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퇴출 1호 아이돌 연습생이 되었다-183화 (183/224)

#183

여우 소년의 나들이

[데일리 엔터]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는, 그래서 더 재미있는, C'est_la_vie (그게 바로 인생이야)

그룹 PART.Y의 신곡 [C'est_la_vie]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PART.Y의 미니 3집 앨범의 타이틀곡 [C'est_la_vie] (*주: 세라비, That’s life라는 뜻의 프랑스어)는 ‘인생이 버겁고 힘들게 느껴질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마법의 주문’을 노래하고 있다.

[Like a Tutorial], [Abyss: 심연] 등 기존의 곡들에서 보여 준 시리어스한 세계관 속 강렬한 카리스마와는 또 다른 사운드적 시도와 신선한 전개 방식을 선보인 이번 곡은 PART.Y 특유의 감성을 공고히 한다는 점에서 그들이 또다시 ‘레벨 업’해서 돌아왔음을 명백히 보여 주고 있다.

발매와 동시에 국내 주요 음원 차트의 1위를 석권하며 다시 한번 그들의 대중적 인기를 실감케 한 PART.Y의 [C'est_la_vie]는 귀에 쏙쏙 들어와 박히는 ‘마법의 주문’ C'est_la_vie! 로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 또한 뜨겁게 달구고 있다.

별스타그램, 얼굴책 등의 SNS를 통해 #C'est_la_vie, #세라비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만의 인생의 해학을 담은 사진 및 동영상을 올리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이미 더블헥사곤의 윤, 개그맨 김봉만 등 국내 여러 스타가 공개한 사진들에 연일 높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며칠 전에는 팝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프로듀서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세계적인 팝스타 조이 키넌이 #C'est_la_vie의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의 신곡 뮤직비디오 영상 일부를 공개하면서 #C'est_la_vie의 돌풍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

.

.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스튜디오.

“*여우에게서 연락이 왔다고?!”

조이 키넌은 그동안 줄곧 야속하리만치 잠잠했던 상대방이 드디어 미끼를 물었다는 소식에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며 외쳤다.

“*어, 오긴 했는데.”

소식을 전한 스태프가 말을 흐리는 것에 키넌이 눈을 찌푸리며 물었다.

“*했는데 뭐? 왜 반응이 그렇지? 그가 뭐라고 했길래?”

“*그게. ‘또 상의도 없이 먼저 질렀으니 이쪽도 알아서 하겠다.’라고 하던데.”

“*……아하하하.”

머뭇거리며 입을 연 스태프가 전한 말에 한 대 얻어맞은 듯 잠시 멈춰 있던 키넌이 뒤늦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여간에 재미있는 녀석이야. 그래서, 뭘 어떻게 할 거라는데?”

“*아, 여기.”

스태프가 들고 온 태블릿을 건네며 영상 하나를 재생했다.

“*……이건.”

그때까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유쾌하게 웃고 있던 키넌의 눈빛이 순간 날카롭게 빛났다.

* * *

LBC 라이브홀 대기실.

음악방송의 사전녹화와 라이브 방송을 위해 대기실에 도착한 파티 멤버들은 리허설을 끝내고 각자의 방식으로 짧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야, 심은규. 청심환 먹었냐?”

이환이 은규를 돌아보고 물었다.

“어, 아침에 숙소 나오기 전에 정수 형이 챙겨 줬어.”

“그럼 나랑 묵찌빠 좀 할래?”

“왜? 나 아직 괜찮은데?”

고개를 갸웃하는 은규에게 이환이 제 가슴에 손을 얹고는 눈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내가 긴장돼서.”

“아 진짜? 어쩐지 아까 리허설 할 때 아슬아슬해 보이더라.”

살짝 걱정된다는 듯 맞장구쳐 주는 은규를 쳐다보며 이환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내 역할이 좀 중요하잖냐.”

3집 앨범으로 컴백하자마자 3사 1위를 동시 석권하는 기염을 토해 낸 파티는 1위 굳히기를 위한 총력전을 펼치는 중이었다. 특히 오늘 무대는 얼마 전부터 모든 멤버가 머리를 맞대고 없는 시간을 쪼개 가며 만들어 낸 스페셜 에디션 버전으로 구성될 예정이었다.

C'est la vie에서 드디어 재이와 듀얼이긴 해도 그토록 염원하던 센터의 포지션을 거머쥔 이환은 최근 한껏 올라간 어깨를 주체하지 못하는 듯했다. 지겹지도 않은지 또다시 으스대는 이환의 말을 들은 은규가 좀 전과는 180도 달라진 태도로 얼굴을 팍 찌푸리며 못 살겠다는 듯 투덜거렸다.

“1절만 하자, 1절만. 그 소리 컴백한 뒤로 진짜 뻥 안 치고 백 번은 더 들은 듯.”

