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
갈굼 먹고 크는 나무
“흐흐. 드디어 센터…….”
멤버들의 시선이 이환에게로 쏠렸다.
오늘 무대는 객석에서 볼 두 사람의 몫까지 나머지 넷이 메꾸는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덕분에 그동안 줄곧 호시탐탐 기회만 노려 왔던 센터의 꿈을 이루게 된 이환이 비장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두고 봐, 한재이에게서 센터의 자리를 탈환한 날로 역사에 길이 남게 해 주겠어.”
이환의 말에 그를 바라보고 있던 나머지 세 명이 차에서 내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아직도 포지션에 미련이 남아 있었다니, 참 너도 어지간히 끈질기다, 이환.”
“대체 저 밑도 끝도 없는 욕심은 어디서 저렇게 샘솟는 걸까.”
“그러게. 무슨 지하 암반수냐고. 쉴 새 없이 차오르게.”
그런 세 명의 수군거림에 이환이 발끈해 외쳤다.
“아 왜! 연습 때는 다들 괜찮다더니!”
“괜찮다고 했지 한재이보다 잘한다고 한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이상한 소리를 한다는 듯 남궁찬이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했다.
“칭찬만 골라 믿는 저 취사선택 능력이라니. 놀랍다 놀라워.”
“솔직히 한재이가 성격은 더러워도 노래는 잘 부르잖아.”
남궁찬에 이어 엠케이와 은규까지 가세해 쑥덕대는 소리에 이환이 툴툴거리며 말했다.
“두고 봐라. 너희들 내가 다 후회하게 해 준다.”
물론 그런 이환의 중얼거림을 귀담아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 *
“오래간만이야, 요새 활약이 대단해?”
[불망동 탐정 사무소]의 테이블을 찾아 자리에 앉자 미리 와 있던 홍리세가 우아하게 손을 흔들며 반가운 듯 인사를 건넸다.
“선배님, 안녕하셨어요? 잘 지내셨죠?”
“그럼, 그럼.”
자신의 자리를 찾아 앉는 재이에게 기다렸다는 듯 홍리세가 물었다.
“근데 지난번에 [아리송의 집]에 나왔던 그 박사님이 진짜 형님이라는 게 정말이야?”
“네? 아, 예.”
“그럼 나도 좀 소개해 줄 수 있어? 아무래도 클리닉을 옮겨 봐야 할 것 같았던 참인데 한번 가 볼까 하고.”
그러고 보니 홍리세도 수면 장애가 있다던가. 처음 만났을 때, 자신이 작곡한 자장가를 계기로 자신과 파티에 대해 알게 됐다고 하던 홍리세를 떠올린 재이가 애매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까지는 장담 못 합니다?”
“효과 없으면 누구처럼 전생체험이나 하고 오지, 뭐.”
“하하… 방송 보셨구나.”
“당연하지. 내가 진짜 재재님 방구석 팬 맞다니까? 힘들어 지쳤음에도 세상을 구하기 위해 다시 일어서는 기사님이라니. 넘 매력적이잖아?”
“어휴 선배님, 그만 하세요.”
“하하하.”
민망하다는 듯 손사래를 치는 재이의 반응에 홍리세가 호탕하게 웃었다.
재이를 포함한 4인조 켐콘 유닛 구원자들이 출연한 [아리송의 집]이 전파를 타고 난 후, 대중의 관심은 이들의 전생체험을 도운 전문가가 화려한 약력을 자랑하는 천재 의사라는 사실에 집중되었다.
특히 그 의사가 요새 잘나가는 아이돌 한재이의 친형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한산의 클리닉은 딱히 주소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음에도 몰려드는 손님에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했다.
클리닉은 완벽한 회원제 및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는 탓에 재이나 케이엠 관계자들에게까지 클리닉을 소개해 달라는 의뢰가 한동안 끊이지 않을 정도였으니 방송 출연으로 인한 홍보 효과는 끝내줬다고 봐도 될 듯했다.
‘대체 차도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아니 애초에 내가 뭐 아픈 데가 있길 했어야지.’
