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퇴출 1호 아이돌 연습생이 되었다-188화 (188/224)

#188

그래서 쟤네 정체가 뭐라고?

“와, 북은 이 맛에 치는 거구나.”

다음 앨범 음유 아이템은 북으로 가 보자고 해 볼까.

구경꾼들의 환호 속에 북채를 내려놓으며 재이가 중얼거렸다. 아무 생각 없이 화면을 따라가며 북을 두드려 대고 있자니 그동안 저도 모르게 쌓여 있던 스트레스가 싹 가시는 느낌이었다.

어지간해서는 볼 기회가 없는 극하드 모드의 엔딩을 구경하러 모여들었던 사람들이 하나둘 흩어지고, 다시 조금 한산함을 되찾은 주변의 분위기에 왠지 가뿐해진 기분으로 고개를 돌리니 카메라를 들이대고 이쪽을 찍고 있던 인혁이 말을 걸었다.

“한재이 선수, 극하드 모드를 퍼펙트 클리어 해 버린 느낌이 어떤가요?”

“끝내주죠.”

인혁의 질문에 재이가 턱 끝을 살짝 들어 올리며 특유의 그 자신만만해 보이는 웃음과 함께 대답했다.

“와, 이 스코어면 어지간해선 1위에서 안 내려오겠는데?”

조금 전 한국인 아르바이트생의 도움으로 입력한 [BARD.J]라는 닉네임이 스코어보드의 맨 윗자리를 차지하며 반짝이고 있는 것을 감탄스럽게 쳐다보던 엠케이가 중얼거렸다.

“신이 내린 발컨이어도 몸으로 하는 건 자신 있어서.”

“아 그걸 또 듣고 있었어? 근데 내가 뭐 틀린 말 한 건 아니잖아.”

자신의 말에 잠깐 멈칫한 엠케이가 살짝 긴장한 얼굴로 되묻는 것에 재이가 고개를 갸웃하며 가볍게 받아쳤다.

“그래, 누가 뭐랬냐. 뭐 찔리는 거 있어?”

“찔리기는 누가. 아니 그나저나 이환이랑 심은규는 어디로 갔길래 이 난리 통에 코빼기도 안 비쳐?”

당황한 듯 안심한 듯 괜히 목소리를 높인 엠케이가 주변을 돌아보며 나머지 멤버들을 찾았다.

“남궁찬은 뭐 한데?”

게임센터에 들어왔을 때 엠케이와 함께 있던 남궁찬이 보이지 않는 것에 재이가 물었다.

“오신 김에 게임기 하나씩 다 조지… 흠. 끝내고 가겠다고 차근차근 코스 밟고 오시는 중.”

“걔도 참 어지간하다.”

“누구만 하겠냐.”

엠케이의 대답에 재이가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이환과 은규를 찾기 위해 게임기 사이사이를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저기…….”

누군가의 머뭇대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헐렁한 티셔츠에 낡은 청바지, 그리고 피곤해 보이는 인상의 젊은 남성이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 그의 손에 들린 핸디캠에 방송국 마크가 선명하게 찍혀 있는 것을 잽싸게 확인한 재이가 저와 마찬가지로 이쪽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있는 남성을 빤히 마주 보았다.

“*호, 혹시 인터뷰 좀 할 수 있을까요.”

긴장된 얼굴로 말을 걸어온 남성을 빤히 쳐다보던 재이가 입을 열었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데.”

“*에?”

재이가 내뱉은 한국어에 잔뜩 긴장하고 있던 눈앞의 남자가 얼빠진 목소리를 내며 고개를 갸웃했다. 재이가 다시 말했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다고요. 죄송하지만 제가 일어가 안 돼서. I cannot speak Japanese.”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이쪽을 구경 중이던 엠케이와 인혁을 돌아보고 말했다.

“야, 정수 형 어디 가셨냐? 이분, 어디 방송국에서 오신 분 같은데 뭐라고 하시는지 내가 알아먹을 수가 있어야지. 엠케이, 가서 남궁찬이라도 데려와 봐 봐.”

재이의 말에 인혁과 엠케이가 제각각 홍정수와 남궁찬을 찾아 뛰었다.

