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
소문의 맛집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케이엠 VD실 실장 윤효민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회의실에 모인 윤효민과 기획 5팀 심진우 팀장, 그리고 매니저 김석관을 비롯한 파티 전담 코어 팀 직원들은 멤버들과 다 같이 한자리에 모여 지금 세간을 핫하게 달구고 있는 이 ‘뜨거운 감자’를 어떻게 요리해 먹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중이었다.
며칠 전, 파티의 컴백 무대 사전녹화 현장 대기실에서 벌어진 더블헥사곤, 파티, 그리고 RS6의 일명 ‘대기실 회동’은 연예 기사란에 [의문의 회동]이라는 사진 한 장이 올라온 것을 계기로 팬덤과 일반 대중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게 되었다.
이미 몇 년째 남자 아이돌 시장에서 네버로스와 함께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더블헥사곤이 요새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오고 있는 중이라고는 해도 연차로 따지면 까마득한 후배인 파티의 대기실을 직접 찾았다는 사실은 그것만으로도 이미 핫이슈 감이었다.
거기에 파티와 친분이 있다고는 해도 기본적으로는 같은 시기에 데뷔해 줄곧 경쟁 관계에 있는 RS6까지 파티의 대기실로 모여들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이슈에 목말라 있던 연예부 기자들은 이 가뭄에 단비와도 같은 대형 떡밥에 반갑게 몰려들었다. ‘회동’의 원인이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탓에 이런저런 추측성 기사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하면서, 이 돌발 이벤트는 며칠째 세간에서 화제 몰이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파티랑 티알하면 떡상한다니.”
잠시 혼잣말과 함께 말을 멈췄던 윤효민이 이해가 되질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그냥 딱 듣기에도 허무맹랑한 소리처럼 들리지 않나? 어떻게 이런 거에 낚일 수가 있지?”
“알식이 애들하고 저번에 티알 같이한 게 반응 좋았었잖아요. 그 얘기가 어디선가 와전된 듯해요.”
윤효민과 심진우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이환이 일의 발단이 된 헛소문의 최초 유포자를 힐끔 쳐다보며 툭 내뱉었다.
“그러니 애초에 한재이의 저 입이 방정인 거죠.”
“아니 내가 뭐 동네방네 떠들고 다닌 것도 아니고.”
“그거 한마디가 완전 제대로 스노우볼이었던거지, 뭐.”
억울하다는 듯 투덜거리는 재이의 옆에서 엠케이가 딱하다는 듯 한마디 하자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남궁찬이 화제를 돌렸다.
“아무튼, 한재이, 일감 모아 오는 데는 아주 도가 텄다니까.”
“자기 일감 모으는 데만 특출난 줄 알았더니 이제 주변인들 일감까지 모아 오고. 일 중독의 끝판왕이냐고.”
그 말에 은규가 가세하자 재몰이의 선봉 이환이 냉큼 외쳤다.
“저거랑 같이 다니면 굶어 죽지는 않겠다는 확신!”
“그러나 과로하다가 죽을 수는 있겠다는 예감!”
“밥그릇과 목숨줄을 모두 어흑재에게 저당 잡힌 파티의 운명은?!”
남궁찬과 은규가 이환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 앞다투어 한마디씩 덧붙이는 것을 바라보고 재이가 짧게 툭 내뱉었다.
“잘들 논다.”
재이의 나직한 한마디에 신나서 왁자지껄 떠들어 대던 녀석들이 순간 찔끔하는 것을 한쪽에서 재미있다는 듯 구경하고 있던 윤효민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결론은 어쨌건 그 덕분에 그냥 대충 가내 수공업 정도 하던 곳에 대형 외주가 들어온 상황이라는 건데.”
자, 이걸 어떻게 한다…….
윤효민이 고민된다는 듯 중얼거린 말에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김석관이 입을 열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두 그룹 모두 어느 정도 회사하고 말을 맞춰 본 다음 우리 애들한테 얘기하러 왔던 모양이더군요. 그 대기실 회동 후에 바로 두 그룹 매니저들하고 몇 마디 나눠봤는데 다들 자기네들은 조정 가능하다고 우리 쪽 스케줄 나오는 거 보고 최대한 맞춰 보겠다고들 하더라고요. 다들 누가 뿌린 약을 얼마나 잡수고들 온 건지 아주 적극적이던데요.”
석관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다시 한번 재이에게로 쏠렸다.
