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퇴출 1호 아이돌 연습생이 되었다-133화 (133/224)

#133

피그맨의 황금 동아줄

“와, 아주 팔자 늘어졌네?”

재이는 고개를 들어 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보았다. 병실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그간 드라마 촬영으로 바쁘다고 코빼기도 안 보이던 파티의 리더 인혁이었다.

“뭐래. 정양 중인 거 안 보여? 정양. 무려 전치 1주라고.”

“정확히는 가벼운 타박상에 2~3일 휴식이겠지.”

자신의 말에 가볍게 핀잔을 주며 침대 앞 의자에 적당히 걸터앉는 인혁을 흘겨보며 재이가 손등에 꽂힌 주삿바늘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이거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냐.”

“부럽다, 비타민 주사. 아, 온 김에 나도 좀 맞고 가면 안 되나.”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표정으로 흘려 버리는 인혁의 반응에 재이가 투덜거렸다.

“거참 , 다른 그룹들은 멤버가 입원했다고 하면 막 짠하다고 애틋하게 막 부둥부둥해 주더만 어째 리더가 돼 가지고 멤버 챙기는 법을 몰라.”

문병 올 때 음료수 팩은 국룰 아니냐고. 빈손이 뭐냐 빈손이.

재이의 투덜거림을 듣는 둥 마는 둥 병실에 비치된 냉장고를 뒤적여 이온 음료 하나를 꺼내 들고는 의자에 다시 걸터앉으며 인혁이 말했다.

“나이롱 함유율 70%쯤 되는 주제에 거 참 뻔뻔하기 그지없네. 이제 아예 석관이 형까지 포섭해서 제대로 들이받고 다닌다며? 하여간에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지 아주.”

“워딩이 매우 싸한데. 누가 들으면 내가 나쁜 짓이라도 하고 돌아다닌 줄 알 것 같잖아. 나는 엄연히 이번 일의 피해자라고. 피해자.”

“뭐,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는 모르겠고. 어쨌건 대세는 대세야. 한재이 팔꿈치 한쪽에 본부장급 하나가 그대로 날아가 버리네.”

인혁의 말에 그동안 심드렁하던 재이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발표 났어?”

“어. 어디 신 사업부 TF팀으로 대기 발령 났다는 듯.”

“그럼 지원본부는?”

“차상혁네 팀장님이 승진하신단다.”

인혁이 생판 남의 이야기라도 하듯 툭 내뱉었다.

“헐, 그분을 올릴 줄은 또 몰랐네.“

”올라갈 때도 됐지. 차상혁 저만큼 키워서 케이엠 먹여 살린 게 누군데.“

재이는 저 뜨거운 카히타마하키의 태양 아래서 땀으로 흠뻑 젖은 양복과 와이셔츠 차림으로 차주인 PD의 횡포에 가까운 연출에 맞서 자신과 인혁을 비호하던 맹주찬 팀장의 얼굴을 떠올렸다.

“상혁이 형이 알면 황당해하시겠는데. 졸지에 매니저 새로 뽑아야 하게 생겼잖아.”

“거기야 원래도 맹 팀장님 말고도 여럿 붙어 있는데 새삼스럽게 뭔 걱정? 본인 걱정이나 하세요.”

“내가 뭘?”

재이가 눈썹을 추켜세우며 묻는 말에 인혁이 대답했다.

“너 현장에서 다친 거 제대로 케어 안 했다고 담당 피디 가 CP한테 세게 쪼인 모양인데 그 양반도 보통 성격은 아닌지 제대로 들이받았다잖아. 구영태 본부장하고 CP가 고향 선후배 사이라고 이번 몰래카메라 기획도 두 사람이 리드한 거고, 발령받아서 막 착임한 자신은 CP 지시대로 움직였을 뿐이라고. CP한테 쪼이고 그길로 국장실로 쳐들어가서 읍소하는 바람에 예능국이 완전 발칵 뒤집혔다더라고.”

와, 그렇게 안 봤는데 조학진 피디님 무서우신 분이네.

인혁의 말을 들으며 재이는 딱히 기억나는 게 없을 정도로 평범한 인상이었던 담당 피디 를 떠올리며 감탄했다.

“아무튼, 너 때문에 촬영 일정 도 딜레이 되고 있는 상황일 테니 KBC 쪽에서는 이래저래 달갑지 않을 듯. 그쪽 입장에서 보면 재재님 덕 좀 봐서 떡상 노려보려다가 떡상 하기도 전에 프로그램이 풍비박산 날 뻔한 꼴이잖아? 현장 분위기 험악할 테니, 미리 명복을 빌어 주마 .”