“*어, 저기. 우리, 칸토 테레비.”

“인터뷰, 하고 싶슴니다.”

버벅대며 영어로 대화를 시도하는 남자 옆으로 어느샌가 다가온 일행처럼 보이는 젊은 여성이 명함을 내밀며 어설픈 한국어로 말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명함은 온통 일본어와 한자로 되어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질 않았다.

‘길거리 인터뷰인 것 같은데. 무슨 프로그램인지 알 수가 있어야지.’

사실 하자고 마음만 먹는다면 지금 상황에서도 대화가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상대방 또한 버벅대긴 해도 영어도 할 줄 아는 눈치였으니 대충하는 대화라면 못 할 것도 없었다. 그렇지만 낯선 곳이니만큼 무슨 프로그램에서 나온 줄도 모르는 사람들과 섣불리 말을 섞고 싶지는 않았다.

‘일단 말 통하는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려 보자.’

짧게 생각을 정리한 재이가 미안한 듯 웃어 보이며 영어로 대답했다.

“*죄송해요. 말이 통하는 사람이 올 때까지 잠시만 기다려 주실래요?”

마침 저쪽에서 홍정수가 인혁을 따라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헉헉, 미안,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오느라. 방송국 사람들이 말을 걸었다고?”

“네, 형. 이분들이요.”

홍정수가 두 사람에게 일본어로 말을 걸자 두 사람의 표정이 확 밝아지는 것이 보였다. 누군가가 다가오는 기척에 다른 쪽을 돌아보자 엠케이가 남궁찬을 끌고 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씨, 거의 다 끝났는데.”

저보다 머리 하나는 작은 엠케이에게 질질 끌려오며 남궁찬이 투덜거리자 엠케이가 눈썹을 찌푸리며 그를 타박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게 중요하냐 지금. 한재이가 또 사고 쳤다니까. 그러게 내가 쟤는 두고 오쟀잖아.”

“사람들이 여기가 인형 뽑기의 메카라고 했단 말이야. 온 김에 한판 붙으려고 했지.”

“그럼 그거나 할 것이지 딴 덴 왜 기웃댄 거야?”

“본 게임 들어가기 전에 손가락 운동이나 좀 하려고 한 거지.”

“네가 저거 풀어놓은 덕에 저게 또 일감 주워 왔잖아. 어쩔 거야.”

엠케이의 말에 남궁찬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다는 듯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일감인지 아닌지 아직 모른다며.”

“정수 형 봐라. 일감 아니면 저럴 리가 있나.”

엠케이가 턱짓한 곳으로 시선을 돌리니 두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있던 홍정수가 명함을 받아들고는 놀란 듯 어쩔 줄 몰라 하며 빠른 말투로 뭐라 뭐라 두 사람에게 이야기하고는 그대로 휴대폰을 꺼내 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후. 한재이, 넌 진짜.”

남궁찬이 깊은 한숨과 함께 중얼거리는 것에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재이가 억울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아니 왜 나만 갖고 그러냐고 맨날.”

“너만 사고를 치잖아, 너만.”

“난 북 두들긴 죄밖에 없다니까.”

“게임 하랬더니 무슨 노동의 신에게 치성이라도 드린 거냐고.”

엠케이의 중얼거림에 재이가 그를 노려보고는 괜히 자리에 없는 이환과 은규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아니 근데, 이 환심이들은 어딜 간 거야 대체.”

재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저쪽에서 해맑은 표정의 이환과 은규가 무언가를 흔들며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야 얘들아, 이것 좀 봐 봐!”

“저기 사진 찍는 데가 있는데 완전 대박…….”

멤버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뛰어오던 이환과 은규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하던 말을 멈추고 머뭇머뭇 일행에게로 다가왔다.

“이건 설마.”

“한재이 또 사고 쳤냐.”

“저기 저거 카메라 들고 있는 사람들 수상한데.”

“아니라고 해 줘라. 우리 오늘밖에 자유 시간 없는데.”

