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
하, 인생. #C'est_la_vie
- 으와아아아!!!!!!!!
- 저게 가능해?!!!
- 와 미친!!!!!
- 진짜 음유가 한 방에 끝내 버렸어 !!!
- 크으 이것이 바로 세계관 최강자 한재이의 클래스!!
주사위의 결과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던 사람들에게서 한 박자 늦게 경악에 가까운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주사윗값의 결과는 001.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크리티컬 히트였다.
당연하다는 듯 태연한 재이의 얼굴과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표정의 파티 멤버들, 어렴풋이 짐작은 했지만 진짜 이럴 줄 몰랐다는 RS6 멤버들의 얼굴과 직접 보고도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의 더블헥사곤까지.
스튜디오에 모인 사람들의 각양각색의 표정들이 하나하나 화면에 스쳐 가면서 나직하고 조용하게 울리기 시작하던 음산한 피리 소리가 점점 볼륨을 키우기 시작했다.
- 으으, 갑자기 분위기 무엇?
- 뭐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데.
스튜디오에 모인 사람들이 저희끼리 수군대는 소리를 배경으로 그들의 발치에서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한 검은 안개가 조금씩 몸집을 키워 갔다 . 강렬하고 높은 음역이었던 붉은 피리와 달리 묵직하고 거친 음색의 검은 피리를 손에 든 재이가 연주를 이어 갔다 .
어둡고 스산한 선율이 이어지는 가운데 점점 덩치를 불려 나간 검은 안개가 그대로 한 쪽을 향해 빠르게 쏘아져 나갔다.
콰지직 콰직 콰쾅 쾅
요란한 효과음과 번쩍이는 특수 효과 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사람들의 환호가 울려 퍼졌다.
- 와아아!!!!
- 으와아! 음유 만세!!!!
- 어흑재! 어흑재!!!
시끌벅적한 외침이 조금씩 가라앉으며 그 사이로 인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수고했어.
어느샌가 다가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파티 멤버들 사이로 인사를 건네는 인혁의 짧은 한마디에 당연한 소리를 한다는 듯 재이가 픽 웃었다. 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엠케이가 흐뭇하다는 듯 대견하다는 듯 고개를 크게 끄덕여 보이며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외쳤다.
- 역시 최종 보스 한재이!!
- 그럼 그럼. 우리 세계관 최강자!
- 세계를 멸망시키려면 한재이 정도 급은 되어야지, 그럼!
- 어째 살짝 멕이는 것 같기도 한데?
재이가 눈썹을 슬쩍 치켜세우며 중얼거리자 이환이 어깨를 움찔하고는 웃으며 얼버무렸다.
- 아하하, 설마. 와 그나저나 이제 디버프 다 해소됐으니 우리 힐러님 좀 부를까.
- 그래, 후딱 해치우고 보상받고 나가자고.
- GM님, 이제 제 턴이죠? [소환] 주문 갑니다!
남궁찬의 말에 이환이 기다렸다는 듯 GM 쪽을 돌아보고 외치고는 후딱 주사위를 던졌다. 대충 성공이 뜬 것을 확인하자마자 일언반구 말도 없이 자신의 파티 멤버들에게로 냅다 뛰어간 이환이 멤버들과 머리를 맞대고 뭐라고 소곤거렸다.
그리고 곧이어 이환을 포함한 네 명의 마법사 파티 인원들이 형형색색의 보자기 망토를 촤락 휘날리며 각자 포즈를 잡았다.
- 자연의 이치와 불멸의 근원을 탐구하는 자
- 만물의 섭리에 대해 논하는 자가 명하노니
- 오오오- 지금 갈 곳을 잃고 헤매고 있는 그대여
- 오너라 그대를 기다리고 있는 자들의 곁으로!!!
태연하고 뻔뻔하고 당당한 목소리가 연달아 스튜디오에 울려 퍼졌다. 주문을 영창하는 사람들의 한없이 진지하고 엄숙한 목소리와 달리 그들을 제외한 다른 모두가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몸을 비비 꼬았다.
감정의 기복이 없는 편인 재이마저도 못 견디겠다는 듯 얼굴을 와락 찌푸리고는 팔뚝을 벅벅 긁고 있는 가운데 번쩍이는 특수 효과 와 폭죽 터지는 듯 요란한 효과음이 지나간 화면 속에 스튜디오 한쪽 구석에 찌그러져 이쪽 상황을 구경 중이던 힐러 파티가 드디어 사람들과 합류한 모습이 비쳤다.
- … 지금 건…… .
- 아 대체 왜 부끄러움은 나의 몫이냐고.
- 와 근데 나 순간 이환이 분신술 쓴 줄.
- 다들 비위들도 좋네. 어떻게 저런 말들을 저렇게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할 수가 있지?
- 진짜 그룹마다 저런 거 좋아하는 사람들은 하나씩 꼭 있나 봐.
- 진심 저 망토 두르고 너 나 할 것 없이 다들 좋아할 때부터 뭔가 촉이 오더라니.
