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퇴출 1호 아이돌 연습생이 되었다-124화 (124/224)

#124

폭주 기관차가 달리기 시작한 모양

랜플릭스 코리아.

“하아. 죽겠네.”

배 피디가 사무실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며 한숨처럼 푹 내뱉었다. 온종일 대책 회의 다 뭐다 불려 다니느라 녹초가 된 배 피디에게 그를 대신해 편집실을 오가며 스태프들을 챙기느라 마찬가지로 안색이 누렇게 뜬 조연출이 다가와 물었다.

“상황은 좀 어떻습니까?”

걱정스러운 그의 물음에 배 피디가 또다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미 제작 발표회 에서 방영일까지 공개한 마당이니 방영일에 전 회차분을 모두 공개하는 랜플릭스 시리즈의 특성상 인제 와서 작품 자체가 엎어지는 일은 없겠지만 컨펌 단계 에 와 있는 프로모션이나 이벤트들이 타격을 입을 것은 불 보듯 뻔했다. 빈말로도 좋다고는 할 수 없는 상황에 배 피디가 대답 대신 한숨과 함께 투덜거렸다.

“삼화 엔터 이 새끼들 처음부터 이럴 생각으로 지른 게 분명하다고. 애초에 이러고 튈 작정이었다니까 분명히.”

배 피디가 이를 갈며 내뱉었다.

투자 철회 소식을 듣자마자 삼화 엔터 쪽 실무진 휴대폰이고 사무실이고, 심지어 곽연호 본부장 개인 연락처까지 싹 전화해 봤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아래쪽에서는 윗선 결정이었다는 말만 반복하고 그 윗선이라는 곽 본부장 새끼는 휴가 중이라 연결해 드릴 수 없다는 얘기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으니, 노리고 터뜨렸다는 의혹에 확신만 더할 뿐이었다.

“케이엠 쪽에서는 뭐랍니까? 하아, 애초에 걔만 아니었어도.”

“윤석아.”

배 피디가 조연출의 말을 자르며 그를 불렀다. 배 피디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음에 조연출이 움찔하며 자신의 직속 상관을 바라보았다.

“정신 차려. 우리까지 분위기에 휩쓸리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진짜 대책 없이 망하는 거야.”

배 피디가 형형한 눈빛으로 조연출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주변이 미쳐 돌아갈수록 상황을 똑바로 봐야지. 뒤통수친 게 삼화 엔터 새끼들이지 한재이 아니잖아. 우리까지 흔들리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다 같이 사이좋게 골로 가기 시작하는 거야.”

자신에게 하는 말인 듯 나직이 내뱉은 배 피디가 마른세수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애먼 애 잡을 시간 있으면 이참에 출연자들한테 전화 좀 쭉 돌리자. 나는 금정애 선생님하고 정민길 씨 챙길 테니까 반디 씨랑 다솜 씨한테는 네가 연락해. 밑에 애들 시키지 말고 네가 직접 전화해서 상황 설명해 드려. 괜히 혹시 엄한 소문 도는 거에 동요하게 두지 말고. 케이엠 쪽에서 일단 미디어는 막아 놓은 상태니까 기획팀 쪽에서 투자처 문제 처리하는 거 기다려 보자고 .”

이 상황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 역시 이 바닥에서 나름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는 데 성공한 배형욱다웠다 . 배형욱의 말대로 케이엠이 손을 쓰고 있는 덕에 미디어 쪽은 아직 이렇다 할 반응 없이 조용한 상황이었다.

이대로 삼화 엔터를 대체할 투자처만 찾으면 어떻게든 위기는 넘길 수 있을 터. 그동안 혹시라도 돌지 모를 소문에 대비해 출연진을 챙기는 것은 역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다운, 노련한 행보였다.

사전 제작 인 프로그램 특성상 사실 인제 와서 출연진의 멘탈이 흔들린다고 해서 다른 일정에 차질이 오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크게 보면 그들도 자신들과 한배에 올라탄 같은 팀. 지금과 같이 어려운 상황일수록 그들이 정보의 고리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챙기는 것은 배의 키를 잡은 피디와 조연출의 몫이었다.

‘그래. 일단 당장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하자.’

조연출이 고개를 끄덕이며 배 피디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였다.

Prrrrrr Prrrrr

배 피디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네, 배형욱입니다. 네. 네……?”

피곤한 목소리로 대답하던 배 피디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게 튀는 것에 옆에 있던 조연출이 움찔했다.

‘왜 또 뭐. 더 터질 게 남아 있었나?’

짧은 통화를 끝내고 핸드폰을 든 손을 떨구는 배 피디의 얼굴이 어딘가 넋이 나가 있는 듯했다.

