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
엠티의 꽃 담력 훈련
“자, 오늘 담력 훈련 코스는 이렇습니다. 이곳 뒷문에서 출발해서 조금만 더 산 쪽으로 들어가시면 오늘의 목적지인 폐사당이 나오는데요. 거기에서 이렇게 생긴 여섯 개의 크리스털을 가지고 돌아오시면 되는 미션입니다. 이렇게, 뒷문에서 출발해서 폐사당에서 크리스털을 찾고, 거기 뒤쪽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오면 엠티하우스 정문이 있는 쪽으로 도착하실 수 있을 겁니다.”
폐사당까지의 약도가 그려진 패널을 든 한진섭과 반짝이는 크리스털 모형을 들어 보이며 루트에 대해 설명하는 리키 옆에서 박윤섭이 말을 보탰다.
“가지고 오시는 크리스털의 개수에 따라 내일 아침 식사 메뉴가 달라지니 이 점 명심하세요. 이번 엠티의 컨셉이 [팀워크]인 만큼 크리스털 개수는 개인이 아닌 세 분이 함께 모으신 개수를 모두 합산하는 방식으로 가겠습니다.”
박윤섭의 말이 끝나자 마지막으로 한진섭이 입을 열었다.
“크리스털 여섯 개를 모두 모아 오실 경우, 다음 날 호텔식 풀코스 아침 정찬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개수가 하나 빠질 때마다 메뉴가 하나씩 줄어드니까 오늘 담력훈련, 열심히 임해 주시길 바랍니다.”
세 사람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은규가 재이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냥 이거 가지 말고 내일 아침에 한재이 네가 밥해 주면 안 되냐?”
“그러게. 딱 봐도 고생길인데 그냥 돌아가서 잘 자고 내일 아침에 한재이가 밥해 주면 꿀일 것 같은데.”
은규의 말에 이환이 좋은 생각이라는 듯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리는 말에 한진섭의 얼굴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와, 지금 천하의 한솊 요리를 마다하고 그냥 재이 씨가 해 주는 밥을 먹겠다고?”
“우리 국민셰프 한진섭 셰프의 긍지와 자존심에 거하게 스크래치 나는 소리 들리는 듯한데요?”
박윤섭과 리키의 호들갑에 장단을 맞추듯 한진섭이 과장된 몸짓으로 눈썹을 팍 찌푸리며 팔짱을 끼면서 두 사람을 노려보자 당황한 이환이 변명하듯 중얼거렸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저희가 워낙 한재이 요리를 좋아해서…….”
“요새 서로 바빠서 저희도 먹을 기회가 한참 없었거든요.”
당황한 나머지 핀트가 하나도 안 맞는 변명들을 주절주절 늘어놓고 있는 두 녀석을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본 재이가 짧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얘네는 그냥 고무를 삶아 줘도 맛있다고 먹을 녀석들이라. 얘들한테 셰프님 요리를 먹으라고 주는 건 좀 아깝긴 하죠.”
그러니 혹시 크리스털이 안 모이면 쟤네는 그냥 저기 깨진 고무 대야 조각이나 삶아 주고 저만 셰프님 요리를 먹는 건 어떨까요?
수습해 주는 대신 자신들을 버리는 것을 택한 재이의 말에 은규와 이환이 동시에 아우성쳤다.
“와 진짜 이렇게 등 뒤에서 칼을 박냐.”
“팀워크 어디 갔냐고. 팀워크.”
“몰아주기도 훌륭한 팀 전술 중 하나란다.”
두 사람의 원망 섞인 외침이 들리지도 않는지 쪼그리고 앉아 운동화 끈을 고쳐 맨 재이가 일어서며 자신들을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구경하고 있는 진행팀의 네 사람, 박윤섭과 리키, 한진섭, 그리고 인혁을 차례차례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서, 언제 시작한다고요?”
재이의 태연한 표정을 확인한 이환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저건 진심이야. 진짜 혼자 다 먹을 작정인 거야.
“안 되겠다. 심은규, 이렇게 된 이상 무슨 일이 있어도 여섯 개 다 모은다.”
“그래, 여기까지 와서 한재이 좋은 일만 시킬 수는 없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키지 않는 듯한 표정이 역력하던 두 사람의 얼굴이 투지와 의욕으로 활활 타올랐다. 그런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며 박윤섭이 중얼거렸다.
“와, 말 한마디로 부침개 뒤집듯이 분위기를 뒤집어 버리네.”
