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조연은 NG 내면 안 된다길래
조윤민은 자신의 도발에도 별말 없이 자리에 앉는 아이돌 녀석을 힐끔 쳐다보곤 코웃음 쳤다. 몇 번 긁어 줬더니 얼굴이 딱딱하게 굳은 것이 딱 봐도 멘탈이 털린 표정이었다.
드라마는 어차피 주·조연할 것 없이 분량 경쟁이었다. 특히 조연급들은 작감의 눈에 띄면 죽을 캐릭터도 살았고 거슬리면 그대로 존재감 없이 묻히기 십상이었다. 짬이 덜 찬 신인의 경우 리딩 들어가기 전에 적당히 밟아 주면 알아서 헤매다 떨어져 나가곤 하니 쉬웠다.
‘다음 리딩 땐 이름표나 찾을 수 있을까 모르겠네.’
별것도 아니구만.
조윤민은 한재이의 붉은 머리칼을 힐끔 훑으며 피식 웃었다.
“그럼 [불망동 탐정 사무소]의 첫 대본 리딩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첫 대본 리딩의 시작을 알리는 최 피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듬성듬성 비어 있던 스튜디오 안은 어느새 출연진들로 꽉 들어차 있었고 조금 떨어진 곳에는 기삿감을 노리는 기자들이 날카롭게 눈을 빛내며 이쪽을 빈틈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제작 발표회를 방불케 하는 취재 열기에 조윤민은 힐끔 옆자리에 앉은 아이돌의 눈치를 살폈다. 저 기자들의 태반이 오늘의 먹잇감은 너라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데도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 태연한 모습이 괜히 아니꼬웠다.
‘그래도 꼴에 아이돌이라 이건가. 사람들이 이 정도 모인 것쯤은 익숙하단 건가 보네?’
조윤민은 자꾸 긴장해서 카메라를 의식하게 되는 자신을 스스로 타이르듯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생각했다. 그러는 사이 대본 리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바쁘신 분이 여기까지 웬일로 행차를 다 하셨대?”
탐정 사무소 소장 R의 역할을 맡은 주연 배우 홍리세가 차상혁을 향해 우아한 목소리로 대사를 쳤다. 평이한 톤의 대사였음에도 느긋한 말투에 은근하게 깔린 가시 돋친 경계가 까끌까끌하게 묻어나는 느낌이었다. 역시 믿고 보는 홍리세. 다소 산만했던 스튜디오의 주의가 단숨에 홍리세에게로 확 쏠렸다.
“지나가다 배고파서. 점심 먹었냐? 짜장면에 탕수육 어때?”
능청스러운 차상혁의 대사가 이어졌다. 미간을 살짝 찌푸린 홍리세가 곧바로 받아쳤다.
“손님, 가게 잘못 찾아오셨는데요? 중국집은 1층입니다?”
“이 소파 기억나지? 개업 축하한다고 내가 사 줬잖아. 가끔은 나도 좀 써야지.”
“그러려고 사 준 거였으면 도로 가져가지?”
“내가 또 줬다 뺏고 그런 치사한 짓은 안 하지 않냐. 아 배고파, 일단 뭐 좀 시키자.”
홍리세와 차상혁. 두 주연 배우가 서로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팽팽하게 맞섰다. 노영란 작가 특유의 빠른 템포로 이어지는 대화가 노련한 두 배우에 의해 긴장감 있게 이어졌다. 두 사람이 뿜어내는 박력에 기자석에서 간간이 터지는 셔터 소리, 대본을 넘기는 소음을 제외하곤 스튜디오에서는 숨소리조차 사라진 듯했다.
소장 R이 경찰에 몸담았을 때 함께 일했던 동료 사이인 형사과장 여선욱 역을 맡은 차상혁은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이 끝난 사극의 잔재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이미 완벽하게 능구렁이 형사과장으로 변신해 있었다.
첫 리딩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잘 맞아떨어지는 두 사람의 호흡에 최 피디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웃음이 걸렸다. 기자들의 카메라에서 쉴 새 없이 셔터 소리가 터져 나왔다. 다른 등장인물이 하나둘 가세하며 극이 진행되는 가운데 조연출이 다음 장면의 지문을 읽었다.
“탐정 사무소 문이 기별도 없이 벌컥 열리며 주태온이 들어온다.”
조연출의 목소리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조윤민의 옆자리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배달이요-.”
