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퇴출 1호 아이돌 연습생이 되었다-177화 (177/224)

#177

이렇게 된 이상, 너희가 정해

“추적자 컨셉인건 맞는데, 톰과 젤리는 아닌데요.”

“피터 팬 느낌은 곡 때문에 그렇게 느끼신 것도 같은데.”

이번 노래가 저희 곡치곤 좀 청량한 느낌이긴 하죠.

연습을 마치고 쉬어 가는 시간, 자기들끼리 내기를 했다며 안무 컨셉이 뭐냐고 물어온 박윤섭과 리키, 한진섭에게 멤버들이 돌아가며 설명을 했다.

“아닌데 분명 톰과 젤리 같았는데.”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리는 리키의 말에 인혁이 물었다.

“어느 부분이요?”

“여기 이거.”

딱 젤리가 휘두른 100톤 망치에 얻어맞은 톰 삘이잖아.

리키가 안무의 한 동작을 재현해 보이며 말했다. 목을 한껏 움츠리고 팔다리를 허우적대는 우스꽝스러운 동작에 사람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저런 동작이 있었던가?”

“아, 나 저거 알아. 저거 은규 파트잖아.”

“헐, 저게 그거로 보인다고? 심은규 이 안무파괴자 같으니.”

“저렇게 보니 완전 개그 감인데.”

생각났다는 듯 이환이 외친 말에 여전히 열심히 은규의 파트를 재현 중인 리키를 다시 한번 돌아본 인혁과 재이가 차례차례 한마디씩 하자. 은규가 억울한 듯 중얼거렸다.

“그 와중에 젤리도 아니고 톰이냐고요.”

“심은규 너 이번 곡 제대로 춰야겠다. 네 어깨에 우리 타이틀곡의 장르가 걸려 있다고.”

“와, 심은규, 책임이 막중하네.”

은규의 축 처진 눈썹을 보며 재밌다는 듯 이야기하는 이환과 인혁의 말을 듣고 있던 재이가 중얼거렸다.

“저거 근데 잘하면 거꾸로 히트치는 거 아니고?”

“뭐로?”

“C'est la vie(세라비: 그게 인생이야!)를 외치는 톰.”

…그거 묘하게 풍자적인데.

멤버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 * *

[데일리 엔터] 이번 미션은 탈출!? PART.Y의 세 번째 레이드[Entrapped!]의 타이틀곡 [C'est la vie: 세라비]

바야흐로 아이돌 전성시대.

특히 올해 상반기는 정상급 아이돌들의 컴백러시가 줄을 잇고 있는 탓에 아이돌 팬들에게는 ‘피의 축제 기간’이라고 불리고 있는 상황.

지난 달 컴백한 더블헥사곤과 RS6, 이번 달 초 컴백을 알린 브릴리언트 보이즈에 이어 지난 앨범 [Lv.2 Abyss Laid]가 대히트를 기록하면서 명실상부 케이팝씬을 이끄는 대세돌로 자리매김한 PART.Y의 세 번째 앨범이 드디어 그 베일을 벗었다.

세 번째 앨범 [Entrapped!]에서는 현실이라는 덫에 걸린 파티가 시간이라는 추적자를 피해 탈출을 도모하는 레이드가 펼쳐진다.

지난 앨범 빅룸 하우스의 매력인 크고 거침없는 사운드를 유감없이 보여 준 파티는 세 번째 타이틀곡 [C'est la vie: 세라비]에서 베이스 하우스와 팝을 혼용함으로써 자신들의 곡에서 일관되게 느껴지는 클라이맥스의 긴장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보다 신나게 즐길 수 있는 비트 사운드로의 진화를 보여 줬다.

C'est la vie! (그게 인생이야!)

현실이라는 덫 속에서 시간이라는 추적자에 쫓기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파티의 유쾌한 외침! 그들의 세 번째 모험이 이제 곧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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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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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BC 음악방송 사전 녹화일

“와 우리 이제 드디어 진짜 단독 대기실이네? 벽세지간을 느낀다.”

