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퇴출 1호 아이돌 연습생이 되었다-98화 (98/224)

#98

아메리카 레이드 파티 [6/6] (6)

“드디어 힐링인가.”

“과연 그럴까.”

“제발 그렇다고 해 줘.”

목적지에 도착한 멤버들이 차에서 내리며 한마디씩 했다. 글래머러스 캠핑이라는 말 그대로 글램핑 구역은 건물이 아니라 텐트에서 머문다는 것 빼고는 호텔과 다름없는 구조였다. 그랜드 캐니언의 호쾌한 자연 아래, 식당과 카페, 카운터의 역할을 겸하는 커뮤니티 텐트를 중심으로 화장실과 욕실, 침대와 난로까지 모두 갖춰진 상설 텐트들이 황무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다.

“여행으로 왔다면 진짜 환상적이었겠다.”

“여행이었다면 여기까지 올 생각도 못 했겠지.”

탁 트인 지평선을 둘러보던 은규가 중얼거린 말에 이환이 냉큼 대답했다. 하긴. 은규는 반박하는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하바수파이도 그렇고 여기도 그렇고, 이게 그냥 자유 여행이었다면 우선 시도도 해 보지 않고 넘겼을 난코스이긴 했다.

“이야, 여기서 보니까 또 새롭네. 다들 잘 지낸 모양이야, 얼굴들이 좋아 보이는데?”

인혁의 말대로 미리 와서 대기 중이었던 듯 윤효민 실장이 커뮤니티 센터로 들어서는 멤버들을 반기며 말했다. 그가 앉은 소파 주변으로 여기저기 털썩 주저앉은 멤버들이 앓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이고, 실장님. 안경 안 쓰고 오셨네요? 잘 안 보이시죠?”

“죽겠어요. 심 팀장님 혹시 같이 안 오셨나요? 저희 완전히 당한 것 같은데.”

“장 이사님이 먹고 자는 거 책임질 테니 가서 힐링 많이 하고 오라고 하셨는데 힐링하기 전에 숨넘어가겠다고요.”

“분명 이번 예능은 컨셉의 시작도 끝도 저희라고 하셨던 것 같은데.”

“어, 그럼 우리 아직 시작도 안 한 건가 혹시?”

낯익은 얼굴을 발견하자마자 모여들어 와글와글 떠들어 대는 것이 딱 선생님에게 주말에 있었던 일들을 앞다투어 이야기하는 애들 같아 보였다. 인혁은 그런 멤버들의 모습에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윤효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기습미션 짜잔, 하면서 나타나실 줄 알았더니 의외로 평범하게 등장하셨네요?”

“기습미션은 무슨. 요새 그런 독기 품은 컨셉 잘 안 먹힌다고.”

“…….”

“…….”

윤효민이 웃으며 한 말에 멤버들이 할 말을 잃은 채 그를 쳐다보았다.

“야 PD님 어디 계시니? 우리 실장님이 드릴 말씀이 있다시는데.”

“그러게. 이거 우리 프로그램의 흥망이 걸린 중요한 일인 것 같은데 PD님 찾으러 가야 하는 거 아니냐.”

“저기 실장님, 지금 레이드 파티 찍으러 오신 거 맞죠?”

“아냐, 역시 다른 스케줄 때문에 오신 게 분명해.”

엠케이와 남궁찬의 호들갑을 시작으로 은규와 이환까지 짐짓 심각한 표정을 한 채 중얼거렸다. 그런 그들을 어리둥절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는 윤효민에게 재이가 말했다.

“쟤네가 떠먹여 주는 것도 못 받아먹고 괜히 아쉬워서 저래요, 지금.”

“야 한재이 그건 아니지.”

“그래, 헬리콥터 탄 자는 그 입 다물라.”

재이의 말에 남궁찬과 엠케이가 앞다퉈 소리쳤다.

“너희도 제한 시간 내에 들어오지 그랬니.”

“아니 그건 엠케이 저게 길을 잘못 들어서 그런거고.”

“뭐야 갑자기 왜 내 탓이야. 너도 그 길이 맞는 것 같다고 해 놓고선.”

돌아오는 길에 지도를 잘못 읽는 바람에 제한 시간 내에 골인하지 못한 남궁찬과 엠케이가 네 탓이네 내 탓이네 옥신각신하고 있는 것을 옆에서 보고 있던 이환이 한숨과 함께 한마디 했다.

