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퇴출 1호 아이돌 연습생이 되었다-175화 (175/224)

#175

엠티 다음 날 아침은 뭐다?

“와… 목소리 리얼한ㄷ…….”

“인혁아?”

태평하게 사당 쪽에서 들려오는 비명을 감상하고 있던 리키와 박윤섭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는 인혁의 움직임에 놀라 그를 쳐다보았다. 그런 주변의 시선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인혁은 심각하게 굳은 얼굴로 건너편 수풀에 몸을 숨기고 있던 피디를 향해 외쳤다.

“피디님 지금 이거-.”

“으아아악!!!!!!”

그리고 인혁이 말을 채 잇기도 전에 다시 한번 재이의 비명이 허공을 갈랐다.

- 치치칙 치칙

- 피… 피디님- 피디님-!!!!!

그와 함께 피디가 들고 있던 무전기에서 다급한 이환의 목소리가 띄엄띄엄 들려왔다.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인혁이 망설임 없이 사당 쪽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주변의 분위기가 긴장감으로 팽팽하게 달아올랐다. 황급히 인혁의 뒤를 따라 뛰면서 피디가 무전기에 대고 외쳤다.

“이환 씨? 은규 씨? 재이 씨!! 대답 좀 해 봐요!”

-치칙 치-----

대답 대신 불길한 노이즈가 울려 퍼지는 무전기 소리에 당황한 스태프들이 뒤늦게 동분서주하기 시작했다.

“김 감독님! 안쪽 모니터 상황 확인돼요?”

“아, 아뇨. 아무것도 안 잡혀요!!”

“그럴 리가!! 채널 돌려 봐요!”

“없어요! 아무것도 안 잡혀요!”

뒤에서 들려오는 스태프들의 외침을 들으며 한밤중의 산길을 전력 질주한 인혁과 나머지 출연진들이 사당 앞에 도착했다.

“한재이!!! 이환!! 심은규!!! 대답해!!!”

인혁이 안에서 잠긴 문을 두드리며 세 사람의 이름을 외쳤다. 그러나 나머지 출연진들과 그들을 뒤따라온 피디를 비롯한 스태프들의 가쁜 숨소리만이 들려올 뿐 사당은 무거운 정적에 휩싸여 있었다. 안쪽에서 인기척이 들려오지 않는 것을 확인한 인혁이 누가 말릴 새도 없이 뒤로 몇 발자국 물러섰다가 그대로 굳게 닫힌 문 쪽으로 몸을 날렸다.

콰-앙-

“야, 인혁아!!”

박윤섭이 말리는 소리도 듣지 못한 듯 인혁이 다시 한번 문 쪽을 향해 몸을 날렸다.

콰-앙-!!!

낡은 문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망가져 버리며 활짝 열리자 인혁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장 안쪽으로 뛰어들었다. 박윤섭과 리키, 한진섭을 비롯한 스태프들이 뒤따라 뛰어들며 세 사람의 이름을 외쳤다.

“한재이!! 이환!!! 심은규!!!”

“재이 씨!!!”

“은규 씨!!!”

“이환 씨!!!”

그다지 넓지 않은 사당 안 어디에서도 세 사람을 찾을 수 없자 사당 안에 모인 사람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불안으로 물들었다.

“어… 어디로 간 거지.”

리키가 불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치--- 치칙 치---

불길한 적막만이 흐르는 가운데 피디가 들고 있는 무전기에서 음산한 노이즈가 띄엄띄엄 들려왔다. 귀를 긁는 듯 묘하게 거슬리는 그 소리에 리키와 한진섭이 저도 모르게 움찔 몸을 떨며 이런 상황 속에서도 비교적 침착해 보이는 박윤섭 쪽으로 한걸음 붙어 섰다.

울긋불긋 알아볼 수 없는 글자들이 빼곡한 부적들이 뼈대만 남은 장지문 너머로 불어오는 산바람에 스산한 소리를 내며 우수수 흔들렸다. 묵직하게 내려앉은 어둠만큼이나 음산한 분위기에 리키가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이 일단 우리 바, 밖으로…….”

그때였다.

콰-앙

“와아아악!!!!!”

“엄마야아아아아!!!!”

“아이고 아부지이!!!!!!!”

갑자기 귓가를 울리는 커다란 소리에 사람들이 정신없이 비명을 지르며 혼비백산 밖으로 튀어 나갔다. 박윤섭과 한진섭을 제치고 가장 먼저 문밖으로 뛰쳐나온 리키가 자신을 가로막는 그림자에 저도 모르게 길게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아아악!!!!!!!”

“짜잔-!!!”

“어떠셨나요??”

“아하하하하.”

…하?