“아이고 고마워라. 그 말 해 주려고 우리 차 배우께서 바쁜 스케줄 쪼개 가면서 일부러 이 누추한 곳까지 와 주신 거야?”

자신의 말에도 흔들림 없이 태연해 보이는 재이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던 인혁이 짧게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어휴 그래 내가 오지랖이지. 괜히 시간 낭비만 했네.”

“와, 멤버 문병을 시간 낭비라고 표현하는 저 못돼 먹은 인성 어쩔.”

“입만 살아서는. 어쨌거나 멀쩡해 보이니 난 간다.”

“어? 진짜 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인혁을 보고 재이가 의외라는 듯 물었다.

“진짜 가지 그럼 가짜 가냐? 나 이따 또 촬영 있어, 숙소 잠깐 들리는 김에 온 거라 가 봐야 해. 밑에서 석관이 형 기다린다.”

“와, 차 배우 스케줄 살인적이네. 누가 보면 님이 주연인 줄.”

재이의 말에 인혁이 그를 째려보며 투덜거렸다.

“하여간에 말 한마디 한마디가 주옥같지 아주.”

“수틀리면 너도 나처럼 들이받아 보던가. 이번에 보니까 석관이 형이 아주 잘해. 응.”

“지금 그 말 석관이 형이 들었어야 하는 건데.”

“어? 너 아직 안 갔냐?”

“어휴, 그래. 간다, 가.”

“멀리 안 나간다. 내가 절대 안정 해야 하는 몸이라.”

한쪽 팔엔 삼각대, 다른 쪽 손등엔 링거를 꽂고 환자복을 입은 재이가 태평한 얼굴로 자신을 올려다보며 링거가 꽂힌 쪽 손을 살짝 흔들어 보이는 것을 쳐다본 인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래, 혹시 사진이라도 찍히면 멀쩡한 주제에 거짓 입원한 거 아니냐고 까일 것 같은 면상이니 그냥 거기 딱 누워 있어라.”

“다음에 올 땐 아이스크림 사 오는 거 잊지 마!”

‘아이스크림은 얼어 죽을, 내일이면 퇴원이다, 빙구야.’

아무래도 병원 생활이 너무 좋아서 내일이면 퇴원해야 한다는 사실도 까먹은 모양이라고 중얼거리며 인혁은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그대로 병실을 나섰다.

* * *

며칠 후.

KBC 예능 [도와줄게 친구야] 촬영 현장

“안녕하세요.”

재이는 주변에 드문드문 보이는 스태프들에게 일일이 인사하며 피디와 작가들이 모여 있는 쪽으로 이동했다. 차인혁의 경고대로 며칠 만에 다시 찾은 촬영 현장의 분위기는 지난번 초등학교에서의 첫 대면과는 다르게 꽤 싸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피디님, 안녕하세요.”

“오. 재재님 왔구나. 그래, 이제 팔은 괜찮고?”

다행히 조학진 피디는 여전히 자신에게 우호적인 모양이었다.

‘최악은 피했네.’

제작진의 총책임자가 어느 쪽으로 기울었느냐는 촬영 현장 전반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법. 자신들의 상관이 이번 사달의 원흉이었던 게스트에게 우호적인 제스처 를 보내는 것을 민감하게 캐치한 스태프들 몇몇의 표정이 조금 풀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네. 이번 일로 피디님께도 그렇고 여러분께 폐를 끼치게 되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재이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허리를 깊숙이 숙여 인사했다. 피디 자신도 재이가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던지 당황한 기색의 조 피디가 황급히 재이를 말리며 말했다.

“폐는 무슨. 몸이 자산인 사람한테 소홀했던 우리 책임이지. 그래도 다 나았다니 다행이야.”

“예, 다행히 뼈에 이상이 있거나 한 건 아니었나 봐요. 아니었으면 아직도 병원 신세였을 텐데. 아, 이건 좀 아쉽네요.”

“아이쿠, 무슨 그런 섬뜩한 소리를. 그나마 별 탈 없었다니 다행이지 진짜 어디 크게 문제 있었으면 몇 명 모가지 날아갈 뻔했잖아.”

나 포함해서 말이야. 하하하.

웃는 얼굴로 섬뜩한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을 번갈아 힐끔거리며 작가진들이 수군대는 사이 김석관이 로드 매니저 두 명과 함께 뒤늦게 모습을 드러냈다.