“그래도 너희는 낫지. 우리는 길 잘못 물어봐서 엉뚱한 데 다녀 왔잖아.”

그 말에 그와 같이 움직였던 은규가 말을 보탰다.

“어째 가도 가도 폭포는 안 보이더라고.”

“빼박 조난당할 각이었음.”

“거기서 그대로 조난당했으면 풍화돼서 해골만 남을 때까지 발견도 못 했을걸.”

“심은규 그만해. 리얼하게 가능한 일이라 섬뜩하잖아.”

왁자지껄 떠드는 멤버들 사이에서 인혁이 윤효민에게 물었다.

“근데 진짜 어쩐 일로 여기까지 직접 오신 거예요? 보니까 팀분들도 같이 오셨던데.”

“아, 그거 말이지.”

윤효민이 잠시 말을 끊고 뜸을 들였다. 시끌시끌하던 멤버들의 이목이 윤효민에게 집중되었다.

“이번 미션에서는 내가 너희 서포터거든.”

그의 의미심장한 말에 멤버들이 서로를 마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 * *

다음 날 아침

“자 그럼, 광활한 자연의 숨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그랜드 캐니언 글램핑장에서의 미션을 시작하겠습니다.”

PD의 말에 카메라 앞에 나란히 선 멤버들의 얼굴에 살짝 긴장이 스쳤다.

“이번 미션의 주제는 ‘포션을 모아라.’입니다.”

“네?”

“뭘 모아요?”

멤버들이 잘못 들었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포션이라니. 이 난쟁이 풀떼기와 돌덩이밖에 없는 황무지에서 뭘 모으라고 지금?

“여러분에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죠?”

PD가 멤버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 의식주 빼고요.

PD가 덧붙인 말에 막 밥이라고 대답하려던 재이가 멈칫하고 생각에 잠겼다.

“음악.”

“무대.”

다른 녀석들의 대답에 이어 재이가 외쳤다.

“멤버들.”

그 말에 남궁찬이 즉각 반응했다.

“야, 한재이, 그건 너무 속 보인다. 우리가 서로 그런 사이 아니라는 거 팬분들도 다들 아시는ㄷ…….”

남궁찬이 말을 하다 말고 잠시 멈칫한 사이 정답을 깨달은 재이를 비롯한 나머지 멤버들이 앞다투어 외치기 시작했다.

“팬분들이요!!!”

“우리의 생명수!”

“포션 뽀에버!”

“근데 여기서 포션분들을 어떻게 모아요?”

흥분한 멤버들 사이에서 들려온 재이의 질문에 PD가 기다렸다는 듯 멘트를 읽어 내려갔다.

“여러분은 앞으로 12시간 후, 한국에 계신 팬들께 감사와 그리움을 담아 라이브 방송을 하게 될 것입니다. 라이브는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될 것이고 라이브에 모인 관객들의 수와 그분들께서 찍어 주신 하트의 개수에 따라 마지막 라스베이거스에서 묵을 호텔의 등급을 가르도록 할 예정입니다.”

“헐.”

“그래서 윤 실장님께서 오신 거였구나.”

“근데 12시간이면…….”

PD의 설명에 그제야 갑작스러운 윤효민의 방문이 이해가 되었다는 듯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랜드 캐니언의 밤하늘 아래 모닥불을 피워 놓고 팬들을 위해 여는 라이브라니.

“좋긴 한데…….”

“시간이 너무 빠듯한 거 아닌가?”

“12시간이면 컨셉 잡고 곡 고르고 연습 몇 번 하다 보면 눈 깜짝할 새에 온에어일 것 같은데.”

“아무리 가볍게 몇 곡 부른다지만 방송 나갈 거면 메이크업도 새로 싹 해야 될 테고.”

“그렇지. 아무리 그래도 이 몰골 그대로 나갈 순 없잖아.”

조금 전까지 소파 위에 편한 포즈로 늘어져 있던 멤버들이 어느새 진지한 얼굴로 머리를 맞대고 두런거리고 있었다.

“사전 홍보는 안 되나요?”

