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퇴출 1호 아이돌 연습생이 되었다-136화 (136/224)

#136

선배님처럼 되고 싶습니다.

“선배 그룹들 반응은 어때요?”

케이엠에서 활동 중인 현역 아이돌 그룹은 자신들까지 총 네 팀. 차 리더도 어디 나가서 새는 바가지는 아니었지만 네버로스의 비제이도 크래쉬캣의 에이미도, 그리고 블랙 포이즌의 모니카도, 모두 만만한 상대들이 아니었다.

“그러게. 우리도 그렇지만 선배들 쪽에서도 만만치 않게 반대하셨을 것 같은데.”

“특히 비제이 선배.”

재이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치는 남궁찬에 이어 인혁이 짧게 내뱉었다. 비제이를 콕 짚어 입에 담는 인혁을 바라본 재이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멤버들과는 데뷔 전 서바이벌 경연 [스텝 업]에서 심사 위원으로 참석한 것을 시작으로 안면을 튼 비제이는 벌써 7년 차에 접어드는 롱런 그룹 네버로스의 리더였다.

평소에는 오며 가며 만나도 격의 없이 대해주는 편이었지만 사실 제 그룹을 비롯한 자신의 영역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스타일인 만큼 이번 기획을 듣는 순간 누구보다 확실하게 항의했을 것이 분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비제이의 이름을 들은 석관의 표정이 흐릿해졌다. 그런 석관의 반응을 본 재이가 한숨과 함께 중얼거렸다.

“밀렸구나?”

재이가 내뱉은 한 마디에 인혁이 알 만하다는 듯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두 사람의 반응에서 한 박자 늦게 돌아가는 상황을 눈치챈 엠케이가 석관을 바라보며 물었다.

“헐. 석관이 형, 설마 아니죠?”

“뭐가 아니야?”

은규가 고개를 갸웃하며 묻는 소리에 엠케이에 이어 상황을 파악한 남궁찬이 빽 소리를 질렀다.

“오!!! 노!!! 제발!!! 이런 데서 서열 다툼 있기 없기?”

“레알, 가진 사람이 더한다더니.”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누구 설명 좀 해 주실 분?”

은규와 마찬가지로 쟤네들이 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는 표정을 한 이환이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무슨 소리긴 무슨 소리야. 귀신같은 비제이 선배가 이미 손쓴 뒤라 우리만 덤터기 쓰게 생겼다 이거지.”

“그게 무슨…….”

엠케이의 투덜거림에도 감을 못 잡고 헤매고 있는 환심이들 사이로 재이가 석관에게 물었다.

“그래서 몇 명 오는데요?”

“어. 그게.”

똑똑

석관이 입을 떼려는 순간, 회의실 너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라는 석관의 목소리에 문이 열리며 동시에 기합이 한껏 들어간 목소리가 실내에 울려 퍼졌다.

“안녕하십니까, 연습생 윤새빛.”

“정이호.”

“황민민입니다!”

꾸벅 폴더 인사를 하는 세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남궁찬이 짧은 침묵을 깨고 나직이 중얼거렸다.

“세 명이나?”

고개를 들어 바라본 ‘선배’들의 얼굴들이 하나같이 탐탁지 않아 보이는 것에 회의실로 들어선 ‘인턴’ 세 명 중 한 명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작게 한숨을 내쉬었고 다른 하나는 생각을 읽을 수 없는 무표정이었으며 나머지 하나는 지금 이 분위기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너희들끼리 온 거야?”

석관이 묻는 말에 처음에 자신을 소개한 윤새빛이라는 녀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네. 기획팀장님이 지금 시간이면 이쪽 회의실에 파티 선배님들 와 계실 거라고. 거기 가면 김 팀장님께서 알아서 조율해 주실 거라고 하셨습니다.”

미묘한 회의실의 분위기를 눈치채고도 휩쓸리지 않고 또렷한 목소리로 석관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녀석의 대꾸에 그를 바라보고 있던 인혁과 재이, 그리고 엠케이가 눈을 반짝였다.

‘셋 중 쟤가 리더 포지션인가 보네.’

‘네가 이 구역 호구 상이구나.’

‘사서 고생하는 타입인가 봐.’

“혹시 이 중에서 네버로스 선배님들 만나고 오신 분?”

대뜸 남궁찬이 손을 번쩍 들고는 자신들 앞에 서 있는 세 사람을 향해 물었다. 조금 전 두 번째로 들어오면서 자신을 정이호라고 소개한 녀석이 손을 슬쩍 들어 올리며 대답했다.

“저요.”