재이는 한산의 뻔뻔한 듯 당당한 얼굴을 떠올리며 속으로 투덜거렸다.
재이가 보기에 정기적인 클리닉 방문에서 자신을 위해 한산이 하는 일이라곤 자신이 푹 잘 수 있도록 진료실을 비워 주는 정도였다. 처음엔 경계심에 쉽게 잠들지 못하던 재이도 한산이 다른 의도가 없어 보임을 확인한 요즘은 아늑한 조명이 비추는 진료실의 푹신한 가죽 의자에 뒤통수를 대면 세 시간 동안 한 번도 깨지 않고 푹 자고 돌아오곤 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자는 것은 다른 멤버와 방을 함께 써야 하는 숙소 생활에서는 맛볼 수 없는 편안함이었다.
‘어린애 취급이나 하고 말이야.’
한숨 푹 자는 것을 과연 진료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진료가 끝나고 돌아갈 때쯤이면 한산은 항상 진료실 테이블에 놓인 바구니에서 사탕을 한 움큼씩 쥐여 주곤 했다. 물론 재이는 질색했지만, 한산의 대답은 언제나 한결같았다.
- 당 떨어지면 안 된다.
정정. 어린애 취급이 아니고 노인네 취급인가.
재이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피식 웃었다.
“ZTBC 연기대상, 시청자들이 뽑은 ‘네티즌 인기상’, 영예의 수상자는-.”
“[사랑 님, 퇴근은 언제 하나요]의 스윗한 찐빵남, 차인혁 씨!”
“축하합니다-!!”
시청자들의 사전 투표로 결정되는 인기상 후보에 인혁이 노미네이트 된 덕분에 며칠 전부터 팬덤이 총동원되어 있었다.
투표 경쟁에서 팬덤이 미는 아이돌을 어떻게 꺾냐며 깎아내리는 분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재이가 보기에 그것은 배우 겸업의 길을 선택한 이상 앞으로도 이고 가야 할 부분이었다.
자신도 그렇지만 슈퍼스타의 후광을 받는 친동생이라는 굴레를 평생 짊어지고 살아온 차인혁이 그 정도에 흔들릴 멘탈의 소유자가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성과가 있어서 다행이네.’
저 자존심 높은 인간이 도전하는 오디션마다 보는 족족 떨어지는 수모를 한동안 겪고서야 겨우 따냈던 역할임을 잘 아는 재이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사랑 님]의 출연진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 쪽을 돌아보았다.
주연 배우 류재연을 비롯한 배우들의 축하를 받으며 차인혁이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었다. 난생처음 입어 봤다더니, 입고 있는 턱시도가 마치 엄마 뱃속에서부터 입고 태어난 것처럼 잘 어울렸다.
‘실장님이 협찬을 부르는 외모라고 칭찬하시더니. 그 말이 맞네.’
재이는 컨택 넣기도 전에 알아서 연락이 오더라면서 싱글벙글하던 스타일리스트의 얼굴을 떠올리며 무대로 오르기 위해 걸어오는 인혁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인혁! 축하해!”
카메라에게서 잘 보이도록 축하 인사와 함께 손을 뻗어 인혁의 손을 맞잡고 끌어당겨 가볍게 서로 어깨를 부딪치자 사방에서 플래시가 눈부시게 터졌다. 성큼성큼 무대 위로 올라간 인혁이 상을 받고 수상 소감을 위해 마이크 앞에 섰다.
“아직 많이 부족한 제게 이렇게 상을 주신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선 항상 믿고 응원해 주시는 우리 포션 여러분, 사랑합니다.”
‘포션 퍼스트. 역시 밖에서는 안 새는 바가지의 위엄.’
기특하다는 듯 무대 위의 인혁을 바라보며 재이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항상 힘이 되어 준 파티 멤버들, 특히 제가 연기에 도전할 수 있도록 용기를 준 한재이에게 고맙다고 하고 싶습니다.”
용기가 아니라 갈굼이겠지, 이 찐빵놈아.
재이가 내심 중얼거리며 피식 웃었다.
