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퇴출 1호 아이돌 연습생이 되었다-139화 (139/224)

#139

심상치 않은 4인조 셔플 유닛

“아앗!!!”

정이호는 윤새빛의 손에서 쏘아져 나온 목검이 그의 맞은편에 서 있던 재이를 향해 쏜살같이 날아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피해요!!!”

“한재이!!”

“으아아아악!!!!!!”

연습실 반대편에서 구경하고 있던 정이호와 인혁, 그리고 황민민이 튀어 오르듯 달려들었다. 그러나 이미 목검은 재이의 코앞까지 날아가 버린 뒤였다.

타-악!

텅…….

“…허 …헐…….”

정이호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넋을 놓고 그 자리에 멈추어 서 버렸다. 정면을 향해 날아든 목검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던 재이가 크게 뒤로 물러서면서 들고 있던 목검을 휘둘러 날아오던 것을 그대로 쳐 내 버린 것이다. 마치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진 것에 정이호는 넋을 놓은 채 눈은 크게 뜨고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말도 안 돼.’

나 지금 꿈꾸고 있는 거 아니지?

정이호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힐끔 제 옆을 살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당장이라도 뛰어들 듯한 기세였던 인혁도, 음향 기기와 자재들로 둘러싸여 뛰어오지는 못하고 그 자리에서 비명만 지르고 있던 회사 직원들도 손에서 목검을 쏘아 버린 당사자, 윤새빛도 모두 놀란 나머지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 끝에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태연한 표정의 재이가 발치에 떨어져 여전히 팽그르르 회전하고 있는 목검을 느긋한 동작으로 주워 들고 있었다.

“한재이!!! 괜찮아? 다치지 않았어?”

뒤늦게 정신을 차린 듯 인혁과 김석관을 비롯한 스태프들이 재이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자신을 양쪽에서 붙들고 위아래로 꼼꼼하게 살피는 석관과 인혁에게 성가시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재이가 말했다.

“괜찮아요. 안 다쳤어요.”

“진짜야? 진짜 괜찮아?”

“아 진짜 괜찮다고. 저리 가, 쫌.”

저를 물건이라도 되듯 이리저리 뒤집어 가며 살피는 두 사람의 손길을 뿌리친 재이가 이쪽을 돌아보는 것에 윤새빛이 황급히 허리를 반으로 접으며 큰 소리로 외쳤다.

“죄… 죄송합니다!!!”

자칫 대형 사고가 날 뻔한 참이었다.

윤새빛이 잔뜩 목을 움츠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우리 인턴님은 목검 쥐는 법부터 배워야겠네요.”

“…으예?”

한 대 얻어맞아도 할 수 없다고 어금니 꽉 깨물고 있던 윤새빛은 머리 위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슬쩍 위를 올려다보았다. 조금 전 얼굴로 목검을 받을 뻔했던 사람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평소와 다름없는 덤덤한 표정의 재이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제가 너무 쉽게 봤네요. 이게 차인혁하고 하던 게 버릇이 돼 가지고. 새빛 씨는 일단 목검 쥐고 휘두르는 법부터 가죠.”

“검도 교실 차릴 일 있냐. 아서라. 이 꼴을 두 번 보느니 내가 하고 말지.”

재이가 윤새빛에게 건네는 말을 듣고 있던 인혁이 끼어들었다. 어지간히 놀랐는지 평소보다 빠른 말투로 쏘아붙이는 인혁의 말에 재이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꾸했다.

“그건 아니지. 인생 삼세판인데.”

“보살 나셨네. 이게 장난이냐.”

“너는 내가 지금 장난하는 거로 보이냐.”

“후, 너랑은 말이 안 통하고. 형, 이거 어떡해요? 저는 일단 반댑니다.”

보통 이런 경우 못 이기는 척 재이가 제 고집대로 하게 놔두는 편인 인혁이 드물게 단호한 어투로 고개를 가로젓고는 댄스 트레이너 김 선생을 돌아보았다. 김 선생은 재이와 인혁, 그리고 윤새빛과 인턴들을 차례로 둘러보고는 입을 열었다.

“다들 놀랐을 테니 오늘 이 파트는 일단 그만하자. 여기서 다시 안무 변경하려면 기존 포메이션도 바꿔야 하니까. 어느 쪽이건 엠케이랑 남궁찬이 있을 때 다 같이 한번 다시 보는 게 좋을 것 같네. 아무튼 오늘은 새빛이도 놀랐을 테니 좀 쉬고 재이 너는 혹시 모르니까 의무실에 가서 선생님 한번 뵙고 와.”