지난번 컴백 때와는 달리 이번엔 정말 파티 여섯 명만을 위해 배정된 단독 대기실로 들어서며 이환이 감개무량한 듯 외쳤다.

“격세지감이겠지. 대체 그게 무슨 뜻인지는 알고 쓰는 거냐?”

“벽 같은 세월이 아주 많이 지나갔다는 뜻 아니야?”

자신의 말을 정정해 주는 엠케이에게 이환이 고개를 갸웃하며 뭐가 문제냐는 듯 되묻는 것을 보고 있던 은규가 중얼거렸다.

“어……. 아주 틀린 말은 아니라 뭐라고 하기도 좀 애매하지 않아?”

그러자 남궁찬과 인혁이 뒤따라 한마디씩 던졌다.

“애매하긴 뭐가 애매해. 첫 글자부터 아주 시원하게 틀렸구만. 이환 너는 한자어를 쓸 거면 공부를 더 하던가 아니면 아예 쓰질 말든가 둘 중 하나만 해라, 좀.”

“그러게 왜 매번 왜 부끄러움은 우리의 몫이냐고.”

“아 왜 뭐, 아주 틀린 말은 아니라면서. 그렇게 사람이 하는 말마다 꼬투리 잡고 살면 세상 살기 안 피곤하냐?”

부끄러워하기는커녕 멤버들의 타박이 억울하다는 듯 발끈하는 이환을 힐끔 쳐다본 재이가 툭 내뱉었다.

“놔둬라, 기왕 버린 몸인데 저대로 잘 개발해서 캐릭터로 살려 보기라도 하라고.”

그러자 평소 이환과 팀을 이루는 일이 잦은 은규가 그거 좋은 생각이라는 듯 손뼉을 치며 말했다.

“그럼 난 옆에 있다가 이환이 틀리면 고쳐 주는 척 반사이익이나 챙겨야겠다.”

그러나 웃고 있던 은규의 얼굴은 곧이어 들린 멤버들의 가차 없는 평가에 금세 일그러졌다.

“같이 틀릴 가능성이 더 커 보이는데.”

“환심이즈 덤엔더머. 뭐, 캐릭터성 하나는 확실해 보이네.”

“와, 한재이, 이렇게 또 한 큐에 둘을 보내 버리네.”

“이걸 바로?”

인혁과 재이, 그리고 엠케이가 입을 모아 고개를 가로저으며 두런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던 남궁찬이 추임새를 넣으며 이환을 쳐다보았다.

“일타쌍파!”

‘내가 곧 정답’이라는 듯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자신 있게 외치는 이환의 모습을 보고 있던 멤버들이 하나둘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이환.”

“무슨 카메하메파냐고.”

“일부러 저러는 거 아니냐, 저거?”

“와, 그 정도의 머리가 이환에게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지금?”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다.”

그 뒤로 한동안 한자어 문제를 낼 때마다 묘하게 어긋나는 대답을 하는 이환을 둘러싸고 신기하다는 듯 어처구니없다는 듯 수다를 떨고 있던 멤버들은 누군가가 대기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일제히 문 쪽을 쳐다봤다.

“누구지?”

“글쎄, 누구 올 사람이 없는데.”

“들어오세요.”

서로를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하고 있던 멤버들은 인혁의 대답에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들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헉!!!”

“더헥 선배님들???”

“안녕하십니까, 완전무결한 세계의 수호자, 더블헥사곤입니다!!”

놀란 멤버들이 어정쩡하게 서 있는 가운데 우르르 밀려들어 온 더블헥사곤 멤버들이 리더 선겸의 선창에 맞춰 우렁차게 파티 멤버들을 향해 인사를 했다. 데뷔 7년 차 대선배의 깍듯한 인사에 당황한 멤버들 사이로 선겸과 직접적인 친분이 있는 인혁이 당황한 듯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선겸이 형, 아니 대체 이게 무슨 일…….”

