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퇴출 1호 아이돌 연습생이 되었다-143화 (143/224)

#143

찐빵남과 양아치

‘이 정도면 아이돌 그만두고 점집이라도 차려야 되는 거 아닌가?’

인혁은 눈앞에서 돌아가는 상황을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며 지금쯤 박예찬과 곡 작업에 한창일 은규의 팔자 눈썹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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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이가 촬영장을 찾은 것은 저녁 시간. 인혁이 언제나 그래 왔듯 미리 도착해 스태프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뒤, 차로 돌아와 잠깐 휴식을 취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잤냐?”

인혁은 차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들려온 목소리에 감고 있던 눈을 뜨고 상대를 바라보았다. 약속대로 떡볶이와 주전부리를 양손 가득 든 재이가 차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왔냐.”

“어. 저녁 먹었냐?”

“아니.”

“그럼 얼른 먹자. 아직 네 차례 멀었지?”

“어, 아마 자정쯤에나 찍을걸.”

“먹고 좀 더 자둬.”

그럼 샷 받을 때쯤엔 아주 예쁘게 부어 있겠네.

빙글 웃으며 나무젓가락을 건네는 재이를 노려보며 인혁이 중얼거렸다.

“악담을 해라 아주.”

한 박자 늦게 합류한 석관을 비롯한 케이엠 스태프들까지 모여 간단하게 저녁을 때운 뒤 인혁은 재이를 데리고 촬영이 한창인 현장으로 향했다. 여기까지 왔으니 피디님은 뵙고 가야겠다고 우기는 재이에게 니가 내 엄마라도 되느냐고 반대해 봤지만 역부족이었다.

‘대체, 무슨 수업 참관 온 부모님이 담임 선생님 만나러 가겠다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까지 할 일이냐고.’

인혁은 오가는 사람들이 자신들을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는 것에 어색하게 재이를 소개하며 촬영장 어딘가에 있을 피디를 찾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 저기 계시네.”

인혁은 마침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던 피디를 발견하고 그쪽으로 다가갔다.

“어? 이게 누구야? 주태온이잖아.”

자신들이 다가오는 것을 발견한 박승해 피디가 인혁의 뒤에서 따라오고 있던 재이를 발견하고는 먼저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한재이라고 합니다.”

“와, 진짜네. 한재이 씨 반가워요. 우진아, 오늘 재이 씨 온단 말 왜 안 했니?”

ZTBC 미니시리즈 [사랑 님, 퇴근은 언제 하나요]의 피디 박승해가 인혁을 극 중 이름인 우진이로 부르며 가볍게 타박했다.

“내가 [불탐정] 엄청 재밌게 봤거든요. 태온이 역할 인상적이었어요.”

피디의 칭찬에 재이가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하고는 대꾸했다.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피디님.”

촬영 현장의 분위기는 꽤 괜찮아 보였다. 아무리 밖에서는 안 새는 바가지라고 해도 인혁의 브라콤 버튼이 꽤 눌리기 쉽다는 것을 알고 있는 재이는 인혁이 잘 적응하고 있을지 조금 걱정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곳 현장에서의 차인혁은 이미 차상혁 동생 차인혁이 아닌 잘생긴 찐빵남 선우진으로 통하고 있었다.

‘제법 그럴싸한데?’

낡은 청바지와 평범한 티셔츠 위로 편의점 조끼를 걸친 채 피디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인혁의 모습이 꽤 그럴싸해 보였다. 자신을 따라다니는 형의 그림자를 지우려고 애쓰는 대신 철저하게 선우진이라는 배역의 가면을 써 버린 인혁의 선택에 재이는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피디님 잠시 와 보셔야겠는데요.”

재이에게 [불탐정]의 비하인드 설정에 대해 이것저것 묻고 있던 박 피디를 조연출이 불렀다. 자신들과 조금 떨어진 곳으로 자리를 옮긴 피디와 조연출을 둘러싸는 스태프들의 분위기가 묘하게 어수선하게 느껴지자 인혁은 설마 하는 표정으로 재이 쪽을 쳐다보았다.

“왜, 뭔데?”