세 사람 모두 뭔가를 잔뜩 들고 있는 것이 오늘 촬영을 위해 조공품이라도 가지고 온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뒤로 양복 차림의 중년 남성 하나가 따라오고 있었다.

“피디님 안녕하십니까, 한재이 매니저 김석관입니다. 늦게 찾아뵙게 되어 죄송합니다.”

“아, 오셨습니까.”

“이 녀석 좀 잘 부탁드립니다. 똑 부러지게 생겨서 아직 제 몸 챙길 줄도 모르는 녀석이니 피디님과 여러분이 많이 가르쳐 주십시오.”

김석관이 주변을 돌아보며 꾸벅 인사했다. 그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고 있던 스태프들 몇몇이 어색하게 목례로 대꾸하는 동안 석관을 따라온 로드 매니저 들이 한쪽 테이블에 가지고 온 음료수와 간식들을 꺼내 놓기 시작했다.

“조 피디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석관과 로드 매니저 를 따라 촬영 현장으로 들어온 양복 차림의 남성이 석관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친근한 어조로 말을 걸자 그제야 그를 발견한 조 피디가 깜짝 놀라 꾸벅 인사하며 재빨리 그쪽으로 다가가 물었다.

“어? 이야, 이게 누구십니까. 오랜만입니다. 아니 어쩐 일로 직접 여기까지?”

조금 전 석관을 대할 때와는 또 다른 깍듯한 대우에 주변이 수군대기 시작했다.

- 저분 누구시길래 우리 피디님이 저렇게까지 반기는 거예요? 거의 국장님 오셨을 때랑 비슷한 급인데?

- 아, 정 작가는 처음이구나. 저분, 차상혁 씨 매니저잖아. 차상혁이 이렇게까지 큰 게 전부 저분 수완이라는 평이던데.

- 나 들어 본 적 있어. 킹메이커 맹주찬. 근데 여긴 웬일이래?

- 상혁 씨 군대 가 있는 동안 재이 씨 케어 맡은 거 아닐까?

- 그럴 리가? 저 사람 연차면 차상혁 안건이라고 해도 중요한 거 아니면 직접 안 움직일 텐데?

- 그런 사람이 여기까지 올 정도면 재재님 파워가 대단하긴 한가 보다 .

- 케이엠에서 작정하고 푸시 중 이라더니 소문이 사실인 모양이네.

재이는 주변에서 들려오는 제작진들의 웅성거림을 들으며 천천히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맹주찬 팀장, 아니 이제는 케이엠 지원본부 본부장이라는 직함을 달게 된 맹주찬이 조학진 피디와 인사를 나누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말씀 들었습니다. 영전 축하드립니다, 맹 본부장님.”

“아이고, 조 피디님, 뭘 그런 것까지 다 챙겨 주시고. 감사합니다.”

맹주찬이 너스레를 떨며 웃었다.

“본부장님 오셨어요?”

“한재이, 팔은 괜찮냐?”

“네, 보시는 것처럼 말짱합니다.”

“그래. 다행이네. 오늘 촬영 잘해라.”

재이와 몇 마디 인사를 나눈 맹주찬이 다시 한번 조 피디를 돌아보며 말했다.

“저희 회사 애라서 띄우려고 하는 말이 아니고. 제가 이 바닥 구르면서 여러 녀석을 만나 봤지만 한재이 이 녀석만큼 재밌는 녀석도 드뭅니다. 제가 보장하죠. 뭐, 조 피디님 정도면 아마 곧 저절로 알게 되시긴 하겠지만. 어쨌건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상혁이 그 녀석보다도 재밌는 놈이니 조 피디님께서 잘 좀 써 봐 주세요.”

- 이야…… . 완전 오늘의 토픽감이네. 차상혁보다 한재이가 낫다니.

- 군대 간 차상혁이 들었으면 배신감에 몸을 떨었을 이야기인걸.

주변이 수군대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조 피디와 몇 마디 더 나눈 맹주찬이 인제 그만 가 보겠다며 몸을 돌렸다. 촬영장을 나서기 전 이쪽을 돌아보는 그와 시선이 맞아 꾸벅 고개를 숙여 보인 재이가 마침 자신의 옆으로 다가온 석관에게 나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형이 불렀어요? 새 ‘본부장’님?”

“아니. 본인이 굳이 오시겠다잖아. 이럴 땐 직급 좀 되는 사람이 현장에 직접 얼굴 디미는 게 즉효 약이라고.”

