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퇴출 1호 아이돌 연습생이 되었다-171화 (171/224)

#171

일감 모으는 햄재이

‘저쪽이 한국에서 오신 분들이라고.’

재이는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 불편한 듯 시선을 돌리는 한 사람과 그의 옆자리에 앉은 다른 한 사람을 훑어보고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앉은키만 봐도 한쪽은 그 나이대 아시아인의 평균 신장을 크게 웃도는 듯했고 그와는 대조적으로 다른 한쪽은 땅딸막하게 작은 체구인 듯했다. 그건 마치.

‘서로 상성이 좋을래야 좋을 수가 없는 부류 둘을 나란히 붙여 놓은 것 같은 느낌인데.’

재이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오늘의 특별 게스트를 소개하겠습니다. 이미 여러분들 눈치채시고 자꾸 쳐다보시는데, 그러지들 마세요. 우리 픽처스 집행팀 체면이 있지, 다섯 살짜리 애들처럼 이렇게 산만해서야 되겠냐고요.”

“*이봐, 미라, 우리가 언제부터 그런 체면을 따졌다고.”

“*그러게. 격식 없고 허물없고 돈도 없는 게 우리 팀 개성인 거 아니었어?”

와하하-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에게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 격의 없는 분위기에 재이가 놀란 듯 눈을 빛냈다.

“*시끄러워, 마크. 아무튼, 그럼 소개부터 하고 시작하겠습니다. 프로젝트 [붉은 머리 용사 이야기]의 원작자 한재이 씨입니다.”

미라의 호명에 재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이 일제히 자신에게 쏠리는 것을 느끼며 재이가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한재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재이의 간결한 대답에 회의실 여기저기서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딱딱하게 굳지 않아도 된다고!”

“*작화팀 녀석들이 말한 거랑 전혀 다른데? 뿔 두 개쯤 달린 몬스터같은 녀석이 올 줄 알았더니?”

“*피터 너는 인터넷도 안 하고 사냐? 우리 원작자님 엄청 잘나가는 케이팝 스타잖아.”

“*워, 잠깐. 승호, 그게 정말이야?”

“*어? 어어. 엄청나게 유명하지, 애들한텐 재재님 사인, 와이프한테는 재이 씨 사인 받아 오기로 했다고.”

사람들의 수다를 듣고 있던 미라가 끼어들며 말했다.

“*자자, 다들 그쯤하고, 더 할 말 있으면 나중에 밥 먹으면서 하라고. 재이, 적응하는데 좀 힘들겠지만 이게 바로 픽처스 웨이야.”

“*자유롭고 좋아 보이는데요.”

“*그리고 살짝 정신없기도 하지.”

재이가 동의한다는 듯 작게 웃어 보이는 것에 눈을 찡긋한 미라가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 사람들이 바로 당신의 작품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발에 땀 나도록 뛰고 있는 사람들이야.”

“*저 혼자만의 작품은 아니죠. 여러분들이 계셨기에 만들어질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재이의 대답이 마음에 든 듯 이야기를 듣고 있던 몇몇이 휘파람과 함께 박수를 쳤다.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회의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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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원작자 보유국의 어드밴티지를 최대한 살린 홍보 전략을 구상 중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재재님’과 파티의 한재이 씨를 섭외해, 예고편의 스토리텔링과 테마곡 한국어 버전의 커버를 청할 예정입니다.”

‘예상은 했지만 아주 뼛속까지 우려먹을 작정이신가 보네.’

자기가 홍보 담당자라도 노래하는 한재이와 이야기하는 재재님을 놔두고 다른 사람을 섭외해서 홍보 전략을 짤 것 같진 않았던 참이었다. 재이가 함께 와 있던 심진우 쪽을 돌아보자 심진우가 더 들어 보라는 듯 고개를 발표자 쪽으로 까닥해 보였다.

‘뭐가 더 있어?’

재이는 심진우의 사인대로 앞쪽에 서 있는 김승호와 정배열을 돌아보았다. 김승호가 이어 말했다.

“원래는 조금 더 구체화한 다음에 오퍼를 낼 예정이었는데 오늘 이렇게 재이 씨가 직접 온다는 소식에 미리 말씀드리게 되었습니다. 물론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과 본편은 다른 마켓들과 마찬가지로 전문 성우가 수록한 버전이 들어갈 예정이므로 이건 어디까지나 한국만의 특별 에디션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김승우의 설명에 회의실 여기저기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원작자 어드밴티지!! 부럽다!”

