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퇴출 1호 아이돌 연습생이 되었다-108화 (108/224)

#108

신발 타령에서 익숙한 폐하의 냄새가

[PART.Y의 액션형 TRPG: 어느 날 차에서 내렸더니]

EP2: 서포터와 함께 심연 속에 갇혔다.

미션: 심연에 잠식당하기 전에 차원 게이트를 찾아 탈출하라.

- 여러분은 지금 심연에 잠식당한 세계에 갇혀 버렸습니다. 여러분마저 끝없는 나락에 빠져 버리기 전에 어서 빨리 차원 게이트를 찾아 탈출하세요. 서포터 RS6가 여러분의 탈출을 도울 것입니다.

- 판정은 전 회차와 마찬가지로 10면체 주사위 두 개를 사용합니다. 하나는 00-90의 두 자릿수, 하나는 0-9의 한 자릿수로 만들어진 주사위 두 개를 굴려 1-100의 숫자를 산출하는 방식입니다. 앞뒤 모두 0이 뜨면 100으로 환산하는 방식이죠. 주사위의 숫자가 자신의 능력치보다 낮으면 성공, 높으면 실패를 의미합니다. 성공 시에는 각자가 가진 스킬을 쓸 수 있지만 실패했을 경우 페널티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서포터 RS6 여러분은 플레이어의 장비 강화를 도울 수 있습니다. 6면체 주사위 하나를 던져 나오는 숫자가 클수록 강화 효과가 커집니다. 물론 실패 시 페널티가 붙는다는 것을 염두에 두세요.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GM을 맡아 게임을 진행하기로 한 VD실 윤효민 실장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RS6의 최열이 머리를 쥐어 싸매며 앓는 소리를 했다.

“으으. 대체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서포터고 스킬이고. 게다가 주사위의 큰 수 작은 수라니. 머리 터질 것 같아.”

“얘가 게임이라고는 설날에 하는 윷놀이 정도밖에 모르고 큰 애라. 그쪽이 이해 좀 해 줘.”

RS6의 리더 황재민이 자기 그룹 막내를 챙기며 건넨 말에 남궁찬이 황당하다는 듯 둘을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대체 어떤 환경에서 크면 그 나이 먹도록 해 본 게임이 윷놀이밖에 없을 수가 있지? 컨셉 아니고?”

“그러게. 저 깡촌에서 자랐다는 한재이도 온라인 게임을 아는 마당에.”

“입으로만 할 줄 안다는 게 문제긴 하지만.”

“한재이 레알 입은 신컨 손은 발컨.”

“아 거기서 왜 가만히 있는 날 후려치는 건데?”

멤버들이 자신을 걸고넘어지는 데에 재이가 투덜대는 사이 남궁찬이 최열을 돌아보며 말했다.

“잘 모르겠으면 그냥 GM이 시키는 대로 하면 돼.”

“……그, 그래.”

남궁찬다운 눈높이 설명에 최열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

윤효민 실장의 말과 함께 PART.Y의 TRPG 두 번째 에피소드가 시작되었다.

* * *

“으아아아아——!!! 아아아악———!!! 살려 줘어, 저리 가아!!!”

황재민이 허공을 노려보며 온 힘을 다해 비명을 질렀다.

“이야, 리얼하네.”

“배우 출신이라 그런가, 감정이 살아 있어.”

“그러게, 오늘 모시길 잘했네. 잘했어.”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대고 비명을 질러대며 뒤로 물러나는 RS6의 리더 황재민의 실감 나는 연기에 이미 어비스에 먹혀 광탈한 채 스튜디오 바닥에 주저앉아 차인혁-황재민 팀의 플레이를 구경 중이던 은규와 남궁찬, 엠케이가 한마디씩 했다.

“아주 물 만난 고기잖아?”

“RS6도 TRPG 콘텐츠 하나 개발해야 되는 거 아니냐.”

“어허이, 경쟁자 늘려서 어쩌려고. 그냥 하고 싶을 때마다 우리한테 연락하라고 해.”

“됐다, 이런 정신없는 컨셉, 우리 그룹하고는 안 맞아.”