“백 번이 뭐야. 체감상 백만 번도 더 들은 것 같아. 나 어제 드디어 꿈속에도 나왔다고. 저 말 하는 이환.”

옆에서 조금 뒤에 진행될 사전 인터뷰 대본을 들여다보고 있던 엠케이가 뿌듯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이환을 힐끔 쳐다보고는 질렸다는 표정으로 끼어들었다. 그러자 그 옆에 앉아 관계자들에게 돌릴 앨범 재킷에 자신의 몫을 사인 중이던 남궁찬과 인혁이 덩달아 눈을 찌푸리며 한마디씩 거들었다.

“와 그거 진짜 심각한 악몽이었네.”

“오늘 컨디션 괜찮냐, 무리하지 마라.”

딱하다는 듯한 얼굴로 묵찌빠를 해 주려던 은규마저 얼굴색을 바꾸고는 바쁘니까 이따 하자며 다시 사인에 집중하기 시작하는 것을 본 이환이 상심했다는 듯 투덜거렸다.

“아니 다들 너무한 거 아니야? 멤버가 지금 도움이 필요하다는데. 어? 이러다 이따 내가 본방에서 실수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냐고.”

이환의 말에 사인에 집중한 듯 고개도 돌리지 않은 남궁찬이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럼 넌 한재이 손에 죽는 거지.”

“그리고 2차로 내 손에 죽고.”

인혁이 중얼거리는 말에 남궁찬이 해맑게 웃으며 안심하라는 듯 제 가슴을 두어 번 탕탕 치며 말했다.

“걱정 마 네가 죽으면 네 몫의 홍삼은 내가 대신 먹어 줄게.”

“운동화 컬렉션은 내 거.”

“난 독방 쓰겠네? 와, 신난다.”

남궁찬의 말에 엠케이와 은규가 냉큼 덧붙이는 것을 보고 있던 이환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숨처럼 내뱉었다.

“어휴, 이 인정머리 없는 것들.”

이환이 세 명에게서 시선을 돌려 대기실을 둘러봤다.

“근데 한재이는 어디 갔어?”

그제야 머릿수 하나가 비는 것을 깨달은 이환이 주위를 둘러보며 묻는 소리에 CD 개수를 세어 보던 인혁이 대답했다.

“아, 한재이 자.”

“어디서?”

“저 뒤.”

“진짜로?”

인혁이 턱짓으로 파티션 너머를 가리키는 것에 이환은 못 믿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슬쩍 일어나 인혁이 가리킨 쪽으로 다가갔다. 대기실 안쪽으로 세워진 파티션 너머 비품과 스태프들의 소지품들이 쌓여 있는 공간의 한쪽에 행여나 메이크업이나 헤어가 망가질까 봐 제대로 눕지도 못하고 소파에 기대앉은 자세로 머리를 푹 기울인 채 눈을 감고 있는 재이의 모습이 보였다.

‘헐 진짜네.’

이환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앉아서 자고 있는 한재이라니. 이 무슨 레어샷.

이환은 주머니 속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싶어 근질거리는 손가락을 꾹 말아 쥐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냐, 잠귀 밝은 녀석이니 이미 깨어 있을 수도 있어. 괜히 소리 냈다가 심기 긁어서 수명 깎아 먹지 말고 조용히 구경만 해야지.

‘애기도 잘 때가 제일 예뻐 보인다더니.’

입만 열면 못된 말인 한재이도 입 다물고 자고 있으니 그럭저럭 좀 봐줄 만도 한 것 같았다. 하긴 저래 봬도 우리 팀 센터인데. 아니지, 그렇게 따지면 나도 이제 센터. 흐흐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념에 사로잡혀 저도 모르는 사이 웃음을 흘리고 있던 이환은 누군가가 제 목덜미를 잡아당기는 것에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쉿. 거기서 얼쩡거리지 말고 이리 와.”

어느 틈에 다가온 것인지 기척을 죽이고 이환의 뒤로 다가온 인혁이 그의 목덜미를 잡고 다른 멤버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 쪽으로 끌고 돌아왔다.

“아, 왜, 뭐! 나 그냥 보고만 있었다고!”

“한재이 잠귀 밝은 거 모르냐. 괜히 거기서 얼쩡거리다가 잘 자고 있는 애 깨우지 말고 이리 와 앉아.”

인혁에게 끌려오며 억울하다는 듯 발끈하는 이환을 힐끗 쳐다보며 엠케이가 말했다.

“그래, 걔 누가 깨우면 더 저기압 되는 거 모르냐. 거기서 돌아다니다가 괜히 불똥 맞지 말고 한가하면 여기 메시지나 좀 더 쓰던가.”

“아니 나 진짜 보고만 있었다니까!? 와 나, 억울해서 진짜.”

“그래그래, 알았어, 알았어. 시끄러우니까 조용히 하고 좀 앉아.”