김 선생의 말에 재이가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아니 저거 나한테 닿지도 않았다니까요. 아까 다들 봤잖아요.”

그래, 봤지. 네가 혼자 무쌍 찍는 거.

속으로 중얼거리며 김 선생이 대답했다.

“알아. 봤는데. 너 팔꿈치 다치고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 아까 그거 소리 크게 나던데 혹시라도 다쳤던 데 무리해서 쓴 거면 큰일 나니까 의무실 가서 확인받고 오라고.”

“아니 애초에 그게 걸렸으면 나한테 이 안무를 맡기질 말았어야죠…….”

자신의 말을 들은 재이가 투덜대자 김 선생이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래 그러잖아도 난 좀 탐탁지 않긴 했어. 아무리 젊은 나이라고 해도 한 번 다친 데는 조심 또 조심해야 하는 법인데. 너희들, 몸이 재산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줄 아냐. 그래, 역시 말 나온 김에 한재이를 빼고 다른 멤버로…….”

“아니, 그런 뜻이 아니고요.”

자신의 말을 가로막는 재이에게 김 선생이 팔짱을 끼며 짧게 말했다.

“그럼 얌전히 의무실에 다녀오던가.”

“네. 알겠습니다.”

팔꿈치 부상이 반쯤 각본에서 나온 것이었다는 사실을 설명하느니 의무실에 다녀오는 편이 낫겠다 싶었던 재이가 고개를 끄덕이는데 연습실 문이 열리며 다른 녀석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차인혁, 한재이! 아빠 왔다-!”

“너 같은 땅꼬마 아빠한테서 나오기엔 애들 기럭지가 너무 긴 거 아니냐.”

가장 앞장서 들어오며 외치는 엠케이의 말에 뒤따라 들어오던 이환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이환 네가 기어코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는구나.”

“아 실례. 너무 ‘나 좀 건드려 주소’라고 당당히 나와 있는 코털처럼 보여서 그만.”

“오냐 그래 오늘 나랑 아주 끝장을 보자.”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을 지나쳐 들어온 남궁찬이 환한 웃음과 함께 아이스크림이 가득 든 봉지를 흔들어 보이며 외쳤다.

“아이스크림 먹고 하자! 자자, 인턴분들도 어서 오세요. 역시 안무 연습 하고 먹는 아이스크림이 꿀이지!”

“야 잠깐, 너희들 내가 초콜릿, 유지방 들어간 건 안 된다고 했지!”

녀석들이 하나둘씩 집어 들어 얼른 입에 물고 있는 아이스크림들을 확인한 김석관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지레 찔린 은규가 화들짝 놀라 외쳤다.

“으악 석관이 형, 그게 아니고요, 남궁찬이 사도 된다고 자기가 책임지겠다고.”

“아니 내가 언제! 혼나기 전에 먹어 버리면 그만이라고 좋다고 산 인간이 누군데!”

연습실 안이 순식간에 시장 바닥처럼 시끌시끌해졌다. 석관을 비롯한 매니저들이 주변을 돌아다니며 아직 다 먹지 않은 녀석들의 고칼로리 아이스크림을 빼앗고 있는 것을 곁눈질하며 허겁지겁 세 입 만에 매로나를 끝장낸 엠케이가 띵한 골을 문지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제야 연습실에 남아 있던 사람들의 분위기가 어딘가 좀 불편해 보이는 것을 눈치챈 엠케이가 고개를 갸웃하며 재이에게 물었다.

“한재이, 우리 없는 사이에 설마 인턴분들 군기라도 잡았냐?”

그러자 전문 몰이꾼 남궁찬과 이환이 즉각 떡밥에 반응했다.

“헐 설마. 아직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이에?”

“한재이가 성질머리는 더러워도 꼰대질은 안 할 줄 알았는데.”

매니저에게 쌍쌍바 한쪽을 빼앗기고 울적해 있던 은규가 가세했다.

“차인혁은 안 말리고 뭐 했냐?”

“시끄럽고 아이스크림 다 먹었으면 조금만 더 맞춰 보자.”

평소 같았으면 적당히 장단을 맞춰 줬을 인혁이 눈썹을 팍 찡그리며 나직이 내뱉는 말에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엠케이가 표정을 굳히며 재이에게 물었다.

“뭐야 진짜 무슨 일 있었던 거야?”

걱정과 호기심이 섞인 멤버 네 사람의 눈길에 재이가 하는 수 없다는 듯 짧게 한숨을 내쉬며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대답했다.