“…앞으로 더 나은 모습 보여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무대에서 내려오던 인혁과 눈이 마주치자 제가 받은 트로피를 흔들어 보이는 인혁에게 재이가 눈을 찌푸렸다.
“인기상 하나에 저렇게 거들먹거릴 정도면 나중에 연기상이라도 타면 한동안은 아예 안 봐야겠네, 아주.”
재이가 중얼거리는 소리에 옆자리에 앉은 홍리세가 푸핫,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면, 이제 남자 신인상 후보를 만나 보도록 할까요?”
사회자의 멘트와 함께 남자 신인상의 순서가 돌아왔다.
“수상 소감 준비는 했어?”
“네? 저요?”
자신을 향해 장난스럽게 묻는 홍리세의 질문에 재이가 짐짓 놀란 듯 되물었다.
“받아야지, 신인상.”
“어휴. 저는 그냥 여기 앉아만 있는 거로도…….”
자신의 말에 손사래를 치며 대답하는 재이를 바라보던 홍리세가 말했다.
“과례는 비례 몰라? 겸손도 과하면 건방인 거야.”
그런 홍리세에게 재이가 대답했다.
“저는 사실 오늘 베커 상 타러 나온 건데.”
“베커 상? 누구랑?”
“선배님이요. 우리 완전 잘 어울렸잖아요.”
[불망동 탐정 사무소]에서 남매 사이였던 것을 상기시키며 재이가 장난스럽게 웃자 홍리세가 재밌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 그거 좋은데? 차상혁이 없는 틈에 우리끼리 다 해 먹자.”
“좋죠. 제가 원래 그런 거 잘해요. 남의 밥그릇 뺏기.”
“하하하, 못 말려, 진짜.”
홍리세와 몇 마디 주고받는 사이 후보 발표와 각 후보의 드라마 하이라이트 소개가 끝나고 발표의 순간이 왔다.
“ZTBC 연기대상 남자 신인상, 영예의 수상자는-.”
카메라가 이쪽을 클로즈업 하고 있는 것을 느낀 재이가 표정을 가다듬었다.
“[불망동 탐정 사무소] 주태온 역할의 한재이 씨, 축하드립니다!”
“축하합니다!!”
재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같은 테이블의 홍리세를 비롯한 다른 [불탐정] 출연자들, 주변 테이블의 다른 배우들이 건네는 축하 인사에 답하며 주변을 둘러보던 재이는 조금 떨어진 테이블에서 자신을 바라보며 박수를 치고 있는 인혁과 눈이 마주쳤다.
‘봤냐, 신인상의 위엄.’
인혁에게 턱을 추어올리며 웃어 보이고는 그대로 무대 위로 올라간 재이가 트로피와 꽃다발을 건네받고 수상 소감을 위해 마이크 앞에 섰다.
“사실 아까 차인혁 씨가 상 받을 때 부러워서 배 아팠는데. 이제 좀 괜찮아진 것 같습니다.”
재이의 첫 마디에 테이블 석과 객석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저희 파티의 힘의 원천, 포션 여러분 감사합니다. 든든한 리더십으로 이끌어 주신 최재욱 피디님과 당신의 말씀을 번복하면서까지 저의 가능성을 믿어 주신 노영란 작가님, 그리고 스태프 여러분 감사합니다.”
재이는 빠지는 사람이 없도록 되새겨 가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자신만을 비추는 스포트라이트와 객석에서 쉴 새 없이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를 마주하며 무대 위에 서 있자니 파티로서 첫 음방 1위를 달성했을 때가 떠올랐다.
조명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이며 나부끼던 꽃가루들이 주던 그 비현실적인 느낌. 왠지 주변이 새하얗게 타오르는 것 같은 기분에 재이는 들고 있던 트로피를 꾹 말아 쥐며 멘트를 마무리했다.
“…더 좋은 모습 보여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뭔진 모르겠지만 위험했어.
