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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 1호 아이돌 연습생이 되었다-206화 (206/224)

#206

제 성격 아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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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갑질에 피아니스트의 꿈을 접게 되었습니다]

(전치_6주).jpg

저희 아들은 피아노 특기생입니다. 피아니스트가 되는 게 꿈이라 하루에 자는 시간 빼고 모든 시간을 연습에 쏟아붓는 연습벌레기도 합니다.

어젯밤도 밤늦게까지 이어진 연습 및 개인 레슨을 마치고 친구들과 귀가 중이었는데 도중에 뭘 찍고 있는 것 같은 촬영 현장을 지나쳤다고 합니다.

경찰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이었다는데 리얼리티를 살린다고 공사장 근처에 숨어있다가 지나가던 애들을 다짜고짜 불량청소년 취급하면서 하나씩 붙잡았다더군요.

저희 아들이 놀라서 무슨 일이냐고 말로 하시라고 하는데도 다짜고짜 카메라 들이대고 찍으면서 범인 취급을 하더니 좋은 말로 할 때 순순히 따르라고 위협하는데 아들이 왜 그러시냐고 반항하니까 대뜸 호신용 경찰봉으로 아이 팔을 후려치더랍니다.

덕분에 저희 아들 지금 깁스했습니다. 전치 6주라네요 ㅠㅠ 깁스 풀고도 당분간은 재활 훈련을 해야 하고 심할 경우 후유증이 남아 피아니스트 생명에 지장이 있을 수도 있다는 소리에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당장 콩쿠르가 코앞이라 연습 중이었는데 콩쿠르는커녕 피아니스트로서의 꿈 자체를 접게 생겼어요.

더 어이없는 건 저희 아이 손목을 망가뜨린 게 경찰도 아닌 경찰 행세 중이었던 모 아이돌이었다는 점입니다. 무슨 직업체험 프로그램으로 경찰복을 입고 경찰인 척하고 있었다네요.

경찰복 입고 있으니 자기가 진짜 경찰이라도 된 줄 아셨나 보죠?

아이 인생 망가뜨려 놓고 TV에 나와 아무렇지 않은 척 하하 호호 하는 얼굴을 볼 때마다 못난 부모는 속에서 천불이 납니다.

[BEST] 검거 대상이 잘못된 거 아님?? 그 아이돌을 잡았어야지

[BEST] 얘 연습생 시절부터 별명이 퇴출1호ㅋ 떡잎부터 남달랐네 아주ㅉㅉ

[BEST] [일하러 왔습니다] (X) [갑질하러 왔습니다] (O)

[찬/반] 근데 이런 건 양쪽 의견 다 들어봐야 하는 거 아님?

.

.

.

“와 댓글 창 실시간으로 불타오르는데, 아주.”

회의실에 모여 있던 멤버들 중 남궁찬이 중얼거렸다. 그 말에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던 엠케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이것만 읽으면 희대의 인성질 이네.”

“고소할 것 같지?”

“피아니스트 꿈을 접게 생겼다잖아. 고소하고도 남지.”

은규의 걱정스러운 말에 이환이 당연한 소리를 한다는 듯 대꾸하자 모두의 시선이 재이에게로 쏠렸다. 재이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입을 열었다.

“사실도 아닌데 뭐.”

태연하게 대답하는 재이를 바라보던 엠케이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런 건 반쯤 여론전이잖아. 사실이 아니어도 이 악물고 흠집 내려고 하면 큰일인데.”

“그건 그렇지.”

“넌 억울하지도 않냐. 하지도 않은 일로 두들겨 맞고 있는데.”

여전히 강 건너 불구경하듯 태평스러운 재이의 태도에 자신이 다 분통 터진다는 듯 이환이 얼굴을 팍 찌푸리며 물었다. 그러자 옆에서 은규가 맞장구쳤다.

“내 말이. 읽고 있는 내 쪽이 속에서 천불이 나는구만.”

“뻔뻔하기도 하지. 어떻게 이걸 공론화하겠다는 생각을 할 수가 있지? 어차피 프로그램 방송 타면 다 까발려질 텐데.”

“세상엔 이상한 사람들 너무 많다니까.”

은규에 이어 남궁찬까지 합세해 투덜거리는 말을 듣고 있던 엠케이가 퍼뜩 놀란 얼굴로 멤버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혹시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 건가?”

“그것보다 이렇게 먼저 여론을 만들어 놓으면 프로그램이 방송 타도 제작진이 한재이 편 들어 주려고 이쪽 구미에 맞게 편집했다고 싸잡아 몰아갈 생각인 거 아니냐.”

심각한 표정으로 멤버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인혁이 끼어들었다. 그의 말에 엠케이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그 말도 일리 있네……. 그럼 이제 어쩌지?”

모두의 시선이 다시 재이에게로 쏠렸다. 재이가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말했다.

“글쎄. 일단 회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 기다려 봐야지?”

재이가 옆 회의실 쪽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그곳에서는 케이엠 간부들을 비롯해 비상소집 당한 파티 전담 스태프들이 대책 회의를 벌이고 있었다. 하지도 않은 일로 억울하게 욕을 먹고 있음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평온해 보이는 재이의 모습이 새삼 감탄스럽다는 듯 이환이 중얼거렸다.

“진짜 아무렇지도 않은가 봐. 진심 닮고 싶다. 저 멘탈.”

“우리 앞이라고 연기하는 건 아니지 한재이? 안 그래도 돼.”

“심은규 넌 아직도 한재이를 모르냐, 저건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게 아니라 진짜 타격감 제로일 때 나오는 표정이라고.”

