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퇴출 1호 아이돌 연습생이 되었다-90화 (90/224)

#90

기승전 재재님은 ○○○

“길 막히는 것 같으니까 좀 자 둬.”

촬영을 끝내고 회사로 향하는 차 안, 석관이 옆에 앉은 재이에게 말했다. 하루 종일 대기와 촬영을 반복한 데다 중간에 저 차인혁과 엠케이의 뒤치다꺼리까지 하느라 내색은 안 했지만 하루 종일 신경이 곤두서 있었던 재이는 사양하지 않고 좌석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힘든 하루였어.’

응원하러 와 준 건 고마웠지만 미리 알려 줬더라면 홍 선배님한테 부탁이라도 해서 상혁이 형이 카페차 근처까지 오지도 못하게 하는 건데.

그 홍리세가 차인혁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알 리 없는 재이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퇴근길 정체에 제대로 걸렸는지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차의 흔들림에 몸을 맡기고 있으려니 저절로 의식이 수면 아래로 툭 떨어졌다.

‘…여긴? 아아, 그때구나.’

재이, 아니 리온은 자신의 주변을 둘러보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덩치만 컸지 하는 짓은 아직 다섯 살짜리 천방지축 어린애나 다름없는 늑대 녀석과 함께 산맥을 지나던 중이었다.

‘형, 앞에 인간들 저거…….’

“나도 느꼈어, 넌 일단 가만히 있어. 그것보다 그 형 소리 안 하면 안 되냐. 난 네 형이 아니라니까.”

리온은 겉으로 봐선 그냥 덜 큰 강아지 같아 보이는 늑대 녀석의 보송한 뒷모습에 대고 중얼거리며 걸음을 재촉했다.

“으흑흑, 살려 주세요. 제발.”

“미안하지만 그렇겐 안 되겠……. 거기 누구냐!”

소리가 난 곳에는 산적으로 보이는 행색의 무리들이 여행자로 보이는 사람을 핍박하고 있었다. 이미 가진 것은 모두 다 빼앗긴 듯, 무기도 방어구도 없이 옷만 겨우 걸친 청년이 산적들 앞에 무릎을 꿇은 채 목숨을 구걸하고 있었다.

“아, 나 지나가던 사람이니까 신경 쓰지 말고 하던 거 계속해.”

그러나 경계하는 산적 무리에게 태연하게 내뱉은 리온은 여행자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그들을 피해 산길을 걷기 시작했다.

“도, 도와주세요! 도와주신다면 사례는 두둑히 드릴 테니 제발 그냥 가지 마세요!!”

평범한 복장의 리온이 허리에 검을 차고 있는 것을 발견한 여행자가 필사적으로 외쳤다. 그 소리에 우두머리인 듯 보이는 녀석이 여행자를 향해 버럭 소리쳤다.

“시끄러워! 진짜 죽여 버리기 전에 입 닥치지 못해?”

그리고는 리온이 일행 없이 혼자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눈을 빛내며 말했다.

“너! 그 말과 칼만 순순히 내준다면 이대로 갈 수 있게 해 주지, 어때? 꽤 괜찮은 제안이지 않아?”

리온은 내심 한숨을 쉬었다. 어설프잖아. 하려면 제대로 좀 하던가. 리온의 날카로운 시선이 산적들이 신고 있는 무두질된 가죽 신발과 로브 사이로 보이는 셔츠 자락을 훑었다.

‘귀찮아지기 전에 얼른 빠져나가는 게 좋겠어.’

리온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입을 열었다.

“아까 말했을 텐데. 난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고, 그쪽 일에 관심도 없으니 서로 각자 신경 끄자고.”

리온의 말에 산적들에게 잡혀 있던 여행자가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사, 살려 주세요! 제발! 무엇이든 다 드릴 테니 제발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도와주세요!!!”

“시끄러워!”

산적이 여행자의 배를 걷어차자 그가 바닥을 굴렀다.

“왕왕! 왕왕!!”

- 형, 얘한테서 맛있는 냄새 나! 맛있는 냄새!

‘…아, 너 꼭 거기서 끼어야겠니.’

호들갑스럽게 짖기 시작하는 강아지, 아니 늑대 녀석이 쓰러진 여행자 주변을 부산스럽게 맴돌았다. 머릿속을 울리는 녀석의 목소리에 리온이 눈을 찌푸리는데 산적 중 하나가 성가시다는 듯 들고 있던 몽둥이를 위협적으로 휘둘렀다.

“이 조그만 게, 저리 안 가!?”

퍽.

이리저리 잘 피하던 녀석이 산적 여럿이 휘두른 몽둥이에 얻어맞고 저만치 뒤로 굴러가는 것을 본 리온이 얼굴을 콱 찌푸렸다. 이것들이 보자 보자 하니까.

