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
살살하자고요
[데일리 엔터] [붉머용] 500만 관객 돌파 공약 이벤트, 컨셉 장인 PART.Y의 붉머용 빙의 …… 용사님, 늑대왕, 황태자, 용병, 그리고 궁정 마법사에 약제사까지 세계관의 완벽 재현
[스타 뉴스] PART.Y의 [on the road], [붉머용] 애니메이션의 선전과 함께 전 세계 차트 알박기
[쇼비즈 매거진] 픽처스 [붉머용 히어로쇼] 정규 컨텐츠화 검토 …… E사, U사 등 국내외 어뮤즈먼트 파크에서 협업 제안 물살
[노컷 연예] [붉머용] 후속작이냐 실사화냐, 본편 흥행과 히어로쇼의 성공으로 행복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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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Y 인터넷 팬 게시판
[붉머용 히어로쇼 정규 컨텐츠화를 위한 서명운동이 시급하다]
내가 진짜 돌덕질 n년 만에 애들하고 나란히 앉아서 히어로쇼 보다가 우는 날이 올 줄이야ㅠㅠ야 근데 진심으로 이거 이대로 한 번만 하고 끝내기는 너무 아깝다고ㅠㅠ 제작진 듣고 있냐, 너희 제작비는 뽑아야 할 거 아니야 ㅠㅠ
돈 줄게 내 돈 다 가져가라고 돈 낼 테니까 이거 다시 해 주면 안 되겠니 응?? 진짜 우리 파티원들 이대로 못 보내ㅠㅠㅠㅠ용사님 하이울프님 황태자님 용병님 법사님 약제사님 다 너무 소중하다고ㅠㅠㅠㅠ 진짜 많이 안 바라니까 딱 300회만 하자 그리고 딥디 내고 화보랑 포카랑 앨범이랑 쇼트 무비 가자ㅠㅠ 이게 단발성 이벤트라니 말이 되냐고ㅠㅠㅠ
└ 직접 보고 온 거야? 부럽다ㅠㅠㅠ 안구 공유 좀 ㅠㅠ
└ 실황중계 봤더니 더 목말라 죽을 것 같아ㅠㅠ 그래서 300회 공연 티케팅 언제부터라고?
└ 서명운동 어디서 하냐 링크 대라 빨리 나 급하다
└ 내 본진이 내 조카 본진하고 같다는 거 웃프
└ 난 내 본진 = 내 아들 본진인데 ㅋㅋㅋ
└ 화보 언제 나온대? 내 주겠지? 저 분장을 저거 한 번 하고 끝내는 건 진짜 아니지
└ 장사 좀 하라고! 돈 준다고!!
└ 살다 살다 내가 내 돈 꺼내 흔들면서 가져가 달라고 애원해야 하는 본진을 만날 줄이야.
└ 222 제발 돈 다 가져가도 되니까 공굿 하나만 내주라ㅠㅠㅠ
└ 3333 픽처스야 제작비 뽑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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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머리 용사 이야기]의 500만 관객 돌파 기념 공약 이벤트 [붉머용 히어로쇼]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큰 반향을 낳으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픽처스 제작진이 심혈을 기울인 의상과 무대용으로 각색한 시나리오에 멤버들이 그간 액션형 TRPG로 꾸준히 갈고닦아 온 진행력이 더해져 관객들의 몰입을 최대치로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는 평이었다.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로 실황 중계된 히어로 쇼 영상을 보고 다시 본편을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는 관객이 늘어난 덕에 개봉 이후의 관객 추이도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영화가 흥행으로 이어지자 세간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작품의 향후 진로였다. 국내에서 여전히 꾸준한 극장 점유율을 유지하며 롱런 상영 중인 것을 비롯해 해외 시장에서도 기대했던 것 이상의 수익을 올리기 시작하자 내부에서는 후속편과 그 외의 컨텐츠 제작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중 특히 열성적인 투자자의 경우 원작자에게 직접 찾아가 작품에 대한 자신의 청사진을 직접 열띤 프레젠테이션 있을 정도였다.