“여러분이 준비에 들어가신 시점부터 라이브 시작 전까지 12시간 동안 저희 제작팀 쪽에서 SNS와 웹을 통해 사전 고지 할 예정입니다. 그러므로 개별 홍보활동은 불가하다는 점 명심해 주세요.”

재이의 물음에 PD가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빡빡하네.”

“좋은 쪽으로 생각하면 그 시간까지 다 공연 준비에 쓸 수 있으니 오히려 잘된 걸지도 모르지.”

“오 한재이, 긍정적 마인드. 훌륭해.”

“라이브 컨셉은요?”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는 멤버들 사이에서 엠케이가 고개를 들고 PD와 윤효민을 바라보며 물었다.

“몇 가지 잡아 온 게 있긴 한데 제안서 수준이니까 참고만 하고. 이참에 너희들이 만들어 봐.”

윤효민의 대답에 은규가 살짝 눈을 찌푸리며 말했다.

“헐. 갑자기 던지시네요.”

“이런 기회 아니면 언제 또 해 보겠니.”

“서포터라고 하시지 않았나요.”

“서포터는 원래 최대한 나서지 않는 것이 미덕이잖아.”

빙글빙글 웃으며 대답하는 윤효민의 말에 멤버들의 얼굴이 한층 더 진지해졌다. 준비에 주어진 시간은 12시간. 아무리 자유롭게 진행해도 된다지만 팬들에게 보여 주는 자리였다. 특히나 휴식기에 들어가 팬들과 소통할 기회가 줄어들어 있던 상황에서 이런 좋은 기회를 그냥 어영부영 날려 보낼 수는 없었다.

“자연스러운 분위기로 가는 게 좋겠지?”

“그치. 최대한 이곳에 같이 있는 것 같은 분위기로 연출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캠프파이어 피워 놓고?”

“좋네. 근데 그러면 조명이 너무 어두워지지 않나?”

어느샌가 자연스럽게 컨셉 회의를 시작한 멤버들의 모습을 카메라가 조용히 앵글에 담았다.

“선곡에 맞춰서 힘줘야 할 때는 조명 좀 넣고 나머지는 간접 조명 넣는 식으로 패턴을 조절하면 어때?”

“괜찮은데? 곡은 뭐로 할까. 기존 곡들도 좋지만, 기왕이면 다음 앨범에 들어갈 곡을 조금 맛보기로 넣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

“이 부분은 우리만으로는 판단이 힘들지. 석관이 형한테 회사에 재가받을 수 있냐고 물어보자.”

‘제법인데.’

윤효민은 머리를 맞대고 체크가 필요한 사항에 대해 하나씩 의견을 교환해 나가는 멤버들을 바라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윤효민이 보기에 파티의 멤버들 간 역학 관계는 재미있는 구석이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한재이를 원톱으로 한데 뭉친 팀 같아 보이는데 실제로 컨셉 회의나 곡 작업을 해 보면 항상 한재이가 아닌 다른 멤버들이 작업을 리드하곤 했다. 지금도 라이브의 컨셉을 잡고 큰 줄기를 세워 나가는 전략적인 부분을 이끄는 것은 엠케이였다. 그리고 그 컨셉에 맞는 선곡과 라이브에 필요한 멤버별 파트 배분을 맡고 있는 것은 심은규.

대외적으로 파티의 독재자로 알려진 한재이는 한발 뒤로 물러난 곳에서 다른 멤버들의 리드에 가끔 한두 마디씩 툭툭 내뱉을 뿐 기본적으로는 엠케이나 은규의 지시에 순순히 따르고 있었다. 인터뷰나 방송에서 멤버들이 입버릇처럼 ‘어차피 흑막은 한재이’라며 모든 게 결국 한재이의 뜻대로 흐른다고 푸념하던 말들이 그저 방송용 컨셉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럼 라이브 컨셉은 노래랑 토크쇼인 거야? 엠씨는 누가 봐?”

“엠씨는 당연 엠씨더케이, 엠케이. 나 아니냐고.”

“엠케이 의욕적인 건 좋은데 사회자가 당연히 네 거라는 건 대체 무슨 자신감인 거지?”

“뭐야 이환, 하고 싶으면 너도 손 들어, 빈정대지 말고.”

한동안 진지하게 라이브 방송을 위한 컨셉과 내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던 녀석들이 갑자기 티격태격하기 시작했다.