“아니 그냥. 혹시 너 뭐 마그네틱 같은 거 달려 있나 해서.”

“무슨 소리야.”

“어째 사건 사고를 달고 다니는 것 같잖아.”

“대체 뭐라는 건지.”

“아니다. 괜한 소리 했다가 덧나기라도 하면 큰일이니…….”

인혁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꼬리를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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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

“아무래도 심은규보고 진심으로 청계천 다리 밑에 돗자리 깔아 보라고 해야겠다.”

인혁이 중얼거리는 말에 재이가 눈을 치켜떴다. 재이의 옆에서 재빠르게 손을 놀리고 있던 스타일리스트가 ‘재이야, 움직이지 말아 봐’라며 고개를 돌리려는 녀석을 저지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고개를 돌리는 대신 눈앞의 거울 너머로 자신을 바라보며 묻는 녀석에게 인혁이 대답했다.

“그런 게 있어.”

인혁과 재이는 지금 촬영이 진행되고 있는 빌딩 한쪽에 마련되어 있던 출연자 임시 휴게실에 들어와 있었다. 인혁은 어쩌다 보니 몇 시간 후에 자신과 덜컥 촬영이 잡혀 버린 한재이가 분장을 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마침 진행 상황을 확인하러 들어온 조연출이 스타일리스트에게 물었다.

“얼마나 걸려요?”

“한 시간 정도? 시판 약이라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아요.”

그만큼 퀄리티도 조잡하겠지만 다행히도 그게 오히려 캐릭터 특성 같은 거라.

스타일리스트의 대답에 조연출이 고개를 끄덕이며 재이의 옆에 앉아서 구경 중이던 인혁을 향해 말했다.

“다행이네요. 그럼 우진아, 재이 씨 끝나는 대로 현장으로 좀 와 줘. 조 작가님이 지금 대본 고치고 계시니까 대본 나오는 대로 한번 맞춰 보게.”

“네, 그렇게 할게요.”

인혁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연출에게 물었다.

“박 피디님 아직도 화 많이 나셨어요?”

그 말에 몇 시간 전보다 부쩍 늙은 듯 피곤이 덕지덕지 붙은 얼굴로 조연출이 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난리 났지. 카히타마하키가 무슨 엎어지면 코 닿는 옆 동네도 아니고. 거기서 비행기를 못 탄 거면 소속사에서는 아무리 늦어도 어제쯤엔 상황 파악하고 있었다는 얘긴데 이제껏 이쪽에 연락도 안 하고 있었다는 거니까.”

“그거 뉴스에도 났던데. 거기는 거기대로 정신없었던 거 아니예요?”

“뭐, 그래서 결국 이쪽도 어찌어찌 그냥 넘어가긴 할 것 같은데. 소개해 준 류재연 씨만 입장 난처하게 됐지 뭐.”

이 난리는 주연 배우 류재연의 소개로 오늘 카메오 출연이 예정되어 있던 예능인 황동국이 로케지에서 타야 할 비행기를 제때 타지 못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황동국이 로케 촬영을 하고 있던 곳은 재이와 인혁도 가 본 적이 있는 아프리카 근처에 있는 섬, 카히타마하키였다.

황동국의 스케줄이 꼬인 것은 예상치 못한 카히타마하키의 기상 변화 탓이었다. 우기도 아닌 시즌에 며칠 전부터 미친 듯이 쏟아져 내린 폭우는 이쪽의 뉴스에서도 단신 보도로 다룰 만큼 기록적이었다. 결국 카히타마하키의 때아닌 폭우 탓에 제때 비행기가 뜨지 못한 나비 효과가 머나먼 이곳의 촬영 스케줄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었다.

당장 몇 시간 후 촬영이 시작되어야 하는 타이밍에 갑작스럽게 들려온 펑크 소식에 대체 출연이 가능한 배우를 찾기 위해 스태프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가운데, 박 피디의 눈에 띈 것은 아직 촬영장에 남아 인혁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재이였다.