이환이 쓸데없이 며칠을 고심해서 만들었음이 분명한 낯뜨거운 주문을 다 함께 외치고 재밌다는 듯 자기들끼리 쑥덕대고 있는 법사팟의 멤버들을 바라보며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 이환이 특이한 줄 알았더니. 저기 법사팟에 들어간 사람들 어딘가 다들 좀 이상한 듯.
- 저렇게까지 저랑 닮은 사람들만 모아 놓기도 힘들 것 같은데, 이환이 보기보다 사람 보는 눈이 있는 갑네.
- 와, 뜻밖의 곳에서 이환에게 숨겨져 있던 재능을 발견한 기분.
이환과 법사팟 멤버들이 주변의 싸한 시선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성공적인 주문의 영창을 자축하며 서로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며 멤버들이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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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크레딧 과 함께 파티의 신곡 C'est la vie가 흐르는 가운데, 세 그룹의 연합 파티가 특수 효과 로 재현된 차원의 시계를 리셋하는 데 성공하는 모습이 지나갔다. 그리고 사람들이 미션 클리어를 자축하며 서로 하이파이브 하는 모습을 배경으로 각 그룹 멤버들의 짤막한 인터뷰 영상이 차례차례 지나갔다.
[더블헥사곤 리드 보컬 선겸] 렙업 해야 되니까 꼭 다시 또 불러 줘요 !! 다음엔 우리만!!! RS6보다 레벨이 낮아서야 선배 체면이 서겠냐고요! 네? 파티도 후배… 뭐라고요? 안 들리는데요.
[더블헥사곤 메인 래퍼 윤 (트랩의 신)] 첫 출연과 동시에 타이틀까지 딴 건 제가 처음이라고요? 하하하, 이거 좋아해도 되는 거 맞죠? 덕분에 상체 운동 열심히 하고 갑니다!! 다음번엔 운동 코스 좀 골고루 짜 주세요! 네? 여기 그런 프로그램 아니라고요?
[RS6 메인 보컬 황재민 (강화의 신)] 아, 타이틀 감사합니다. 하하. 아이템 강화가 필요할 땐 언제든지 불러만 주세요! 1588-강화강화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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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크레딧 이 완전히 끝나고 멈춘 영상 아래로 시청자들의 코멘트가 줄을 이었다.
└ 나 이번에야말로 드디어 팬덤끼리 돌판 대첩 찍는 줄 알았는데. 이 훈훈함 무엇?
└ 222 이런 기획 추진한 회사 뚝배기 깨러 가려고 장비 챙기고 있다가 개당황ㅋㅋ
└ 333 리얼 노어이ㅋㅋ 애들 너무 그냥 저희끼리 재밌어 죽는 거 보여서 들었던 장비 다소곳이 내려놓는 중 ㅋㅋ
└ 힐러팟 길잡이가 삽질해서 고구마 먹고 폭발할 줄 알았는데 웬걸ㅋㅋ 음유가 한방에 해결해버림ㅋㅋ
└ 검사도 격투가도 아닌 음ㅋㅋ윸ㅋㅋㅋ
└ 음유가 세계관 최강자라닠ㅋ 아니 이봐요, 포션들 좀 나와봐. 이게 말이 돼?ㅋㅋ
└ 네 그렇습니다. 이것이 바로 파티의 세계관ㅋㅋ 저희 음유 물리력이 좀
└ 힐러팟 너무 까지 말잨ㅋ 쟤네 저거 찍고 사흘 동안 근육통에 시달렸다더랔ㅋ
└ 다음번엔 균형 잡힌 코스로 짜달랰ㅋ 또 트랩 관광 시킬건가봨ㅋ
└ 트랩 신이랑 강화 신은 파티 셔플하는 걸롴 ㅋ
└ 트랩 신하고 엮인 음유 궁금하닼ㅋ
└ 마지막에 법사팟 귀여웠던 거 나뿐임? ㅋㅋ 오글토글 보자기망토단ㅋㅋ
└ 나는 장신즠ㅋ 격투가팟은 동물원 컨셉인듯
└ ㅋㅋㅋ보상템으로 토끼 귀 받은 찬이 표정 넘ㅋㅋㅋ
└ 그럼 이제 범꼬리는 누구 물려주는 거야?
└ 그래서 다음번 파티 모집은 언제? 우리 본진도 신청 좀 넣어보라고 해야겠다
└ 2222
└ 333333
└ 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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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와 더블헥사곤, 그리고 RS6이 함께한 TRPG는 총 세 번에 나뉘어 업로드되었다. 각 소속사에서 미리 풀어 두었던 기사를 통해 소문을 접하고 영상의 업로드만을 기다리고 있던 세 그룹의 팬덤을 시작으로 일반 대중에게까지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정교한 플롯과 두뇌 싸움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치유와 힐링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아닌, 그저 주사위 게임을 함께 하고 있을 뿐이었지만 그러므로 평소에는 잘 볼 수 없었던 탑 티어 아이돌들의 꾸밈없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재이의 피리 반주에 맞춰 더블헥사곤과 RS6 멤버들이 커버한 파티의 신곡 C'est la vie(세라비)는 의외의 곳에서 반향을 일으켰다.
