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
멸화조 (4) 조우
‘KBC 보도국 출신이라고 하더니. 되게 근성 있는 분이네. 분명 사내에서도 엄청 까였을 텐데.’
이번에 일을 터뜨렸던 시사 엔터와의 관계는 이제껏 사실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시사 엔터는 데일리 엔터처럼 대놓고 케이엠에 친화적인 기사를 내주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딱히 홍보팀이 따로 주시 및 관리하는 특별 관리 언론사 리스트에 올라 있는 회사도 아니었다.
적당히 맞장구치거나 적당히 깎아내리거나.
딱 그 정도 거리의 언론사였다.
그런 면에서도 재이와 인혁을 비롯한 출연 배우들은 시사 엔터 혹은 김주일 기자가 정용재 피디를 노리고 던진 폭탄의 파편에 재수 없게 얻어맞은 격이라고 보는 것이 맞았다. 실제로 발 빠른 박 이사가 황재민의 소속사인 태영 기획, 그리고 박현오와 뒤늦게 출연이 결정된 상태였던 황민석의 소속사 등과 연합해 적극적으로 반박 기사를 내면서 동시에 물밑에서 압박을 가하자 시사 엔터의 데스크가 직접 ‘배우들의 노력까지 폄훼할 의도는 아니었다’라며 사과 인사를 전해 왔을 정도였다.
‘근성은 좋은데. 포커스를 잘못 맞췄잖아.’
먹이를 노리려면 급소를 쳐야지, 변죽만 울리면 어쩌라고.
뭐, 나야 감사하지만.
재이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작품에 합류하기로 하고나서 정 피디님하고 송 작가님을 처음 뵈었을 때 일인데요.”
대답 대신 엉뚱한 이야기를 꺼내는 재이에 기자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재이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작품 같이 하게 된 기념이라고 선물을 준비해 왔다고 하시더라고요.”
여기까지 이야기하자 재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눈치챘다는 듯 무대 위에 앉아 있던 배우들이 하나둘씩 피식거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정 피디와 그 옆자리에 앉은 송 작가의 표정이 안도한 듯 풀리는 것을 눈치챈 사회자가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그사이에 재이의 말이 이어졌다.
“그러고는 다짜고짜 흰 봉투 하나를 테이블 위에 딱 꺼내 놓으시고는 제 앞으로 쓱 밀어 주시길래 솔직히 저 완전 설렜거든요. 속으로 와,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원오프 보너스구나, 이야, 한재이 출세했네, 했죠. 그래서 진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봉투를 집어 들고 확인했는데.”
거기까지 말한 재이가 잠시 숨을 골랐다. 회장 내 사람들의 이목이 오롯이 자신에게 쏠린 것을 확인한 재이가 이어 말했다.
“봉투가 꽤 두툼하길래 어휴 이렇게까지 안 해 주셔도 되는데, 막 이러면서 꺼내 봤는데. 그게 제가 생각했던 그런 게 아니더라고요. 종이가 들어 있긴 했는데, 1 뒤에 0이 막 많~이 붙어 있는 그런 종이가 아니라, 학교 역사 교과서부터 랜플릭스 다큐멘터리까지 총망라한 정송피셜 ‘작품 들어가기 전에 격파해야 할 관련 콘텐츠 100선’, 일명 정송리스트가 들어있었죠.”
여러모로 충격적이었어요.
그때의 충격이 떠오른다는 듯 아련한 표정으로 중얼거린 재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기자들이 정 피디와 송 작가 쪽으로 플래시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신호로 더는 못 참겠다는 듯 다른 배우들이 참았던 웃음을 터뜨리며 하나둘 말을 얹기 시작했다.
“재이 씨도 받았었구나, 정송리스트!”
박현오가 반갑다는 듯 소리치자 옆자리의 황재민도 입을 열었다.
“촬영 시작하기 전에 꼭 다 보고 오라고 신신당부하시길래 왜 그러시나 했더니.”
“촬영 시작하고 대본 진행되면서 리스트가 업데이트되더라고요.”
황재민에 이어 인혁이 말을 보탰다.
“진짜 제가 수능 볼 때도 이렇게 열심히 안 했던 것 같은데. 고3 때 저희 담임 선생님 담당 과목이 역사셨는데 제가 지금 이러고 있는 거 아시면 엄청 좋아하실 겁니다, 아마.”