기회를 놓치지 않은 박 피디는 석관과 재이, 그리고 인혁을 불러 상황을 설명하고, 세 사람의 고개가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시켰다. 촬영에 문제가 생겼다는 박 피디의 연락을 듣고 현장으로 달려온 작가가 그 자리에서 대본을 고쳐 쓰는 동안 석관이 회사에 확인을, 박 피디 자신은 CP에게 상황 보고와 함께 ‘주태온’이라는 캐릭터 차용에 대한 상부 승인을 받아 냈다.

“그래도 재이 씨가 마침 현장에 와 있었으니 천만다행이었지 뭐야.”

아니었으면 박 피디님 저 화를 어떻게 다 감당했을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중얼거린 조연출이 준비가 끝나는 대로 나와 달라는 당부와 함께 자리를 떴다.

“자, 끝났다.”

짧은 시간 안에 염색뿐 아니라 주태온 특유의 스타일을 재현해 내느라 진땀을 뺀 스타일리스트가 겨우 해냈다는 듯 안도의 한숨과 함께 짧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소리에 시선을 돌린 인혁은 촬영장에 놀러 온 아이돌 한재이 대신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붉은색 머리카락에 귓가에는 주렁주렁 피어스까지 한 주태온이 제 눈앞에 있음을 발견하고 감탄을 내뱉었다.

“와, 진짜 주태온이네.”

“괜찮지? 다행히 메이크업 박스에 여분으로 가지고 다니던 피어스가 아직 남아있더라고.”

스타일리스트가 뿌듯하다는 듯 중얼거리는 말에 인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새삼스러운 얼굴로 주태온이 된 재이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와, 빨간 머리 하니까 성질이 백배는 더 더러워 보인다.”

“묘하게 욕같이 들리는데.”

“자격지심이겠지.”

자신의 말에 눈을 찌푸리며 투덜거리는 재이에게 되받아쳐 주며 인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준비 끝난 것 같으니 얼른 나가 보자. 피디님 기다리고 계실 듯.”

인혁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며 재이가 투덜거렸다.

“떡볶이 선심 좀 쓰려고 했을 뿐인데 대체 이게 무슨 꼴이냐고.”

“그건 심은규한테 가서 따져라.”

“왜.”

“걔가 너 오면 뭔가 일 벌어질 거라고 플래그 세웠거든.”

“헐. 가만 안 둬, 심은규.”

애꿎은 은규에게 원망의 화살을 돌리며 재이가 중얼거렸다.

* * *

ZTBC 미니시리즈 [사랑 님, 퇴근해도 될까요]는 직장 남녀의 사내 연애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 낸 로맨틱 코미디였다. 최근 대형 자본을 투입한 블록버스터급 액션 드라마가 연달아 런칭하면서 장르적 피로감이 누적된 시청자들을 노리고 제작된 드라마는 아기자기한 맛을 최대한 살린 것이 매력 포인트였다. 자극적인 요소를 최대한 줄여 편하게 볼 수 있어 좋다는 평과 함께 담백하고 깔끔한 연출이 호평을 받으며 드라마는 출연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력을 바탕으로 순항 중이었다.

- 레디, 액션.

피디의 사인과 함께 촬영이 시작되었다.

“꺄아악!! 내 가방! 내 가방!!!”

류재연이 멀찍이 제 가방을 잡아채 달아나는 소매치기범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따라 뛰고 싶었으나 어제 새로 산 8센티 굽의 하이힐을 신은 지금으로서는 무리였다. 조금 전 휘청이면서 삐기라도 했는지 발목이 아파 와 바닥에 주저앉은 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이미 멀어지기 시작한 소매치기범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옆에서 탁,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옆을 돌아보니 편의점 앞 테이블에서 컵라면을 먹고 있던 빨간 머리 양아치가 나무젓가락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시끄럽다고 버럭거리려나.

가방 도둑맞은 것도 서러운데.

류재연이 어깨를 움찔 떠는 사이에 휙- 하고 바람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질끈 감았던 눈을 슬쩍 떠 보니 사나운 인상의 빨간 머리가 소매치기범을 뒤쫓아 뛰고 있었다.

넋 나간 듯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류재연의 얼굴을 카메라가 클로즈업으로 잡았다.

- 컷. 오케이. 곧바로 이어서 갑시다.