“*우리 쪽도 그냥 넣어 달라고 할까. 요새 케이팝 수요 꽤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데.”

“*원작자가 커버한 주제곡이라니. 독특하고 괜찮을 것 같은데?”

“*근데 한국은 매출 타겟 더 높여야 하는 거 아닌가? 원작자 찬스까지 썼는데 저 매출 목표면 너무 낮게 잡은 거 아니야?”

그런 주변의 반응에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던 김승호는 그러나, 옆에 선 로컬라이징 제작 디렉터 정배열이 내뱉은 말에 금세 얼굴을 딱딱하게 굳힐 수밖에 없었다.

“*아, 근데 사실 지금, 이 방법들은 작품의 본질적 매력보다는 외부적 자극을 부각하려는 경향이 있죠. 아무리 팔아먹기 위한 홍보라도 메인은 작품이 되어야지.”

‘와, 지금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깎아내린 거야? 김승호 디렉터 표정 좀 봐.’

당장이라도 회의실 밖으로 끌어내고 싶어 하는 얼굴인데.

재이는 김승호와 정배열의 표정을 번갈아 살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내부적으로는 갈등이 있을지 몰라도 이런 자리에서는 서로의 등을 지켜 주는 것이 팀 플레이어로서의 기본적인 매너였다. 그 암묵적인 룰을 깨 버린 정배열의 한마디에 시끌시끌하던 회의실이 일순 정적에 휩싸였다. 가까스로 표정을 관리한 김승호가 말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내부 검토를 통해 최종 컨펌할 예정입니다. 어쨌거나 재재님의 지원이 절대적인 만큼, 한재이 씨, 앞으로의 여정에서 저희와의 긴밀한 공조, 잘 부탁합니다.”

“*그러니까, 전에도 말했지만, 원작자의 개입에 대해서는.”

서둘러 프레젠테이션을 끝맺으려는 김승호의 말에 정배열이 물고 늘어지듯 투덜거렸다. 두 사람의 분위기를 살피던 미라가 재빨리 입을 열었다.

“*아차, 여러분. 쉬는 시간이 된 걸 깜박했네요. 잠깐 끊고 쉬어 갈까요.”

그제야 두 사람의 신경전을 구경하느라 조용한 침묵 속에 빠져 있던 실내에 다시 활기가 돌아왔다. 제 쪽으로 몰려든 사람들과 눈치껏 인사를 나누던 재이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잠시 빠져나와 신선한 공기도 마시고 한숨 돌리기도 할 겸, 회의실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복도 벽에 걸린 픽처스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의 디자인 시트를 하나씩 구경하며 잠시 목적지 없이 주변을 걷던 재이는 문득 귓가에 들려오는 익숙한 한국어에 저도 모르게 귀를 기울였다.

- 아주 동네방네 소문을 내실 작정입니까.

- 내가 뭘.

김승호와 정배열이었다. 회의가 중단되자마자 정배열을 붙들고 회의실을 나서던 김승호의 모습을 떠올린 재이가 조용히 그 자리에 멈춰 섰다.

- 안 그래도 디렉터님하고 저 사이에 잡음 난다고 위에서도 말이 도는 모양이던데 꼭 이런 식으로 사람들 다들 모인 자리에서 면박을 주셔야 하느냔 말입니다.

- 그러게 애초에 왜 아직 합의도 안 된 안을 들이미냐고. 여기서 여론 조성해서 빼도 박도 못하게 만들어 놓고 그대로 밀어붙이려고 했던 거잖아. 내가 모를 줄 알고 그래?

정배열의 말에 김승호가 침묵했다. 그럴 생각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마침 한재이도 와 있기도 하고 이 자리에서 못 박아 버리고 공론화시켜 버리면 아무리 고집불통인 정배열이라고 해도 혼자 힘으로 그걸 뒤집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계산이었다. 저 일밖에 모르는 외골수가 자신의 수를 이미 읽고 있었다니. 김승호는 분한 마음에 입술을 깨물었다.

