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
멸화조 (9) 실행
이연이 피를 흘리며 쓰러진 동료를 등 뒤로 감싸며 자신들을 가로막은 순사 하나를 칼로 베었다. 자신의 것인지 상대의 것인지 알 수 없는 핏물이 시야를 가로막아 눈을 깜박이자 순간 주변이 일본도와 권총으로 무장한 순사들에서 롱소드와 해머를 쥔 적군으로 뒤바뀌었다.
적군이 부리는 몬스터들의 포효 속에 붉은 드래곤이 불을 뿜었다. 본능적으로 끌어 올린 신성력의 푸른 장벽이 자신을 비롯한 아군 진영을 브레스의 불구덩이 속에서 지켜 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 바깥은 피아를 구분하지 않는 드래곤의 무자비한 공격에 그것을 미처 피하지 못한 적군과 신성력의 범위 밖에 있던 아군이 뒤엉켜 녹아내리며 아비규환의 지옥도가 펼쳐지고 있었다.
‘이제 그만하고 싶어.’
주변의 풍경이 뒤죽박죽 엉켜 들었다. 코끝을 메우는 것은 살이 녹아내리는 역겨운 노린내가 아니라 실내를 가득 메운 땀 냄새. 귓가에 울리는 것은 죽어 가는 자들의 마지막 비명이 아니라 먼저 데뷔한 선배들의 히트곡이었다. 앞쪽에 서 있는 김 선생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이쪽을 바라보며 혀를 차는 것이 보였다. 익숙한 무력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착실하게 몸집을 불려 온 절망이라는 이름의 괴물이 기다렸다는 듯 정신을 먹어 삼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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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재이는 벌떡 몸을 일으키며 감았던 눈을 번쩍 떴다. 등 뒤가 축축한 것이 자면서 땀이라도 흘린 모양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마를 짚어 보니 식은땀이 흥건했다.
‘별 꿈을 다 꾸네.’
이것저것이 뒤죽박죽 뒤섞여 있던 기분 나쁜 꿈을 떠올리며 재이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수상쩍은 돌팔이 둘째 형의 말을 다 믿는 것은 아니었지만 본래의 한재이와 자신이 완벽하게 섞여 들지 않았다는 자각쯤은 있었다. 그때 그 짧은 순간, 진짜 한재이의 자아와 말을 섞은 이후 어딘지 모르게 묘한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또 그렇다고 해서 뭔가 큰일이 터진 것도 아니었다. 누가 줄곧 뒷덜미를 잡아당기고 있는 듯한 찜찜한 기분에 재이는 무거운 한숨을 내뱉었다.
“아직 촬영은 시작도 안 했는데 진이 다 빠진 기분이네.”
재이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너무 푹 자면 오히려 피곤하다더니, 지금 자신이 딱 그 꼴인 듯했다.
“일어났어?”
잠귀가 밝은 재이가 혹시 깨기라도 할까 봐 일부러 차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매니저 홍정수가 문을 열고 나오는 재이를 발견하고는 물었다.
“형 추운데 들어와 계시지.”
“아니, 나 원래 추위 잘 안 타서 괜찮아. 그것보다 좀 어때?”
홍정수가 묻는 말에 재이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괜찮아요. 근데 아직 전반부 촬영 안 끝난 건가요?”
“어 슬슬 마무리 하나 봐. 김 팀장님한테 그러잖아도 너 아직 자느냐고 아까 연락 왔는데. 잠깐 들어가서 좀 더 쉬고 있어. 팀장님께 먼저 보고 좀 올리고.”
“어차피 의상으로 갈아입고 메이크업도 해야 하는데. 가면서 하시죠, 형.”
어? 아니, 재이야, 잠깐만.
재이는 허둥대는 홍정수를 지나쳐 촬영장의 조명 불빛이 새어 나오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다시 잠이 올 것 같지도 않고, 그럴 바엔 차라리 그냥 이대로 준비하고 일찌감치 몸이나 푸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준비를 마치고 촬영장 쪽으로 다가가니 아직 촬영이 한창인 듯 주변이 긴장감으로 팽팽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어느샌가 익숙해진 그 풍경을 눈에 담으며 촬영장 구석에 자리를 잡은 재이는 가볍게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오늘 찍을 장면은 여러 사람의 동선이 복잡하게 얽히는 대규모 액션 장면이었다. 자신의 움직임을 머릿속에 다시 한번 그려 본 재이는 이제 제법 손에 익은 일본도를 꺼내 들었다.