파티 멤버들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을 듣고 있던 RS6의 이화빈이 툭 내뱉었다. 그런 이화빈을 힐끔 쳐다본 남궁찬이 엠케이에게 쑥덕였다.

“···전부터 생각한 건데 이화빈 쟤 캐릭터 누구랑 되게 겹치지 않냐?”

“어 그거 나도 느낌.”

“뭐래. 난 한재이같이 대놓고 악역은 아니거든.”

이화빈이 엠케이를 노려보며 말하자 그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쟤 지금 뭐라는 거야. 야, 네가 한재이한테 비빌 스탯이나 되냐. 아 잠깐 와, 이 근본 없는 자신감까지 딱 닮았는데.”

“그러게 누가 보면 영혼의 샴쌍둥이인 줄.”

엠케이의 말에 남궁찬까지 맞장구를 치자 이화빈이 짜증 난다는 듯 따져 물었다.

“아이씨 누구 얘긴데.”

“누군 누구야 저기 우리 법사님이지.”

엠케이가 대답과 함께 가볍게 턱짓했다. 그 시선의 끝에는 지금 막 비장한 얼굴로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선 이환이 있었다.

“잠깐만요, 저 여기서 [파훼] 쓰고 들어가도 되나요?”

“그걸로 뭐 하게?”

그와 팀을 이룬 최열이 묻는 말에 이환이 설명했다.

“이거 제대로 들어가면 어비스의 약점 같은 거 찾을 수 있거든. 맞죠?”

- 네 맞습니다. 그럼 주문을 영창하고 주사위를 던져 주세요. 현재 이환 씨의 마법 능력 수치인 60보다 낮은 수가 나오면 성공입니다.

윤 GM의 설명에 이환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있던 은규가 툭 내뱉었다.

“이번엔 삼라면탕 찾지 마라.”

“레알, 아까 봤지? 재민 씨의 명품연기.”

“아이돌은 폼생폼사 알지? 스킬의 성패보다 주문 영창 할 때의 폼이 중요하다는 것도 잊지 말고.”

은규의 말에 남궁찬과 엠케이가 말을 얹으며 난이도를 높이는 것을 보고 있던 이화빈이 고개를 내저으며 중얼거렸다.

“대체 너넨 사이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알 수가 없다 진짜.”

그때 한껏 진지한 표정을 한 이환이 양손을 하늘 위로 뻗어 올리며 외쳤다.

“허상의 안개 속에서 만물을 꿰뚫어 보는 진리의 빛이 되리라!”

주문을 영창하고는 어땠냐는 듯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주변을 둘러보는 이환에게 파티 멤버들이 돌아가며 한마디씩 했다.

“뭐야, 이번 건 멀쩡하잖아.”

“너무 멀쩡해서 별로인데?”

“그러게. 삼라면탕이 더 나았던 듯.”

“똑똑똑? 사라진 내 손가락 발가락 찾습니다.”

“어휴 왜 항상 부끄러움은 우리 몫이냐고.”

“아 왜! 삼일 밤낮을 고민해서 만든 주문인데 어디가 어때서!”

이환이 주위를 둘러보며 버럭 소리를 지르는 것을 옆에서 보고 있던 재이가 짧게 한마디 했다.

“주사위나 던져.”

“이이……. 에이잇!”

이환이 홧김에 내동댕이치듯 던진 주사위의 결과는 074. 페널티도 없는 평범한 실패였다. 주사위로 낼 수 있는 가장 재미없는 패턴에 스튜디오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저 발전 없는 녀석.”

“쯧쯧. 어쩔 수 없다. 이제 믿을 것은 리더스와 한재이뿐!”

남궁찬과 엠케이가 주거니 받거니 하는 사이 인혁이 대걸레 자루를 고쳐 쥐고 자세를 잡았다.

“아앗!”

“아…저런…….”

“헐…….”

그럴듯한 포즈로 대걸레 자루를 휘두른 인혁이 주사위를 집어 드는 것을 본 파티 멤버들 사이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런 주변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인혁이 차분한 목소리로 스킬명을 외쳤다.