“비제이 선배님 만났어요?”

인혁이 묻는 말에 정이호가 어떻게 알았냐는 듯 잠깐 멈칫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아… 예.”

왠지 떨떠름한 그 표정에 알 만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인혁이 재차 물었다.

“뭐라고 하던가요?”

“이미 매니저들하고 얘기 끝났다고 선배님들 쪽으로 가라고 하시던데요.”

“그리고?”

“어…….”

“괜찮아요, 말해 봐.”

“맞아, 맞아. 비제이 선배가 대충 무슨 말 했을지는 이미 감이 오니까, 편하게 얘기해요.”

재촉하는 남궁찬과 그 옆에서 부추기는 엠케이의 말에 잠시 뜸을 들이던 정이호가 말했다.

“그… 불만 있으면…….”

“불만 있으면?”

“불만 있으면 먼저 데뷔하던가. 라고.”

순간 회의실에 정적이 감돌았다.

‘어휴, 그냥 대충 얼버무리지, 묻는다고 그걸 또 그대로 옮기냐.’

옆에 서 있던 윤새빛은 정이호를 힐끗 흘겨보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래서야 시작도 하기 전에 선후배 간 분란이나 일으키는 골칫덩이로 찍힐 각이잖아.’

그러나 윤새빛의 우려와는 달리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눈길로 정이호의 대답을 듣고 있던 남궁찬이 입을 열었다.

“크. 역시 짬밥의 힘은 위대하다.”

“두 번 위대했다가는 우리 팀 미어터질 듯.”

“나도 언젠가 써먹어야지. 이게 바로 케이엠의 내리사랑!”

그러자 옆에 앉아 있던 이환과 은규가 앞다투어 덧붙였다. 그 뒤로 엠케이까지 가세해 와글와글 떠들기 시작하는 멤버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누군가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석관이 형, 우리 상세 스케줄도 나왔어요? 켐콘까지 같이 하는 거면 빡세겠는데요.”

‘저 사람이구나. 한재이.’

윤새빛의 눈이 빛났다. 셋 중 연습생 기간이 가장 짧은 자신은 소문으로만 들었던 인물이었다. ‘퇴출 1호’라는 딱지가 붙은 폐급에서 단숨에 서바이벌 경연을 거쳐 데뷔조 메인 보컬 포지션을 따내 데뷔하고 그것도 모자라 드라마, 예능, 유튜브까지 씹어 먹고 있는 능력자. 저 입맛 까다로운 평론가들 사이에서조차 차상혁의 뒤를 이을 올라운더의 싹수가 보인다는 평을 듣고 있다는 대세 중의 대세.

‘실제로 보니까 평범한 것 같기도 한데.’

옆자리에 앉은 차인혁과 건너편의 김석관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을 주고받고 있는 옆얼굴은 살짝 올라간 눈매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약간 차가운 인상이라는 것 빼고는 이 바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잘생김의 범위 안이었다. 외모만으로 따진다면야 그의 옆에 앉은 차상혁의 동생, 차인혁 쪽이 오히려 규격 외라는 느낌이 강했다. 그렇다면 대체 뭐가 저 사람을 그렇게 특별하게 만든 걸까.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눈치챈 것인지 이쪽을 돌아본 그와 정면으로 눈이 마주쳤다.

‘헉.’

윤새빛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했다. 그저 눈이 마주쳤을 뿐인데 마치 올가미에 걸린 것 같이 움쩍달싹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의 옆에 서 있던 정이호와 황민민이 덩달아 긴장하는 것이 전해져 왔다. 대체 저 눈빛 뭐지.

“못살아. 누가 보면 잡아먹으려는 줄 알겠네.”

목덜미에 뻐근한 긴장감이 차오르는 사이, 재이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인혁이 혀 차는 소리와 함께 투덜거리고는 이어 말했다.

“한재이, 눈에 힘 좀 빼라. 인턴분들 긴장하시잖냐.”

“아니 내가 뭘 어쨌다고. 내 눈 가지고 사람 쳐다보는 것도 안 되냐고.”

“응, 안 돼.”

“와 차인혁 인성 진짜. 어째 점점 더 골로 가냐, 너는.”

“칭찬으로 들리는데.”

“석관이 형, 차인혁 헛것이 들린다는데요.”

드라마 판에서 애 너무 빡세게 잡는 거 아닙니까. 멘탈 무너진 듯요.

조금 떨어진 곳에 앉은 석관을 돌아보며 외치는 재이를 힐끗 바라본 인혁이 여전히 회의실 입구 쪽에 나란히 서 있던 인턴들을 향해 말했다.