“왜요. 또 뭔 일 났어요?”

조연출이 조심스레 묻는 말에 배 피디가 입을 열었다.

“윤석아.”

잠시 뜸을 들인 배 피디가 이어 말했다.

“사장님이 부르신단다.”

일이 어디까지 커질 작정인 거지.

난리 치는 본부장 달래기도 버거웠는데 이젠 사장이라니.

배 피디는 조금 전 자신이 조연출에게 했던 말을 스스로 되뇌며 사장실이 있는 꼭대기 층을 향해 뛰듯이 걸어갔다.

* * *

“하하하, 미리 말씀이라도 좀 주시지. 그랬으면 마중이라도 나갔을 거 아닙니까.”

“그럴까 봐 그랬지. 이게 무슨 큰일이라도 된다고 자네가 마중을 나와.”

“이게 큰일이 아니면 뭐게요. 바쁘실 텐데 이렇게 직접 찾아와 주시고.”

“이건 내가 직접 챙기고 싶어서.”

비서의 안내를 받아 사장실 문을 열고 들어선 배 피디는 자신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실내 분위기에 당황한 나머지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서 버렸다 . 도심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도록 탁 트인 창가에 놓인 응접세트의 상석에 앉은 것은 사장이 아닌 다른 인물이었다.

‘누구길래 사장님이 상석에 앉히셨지?’

배 피디가 고개를 갸웃하며 상석 옆자리에 앉은 사장 쪽을 바라보았다. 그 옆에는 기획재정 본부장과 컨텐츠 사업 본부장이 나란히 앉아있었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는 케이엠의 문선일 대표와 그쪽 기획본부 장 이사가 앉아있었다.

“오. 우리 배 피디 왔네요. 배 피디, 어서 와, 어서 와.”

‘우리’ 배 피디라니. 이번 건 잘못되면 이직 자리 알아보라고 하신 분이 누구셨더라.

배 피디는 어색한 얼굴로 꾸벅 인사하며 컨텐츠 사업 본부장이 손짓하는 대로 응접세트의 말석에 가서 앉았다. 힐끔 상석을 바라보니 머리가 희끗희끗한 남성이 세련된 정장 차림으로 앉아있었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배 피디가 속으로 중얼거리는데 옆자리에 앉아 있던 사장이 입을 열었다.

“선생님, 이쪽이 [눈 떠 보니 무인도] 총연출을 맡은 배형욱 피디입니다. 이쪽 업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능력자이죠. 저희 회사로 모셔 오는 데도 이쪽 기획본부장이 엄청나게 공을 들인 인물이에요. 이번 캐스팅도 내부적으로 이런저런 말이 많았는데 여기 이 선견지명 있는 배 피디가 뚝심 있게 밀어붙였죠.”

음. 그렇지. 캐스팅 리스트에 컨펌 사인해 주시고서 인제 와서 제 탓을 하시긴 하셨죠, 다들.

배형욱이 내심 투덜거리며 어색하게 꾸벅 인사했다.

“배 피디, 이쪽은……. 음. 선생님, 이거 배 피디에게 선생님 설명을 어떻게 해야 하죠?”

사장이 난감한 듯 웃으며 고개를 갸웃하자 선생님이라 불린 남성이 배 피디를 바라보며 직접 입을 열었다.

“배형욱 피디님 반갑습니다. 미국에서 작은 사업체를 운영 중인 김명우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피디님의 이번 작품에 매우 관심이 있는 편인데, 아직 늦지 않았다면 제가 피디님 작품에 투자를 좀 해도 되겠습니까.”

정중한 말과 함께 씩 웃는 매너 좋은 모습과 달리 자신을 바라보는 두 눈동자가 매섭게 반짝이는 것을 눈치챈 배 피디가 저도 모르게 움찔 몸을 떨었다.

* * *

그 시각. 파티 멤버들의 차 안.

라디오 스케줄을 위해 이동 중인 차 안에서 재이가 엠케이에게 물었다.

“그래서, 아저씨는 지금 열일 중?”

“아마도? 아까 랜플릭스 들어간다고 문자 옴.”

“너희 아버지도 참. 그 와중에 그걸 일일이 너한테 문자로 보내고 계신 거야?”

“우리 아빠가 좀 유별나잖냐.”

두 사람의 주거니 받거니 를 듣고 있던 남궁찬이 물었다.

“근데 그때는 정신없어서 못 물어봤는데, 언제부터 계획한 거야, 그거?”

“그래, 나도 묻고 싶었어. 대체 언제부터 눈치채고 준비한 거야?”

“아 그거.”

남궁찬에 이어 이환과 다른 멤버들이 궁금하다는 눈빛을 보내오는 것에 재이가 입을 열었다.