스릉.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발검하자 날카로운 칼날이 밤빛에 반짝였다. 천천히, 김 감독의 스턴트 배우들과 며칠 전부터 미리 맞춰 온 동작들을 하나씩 재연해 보며 신경 쓰이는 부분들을 하나씩 교정해 나갔다. 집중해서 움직이다 보니 잠에서 덜 깬 듯 흐릿하던 머릿속이 조금씩 맑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직 시간도 있겠다, 본격적으로 한번 해 볼까.’
재이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검을 고쳐 쥐었다. 일부러 떠올리려 애쓰지 않아도 평생에 걸쳐 수련해 왔던 동작들이 자연스럽게 손끝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스윽, 탓.
타탁. 휘익. 탁.
기억하는 대로 원 없이 쏟아 내다 보니 쌓여 있던 스트레스가 탁 풀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말없이 집중한 채 무아지경에 빠져 검을 휘두르는 재이에게로 스태프들의 시선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어느새 촬영을 끝낸 배우들까지 모여든 가운데 그대로 계속되던 재이의 움직임이 순간 우뚝 멈춰 섰다.
“…아.”
검과 인간이 하나가 된 듯 유려하게 흐르는 동작에 흠뻑 취해 있던 스태프 중 하나가 참았던 한숨을 내쉬었다.
“어? 촬영 끝났어요?”
스태프의 한숨 소리에 뒤늦게 주변을 돌아본 재이가 주위의 신경이 온통 자신에게 쏠려 있음을 깨닫고 멋쩍은 듯 웃으며 물었다.
“심혈을 기울여서 준비해 온 씬 찍고 있는데 사람들이 이쪽 보느라 우리는 쳐다봐 주지도 않아서 얼마나 서러웠는지. 아무리 쟤가 주연이고 우린 조연이라지만 이렇게 대놓고 차별하셔도 되는 거냐고요, 다들.”
한껏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투덜대는 박현오의 말에 인혁과 황재민이 크게 고개를 끄덕이자, 주변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근데 지금 건 뭐야? 대본엔 없는 동작이잖아. 아까 마지막쯤에 가로 베기 다음에 회전하면서 그대로 돌려차기 하는 거, 그거 혹시 좀 이따가 촬영할 때도 그대로 할 수 있어? 준태야, 저거에 맞춰 볼 수 있겠냐.”
“잠깐, 잠깐. 감독님 잠깐 진정 좀. 재이 씨! 재이 씨 때문에 감독님 폭주하실 것 같잖아, 어떻게 좀 말려 봐.”
액션 감독 김용철이 눈을 빛내며 빠르게 쏟아 내는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그의 부하 직원이 만류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까지 사람들의 시선을 끌 생각이 아니었던 재이가 어색하게 웃고 있는 사이 정 피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재이 씨, 김 팀장님. 우리 이거 좀 쓰죠?”
그쪽을 바라보니 정 피디가 옆에 서 있는 조연출의 핸드폰을 들어 흔들어 보이며 물었다. 이쪽에서 화면이 보이도록 들고있는 정 피디의 손안에서 재생되고 있는 것은 조금 전 구경꾼에게 에워싸인 줄도 모르고 검무에 집중하고 있는 재이의 모습이었다. 재이와 석관이 자신과 핸드폰을 번갈아 쳐다보는 것에 정 피디가 이어 말했다.
“여기 우리 조연출이 구경하다가 혹시 몰라 찍었다는데. 어때요들?”
정 피디가 웃으며 말했다.
* * *
인터넷 PART.Y 팬 게시판
[액감도_놀란_즉흥_검무.avi]
조연출님 계정에 재재님 영상 떴다!!! 못 본 포션들 요기로↓↓
조장님 막간을 이용해 촬영장에서 몸 푸는 중
동작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고수의 품격
(액감도_놀란_즉흥_검무).avi
진짜 재재님 어떻게 저렇게 움직이지? 인간인가? 인간 맞나? 다들 좀 보고 말 좀 해 조라, 이게 내 눈에 콩깍지가 넘 씨게 씐 거냐? 그런 거야? 응?