박현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중얼거리는 말에 주변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분위기가 완전히 풀린 것을 확인한 재이가 다시 마이크를 들고 이 분위기가 영 못마땅하다는 듯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는 김주일 기자를 향해 말했다.
“무거운 역사적 사실이 가볍게 소비되지 않을까 하는 기자님의 걱정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겪은 바로 그 부분을 가장 우려하고 경계하고 계신 게 바로 여기 앉아 계신 정 피디님과 송 작가님 이 두 분이신 것 같습니다. 그러니 그 걱정은 일단 접어 두셔도 될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김주일 기자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원하신다면 제가 받은 정송리스트 보여 드릴게요. 전에 차인혁 씨 거랑 비교해 보니까 조금씩 다른 게 아마 역할에 따라 차등을 두신 것 같더라고요. 맞나요, 피디님?”
재이의 물음에 정 피디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나보다 여기 송 작가님이 더 깐깐해서.”
송 작가가 자신에게 쏠린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듯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와, 저도 나름 역사 마니아인데, 나중에 저도 정송리스트 좀 만들어 달라고 해야겠네요, 하하. 그럼 다음 질문받아 볼까요.”
줄곧 이쪽의 눈치를 살피고 있던 사회자가 능숙하게 끼어들어 진행을 이끌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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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엔터] ZTBC 특집극 [멸화조] 제작 발표회, 어두운 시대를 밝힌 불꽃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
[올댓연예] ZTBC 특집극 [멸화조] 드디어 베일을 벗은 비주얼 갑 독립군 조직 [멸화조]
[우리신문] 근대사 공부의 맛집, [멸화조] 정송리스트 전격 공개!
[홍익일보] 대치동의 강사진들도 극찬한 [멸화조] 정송리스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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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꼭 엉뚱한 데서 터지는 것 같은 기분이지.”
재이가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리자 인혁이 들여다보고 있던 핸드폰에서 시선을 들어 재이 쪽을 힐끔 쳐다보았다. 두 사람은 촬영장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제작 발표회 관련 기사들을 쭉 훑어보는 중이었다. 시사 엔터의 어그로성 짙은 질문으로 시작되었던 제작 발표회는 그 이후로는 다행히 별 탈 없이 진행되어 훈훈한 분위기 속에 마무리할 수 있었다.
제작 발표회가 끝나고, 인터뷰 때 말한 대로 재이가 자신의 정송리스트를 SNS에 공개하자 다른 배우들도 자신들이 받은 리스트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인터넷상에서는 때아닌 정송리스트 붐이 일어나고 있었다. 교육에 열심인 일부 학부모들이 정송리스트를 아이들에게 시험 삼아 권해 본 결과, 아이들이 역사에 부쩍 흥미를 갖기 시작하더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덕분에 [멸화조]는 첫 방송이 나가기도 전에 일간신문 사회면에 등장하는, 의도치 않았던 쾌거를 이루게 되었다.
“터뜨려 놓은 장본인이 할 말은 아니지 않냐.”
거기서 정송리스트를 꺼내 들 줄이야.
인혁이 감탄했다는 듯 중얼거리자 재이가 투덜거렸다.
“아니, 그렇다고 거기서 기자랑 백 분 토론을 할 수도 없는 일이잖아.”
“그건 그렇지. 뭐, 덕분에 송 작가님 부수입 생기게 생겼다고 좋아하시던데, 잘 됐지 뭘.”
자신의 대꾸에 맞장구친 인혁이 덧붙인 말에 재이는 정송리스트 덕에 요새 여기저기서 정 피디님이랑 함께 강연 초청까지 받는다고 어리둥절해하던 송 작가를 떠올렸다.
“과연 완고를 치신 뒤에도 정송리스트로 사업하실 기력이 남아 있으실까.”
“그거야 뭐. 일단 작품이 잘돼야 리스트도 팔리겠지?”
“왠지 책임이 막중하네.”
“송 작가님의 희망찬 노후 설계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하자고.”
두 사람이 두런거리는 사이 차는 오늘 촬영이 있을 산사 입구의 주차장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오, 재이랑 인혁이 왔구나.”