“그렇게들 쳐다보셔도 저는 딱히 더 드릴 말씀이 없는데요.”
재이가 덤덤한 어조로 운을 떼고는 이어 말했다.
“근데 하나 분명한 건 이미 기자들이고 팬들이고 다들 우리가 더블헥사곤이랑 RS6랑 모여서 뭔갈 하려나 보더라고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는 상황이라 둘 중 하나만을 택하고 나머지 하나를 버리는 건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다는 점이에요.”
“내 생각도 그래. 자칫 잘못했다간 괜히 어이없이 얻어맞기 딱 좋을 것 같단 말이지.”
김석관이 자신도 재이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맞장구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에 잠시 조용했던 멤버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럼 역시 다 같이 하게 되는 건가?”
“와 대체 그러면 총 몇 명이 나오는 거지?”
“더헥 선배님들만 열 명이니까, 우리 여섯, 알식이들 다섯 합치면 스물한 명이네.”
은규의 말에 이환과 남궁찬이 인원을 확인하고는 새삼 놀랐다는 듯 중얼거렸다.
“와 대규모.”
“다 같이 나오면 보시는 분들도 누가 누군지 알아보기 힘드시겠는데?”
“애초에 그 정도 인원이면 한 카메라에 다 들어가기도 힘들 듯.”
총 참여 인원이 스물하나에 달한다는 말에 그때까지 막연한 기대와 호기심으로 반짝이던 멤버들의 눈빛이 차츰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것보다 우선 저 인원으로 게임이 가능하긴 해?”
“넋 놓고 있다간 사람들에 묻혀서 제대로 병풍 되고 끝날 것 같은데?”
“근데 그럴 거면 굳이 같이할 이유가 없잖아. 애초에 이건 우리 홍보하자고 만드는 우리 컨텐츠인데.”
회의적인 의견들이 나오기 시작하며 실내의 분위기가 한층 무거워졌다.
“이 정도면 진짜 미니 아이돌 체육 대회 수준인데.”
“레알 편집 잘못했다간 욕만 배부르게 먹을 듯.”
“아니 이거 말하면 할수록 우리한테 득 될 게 하나도 없어 보이는데?”
멤버들이 나누는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던 재이가 그들을 한 번 휙 둘러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뭐야, 다들 완전 쫄았잖아?”
도발적인 그 한마디에 실내의 공기가 순식간에 바짝 얼어붙었다.
“뭐?”
“뭐라는 거야.”
“쫄긴 누가 쫄아.”
“다짜고짜 왜 물어뜯는 건데?”
인상을 팍 찌푸린 녀석들이 한마디씩 내뱉는 것을 바라보고 있던 재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엠케이 말대로 이 정도면 미니 아이돌 체육 대회 수준이고 아마 커다랗게 앞뒤로 이름표 써 붙이지 않으면 보시는 분들 중에는 누가 누군지 모르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는 인원수인 거 맞는데.”
거기까지 말한 재이가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멤버들을 하나하나 돌아보며 이어 말했다.
“남궁찬 네 말대로 애초에 이건 우리 컨텐츠잖아.”
“그, 그렇지……?”
갑자기 재이에게 이름을 불린 남궁찬이 당황한 나머지 살짝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그런 남궁찬을 바라보며 재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건 곧 게스트가 백 명이 나오건 천 명이 나오건 메인 포커스는 우리라는 거 아니야?”
“어…….”
그으런가?
남궁찬이 그 말도 일리 있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는 것을 보고 재이가 말을 이었다.
“인원 많아진다고 TRPG 말고 체육 대회 할 거 아니잖아. 그럼 몇 명이 게스트로 오건 상관없지 않아?”
“……하긴. 애초에 더헥 선배님들도 알식이들도 우리 TRPG 뷰 수가 무슨 수억만 뷰 나와서 그거 보고 같이하고 싶다고 한 것도 아닌데.”
엠케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자 인혁이 이어 말했다.
“아예 처음부터 못 박고 시작하는 건 어때? 우리 자컨이니까 편집도 우리 메인으로 가겠다고.”
우리가 그 정도 텃세는 부려도 되는 거 아닌가요?
인혁이 김석관을 비롯한 직원들 쪽을 바라보며 물었다. 인혁과 시선이 마주친 김석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 정도는 나랑 심 팀장님 선에서 조율할 수 있어. 재이나 인혁이 말대로 우리 컨텐츠에 편승하고 싶다고 저쪽에서 먼저 제안하고 들어온 사안인 만큼 처음부터 그 정도 선은 긋고 시작하는 게 오히려 서로 움직이기 편할지도 모르겠다.”
