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퇴출 1호 아이돌 연습생이 되었다-138화 (138/224)

#138

노빠꾸 직진 인생…?

“하아, 이런 위아래도 없는 것들.”

쉬는 시간.

장시간 이어지는 회의에 몸이 피곤한 것과는 다른 정신적 피로감이 몰려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리자 그런 비제이의 옆에서 탄산수를 들이켜고 있던 에이미가 웃음을 터뜨렸다.

“거봐요. 내가 털릴 거라고 했지.”

“나쁜 놈들. 선수 교체라고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

쉬어 가자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회의실 한편에 모여 있던 멤버들에게 뛰어가 왁자지껄 떠들고 있는 엠케이와 그와 의미심장하게 눈빛을 교환하는 재이를 번갈아 쳐다보며 비제이가 중얼거렸다.

“쟤들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다니까. 귀엽기도 해라.”

에이미가 비제이의 시선을 따라 파티 멤버들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재이와 선수 교체로 들어온 엠케이는 한재이가 셔플 유닛에서 한 번 양보하기로 했다는 비제이의 말에 ‘아 그래요?’라고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

물론, 양보 따위 없었다.

“예전에 봤을 땐 저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예전에? 언제? 스텝 업 때?”

“그래. 엠케이 자식, 내가 우리 집까지 데리고 가서 그렇게 잘해 줬더니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나.”

비제이는 자신과는 달리 쌩쌩한 얼굴로 멤버들과 장난을 쳐 대고 있는 엠케이의 옆모습을 쳐다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비제이의 말을 듣고 있던 에이미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때부터 별렀던 거 아니야 혹시? 아 꼭 데뷔해서 언젠간 저 선배를 탈탈 털어야겠다. 뭐 그런?”

“너는 세상 사람들이 다 너처럼 전투적인 줄 아냐?”

“평화적이어서 탈탈 털린 선배보다야 낫지 싶은데?”

셔플 유닛은 양날의 검이었다.

준비하기도 고되고 이런저런 말이 나오기도 쉬웠지만 그만큼 만드는 입장에서도 새로운 자극을 받을 수 있어 포기하기는 아쉬웠다. 게다가 자신을 비롯한 네버로스 멤버들의 입장에서 올해 셔플 유닛에 거는 기대는 남달랐다.

어떤 식으로 셔플을 하건 차상혁 들러리밖에 되지 않는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던 작년까지와 달리, 올해 드디어 차상혁이 군대로 빠지고 후배 그룹이 들어왔으니 조금 더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짤 수 있을까 했더니. 이건 무슨 말만 후배지 무슨 하이에나 같은 것들한테 신나게 물어뜯기고 정신 차려 보니 만신창이가 따로 없었다.

“하여간에 이거나 저거나 다 하이에나들이야. 상혁이가 그립다.”

“군대 다시 가든가.”

“말을 말아야지, 내가.”

비제이는 한숨을 푹 내쉬며 자신의 앞에 놓여 있던 생수를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 * *

“벌써 시작하는 거예요?”

컨셉 회의가 끝나자마자 멤버들이 향한 곳은 케이엠 사옥 내에 있는 연습실이었다. 운 좋게도 가장 큰 연습실을 차지할 수 있었던 덕에 멤버 여섯에 인턴 셋, 매니저에 트레이너들까지 모두 들어왔음에도 답답함 없이 회의실에 갇혀 있을 때보다 오히려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오늘 회의는 어디까지나 그룹 간 협의를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일 뿐, 컨펌 절차를 비롯한 사내 프로세스는 이제 막 시작됐을 터. 윤새빛의 질문에 엠케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

“시간 있을 때 시작해 둬야죠. 켐콘 첫 도전인데 선배들하고 같은 시간 축에서 달리면 되나요.”

엠케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은규와 이환이 덧붙였다.

“어차피 팀별 세 곡 하는 건 정해져 있고 저희야 이제 데뷔했으니 할 만한 곡이래 봐야 뻔하죠.”