촬영장으로 다가가니 촬영 준비가 한창인 스태프들 사이에서 낯익은 얼굴이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드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번 작품에서 액션 지도를 맡은 김용철 감독이었다.
예전 차상혁이 사극을 찍을 때 티저 촬영에 참가했던 재이를 눈여겨봤던 김용철 감독은 이번 작품에 재이가 주연을 맡게 되었다는 소식에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는 후문이었다. 이 업계에서는 입지전적 인물인 김용철 감독이 아직 새파랗게 어린 자신들을 허물없이 반갑게 맞아 주는 것에 재이가 꾸벅 인사하며 말을 건넸다.
“감독님 벌써 오셨어요?”
“나? 새벽에 다른 촬영 있어서 거기 상황 보고 그길로 왔더니 좀 일찍 왔지.”
“김 감독님이 그거잖아. 스파이. 저쪽 세트장 돈 바른 티 난다고 아까 얼마나 겁을 주시던지.”
김 감독의 옆에서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정 피디가 의미심장한 말과 함께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쪽이라면……. 아, 그건가.’
재이가 감 잡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정 피디의 말에 따르면 김 감독은 KBC에서 맞편성했다는 사극 ‘선조 비화’의 현장에 다녀오는 길인 모양이었다.
“근데 거기 고증 철저히 해서 실록 뺨치게 찍을 거라더니 김 감독님 모실 만한 내용이 나올 데가 있나?”
“그러게. 우리 감독님은 먼치킨 무쌍 전문이신데.”
인혁이 고개를 갸웃하며 묻는 말에 재이가 맞장구치며 중얼거렸다. 두 사람의 대화가 재밌다는 듯 김 감독과 정 피디가 웃음을 터뜨리고 있는데 지나가던 조연출이 재이와 인혁을 발견하고는 다가와 물었다.
“어? 두 사람 콜타임 아직 멀었을 텐데? 둘 다 왜 이렇게 일찍 왔어요?”
습관처럼 시간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갸웃하며 묻는 조연출에게 인혁이 대답했다.
“아 촬영 전에 한 번 더 맞춰 보려고요.”
인혁의 말에 조연출이 안심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옆에서 듣고 있던 김 감독이 말을 보탰다.
“의욕 넘치는 게 보기 좋은데?”
“좀 일찍 온 것만으로 감독님한테 칭찬도 듣고. 오늘 스타트가 좋은데요.”
재이가 멋쩍게 웃으며 대꾸하자 김 감독이 씩 웃으며 말했다.
“이따 빡세게 굴리려면 약 좀 쳐 둬야지.”
“와, 아예 대놓고 선언하시네. 차인혁 들었냐? 너 오늘 각오하라시는데?”
“구르는 건 넌데 내가 왜 각오를 하지?”
“현실 도피 좀 하려고 했더니 얘가 도움을 안 주네. 안 되겠다, 피디님, 차인혁 몸이 근질근질하다는데 어떻게 애드리브로라도 액션 좀 넣어 주실 수 없나요.”
재이의 말에 주변에서 듣고 있던 스태프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가장 나이가 어린 재이와 인혁이 활달하게 현장 분위기를 이끌어 나가는 것을 흐뭇한 표정으로 보고 있던 정 피디가 짐짓 걱정스럽다는 듯 말했다.
“누가 보면 오늘 개그씬 찍으러 모인 줄 알겠는데. 우리 이렇게 분위기 좋아도 되는 거야 근데?”
오늘 촬영할 장면은 감정의 소모도 체력의 소모도 큰 진지한 씬이었다. 배우들이 대부분 촬영 전 감정 컨트롤을 중시한다는 것을 잘 아는 정 피디가 던진 말에 재이가 난처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어, 원래 이럴 땐 분위기 막 잡고 그래야 되는 건가요? 그건 몰랐는데.”
“아니 딱히 그런 건 아닌데. 이따 감정 잡을 때 네가 힘들까 봐 그러지.”
“휴,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자신의 대답에 재이가 안심이라는 듯 크게 숨을 내쉬는 것을 보고 정 피디가 고개를 갸웃하자 옆에서 보고 있던 인혁이 말했다.