“아니 별건 아니고. 아군인 줄 알았더니 자객이었더라고.”

하마터면 그대로 당할 뻔.

재이가 힐끔 턱짓하며 중얼거린 말에 윤새빛의 얼굴이 울상으로 일그러졌다.

* * *

“이게 누구야, 믿었던 도끼에 거하게 발등 찍혔다고 소문이 자자한 한재이 씨잖아.”

“발등 찍히기 전에 걷어 냈는데. 역시 소문이란 믿을 게 못 되나 보네요.”

며칠 후.

셔플 유닛의 곡 작업을 위해 스튜디오를 찾은 재이는 먼저 도착해 있던 에이미가 자신을 발견하고 말을 걸어오는 것에 꾸벅 인사하며 대답했다.

연습실에서 있었던 일은 혹시라도 인턴들에게 해가 갈까 우려해 조용히 넘어가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그래도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김석관 또한 담당 연예인의 안전 확보에 소홀했다는 이유로 맹주찬 본부장에게 불려 들어가 따로 긴 시간 훈계를 들어야 했다.

재이의 괴물 같은 순발력이 아니었다면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만큼 윗선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었다. 후배가 선배 얼굴을 목검으로 후려치는 장면이라니. 만일 정말로 일어났다면 역사에 길이 남을 하극상이었을 터였다.

“오늘 그 자객은 안 데리고 왔어? 얼굴 좀 볼까 했더니.”

“아, 다른 스케줄 갔어요.”

“뭐야, 인턴 너무 빡세게 굴리는 거 아니야?”

“선배님이 그런 말씀 하시니까 신선한데요.”

[스텝 업]에서 이환을 굴리던 에이미를 기억하는 재이가 새삼스럽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자 에이미가 피식 웃고는 잘 관리된 애쉬그린 색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재이는 그런 에이미를 바라보고는 본의 아니게 회사 내에서 자객이라는 별명을 얻어 버린 윤새빛을 떠올렸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소속사 선배의 얼굴에 목검을 내던진 꼴이 된 윤새빛은 [Like a Tutorial] 의 대련 안무를 위해 따로 검도를 배우러 다니겠다는 뜻을 밝혔다.

연습생이라고는 해도 차기 데뷔 조라고 거론되며 파티의 스케줄을 따라다니고 있는 이상 윤새빛에게도 남는 시간이란 게 있을 리가 없었다. 어차피 한 번 서는 이벤트성 무대,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재이를 비롯한 주위가 만류했지만, 본인의 의지가 꽤 확고한 듯했다.

‘보기보다 고집 있는 성격인가 봐.’

저에게는 항상 생글생글 웃는 낯이던 윤새빛의 얼굴을 떠올리며 재이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인혁이는?”

“걘 촬영 있어서 그거 끝나고 오느라 오늘 중간부터 합류할걸요.”

“잘나가네. 상혁 선배에 가릴 줄 알았더니. 반응 좋잖아, ‘찐빵남’?”

“걔가 어디 가서 밥그릇 뺏길 놈은 아니라서요.”

에이미의 말에 재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오디션에서 몇 번의 고배를 마신 끝에 들어가게 된 이번 드라마에서 인혁이 맡은 역할은 주인공 남녀가 오며 가며 이용하는 편의점의 야간 아르바이트생이었다.

찐빵 홀릭인 여자 주인공 피셜 주변 편의점을 통틀어 이곳 야간 아르바이트생이 쪄 내는 찐빵이 가장 맛있다는 말 덕에 ‘찐빵남’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모양이었다. 덕분에 ‘찐빵남인데 왜 존잘생이냐’, ‘얼굴 보면 뭐든 존맛일 듯’이라는 평을 들으며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 소소하게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비제이 선배야 집합 시간 땡 해야 아슬아슬하게 올 테니 그렇다 치고. 그나저나, 오리지널 곡이라니 부담 백배인데.”

“무대장인이 두 분이나 계신데요 뭘. 이 후배는 아무 걱정이 없습니다.”

“아부도 잘하네.”

재이의 직접적인 칭찬이 마음에 들었던 듯 툭 내뱉은 말과는 달리 에이미가 씩 웃었다.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콘서트의 특성상, 관객들의 인지도가 낮은 곡, 혹은 신곡을 무대에 올리는 것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다.