리키는 비명을 지르던 얼굴 그대로 굳은 듯이 눈앞을 쳐다보았다. 뒤따라 뛰쳐나오던 박윤섭과 한진섭이 우뚝 멈춰 선 리키의 등 뒤에 부딪쳐 뒤로 나뒹굴었다.

“아이쿠아야야. 아 갑자기 거기서 멈춰서면 어떡… 하?”

“으아아아아… 아으아……. 에??”

바닥을 나뒹굴던 두 사람이 뒤늦게 리키가 바라보고 있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그대로 굳어 있는 세 사람의 등 뒤로 인혁이 느긋하게 걸어 나왔다.

그들을 지나쳐 걸어 나간 인혁이 향한 곳에는 그들의 얼빠진 모습을 핸디캠으로 꼼꼼하게 담고 있는 재이와 무전기를 들고 있는 은규, 그리고 거기에 대고 모기 스프레이를 뿌리면서 신난다는 듯 웃고 있는 이환이 서 있었다.

그들과 인혁이 차례차례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것을 본 리키가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설마 지금 이거…….”

리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재이가 외쳤다.

“놀라셨죠! 파티의 팀워크 훈련에 동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하하하, 서프라이즈!”

재이의 말에 신난다는 듯 차례차례 외치는 은규와 이환의 목소리를 들은 리키가 그제야 제정신으로 돌아온 듯 주변을 살피다 피디와 눈이 맞았다.

“헐……?”

“그게, 밸런스 조절을 고민하다 보니…….”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 씩 웃는 피디와 미안한듯 중얼거리는 메인 작가의 반응을 확인한 리키가 박윤섭의 옆자리에 털퍼덕 주저앉았다.

“와, 어이없어. 밸런스 패치고 뭐고 이정도면 담력 훈련은 저쪽이 아니라 우리가 한 거나 다름없잖아?”

리키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중얼거리는 것을 듣고 있던 한진섭이 허탈한 듯 말했다.

“난 어디서부터 어떻게 당한 건지 감도 안 오는데. 대체 어디서부터 짠 거야?”

“와 진짜 배신감이 휘몰아친다. 중간부터 뭔가 느낌이 쎄하긴 했어도 설마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쳤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이봐, 차인혁이, 이리 좀 와 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이렇게 홀랑 우리를 배신할 수가 있지? 우리도 팀이잖아, 팀. 자기 그룹 사람들 왔다고 이렇게까지 싹 돌변하기 있냐? 와, 진짜 너무하네.”

박윤섭이 재이와 은규, 이환과 나란히 서서 이쪽을 쳐다보며 빙글빙글 웃고 있는 인혁의 잘생긴 얼굴을 쳐다보며 어이없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근데 진짜 대체 언제부터 짠 건데?”

조금 제정신으로 돌아온 리키가 묻는 말에 이환이 신난다는 듯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오늘 도착해서 여기 하우스로 올라오면서요.”

“담력 훈련이 스케줄에 들어있는 거 보자마자 각이 섰죠. 마침 피디님이랑 작가님도 자극적인 진행을 원하시는 것 같았고.”

재이의 말에 리키와 한진섭이 피디와 작가 쪽으로 고개를 홱 돌리며 그들을 노려보았다. 박윤섭이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우리 오늘 처음 본 사이인데.”

“인혁이랑 한 팀이면 저희랑도 알고 지내던 사이나 마찬가지라고 어려워하지 말고 편하게 대하라고 하셨잖아요.”

“그거 그냥 인사치레…….”

“저희가 아직 신인 물이 덜 빠져서 선배님들 말씀은 곧이곧대로 다 믿는 편이라.”

“헐…….”

“참고로 저는 반대했어요.”

빈틈없는 재이의 대답을 듣고 있던 리키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웃음을 내뱉는 것을 보고 은규가 소심한 얼굴로 덧붙였다.

“결국, 처음부터 아주 작정하고 멕였다는거네?”

허탈하다는 듯 내뱉는 박윤섭의 말에 재이가 위로하듯 말했다.

“제작진분들도 피디님이랑 작가님, 그리고 감독님 몇 분들밖에 모르고 계셨을걸요.”

“맞아요, 저기 보세요. 우리 의상팀분들도 완전 기막혀하고 계시잖아요.”

“그러게, 오죽 놀라셨으면 귀신 분장 그대로 뛰어오셨네들.”

재이의 말에 은규와 이환이 차례대로 한마디씩 했다. 인혁을 제외한 출연진들과 미리 짜 놓은 상황이었음을 몰랐던 제작진들이 허탈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며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리고 있는 것을 둘러본 은규가 말했다.

“아깐 진짜 알고 있으면서도 무서워 죽는 줄 알았다고요.”

“심은규 무서워서 진짜 울었다고요.”