“앗! 우리 차 리더님.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아, 형, 대체 왜 이러세요, 부담스럽게. 여기 좀 보세요. 저희 애들 다 굳어서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있잖아요.”

리더 선겸의 깍듯한 인사에 인혁이 몸 둘 바를 몰라 하며 말했다. 뒤에 서 있던 재이가 자신들을 바라보며 빙글빙글 웃고 있는 더블헥사곤 멤버들과 그들의 뒤쪽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거 혹시 무슨 몰래카메라 같은 거예요? 저 뒤에 카메라가 찍고 있는 거 아니에요, 혹시?”

수상쩍다는 듯 의심 가득한 표정으로 묻는 재이의 말에 더블헥사곤 멤버들 중 몇몇이 웃음을 터뜨렸다. 선겸이 그런 재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이고, 우리 파티의 대놓고 실세, 어흑재 선생님! 어떻게,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선겸이 형, 농담 말고 진짜로.”

정색한 재이가 웃음기를 싹 빼고 묻는 말에 잠시 움찔한 선겸이 다시 빙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뭐야, 조금 더 하려고 했더니 이거야 원, 분위기 살벌해서 어디 더 하겠냐고. 재미없어라.”

선겸의 말에 그의 뒤에 선 멤버들 중 몇몇이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재이가 대화에 끼어드는 동안 당황스러움을 조금 진정시키는 데 성공한 듯 인혁이 평소와 다름없이 차분한 어투로 선겸에게 재차 물었다.

“근데 진짜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다들 여기까지 와 주신 거예요? 오늘 무슨 날이에요?”

하극상의 날? 야자데이 뭐 그런 건가? 리버스 경로의 날이라던가?

인혁의 뒤에서 재이를 비롯한 파티 멤버들이 자신들을 힐끔거리며 자기들끼리 수군대고 있는 것을 본 선겸이 웃으며 대답했다.

“오늘이 무슨 날이긴. 양심도 없이 컴백하는 날 1위도 해야겠다고 선배 멱살 잡으러 쳐들어온 파티 후배님들의 컴백날이지.”

“선겸이형…….”

인혁이 이제 슬슬 본론을 내뱉지 않으면 억지로라도 쫓아낼 거라는 듯 눈을 찌푸리는 것을 본 선겸이 두 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래, 이제 진짜 본론 들어갈게. 사실 너희한테 부탁할 게 있어서 왔어.”

“부탁이랄까 제안이랄까.”

“야, 김선겸! 간 보지 마.이건 빼박 부탁인데.”

“그래, 이럴 땐 팍 숙이고 들어가야 해. 어정쩡하게 말하면 소용없다고.”

선겸의 말에 그의 주위에 있던 멤버들이 하나둘 말을 보탰다.

‘와, 사람이 많아서 그런가 짧게 한마디씩 보탠 것뿐인데도 에코 장난 아니네. 무슨 돌림 노래 듣는 것 같은 느낌이야.’

재이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더블헥사곤의 멤버 수는 열둘.

그중 두 명이 입대를 계기로 빠진 상태이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파티에 비하면 대인원이었다.

여섯 명인 자신들도 사운드가 비지를 않아 정신없다는 소리를 듣는데 저 인원이면…….

재이는 각 멤버가 둘씩 총 열두 명인 버전의 파티를 상상해 보곤 곧장 고개를 휘휘 내저었다. 다른 건 몰라도 상상만으로도 시끄러워서 귀에서 피가 날 듯한 느낌이었다.

“무슨 부탁이신데요?”

멤버 수만큼 메아리치는 더블헥사곤 리더 선겸의 말에 인혁이 짧게 되물었다. 그 질문에 선겸이 멋쩍은 듯 웃으며 대답했다.

“그 왜 있잖아. 너희 자컨 중에 그 컨셉 잡고 게임하는.”

선겸이 입을 떼자 멤버들이 더 못 참겠다는 듯 한마디씩 쏟아냈다.

“TRPG!”