“*스핀오프를 만들고 싶다고요?”
재이는 회의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자신과 마주 앉은 붉은 머리의 여인, 라일라 클락을 쳐다보며 진심이냐는 듯 되물었다.
다짜고짜 케이엠으로 찾아와 자신의 명함을 들이밀며 한재이와 이야기할 게 있으니 불러 달라고 강짜를 부린 이 큰손 투자가는 운 좋게도 마침 외부 미팅을 마치고 회사로 복귀 중이던 심진우 팀장의 눈에 띈 덕에 사생팬으로 오해받고 쫓겨나는 수모를 면할 수 있었다.
향후 활동 계획에 대한 브리핑을 듣기 위해 마침 본사에 와 있던 재이는 심진우 팀장의 갑작스러운 호출을 받고 회의실로 걸음을 옮겼다.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재이의 얼굴을 보자마자 던진 제안이 뜻밖이었는지 고개를 갸웃하며 되묻는 재이에게 라일라가 답했다.
“*어, 뭐만 하려고 하면 다들 일단 네 녀석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잖아. 나 원, 어이가 없어서.”
미간을 콱 찌푸리며 대체 내가 내 돈 써서 새로 스토리를 만들겠다는데 어째서 저 자식의 허락이 필요하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투덜거리는 라일라의 얼굴을 보고 있던 재이가 물었다.
“*라일라, 스핀오프가 무슨 뜻인지는 알죠?”
“*…너도 나 바보 취급하면 가만 안 두겠어.”
‘소문대로 성격 한 번 불같네. 괜히 불러들였나.’
황금빛 눈동자를 번뜩이며 재이를 노려보던 라일라가 나직이 내뱉은 말에 재이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심진우 팀장이 움찔 어깨를 떨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심기 불편해 보이는 라일라의 반응에도 아랑곳없이 재이가 놀랍다는 표정으로 태연하게 물었다.
“*저’도’라니, 라일라에 대해 그렇게까지 파악한 사람이 또 있어요?”
“*너희 형.”
당장이라도 물어뜯을 듯 노려보면서도 묻는 말에는 또 꼬박꼬박 대답하고 있는 라일라를 심진우가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고 있는 사이 재이가 감탄했다는 듯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와, 천재는 천재가 맞나 보네.”
“*걔가 좀 똑똑하긴 하지.”
재이의 입에서 나온 한산의 칭찬에 언제 화를 냈었냐는 듯 입가가 흐물하게 풀리는 라일라를 보고 있던 심진우가 놀랐다는 듯 재이를 쳐다보았다. 자신을 돌아보는 심진우의 눈빛에 힐끔 그를 돌아본 재이가 슬쩍 웃었다.
‘하여간에 쉽다니까.’
드래곤을 일컬어 신이 가장 사랑한 종족이라고 칭하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들은 인간들처럼 먹고사느라 치열하게 경쟁할 필요도 없었고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었다. 필요한 것이 있다면 주문을 외울 필요도 없이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대부분 구현이 가능했고 세상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신의 레어에 처박혀 길게 자 버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들지 않았던 시간축을 건너뛰어 버릴 수 있었다.
원하는 것이 모두 주어지는 삶.
그것이야말로 신이 드래곤이라는 종족에게만 허락한 삶이었다. 불경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리온으로서 받았던 은총은 그에 비하면 딱히 사랑이랄 것도 없었다.
‘그건 그냥 노동의 대가지.’
재이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당장 이쪽으로 퉁겨져 온 루트를 따져 봐도 그랬다. 저쪽 동네에서 쫓겨난 건 똑같은데 누구는 퇴출 1호 소리 들으면서 생계를 위해 식당에서 야간 설거지 알바부터 시작한 반면 누구는 월드클래스 셀레브리티 집안의 플래티넘 수저로 떨어져 앞뒤 분간 못 하면서도 저렇게 떵떵거리며 살고 있지 않은가.
‘뭐, 권능도 못쓰는 마당에 저런 식으로 어수룩하게 살다간 몇 년 못 갈 것 같기도 하지만.’
