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퇴출 1호 아이돌 연습생이 되었다-115화 (115/224)

#115

사실 그냥 네 팬 아님?

“…한재이 씨, 지금 건 뭐죠?”

침묵이 내려앉은 실내에 배형욱 피디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 말에 조금 전까지 착 가라앉아 있던 눈이 반짝 빛나면서 음울한 서도진이 아닌 대담한 한재이가 대답했다.

“도진이가 혼자 있고 싶을 때 방에 쳐들어온 동생 계진이한테 하는 말이요.”

재이의 설명에 심사 위원석에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재미있네. 설정이 리얼한데 재이 씨, 비슷한 나이대의 형제가 있던가?”

이력서를 뒤적이며 묻는 배형욱 피디의 말에 재이가 말했다.

“네. 친형제 쪽도 그렇지만 사실 지금 있는 그룹이 다들 동갑내기라서요. 숙소에서 다 같이 지내는 탓도 있어서 도진이가 어떨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더라고요.”

말하자면 이쪽은 여섯 쌍둥이 상태라서.

재이의 말에 배형욱 피디가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물었다.

“멤버들하고 서로 사이가 좋은 편인가 봐요? 형제라는 공식에 멤버를 대입한 걸 보면.”

그 질문에 재이가 잠시 고개를 갸웃해 보이고 대답했다.

“어……. 사이가 좋은지는 잘 모르겠는데, 도진이랑 계진이 관계랑 비슷한 면은 있는 것 같습니다. 가까운 존재이면서도 마냥 좋기만 할 수는 없는 사이랄까.”

잠시 숨을 돌린 재이가 이어 말했다.

“‘굳게 걸어 잠근 방문도 계진이에게 만큼은 항상 열려 있다’라는 설정에서 도진이와 계진이는 부모님도 끼어들 수 없는 유대감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방 안에 틀어박힌 도진이에게 계진이는 바깥세상과 연결된 유일한 통로였을 겁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도진이는 자신이 가지지 못한 계진이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부럽고 질투 나고 때로는 버거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럴 땐 긴말할 것 없이 나가라는 한마디로 계진이를 제 공간에서 내쫓곤 하지 않을까요.”

고개를 끄덕이며 재이의 설명을 듣고 있던 배 피디가 물었다.

“그럼 눈 떠보니 계진이와 함께 무인도에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도진이가 내뱉을 첫마디는 뭐였을 것 같나요?”

“…욕이었을 것 같은데.”

잠시 망설이던 재이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말에 배 피디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 * *

“그래서 들어갔더니 피디님 첫 질문이 ‘한재이 씨랑 사이 좋습니까?’ 여서 완전 당황했다니까.”

파티의 숙소 거실.

각자의 스케줄을 마치고 모인 멤버들이 재이와 함께 오디션에 다녀온 엠케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와 그거 갓질문이네. 솔직하게 안 좋다고 했다가 너만 잘려도 문제고 그렇다고 좋다고 했다가 나중에 들통이라도 나면.”

“잠깐 근데 한재이랑 사이가 안 좋으면 왜 내가 잘리는 건데?”

신나게 말을 이으려던 엠케이가 중간에 끼어든 이환의 말에 눈썹을 찌푸리며 반문했다.

“아니, 그렇잖아. 한재이는 투자사느님 원픽인데 너는 빽이라고는 있는 게 저 한재이뿐이고. 근데 그 한재이랑 사이가 안 좋다면 제작진 입장에서 널 뽑고 싶겠냐고.”

“뭐지, 저 기적의 논리.”

“한재이랑 엠케이 둘을 동시에 다 멕여 버리네.”

“근데 왠지 또 듣고 있으면 그럴듯해 보이는 매직.”

이환의 설명에 인혁과 은규, 남궁찬이 차례차례 수군댔다. 그 말을 듣고 있던 엠케이가 인상을 와락 구기는 것을 옆에서 보고 있던 재이가 중재에 나섰다.

“어쨌거나 결과는 좋았잖아.”

배형욱 피디의 일 처리는 거침이 없었다.

재이와 엠케이는 오디션을 마치고 이어진 다음 스케줄을 끝냈을 무렵 석관을 통해 두 사람 모두 오디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재이가 타이르듯 던진 말에 조금 전까지 있는 인상 없는 인상 다 쓰고 있던 엠케이가 표정을 풀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 갓케이 지금껏 오디션에서 떨어져 본 역사가 없다 이 말이지.”

“네가 지금껏 본 오디션이라 봐야 회사 연습생 들어올 때 빼곤 이번이 전부잖아.”