류재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저를 제외하고 곧바로 이어진 다음 씬의 촬영을 구경하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우당탕탕-

피디의 슛 사인이 나자마자 전력 질주를 시작한 소매치기범의 뒤를 바짝 쫓아온 빨간 머리가 뒤에서부터 화려한 날아차기 한 방으로 소매치기범을 바닥에 나뒹굴게 만드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는 오만한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보는 동안 뒤늦게 달려온 선우진이 소매치기범을 한쪽 무릎으로 내리누르면서 핸드폰으로 경찰에 신고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와, 저게 된다고? 혹시 쟤 무슨 스턴트맨 출신이야?”

류재연이 저도 모르게 내뱉은 말에 옆에서 구경 중이던 매니저가 대꾸했다.

“그 김용철 무술 감독이 자기 밑으로 들어오라고 했었다잖아. 혹시라도 본업 망하고 갈 데 없으면 받아 주겠다고 언제든지 오라고 했다는데 본업이 너무 잘나가는 거지.”

매니저의 말을 한 귀로 들으며 류재연은 박 피디의 컷 사인이 나자마자 조금 전의 오만한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바닥에 나뒹군 보조 연기자를 부축해 일어나도록 도와주며 같이 의상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 주고 있는 빨간 머리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오늘 엄청 눈치 보일 줄 알았는데 덕분에 수월하게 지나가겠네. 고맙다는 인사는 해야지.”

류재연이 중얼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와, 나 모르는 사이에 우리 드라마 장르 바뀐 줄 알았잖아요. 무슨 액션 영화 찍는 줄.”

박 피디 앞에 놓인 모니터를 둘러싸고 조금 전 찍은 장면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며 류재연이 말했다. 빨간 머리가 자신을 돌아보고는 고개를 꾸벅 숙여 보이는 것에 마주 인사한 류재연이 이어 말했다.

“재이 씨, 도와줘서 고마워요. 재이 씨 아니었으면 나 오늘 박 피디님 뵙기 무서워서 촬영 못 할 뻔했잖아.”

“그럼 카메오에 이어 주연 배우까지 펑크 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뻔한 거네.”

재이 씨가 큰일 한 거 맞네. 맞아.

박 피디가 웃으며 류재연의 말을 받았다.

‘엄청 마음에 드셨나 보네. 입이 아주 귀에 걸리셨어.’

류재연이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재이 옆에 서 있던 인혁을 돌아보고 물었다.

“아이돌은 다들 원래 이렇게 몸놀림이 좋은 거야? 우진이 그동안 몸 근질거려서 어떻게 참았대?”

“다 그렇진 않죠. 쟤가 좀 특이한 거지.”

“에이, 아까 보니까 우진이도 한 액션 하던데? 나중에 액션 한번 찍어야 되는 거 아니야?”

류재연의 칭찬에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 촬영 컷을 확인한 박 피디가 재이를 돌아보며 말했다.

“오늘은 갑작스러운 부탁을 들어줘서 고마워요. 이왕 이렇게 된 거 내가 최대한 멋지게 내보내 줄 테니까 본방 꼭 확인하고.”

“별말씀을요. 항상 다 챙겨보고 있습니다. 완전 재밌는걸요!”

“하하, 재이 씨 사회생활 잘하네. 마음에 들어.”

재이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박 피디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놀러 온 사람한테 일만 시키고 그냥 보내기 좀 미안한데. 음, 어쩔까.”

박 피디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문득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밥 사 주고 하는 건 식상하니까, 나중에 내가 따로 연락할게.”

“와, 뭐지 이거 왠지 큰 건의 냄새가 나는데요, 피디님.”

“아니 뭐 그럴 것까진 없고. 아무튼, 수고했어, 재이 씨.”