타고났네, 타고났어.
박윤섭이 부럽다는 듯 중얼거리는 말에 그때까지 묵묵히 상황을 지켜보던 인혁이 입을 열었다.
“헬멧 쓰고, 헤드라이트 들어오나 확인하고. 운동화 끈 잘 묶었나 다시 한번 보고. 장갑 챙겼냐? 모기 스프레이는 다들 뿌렸지? 개인 촬영 기기 잘 챙기고. 혹시라도 무슨 일 생기면 무전 쳐. 아까 무전 치는 방법 배웠지?”
눈썹을 팍 찌푸리고는 세 녀석이 장비를 챙기는 모습을 꼼꼼히 지켜보며 잔소리하는 인혁의 모습에 박윤섭과 리키, 그리고 한진섭이 신기한 광경을 다 본다는 듯 눈을 빛내며 인혁과 나머지 셋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인혁의 끊임없는 잔소리를 들으며 가방을 챙기던 재이와 이환, 은규가 차례차례 투덜거렸다.
“왜 안 터지나 했다, 저 잔소리.”
“아, 우리끼리만 있을 때나 하라니까 진짜.”
“여기서까지 그러냐고. 부끄럽게.”
입을 모아 투덜대는 세 사람과 그런 멤버들의 반응에도 익숙한 듯 멤버들의 장비를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 주는 인혁의 모습을 보고 있던 리키가 한마디 했다.
“엠티하우스 막내 차인혁은 쿨시크한 게 매력이었는데…….“
“쿨시크요? 누가요?”
리키의 말에 재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이환과 은규가 앞다투어 한마디씩 번갈아 했다.
“덩칫값도 못 하고 잔걱정이 얼마나 많은지.”
“원랜 여기에 한재이 잔소리까지 얹어야 하는데.”
“아 그러네. 오늘 뭔가 평소랑 다른데 싶었더니 한재이 몫까지 차리더가 혼자 다 하고 있었네?”
멤버들이 하나둘씩 자신을 까 내리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어코 멤버들의 가방 속까지 하나하나 확인한 인혁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 이쪽을 구경 중이던 리키와 박윤섭, 그리고 한진섭을 돌아보며 말했다.
“얘들 준비 끝난 것 같은데 이제 슬슬 시작하죠?”
차분한 인혁의 목소리에 사람들이 다시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으으으, 나 정말 이런 거 딱 질색이라고.”
재이와 은규, 그리고 이환은 불빛 하나 없이 캄캄한 한밤중의 산길을 헬멧에 달린 작은 헤드라이트 불빛에 의지해 걷고 있었다.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담력 훈련 코스의 촬영은 VJ가 붙는 대신 헬멧과 어깨에 소형 캠을 붙이고 핸디캠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한 손에 핸디캠을 든 채 가장 앞장서서 걷고 있던 재이는 자신의 뒤에서 들려온 은규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재이가 입을 열기도 전에 맨 뒤에서 따라오던 이환이 주변이 떠나갈 듯한 목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으악, 모기!! 으억, 벌레!”
벌레를 털어 내려 허우적대는 이환의 모습을 바라본 재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은규에게 말했다.
“이환이 저러고 다니면 나오려던 귀신도 김 새서 안 나올 것 같지 않냐.”
“어… 뭔가 되게 설득력 있다, 그거.”
“아악 거미줄! 으악 끈적해. 아악! 나방 저리 가!”
은규의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또다시 들려오는 이환의 비명에 재이와 은규가 동시에 한숨을 내뱉었다.
“으휴…….”
“에휴…….”
긴장과 공포로 가득하던 은규의 눈빛이 조금 진정된 것을 확인한 재이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적어도 사운드 빌 걱정은 안 해도 되겠네.”
“그러게. 그건 다행이긴 하다.”
“야아악, 심은규 이것 좀 털어 줘, 나 목덜미에 뭐 붙었어!!”
은규가 이환의 목덜미에 붙은 거미를 떼어 주고 있는 사이 재이가 고개를 돌려 눈앞에 난 길을 바라보았다. 폐사당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숲 안쪽으로 길게 나 있었다. 주변을 비추는 것이 하나도 없는 캄캄한 어둠 속 희미한 헤드라이트 불빛을 집어삼키고 있는 듯한 산길의 모습에 재이는 잠시 멈춰 서서 그 어둑한 풍경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은규가 재이의 한쪽 팔을 붙잡고 말했다.