남궁찬마저 가세해서 자신에게 한마디 하는 것에 이환이 억울한 듯 목소리를 높이자 은규가 대충 다독이며 이환의 소매를 끌어당겨 제 옆에 앉혔다.

“그나저나 한재이 저거 요새 부쩍 잠 늘지 않았냐?”

“데뷔 때랑 비교하면 확실히 그런 듯?”

“그래 봐야 이환이랑 엠케이 자는 거에 비하면 티도 안 나는데?”

“아니 이환은 그렇다 치고, 가만히 있는 나는 왜 건드리는데?”

멤버들이 투닥대는 사이 파티션 너머에서 재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껏 인상을 찌푸린 재이의 표정을 확인한 인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직 시간 여유 있는데. 더 자지, 왜?”

그러자 남궁찬이 이환 쪽을 손짓하며 잽싸게 덧붙였다.

“이환이야, 이환. 얘가 너 자는 거 구경하겠다고 가서 얼쩡대는 바람에.”

“말해 두지만 우리는 분명 말렸다고.”

“그러니까, 이환. 잘 자고 있는 애는 왜 건드려서 깨우는 거냐고.”

은규와 엠케이까지 가세해 자신을 흘겨보는 것을 둘러본 이환이 억울하다는 듯 외쳤다.

“와 진짜 이 인정머리 없는 것들. 아주 이때다 싶어서 절벽으로 등을 떠밀어 버리네. 아니, 난 진짜 맹세코 그냥 정말로 자는 건가 확인만 하러 간 거라니까. 혹시라도 소리 나서 자는 거 깨울까 봐 숨도 딱 참고 있었는데, 내가!”

이환이 억울하다는 듯 외치는 것을 보고 있던 재이가 눈썹을 찡그리며 입을 열었다.

“이환, 좀 조용히 해 봐.”

그 짧은 말에 변명을 길게 늘어놓고 있는 중이던 이환이 입을 딱 다물었다. 그런 이환을 힐끗 쳐다본 재이가 멤버들을 둘러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전화 왔다고.”

뜬금없는 말을 내뱉는 재이에 멤버들은 그제야 재이가 한 손에 자신의 핸드폰을 들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누구한테서?”

“원곡자.”

인혁의 물음에 재이가 짧게 대답하자 멤버들이 동시에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원곡자? 우리 곡은 여기 앉은 심은규가 썼는데요.

“여우 찾기.”

재이가 덧붙인 말에 멤버들의 얼굴이 당황과 놀라움으로 물들었다.

헐…….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으로 재이를 바라보며 입을 벌리고 있던 멤버들 중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엠케이가 부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재이에게 다가오며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진짜야? 조이 키넌? 진짜로? 지금? 왜?”

그 뒤를 이어 다른 멤버들이 후다닥 몰려들어 재이를 둘러싸고는 한마디씩 거들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조이 키넌이 왜 갑자기 이 시간에 너한테 전화를 해?”

“그보다 한재이, 너 조이 키넌하고 연락도 하는 사이였어?”

“뭐라고 하는데? 역시 우리가 보낸 데모가 마음에 안 든대?”

“컨펌 받았다며! 좀 있으면 라이븐데 인제 와서 어쩌라고!”

당황스러움을 넘어 패닉에 빠지기 직전인 멤버들을 둘러보며 재이가 대답 대신 들고 있던 휴대폰을 멤버들에게 내밀었다. 화면 속에는 정말로 TV에서나 보던 프로듀서 겸 가수 조이 키넌이 흥미롭다는 듯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오, 진짜 재이 말대로 엄청 시끄럽구나, 너희들.”

재력이 느껴지는 새하얀 건치를 한껏 뽐내며 인사를 건네는 키넌의 말에 은규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다.

“……와, 진짜 조이 키넌이야.”

“*아, 딱 보니 알겠네. 너지? 내 곡 가지고 장난친 게.”

키넌의 한마디에 주변이 얼어붙었다. 대충 무슨 얘긴지 눈치챘다는 듯 은규가 굳은 표정으로 어깨를 기울여 옆에 서 있던 엠케이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키넌이 지금 나보고 욕했지?”

“어…… 욕은 아니고.”

마찬가지로 당황한 엠케이가 살짝 머뭇대며 말했다.

“자기 곡 가지고 장난친 게 너냐는데?”

재이가 눈썹을 찌푸리며 키넌에게 말했다.

“*말했잖아요, 은규가 당신 팬이라고. 그렇게 막말하면 진짠 줄 알고 상처받는다니까.”

“*아하하, 그래? 난 또 너희 그룹 애들은 다 너랑 똑같은 줄 알았지.”

“*제가 여섯이면 감당은 되고요?”

“*아 그건 그렇네.”