“아 싸우지들 말고. 하고 싶은 사람 손 들어 봐.”

갑작스럽게 산만해진 분위기 속에 재이가 멤버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엠케이, 남궁찬, 차인혁, 이환. 은규는? 넌 엠씨 욕심 없어?”

멤버들이 하나둘씩 손을 드는 가운데 한쪽에서 그런 녀석들을 보고만 있을 뿐 손들 생각은 없어 보이는 은규에게 재이가 물었다.

“긴장해서 멘트고 뭐고 다 날아가 버릴 것 같으니 난 패스.”

“아, 맞네. 너 이따가 잊지 말고 청심환 챙겨 먹어라?”

“어. 근데 한재이 넌? 너도 엠씨쟁탈전 참가?”

“아니 나도 패스.”

“왜?”

은규가 묻는 말에 재이가 주위를 휙 둘러보았다. 네 명의 녀석들이 유력한 경쟁자가 하나 줄었다는 생각에 제각각의 방식으로 소리 죽여 환호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얼굴을 쓱 훑어본 재이가 짧게 내뱉었다.

“이 정도는 내가 양보해야 균형이 맞지.”

…와 한재이 진짜 어그로 만렙.

은규는 재이가 던진 한마디에 시끄럽게 아우성치기 시작한 나머지 멤버들을 둘러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 * *

“안녕하세요! Part of you, 여러분의 일부가 되고 싶은 PART.Y입니다!”

오래간만이어서 그런지 이제 익숙해져서 그런지 예전보다 덜 오글거리는 것 같은 기분으로 단체 인사를 하자 접속자 수가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사회자 쟁탈전에서 당당하게 승리를 거머쥔 엠케이가 큐 카드를 보며 진행을 시작했다.

“여러분 저희가 지금 어디에 와 있는지 아시겠어요?”

멤버들의 뒤쪽에 펼쳐진 끝도 없는 지평선으로 카메라의 포커스가 옮겨갔다. 타오르는 듯 넘실대는 저녁노을이 하늘과 땅을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제작진이 한 편에 설치해 준 모니터에서는 채팅창의 글들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 배경 보니까 그랜드 캐니언 같은데?

- 버스킹은 LA였잖아 언제 거기까지 갔대?

- 레이드 하러 갔다면서 많이 잡으셨나요?

- 보고 있는데도 보고 싶다 얘들아아—

“몹 많이 잡았냐고 물어보시는데. 재이 씨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가 지금까지 미션 성공률 100%입니다. 오늘도 성공하게 해 주세요, 여러분!”

재이가 대답하며 손 하트를 날리자 채팅창에도 하트가 쏟아졌다.

“아 진짜 여러분 정말 보고 싶었어요. 오늘 말이죠, 이 웅장한 자연 속에서 여러분께 들려드리고 싶었던 노래랑 이야기들 마음껏 해 보려고 해요. 같이 즐겨 주실 거죠?”

엠케이의 멘트가 끝나자 주변의 조명이 일제히 꺼졌다. 이제 지평선 아래로 완전히 가라앉은 태양이 남기고 간 옅은 핑크빛 하늘과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한 황무지를 배경으로 은규의 키보드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이환과 은규가 함께 불렀던 듀엣곡이 파티 멤버 여섯 명의 목소리로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 뭐야, 이 노래 원래 이런 느낌이었어??

- 당장 여행 가고 싶다 ㅜㅜ

- 우리 이환이가 메보라니 ㅠㅠ

- 역시 파티는 여섯이 해야 제맛이네요. 완전체 사랑해

멤버들의 노래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채팅창의 글들은 끊임없이 올라갔다.

평소 메인보컬을 맡던 재이가 서브보컬로 빠지고 그 대신 메인을 맡은 이환의 목소리에 화음을 넣자 이제까지 재이를 중심으로 하던 보컬 포메이션과는 전혀 다른 하모니가 피어올랐다. 트렌디한 이환의 목소리에 부드러운 은규의 보이스, 그리고 일부러 힘을 뺀 듯 흥얼거리는 재이의 콧노래가 어두워지기 시작한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거기에 인혁과 남궁찬, 그리고 엠케이의 나직한 랩이 포개지자 은규의 키보드 반주 하나만으로도 다채로운 음색이 듣는 귀를 꽉 채우는 느낌이었다.