박 피디가 재이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 * *

며칠 후 PART.Y 팬 게시판

[찐빵 파는 선우진이 짜장면 파는 주태온이랑 아는 사이라니]

아니 한쪽은 딱 도서관에서 책이나 읽고 있을 것 같은 범생이고 다른 한쪽은 길거리에서 마주치면 백스텝 밟을 것 같은 양아치인데 둘이 아는 사이라니 이런 신박한 설정을 보았나. [사랑 퇴근] 잔잔 힐링물인 줄 알고 보다가 심장 쫄깃해서 돌연사할 뻔했잖아 ㅠㅜ

└ 너=나 ㅜㅜ 둘이 크오 드라마 하나 찍어 주면 안 될까.

└ 2222 온에어 꼴랑 3분에 서사 300편 분량 쌓인 듯한 느낌ㅜㅜ

└ 태온이 컵라면 먹방 넘 찰져서 결국 못 참고 컵라면 깐 1인ㅋㅋㅋ

└ 2인ㅋㅋ 주태온 내 다이어트의 적 ㅜㅜ

└ 근데 후루룩찹 넘 찰진 것ㅋㅋ 거기서 클로즈업이라니 피디님 배우신 분ㅜㅜ

└ 날아차기 미친 거 아니냐고 한재이 신체 능력 무엇

└ ㄹㅇ 그 순간에 심장 터져 뒤지는 줄

└ 근데 우리 애 액션 맛집이라고 너무 돌려쓰는 거 아님?

└ 나도 이거 22 카메오한테 저런 과한 액션씬 필요한가 싶고??

└ 333 그냥 얼굴만 내보내도 감사하게 먹는데 이건 좀 에바지 저러다 애 다치면 누가 책임짐??

└ 444근데 사실 저런 거로 다칠 재재님이 아닌 것도 알고 있음

└ 55555ㅇㅇ알아서 더 복잡한 이 마음ㅜㅜ 우리 애 함부로 쓰지 뫄라 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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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 안 좋아?”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나 걱정된다고.”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는 재이 옆에서 힐끔 그를 돌아본 인혁이 묻는 말에 대답하자 ‘팬분들이 네 실체를 아직도 잘 모르시나 보다.’하고 중얼거린 인혁이 말을 이었다.

“액션 씬 들어간단 소리 나왔을 때 석관이 형이 한숨부터 쉰 이유가 있다니까.”

“황동국 선배 버전대로 태클 건 뒤로 사이좋게 바닥 나뒹구는 씬이었으면 난리 났을 듯.”

“그대로 가자고 했으면 아마 석관이 형이 오케이 안 했을걸.”

인혁의 말에 그도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이던 재이가 생각났다는 듯 물었다.

“그래서, 그 황동국 선배는 무사히 돌아왔대?”

“어? 아 응. 일부러 촬영장까지 찾아왔더라. 그 뒤로도 비 엄청 와서 돌아오는데 엄청 고생했다던데?”

“거기는 벌써 우기인 거야?”

“뉴스 안 보냐. 아니라잖아. 이상 기후인가 뭔가라는 듯.”

“꺼림칙하네.”

“그러게.”

아찔하게 내리쬐던 적도의 태양을 떠올리고 있던 재이는 회의실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비제이와 에이미를 발견하고 꾸벅 인사했다.

“오셨어요?”

“어 그래. 일찍 왔네?”

오늘은 비제이와 에이미, 인혁과 함께 켐콘 한정 유닛 4인조로 출연이 결정된 예능 프로그램의 사전 미팅이 있는 날이었다.

“재이는 결국 그래서 또 빨간 머리가 된 거야? 그러다가 레드가 한재이 시그니처 컬러 되겠어.”

며칠 전 있었던 카메오 촬영 때 머리를 물들인 이후 색을 빼는 대신 염색을 다시 해 조잡함 대신 세련된 레드 컬러로 물든 재이의 머리카락을 발견한 비제이가 말했다.

“안 돼요. 재이 저 머리 색이면 결사반대한다고 학부모 청원 올라올걸요.”

“아 재재님?”

“저런. 부캐가 너무 잘 나가도 힘들겠어.”

인혁의 말에 비제이와 에이미가 웃으며 맞장구치는 사이 예능 프로그램의 피디와 작가들이 들어왔다.

“그런데 말이죠, 여러분은 운명이란 것을 믿으십니까?”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회의실에 앉자마자 피디가 내뱉은 말에 재이를 비롯한 네 명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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