생판 처음 듣는 곡에 반응하기란 아무리 팬심으로 모여 든 관객들 처지에서도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이었다. 사전에 음원을 공개한다고 해도 기존 곡들이 이미 쌓아 올린 인지도를 포기하고 오리지널 곡으로 무대를 구성한다는 것은 결국 그 자체로 모험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그 모든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오리지널 곡을 무대에 올리겠다는 것은 회사가 이 4인조 혼성 유닛에 얼마나 큰 기대를 하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대목이었다.

“곡은 좋은 것 같던데요.”

에이미의 눈썹이 찌푸려지는 것을 본 재이가 운을 뗐다.

“곡까지 안 좋았으면 한다고 안 했지.”

“하긴.”

자신의 말에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이는 재이를 힐끗 바라보며 에이미가 물었다.

“그 작곡가, 댄디노? 난 처음 듣는 이름이던데. 혹시 들어 본 적 있어?”

“아뇨. 저도 처음이요. 근데 센스 좋던데요.”

“그러게. 내가 우리 회사 작곡가 중에 모르는 분 별로 없는데 들어 본 적 없는 이름인데. 해외에서 가져왔나?”

“소문엔 대표님의 숨겨 둔 비밀 병기라는 얘기가 있던데요.”

재이는 얼핏 김석관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리고는 에이미에게 말했다. 그 말에 에이미가 재미있다는 듯 눈을 빛내며 말했다.

“뭐지? 나 그 비슷한 얘기 예전에도 들은 적 있는 것 같은데.”

“그래요?”

“어, 왜 있었잖아. 퇴출 1호라고 불리던 애.”

“…선배님.”

한숨과 함께 나직한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는 재이를 쳐다보며 에이미가 재미없다는 듯 짧게 내뱉었다.

“농담인데. 안 웃네.”

“선배님도 농담 되게 재미없게 하시는 타입이구나.”

“너는 선배한테도 할 말은 다 하는 타입이고?”

“아시면서.”

재이의 말에 ‘한마디도 안 지니 어쩜.’이라며 에이미가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이, 스튜디오의 문이 열리며 사람들이 들어왔다.

“오, 벌써 모여 있었네? 역시 칼출퇴의 모범 켐돌들다워.”

“선배 2분 20초 지각이야. 저녁은 선배가 사요.”

“와 에이미 독한 거 봐라. 그걸 또 초 단위로 재고 있었어.”

“피차 시간이 돈인 사람들끼리 왜 이러실까.”

스튜디오로 들어서는 비제이를 향해 잔소리를 쏘아붙이던 에이미가 그를 뒤따라 들어오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인사했다.

“와 장세은 팀장님, 오랜만이에요.”

“에이미, 잘 지냈어?”

AR 1팀의 장세은 팀장이 모습을 드러낸 것에 에이미가 반색하며 벌떡 일어나 인사를 건넸다. 장세은이 가담한다는 것은 케이엠이 진심이라는 뜻이었다. 에이미가 뒤늦게 의욕이 샘솟는다는 듯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상혁 선배 군대 가서 좋긴 좋네. 팀장님이 이렇게 직접 다 챙기시고.”

“네가 아니라 여기 요새 잘나가는 대세돌 분들 때문에 오신 거겠지.”

비제이의 핀잔에 에이미가 팔짱을 낀 채 재이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투덜댔다.

“아 그런가? 뭐야 위쪽 겨우 치웠다고 생각했더니 그 틈에 아래쪽에서 치고 올라오는 거냐고.”

“인생이 다 그런 거지.”

“어휴, 선배님들 초반부터 분위기 너무 살벌한데 살살들 하시면 안 됩니까.”

재이가 눈치껏 끼어들어 너스레를 떨자 에이미와 비제이가 그런 그를 쳐다보며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혀를 찼다.

“이거 봐, 얜 쫄지도 않아.”

“재미없다니까.”

“아 뭐 해? 어서 들어와.”

그런 세 사람을 바라보고 있던 장세은이 여전히 문가에서 서성이고 있는 한 사람을 돌아보며 말을 건넸다. 그제야 재이는 비제이 어깨너머의 출입문으로 쭈뼛거리며 들어오고 있는 사람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어?”

그 사람의 얼굴을 확인한 재이가 의외라는 듯 얼빠진 소리를 냈다. 그런 재이와 시선이 마주친 그가 입을 열었다.

“오래간만이야. …어, 그렇게 오랜만도 아닌가?”

거기에는 삼화 엔터에서 ‘카이저’로 데뷔했다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붕괴 직전인 팀에서 탈퇴하고 케이엠으로 돌아왔던 김도연이 어색한 얼굴로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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