“좋게 좋게 넘어가려고 했더니, 꼭.”

리온은 중얼거리며 검집에 손을 댔다. 그러자 리온의 주변 공기가 확 바뀌었다. 그 날카로운 기세에 리온을 에워싸고 있던 산적들이 제각각의 무기를 고쳐 쥐고 그를 경계했다. 팽팽한 공기의 흐름을 깨고 리온이 움직이자 그와 동시에 산적들이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슈우욱 채챙 챙—-

“어엇!!”

“헉!”

산적들의 입에서 당황스러운 소리가 터져 나오는 사이 순식간에 그들을 제친 리온의 검 끝이 어느새 쓰러져 있는 여행자의 목에 가 닿았다.

“재미 없으니까 이제 그만하지?”

리온의 서늘한 목소리에 기절한 듯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여행자가 슬쩍 눈을 떴다. 그리고는 자신의 목에 닿은 날카로운 검 끝을 눈으로 확인하곤 피식 웃으며 바닥에서 일어났다. 조금 전 겁에 질려 벌벌 떨던 모습과는 전혀 달리 느긋하고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와, 보기보다 눈치 좋은데? 어떻게 알았지? 꽤 감쪽같았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목에 칼날이 겨누어져 있다는 것을 망각한 듯 씩 웃은 그가 리온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에이 한참 기다렸는데 기껏 걸린 게 이런 재미없는 거라니. 어쩔 수 없지. 그 검, 너 같은 게 가지고 다니기엔 너무 좋아 보이는데, 나에게 넘겨주면 목숨만은 살려 주지. 네 개가 아직 주인 없이 다니기엔 너무 어린 것 같아서 선심 쓰는 거니까 고마운 줄 알라고.”

여행자가 몸을 일으키며 태연한 어투로 말하자 어정쩡하게 선 채 두 사람을 쳐다보고 있던 산적들이 무기를 고쳐 쥐고 리온을 에워쌌다.

“거참. 그냥 산적 놀이면 대충 어울리고 넘어가 주려고 했더니만.”

“…뭐?”

리온의 혼잣말에 여행자, 아니 산적의 우두머리가 고개를 갸웃한 순간, 그동안 강아지 취급하는 인간들을 참아 주느라 골이 나 있던 늑대 녀석이 리온의 신호를 받고 순식간에 본신의 크기로 돌아와 산적들을 하나씩 제압했다. 들고 있던 칼을 휘두를 새도 없이 늑대의 앞발에 얻어맞고 나가떨어지는 수하들을 당황한 표정으로 쳐다보던 산적 우두머리가 도망가려는 것을 본 리온이 발로 그의 명치를 세게 걷어찼다.

“컥!!”

“차려면 이 정도로는 차야지. 아까 그건 너무 티 났다고.”

“커흑. 자, 잠깐, 잠깐, 잠깐만!! 너 내가 누군 줄 알아?!”

어느새 검을 집어넣고 다시 한번 발길질을 하려 발을 높이 들어 올리는데 바닥을 구르던 녀석이 소리 질렀다.

그의 말에 잠시 멈칫하던 리온은 인상을 팍 찡그리곤 대답했다.

“당연하지.”

“그 그럼…….”

우두머리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리온을 올려다 보았다.

“도적놈이잖아.”

“어억!!”

냉정한 한마디와 함께 리온의 발길질이 다시 시작되었다. 자신들의 우두머리가 바닥을 구르며 얻어맞는 것을 본 산적 무리들 중 하나가 참지 못하고 외쳤다.

“도, 도련니임!!”

“산적 흉내 다음엔 귀족 흉내인 거야? 재밌게들 사네?”

가짜 산적들을 향해 피식 웃어 보인 리온이 다시 발을 들어 올렸다.

.

.

.

“안녕, 친구들! 재재님이야. 모두들 잘 지냈어?”

흰 테이블에 반사되어 더 화려하게 빛나는 붉은 머리카락을 흐트리며 재이가 화면에 등장했다.

“아, 머리카락이 왜 이런 색이냐고? 그건 말이지.”

재이가 카메라 가까이 몸을 당겨 입가에 손을 갖다 대곤 속삭이듯 말했다.

“지금 비밀 임무를 수행 중이거든. 어때, 이렇게 하니까 좀 무서워 보여?”

재이가 카메라에 얼굴을 들이밀고는 제 눈을 집게 손가락으로 쭉 찢어 보이며 짖궂게 웃었다.

“사람은 겉모습만 봐선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알 수 없을 때가 있어. 친구들도 지금 재재님이 빨간 머리 도깨비처럼 보여서 무섭지? 그치만 이거 봐, 재재님은 그냥 재재님인걸.”