김석관의 말에 심진우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결국 그 인원을 데리고 어떤 식으로 진행하느냐가 관건인데…….”
윤효민이 중얼거리는 말에 재이가 입을 열었다.
“아무리 우리가 우리 메인으로 편집하겠다고 못 박고 시작한다고 해도 저 인원이 나오는 걸 30분짜리 클립 하나로 끝내 버릴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린 것을 확인한 재이가 잠시 숨을 고르고는 이어 말했다.
“일단 파티원 모집부터 하는 건 어때요?”
* * *
며칠 후.
스튜디오 촬영장.
“안녕하세요오……어?”
더블헥사곤의 리더 선겸은 몸에 밴 습관대로 꾸벅 인사를 하며 촬영장으로 들어서다 말고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자신의 뒤를 따라 들어오던 멤버들이 줄줄이 앞사람의 등에 코를 박고 멈춰서서는 무슨 일이냐며 목을 빼고 앞쪽을 쳐다보다가 선겸이 그랬던 것처럼 멈칫하고는 스튜디오 쪽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와, 혹시 소문 듣고 오신 모험가분들인가?”
그런 그들에게 태연한 표정으로 다가와 말을 거는 사람은 분명 파티의 랩댄스 멤버 남궁찬이었다. 아이돌 치고는 훌쩍 커다란 키에 붙임성 좋아 보이는 미소가 딱 어머니들이 좋아할 만한 인상의 녀석이 스튜디오 끝자락에 멈춰 서 있는 자신들을 발견하고는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남궁찬의 옆에 그에게 배정된 것으로 보이는 VJ가 그와 이쪽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것을 본 선겸이 표정을 가다듬었다.
‘이미 촬영 중이라니. 이 부지런한 후배님들 같으니.’
선겸이 자신에게 다가온 남궁찬에게 물었다.
“남궁찬 씨, 그건…….”
선겸의 시선이 어디에 가 있는지 눈치챈 남궁찬의 얼굴에 순간 그늘이 졌다 사라졌다. 남궁찬은 대답 대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 앞에서 완벽한 동작으로 턴을 한 번 해 보이고는 씩 웃으며 말했다.
“이게 이래 봬도 공격력을 30퍼센트나 높여주는 레어템이라고요.”
커다란 키 탓인지 어딜 어떻게 봐도 위력적이라기보다는 앙증맞아 보이는 범무늬 꼬리를 흔들어 보이며 남궁찬이 짐짓 자랑스럽다는 듯 말했다.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말투와 달리 남궁찬의 목덜미와 귓가가 빨갛게 물들어 있는 것을 눈치챈 선겸이 적당히 장단을 맞춰 주며 물었다.
“와아아, 그거 참 멋지네요. 하하아, 어. 근데 지금 이게 다 뭐 하는 거죠?”
선겸의 물음에 남궁찬이 겨우 위기를 넘겼다는 듯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소문 듣고 오신 거 맞죠? 며칠 후에 있을 레이드 공략에 참여할 파티원들 모집한다고.”
“아 네. 근데 어떻게 참가하면 되는 거죠?”
‘역시 선겸 선배, 예능을 아시네.’
사전 설명 없이 다짜고짜 들어간 훅에도 능숙하게 장단을 맞춰 오는 선겸의 리액션에 남궁찬이 내심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저 뒤쪽에서 파티원들 모집하고 있는 파티장들하고 면접 보시면 됩니다.”
“저기요! 질문 있습니다! 포지션은 어떻게 정하나요?”
남궁찬의 설명을 듣고 있던 더블헥사곤 멤버 중 하나가 한껏 들뜬 목소리로 손을 번쩍 들고 소리쳤다.
“모험가분들의 포지션은 초보 서포터로 고정입니다.”
남궁찬의 단호한 한마디에 더블헥사곤 중 이런 류의 게임에 익숙한 몇몇이 김샜다는 듯 투덜거렸다.
“에이 뭐야 나도 탱커 시켜줘요. 탱커!”
“그런 포지션들은 지금 여러분 정도의 렙으로는 어림도 없죠.”
쪼렙 주제에 어딜…….
한참 멀었다는 듯 턱을 치켜들고 피식 웃으며 대답하는 남궁찬의 말에 더블헥사곤에서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와 초장부터 벽 높게 쌓네!”