“일단 와서 앉죠. 이제 회의 시작해야 하는데.”

“감사합니다. 선배님, 말씀 편하게 해 주세요.”

꾸벅 인사하며 말하자 인혁이 애매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좀 더 지나면 생각해 볼게요.”

‘쉽지 않네.’

윤새빛이 속으로 중얼거리는 사이, 인혁과 윤새빛의 대화를 듣고 있던 파티 멤버들이 하나둘 말을 보태기 시작했다.

“상호 존대가 편해요.”

“그니까. 아마 나이로 따지면 저희가 아래… 읍.”

“비즈니스 관계에 나이 끌고 오면 반칙이죠. 그럼, 그럼.”

“맞아, 실제 나이 따지기 시작하면 족보 꼬이는 거 순식간이라고.”

“넣어 둬요, 넣어 둬.”

‘그러고 보니 모두 열아홉 동갑이랬지.’

윤새빛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쪽은 자신이 스물둘, 정이호가 열아홉, 그리고 황민민이 열여섯이었다. 그러고 보니 나이를 까 버리면 확실히 서열 정리가 애매해지긴 할 터였다. 그래도, 걱정했던 것보다 분위기는 나빠 보이지 않았다. 윤새빛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개인 스케줄까지는 힘들겠지만, 단체 스케줄은 기본적으로 같이 들어간다고 보면 돼. 그나마 너희는 앨범 활동 일단락된 타이밍에 들어왔으니 낫지, 네버로스 쪽은 음방용 안무도 다시 손봐야 돼서 지금 패닉 상태라더라.”

“그 핑계로 한 명만 받은 거잖아요.”

향후 계획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한 석관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재이가 어림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받아쳤다. 엠케이와 남궁찬이 이어 말했다.

“차라리 두 명 들어가는 게 안무 손보기 편했을 텐데?”

“비제이 선배의 업보인 거지.”

주는 대로 받기는 싫고 아예 안 받자니 대표님 눈치가 보인 비제이는 네버로스 쪽으로 배정된 인턴 두 명 중 한 명을 밀어내는 것으로 불만의 뜻을 표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후배 그룹인 파티의 몫이었으나 석관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것은 결과적으로 비제이와 네버로스에게도 그다지 좋은 수는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뭐 어쨌거나 기왕 이렇게 된 거 잘해 보죠.”

재이가 인턴 세 명의 얼굴을 돌아보며 말하는 것을 보고 있던 석관이 중얼거렸다.

“…의외네.”

“뭐가요?”

자신의 말에 석관이 미묘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것을 보고 재이가 한쪽 눈썹을 추어올리며 되물었다.

“제일 반대할 줄 알았더니.”

“어차피 대표님 승인 떨어진 시점에서 저희가 반대해 봐야 여러 사람 피곤하게 하는 것밖에 더 되나요. 짬밥도 안 되는데 괜히 비제이 선배님 흉내 낸다고 대들었다가는 건방지다고 미운털만 왕창 박힐 텐데 그랬다간 저희만 손해 아니겠어요? 게다가 뭐, 이번 기회에 차기 데뷔조가 누군지 확실히 확인하고 넘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요? 어차피 나중에 또 보게 될 사이인데.”

‘와, 냉정하네. 나 같으면 열받아서 앞뒤 안 재고 들이받았을 텐데.’

윤새빛은 속으로 감탄했다.

한재이의 말마따나 아직 데뷔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파티는 자신들이 데뷔한다면 선배이면서 동시에 경쟁자가 될 관계였다. 입장을 바꿔 놓고 자신이 한재이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일단 무슨 수를 써서라도 피하고 봤을 텐데.

윤새빛이 새삼 재이 쪽을 힐끔거리는 사이, 인혁을 제외한 파티의 멤버들이 그런 재이를 향해 차례차례 한마디씩 던지기 시작했다.

“한재이 입에서 저런 소리가 나오다니.”

“인턴분들 앞이라고 멀쩡한 척하는 것 봐.”

“정상인 코스프레 오진다.”

“냅둬라, 어차피 곧 벗겨질 가면.”

인정사정없이 후려치는 멤버들의 코멘트에도 익숙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일 뿐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재이를 힐끔 쳐다본 윤새빛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소문엔 인정사정없다더니. 그렇지도 않은가 봐. 저 소리를 그냥 다 듣고 있는 거 보니 그냥 보살인데?’

“그럼, 인턴분들 각자 목표에 대해 한마디씩 해 주실래요?”

“예에?”