재이는 라일라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어떤 식의 스핀오프를 생각하고 있는데요?”
“*드래곤. 드래곤 이야기.”
“*아…….”
자신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눈을 빛내며 대답하는 라일라의 모습을 보며 재이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왜! 안 돼?”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어떻게 그렇게 예상에서 한 치도 안 벗어나나 싶어서.
뒷말을 속으로 삼킨 재이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하자 그가 자신의 제안을 내켜 하지 않는 것으로 이해한 라일라가 흥분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영화에서 그런 식으로 끝나다니 납득할 수 없다니까! 스핀오프로 좀 더 자세히 풀자고. 드래곤의 탄생 비화. 왜 그들은 영생하는가. 레어 집중 탐구! 신이 가장 사랑한 종족!”
목소리를 높이며 불끈 쥔 주먹을 휘둘러가며 열변을 토하는 라일라의 급발진에 옆자리에 앉아 있던 심진우가 질렸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재이가 말했다.
“*어, 그럴 거면 그냥 인터넷 방송을 하시는 게…….”
“*아냐, 내가 원하는 건 좀 더 거대하고 웅장하고 스펙터클한 무언가라고.”
“*아, 그래요.”
뭐 정 그러시다면.
재이는 내심 중얼거렸다. 굳이 하겠다는데 말릴 필요는 없지.
“*해 보세요.”
“*네가 반대해도 내가 어떤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어?”
결연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가려던 라일라가 재이의 대답에 얼빠진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심진우도 의외라는 듯 옆을 돌아보는 가운데 말을 내뱉은 당사자인 재이만이 평온한 표정으로 주먹을 불끈 쥔 채 넋 나간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라일라에게 이어 말했다.
“*해 보시라고요.”
“*진짜?”
“*어차피 제가 허락 안 하면 사고 쳐서라도 하실 거잖아요. 라일라 때문에 괜히 쓸데없는 잡음 내고 싶지 않으니까 하고 싶은 거 있으면 맘대로 갖다 쓰시라고요.”
재이의 말에 라일라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나중에 후회하기 없기다?”
“*그건 그때 가 봐서 말씀하시고.”
“*좋아, 말 바꾸지 말고. 이따 사람 보낼 테니까 계약서에 서명해.”
라일라가 짐짓 엄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하자 재이가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일부러 라일라에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계약서 들이밀 줄도 알고, 치밀한데? 산이 형이 든든하겠어.”
“*나 같은 약혼자가 있다는 건 그 인간에게 신의 축복이 내렸다는 방증이지.”
“*아, 그러게요.”
짜게 식은 재이의 얼굴에도 아랑곳없이 씩 웃어 보인 라일라는 할 말은 이게 끝이라는 듯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의실을 나서는 그녀의 경쾌한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심진우가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재이를 돌아보며 물었다.
“저대로 둬도 괜찮겠어?”
“뭐 어때요. 저런 타입은 그냥 눈 닿는 곳에 풀어 두고 제 하고 싶은 대로 놓아두는 게 나아요.”
어린아이에게 장난감을 쥐어 준 것 같은 표정으로 대답하는 재이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던 심진우가 진심 신난다는 듯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돌아간 라일라의 얼굴을 떠올리고는 중얼거렸다.
“…아무리 봐도 망할 것 같은데.”
심진우의 혼잣말에 그를 돌아본 재이가 씩 웃으며 말했다.
“이참에 시원하게 한 번 말아먹어야 정신 좀 차리죠.”
세상살이가 그렇게 녹록치 않다는 걸 이제 알 나이도 됐잖아요.
유쾌한 듯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 중얼거리는 재이의 말에 심진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 * *
“이야, 오래간만이야, 톱스타.”
“아니 왜 이렇게 일찍 오셨어요?”
“제대하고 첫 촬영이라 떨려서. 어젯밤에 잠도 설쳤다고.”
“어휴 부담스러워라.”
