밖에 없었다더라고요.”

“설마, 머리카락 색에 넘어갔다고?”

“그럼 역시 이 얼굴인가?”

“하하하, 재이 씨 진짜 웃긴다.”

“왜요. 저 정도면 완전 준수한 거 아닌가요.”

“물론 그런데 잘생김으로 밀기엔 우리 작품 남주가 너무 넘사잖아.”

재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배우 중 하나가 마침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오고 있던 차상혁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차상혁의 주변은 광채라도 나듯 오늘도 잘생김이 열일 중이었다. 재이는 주변에 양해를 구하고 차상혁에게 뛰어가 꾸벅 고개를 숙여 보이며 인사했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신인 배우 한재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차상혁은 갑자기 튀어나온 빨간 머리에 놀라 움찔하다가 목소리의 주인공이 한재이인 것을 깨닫고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신인 배우 한재이 씨. 반가워요. 나야말로 잘 부탁합니다.”

사석에서와 달리 깍듯한 존대와 함께 인사를 받아주는 차상혁의 태도에 여윽시 슈퍼스타 인성갑이라고 간만에 차상혁 찬송가를 암송 중이던 재이는 상혁의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그쪽을 쳐다보았다.

“와 상혁 씨, 이분이 한재이 씨야?”

상혁에 이어 스튜디오로 들어온 것은 이번 드라마의 주연을 맡은 배우 홍리세였다.

“안녕하세요. 한재이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홍리세예요. 난 사실 재이 씨 노래를 하도 많이 들어서 그런가, 오늘 처음 본 것 같지가 않네.”

“리세 누나가 매일 네 노래 들으면서 주무신단다.”

상혁의 설명에 재이가 웃으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영광입니다.”

“그렇게 딱딱하게 굴 필요 없어요. 사실 내가 영광이지. 재이 씨 목소리가 진짜로 수면제보다 더 잘 듣는걸. 아, 말 편하게 해도 되지?”

“그럼요.”

재이의 대답에 홍리세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그거 듣고 재이 씨 목소리 좋아서 파티 시디도 샀잖아. 시디 가져왔으니 이따가 사인 좀 해 줘요.”

“진심이세요?”

“왜, 나도 포션이라고 인증이라도 해야 믿나?”

웃으며 한쪽 눈을 깜박이는 홍리세의 대답에 이번엔 차상혁이 놀란 얼굴로 끼어들었다.

“와 너무하네. 내 앨범은 매번 그냥 강탈해 가더니 재이네 건 진짜 제 돈 주고 사셨나 봐?”

“너랑 같겠니.”

“그러게. 이제 보니 완전 다르네.”

“그럼 그럼.”

주거니 받거니 하는 홍리세와 차상혁 사이에 끼어 있자니 어느새 기자석을 채우기 시작한 기자들이 세 사람을 향해 셔터를 눌러 대기 시작했다.

“아이쿠. 최 피디님 오시네. 이따 리딩 끝나고 사인 잊지 마?”

농담이 아니었던지 다시 한번 강조하고 제 자리를 찾아가는 홍리세를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차상혁이 재이에게 말했다.

“긴장하지 말고 네 식대로 해.”

“네 선배님.”

자신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곤 홍리세의 옆자리로 걸음을 옮긴 차상혁을 한 번 쳐다본 재이는 제자리에 앉으려다 말고 고개를 갸웃했다. 옆자리에 앉은 배우가 저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 시선에서 느껴지는 노골적인 적의에 재이는 고개를 갸웃하곤 앞에 놓인 이름표를 확인했다.

‘조윤민? 처음 보는 사람인데 왜 저러고 쳐다보지? 아, 혹시 홍리세 배우 팬이었나?’

재이가 속으로 중얼거리는데 조윤민이 먼저 입을 열었다.

“좋겠어요?”

“네?”

“든든한 빽 있는 덕에 리딩도 하기 전에 벌써부터 주연 배우랑 안면도 트고.”

“아 예에.”

아 진짜 홍리세 배우 팬인가 보네. 보기보다 숫기 없는 타입인가 봐, 딱해라. 딱히 진지하게 대꾸할 생각도 들지 않아 대충 대답을 흘리며 자리에 앉는데 그게 더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조윤민이 다시 말을 걸어왔다.

“한재이 씨, 연습 많이 해 왔어요?”

음. 시비 터는 것 치곤 인트로가 좀 많이 식상한데.

재이는 일단 붙임성 좋게 웃으며 대꾸했다.

“그럼요. 근데 막상 현장 오니까 역시 좀 떨리네요.”

너무 잘할 것 같아서.

재이의 속내도 모르고 조윤민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실수하지 말고 잘해요. 대사도 몇 줄 없는 조연 주제에 NG 내면 주변에 민폐니까.”

“아 네.”

재이는 대답과 함께 차인혁의 얼굴을 떠올렸다. 한 번.

“아이돌이라면서요? 본업 바쁘지 않아요? 아, 하긴 본업에서 잘 나가면 굳이 다른 판 기웃대지도 않았겠지.”

자문자답하고는 혼자 고개를 주억거리는 조윤민을 쳐다보며 재이는 엠케이를 떠올렸다. 두 번.

“연기 경험은 있나?”

“이번이 처음입니다.”

몇 번 예의상 붙이던 존대에서 어느새 자연스럽게 하대로 갈아 탄 조윤민의 말투를 곱씹으며 재이는 이번엔 남궁찬을 떠올렸다. 세 번.

“근데 어떻게 배역을 땄대? 역시 소속사 입김인가?”

조윤민의 이어진 말에 이환과 심은규의 얼굴을 차례로 떠올린 재이가 짧게 중얼거렸다.

“다섯 번.”

이를 어쩌지.

다섯 번 참는 데 5분도 안 걸리게 만드는 분을 만나 버렸네.

멤버들이 들었으면 머리를 짚었을 소리를 속으로 중얼거리며 재이는 일단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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