“셔플 유닛 연습까지 시작되면 진짜 정신없을 테니 시간 여유 있을 때 이쪽 바짝 잡아 놓고 시작하는 게 좋겠죠, 아무래도.”

세 사람의 설명을 듣고 있던 인턴들이 감탄할 새도 없이 인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시작할까.”

“뭐부터 할래?”

“튜토리얼부터 가야지?”

“좋아. 그럼 인턴분들은 저희가 맞춰 볼 동안 잠깐 기다려 주실래요?”

엠케이의 말에 인턴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남궁찬이 중얼거렸다.

“와 나 내 파트 까먹었는데.”

“자랑이냐.”

“수치를 모르는 남자, 남궁찬.”

이환과 은규가 한심하다는 듯 내뱉자 남궁찬이 지지 않고 버럭 목소리를 높였다.

“아 왜 뭐. 인간은 원래 망각의 동물이라고.”

“인턴분들이 보고 계신 데 추하게 진짜 그럴래.”

“틀리는 사람이 아이스크림 사 오기 어때?”

재이의 제안에 남궁찬이 체념했다는 듯 투덜거렸다.

“그냥 나보고 사 오라고 해.”

“수치는 모르지만, 포기는 아는 남자, 남궁찬.”

이환의 말에 다시 얼마간 티격태격하던 멤버들이 이내 익숙한 포메이션으로 연습실의 가장자리에 포진하자 그 앞쪽으로 재이와 인혁이 마주 보고 섰다.

“와, 이걸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게 된다니.”

옆자리의 황민민이 중얼거렸다. 윤새빛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 장면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눈을 빛내며 눈앞에서 곧 펼쳐질 검무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파티의 데뷔곡 [Like a Tutorial]은 도입부의 대련 안무가 독특한 무대였다.

“몇 승 몇 패였더라?”

정이호가 무심코 중얼거린 한마디에 모두의 시선에 그에게 쏠렸다. 일부러 큰 소리로 내뱉은 말도 아니었는데 그 넓은 연습실에 묘하게 잘 울려 퍼진 타이밍 탓에 정이호가 무안한 듯 어깨를 움츠렸다.

“…죄, 죄송합니다?”

당황한 정이호가 일단 내뱉은 말에 인혁이 미간에 주름을 팍 잡은 채 퉁명스럽게 말했다.

“죄송할 거 없어요.”

그러자 그 반응을 기다렸다는 듯 다른 멤버들이 하나둘 끼어들어 말을 보태기 시작했다.

“그럼 그럼. 이호 씨가 죄송할 게 뭐가 있어요. 한 사람한테 그 정도까지 당한 누군가가 죄송해야지.”

“그쵸 그쵸. 아예 1승도 못 했으면 기억이나 날까, 애매하게 이기는 바람에 아무도 기억을 못 하잖아.”

“아마 10승도 못했지 않나?”

“5승 정도는 했던 것도 같은데.”

“시끄럽고, 정수 형, 음악 좀 틀어 주세요. 맞춰 보죠. 한재이 준비됐지?”

멤버들의 말을 끊어 내고 속사포처럼 내뱉은 인혁의 말에 연습실 한편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매니저 홍정수가 재빨리 사운드를 조정했다. 이윽고 파티의 데뷔곡 [Like a Tutorial]의 전주가 흐르기 시작하자 왁자지껄 시끄럽던 연습실이 순식간에 정적이 내리깔렸다.

타-악!

석관이 미리 가져다 둔 목검 두 개가 맞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순식간에 간격을 좁혀 뛰어든 인혁의 공격을 가볍게 흘린 재이가 몸을 돌려 인혁의 뒤로 돌아 나가 그대로 목검을 휘둘렀다.

‘으왓, 저거 맞는 거 아니야?’

재이의 거침없는 동작에 새빛이 몸을 움찔 떨었다. 그러나 익숙한 듯 몸을 숙여 그 공격을 피한 인혁이 한 손으로 바닥에 짚고 몸을 낮추며 재이의 다리 쪽을 노렸다.