의욕 없고 관심 없고 영혼 없는 아르바이트생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귀찮음을 가득 싣고 늘어지는 그 목소리에 홍리세와 차상혁이 그동안 쌓아 올린 긴장감이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출연진들 사이에서 피식거리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카메라 셔터 소리가 더 늘어난 느낌에 괜히 불편해진 조윤민은 슬쩍 옆자리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여전히 태연한 표정의 아이돌 한재이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다음 대사를 쳤다.
“사장님이 외상값 받아 오래요.”
“외상값이라니? 내가 안 낸 게 있었다고? 얼만데?”
“만 칠천이백 원이요.”
재이의 대답에 홍리세가 차상혁에게 말했다.
“네가 내.”
“내가 왜?”
“자릿세.”
“와 도둑이 따로 없네.”
“꼬우면 가던가.”
“너무하는 거 아니야? 우리 사이에?”
“우리 사이가 어떤 사인데?”
“그걸 꼭 말로 해야 하나?”
“말로 안 하면 발로 할까?”
“저기요.”
홍리세와 차상혁이 옥신각신하고 있는 사이를 한재이가 귀신같은 타이밍으로 치고 들어갔다. 리듬감 있게 이어지고 있는 대사의 랠리를 끊고 들어가는 것은 보기보다 까다로운 일이었다. 조금만 빨라도 기껏 이어 온 대화의 맥이 끊기고 너무 늦으면 그대로 NG였다. 그것을 아는 중견 배우 몇몇이 놀랍다는 얼굴로 대본에서 시선을 들어 한재이를 바라보았다. 조윤민은 입을 삐죽였다. 저 정도는 나도 한다고. 그러는 사이 한재이의 대사가 이어졌다.
“짜장면 불거든요. 얼른 돈 주세요. 아니면 저 갑니다.”
“아, 잠깐, 태온아, 잠깐만. 여선욱 빨리 돈 내.”
“에이 괜히 왔다가 돈만 뜯기게 생겼네. 얼마라고요?”
“…….”
갑자기 스튜디오에 정적이 흘렀다.
대본은 읽는 둥 마는 둥 줄곧 한재이 쪽을 힐끔거리고 있던 조윤민은 한재이를 비롯한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린 것을 뒤늦게 깨닫고 새파랗게 질렸다. 남 구경하다가 저 들어갈 타이밍을 놓쳐 버리다니, 이런 망할.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연신 사방을 향해 꾸벅이며 사과하자 못마땅한 표정의 최 피디가 입을 열었다.
“공개 리딩이라 힘든 건 알겠는데, 지금 흐름 딱 좋으니 끊기지 않게 조금만 더 집중해서 가죠?”
가시 돋친 말에 조윤민이 어깨를 움츠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작진과 출연진, 기자들의 따가운 눈총을 한 몸에 받으려니 속이 다 울렁거리는 기분이었다.
“선욱 씨 부분부터 다시 갑시다.”
최 피디의 지시에 리딩이 재개됐다. 다시 감정을 잡은 차상혁이 다시 한번 대사를 쳤다.
“에이 괜히 왔다가 돈만 뜯기게 생겼네. 얼마라고요?”
“과, 과장님! 과장님! 큰일 났습니다!”
조윤민이 외쳤다. 잔뜩 주눅 들어 있던 탓인지 자신이 생각해도 톤 처리가 영 매끄럽지 못했다. 슬쩍 최 피디 쪽을 살피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눈썹을 찡그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심장이 쪼그라드는 듯한 기분이었다.
NG는 한 번으로 충분했다. 한재이에게 대단한 듯 충고했지만 자신이라고 NG를 내도 사람들이 체면을 봐서 웃고 넘어가 줄 만큼의 짬이 있을 리 만무했다. 조금 전과 같은 상황은 한 번으로 족했다. 그런 조윤민의 간절함이 통했는지 최 피디는 인상을 찌푸렸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상혁이 대사를 이어 나갔다.
“뭔데 오 형사. 무슨 일이야?”
차상혁의 대사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재이가 끼어들었다.
“삼만 육천칠백오십 원이요.”
“그래 삼만 육천… 뭐?”
차상혁의 능청스러운 연기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빨리 돈 주세요. 배달 밀렸다고요.”
심드렁한 한재이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자 여기. 아니 근데 아깐 만 칠천 원이라며…….”
“그건 외상값. 더하기 오늘 음식값.”
“허.”
“여선욱에게 돈을 거슬러 준 주태온이 태연하게 사무소를 나선다. 어이없다는 듯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여선욱.”
조연출이 지문을 읽자 최 피디가 말했다.