재이는 자신을 발견하고 인사를 건네오는 차상혁에게 꾸벅 인사하며 그의 너스레에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한동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던 [붉머용]의 홍보 활동에 끝이 보이기가 무섭게 개인 활동 및 차기 앨범 구상을 위한 스케줄이 이어졌다.
인혁은 종편 단막극에 주연으로 이름을 올리기 위해 촬영에 들어갔다. 엠케이와 남궁찬은 댄스배틀 예능에 출연이 확정되었고 이환과 은규는 조이 키넌에게 소개받은 프로듀서들과의 미팅을 위해 뉴욕으로 향했다.
그리고 재이는 지금, 군대 갔던 자신의 워너비와 함께 그의 복귀를 알리는 예능에 출연하기 위해 현장에 와 있었다.
“잘 지내셨어요?”
재이의 물음에 차상혁이 짐짓 눈썹을 찡그리며 대답했다.
“아니. 잘 못 지냈는데. 고작 1년 6개월 쉰 것뿐인데 세상이 너무 바뀌어서 적응할 수가 있어야지, 어디.”
어제는 커피 사러 나갔다가 누가 인혁 오빠 사인 좀 해 달라고 해서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줄 아냐. 세상이 나를 잊었어.
속상하다는 듯 너스레를 떨며 한탄을 쏟아내는 상혁의 말에 재이가 웃으며 말했다.
“차인혁이 요새 좀 잘나가긴 하죠.”
“그 녀석뿐이냐. 제대하고 보니까 온 세상이 파티에 열광 중이라 깜짝 놀랐잖아. 나 입대할 때만 해도 요만한 코흘리개 어린애들이었는데.”
“아니 누가 보면 군대 한 10년쯤 다녀오신 줄 알겠어요.”
“틀린 말도 아니야. 체감상으론 분명 그 정도 되거든.”
상혁의 말에 재이가 웃으며 대꾸했다.
“그래서 그 코흘리개 어린애가 이렇게 은혜 갚으러 왔잖습니까.”
상혁의 제대 후 첫 방송 복귀작이 무엇이 될 것인가는 최근 연예계의 핫토픽 중 하나였다. 무난하게 드라마나 영화를 고를 것이라는 주위의 예측을 뒤엎고 차상혁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한 복귀를 선택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되어 게스트 출연자당 몇 화 단위의 에피소드로 묶어 방영되는 형식의 체험 예능으로 해당 직업의 애환이나 특색을 잘 살리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편집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예능이었다.
그리고 확실한 화제 몰이를 위해 재이의 합류가 결정되었다.
차상혁의 제대 후 첫 출연작으로 간택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축제 분위기이던 방송국은 거기에 더해 한재이도 출연하면 어떻겠냐는 케이엠의 제안에 예능국장이 직접 지원 본부 맹주찬 이사에게 전화를 걸어왔을 정도로 들썩였다.
입대하기 전만 해도 차상혁의 예능에 같은 소속사 아이돌을 끼워팔려 한다는 수군거림을 듣기 십상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차상혁이 격세지감을 느낄 만도 했다.
“그래, 역시 재이 네가 인혁이 놈보다 낫다.”
“그건 그렇죠. 근데.”
당연한 소리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던 재이가 말을 흐렸다.
“근데?”
“막상 와 보니 그냥 차인혁한테 시킬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좀 드는데요.”
상혁이 자신을 바라보는 재이의 시선에 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했다.
“이미 늦었어. 시간 다 됐다. 얼른 갈아입고 와.”
상혁이 몸에 걸친 경찰 제복의 옷깃을 바로잡으며 씩 웃었다.
그들이 출연하기로 한 것은 SBC의 체험 예능 [일하러 왔습니다]의 ‘기동순찰대 24시’라는 에피소드였다. 두 사람은 오늘 명예 대원으로 임명식을 가진 후 신입 대원으로서 지구대에 파견될 예정이었다. 재이가 한숨과 함께 중얼거렸다.
“살살 하자고요, 형.”
누가 할 소리를 하고 있냐는 듯 상혁이 짧게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