└ 콩깍지 아니야 정상이야 ㅜㅜ 미쳤나 봐 왤케 잘해
└ 재부심이 차오른다 봤냐 우리 애가 이런 애야 ㅜㅜ 조연출님 멘트에 막 기특함이 듬뿍 ㅋㅋ
└ 화면에 비춘 주변 스태프들 표정 봤냐ㅋㅋㅋ 다들 멍ㅋㅋ그거 보는 나도 멍ㅋㅋ
└ 액감도 놀랐대ㅋㅋ 김 감독님 또 우리 재재님한테 아이돌 때려치우고 액션배우로 전향하라고 꼬신 거 아니냐 혹싴ㅋㅋ
└ 안 돼요. 감독님 우리 재재님 은퇴 없이 천년만년 아이돌만 해야 되는 몸이라고요 ㅋㅋㅋ
└ 나 검도 배우는데 이거 관장님한테 보여드렸더니 관장님도 놀라심 얘 진짜 검도 배운 적 없는 거 맞냐고 ㅎㄷㄷ
└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할머니 효자손 들고 휘두르다 유리컵 깨고 엄마한테 얻어맞으뮤ㅠ
└ 야잌ㅋㅋㅋㅋㅋㅋㅋㅋ
└ 엌ㅋㅋㅋ근데 나 이거 알 것 같앜ㅋㅋ 재재님 넘 쉽게쉽게 해서 왠지 쉬울 것 같다고
└ 그러나 잘못했다간 세간 살림 부수고 엄마한테 등짝스매싱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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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피디가 조연출의 짹짹이 계정을 통해 올린 재이의 연습 영상은 파티 팬들뿐 아니라 일반 커뮤니티에서도 화제를 끌었다. 드라마 속에서 세밀한 계산 아래 편집으로 재포장한 영상이 아닌, 날것 그대로의 검무 영상은 분명 아무런 특수 효과도 편집도 거치지 않았음에도 빠른 듯 느린 듯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움직임에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눈을 떼기가 힘들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은 어려워 보이는 동작을 태연한 표정으로 여유롭게 해내는 재이의 모습이었다. 마치 동네 할아버지가 아침마다 약수터에서 체조라도 하는 것처럼 무심한 표정으로 설렁설렁 검을 휘두르는 그 모습에 운동 좀 해 봤다는 사람들이 카피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하는 영상만이 올라왔을 뿐이었다. 덕분에 [이연좌의 몸풀기] 영상은 커뮤니티에서 톡톡히 화제 몰이를 하며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 갔다.
국내 최대 커뮤니티 사이트 드라마 게시판
[멸화조] 해방의 그 날을 위해 본방 달리는 불판
불판이 세워지기가 무섭게 글들이 하나둘 달리기 시작했다.
- 오늘 그거 나오지? 영상 떴던 거.
- 이연좌 몸풀기? 그거 그냥 즉흥 연습한 걸걸? 내용하고 상관없다던데?
- 헐 진짜? 그게 즉흥이라고? 상대역 스페이스에 인물 하나만 넣으면 그대로 완성일 것 같드만.
- 영상 보니까 용철 아재 좋아서 죽드만 ㅋㅋ 이걸로 액션퀄은 보장
- 액션 꿈나무 한재이
- 저게 꿈나무면 다 크면 온 천지 다 잡아 먹을 듯ㅋ
- 칡이냐고ㅋㅋㅋ암튼ㅇㅇ저건 이미 다 큰 듯ㅋㅋ
- 오 한다 한다
CF가 끝나고 드디어 본방송이 시작되었다.
오늘은 결국 이연의 제안을 받아들인 오춘삼과 허윤재, 그리고 리혁진이 경무국에 억류된 양화 선생을 구출하는 내용이 방송될 예정이었다. 이연이 손에 넣은 경무국 내부 평면도를 바탕으로 리혁진과 허윤재가 경무국 바깥에서 소란을 일으키며 경찰들의 이목을 끄는 사이 안으로 잠입한 이연이 양화 선생을 빼내 오면 오춘삼이 대기하고 있던 구국회 인물들에게 양화 선생을 넘긴다는 계획이었다.
오춘삼은 구국회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 못내 아쉬운 모양이었지만, 구국회의 입장에서 볼 때 미나모토 렌은 신뢰할 수 없는 정보원이었다. 그나마 이 정도의 협조도 오춘삼의 타고난 협상력이 아니었다면 애초에 끌어내지 못했을 것이었다. 아쉽지만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어둠이 내려앉은 거리, 리혁진과 허윤재, 그리고 오춘삼이 동원한 시위대가 경무국 건너편 골목 사이사이로 모여들고 있었다. 일제의 압제에 분노하는 조선인들은 많았지만 ‘김오복 사건’으로 또다시 많은 사람이 끌려들어 갔다가 만신창이가 되어 실려 나오는 것을 두 눈으로 목격한 사람들에게 그들과 맞서 싸우자고 독려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기에 지금 리혁진은 허윤재와 함께 거리의 어둠에 몸을 숨기고 있는 사람들 하나하나가 소중했다. 오늘 몇 명이 무사히 살아 돌아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었지만, 부디 한 명이라도 많은 사람이 무사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리혁진은 주먹을 꾹 말아쥐었다.