뭐, 덕분에 분위기 전환은 성공했네.

석관이 중얼거린 말에 재이도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석관의 말마따나 본부장급이 직접 다녀간 덕분인지 자신을 쳐다보는 제작진들의 눈빛에는 오늘 처음 촬영장에 발을 디뎠을 때 느꼈던 은은한 냉랭함 대신 예전의 그 기대감이 어렴풋이 되돌아와 있었다.

“오오, 우리 재느님이 벌써 와 계셨네.”

그러나 다음 순간, 겨우 조금 좋아지려던 재이의 기분은 뒤이어 들려온 목소리에 또다시 수직 하강 했다 .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돌아보니 프로그램의 진행자 역할을 맡은, [도와줄게 친구야] 전담 욕받이, 개그맨 송호칠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어쨌거나 일단 인사.

재이가 꾸벅 인사를 해 오자 송호칠이 잠시 멈칫하더니 표정을 가다듬고는 재이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뭐야, 멀쩡해 보이는데? 난 또 다쳤다길래 팔 한쪽에 깁스라도 하고 올 줄 알았더니. … 진짜 다쳤던 거 맞아? 어디 봐 봐 .”

“선배님, 전에 말씀하신 그 부캐 말인데요.”

슬쩍 비켜서며 송호칠의 손길을 흘려 낸 재이는 송호칠이 자신의 손길을 상대가 피했다는 것을 깨닫기도 전에 자연스럽게 말을 돌렸다. 이쪽을 바라보는 송호칠에게 재이가 이어 말했다.

“그거 이름이 뭐였죠? 되게 재밌는 이름이었는데.”

“피그맨. 어때? 일부러 좀 유치한 이름으로 골랐는데.”

어차피 코찔찔이 애들 장사잖아.

재이의 말에 송호칠이 냉큼 대답하며 눈을 빛냈다.

송호칠이 보기에 이 프로그램은 어차피 끝물이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눈앞의 이 애송이 녀석 모셔 오는 것 때문에 CP랑 피디가 국장실까지 들락이며 드잡이질을 해 댔다고 했다. 제작진의 상태가 그렇게 개판이어서야 좋은 퀄리티가 나올 리가 없었다. 시청률도 내림세인 게 이대로 쭉쭉 내리막길만 걷다가 다음 개편 때 소리 소문 없이 폐지될 게 뻔했다. 아, 다음 개편 때까지 버티지도 못하고 도중에 묻혀 버릴 가능성이 더 큰 것 같기도 하지만.

아무튼. 그러니 어떻게든 이 황금알을 낳는 재재님한테 얹혀 갈 방법을 모색해야 했다. 제일 좋은 것은 피그맨으로 어필해서 재재님의 그 유튜브에 자신도 고정으로 출연할 수 있도록 녀석의 환심을 사는 것이었다.

‘그다음엔 구독자 좀 나눠 받아서 따로 채널 파고 나와 독립하면 되는 거지.’

송호칠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애들 홀리는 거라면 자신도 어디 가서 꿀리지 않을 자신 있었다. 개그맨 경력 1n년 차. 자갈밭과 진흙탕을 번갈아 구르는 것 같았던 무명 시절 을 거치며 애들을 대상으로 하는 뮤지컬이나 놀이공원의 액션히어로 쇼 같은 것도 두루 경험해 본 자신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꽃길 돈길 걷는 것밖에 없고 그 길에 가기 위한 황금 동아줄은 이미 눈앞에 이렇게 와 있었다.

송호칠이 씩 웃으며 재이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피그맨 좀 잘 살려 주라 , 재재님.”

그 말에 재이가 눈을 반짝 빛내며 되물었다.

“진심이세요?”

“어? 뭐가?”

“좀 전 의 그 말씀요. 시키는 대로 다 하신다는.”

재이의 물음에 송호칠이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힘주어 말했다.

“그럼 그럼. 진심이고말고. 뭐든 재재님이 시키는 대로 할 테니까 피그맨 좀 띄워 주라 .”

그런 송호칠의 모습을 잠시 말없이 바라보고 있던 재이가 입을 열었다.

“… 뭐, 그렇게 원하신다면.”

“그거지! 그렇게 나와야지!”

재이의 대답에 송호칠이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손뼉을 짝 치며 외쳤다.

“대신 나중에 무르기 없기입니다?”

그런 송호칠을 바라보며 재이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고저 없는 평온한 목소리였음에도 어쩐지 목덜미가 서늘해지는 느낌에 송호칠이 움찔 몸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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