“아메리카 레이드 찍고 뉴욕 갔을 때 있잖아.”

“헐. 우리가 다 같이 뉴욕에 갔을 때 얘기를 하는 거야, 설마?”

“말도 안 돼. 그때가 언젠데?”

“그때는 아직 랜플릭스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을 때잖아?”

멤버들이 참지 못하고 하나둘씩 내뱉는 말에 잠시 말을 멈춘 재이 대신 엠케이가 말했다.

“나도 나중에야 들은 얘긴데. 그때 한재이가 아빠한테 딜을 걸었대. 투자 한번 해 보실 의향 없냐고.”

“헐. 한재이 너 거기서도 약 팔았니.”

“이건 진짜 세다. 진짜 사업가를 상대로 약을 팔 생각을 하다니.”

“근데 어떻게 딜을 건 건데? 더 자세히 좀 얘기해 봐 .”

인혁이 재촉하며 묻는 말에 재이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다.

“아니 내가 딜을 넣은 건 아니고. 뉴욕에 가서 엠케이의 정체, 랄까 엠케이네 아버지가 뭐 하시는 분인지 알게 되니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이분한테 좀 여쭤볼까, 싶은. 너희도 알다시피 내가 부수입이 좀 있잖아.”

“아, 재재님?”

“하긴. 저번 블럭 한정 에디션도 그렇고. 이번에 픽처스랑 계약금도 들어왔을 거 아니야.”

“부럽. 왕부럽. 나도 역시 환화니 같은 거 할 걸 그랬나 봐.”

재이의 말에 진심으로 부러워하며 이환이 중얼거리자 남궁찬이 그런 그를 타박하며 말했다.

“그러니까 이환 너는 다시 태어나도 안된다니까. 있는 거나 잘해 있는 거나.”

“아 왜, 난 꿈도 못 꾸냐고.”

“허황한 꿈이란 건 꾸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일 뿐이라니까. 우리 같은 사람들은 본업에나 충실하면 된다고.”

“그치 그나마 본업은 좀 하잖아, 우리가.”

남궁찬의 말에 은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엠케이가 재이를 돌아보며 물었다.

“이건 또 처음 듣네. 그럼 애초에 네가 한 딜이란 게.”

“어. 너희 아버지한테 자산 운용 같은 걸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여쭤봤지.”

내가 주변에 그런 거 물어볼 만한 어른이 없잖냐.

“다이 형님은?”

“다이 형 머릿속엔 근육밖에 안 들어서 안 돼.”

자신의 물음에 딱 잘라 대답하는 재이를 보고 엠케이가 잠시 입을 닫았다가 다시 물었다.

“그럼 아빠가 말한 딜 얘기는 뭔데?”

엠케이가 묻는 말에 재이가 대답했다.

“아, 그건 어쩌다 보니.”

어쩌다 보니?

멤버들의 이목이 다시 한번 재이에게로 집중됐다.

.

.

.

“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떠냐?”

자신의 말을 다 들은 엠케이의 아버지가 얼마간의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이참에 아예 나랑 공동 출자 로 투자 회사 를 하나 차리는 건. 물론 지금까지 번 돈을 다 투자하라고는 하지 않을 테니 그 부분은 조율을 하는 거로 하고. 향후 5년간 추가로 투자가 필요한 부분에서는 내 쪽에서 자금을 대는 거로 하지. 투자 안건은 너희 멤버들과 너희 그룹 관련. 어떠냐.”

말하자면 파티 전담 투자사가 되는 거지.

노회한 사업가의 눈이 번뜩였다.

그의 눈빛을 똑바로 마주하며 재이는 생각했다.

‘흠. 어차피 자산 운용 을 할 거면 나쁘지 않을지도. 사람 속은 모르는 거라지만 내가 가진 돈 다 꼬라박으라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사람 보는 눈 하나는 누구보다 정확하다고 자부하는 리온의 눈으로 보기에 저 양반은 사업가의 탈을 쓰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아들 덕질에 목이 마른 아들 바보였다. 파티를 위해 득이 되면 되었지 실이 되는 일을 할 사람은 아니었다.

“이건 생각지 못했던 말씀인데. 근데 제가 이런 쪽으로는 경험도 지식도 없어서요.”

잠시 뜸을 들이고는 이어 말했다.

“그래서 그런데 그 회사는 출자도 운용도 아저씨가 다 해 주시면 안 될까요. 저는 그냥 투자만 할래요.”

“손해도 보기 싫고 귀찮은 일에도 발 담그기 싫으니 다 맡기는 대신 너는 배당이나 먹겠다고?”

“제가 잘하는 분야는 따로 있어서요.”