“아, 어쨌거나 사실은 사실이잖아.”

남궁찬의 핀잔에 발끈하면서도 오디션에 붙은 스스로가 대견해 죽겠다는 듯 뿌듯하게 웃는 엠케이의 모습에 재이가 입을 열었다.

“뭐, 결론은 오늘부터 엠케이는 내 밑이라는 뜻이야.”

“왜 말이 그렇게 되는데?”

억울하다는 표정으로도 되받아치는 대신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엠케이와 재이를 번갈아 보던 은규가 물었다.

“쟤가 내 동생 역이거든, 그치 서계진? 앞으로 잘해 보자고.”

엠케이가 대답 대신 고개를 옆으로 휙 돌렸다. 그런 엠케이를 쳐다본 인혁이 재이에게 말했다.

“살살해라.”

“내가 뭘.”

누가 보면 내가 싸움이라도 건 줄 알겠다고.

재이가 투덜거렸다.

* * *

며칠 후, 촬영 스튜디오

“한재이, 차인혁이 살살하라고 했잖아.”

엠케이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보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나머지 배역의 캐스팅이 확정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가 싶더니 곧바로 촬영이 시작되었다. 재이와 엠케이 두 사람은 시리즈의 프롤로그에 들어갈 서도진, 서계진 형제의 영상을 촬영하러 스튜디오에 와 있었다.

같은 날 같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났다는 것 빼고는 닮은 구석이라고는 한 군데도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의 일상을 대조적으로 보여 주기 위해 세트장은 두 사람의 방으로 꾸며져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쌍둥이 중 형이자 재이가 맡은 역할인 서도진의 촬영이 먼저 진행되고 있었다.

어둑한 실내.

서도진이 홀로 밝게 빛나는 노트북 스크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구부정한 자세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도통 알 수 없는 얼굴. 앞머리를 길게 내리고 테가 굵은 안경으로 눈빛을 가린 그 모습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넘쳐 나는 자신감과 존재감으로 좌중을 사로잡는 잘나가는 아이돌 한재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엠케이는 슛 들어가기 전까지 자신의 수다에 적당히 맞장구를 쳐 주며 어울리던 재이가 큐사인과 함께 순식간에 음울한 서도진으로 변신하는 것을 보며 인혁이 했던 말을 새삼 곱씹듯 중얼거렸다.

카메라가 노트북 화면에 집중하고 있는 서도진을 가까이에서 클로즈업해서 화면에 담고 있는 사이, 문 너머에서 식사하라고 부르는 엄마의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다음 순간 들려온 도진의 대답에 엠케이는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안 먹어요.”

그간 익숙하게 들어온 목소리임에도 같은 사람의 목소리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낯선 목소리.

항상 당당하고 곧게 뻗는 재이의 목소리와 달리 서도진의 목소리는 한없이 음울하고 어두웠다. 그 목소리에서 묻어나는 끝없는 공허함에 엠케이는 입술을 깨물었다. 문 너머로 엄마 역할의 배우가 대사를 읊는 소리가 들려왔다.

“도진아, 정말 학교 안 갈 거야? 오늘 선생님한테 또 전화 왔다. 인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니. 언제까지 이러고 살 거야.”

자식을 걱정하는 엄마의 목소리에 방문 너머로 그 소리를 듣고 있던 도진의 무표정했던 얼굴이 서서히 일그러졌다. 점점 인상을 찌푸리던 도진은 결국 책상 위에 쌓인 잡동사니들 사이에서 헤드폰을 찾아 끼고는 그대로 팔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창백한 스크린의 불빛만이 그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컷!”

배형욱 피디의 컷 사인이 들리자 고개를 파묻고 있던 도진이 얼굴을 들어 올렸다.

“도진이 지금 감정선 좋았어. 시작이 좋은데.”

“감사합니다.”

배 피디가 만족스럽게 웃으며 건넨 칭찬에 도진, 아니 재이가 씩 웃으며 꾸벅 고개 숙여 인사했다. 조금 전까지 세상의 우울함은 혼자 다 짊어진 듯 보이던 어두운 눈빛은 온데간데없고 평소의 자신만만한 한재이가 싹싹하게 주변의 스태프들에게 웃어 보이며 인사를 하고 있었다.

“괴물.”

엠케이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감정의 몰입도 무서웠지만 컷 사인과 함께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스피드도 무서웠다. 뭐야 쟤, 스위치 켜면 불 들어오는 백열 전구도 아니고. 순간 이쪽과 눈이 마주친 재이가 씩 웃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뭐. 얄밉지만 어쩌겠어. 배울 건 배워야지.’