타닥.

미리 움직임을 읽은 듯 인혁의 공격을 걷어 낸 재이가 이번엔 간격을 벌리는 대신 재빨리 안쪽으로 좁혀 들며 목검을 휘둘렀다.

탁- 탁- 탁- 탁.

리듬을 타듯 두 자루의 목검이 공중에서 연달아 맞부딪치더니 어느 순간 팽팽하게 맞서고 있던 두 사람 사이의 균형이 흔들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인트로의 마지막 소절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재이가 들고 있던 목검이 인혁의 목덜미를 겨누었다.

“……. 와, 쩐다.”

옆에 앉은 황민민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윤새빛이 뭐라 대꾸하기도 전에 본격적으로 무대가 시작되었다. 재이와 인혁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던 다른 멤버들이 순식간에 연습실 중앙으로 꽉 차 들어오고 다음 순간 동작 다 까먹었다던 남궁찬이 반 바퀴 공중회전을 돌아 자신의 포지션을 찾아 들어갔다. 망설임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에 정이호가 나직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 까먹었다더니… 기만이었어.”

윤새빛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심 중얼거렸다.

‘그거네. 시험 전날 공부 하나도 안 했다고 우는 게 습관인 전교 1등.’

조금 전까지 자신들과 가벼운 말들을 주고받으며 웃고 떠들던 분위기는 이미 온데간데없었다. 집중한 멤버들이 숨소리조차 흐트러뜨리지 않고 안무를 이어가는 가운데 곡은 이미 클라이맥스였다. 여섯 명의 멤버가 수천 수백 번 반복하고 또 반복해서 만들어 내 한 치의 흐트러짐도 용납하지 않는 칼군무에 윤새빛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꾹 말아쥐었다.

‘저기에, 우리가 낄 틈이란 게 있을까.’

당연하게도 여섯 명으로 이미 완벽한 세계였다.

거기에 자신들 셋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새삼 스스로가 불순물처럼 느껴져 견딜 수가 없었다. 윤새빛은 저도 모르게 눈썹을 콱 찌푸렸다. 그 순간 센터에 선 재이와 눈이 마주쳤다.

“…….”

거봐, 내가 힘들 거라고 했잖아.

자신과 마주친 재이의 눈빛이 마치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듯한 기분에 윤새빛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이대로 꼬리 말고 물러설 수야 없지.’

일순 흔들렸던 마음을 다잡으며 윤새빛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

.

.

“헉… 헉……. 괴… 괴물.”

몇 시간 후.

연습실 바닥에 널브러진 윤새빛은 단내가 나는 듯한 숨을 몰아쉬며 중얼거렸다. 그의 시선이 멎은 곳에는 땀에 흠뻑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거울 앞에서 다시 자세를 가다듬고 있는 한 사람의 뒷모습이 있었다. 질 수 없다는 생각에 다시 일어나려고 기력을 끌어모으는데 옆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대로 앉아 있어요. 처음부터 다 따라잡으려고 욕심내지 말고.”

고개를 돌려 보니 언제부터였는지 자신을 쳐다보고 있던 인혁과 눈이 마주쳤다.

“그… 그래도.”

“리더 말 들어요. 우리도 쟤 따라가려면 벅찬데 새빛 인턴님께는 아직 무리지. 연습생 때랑은 또 다르다니까 이게. 나랑 쟤가 정상 범주예요.”

엠케이가 이어 말하며 연습실 한쪽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그쪽으로 고개를 돌려 보니 저처럼 바닥에 주저앉은 은규가 저처럼 탈탈 털린 표정으로 한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었다.

“사실 난 아직도 못 하겠거든.”

은규가 특유의 팔자 눈썹을 축 내려뜨리며 한숨과 함께 내뱉자 인혁이 윤새빛을 비롯한 인턴 세 명을 돌아보며 말했다.

“우리 중에도 한재이 체력 따라가는 녀석 몇 없어요. 나랑, 저기 저 무식하게 힘만 센 남궁찬 정도니까.”