“자, 일단 여기까지. 소장님, 선욱 씨. 지금 템포 좋아요. 텐션도 너무 빡빡하지 않게 딱 좋으니까 촬영 때도 이대로만 하자고. 노 작가 템포에 익숙지 않은 분들은 지금 우리 주연 두 사람 랠리 참고로 하세요. 넋 놓고 있다가는 타이밍 놓치기 쉬우니까 본인 대사 들어가는 타이밍 놓치지 않게 바짝 신경도 좀 써 주시고요.”
피디의 지적에 조윤민이 저도 모르게 살짝 목을 움츠렸다. 최 피디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주태온이.”
최 피디가 재이를 호명하며 활짝 웃었다. 기자석에서 카메라 셔터 소리가 일제히 터져 나왔다.
“딱 마음에 들어. 치고 빠지는 게 아주 능구렁이 수준이야.”
재이가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것을 바라본 최 피디가 옆자리의 노영란을 돌아보며 물었다.
“노 작가는 어떻게 봤나?”
대본에 무언가를 적고 있던 노 작가가 최 피디의 물음에 입을 열었다.
“소장님하고 선욱 씨 리딩은 언제 들어도 기분 좋네요. 제가 의도한 부분을 제대로 이해하고 계신 듯해서 뭐라 더 드릴 말씀도 없었습니다. 마지막 화까지 쭉 이대로만 해 주세요. 탐정 사무소 분들도 좋았습니다. 소장님한테는 조금 더 친밀하게, 여선욱 과장에겐 조금 더 선을 긋는 느낌을 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노 작가가 잠시 말을 멈추곤 고개를 돌려 재이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우리 태온이.”
…우리 태온이라니.
스튜디오 안이 술렁였다. 기자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이 정도면 한 입으로 두말하는 사람이란 소리 들을 각오하고 뽑은 보람이 있는데. 최 피디님은 어때요?”
노 작가의 말에 최 피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노 작가가 이어 말했다.
“사실 태온이는 전반부에 많이 넣을 생각이 없었는데. 오늘 보니 소장님이랑 선욱 씨 말싸움할 때마다 끼어들게 만들고 싶네요. 어쩜 그렇게 찰지게 끼어드니.”
“처음 맞춰 보는 것치곤 셋이 호흡이 척척이던데? 이거 우리 몰래 따로 모여서 연습이라도 한 거 아니야?”
최 피디가 거들고 나섰다.
“아휴 피디님, 기자분들 다 모셔 놓고 엄한 말씀 좀 하지 마세요. 스캔들 기사라도 나면 어쩌려고.”
홍리세가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누구요? 저랑 누나가요?”
상혁이 어이없다는 듯 끼어드는 말에 홍리세가 정색을 하며 대답했다.
“아니 너 말고 나랑 재이 씨?”
“아이고 누나. 그거 범죄라고.”
와하하하.
주연 두 사람의 주거니 받거니에 주변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근데 진짜 재이 씨 긴장 안 하네. 첫 리딩에선 원래 실수도 하고 그래야 인간다운 거 아닌가? 비결이 뭐야 대체?”
홍리세가 물었다. 최 피디도 노 작가도, 차상혁을 비롯한 출연진들과 기자들의 시선이 한 사람에게로 쏟아졌다.
“리딩 들어가기 직전에 조언을 들었거든요.”
뚱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조윤민은 그 소리에 저도 모르게 움찔 몸을 떨었다. 이 새끼 설마.
옆을 돌아보니 재이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 날 봐. 앞을 봐 제발.
조윤민의 절박한 눈치 주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바라본 재이가 말했다.
“대사도 몇 줄 없는 조연 주제에 리딩에서 NG 내면 주변에 민폐니까 실수하지 말라고.”
그 말에 훈훈했던 스튜디오 안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차갑게 얼어붙었다. 누가 들어도 신인에게 텃세 부리기 위해 시비 거는 말이었다. 그것도 아직 스물도 되지 않은 어린 녀석에게. 그러나 정작 그 말을 들은 당사자인 재이는 고개를 돌리고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 태연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솔직히 그때까진 좀 떨렸는데. 그 말씀 들으니 집중이 확 되더라고요.”
재이의 말을 듣고 있던 최 피디가 조윤민을 힐끔 훑으며 입을 열었다.
“주연이고 조연이고 아까처럼 좋은 리듬에 NG가 나면 맥이 풀리긴 하지.”
조윤민이 목을 움츠렸다. 주변의 시선이 따가웠다.