자신의 대답에 엠케이의 아버지가 장난스럽게 눈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렇게 아무에게나 무턱대고 돈 맡기고 그러면 사기당하기 딱 좋은데 말이다.”

“설마요. 친구네 아버지면 내 아버지나 마찬가지인데, 설마 아버지가 아들 등쳐 먹기 야 하겠나요.”

게다가 이렇게 보니까 아저씨는 제 돈 같은 건 있으나 없으나 신경도 안 쓰실 정도로 이미 많이 버신 것 같아서 그런 쪽으론 오히려 안심된달까.

자신이 덧붙인 말에 엠케이의 아버지가 입가를 씰룩거리다가 결국 더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너 참 웃기는 녀석이구나.”

“…어, 감사합니다?”

.

.

.

“그럼 네가 먼저 딜을 건 게 아니라고?”

“아 물론 열심히 하시라는 의미로 엠케이 미공개 컷이나 오프샷 같은 거 그동안에도 정기적으로 제공하기로 하긴 했지.”

“뭐야 딜이란 게 날 두고 한 거였다고? 내 프라이버시는!”

“그건 네 아버지한테 가서 따져.”

재이의 대답에 엠케이가 핸드폰을 뒤적이며 중얼거렸다.

“안 되겠다, 아빠랑 진지한 대화의 시간을 가져야지.”

“그래, 아저씨가 좋아하시겠네.”

“아 왜 팔려 가는 기분이냐고.”

“멤버의 손에 의해 제 아버지에게 팔려 가는 엠케이의 삶이란 대체 뭘까.”

“엠케이네 아저씨가 성덕이시네. 덕업일치의 현장을 이렇게 보나.”

씩씩거리며 문자를 보내는 엠케이와 다른 멤버들을 둘러본 인혁이 재이에게 물었다.

“그럼 이번 건은 아저씨가 직접 챙기시는 거야?”

“아마 그럴걸. 꽤 생색내기 좋은 투자 안건이 생길지 모르겠다고 연락 드렸더니 곧장 오시겠다더라고.”

진짜, 덕질에 진심이시라니까. 판 안 깔아 드렸으면 어쩔 뻔했냐고.

재이가 중얼거리자 엠케이가 말했다.

“한재이 고삐 잘 잡아라. 우리 아빠 한 번 고삐 풀리면 장난 없으니까.”

“그 고삐를 내가 잡고 있겠냐고.”

재이가 엠케이를 빤히 쳐다보았다.

* * *

“이게 다 뭐야?”

라디오국으로 들어오던 멤버들은 방송국 복도를 길게 메운 갖가지 과자와 음료수의 퍼레이드를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와, 이거 우리 팬분들이 보내신 건가 봐?”

“헐, 이렇게나? 너무 통 크게 쏘신 거 아닌가.”

종류별로 세팅된 고급스러운 쿠키와 간식들을 구경하며 두런거리던 녀석 중 남궁찬이 외쳤다.

“와 이거 뚱카롱!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데!”

“남궁찬 스탑. 너 아직 식단 조절 중이잖아.”

“아니 그건 그렇지만 보내 주신 팬분들의 성의를 무시할 수는 없잖아.”

남궁찬이 먹음직스러운 마카롱에 손을 뻗는 것을 본 인혁이 제동을 걸었다. 팬들을 핑계로 먹심을 채우려는 남궁찬에게 재이가 말했다.

“어, 남궁찬 그거 굳이 네가 안 먹어도 괜찮을 것 같아.”

“그게 무슨 말이야? 이거 우리 팬들이 보낸 거 아니야 혹시?”

그 말에 남궁찬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되물었다. 예쁘게 세팅된 과자와 음료수에는 분명 ‘제작진 여러분 수고하십니다’, ‘우리 파티 잘 부탁드려요’ 등등의 응원 문구가 적혀 있었다. 남궁찬에게 대답하는 대신 재이가 핸드폰을 들고 엠케이를 불렀다.

“엠케이 여기 좀 봐 봐 .”

“아아?”

마침 손에 든 초코칩 쿠키를 한 입 먹으려고 입을 벌리던 엠케이가 재이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찍는 데 성공한 재이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며 중얼거렸다.

“엠케이야, 폭주 기관차가 달리기 시작하신 모양인데 한 번에 너무 들이받지는 마시라고 해. 아 그래도 혹시 케이엠부터 사야겠다고 하시면 우리들 몫은 따로 챙겨 달라고 미리 말씀드리는 거 잊지 말고.”

재이의 말에 그제야 화려하고 조금 과한 이 조공이 누구에게서 온 것인지를 뒤늦게 깨달은 엠케이가 인상을 팍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아놔 , 아빠. 제발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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