“주최 측의 횡포다 횡포!”
“뭐, 불만 있으면 얼른 렙업을 하시든가.”
눈썹 하나 까딱 않고 대답하는 남궁찬에 멤버 하나가 웃으며 야유했다.
“와 얄미워라, 남궁찬 너 나중에 보자 어?”
“남궁찬이 누군가요. 전 범투가인데요.”
남궁찬이 범꼬리를 흔들어 보이며 천연덕스럽게 대꾸하는 것에 더블헥사곤 멤버들이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아 참고로, 제 파티에 들어오시는 분 중 한 분께는 제가 아끼던 레어템을 드릴 예정이니 잘 생각해 보세요!”
.
.
.
“저어… 여기가 음유시인 파티 맞죠?”
선겸이 조심스럽게 건넨 말에 한 손에 든 붉은 피리를 빙글빙글 돌리며 의자에 나른하게 기대앉아 있던 사람이 슬쩍 눈을 들어 이쪽을 쳐다봤다.
‘와, 한재이 컨셉 세게 잡고 들어가네. 연기 포텐을 이런 데 쓰나…….’
마주친 눈빛에서 느껴지는 위압감에 선겸이 속으로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면접 보러 왔는데…….”
“그래?”
‘헐. 다짜고짜 반말……. 그래. 예능이라 이거지. 참자, 참아…….’
선겸이 속으로 참을 인을 외치며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이자 재이, 아니 음유시인이 턱짓으로 한쪽을 가리키며 툭 내뱉었다.
“저기서 기다려, 좀 이따 시험 볼 거니까.”
“시험요?”
“그럼, 내 파티에 그냥 들어올 수 있을 줄 알았어?”
“헐…….”
‘원래 파티의 꽃은 탱커 아니야? 끽해야 원거리 딜러 주제에 왜 저렇게 콧대가 세지? 아무리 한재이라도 이러면 너무 밸붕 아니…….’
초등학교 3학년부터 사회인이 된 지금까지 게임 인생 탱커 외길만을 걸어온 선겸은 건방진 후배, 아니 건방진 음유시인이 가리킨 쪽으로 고개를 돌리다가 할 말을 잃은 듯 그대로 멈춰 섰다.
“면접 볼 거면 줄 서요.”
마치 소문의 맛집이라도 찾아온 듯 길게 늘어선 줄의 맨 앞에 서 있던 RS6의 황재민이 턱짓으로 뒤쪽을 가리키며 쿨시크하게 툭 내뱉었다. 그 뒤로 늘어선 RS6의 멤버 몇몇과 어느 틈엔가 자신보다도 먼저 대열에 합류해 있는 자기 그룹 멤버 몇몇의 얼굴을 본 선겸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본 녀석들이 웅성댔다.
“아 거기 우리 파티장님 눈앞에 얼쩡거리지 말고 얼른 저기 뒤로 가서 서요.”
“새치기할 생각일랑 마시고요.”
“보아하니 0렙인데 어디 뽑히겠냐고?”
줄의 중간에 서 있던 RS6의 핑크 머리가 코웃음을 치며 한마디 하는 것이 보였다.
‘뭐야, RS6는 한 번 나왔으니 1렙이고 우리는 0렙이라 이거야? 와 선배 대접이 이렇게 박해도 되는 거냐고.’
선겸이 속으로 중얼거리며 걸음을 옮기는 동안 대기 줄에 서 있던 더블헥사곤 멤버 중 하나가 투덜댔다.
“와 1렙이나 0렙이나 서포터 인생 마찬가지인데 갈라치기 너무하는 거 아니야… 예요?”
보통 때라면 눈도 제대로 못 맞췄을 대선배를 당당하게 레벨로 눌러 준 RS6의 멤버들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따 본게임 들어가고 나서도 그 말이 나오나 보자고요.”
“1렙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뼈저리게 알게 될걸요.”
이 무슨 하극상 월드…….
선겸이 어이없이 중얼거리는데 느긋하게 기대앉아 있던 음유시인’님’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와글와글 수다를 떨던 사람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고 그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사람들의 이목이 제 쪽으로 온전히 쏠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 잠시 뜸을 들인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시험을 시작해 볼까?”
나직이 중얼거리는 것과 동시에 씩 웃어 보이는 그의 눈동자를 마주한 사람들이 저도 모르게 움찔, 몸을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