“공격 [가로 베기]”

- 현재 전사의 능력치는 85. 이것보다 적은 수가 나오면 성공, 높으면 실패입니다. 실패 시 페널티가 적용됩니다. 사용하시겠습니까?”

윤효민이 묻는 말에 인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이라도 바꾸지?”

“그래 재민 씨보고 던지라고 해.”

“재민 씨, 쟤 말고 재민 씨가 던져요.”

파티 멤버들이 한목소리로 인혁을 만류하는 말을 쏟아내자 황재민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들을 돌아보았다. GM 설명만 들으면 난도는 꽤 낮은 편 아닌가? 0-100 중에 85보다 낮은 수만 나오면 되는 건데? 이해가 되지 않는 파티 멤버들의 반응에 황재민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머뭇거렸다.

“어? 어어…….”

“쟤 눈치 보다가는 죽는다니까요.”

재이가 한마디 더 하는 것과 동시에 고집스러운 얼굴의 인혁이 주사위를 던졌다.

000. …그렇다는 건.

“…….”

“…….”

“…….”

“어떻게 저기서 100이 뜨냐고.”

누군가가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 실패. 페널티는 [근력-40]. 쪼그려 앉아 오리걸음으로 스튜디오를 한 바퀴 돌아 주세요.

스튜디오가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윤효민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럴 줄 알았지.”

“그러게 왜 주사위를 쟬 줬어.”

“시작하기 전에 누가 재민 씨한테 귀띔 좀 해 주지.”

파티 멤버들이 수군대는 가운데 페널티 수행을 위해 쪼그려 앉은 황재민이 억울하다는 듯 소리쳤다.

“얘 원래 뭐든 잘하는 성격 아니었냐고!”

쪼그려 앉은 채로 차인혁을 따라 스튜디오를 한 바퀴 돌기 시작한 그를 안쓰럽다는 듯 쳐다보며 제이와 엠케이가 차례차례 말했다.

“걔가 좀 선택적으로 새는 바가지라.”

“오늘은 홈 그라운드였나 보네. 새는 거 보니까.”

두 사람의 말에 황재민이 황당하다는 듯 제 앞을 쪼그려 걷고 있는 인혁의 등을 바라보았다.

- 전사가 휘두른 회심의 일격이 빗나가자 주변의 빛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심연이 몰려오고 있었다. 점점 희박해져 오는 공기에 사람들이 괴로운 듯 신음을 흘렸다.

헉헉대며 스튜디오를 한 바퀴 돈 인혁과 재민의 얼굴을 확인한 윤 GM이 쉴 틈도 주지 않고 그대로 게임을 진행했다.

“으아 억.”

“허 헉. 살려 줘. 숨이…. 숨을 못 쉬겠어.”

“한재이…제발. 믿을 건 너밖에 없다.”

“크으으으…….”

GM의 말이 끝나자마자 파티 멤버들이 제각각 목을 붙들고 바닥에 널브러져 버둥대는 것을 멀뚱하게 서서 바라보던 최열이 망연자실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여기, 못 따라가고 있는 거 나뿐인 거야?”

그도 그럴 것이 아직 살아남은 황재민을 제외한 RS6 멤버들이 어느새 파티 멤버들과 함께 바닥을 굴러다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야, 분위기 깨지 말고 발연기든 뭐든 좋으니까 어서 따라 해.”

일부러 최열이 있는 곳까지 기어온 이화빈이 그의 무릎께를 툭툭 머리로 받으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으…. 어어어-. 으어어…….”

이화빈의 재촉에 마지못해 딱딱한 신음 소리를 내며 엉거주춤 바닥에 주저앉는 최열 너머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재이가 스킬을 외쳤다.

“광범위 공격스킬 쓰겠습니다, [제멸]!”

- 초고난도 스킬인데요. 정말 이대로 진행하시겠습니까?

윤 GM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재이가 덧붙였다.

“장비 강화도 하겠습니다. 재민 씨 주사위 좀 던져 줘요.”

“예? 예에.”

조금 전 인혁의 플레이 때 1이 나와 강화는커녕 인혁의 기본 장비인 대걸레의 공격력도 깎아 먹은 황재민이 자신 없다는 표정으로 주사위를 굴렸다.