인혁이 재이가 있는 쪽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다시 동작을 맞춰 보고 있는 재이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오만 인상을 다 찌푸린 남궁찬이 마찬가지로 재이와 동작을 맞춰 가고 있었다.

“자신의 한계를 파악해 두는 것도 중요해요. 알죠? 무식하게 때려 붓듯 연습하는 게 오히려 독이라는 거. 조급해하다가는 몸만 망가진다고.”

인혁의 말에 엠케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뭐, 머리로 아는 거랑 실제로 하는 거랑은 다르니까 그 심정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엠케이가 고개를 돌려 재이와 남궁찬 쪽을 바라보았다.

“야아아, 한재이 거기 틀렸어 너!”

“안 틀렸는데.”

“아냐, 틀렸어! 여기 왼쪽 스텝이 먼저 나가야지.”

“멍청아, 그건 1절이고. 지금 2절째잖아.”

“아 맞네.”

두 사람이 투덕거리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윤새빛에게 엠케이가 물었다.

“아직도 재라인 하겠다는 마음엔 변함없는 거예요? 저기가 탄탄대로처럼 보여도 사실 가시밭길인데.”

막말로 저 체력을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을 해 봐요.

엠케이의 말에 윤새빛이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 떨었다. 그건 그랬다. 그렇지만.

“…체력이야 꾸준히 하다 보면 늘겠죠.”

“이야, 근성 좋네요. 이건 인정.”

엠케이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윤새빛에게 물었다.

“그래서, 각오는 됐어요?”

“네? 무슨 각오요?”

“한재이랑 붙을 각오 말이에요.”

“예??”

저분이랑요?

윤새빛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

.

.

‘어, 어쩌다가 이런 꼴이.’

윤새빛은 손바닥에 들어차는 땀 때문인지 자꾸 손안에서 미끄러지는 목검을 고쳐 쥐며 맞은편의 상대를 쳐다보았다. 자기보다 살짝 작은 키였건만 어쩐지 이쪽이 압도당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긴장할 것 없어요. 처음이니까, 스텝하고 동작 맞추는 것만 먼저 좀 볼 테니까.”

“와 뭐지. 차인혁이랑 할 때는 처음부터 몰아쳤던 것 같은데. 같은 사람 맞나?”

“그러게. 한 선생님, 인턴이라고 너무 봐주는 거 아닙니까?”

재이의 말에 주변에서 구경 중이던 엠케이와 남궁찬이 야유를 터뜨렸다.

“거기 뮤트 좀.”

“앗, 쏘리.”

평소 같았으면 몇 마디 더 받아 줬을 재이가 차갑게 끊어 내는 말에 엠케이가 목을 움츠리며 짧게 사과했다. 조용해진 연습실에 긴장감이 차올랐다.

검도 유단자인 인혁과 달리 눈앞의 이 인턴은 그냥 덩치만 큰 어린애였다. 춤이나 좀 춰 봤지 검을 들고 휘두르는 것은 생판 처음이라는 말이었다.

‘차인혁하고 똑같이 대하라니. 그건 이제 막 기어 다니기 시작한 아이에게 뛰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지.’

맞은편에서 영 어설퍼 보이는 자세로 목검을 쥐고 있는 윤새빛을 바라보며 재이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켐콘에서 할 팀별 무대에 인턴을 섞는 것은 사실 재이로서는 끝까지 반대하고 싶었던 일이었다. 이제 막 데뷔한 그룹에게 뻐꾸기 알을 던져 주고 품으라니. 양심들도 없으시지. 재이는 당최 속을 알 수 없는 문선일 대표의 얼굴을 떠올리고는 내심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거나 위에서 까라는데 시늉이라도 해야지 어쩌겠는가. 멤버들과 기획팀의 심진우, 김석관까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내놓은 것은 결국 [Like a Tutorial] 의 재구성이었다. 기존에 여섯 명으로 짰던 안무를 아홉에 맞게 재편성하고 도입부의 검무는 인혁 대신 인턴 중 한 사람과 재이가 맡기로 했다.