“야, 그만해.”

“아 왜. 사실이잖아.”

“그러는 너도 거미 보고 놀라 자빠졌잖아.”

“귀신은 가짜지만 거미는 진짜잖아!”

은규와 이환이 투닥대는 것을 보고 있던 박윤섭이 재이를 돌아보며 물었다.

“근데 그럼 인혁이는 언제 포섭한 거야?”

“아 그건 아까 하우스 들어가서 저희 셋이 수다 떨 때 대충.”

“대충?”

박윤섭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되묻는 말에 재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이따가 역공 걸 거니까 알아서 장단이나 맞추라고 했죠.”

이런 건 너무 자세하게 짜면 오히려 들키기 쉬우니까요.

재이가 덧붙인 말에 박윤섭이 못 당하겠다는 듯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때까지 서로 옥신각신하고 있던 이환과 은규가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며 말했다.

“너무 최선을 다한 나머지 문짝을 망가뜨리긴 했지만.”

“진짜, 바디 태클 한 번에 그대로 문짝을 날려 버리는 차인혁 클라쓰.”

두 사람의 말에 인혁이 멋쩍은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낡은 거였으니까 그렇지.”

“저기 미술 감독님 표정 보니까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재이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세트를 수습 중인 제작진들을 향했다. 인혁의 바디 태클 한 방에 종잇장처럼 날아가 버린 대문의 흔적을 주워 들며 미술 감독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혀를 차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튼, 이거 완전히 한 방 먹었네.”

박윤섭이 중얼거리는 말에 이환이 외쳤다.

“하하, 이것이 바로 파티 보컬 라인의 팀워크!”

“배신과 음모가 일상이라는건 잘 알겠다.”

리키가 헛웃음을 지으며 내뱉은 말에 재이가 문득 떠올랐다는 듯 말했다.

“아, 맞다. 이거 미션.”

재이가 생각났다는 듯 크리스털이 담긴 주머니를 리키에게 건넸다. 주머니에서 큼직한 방울토마토 정도 크기의 크리스털 모형을 하나씩 꺼내어 세어 보던 리키가 고개를 갸웃했다.

“…응? 근데 왜 여섯 개가 아니고…….”

“일곱 개 있던데요? 사당에.”

대수롭지 않다는 듯 태연하게 중얼거린 재이의 대답에 진행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재이 씨, 농담 그만해.”

불길하다는듯 중얼거린 리키의 말에 은규와 이환, 그리고 재이가 각자 찾은 개수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사당 촛대 쪽에서 두 개.”

“제단 뒤쪽에 두 개.”

“창가에 하나, 문 아래쪽에 하나.”

아 그리고 부적들 틈에 하나 더 있던데.

재이의 말에 리키가 딱딱하게 굳은 목소리로 윤섭을 불렀다.

“윤섭이 형, 혹시 형이 더 놨어요?”

“아니? 딱 여섯 개밖에 안 갖다 놓았는데? 이거 꽤 비싼거라 잃어버리면 큰일난다고 미술팀이 신신당부한 건ㄷ…….”

리키의 손 위에 놓인 반짝이는 일곱 개의 크리스털을 쳐다보며 번갈아 한마디씩 하던 출연진들이 잠시 서로를 마주 보다가 뒤편에 서 있는 사당 쪽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끼이이익-

마침 그 타이밍에 세찬 바람이 휘몰아치자 사당이 기묘한 소리를 내며 삐걱댔다.

“으아아악!!!”

“엄마야아아!!!”

“와아아악!!!”

출연진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앞다투어 산길을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제작진들까지 황급히 자리를 뜨면서 순식간에 인기척이 사라진 사당은 적막 속에 몸을 숨기듯 천천히 어둠 속에 파묻혔다.

* * *

다음 날 아침.

“어? 벌써들 일어난 거야? 굿모닝.”

“아, 형. 좋은 아침입니다.”

동이 막 트기 시작할 무렵, 습관처럼 잠에서 깨어 기지개를 켜며 아침 공기를 마시려 하우스 밖으로 나오던 윤섭은 자신보다 먼저 일어난 선객들이 있음을 깨닫고 인사를 건넸다. 어젯밤 화려한 신고식을 치른, 아니 거꾸로 자신들에게 화려한 신고식을 치르게 한 파티 보컬 라인의 메인 보컬 한재이와 천하에 다시없을 배신자 차인혁이었다.

“둘 다 벌써 일어난 거야?”

“아, 저희가 원래 아침잠이 별로 없는 타입이라서요.”

“다른 녀석들은?”

“아직 자죠.”

벌써 조깅이라도 하고 온 것인지 옅게 땀이 배어나 있는 두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며 윤섭이 감탄했다는 듯 중얼거렸다.