열심히 딴생각하고 있던 윤새빛은 허를 찌르고 들어온 재이의 말에 저도 모르게 얼빠진 소리를 내 버렸다.

“아니 갑자기 분위기 왜 신인돌 인터뷰 현장임?”

“난들 아냐. 저 머릿속에 뭐가 들었을지.”

윤새빛의 마음을 대변하듯 남궁찬과 엠케이가 수군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근데 궁금하긴 한데?”

“나도. 회사가 회사 흉내 내라는데 장단은 맞춰 줘야 예의 아니겠어?”

옆자리에 앉아 있던 은규의 말에 이환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그래 봐야 인턴사원 앞에서 텃세 부리는 신입 사원이지만.”

“그래도 그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데뷔라는 벽이 있는 법이지.”

“그치. 비제이 선배님도 말씀하셨잖아? 꼬우면 먼저 데뷔하던가.”

“크. 명언이다. 그래서, 누구부터 하실래요?”

끝없이 이어지는 멤버들의 수다에 정신이 팔려 있던 윤새빛과 나머지 두 명은 자신들을 향해 묻는 남궁찬의 질문에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

셋 중 가장 먼저 손을 든 것은 프로그램 초장부터 비제이에게 퇴짜를 맞고 소속팀이 바뀌어 버린 비운의 인턴 정이호였다.

“이름은 정이호, 랩 포지션 지망이고, 무대 연출에 관심이 많습니다. 안무가 선생님들께서 파티의 무대 연출 칭찬을 많이 하시는데 컨셉을 짠 게 엠케이 선배님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많이 배우고 싶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와 뭐야, 설마 준비해 온 거야?’

윤새빛이 중얼거렸다. 비슷한 생각들이었는지 듣고 있던 멤버들 사이에서 박수와 함께 감탄이 흘러나왔다.

“와, 혹시 취준생이세요?”

“진짜, 안 물어봤으면 서운하셨을 듯.”

자신과 황민민을 바라보는 파티 멤버들의 기대치가 올라가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비겁하다, 정이호, 아무리 무한 경쟁이라지만, 상의도 없이 치고 나가는 건 너무 예의 없는 거 아니냐고.

윤새빛이 혼자 중얼거리는 사이 정이호의 옆에 앉아 있던 황민민이 손을 번쩍 들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

“저요! 다음엔 제가 하겠습니다! 이름은 황민민, 열여섯 살입니다. 파티 선배님들, 제가 형이라고 부르면 안 되나요?”

“안 됩니다.”

“네에…….”

기대에 찬 눈빛으로 파티 멤버들을 바라보며 물어본 황민민이었지만 돌아온 것은 인혁의 짤막한 거절이었다. 면전에서 대놓고 차여 버려 약간 의기소침해진 듯하던 황민민은 금세 털어 버리고는 이어 말했다.

“랩 보컬 댄스 다 할 수 있습니다! 파티 선배님들 TRPG에 출연하는 게 꿈입니다! 제가 주사위 좀 던집니다!! 다음번 촬영 땐 저도 꼭 불러 주세요!!”

“그런 말 함부로 하면 안 돼요! 우리 팀에 주사위 신의 가호를 받는 녀석이 있다고.”

황민민의 열정적인 어필에 엠케이가 진정하라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타이르듯 말했다. 그러자 남궁찬과 재이가 차례차례 덧붙였다.

“그치 지금 감히 한재이한테 대보겠다는 건 아니겠지 설마?”

“일단 데뷔부터 합시다. 거기 지금 나오겠다는 사람들 많아서 웨이팅 리스트 작성 중이라고.”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눈썹을 찡그리며 이야기하는 재이의 말에 황민민이 깜짝 놀라 물었다.

“예에? 정말요?”

“아니 농담인데.”

“와하하하.”

태연한 재이의 대답과 얼빠진 표정의 황민민을 번갈아 바라보던 멤버들이 와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입이 튀어나온 황민민과 그런 그를 쳐다보며 웃고 있는 정이호까지, 회의실은 어느새 신입 사원, 인턴 할 것 없이 훈훈하게 풀어져 있었다.

“그럼 우리 마지막 인턴분 목표도 들어볼까요?”

윤새빛을 잊지 않은 듯 인혁이 그를 돌아보며 물었다. 파티 멤버들과 인턴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팔짱을 낀 채 구경 중인 김석관과 어느새 들어와 있던 다른 회사직원들까지 회의실에 모인 모든 사람의 이목이 자신에게 집중된 것을 느끼며 윤새빛이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저는…….”

윤새빛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을 한 번 둘러보고는 한 사람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말했다.

“한재이 선배님처럼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회의실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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