이환과 은규가 얼굴을 찌푸리며 홍정수와 방송국 사람들이 모여 있는 쪽과 자신을 번갈아 쳐다보며 중얼거리는 것에 재이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근데 그 틈에 무슨 사진을 찍은 건데?”

“너희는 쉴 때까지도 사진을 찍고 싶냐?”

“대체 자기애가 얼마나 흘러넘치는 거냐고.”

재이의 억울함엔 관심도 흥미도 없다는 듯 남궁찬과 인혁, 그리고 엠케이가 이환과 은규가 손에 들고 있던 스티커 사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거? 이거 봐 봐. 완전 리얼하지!”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이환과 은규가 자신들이 찍은 사진을 멤버들에게 내밀었다. 사진에는 리얼하게 합성된 좀비에게 목덜미와 머리 한쪽을 물어뜯기고 비명을 지르고 있는 듯한 두 사람의 박진감 넘치는 사진이 찍혀 있었다.

“와, 이거 나도 찍고 싶다.”

“나도!”

“진짜 리얼하다.”

멤버들이 흥미롭다는 얼굴로 사진을 돌려 보고 있는 사이 홍정수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얘들아.”

“형, 잠깐만요. 혹시, 우리 갑자기 스케줄 늘어나고 그런 건 아니죠?”

“설마. 지금 우리 놀러 나온 거잖아요. 아주 작고 소중한 쉬는 시간. 유노와람쌩?”

홍정수가 입을 열기도 전에 남궁찬과 엠케이가 다급하게 말을 막고는 먼저 물었다. 두 사람을 비롯한 멤버들이 혹시 설마 제발 등등을 중얼거리고 있는 것을 둘러본 홍정수가 애매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 그게 말이지.”

홍정수가 꺼낸 말에 멤버들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

.

.

“그러니까, 그냥 저희 노는 걸 찍고 싶으시다고요?”

“그걸 어디다 쓰게요?”

“특이하시네.”

“나중에 그거 사람들한테 보여 주면서 엄청나게 까고 막 그러는 건가 혹시?”

“와 그건가 보다.”

“소오름.”

홍정수가 꺼낸 말에 멤버들이 하나씩 말을 얹었다. 칸토TV에서 나왔다는 피디와 작가가 건넨 제안은 재이의 예상대로 길거리 인터뷰였다.

프로그램에서 [거리에서 만난 특이한 사람]을 주제로 길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의 인터뷰를 모으고 있는데 거기에 쓰고 싶다는 말이었다.

“일종의 관찰 예능 같은 거지. 길거리 인터뷰 보면서 스튜디오에서 출연자들끼리 대화를 나누는 게 메인 포맷이라니까.”

홍정수의 말에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내가 저 사람들이었어도 아까 그 한재이를 봤으면 인터뷰 요청하고 싶었을 듯.”

엠케이가 중얼거린 말에 홍정수가 덧붙였다.

“참고로 예전에 환이랑 은규 괴식 영상을 제일 처음 가져다 쓴 프로그램도 여기야.”

그 말에 이환과 은규가 반색하며 말했다.

“아, 그거 쓴 게 여기였어요? 이런 우연이 있나.”

“그럼 우리 일본 진출의 은인을 만난 거네?”

“괴식보이즈의 길을 개척해 준?”

“…은인이 아니라 원수인가?’

엠케이의 말에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와 중얼거리는 이환을 보며 짧게 웃은 홍정수가 말을 이었다.

“어쨌거나, 저쪽이 원하는 것도 따로 스케줄을 빼서 뭘 찍거나 하는 게 아니라 너희 노는 거 따라다니면서 찍는 것뿐이라니까 많이 거슬리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한데.”

어때? 라고 묻는 홍정수의 눈이 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고 말하는 듯했다. 인혁이 멤버들을 대신해 대답했다.

“따로 시간 빼서 찍어야 하는 거 아니면 상관없을 것 같은데요.”

“나중에 악편당하고 막 그러는 것만 아니면.”

엠케이가 덧붙이는 말에 홍정수가 걱정하지 말라는 듯 덧붙였다.

“아 편집 상황은 당연히 우리 쪽에서 따로 챙길 거야. 김 팀장님한테 전화했더니 바로 거기 담당 피디랑 직접 얘기하겠다고 연락처 달라고 해서 건네줬거든.”