그리고 재이를 제외한 멤버들은 만장일치로 첫 만남에서 당당하게 한재이의 후계자를 자처한 윤새빛에게 그 대역을 맡기기로 했다.

‘이런 거 해 본 적 없다는 게 조금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뭐 진검 휘두르는 것도 아니고 운동 신경은 있어 보이니 합만 잘 짜서 들어가면 어느 정도 흉내는 내겠지.’

재이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여전히 어색한 표정으로 애매하게 서 있는 눈앞의 인턴에게 말했다.

“천천히, 아까 가르쳐 준 순서대로 휘둘러 봐요. 내 움직임 신경 쓰지 말고.”

재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윤새빛이 자신 없는 동작으로 목검을 쥐고 있는 팔을 뻗었다.

“이, 이렇게요?”

“좀 더 자신감 있게 뻗어도 돼요. 어차피 안 맞으니까.”

덤덤한 재이의 말에 윤새빛이 어깨를 움찔했다. 한쪽 구석에서 두 사람의 움직임을 구경 중이던 멤버들이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와, 얄미운 거 봐.”

“근데 또 맞말이라 뭐라 할 수도 없고 막.”

엠케이와 은규가 중얼거리는 말에 남궁찬이 고개를 갸웃하며 내뱉었다.

“왜, 오히려 안심하고 휘두를 수 있어서 좋은 거 아닌가?”

“남궁찬에게 자존심이란.”

“먹는 거 아니면 의미 없다.”

“존경스럽다, 그 한결같음.”

이환의 한마디에 남궁찬이 어깨를 으쓱거리는 찰나 재이의 시선이 멤버들을 향했다.

“나가.”

짧은 그 한마디에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멤버들이 하나둘 엉덩이를 떼고 일어나 연습실 문 쪽으로 몰려 나가는 것에 구경 중이던 정이호와 황민민이 덩달아 걸음을 옮겼다.

“아, 인턴분들은 남아 있어도 돼요. 저것들 정신 사납게 굴어서 나가라고 한 거니까.”

재이가 정이호와 황민민을 둘러보며 말하자 옆에 있던 인혁이 냉큼 끼어들었다.

“난 입 안 열었으니까 있어도 되지?”

“그러던가.”

재이의 허락이 떨어지자 다시 제자리에 앉는 인혁을 보고 엠케이가 투덜거렸다.

“와 차인혁 배신자.”

“시끄러워, 방해되니까 나가라잖아.”

“아이고 예, 예.”

재이의 한마디에 말 잘 듣는 어린아이들처럼 줄줄이 바깥으로 나가는 멤버들의 뒷모습을 신기한 듯 쳐다보던 윤새빛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고는 재빨리 자세를 바로 했다.

“한눈팔지 말고 집중해요. 이거 잘못하면 우리 둘 다 다칠 수도 있으니까, 합 제대로 짜 놓고 익혀야 한다고요. 새빛 씨 아까 보니까 움직임이 나쁘지 않아서 해 보자고 한 건데. 자신 없을 것 같으면 다른 분으로 바꿔 줄게요.”

아예 넓은 연습실 저 반대편 구석에 얌전히 구겨져 앉은 인혁과 그 옆에 나란히 앉은 나머지 두 인턴을 훑어본 재이가 다시 윤새빛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럴 수는 없지.

윤새빛이 입술을 꾹 깨물고는 대답했다.

“아닙니다, 잘할 수 있습니다. 맡겨 주세요!”

인혁의 옆에서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온 것도 같았지만 알 바 아니었다.

가시밭길이건 시궁창이건 한 번 타기로 한 라인을 인제 와서 바꿀 생각은 없었다.

‘이래 봬도 노빠꾸 직진 인생이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윤새빛이 목검을 있는 힘껏 휘둘렀다.

“아앗!!!”

그러나 다음 순간, 윤새빛은 빠져나가서는 안 되는 무언가가 손에서 쑥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고 뒤늦게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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