- 자네가 보기엔 사업이 뭔지도 모르는 늙은 놈이 텃세나 부려 댄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도 생각이 있어서 이러는 거라고. 대중이 쉽게 혹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들만큼 냉정한 비평가도 없는 법이야. 가뜩이나 제대로 된 지원도 없이 시작한 작품이라 제작비에 허덕이는 판국인데, 스페셜 에디션이니 뭐니 할 시간에 후작업에 1분이라도 더 투자해서 작품으로 승부할 생각을 해야지. 이놈도 저놈도 모두 잔뜩 허파에 바람만 들어서는 원.

정배열의 말에 재이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네. 좀 꼬이시긴 했어도.

재이가 속으로 중얼거리는 사이 김승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 작품만 좋아서 뜨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요새는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제대로 홍보해 주지 않으면 묻히고 마는 세상이에요. 픽처스 로고 하나 붙이고 나왔다고 사람들이 저절로 찾아봐 줄 것 같습니까? 선배 말대로 대중들이 얼마나 냉혹한데 말입니다. 좋은 작품 만든 거로 내 할 일은 끝났으니 찾아내서 보던지 말던지라니. 투자한 입장에서 보기엔 말도 안 되게 무책임한 태도임은 차치하고라도 대중들 입장에서 봐도 이 얼마나 오만방자한 태도냐고요.

열변을 토하는 김승호의 목소리에 재이는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도 맞말이네. 누가 숟가락으로 떠먹여 주길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고 있자니. 요즘 세상에 굶어 죽기 딱 좋은 방법이잖아.

‘이거였구나. 심진우 팀장님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하신 게.’

얘기를 들어보니 김승호도 정배열도 둘 다 일리 있는 말들을 하고 있었다. 전형적인 사업가와 전형적인 예술가. 두 양극단의 사람들이 서로의 관점에서 고집만 부리고 있으니 일이 굴러갈 리가 없었다. 보통 이런 경우 사장이나 본사가 최종적인 의사 결정을 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히는데 거의 상하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픽처스 특유의 조직 구조가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 듯했다.

‘위에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사람이 없으니 마음 놓고 고집을 피우시는 거네.’

상대방이 꺾일 때까지 버텨 보자 이건가.

어쨌거나 재이는 저 두 사람의 기 싸움에 끼어들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둘 다 나쁜 의도로 버티는 것이 아닌 이상, 둘이 알아서 해결하게 두면 될 일이었다. 두 사람이 눈치채지 못하게 조용히 빠져나가 회의실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며 몸을 돌리던 순간이었다.

“어? 재이야, 여기 있었구나. 한참 찾았네.”

심진우의 목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등 뒤에서 들려오던 두 사람의 목소리가 뚝 멎었다.

“…팀장님 타이밍.”

재이가 웅얼거리는 소리에 심진우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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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일단 엿들으려던 건 아니었어요. 캐릭터 시트들 구경하고 있는데 갑자기 말소리가 들리길래 나갈 타이밍을 못 찾고 있었던 것뿐입니다.”

일단 가까운 곳에 있던 테이블을 둘러싸고 앉은 김승호와 정배열, 그리고 심진우를 둘러보며 재이가 입을 열었다. 김승호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말하기 조금 껄끄러워서 떨어져 나왔던 것뿐. 딱히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니까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원작자님께도 한번 물어보자고.”

김승호의 정중한 대답에 옆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정배열이 퉁명스러운 말투로 재이에게 물었다.

“아까 다 들었죠? 김 디렉터랑 내가 하는 말. 본인 생각에는 어때요? 본인한테 또 돈 쥐여 줘 가면서라도 홍보를 돌아야 맞아, 아니면 그 돈으로 후작업 빡세게 하고 홍보는 다른 사람한테 맡기는 게 맞아?”

“묘하게 질문이 한쪽으로 치우친 것 같은 느낌인데요.”

김승호가 옆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러나 정배열을 말릴 생각은 없는지 오히려 재이의 대답이 궁금하다는 듯 눈을 빛내며 재이 쪽을 돌아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을 받은 재이가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는 입을 열었다.

“우선, 저는 이 일에 관여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이건 두 분이 판단하실 몫이지 제삼자인 제가 끼어들 문제는 아닌 것 같아서요.”