두 사람의 대화에 나머지 멤버들의 표정이 살짝 풀어졌다. 대충 감으로 좀 전의 말이 농담이었음을 눈치챈 은규가 잔뜩 굳어 있던 어깨에 힘을 빼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키넌이 그런 은규를 향해 말했다.

“*이봐 짠한 펭귄 씨,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내 곡에 손대고도 웃는 낯으로 나랑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안 되니까.”

빠르게 쏟아지는 영어에 은규의 표정이 다시 슬쩍 질리는 것을 눈치챈 재이가 키넌의 말을 가로막고 말했다.

“*은규한테 얘기할 땐 짧고 명확하고 쉽게 얘기하세요. 말했잖아요, 우리 팀에 영어 원어민은 엠케이 하나라고.”

“*Yes, sir.”

“대체 키넌이 뭐라는 거야, 갑자기 펭귄은 왜 찾아?”

은규가 묻는 말에 재이와 엠케이, 그리고 인혁이 동시에 그를 쳐다보았다.

“……그러고 보면 좀 닮은 것도 같고.”

“근데 저 사람은 동물화가 취미인가? 여우 다음은 펭귄이게.”

“콜라보레이션이고 자시고, 사실은 그냥 단순히 동물을 엄청나게 사랑하는 사람인 거 아니야?”

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남궁찬이 얼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근데 나 진심 궁금한데 출석부에 이름만 올려 뒀던 건 다 똑같은데 왜 한재이만 영어 잘함?”

“내 말이. 한재이 저럴 때마다 진짜 배신감 쩐다고.”

옆에서 남궁찬과 마찬가지로 자의 반 타의 반 조용히 지켜보고만 있던 이환이 거들었다.

“아니 차인혁은 놔두고 왜 나만 물고 뜯는데? 내가 만만하지 아주.”

“차인혁을 우리랑 같은 리그로 취급하는 건 좀 무리수지.”

발끈해서 받아치는 재이에게 남궁찬이 당연한 얘기를 한다는 듯 대꾸했다.

“나도 그 리그에서는 좀 빠지고 싶은데.”

“아냐 너까지 빼면 우리가 물고 뜯을 사람이 없어지잖아.”

“그런 이유라니, 둘 다 숙소에 인성 놓고 온 거 아니냐, 진심.”

재이가 핸드폰에서 눈을 떼고 남궁찬과 이환을 비롯한 멤버들과 투닥대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있던 키넌이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저기. 다들 나 잊고 있어, 혹시?”

“*설마요. 죄송합니다, 저희가 좀 정신없는 편이라.”

“*미스터 키넌이 이해해 주세요.”

엠케이와 인혁이 재빨리 대답했다. 키넌이 그나마 너희들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어 말했다.

“*아까 장난처럼 얘기했지만, 진심이라고. 내가 내 곡을 써도 좋다고 허락한 적이 별로 없거든.”

좀 전과는 달리 진지해진 키넌의 말투에 어느새 조용해진 멤버들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사실 처음에 재이가 나도 맘대로 할 테니까 너도 상관하지 말라고 했을 때만 해도 탐탁지 않았는데.”

키넌이 옹기종기 한 화면에 머리를 들이밀고 긴장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멤버들을 쳐다보며 이어 말했다.

“여우의 친구들이 제법 재밌더라고?”

여우가 배짱부릴 만도 하던데.

핸드폰 너머 키넌이 싱긋 웃으며 중얼거렸다.

* * *

“오늘의 1위 후보! 지치고 힘든 당신의 인생에 활력을 불어넣는 마법의 주문과 함께 돌아온 우리의 PART.Y! 오늘은 저희 방송을 위해 특별한 무대를 준비했다고 하는데요?”

“네, 그렇습니다. 요새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조이 키넌의 세라비! 모두 알고 계시죠? 그 조이 키넌의 관심에 보답하는 의미로 파티 여러분이 조이 키넌의 신곡 [Find the Fox]와 [C'est la vie]의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준비했다는데요.”

“와, 정말요? 그거 기대되는데요!”

“그렇죠? 그럼 모두 함께 만나 보실까요?”

MC의 멘트가 끝나고 무대가 암전했다.

무대 뒤편 전광판에 [Find the Fox] 뮤직비디오의 마지막 부분,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우 가면을 쓴 소년이 리듬에 맞춰 춤을 추다가 홀연히 사라져 버리는 장면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 영상 속에서 그대로 뛰쳐나온 듯 뮤직비디오에서 본 것과 똑같은 가면과 똑같은 복장을 한 여우 소년이 무대에 등장했다.

마치 공원에 산책이라도 나온 듯 여유로운 걸음걸이로 무대의 정중앙까지 걸어와 멈춰 선 그가 가면을 슬쩍 들어 입꼬리만 보이게 씩 웃어 보이며 속삭이듯 말했다.

- C'est la vie!

그리고 음악이 시작되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