아 그래서 저쪽도 저렇게 긴장했구나.

오프타임 즐기러 나온 연예인이라는 월척을 낚으셨는데 그 정도 번거로움은 감수하셔야지.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칸토TV 심야 프로그램 [밤이나 새볼까] 방영일

- *뭐야 저게. 설마 짠 거 아니지?

프로그램의 진행자 후지카와가 화면을 들여다보다가 중얼거리자 옆에 앉은 공동 진행자 나카모리가 맞장구쳤다.

- *그러게. 아무리 달인이라고 해도 저게 가능한 일이야?

- *캡틴(*총괄 피디의 애칭), 우리 이러지 않기로 했잖아?

후지카와가 눈을 들어 카메라 너머를 쳐다보았다.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아무것도 짜지 않았어요.]

피디의 대답 대신 자막이 흐르고 두 사람이 미심쩍다는 듯 다시 화면으로 눈을 돌렸다. 두 사람이 들여다보고 있는 영상에서는 여섯 명의 괴식보이즈, 아니 한류 아이돌 PART.Y가 게임센터 도장 깨기를 하고 있었다.

[※주: ’북의 달인’은 섭외 전에 일어난 일이라 나중에 시청자 제보로 영상을 받았습니다.]

자막과 함께 현란한 스냅으로 북을 두드리는 한 멤버의 뒷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제보 영상이라더니 환호하는 소리에 맞춰 영상이 위아래로 흔들리는 것이 오히려 실제 상황을 보는 듯했다.

[구경꾼 A]

- *처음엔 그냥 어리바리한 관광객인 줄 알았는데 두어 판 만에 감 잡더니 극하드 엔딩까지 쭉 저 모드더라고요.

[구경꾼 B]

- *북의 달인 극하드 엔딩 나온 거 손에 꼽을걸요. 게다가 저 스코어면 전국에서 저거 꺾겠다고 마니아들 몰려들걸요? 게임센터만 노났네요.

연륜 있어 보이는 오타쿠의 인터뷰가 지나가고 자막이 등장했다.

[그래서 진짜 그럴까 확인해 봤습니다.]

자막과 함께 삽입된 영상에서는 게임을 즐기러 왔다가 사라지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빨리 감기로 쭉 지나갔다. 그리고 한참 그렇게 빨리 감기로 재생되던 영상이 서서히 멈추며 일반 재생 모드로 돌아왔을 때 화면에 잡힌 것은 여전히 스코어 1위에 마크되어 있는 [BARD. J]의 닉네임이었다.

- *와, 진짜 북의 달인인가 보네.

- *요새 한국에서 아이돌 하려면 게임도 통달해야 하는 거야?

- *경쟁 사회라더니 진짜 살벌한가 봐.

후지카와와 나카모리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캡틴의 자막과 함께 다른 화면이 바뀌었다.

- *저건 또 뭐야? 저거야말로 치트키 쓴 거 아니야?

- *와, 게임센터 노났다는 말 취소해야겠는데. 저 정도면 파산할 것 같지 않아?

두 사람이 화면을 들여다보며 호들갑을 떨었다. 화면에서는 재이와 남궁찬이 나란히 앉아 인형 뽑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들의 뒤로 늘어선 멤버 네 명은 이미 양손 가득 다양한 종류의 인형을 끌어안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게임센터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울상을 짓고 두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다.

- *아냐, 지금은 좀 힘들겠지만 아마 괴식보이즈가 다녀간 곳이라고 소문나면 매출 엄청나게 뛸걸.

화면을 보고 있던 후지카와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하자 나카모리가 맞장구쳤다.

- *그건 그래. 근데 괴식보이즈 아니고 파티라던데.

- *뭐야 그런 평범한 이름. 괴식보이즈가 훨씬 낫잖아.

후지카와가 불만이라는 듯 투덜거리자 나카모리가 설명을 덧붙였다.

- *파티가 그 파티가 아니라, 게임에서 따온 거라더라고. 그 북의 달인 녀석도 원래 포지션이 음유시인이래.