선을 긋고 시작하는 자신의 말에 의외라는 듯 실망했다는 듯 정배열과 김승호가 이쪽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쳐다보는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마주 본 재이가 이어 말했다.

“여기서 제가 이렇다 저렇다 말을 얹으면 그거야말로 정배열 디렉터님께서 우려하시는 ‘원작자가 사사건건 간섭해서 배가 산으로 가는 패턴’일 것 같은데요.”

재이의 말에 정배열이 뜨끔했는지 시선을 돌렸다.

“뭐, 근데 두 분이 서로의 입장만 고수하고 계시면 일에 진척이 없을 것 같은 느낌은 드네요.”

“아니 그렇게 남 일 얘기하듯 하지 말고.”

자신의 말이 끝나자마자 매달리듯 내뱉는 김승호의 말에 재이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김승호 디렉터님.”

‘뭐야, 이 박력.’

김승호는 자신을 부르는 재이의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찔하며 마른침을 삼켰다. 붉은 용을 후려칠 때의 재재님같은 그 강단 있는 표정의 재이가 자신을 서늘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왠지 옴짝달싹할 수 없는 기분이 되어 그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재이가 싸늘하게 굳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이건 제 일이 아니니 남 일이 맞죠. 디렉터 간의 이견 조율까지 원작자의 책임은 아니잖아요.”

딱 잘라 말하는 재이의 태도에 김승호가 움찔 몸을 떨었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정배열이 감탄했다는 듯 중얼거렸다.

“아주 꼼짝도 못 하는구먼.”

“정배열 디렉터님도.”

정배열은 자신을 부르는 재이의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김승호를 바라보던 시선이 자신에게 와 닿자 그것만으로도 왠지 간담이 서늘해지는 기분이었다.

“내, 내가 뭐.”

“김승호 디렉터님이나 픽처스 분들이나 다들 유하셔서 그냥 넘어가시는 것 같은데.”

“근데 뭐?”

“고인 물은 썩는다더라고요.”

“지금 내가 썩은 물이라 이거야?”

“뭐, 그냥 그렇다는 얘기죠.”

가볍게 어깨를 으쓱해 보인 재이가 자신의 말에 분하다는 듯 어깨를 들썩이며 씩씩대는 정배열에게 덧붙였다.

“썩었는지 아닌지는 다른 마켓하고 비교해 보면 바로 보이겠던데요. 그러려고 오늘 일부러 한데 모아 둔 모양이던데.”

비교하기 딱 좋잖아요.

재이의 한마디에 정배열이 그제야 무언갈 깨달은 듯 흠칫 몸을 떨었다. 픽처스는 수직적 상하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대신 360도 피드백을 통해 수시로 포지션을 물갈이했다. 이런 프로젝트 하나가 끝나고 나면 사람들이 우수수 나가고 새로 들어오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게다가 매년 구매력이 상승하고 있는 동아시아는 능력 있는 제작자라면 누구나 탐내는 기회의 땅이었다. 한 번 밀려나면 다시 돌아올 가능성은 희박했다. 저 신출내기 김승호와 기 싸움을 하느라 정신이 팔려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는 생각에 정배열이 입술을 깨물었다.

서로 생각에 잠긴 듯 말이 없는 김승호와 정배열을 둘러본 재이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심진우를 돌아보고 말했다.

“팀장님 근데 저 진짜 커버곡 부르고 홍보까지 뛸 시간이 나오긴 해요? 한재이 3호 정도 출동해야 되는 거 아닌가?”

“그러게. 일 중독자 한재이가 워낙 사고를 많이 치고 돌아다니는 분이라. 수습할 일이 너무 많아서 여기까지 순번이 제때 돌아올지 의문이긴 하다.”

“와 그 말씀은 좀 억울한데요. 저는 열심히 산 죄밖에 없다고요.”

“두 번 열심히 살았다간 세상의 일이란 일은 너 혼자 다 하겠다. 결국, 여기서도 일을 주워가니 이건 뭐. 쉬러 보내 놨더니 열심히 일감만 주워 모으고 있잖냐.”

도토리 모으는 햄스터도 아니고.

음. 햄스터치고는 좀 너무 살벌하니 이건 아닌 것 같기도 하다만.

김승호와 정배열을 내버려 둔 채 자리에서 일어나 재이와 함께 회의실로 돌아가며 심진우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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