재이는 트로피를 꾹 쥐고 침착하게 테이블석으로 걸어오며 생각에 잠겼다. 조금 전 시야가 하얗게 타들어 가던 감각이 떠오르자 트로피를 들고 있는 손에 다시 땀이 차오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자리로 돌아오자 홍리세가 대견하다는 듯 쳐다보며 말했다.
“난 아직도 상 받으러 올라갈 때면 떨려서 눈앞이 하얘지는데, 대체 어떻게 그렇게 여유롭지?”
“긴장해서 기절할 뻔했는데요. 이것 보세요.”
재이가 여기 손에 땀 난 것 좀 보시라며 제 손바닥을 펼쳐 보이는 사이 사회자석에서는 1부 클로징 멘트가 시작되고 있었다.
“자 그럼, 오늘 1부의 마무리를 장식해 주실 분들의 축하 무대를 보도록 할까요.”
“오늘 이 자리를 축하해 주러 오신 분들은 아주 특별하다면서요?”
“네, 아주아주 특별한 무대를 준비해 주셨다고 합니다.”
‘대체 누가 나오길래 저렇게 약을 치는 거야.’
엔딩 무대의 소개를 위한 멘트를 진행 중인 사회자석을 바라보며 재이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럼 모셔 볼까요? 동료들을 축하하기 위해 4인팟의 레이드에 도전하는 파티입니다!”
‘누가 뭘 한다고?’
사회자의 소개에 재이는 카메라가 자신을 클로즈업 하고 있다는 것도 잊고 놀란 얼굴로 무대를 바라봤다.
[Abyss: 심연]의 익숙한 인트로와 함께 남궁찬, 엠케이, 이환, 심은규 네 명의 파티가 무대 위에 등장했다. 재이는 저도 모르게 인혁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마침 인혁도 자신을 보고 있었던 듯 서로 마주친 눈빛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저거 준비하느라 바빴던 거였어, 그동안?’
녀석들이 뭔가 따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 있다는 것쯤은 눈치채고 있었으나 이런 식의 축하 무대일 것이라고까지는 상상하지 못했다.
“…하?”
인트로에 이어 시작된 랩 파트에 어비스 특유의 묵직한 느낌에 굳어 있던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익숙한 비트가 한 옥타브 높은 코드로 진행되는 가운데 남궁찬과 엠케이가 막드랩을 펼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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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님아 퇴근하자 찐빵 남이 기다린다
퇴근 빵 호빵 야근 빵 찐빵 오늘은 무슨 빵 (빠라바라바라빵)
둘이 먹다 둘 다 죽어서 누가 죽었는지 모르게 됐을 땐
불러 줘 전화해 튀어와 날아와 1588-때옹때옹 (불탐정의 주태온)
원곡과 절묘하게 잘 맞아떨어지는 두 사람의 찰진 랩에 객석이 들썩거렸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정신없는 랩 속에서 물이 차오르듯 서서히 무대를 장악하는 목소리.
재이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차갑고 매끄러운 바이브레이션이 귓가에 울렸다. 화려한 기교에도 음과 율을 놓치는 법 없이 정확히 찍어 내는 세심한 보이스. [스텝업]에서 ‘이미 완성된 보이스’라며 에이미가 감탄했던 보컬 이환이었다.
“우와, 새삼 이렇게 따로 들으니 환이 보컬 좋은데?”
“아니, 애초에 저기서 저렇게 온 힘을 갈아 넣을 필요가 있냐고요.”
감탄했다는 듯 중얼거리는 홍리세에게 재이가 중얼거리는 가운데 부드럽고 탄탄한 은규의 화음과 함께 환비스의 클라이맥스가 터져 나왔다.
걱정하지 마 흔들리지 마 기다리고 있을게
여기 이 자리 너를 (나를) 위한 찜통 속에서
쓸데없이 화려하고 진지하게 뽑아내는 이환의 고음 바이브에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한없이 진지한 이환을 둘러싼 나머지 세 명의 멤버가 나직이 속삭이며 곡이 끝났다.