엠케이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조연이었다고는 해도 이미 연기 경험이 있는 녀석이었다. 애초에 자신과 스타트 라인이 다른 녀석의 연기에 이쪽이 주눅들 필요는 없었다.

‘나는 내 몫만 잘하면 될 뿐.’

다행히 재이의 서도진과 달리 서계진은 엠케이 본인과 꼭 닮은 녀석이었다. 연기랄 것도 없이 평소 하던 대로만 해도 평타는 칠 터였다. 엠케이는 그동안 자신이 맡은 역할을 준비하면서 여러 번 되뇌었던 생각을 다시 한번 정리하며 세트장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다음은 도진과 계진이 함께 나오는 씬의 촬영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

.

.

“…의왼데.”

“그러게요.”

배 피디가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 중얼거린 말에 그 옆에서 함께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던 윤명주 작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란성 쌍둥이 컨셉은 마지막까지 배형욱과 윤명주를 비롯해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한 작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렸던 부분이었다.

출연진 중 가장 어린 연령대의 서도진을 이미 넣은 마당에 굳이 같은 나이의 캐릭터를 하나 더 넣을 필요가 있겠냐는 반대파와 서도진의 특장점을 부각시키고 자칫 너무 무거운 쪽으로 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의 균형을 잡아 줄 밝은 캐릭터가 하나쯤 필요하다는 찬성파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일단 오디션을 보고 마땅치 않으면 캔슬시키자는 타협점을 찾고 조건부로 오디션을 진행했다. 그 와중에 제작진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이미 서도진으로 낙점을 받은 한재이와 같은 그룹에서 왔다는 엠케이였다. 아이돌 하나도 부담스러운데 또 아이돌이냐는 의견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미 하나를 얹기로 결심한 배 피디의 입장에서는 하나나 둘이나 그야말로 도긴개긴이었다. 차라리 그럴 바엔 둘이 이미 어느 정도 서로를 알고 있는 쪽이 자연스러운 그림이 나올 가능성이 컸다.

“동갑 케미가 좋긴 하네.”

“그러게요. 도진이 표정도 훨씬 자연스럽고. 생각보다 좋은데요?”

모니터 안에서는 도진의 방으로 쳐들어온 계진이 멋대로 도진의 침대 위에 드러누워 이런저런 수다를 늘어놓고 있었다. 자신을 낳아 준 부모에게조차 굳게 닫아 잠근 도진의 방문은 계진이에게만큼은 잠기는 법이 없었다.

그늘진 표정의 도진과 달리 계진은 그야말로 햇살같이 구김 하나 없는 듯한 인상이었다. 방문을 열어 줬을 뿐 자신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다시 노트북으로 시선을 집중해 버린 도진이 듣건 말건 계진의 수다가 이어졌다.

“…그래서, 오늘 집에 오는데 우리 옆집에 그 커다란 개 있잖아. 이름이 뭐였지? 아, 맞다 삼순이. 그 삼순이가 산책하러 가는 길이었던지 옆집 아저씨랑 나오다가 나랑 눈이 딱 마주치고는 으르렁대는데 와 내가 진짜 서러워서. 내가 뭘 어쨌다고 난 그냥 지나가던 길었는데 말이야. 진짜 이럴 땐 남궁찬이 부럽다니까. 아 너도 알지? 남궁찬이. 왜 있잖아. 그 덩치 산만 해서 먹는 거 좋아하는 게으른 녀석. 기억나? 걔 완전히 동물 자석이라 동네 개들이 걔만 보면 전쟁 통에 잃었던 형제라도 다시 찾은 듯이 반갑다고 달려들던 거.”

끝도 없이 이어지는 계진이의 수다에 관심 없다는 듯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던 도진이가 희미하게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웃었다.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배 피디의 얼굴에도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거 생각보다 괜찮겠는걸.

모니터 속 닮은 듯 전혀 다른 쌍둥이 형제의 모습을 바라보며 배 피디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 * *

“야, 거기서 남궁찬 드립은 진짜 선 넘었지.”

프롤로그 촬영이 끝나고 그대로 이어지는 개인 포스터 촬영을 위해 스튜디오 한쪽에 마련된 휴게 공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재이가 엠케이에게 말했다.