“응? 봉만 형님이 별스타 올려 주셨네 ?”
“어? 진짜네. 와, 또 가셨나 봐. 카히타마하키.”
이동 중인 차 안.
몇몇은 부족한 잠을 보충하고 몇몇은 핸드폰을 들여다보느라 조용하던 차 안에서 엠케이가 문득 중얼거린 말에 옆자리의 남궁찬이 고개를 기울여 엠케이의 핸드폰 화면을 쳐다보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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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gMAN_ddabong 현지 기상 악화로 비행기 연착행렬… 하, 인생.
#C'est_la_vie #세라비 #생존의법칙 #카히타마하키 #살려줘
김봉만의 별스타그램에는 연착 중이라는 메시지가 가득한 공항 대시보드 앞 벤치에 앉아 어쩔 수 없지 않냐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 있는 김봉만의 사진과 함께 세라비의 해시태그가 붙어있었다.
“거기에서 우리 태그 써서 사진 올려 주신 거야? 감동인데.”
“뭔가, 감사한데 짠하다.”
“그러게.”
“근데 뭔가, 해시태그들 보면 짠한 사진이 많이 올라오는 것 같지 않아?”
#세라비’의 해시태그로 올라온 사진들을 훑어보고 있던 은규가 중얼거렸다. C'est la vie 혹은 세라비의 해시태그와 함께 사진을 올리는 것은 파티와 포션을 시작으로 TRPG에 참가했던 더블헥사곤과 RS6를 거쳐 그들의 팬덤, 그리고 TRPG 영상을 본 일반 네티즌에게 급속도로 퍼지며 한창 유행을 타는 중이었다. 실시간으로 불어나는 게시글들을 짬짬이 들여다보는 것은 요새 멤버들의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난 그게 제일 인상적이던데.”
다른 쪽에 앉아있던 이환이 입을 열었다.
“뭐?”
“그 비글 세 마리 키우는 분이 외출했다가 들어왔더니 애들이 벽지 다 뜯어놓고 엄마 왔다고 신나서 날뛰는 거 올리신 사진.”
“아, 그거. 보는 내가 마음이 다 아프더라.”
은규가 동감이라는 듯 눈썹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엠케이가 핸드폰 화면을 스크롤 하다가 말했다.
“그래도 난 역시 아직 이게 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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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_doubleHexagon TRPG 하러 갔다가 운동만 열심히 하고 왔어요. 하, 인생….
#C'est_la_vie #세라비 #트랩신의_위엄 #고생했다_힐러팟
엠케이가 내민 핸드폰 화면에는 거울 앞에서 소매를 걷어 올리고 잔뜩 성난 팔근육을 찍어 올린 더블헥사곤 메인 래퍼 윤의 별스타그램 게시글이 표시되어 있었다.
“그래, 짠하기로 따지면 이게 레전드긴 하다.”
“아니, 그렇게 따지면 윤 선배하고 같은 팀이었던 나랑 다른 힐러팟 멤버들이 더 짠하지.”
엠케이와 그가 내민 사진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는 남궁찬에게 억울하다는 듯 은규가 벌떡 상체를 일으키며 외쳤다.
“아, 그건 인정.”
“으, 저 사진 보니까 그때 생각나서 또 팔 아파지는 기분이야.”
자신을 보며 딱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멤버들의 대답에 만족한 듯 시트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은규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어?”
핸드폰을 들여다본 채 녀석들의 수다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있던 인혁이 무심코 내뱉은 말에 멤버들의 이목이 그에게로 쏠렸다.
“왜? 무슨 일이야?”
“누가 또 짠한 사진 올려 주셨어 ?”
어딘지 심각해 보이는 인혁의 얼굴에 멤버들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잠시 말을 멈추고 뜸을 들이는 인혁의 태도에 성미 급한 이환이 재촉하며 물었다.
“아 그럼 얼른 말해 봐 . 듣는 사람 숨넘어가겠어.”
“이환 하여간에 개미 똥줄보다도 짧은 저 인내심.”
“남궁찬, 너 진짜 아이돌이 돼 가지고 그런 저급한 표현 좀 안 쓰면 안 되냐?”
“아니 내 표현이 어디가 어때서. 그런 표현 말고는 설명이 불가능한 네 인내심이 문제 아니고?”
“지금 너를 참아 주고 있는 것만으로도 내 인내심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안 그래?”
“잠깐잠깐,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차인혁 말해 봐 . 뭔데 그래?”
투닥대는 두 사람을 가로막으며 엠케이가 인혁에게 물었다.
“어, 아니. 의외의 사람이 해시태그를 달아서.”
“응? 누구누구?”
멤버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은 인혁이 대답 대신 자신이 보고 있던 핸드폰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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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yKinnen That’s Life!
#C'est_la_vie #Find_the_fox
이번에 나온 자신의 신곡 커버 사진과 함께 세라비의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을 올린 사람은 최근 가장 트렌디한 신인을 배출하는 레이블이라는 평을 받으며 성장 중인 Astronaut Records의 대표 프로듀서이자 가수, 조이 키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