결과는 6.

“으아! 저기서 크리티컬 히트라니! 눈부시다!!”

“역시 아까는 디버프의 신 차인혁의 저주였던 것인가!”

멤버들이 웅성거리는 가운데 윤 GM이 재이의 기본 장비였던 탬버린 대신 눈에 익은 붉은 피리를 건네주었다.

“으악! 그거 재비스의 피리잖아요!”

“뭐야, 역시 한재이가 어비스였던 거야?”

“이런 꽉 막힌 고구마 엔딩이 어딨어!”

“안돼! 이렇게 심연의 나락에서 죽을 수는 없다고!”

“우리야말로 남의 그룹 자컨에서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수는 없다고!”

“안 되지! 아직 음악방송 1위도 못 해 봤는데!!”

마지막에 터진 화빈과 최열의 외침에 구경 중이던 스태프 중 몇몇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러니저러니 투덜대긴 했어도 사실 꽤나 즐기고 있는 듯했다. 두 팀 멤버들이 한꺼번에 아우성치는 소리에 윤 GM이 서둘러 중재에 나섰다.

- 붉은 피리는 음유시인이 가질 수 있는 아이템 중 하나일 뿐, 선악의 속성은 지정되지 않습니다. 원래 20 아래의 수가 성공이지만 지금 강화 기능을 쓰셨기 때문에 공격력이 상승하는 대신 판정 기준점은 10으로 내려갑니다. 실패확률이 높기 때문에 주사위를 먼저 던지고 진행하시길 권해 드립니다. 자, 그럼. 정말 이대로 진행하시겠습니까?

윤 GM의 물음에 재이가 두말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스튜디오에 모인 모든 사람의 이목이 재이의 손안에 든 주사위에 집중된 사이, 재이가 주사위를 굴렸다.

타닥, 데구르르르.

001, 결과는 두말할 것 없는 크리티컬 히트.

“으와아아악!!!!”

“한재이 이 괴물 같은 자식!!!”

“조작 아니지!? 사기 아니지??!!”

환호인지 비명인지 알 수 없는 소리를 내지르는 멤버들을 힐긋 쳐다보며 재이가 중얼거렸다.

“이것들은 살려 준대도 불만이야, 어째.”

그리고는 피리에 입을 가져다 대었다.

“한재이 피리도 불 줄 알았어? 무대도 난 당연히 AR 튼 건 줄 알았는데.”

“내 말이. 근데 원래 저런 노래였던가?”

“어비스 치곤 너무 평화로운 느낌인데?”

RS6 멤버들이 자기들끼리 수군대는 말에 이환이 버럭대며 재이에게 외쳤다.

“한재이 비겁하다, 혼자 다 가져가고!”

그러자 뒤늦게 상황을 깨달은 남궁찬과 엠케이가 뒤따라 외쳤다.

“그렇다 그렇다! 거기서 다른 곡 연주하는 건 반칙이지!”

“이 상도덕도 없는 녀석 같으니! 상의도 없이 엔딩을 쳐 버리면 어떡해! 그것도 단독샷!!!”

멤버들의 아우성에 피리를 불고 있던 재이가 잠시 입을 떼고는 말했다.

“생각들을 좀 해라. 제발. 여기서 어비스 삽입곡을 불어 버리면 그거야말로 레이드 실패라는 뜻이잖아?”

“어? 어어… 그건 그렇지만…….”

조금 전까지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 같이 거세게 항의하던 녀석들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그 틈을 타 윤 GM이 재이에게 말했다.

- 그 연주 좋은데 조금만 더 넣자. 엠케이 말마따나 이거 엔딩으로 쓰면 딱 좋겠어.

윤효민이 촬영을 진행하고 있던 카메라 감독과 몇 마디 나누고 ‘이어서 갈게요.’라는 감독의 지시가 떨어졌다. 잠시 멎었던 재이의 피리 연주가 다시 시작되자 재비스 버전과는 전혀 다른 서정적이고 평화로운 음률이 스튜디오에 울려 퍼졌다.

“음유시인이 최강자인 세계관이라니, 왠지 자괴감이 든다.”