“부탁한다.”
리혁진은 은신처에서 마지막 점검을 끝내고 헤어지기 전 마주 봤던 그의 눈동자를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화살은 이미 시위를 떠났다. 이제는 부디 그것이 과녁의 정중앙에 꽂히기를 바랄 뿐이었다.
한편 건물의 그림자에 녹아들듯 가만히 서 있던 이연은 경무국 입구 근처에서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시끄러운 고함이 들려오는 것을 확인하고 조용히 안쪽으로 이동했다. 머릿속에 완벽하게 익힌 평면도를 따라 조금 전의 소란으로 경비 인력이 움직인 틈을 골라 목표 지점을 향하는 이연의 움직임은 거침없었다. 바깥에서 연이어 들려오는 소란스러운 기척에 안쪽 인원들이 동요하며 바깥을 기웃하는 틈을 타 경무국의 가장 아래쪽에 있는 심문실에 다다랐다.
“……!!!”
경비를 서고 있던 보초와 눈이 마주친 순간 그가 입을 채 열기도 전에 바람같이 달려간 이연이 그대로 목을 꺾어 바닥에 내려놓았다. 마침 화장실에 다녀오는 길이었던 듯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나오던 다른 경비 한 명이 그 광경을 목격하고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소리를 지르려는 찰나,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이연이 손을 뻗어 경비의 턱 아래, 목의 급소를 콱 움켜쥐었다.
“컥…….”
짧은 신음을 끝으로 고꾸라지는 그를 붙잡아 다른 쪽에 눕히고는 심문실의 문을 열었다. 음습한 악의와 악취로 가득한 공간 속에 묶여 있음에도 의연함을 잃지 않고 있는 인물을 발견한 이연이 다가가 물었다.
“양화 선생님.”
세상의 풍파를 모두 다 겪어 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깊은 눈동자가 복면 너머의 이연을 꿰뚫어 보듯 그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모시러 왔습니다.”
짧은 한마디와 함께 이연이 빠른 손놀림으로 양화를 묶고 있던 밧줄을 풀어냈다. 그리고는 그의 무게를 나눠 들듯 부축해 일으키며 속삭였다.
“밖으로 빠져나가면 선생님의 동지들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조금만 힘내십시오.”
이연의 독려에 자꾸 힘없이 허물어지는 발걸음을 다잡으려 애쓰며 양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부터가 고비였다. 예상했던 상황이지만 자꾸만 초조해져 오는 마음에 이연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이제 나올 때가 됐는데.”
구국회의 인물들이 대기시키고 있는 차 앞에서 서성이며 오춘삼이 초조하게 중얼거렸다. 경무국의 주변에서 소란을 일으키던 무리는 이미 흩어지고 없었다. 리혁진과 허윤재의 안위도 걱정이 되었지만 그만큼 작전의 성공도 중요했다. 이번 시도가 막히면 양화 선생에 대한 경비는 더 철저해질 터.
구국회의 신뢰를 얻기 위해 그가 직접 움직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긴 했지만 오춘삼 자신조차 그에 대한 의심을 완전히 내려놓은 것은 아니었다. 만일 이 모든 것이 그가 꾸민 공작이고 사실 자신들은 그 덫에 걸린 나방일 뿐이었다면. 최악의 상황을 떠올릴수록 손끝이 차갑게 식는 기분이었다.
“나왔다!”
초조함에 가슴이 터져 버릴 것 같던 그때, 어둠 속에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부축한 채 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구국회의 인물들보다도 먼저 오춘삼이 그들에게 뛰어갔다.
“선생님!”
뒤늦게 달려온 구국회의 사람들이 양화 선생을 부축해 차로 이동하는 동안 오춘삼이 재빨리 이연을 살폈다.
“뒤로 물러나.”
그러나 오춘삼이 그를 채 다 살피기도 전에 이연이 오춘삼을 뒤로 밀치며 왔던 길 쪽으로 몸을 날렸다.
탕- 타탕- 탕!
그리고 고막을 할퀴는 듯한 총소리가 어지럽게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