“길목에 숨어 있다가 막 튀어나와서 놀래키고 그런 거 아니겠지, 설마?”
안타깝게도 어딜 어떻게 봐도 그거 말고 다른 전개가 없을 것 같아 보이는 길인데 말이다.
재이가 속으로 중얼거리는 사이 옆으로 다가와 재이의 다른 쪽 팔을 붙잡은 이환이 말했다.
“나는 귀신은 안 무서운데 벌레는 딱 싫다고. 저 안에 아주 우글우글할 거 아니야. 으으 이럴 줄 알았으면 양봉 모자 쓰고 오는 건데.”
한쪽에선 귀신이 무섭다, 다른 쪽에서는 벌레가 무섭다 징징대는 두 녀석의 사이에서 재이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 더워. 저리 좀 떨어져 봐.”
자신의 짜증 섞인 한마디에 마지못한 얼굴로 각자 붙잡고 있던 소매를 놓고 어정쩡하게 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두 사람에게 재이가 말했다.
“심은규, 뭐가 튀어나올 만한 게 있으면 미리 알려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이환 너는 이거나 들고 다녀.”
재이는 어느 틈에 챙겨 왔는지 모를 모기 스프레이 두 통을 가방에서 꺼내 이환에게 던져 주며 말했다.
“한재이, 너 귀신도 볼 줄 알아?”
은규가 화들짝 놀란 얼굴로 쳐다보며 묻는 말에 재이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아니. 귀신이건 사람이건 튀어나오면 그것보다 빨리 뛰어서 도망쳐 버리면 되는 거잖아.”
“어으으, 그래 한재이 너라면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역시 한재이다운 해결법.”
자신의 말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진저리를 치는 두 녀석에게 재이가 이어 말했다.
“그러니까 눈 딱 감고 얼른 가서 돌 여섯 개 후딱 찾아서 갖고 나오자고.”
그러자 이환이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재이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나 지금 진심으로 하는 말인데 내일 아침 나 그냥 네가 끓여 주는 고무탕만 먹어도 될 것 같아.”
“나도. 한재이가 끓여 주는 건데 뭔들 안 맛있겠냐. 내가 괜한 욕심을 부린 것 같아.”
은규까지 덩달아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리는 것을 보고 있던 재이가 더이상 못 참겠다는 듯 두 사람이 양쪽에서 붙들고 있던 소매를 뿌리치고는 먼저 앞을 향해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에라이 이 화상들아, 아 몰라! 안 올 거면 나 먼저 간다?”
“어? 야, 야, 한재이! 같이 가, 이 비겁자!”
“아, 안 돼!! 야아악!!! 나 두고 가지 마! 인간 혈액팩들아! 나한테서 떨어지지 마! 같이 가자고오오!!!”
앞장서서 내달리기 시작한 재이를 보고 기겁한 은규와 이환이 얼결에 비명을 지르며 따라 뛰기 시작했다.
* * *
“심은규!”
“헉, 헉! 오… 왜? 왜!”
“저기 앞에 수풀 속에 넷! 조심해, 양쪽에서 온다!”
“뭐, 뭐? 으아악!!”
재이의 등만 보고 따라 뛰던 은규는 재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양쪽에서 수풀 사이로 불쑥 튀어나오는 하얗게 분칠한 손들에 기겁하며 비명을 내질렀다.
“이환! 얼른 은규 챙겨서 뛰어, 붙잡히면 귀찮으니까 그대로 뛰어서 빠져나가자고!”
자신에게 엉겨 붙는 하얗게 분칠한 귀신 분장의 팔들을 뿌리치고 달아나며 재이가 외쳤다.
“어? 어어. 어!! 야 심은규 정신 차려! 우물쭈물하다간 한재이가 놔두고 가 버린다고! 얼른!!”
“으아아아 엄마아아 으아아아!!!”
이환이 웅크리고 주저앉으려는 은규의 팔을 잡아끌듯 끌어당겨 억지로 등을 떠밀어 뛰며 외쳤다. 이환에게 등 떠밀려 가며 반쯤 눈을 감은 채 뛰던 은규의 귓가로 재이가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환!! 얼른 안으로 들어와서 문 닫아! 못 쫓아오게!”
“알았어! 알았어! 심은규 좀 들어가! 야악!!”
끼이익- 쾅-
헉 허헉. 헉 헉.