재이는 손에 익은 용사 인형과 늑대 인형을 꺼내면서 말했다.

“오늘은 숲속에서 수상한 사람들을 만난 용사님 이야기를 들려줄게. 잘 들어 봐?”

재이는 언제나의 오프닝과 함께 용사 인형과 늑대 인형을 테이블 위에 올려 두었다.

“용사님은 늑대와 함께 숲속을 지나고 있었어요. 조금만 더 가면 사람들이 다니는 숲의 입구가 보일 때쯤이었죠. 냄새를 잘 맡는 늑대가 용사님에게 말했어요.”

“왕왕! 왕왕!”

“앞에 사람들이 있다고? 근데 뭔가 숨기고 있는 것 같다고?”

재이는 테이블 밑에서 못난이 인형 세 개를 꺼내서 하나는 엎어 놓고 둘은 세워 둔 채 말했다.

“어이 거기 가진 거 다 내놔.”

“살려 주세요, 잉잉, 살려 주세요, 잉잉.”

엎어 놓은 인형을 흔들며 우는 소리를 내던 재이가 카메라를 쳐다보고 말했다.

“못난이 삼 형제를 본 용사님은 생각했어요. 옆 동네 못난이들이 왜 여기서 산적 놀이를 하고 있지?”

용사님 인형을 든 재이가 이어 말했다.

“용사님 눈에는 다 보였거든요. 저기 세 못난이들 중에 둘한테 잡혀 있는 것처럼 울고 있는 못난이가 대장인 것도, 셋이서 줄곧 이렇게 숲을 지나는 사람들을 속여 가며 괴롭혔다는 것도 말이죠. 근데 못난이들은 용사님을 못 알아봤어요. 못난이들 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갑옷 대신 평범한 옷을 입은 용사님은 하나도 안 쎄 보였거든요.”

재이가 한 손에는 용사님 인형, 다른 한 손에는 못난이 삼 형제를 움켜쥐고 말했다.

“사람들을 괴롭히면 안 되지.”

“시끄럽다! 가진 거 다 내놔!!!”

재이의 양손에 들린 용사님과 못난이들이 중간에서 맞부딪쳤다. 하나, 또 하나, 못난이 인형들이 용사님의 발차기에 얻어맞고 바닥에 나뒹굴었다.

“대장 못난이야, 너 나쁜 짓 하면 아빠한테 혼날 텐데?”

“어떻게 내가 못난이인 걸 알았지! 너는 누구냐!”

“나는 용감하고 씩씩한 이 꼬마 늑대의 형이지! 늑대야, 물어!”

용사님 인형의 지시에 늑대 인형이 못난이들을 쫓아다녔다.

“왕왕! 크르르르, 왕왕!”

“으아아 도망가, 도망가자아!!!”

한껏 진지한 얼굴로 늑대 인형으로 못난이들을 하나둘씩 쫓아낸 재이가 어느새 깨끗해진 테이블 위에 용사님 인형과 늑대 인형을 얌전히 내려놓고 카메라를 쳐다보며 말했다.

“용사님은 숲에서 나오자마자 옆 동네로 가서 대장 못난이의 아빠에게 숲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알려 드렸지. 그래서 못난이들은 어떻게 됐냐고? 글쎄, 어떻게 됐을까?”

의미심장한 얼굴로 웃은 재이가 카메라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친구들도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도록 조심하길 바라면서 끝내기 전에 마지막 질문! 빨간 머리 재재님은 어때? 아직도 재재님이 도깨비처럼 보여?”

.

.

.

“딸기 요정.”

“케첩맨.”

“순정 고추장.”

“마라샹궈……. 이건 그냥 먹고 싶은 거 쓴 것 같기도 하고?”

핸드폰으로 재재님 최신 영상의 댓글을 확인하고 있던 남궁찬과 엠케이가 쑥덕대며 말했다.

“근데 제일 좋아요 많이 달린 댓글이 ‘네ㅜㅜ’인 거 실화냐고. 크흐흐.”

“애기들도 보는 눈이 있다 이거지. 재재님이 그러셨잖아, 겉모습이 아니라 사람의 내면을 봐야 하는 법이라고.”

“그치, 그리고 기승전 재재님은 도깨비 썰.”

“아하하하.”

재이는 제 앞에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웃고 있는 두 녀석을 노려보곤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니 설마 거기에 ‘네’라는 답글이 달릴 줄은 몰랐다고. 아니 그 정도도 예상은 했는데 그 댓글에 눌린 좋아요 개수가 실시간 쭉쭉 올라가고 있는 걸 볼 줄은 몰랐단 말이지.

“대체 내 어디가 그렇게 무섭다고.”