“그냥 TRPG 아니고 액션형 티알이지.”

“그게 그거 아니야?”

“다르지 다르다고. 넌 일단 나서지 말고 공부부터 다시 하고 와라.”

“아, 시끄러워 잠깐 다들 좀 조용히 해 봐.”

결국, 버럭 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조금 잠잠해진 멤버들을 한번 흘겨보고는 선겸이 인혁과 재이를 비롯한 파티 멤버들에게 이어 말했다.

“너희 자컨 중에 그 액션형 티알피지 말인데. 우리랑 콜라보레이션 해서 같이 한번 찍으면 어떨까 하는데, 너희 생각은 어때?”

선겸에게서 나온 의외의 제안에 고개를 갸웃하며 서로를 마주 보는 멤버들 사이에서 재이가 물었다.

“왜 하필 그거예요? 그게 보기엔 재밌어 보여도 실제로 로그 따고 편집할 분량 만들려면 촬영분 넉넉하게 만들어야 해서 보기보다 꽤 중노동이거든요.”

재이의 말에 선겸이 그건 몰랐다는 듯 잠시 뜸을 들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왜는 왜야. 너희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그러ㅈ…….”

“저 지금 세상에서 제일 재미없는 유머 들은 것 같은 기분인데요, 형.”

재이가 선겸의 말을 가로막고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선겸을 비롯한 더블헥사곤 멤버들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듯한 반듯한 눈빛에 선겸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고는 말했다.

“그게. 그런 말이 돈단 말이지.”

“파티의 티알에 나가면 떡상한다.”

마지못해 운을 뗀 선겸에 보다 못한 다른 멤버가 냉큼 이어 말했다.

“그거…….”

한재이가 인턴 놀리려고 지어냈던 말인데.

남궁찬이 채 말을 잇기도 전에 선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알아, 우리도. 그거 그냥 이 바닥에 난무하는 의미 없는 카더라인거. 근데 뭐, 재밌잖아. 나 사실 너희 그 티알 자컨 신박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핑계 김에 다 같이 한번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는데 다른 멤버들도 비슷한 생각들이더라고. 회사 반응도 긍정적이라, 만나면 한번 물어나 보자 싶었지.”

떡상이니 뭐니 하는 말은 존심 상해서 안 하려고 했는데 왜 한 거야, 대체.

설명이 끝나자마자 고개를 돌려 아까 끼어든 멤버를 낮은 목소리로 타박하고 있는 선겸을 바라보고 있던 인혁이 뒤를 돌아 나머지 멤버들을 둘러보았다.

“재밌을 것 같은데?”

인혁과 시선이 마주친 재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자 엠케이가 뒤를 이어 말했다.

“며칠 전에 윤 실장님이 이번 거 플롯 구상하느라 밤새는 중이라고 하셨으니까 지금 말하면 반영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난 찬성.”

남궁찬도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을 표하는 것을 본 이환과 은규가 앞다투어 입을 열었다.

“와 근데 그러면 대체 몇 명이 하는 거야?”

“우리 스튜디오 터지겠다.”

“더헥 선배님들 스튜디오 빌려서 해야지!”

멤버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확인한 인혁이 선겸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일단 저희 멤버들 쪽에는 이견이 없는 것 같으니 회사에 확인해서…….”

콩콩.

‘컨펌 나는 대로 진행하기로 할까요.’라고 하려던 인혁은 누군가가 대기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순간 멈칫했다. 시끌시끌하던 대기실이 일순 조용해진 사이, 인혁이 고개를 갸웃하며 노크 소리에 대답했다.

“들어오세요……?”

더블헥사곤 열, 파티 여섯, 총 열여섯 쌍의 시선이 열리기 시작한 문틈으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가슴 속에 영원한 Rising stars RS6입니……??”

귓가에 쨍쨍하게 울리는 인사와 함께 대기실 안으로 우르르 들어오려던 녀석들이 이미 꽉 들어찬 사람들에 막혀 더는 들어가지 못하고 당황한 얼굴로 엉거주춤 서 있었다.