컨셉 예능이라는 장르 특성상 드라마처럼 씬마다 꽉 짜인 지문과 대사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강의 콘티와 상황 지문에 따라 출연자가 재량껏 씬을 이끌어 나가야 하는 탓에 좀 전의 촬영에서도 엠케이의 대사 중 반쯤은 엠케이 본인이 만들어 낸 애드립이었다. 설마 거기서 남궁찬의 이름을 꺼낼 줄은 상상도 못 했던 재이는 카메라를 앞에 두고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느라 어금니를 꾹 깨물어야 했다.

“아, 왜. 피디님도 좋다고 칭찬하셨는데.”

“그거야 네 기 살려 주시려고 그런거고.”

“와, 한재이 지가 칭찬받은 건 지가 잘해서 그런거고 내가 칭찬받은 건 기 살려 주려고 그런 거래. 내로남불이 따로 없죠, 아주.”

재이의 대답에 엠케이가 기가 찬다는 듯 혀를 차며 투덜거렸다. 그들이 투닥대고 있는 사이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야, 파티 멤버들은 오프에서도 서로 끈끈하다더니 진짠가 보네.”

뭐지, 이 저렙 어그로는.

재이와 엠케이가 동시에 뜨악한 눈길로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돌아보았다.

“…안녕하세요.”

네가 거기서 왜 나와.

재이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일어서며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삼화 엔터 곽연호 본부장을 향해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엉겁결에 따라 일어나 눈치껏 상대에게 인사하며 누구냐고 눈짓하는 엠케이에게 재이가 나직이 속삭였다.

“화환.”

“아.”

엠케이의 눈빛이 경계심으로 반짝였다.

파티의 팬 미팅에 의미심장한 문구를 넣은 화환을 보냈던 곽연호 본부장이 케이엠까지 찾아와 재이에게 시비를 걸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파티 멤버들은 아무래도 곽연호 본부장이 카이저가 엎어진 것으로 한재이에게 원한을 품은 게 아니냐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예능에 재이를 지목해 넣어 달라고 요청한 것도 곽연호가 파 놓은 함정일 확률이 99.9퍼센트인 마당에 직접 촬영장까지 찾아온 것에 경계심은 이미 최고치를 찍다 못해 게이지 바를 뚫고 터져 나오려 하고 있었다.

슬쩍 주변을 둘러보니 조금 떨어진 곳에 곽연호와 같이 들어온 투자사 직원들에게 붙잡혀 명함을 교환하고 있는 석관의 모습이 보였다. 초조한 얼굴로 이쪽을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이 어쩌다 보니 자신과 엠케이가 곽연호와 독대하게 된 지금의 상황이 여간 불안한 게 아닌 모양이었다.

‘뭐, 그렇다고 당장 여기서 잡아먹기야 하겠어.’

초조해 보이는 석관과 눈을 마주치자 술렁이던 마음이 오히려 차분히 가라앉았다. 걱정하지 말라는 듯 석관을 향해 작게 고개를 끄덕여 보인 재이가 곽연호를 마주 보고 입을 열었다.

“여기까진 어쩐 일이세요?”

“어쩐 일은. 투자한 안건을 세심히 살피는 건 투자자로서의 기본 소양이지. 덕분에 우리 ‘도찐개찐’ 형제들 촬영하는 것도 보고. 내가 오늘 운이 좋네.”

…음. 일단 피디님께 캐릭터 이름 바꾸실 의향은 없는지 여쭤봐야겠다.

재이는 구겨지려는 인상을 겨우 펴고는 자신과 엠케이를 번갈아 쳐다보며 빙글빙글 웃고 있는 곽연호에게 말했다.

“피디님하고 작가님은 저쪽에 계시는데요.”

투자사 직원들이 방문한다는 소식에 랜플릭스 윗분들께서도 직접 왕림하신 모양인지 저 콧대 높은 배 피디가 연신 허리를 굽혀 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너도 얼른 저쪽으로 꺼지지 그러니, 라는 말을 에둘러 내뱉은 재이의 말에 곽연호가 씩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아. 저쪽은 나 없어도 잘 돌아가니까. 오늘은 사실 한재이 씨 좀 보려고 온 거거든.”

그렇게 중얼거리며 곽연호가 재이를 빤히 쳐다보았다. 재이의 옆에 나란히 선 채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엠케이가 인상을 팍 찡그리며 슬쩍 고개를 뒤로 빼 재이한테만 들리도록 소곤거렸다.

“저분 사실 그냥 네 팬 아님?”

무슨 그런 섬뜩한 소리를.

재이는 엠케이의 말에 내심 투덜거리며 눈앞의 미친놈을 똑바로 마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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