재이가 투덜거리는 소리에 남궁찬과 엠케이가 순간 멈칫하고 재이를 한 번 쳐다보고는 서로를 마주 보며 쑥덕였다.

“못 들은 걸로 넘기고 싶다.”

“무슨 말 했어?”

“아니, 기가 허한지 자꾸 헛소리가 들리잖아.”

“몸 챙겨라, 우리 몸이 자산인거 알지.”

남궁찬의 말에 엠케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럼그럼. 그렇잖아도 오늘 아침에 석관이 형이 홍삼 챙겨 주더라.”

“뭣이? 나는 안 주던데?”

“내가 더 허해 보였나 보지.”

어색한 얼굴로 대답하며 시선을 돌리는 엠케이를 힐끔 쳐다보고 재이가 남궁찬에게 툭 내뱉었다.

“그거 멤버당 하나씩 나눠 준 건데 엠케이가 너 아직 자니까 이따 갖다준다고 네 것까지 가져갔어.”

“야 한재이!”

“와 엠케이 내 것 빼돌린 거야 설마? 너무한다, 홍삼 과다 복용으로 살이나 쪄라.”

“야 내가 그거 좀 더 먹었기로서니 막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냐. 나 아직 성장기라 남들보다 더 많이 먹어야 한다고!”

“그렇다고 멤버 것을 뺏어 먹는 건 아니지. 그런다고 이미 닫힌 성장판이 다시 열리는 것도 아닌데.”

“와 악담 쩌네. 남궁찬 너 이리 나와, 간만에 한판 붙자.”

엠케이와 남궁찬이 서로 으르렁거리는 것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영상에 달린 댓글을 하나하나 확인한 재이가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그러고 보니 차인혁 왜 안 보여? 아까 같이 오지 않았나?”

재이의 말에 서로를 노려본 채로 엠케이와 남궁찬이 연달아 대답했다.

“차인혁?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회사 도착하자마자 트레이닝실로 직행했어.”

“왜?”

재이의 물음에 엠케이가 남궁찬을 노려보고 있던 시선을 재이에게 돌리며 대답했다.

“누구 때문에 자극받은 건지 오늘부터 연기 레슨 받을 거래.”

“빈집 털이 할 거라던데?”

“빈집?”

“차상혁 선배님 곧 군대 가잖아. 포스트 차상혁 노릴 거라고.”

남궁찬의 말에 재이가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굳이 가시밭길을 골라 가는구나.”

“내 말이.”

“근데 우린 오늘 뭐 하러 부른 건데?”

엠케이가 재이를 보고 물었다. 엠케이와 남궁찬은 재이의 부탁을 받고 아침부터 회사 스튜디오에 와 있던 참이었다.

“나 공약했잖아.”

재이의 말에 남궁찬과 엠케이가 그제서야 알겠다는 듯한 얼굴로 재이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불탐정 콘서트?”

“혹시 설마 우리보고 랩 봐 달라는?”

재이가 출연하고 있는 [불망동 탐정 사무소]는 홍리세와 차상혁 이외에도 재이를 비롯한 탄탄한 조연들의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구성으로 호평받으며 마지막 4화를 남겨두고 차상혁이 공약을 걸었던 20% 고지를 넘어섰다. 물밑에서는 이미 장소 섭외와 구성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었다. 제작 발표회에서 선언한 대로 재이는 이번 무대에서 랩을 담당할 예정이었다. 두 사람의 기대에 찬 눈빛을 마주한 재이가 대답했다.

“어, 두 랩 선생님께 한 수 배우려고.”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재이를 본 남궁찬과 엠케이가 서로를 마주보며 쑥덕였다.

“이야, 천하의 한재이에게 선생님 소리를 다 듣고, 인간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이다.”

“그러게 이런 날이 올 줄이야. 감개가 무량수불하다.”

“그거 뭔가 이상한 것 같은데.”

“따지지 말고 넘어가, 좀.”

언제 싸웠냐는 듯 둘이 쿵짝이 맞아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는 두 녀석을 바라보며 재이가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근데 그래서 뭘 할지는 정했고?”

남궁찬이 돌아보며 묻는 말에 재이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어, 그거 있잖아. 그거.”

그게 뭔데.

남궁찬이 고개를 갸웃하며 엠케이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눈치 빠른 엠케이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하여간에 한재이. 잔머리 대단하시고요.”

“뭔데, 뭔데. 왜 나만 몰라.”

여전히 감이 잡히지 않는지 어리둥절한 얼굴로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고 있는 남궁찬에게 엠케이가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그거 있잖아. 네가 잘 하는 거.”

“막드랩.”

재이가 짧게 이어 말하자 그제야 남궁찬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어 근데 그거.”

막장 전문인데.

이미 신이 나 머리를 맞대고 있는 엠케이와 재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남궁찬이 짧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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