- *아 그런 거야? 그래서 북의 달인 타이틀도 딴 거였구나?

- *아니 딱히 그런 건 아닌 것 같기도 한데.

나카모리의 말은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 후지카와가 눈을 빛내며 중얼거렸다.

- *얘네 재밌다, 근데 본업도 잘해? 나는 본업 잘하는 아이돌이 좋은데.

- *이봐 후지카와. 어느새 오늘 주제가 [길거리 인터뷰]에서 [아이돌 탐구생활]로 변한 것 같은데?

- *왜 어때서. 지금 보고 계신 분들도 이쯤 되면 분명 궁금해서 핸드폰에 손을 뻗고 있을 거라고. ‘그래서 쟤네가 대체 뭐 하는 애들이라는 거야?’ 하고 말이지.

후지카와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 *어차피 이 프로그램 취지가 너랑 나랑 하고 싶은 말 하는 건데 뭐 어때. 난 지금 X발 얘네가 X나 궁금하다고!! 대체 그래서 정체가 뭐야, 괴식 마니아야, 게임 오타쿠야, 코스프레 야로들이야, 설마 셋 다야?

말하다 보니 흥분했는지 방송 금지어를 남발하며 콧김을 뿜어 대는 후지카와에게 나카모리가 못 말리겠다는 듯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후지카와 너 진짜 심야 프로라고 캡틴 믿고 너무 자유롭게 발언하는 거 아니야?

- *정체가 불분명한 저 녀석들이 자꾸 내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잖아.

나카모리가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얼굴로 후지카와를 쳐다보며 말했다.

- *대체 내 말을 뭐로 들은 거야, 아이돌이라니까, 아이돌?

- *못 믿겠어, 증거를 내놔!

- *어쩔 수 없네. 캡틴, 얘네 자료 화면 있으면 좀 보여 줄래?

나카모리의 말에 파티의 자료 영상이 모니터에 재생되기 시작하는 것을 보며 후지카와가 만족스러운 듯 중얼거렸다.

- *진작 이럴 것이지.

그리고 후지카와의 고집대로 그 뒤로 프로그램은 [밤이나 새볼까]라는 타이틀대로 후지카와와 나카모리가 밤새도록 한류 아이돌 PART.Y에 관해 탐구하는 시간이 되어 버렸다.

* * *

케이엠 본사 회의실.

PART.Y 전담 코어 팀이 모여 세 번째 앨범 [Lv.3. Entrapped!]의 성적 리뷰와 향후 활동 계획에 대한 세부 조율을 위해 회의를 벌이고 있었다.

“터뜨린 건 조이 키넌인데 입질은 일본 쪽이 더 활발하다니.”

지원 본부 맹 이사가 뜻밖이라는 듯 중얼거렸다.

“프로모션도 안 돌았는데 그 정도 화제성이면 영미권에서는 우선 선방했죠. 일본이야 뭐, 워낙 이번에 돌발성 이벤트가 많았던지라.”

PART.Y 관련 기획을 전담하고 있는 기획 5팀 심진우 팀장이 대답했다.

은규의 편곡이 꽤 마음에 들었던지 자신의 앨범 프로모션 기간에 몇 번이나 언급하며 따로 받은 파티의 영상을 홍보까지 해 준 조이 키넌 덕에 영미권에서도 파티에 관한 관심은 꾸준히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티뮤페 참석차 잠시 들렸던 일본에서는 엉뚱한 프로그램으로 입소문을 탄 덕에 따로 방송 섭외가 들어오고 있을 정도였다. 앞으로의 일정이 빡빡한 탓에 대부분 거절하고 있는 상황이긴 했지만, 긍정적인 신호가 아닐 수 없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기획 본부 장 이사가 물었다.

“그래서, 콘서트는…….”

Prrr. Prrrr…….

갑자기 울린 핸드폰 벨 소리에 사람들의 시선이 매니저 김석관에게로 집중되었다. 석관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수그리며 휴대폰 발신자를 확인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전화를 받았다.

“그래, 정수야, 나 오늘 본부장님 회의라고 했… 뭐?”

석관의 목소리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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