(아늑해)
(따뜻해)
(신상품 마라 호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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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PART. Y 팬 게시판
[ZTBC 연기대상 보고 마라 호빵 사러 감]
우선 차 리더 인기상, 재재님 신인상 축하해!!! 축하하는 의미로 나 포션 지금 편의점에 마라 호빵 사러 간다!!
└ 222 찜통 속에서 날 기다리는 환비스 만나러 간다 ㅋㅋ
└ 원작자가 제일 신난 원곡 파괴의 현장 ㅋㅋ 진지한 환비스 뒤에 은규랑 엠케이랑 남궁찬 신난 거 넘 웃기는 것ㅋㅋㅋ
└ 재이랑 인혁이 모른 것 같지?
└ ㅇㅇ 애들 올라오니까 띠용한 얼굴 ㄹㅇ꾸욥
└ 그 와중에 쓸데없이 포텐 터지는 환보이스 어쩔거얔ㅋ 연습 진짜 열심히 했나 봐
└ 안 되겠다. 은규야 다음 앨범에서 환이 메보 한번 시켜줘라. 인간적으로 ㅋㅋ
└ 이 새벽에 찐빵 세 개 실화냐 내 다이어트 어쩔거야 환비스 책임져
└ 기다려 나도 찜통 속 환비스 영접하러 간다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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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 속의 지배자가 된 걸 축하한다, 환비스.”
숙소 거실에서 개인 스케줄을 위해 매니저 홍정수의 픽업을 기다리며 핸드폰으로 팬 게시판을 훑던 엠케이가 웃으며 건넨 말에 이환이 억울하다는 듯이 투덜댔다.
“아 뭐야. 왜 결론 코미디냐고.”
그러자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남궁찬과 은규가 차례차례 입을 열었다.
“그러자고 만든 거 아니었어?”
“애초에 그걸 노린 건데?”
“어째서지. 그럼 나 혼자 진지했던 거야, 여태껏?”
어이없다는 듯 분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이는 이환의 반응에 세 사람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한마디씩 내뱉었다.
“그랬나 보네.”
“놀랍게도.”
“안타깝네.”
서로 짠 듯 닮은 꼴인 셋의 반응에 당했다는 듯 억울하다는 듯 씩씩대는 이환을 힐끗 쳐다본 은규가 주변을 둘러보고는 재이가 보이지 않는 것에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근데 한재이 오늘 스케줄 있었나? 쉬는 날인 줄 알았는데?”
“오디션 참가하러 갔을걸?”
엠케이가 끼어들었다.
“오디션? 그 정용재 피디님 거? 그거 재이는 확정 난 거 아니었어?”
“한재이는 확정인데, 오늘 한재이랑 엮이는 배역 캐스팅한다고 시간 있으면 와서 보라고 하셨대.”
“그럼 뭐, 없는 시간도 빼야겠네.”
“그거지.”
은규와 엠케이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이환이 ‘그러고 보니…….’ 하며 중얼거렸다.
“차인혁도 안 보이는데? 얜 무슨 스케줄이었지?”
“오디션 보러 갔을걸.”
엠케이의 대답에 이번엔 나머지 셋의 눈이 모두 그에게로 쏠렸다.
“헐?”
“차인혁 설마.”
“한재이 들어가는 드라마 오디션 보러 간거야?”
놀랐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 세 사람에 엠케이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자 남궁찬이 중얼거렸다.
“하고 많은 드라마 중에 왜 굳이 거길 들어가겠다고.”
“갈굼 먹고 크는 나무라잖아.”
연기대상 시상식이 끝나고 재이가 인혁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며 엠케이가 대답했다.
“그래서, 차인혁이 오디션 보는거 재이는 알고 있어?”
은규의 물음과 함께 세 사람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향하자 잠시 생각에 잠겼던 엠케이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글쎄다. 아마 모를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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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엠케이의 예상대로 지금, 이 순간, 재이는 드물게 놀라고 있었다.
‘너 거기서 뭐 하냐.’
정용재 피디의 급작스러운 부름에 달려간 오디션 현장에서 재이가 발견한 것은 배역을 따내기 위해 오디션에 참가한 신인 배우 차인혁의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