“벌써 한 바퀴 뛰고 온 거야?”

“가볍게 주변 산책 정도요.”

“부지런하네.”

두 사람과 번갈아 대화하면서 몸에 밴 듯한 동작으로 스트레칭을 시작하는 박윤섭에게 재이가 말했다.

“형도 어제 촬영 때문에 피곤하셨을 텐데.”

“누구 탓이겠냐고.”

“하하, 덕분에 분량은 잘 빠졌잖아요.”

“분량 두 번 빼다간 내 넋이 먼저 빠지겠다, 아주.”

“하하하, 형 엄살도 참.”

자신의 투덜거림도 웃음으로 흘려버리는 재이의 모습에 못 당하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은 박윤섭이 본격적으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젯밤, 사당에서 엠티하우스까지의 내리막길을 모두 다 함께 전력 질주로 돌아온 끝에 결국 부적들 틈에 놓여 있던 마지막 하나의 크리스털은 재이가 미술 감독에게 받아 내 따로 챙겨 갔던 소품이었음이 뒤늦게 밝혀졌다.

- 미술 감독님이 천천히 보고 돌려줘도 된다고 하시길래.

천연덕스럽게 자신이 범인이었음을 밝힌 재이의 태도에 피디와 작가는 물론 줄곧 행동을 같이 해 온 이환과 은규까지 못 말리겠다는 듯 머리를 짚은 것은 두말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결국 자신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재이를 비롯한 파티 멤버들의 손에서 줄곧 놀아나고 있었다는것을 깨달은 박윤섭과 엠티하우스 진행팀이 좀 자야겠다며 앞다투어 비척비척 숙소 안으로 들어가 버린 것을 끝으로 밤늦게까지 이어지던 촬영은 끝이 났다.

“형.”

윤섭의 스트레칭이 대충 끝나 가는 것을 보고 있던 재이가 그를 불렀다.

“왜?”

“출출하지 않으세요?”

“뭐?”

“어제 하도 뛰어서 그런지 배고파서 뭐 좀 먹으려던 참인데.”

재이와 인혁이 번갈아 하는 말에 윤섭이 황당하다는 듯 하던 동작을 멈추고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새벽에? 아직 카감님들도 다들 주무실 텐데.”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 깨기 전에 우리끼리 뚝딱.”

손으로 음식을 먹는 동작을 해 보이며 씩 웃는 인혁을 보고 박윤섭이 헛웃음을 흘렸다.

“헐.”

대체 이 새벽부터 뭐가 먹히긴 하냐. 젊음이 좋긴 좋구나.

박윤섭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것을 듣고 있던 재이가 말했다.

“싫으시면 저희끼리 먹고요.”

“아니 누가 싫댔냐.”

“그럼 형도 드시는 거로.”

“뭐 먹을 건데?”

“인터넷 보니까 엠티 온 다음 날 아침 메뉴는 꼭 이거라던데.”

자신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오는 인혁과 그를 뒤따르는 윤섭의 호기심 어린 질문에 재이가 눈을 빛내며 싱긋 웃었다.

.

.

.

“으어어 삭신이야……. 으음… 뭐지, 이 냄새?”

침실에서 나와 어깨와 허리를 두드리며 중얼거리던 은규를 발견한 리키가 방에서 나오며 인사를 건넸다.

“하아아암… 은규 좋은 아침……. 응? 진섭이 형 벌써 요리 시작하셨나?”

리키의 말에 그때까지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있던 은규가 정신이 번쩍 든 듯 화들짝 놀란 얼굴로 외쳤다.

“헉, 설마. 내 고무탕!”

“…고무탕?”

황당해하는 리키를 지나쳐 다시 나왔던 방으로 뛰어 들어간 은규가 아직 침대와 한 몸이 되어 있는 이환을 흔들어 깨우며 다급하게 외쳤다.

“야 이환, 일어나! 한재이 요리했나 보다!”

“으으음… 뭐? 한재이 요리했어???”

“그래, 아 뭐야 차인혁 이 배신자, 벌써 일어났잖아. 안 되겠다, 야, 나 먼저 간다?”

고개를 돌려 이미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빈 침대를 확인한 은규가 더 못 기다리겠다는 듯 몸을 돌려 그대로 방을 뛰쳐나갔다. 혼자 남겨진 이환이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어? 야! 심은규! 안 돼, 같이 가!!”

자다 일어나 까치집이 된 머리를 정돈할 새도 없이 이환이 은규를 따라 자신을 지나쳐 곧장 주방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리키가 중얼거렸다.

“…대체 무슨 일이야.”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방 쪽에서 이환의 우렁찬 샤우팅이 들려왔다.

“야아아아 한재이이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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