“걱정 마세요. 피디님, 쟤가 분위기 잡는 덴 선수거든요.”
* * *
“…헉, 허억. 헉.”
아직 찬 기운이 가시지 않은 숲속.
미나모토 렌, 아니 이연은 가빠 오는 숨을 몰아쉬며 재빨리 자신의 뒤를 쫓고 있는 인영의 수를 셌다. 가주의 뒤를 캐려 그가 비밀스럽게 드나드는 저택의 별채를 뒤지다가 꼬리를 잡힌 것이 화근이었다.
여기까지 따라붙은 것은 셋. 총을 든 놈들을 먼저 처리해 둬서 다행이었다. 칼과 칼의 대결이라면 누구와 붙어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나마 두 명은 자신에게 부상까지 입은 상태. 해볼 만했다.
‘여기서 떨쳐 낸다.’
마음을 굳힌 이연이 들고 있던 칼자루를 고쳐 쥐었다.
휙.
빠르게 도망치던 걸음을 멈추고 그대로 뒤를 돌아보자 따라붙고 있던 세 명 중 하나가 주춤 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저놈부터 잡아야겠구나.
생각과 동시에 이연의 몸이 그쪽으로 쏘아져 나가듯 움직였다. 저택에서 막아서던 둘을 죽이고 끈질기게 따라붙는 셋을 단 채 인적이 드문 이 산속까지 흘러든 상황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날렵한 움직임이었다. 그 귀신같은 움직임에 그를 쫓던 세 명의 남자가 숨을 들이마시며 순간 멈칫했다. 그리고 그 찰나의 빈틈을 놓치지 않은 이연의 칼날이 한 명의 가슴을 깊게 베었다.
푸확.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가슴에서 피 분수를 뿜어 내며 앞으로 고꾸라지는 사내를 곁눈으로 흘리며 그대로 몸을 돌려 동시에 달려드는 두 사람을 상대했다.
챙- 채챙- 챙-
“컥…….”
한 명이 휘두르는 칼을 받아치며 다른 한 명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달려드는 두 명이 휘두르는 칼날을 피하는 연의 움직임이 점점 무거워졌다.
‘이대로는 안 돼. 길게 끌면 필패(必敗)한다.’
내심 초조하게 중얼거린 연이 마음을 굳힌 듯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크윽.”
“컥.”
채챙-
상대의 검격 안으로 몸을 들이밀자 날카로운 칼날이 왼쪽 옆구리를 스치며 동시에 타는듯한 통증이 정수리까지 뻗쳐 올랐다. 순간 눈앞이 아찔해지는 것을 꾹 눌러 참으며 그대로 눈앞 상대의 목을 그었다. 그리고는 그 회전력을 이용해 몸을 돌려 연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방어 태세로 전환하려던 마지막 하나를 그의 검과 함께 쓸어버렸다.
털썩.
“…허억. 헉……. 헉.”
세 명의 숨이 끊어졌음을 확인한 연이 그 자리에 한쪽 무릎을 꿇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움켜쥔 옆구리에서 뜨거운 피가 솟아나고 있었다.
‘여기 이대로 있으면 위험해. 일단 자리를 옮기고 나서…….’
생각 같아선 세 구의 시신도 사람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치워 두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지금 자신의 상황이 좋지 않았다. 자꾸 풀리는 다리에 힘을 주며 어렵게 자리에서 일어난 연이 방향을 확인했다.
‘괜찮아. 스친 정도야. 저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계곡이니 거기서 일단 상처를 씻고 환복 후 움직여야…….’
계획을 세웠을 때 미리 확인해 둔 주변 지형을 떠올린 연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때.
“헉.”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연이 반사적으로 칼을 쥐고 있던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하필이면.’
무참하게 피를 뿌리고 쓰러져 있는 세 명의 시신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피 묻은 칼을 들고 있는 한 명의 복면인이라니. 어떤 변명으로도 발뺌할 수 없는 상황에 연의 몸이 긴장으로 굳어졌다.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쪽을 쳐다본 연은 시야에 들어온 뜻밖의 인물에 그대로 굳은 듯 멈춰 서 버렸다.
“…리혁진.”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 있는 사람은 바로 경성 제일 학교 제일의 수재라 불리는 조선인, 리혁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