짙은 어둠 속에서 검은 머리를 늘어뜨리고 흰 소복을 입은 채 비틀거리며 쫓아오는 귀신 분장의 스태프들은 그것이 자신들을 놀라게 하기 위해 연출된 상황임을 알고 있음에도 머리가 쭈뼛 솟을 정도로 섬칫했다.
정신없이 사당 안으로 뛰어들자마자 등 뒤로 문을 걸어 잠근 세 사람은 그대로 잠시 멈춰 서서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헉. 헉… 어허엉. 진짜 무서웠어. 이거 이따 내려갈 때 또 나오는 거 아니야, 설마? 어어엉.”
바닥에 주저앉아 어깨를 들썩이던 은규가 진저리를 치며 울먹이는 소리에 이환이 당황한 듯 말했다.
“어억, 심은규 너 설마 진짜 우냐. 그깟 게 뭐가 무섭다고. 아까 보니까 쫓아오는 귀신 중에 조명 감독님도 계시더만.”
이환과 눈빛을 교환한 재이가 재빨리 맞장구치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아, 나도 봤어. 소복이 너무 작아서 밑에 입고 있는 조끼랑 바지랑 다 드러나던데.”
“막 뛰다가 그거 보고 웃음 터지려는 거 참느라 죽는 줄 알았잖아.”
이환과 재이가 웃으며 주고받는 말에 조금 안색이 나아진 은규가 물었다.
“…진짜야?”
“아, 진짜라니까.”
두 번 말하게 하지 말라는 듯 버럭하는 이환의 대답에 찔끔 목을 움츠리던 은규는 아직 저를 쳐다보고 있던 이환에게 말했다.
“어……. 근데, 이환.”
“응?”
“그……. 지금 너 머리 위에…….”
“내 머리 위에 뭐.”
은규의 목소리에 이환이 덩달아 긴장한 듯 얼굴을 굳히고 되물었다.
“왕거ㅁ…….”
“으아아아아악!!!!!!!”
우당탕탕
.
.
.
“대체 저 안에서 뭘 하길래 저렇게 시끄러운 거지?”
폐사당에서 멀찍이 떨어진 아래쪽 길목에까지 들려오는 소란스러운 소리에 수풀 사이에 몸을 숨기고 있던 사람들 중 리키가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그 말에 마찬가지로 옆에 쭈그리고 앉아 있던 인혁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저건 이환 목소린데. 뭐 왕거미라도 나왔나 보죠.”
이환이 벌레라면 아주 질색팔색을 하거든요.
자신의 말에 알 만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리키에게 같이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인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환은 벌레라면 질색을 했고 은규는 담이 약했다.
두 사람을 데리고 이 밤중에 저 먼지 구덩이 속을 돌아다니고 있을 한재이를 떠올리자 저도 모르게 애도의 염이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차오르는 듯한 기분이었다.
“근데 이 담력 훈련 코스, 진짜 명물이네요.”
인혁이 새삼 감탄스럽다는 듯 폐사당 쪽으로 난 숲길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어슴푸레한 밤빛을 받고 반쯤 기울어진 채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건물은 사실 제작진이 이번 예능을 위해 터를 다지고 지어 올린 야외 세트였다.
리키와 박윤섭이라는 능숙한 바람잡이와 미술팀이 영혼을 갈아 넣어 만든 장인 정신의 콜라보레이션 덕에 언뜻 봐서는 정말 뭐라도 튀어나올 듯 음산한 느낌이 드는 폐사당과 그 주변 경관은 그것이 세트라는 것을 알고 봐도 왠지 으스스한 느낌이었다.
“우리 미술 감독님이 귀신의 집 마니아라서.”
“세트로 쓰고 부수기엔 아까운 퀄리티긴 하지.”
“프로그램 끝나면 일반에 매각할 거란 소리가 있더라고.”
“그거 나쁘지 않은 생각인데요.”
마냥 수풀에 쪼그리고 앉아 기다리기 지루했던 듯 가까이에 있던 박윤섭과 한진섭까지 대화에 끼어들어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그때였다.
“으아아악!!!!”
한동안 잠잠한듯하던 사당 쪽에서 또다시 비명이 들려왔다.
조금 전과는 달리 그 소리를 들은 인혁의 얼굴이 순식간에 딱딱하게 굳었다.
“한재이?”
들릴 리 없는 사람의 비명을 들었다는 듯 인혁이 다급한 표정으로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며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