“너흰 또 뭔데…….”

선겸이 짧게 중얼거리는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린 리더 황재민이 입을 열었다.

“어, 더블헥사곤 선배님들, 안녕하십니까. 아까 인사드리러 대기실 갔더니 안 계셨는데. 여기 와 계신 줄은 몰랐네요…….”

너희한테 먼저 인사 갔었다는 것을 강력하게 어필하며 대체 여기서 뭐 하냐는 눈빛으로 더블헥사곤 멤버들을 훑어보는 황재민에게 선겸이 예의 그 선해 보이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재민이구나. 우린 파티 애들하고 얘기할 게 좀 있어서. 그러는 너희야말로 여긴 웬일이야? RS6, 파티랑 데뷔 동기 아니었어? 뭔 인사를 그렇게 깍듯하게 해. 누가 보면 너희가 후배인 줄 알겠다, 야.”

“선겸이 형, 그럼 아까 그건…….”

“프훕.”

“큭.”

“으흠… 흠…….”

조금 전, 자신들보다 까마득하게 후배인 파티에게 신인 시절에나 하던 각 잡힌 그룹 인사를 깍듯하게 한 장본인이 태연하게 내뱉는 말에 재이를 비롯한 파티 멤버들이 참지 못하고 입가를 실룩였다. 이상하게 돌아가는 대기실 분위기에 당황한 황재민이 주저하며 대답했다.

“어 아니, 그게 저. 파티 애들한테 할 말이 있어서.”

“뭔데? 우리는 들으면 안 되는 비밀 얘기야, 혹시?”

“음, 그게. 아니 딱히 그런 건 아닌데.”

자신의 말에 재밌다는 듯 눈을 빛내며 되물어 오는 선겸의 반응에 황재민이 잠시 머뭇거렸다.

“비밀일 게 뭐가 있어요. 그냥 말해요, 형.”

그리 크지 않은 대기실에 꽉꽉 들어찬 사람들 탓에 맨 뒤쪽 사람들과 대기실 벽 틈에 끼어있다시피 한 이화빈이 앞쪽에 서 있는 황재민을 향해 외치듯 말했다. 이화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황재민이 선겸과 인혁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아, 그게. 저희 이번에 파티랑 활동 기간이 좀 겹치거든요.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자는 의미에서 저번에 했던 티알 이번에도 같이 하지 않겠냐고 하려고 왔……?”

설명을 이어가던 황재민은 주변의 공기가 미묘해진 것을 느끼고 하던 말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흥미롭다는 듯 보고 있던 더블헥사곤 멤버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 파티 멤버들은 대체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아리송한 표정으로 자신들과 더블헥사곤을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왜.”

대체 무슨 일이냐고 물으려던 황재민의 말을 가로막으며 선겸이 입을 열었다.

“재민아.”

“예, 형.”

선겸이 나직하게 부르는 말에 황재민이 긴장한 듯 자세를 가다듬으며 대답했다.

“그거 꼭 해야겠니.”

“예?”

“티알 말이다. 너희 저번에 같이 했다며.”

“예?”

얼빠진 표정의 황재민과 RS6 멤버들을 돌아보며 선겸이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사실 다 알고 있어. 우리도 너네 나온 티알 보고 온 거거든. 너희 거기서 케미 좋다고 소문나서 앙숙 같던 팬덤들 분위기도 좋아지고 넷상에서 회자해서 일반 커뮤니티에서도 인기몰이하면서 유입 쏠쏠했던 거 우리가 다 알고 왔다고.’

선겸은 황재민에게 차마 하지 못한 말을 속으로 집어삼키며 비장한 얼굴로 인혁과 재이를 비롯한 파티 멤버들을 돌아보며 외쳤다.

“이렇게 된 이상, 너희가 정해.”

더블헥사곤이야, RS6이야?

선겸의 외침에 파티의 대기실에 때아닌 긴장감이 휘몰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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