“그래도 NG 내는 거에 너무 부담 가질 필요 없어요. 좋은 작품 만들어 가려면 꼭 필요한 과정이니까. 거기에 주연이니 조연이니 따지는 것도 우스운 얘기고.”
최 피디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뭐 다들 알 만한 얘기니 그건 이쯤 하고. 다시 계속해 볼까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그의 말에 잠시 느슨해졌던 스튜디오의 공기가 재차 팽팽하게 당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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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엔터] 아이돌 배우의 연기력 논란에 마침표를 찍는다. 신인 배우 한재이의 화려한 데뷔 현장
[스타 뉴스] 노 작가의 변심엔 이유가 있었다! PART.Y의 한재이, 반짝이는 대세 아이돌에서 동네 양아치로 깜짝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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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리딩은 성공적이었다. 최 피디가 노리고 재이가 기대했던 것처럼 리딩 현장에서 주연 커플만큼이나 주목을 받은 것은 배우 겸업을 선언한 한재이었다. 개중에는 물론 아이돌의 발 연기를 기대하고 몰려온 기레기들도 있었지만 한재이의 리딩은 그들의 바람을 불식시킬 만큼 군더더기 없었다. 차상혁에 이어 한재이까지. 케이엠이 사실 숨은 배우 맛집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덕분에 신인 배우 한재이에 대한 조연급의 텃세는 기삿거리조차 되지 못하고 묻혀버렸다. 그리고 한 명, 그걸 아쉬워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렇게 대놓고 얘길 했는데도 아무도 그 떡밥은 안 물어 주셨네.”
인터넷 기사들을 훑던 재이가 중얼거렸다.
“대체다 대체. 다섯 번 참으면 하루쯤은 얌전하게 넘어갈 줄 알았더니.”
옆에 앉아 있던 엠케이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내뱉는 말에 다른 녀석들도 한마디씩 보태기 시작했다.
“우리가 한재이를 너무 얕본 거지.”
“석관이 형한테 듣고 기절하는 줄.”
“그 와중에 더 못 깠다고 아쉬워하는 것 좀 보라고.”
“그분 촬영장에서 한재이랑 맞붙는 씬이 없어야 할 텐데.”
듣고 있던 재이가 분통 터진다는 듯 투덜거렸다.
“와 진짜 너네 너무한다. 내가 당한 거라니까? 난 다섯 번이나 참고도 한마디밖에 못 했다고.”
억울하다는 듯 내뱉는 재이의 말에 엠케이가 냉큼 대답했다.
“그 한마디를 사람들 다 듣는 데서 했지.”
그러자 다른 멤버들이 기다렸다는 듯 덧붙였다.
“그것도 뼈만 골라 때리는 말로.”
“상처 난 곳에 소금 치듯이.”
“반박도 못 하도록 팩트만 추려서.”
“그 양반 오죽 딱해 보였으면 기자들이 스루를 다 해 줬겠냐고.”
멤버들의 말을 듣고 있던 재이가 차창 너머로 시선을 돌리며 투덜거렸다.
“하여간에 맨날 나만 나쁜 놈이지, 나만.”
멤버들이 재이 몰이에 신난 가운데 차량은 목적지로 들어서고 있었다. 오늘은 며칠 만에 단체 스케줄이 있는 날이었다. 한동안 개인 스케줄이 계속됐던 탓인가 여섯 명이 함께 움직이는 느낌이 새삼스러웠다.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는지 평소라면 부족한 잠을 보충하거나 각자의 일에 몰두하느라 조용했을 차 안이 간만에 시끌벅적했다.
“아 나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는데.”
“넌 원래 그런 거 안 하잖아. 누가 들으면 오늘이 특별한 줄 알겠네.”
남궁찬의 말에 엠케이가 받아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 왜. 나 진짜 떨린다고. 동물원은 처음이라.”
“말은 바로 하자. 동물원이 처음이 아니라 동물원에서 하는 촬영이 처음이겠지.”
“근데 그건 우리 다 마찬가지 아니냐.”
억울하다는 듯 투덜대는 남궁찬의 말에 이환과 은규가 가세했다. 오늘은 잡지에 실릴 인터뷰와 화보 촬영이 있는 날이었다. 촬영지가 동물원이라는 소식에 멤버들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나뉘어 있었다. 동물이라면 TV로 보는 게 제일 좋다는 도시남 남궁찬이 불안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럴 땐 그냥 괜찮을 거라고 좀 해 주면 안 되냐.”
“괜찮아. 죽기야 하겠니.”
“하아, 그래. 말을 말자, 말을.”
재이의 심드렁한 대답에 남궁찬이 투덜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