밤하늘 한가득 쏟아지는 별 무리

맘 가득 하얗게 수놓는 꽃 무리

Shining stars Shooting stars

Starlight in my (your) mind

여섯이 다 함께 부르는 후렴구가 끝나고 은규의 연주가 잦아들자 다시 한번 조명이 완전히 꺼졌다. 카메라가 이제 완전히 어두워진 하늘을 비추자 그곳에는 도시에서는 흔적을 감춘 별들이 하늘 가득 쏟아져 내릴 듯 반짝이고 있었다.

“자 그럼, 이제 분위기도 달아올랐으니 본격적으로 달려 볼까요.”

엠케이의 발랄한 목소리와 함께 캠프파이어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멤버들에게로 카메라의 포커스가 돌아왔다. 큐 카드를 든 엠케이가 다음 멘트를 치려는 순간, 남궁찬이 번쩍 손을 들며 말했다.

“엠씨 선생님, 멘트가 너무 낡은 느낌입니다.”

그러자 이환이 기다렸다는 듯 끼어들었다.

“저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도저히 같은 열아홉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올드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분 사실 수상한 게 한둘이 아니잖아요?”

“맞아요. 본인은 교포 3세라고 우기시는데 그렇다고 보기엔 일단 국어 실력이…….”

“영어보다 한국어를 더 잘하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인 것이죠.”

“그것은 남궁찬 씨께서 영어보다 한국어를 더 잘 알아듣기 때문은 아닐까요.”

“어허 그건 맞는 말이긴 하지만 여기서 저희끼리 싸우면 안 되죠.”

“아 맞네요. 사과드리죠. 데뷔하고부턴 틈이 있으면 일단 찌르고 보는 게 버릇이 돼서 그만.”

엠케이를 제치고 남궁찬과 이환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사이 재이가 치고 들어왔다.

“어쨌건 그래서 본론으로 다시 돌아오자면, 그렇죠, 엠씨 선생님, 여기 찬이 씨나 이환 씨 말대로 이 건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직접 해명을 좀 해 주셔야겠습니다.”

“하하하, 아니 이분들이 대체 왜 이러실까. 대본대로 가죠, 대본대로.”

“에이 저희가 언제 대본 같은 거 따졌다고. 인생은 실전. 이게 저희 그룹 모토잖아요.”

“그런 모토 들어 본 적 없어요.”

“그래요? 그럼 지금부터 들으면 되겠네요.”

재이와 엠케이가 옥신각신하는 사이 인혁이 끼어들었다.

“여러분 보셨죠. 이것이 바로 날것의 파티입니다. 사실 기획 단계에서는 엠씨를 세우자는 얘기가 있었는데 말이죠.”

“다들 자기들이 하겠다고 우기는 바람에.”

인혁의 말에 남궁찬이 덧붙였다. 그러자 재이가 반박했다.

“정정하시죠. 저와 은규 씨는 분명 사양했습니다.”

“그렇죠. 그런데 지금 가장 활발히 진행을 방해하고 계신 분이 바로 한재이 씨인 것 같은데요.”

재이에게 한마디 쏘아붙인 인혁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그냥 돌아가며 하기로 했습니다. 말하자면 ‘서바이벌 엠씨’ 체제랄까요. 아까처럼 진행이 루즈하다 싶으면 가차 없이 빼앗는 거로.”

“그런 의미에서 이번 코너 소개는 제가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대, 진실을 말할지어다!’ 코너.”

인혁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남궁찬이 말을 가로채곤 코너 이름을 크게 외쳤다.

“와 치사해.”

“지르고 보자 이건가요.”

“이건 반칙이죠.”

- ㅋㅋㅋㅋ 정신없어요. 오빠들

- 이게 바로 날것의 파티라니 ㅋㅋ 어질어질하다

- 좀 전의 여운 어디갔ㅋㅋㅋㅋ

- 다들 엠씨욕심 너무한 거 아니냐곸ㅋㅋㅋ

“그럼 첫 번째 진실을 밝혀 볼까요. 익명으로 들어온 제보입니다. ‘한재이 씨, 어제 한숨도 못 잤다는데 사실인가요? 왜죠?’”

‘와, 그걸 그새 제보한 거야? 빈틈없네.’

재이가 멈칫하고는 멤버 중 한 명을 힐끔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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