재이의 피리 소리를 들으며 장비 강화로 기본 아이템 냥 장갑에서 벗어나 범무늬 꼬리를 단 남궁찬이 중얼거렸다.

* * *

“거기 우리 회사에서 튄 애도 하나 끼어 있거든.”

촬영이 끝나고 오늘 수고한 RS6를 그냥 보낼 수 없다며 남궁찬의 부모님이 하시는 음식점에서 다시 모인 두 그룹의 멤버들은 맛있는 소리를 내며 구워지고 있는 갈비를 쳐다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가장 커다란 룸에 들어와 있는 덕에 주변의 이목을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진 탓인지 엠케이가 인상을 팍 찌푸리며 말했다.

“황제인지 뼈다귀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인성으로 오래가긴 힘들 듯.”

“보니까 그 건으로 그나마 좀 생겼던 팬덤도 많이 이탈했던데. 이대로 두면 그냥 망테크 타는 거 아니냐.”

남궁찬이 맞장구치자 이화빈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그게 그렇게 쉬워 보이지도 않는 게. 거기 리더 있잖아? 이번에 한재이한테 신발 타령한.”

이화빈이 이쪽의 대화에는 관심 없다는 듯 남궁찬이 굽고 있는 고기에 온 신경을 집중한 채 바라보고 있는 재이를 힐끔 쳐다보고는 말을 이었다.

“걔가 삼화 그룹하고 인척 관계래. 삼화 엔터 본부장도 걔네 삼촌이라고 하더라고.”

“헐. 플래티넘 수저 납셨네.”

“같은 플래티넘이어도 인성 차이 오지게 난다, 안 그러냐.”

“아 시끄러워. 조용히 좀 해.”

이환이 엠케이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묻자 엠케이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를 타박했다. 그런 둘의 모습을 번갈아 바라보던 황재민이 어느 틈엔가 고기를 집어넣은 상추쌈을 입안 가득 밀어 넣고 있던 재이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무튼, 그 리더도 문제지만 거기 매니저도 좀 걸려서. 언플 더럽게 하기로 유명한 사람이니까 조심하라고.”

이번에 너한테 한 방 먹은 거로 아마 이 갈고 있을 테니까.

황재민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재이에게 쏠렸다. 양 볼이 터지도록 상추쌈을 욱여넣고 우물거리던 재이가 한참 만에 입을 열고 답했다.

“고기 타는데. 안 먹어 다들?”

그 태평한 한마디에 심각했던 분위기가 탁 풀어졌다. 여기저기서 파티 멤버들의 한숨 소리가 터져 나오는 가운데 이화빈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대체 저 멘탈은 어디서 나온 거래? 진짜 탐난다. 탐나.”

“아서라, 저건 탐난다고 뺏어 올 수 있는 물건이 아니야. 사람 목숨은 하나뿐이라는 걸 언제나 명심하라고.”

거 참 농담을 진담처럼도 하네.

이화빈이 웃으며 중얼거리는 모습에 엠케이를 비롯한 파티 멤버들은 그저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을 뿐이었다.

* * *

며칠 후 KBM 라디오국

“…발아. 잘 좀 하자고, 응?”

“…….”

“사람이 말을 했으면 대답을 해야지. 내 말이 말 같지가 않냐? 어?”

‘뭐야. 촬영이라도 있는 건가?’

컴백 후 연일 이어지는 음방 무대 탓에 컬러 렌즈에 시달린 눈에서 느껴지는 이물감에 재이는 다음 스케줄이 예정된 라디오국에 도착하자마자 석관의 만류에도 참지 못하고 좀 씻고 오겠다며 화장실로 달려갔다. 흐르는 물에 눈을 씻어내자 뻑뻑하고 가려웠던 것이 조금 가라앉는 듯한 느낌에 물기를 닦고 대기실로 돌아가던 재이는 복도 끝에서 희미하게 들려온 소리에 고개를 갸웃했다.

“X발, 능력도 없는 주제에 끈질기기는. X나 기생충 새끼 같으니.”

…선생님, 저 신발 타령에서 익숙한 폐하의 냄새가 나요.

재이는 눈썹을 팍 찡그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