걱정스러운 듯 재이를 돌아보며 말을 건네는 은규에게 이환이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얼굴로 중얼거리자 옆에서 듣고 있던 남궁찬이 거들었다.

“그치. 아마 속으로 ‘어디서부터 어떻게 밟아 줄까 ?’ 하고 있을걸.”

“나도 여기에 한 표. 어떻게 덤빌 데가 없어서 한재이한테 덤볐을까.”

거기에 엠케이와 인혁까지 합세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툭툭 내뱉는 말들과는 달리 재이를 살피고 서로 눈빛을 나누는 멤버들의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가해자 프레임은 연예인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방송국이 나서기만 해도 금방 시시비비가 밝혀질 글로 인터넷이 이렇게까지 삽시간에 타오르는 것은 그만큼 재이가 화제성 있는 인물이라는 반증이기도 했다.

평소 같았으면 왁자지껄 떠드느라 정신없었을 회의실 안에 묘한 침묵이 가라앉은 가운데 각자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던 멤버들은 문을 열고 들어오는 김석관과 심진우의 표정을 보고 얼굴을 굳혔다. 둘 다 심각한 표정인 것이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 학생 쪽에서 꽤 강경하게 나오는 모양이야.”

심진우가 입을 뗐다.

“그쪽 변호사하고 면담했는데 조만간 고소장 접수할 거고 자기 의뢰인은 중간에 취하하는 일 없이 정식 절차 밟아서 끝까지 시비를 가리고 싶다고 했다는구나.”

“시비를 가리면 좋은 거 아니에요? 그쪽이 먼저 칼 들고 덤빈 거잖아. 어딜 어떻게 봐도 정당방위잖아. 대체 무슨 배짱인 거죠?”

김석관의 말에 엠케이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거야 그런데. 그쪽에서는 이참에 경찰까지 걸고넘어질 작정인가 봐.”

“경찰을요?”

김석관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멤버들의 얼굴을 둘러본 심진우가 이어 말했다.

“경찰이 방송국 편의를 들어주기 위해 보여 주기식 과잉 진압 을 했고 그 과정에서 공권력도 없는 일반인에게 폭력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했다는 식으로 프레임을 짜고 있는 것 같더라. 단순히 일반인과 일반인 사이에서 일어난 폭행 시비에 대해 과실 여부를 따지자는 소리가 아니라 그걸 방조한 경찰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몰고 갈 생각인 듯하더라고 .”

“… 어그로 오지네요.”

“그게 승산은 있는 소리고요?”

심진우의 설명을 듣고 있던 인혁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중얼거리자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 엠케이가 눈을 찌푸리며 물었다.

“공권력의 과잉 진압 떡밥은 사회부에서 좋아하는 레퍼토리 중 하나라. 게다가 이제 곧 선거철이라 뭐라도 하나 엮이면 좋다고 까려고 몰려들 사람들이 눈에 불을 켜고 돌아다니고 있는 상태라 자칫 잘못하면 엉뚱하게 얻어맞게 생겼다는 말이지.”

“아니 애초에 그쪽이 다 지어낸 얘기니까 그냥 촬영해 둔 분량만 나가도 문제없는 거 아니에요?”

김석관의 설명에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이환이 물었다. 그 말에 심진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문제는 재이가 그 학생을 제압했을 당시의 장면이 확실하게 찍힌 영상이 없다는 거야. 담당 VJ는 상혁이 쪽에 붙어 있느라 카메라에 담긴 건 없고. 믿을 건 재이랑 장 경장님이 달고 있던 보디캠밖에 없는데 빛이 부족한 상황에서 찍은 거라 화질이 엉망이라나 봐.”

“그래도 그 새ㄲ…, 흠, 그쪽이 칼 들고 설친 장면은 나왔을 텐데요?”

“그건 그런데 그쪽은 그 이후의 상황에 대해 물고 늘어지더라고. 손목 얻어맞고 주저앉아 있는데 그런 자기를 재이가 발로 걷어찼다고.”

김석관의 말에 여기저기에서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야, 그렇다는데?”

인혁이 재이 쪽을 돌아보며 묻자 재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차긴 했지.”

회의실이 순간 얼어붙었다. 경악에 찬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얼굴을 훑어본 재이가 피식 웃으며 이어 말했다.

“한 10센티 정도 되는 나이프를.”

재이의 말에 긴장감으로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던 회의실의 공기가 탁 풀리며 여기저기서 안도의 한숨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 뭐야 한재이.”

“놀랐잖아.”

“십 년 감수했네.”

“아니 진짜로 내가 사람을 찼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 다들?”

배신감 느껴지는데?

재이가 짐짓 서운하다는 듯 사람들을 둘러보며 투덜거리자 인혁이 고개를 돌려 김석관과 심진우를 바라보며 화제를 돌렸다.

“아무튼, 그쯤 되면 그냥 소설인데요?”

인혁의 말에 다른 멤버들이 동감이라는 듯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는 그게 소설이라는 걸 입증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거지.”

“장 경장님 증언은?”

“한통속이라 믿을 수 없다고 밀고 나가려나 봐.”

“와 나 암 걸릴 것 같아.”

김석관의 대답에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남궁찬이 제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거 완전 싹수가 노랗네. 그런 인성으로 무슨 피아니스트의 꿈이 어쩌고. 와 역겹다, 진짜.”

“그때 거기 있던 그 친구는요? 애초에 걔 구해 주려다가 이 사달이 난 거잖아요. 걔가 그 인성 쓰레기에 대해 증언만 해 줘도 게임 끝나는 거 아니에요?”

은규의 말에 엠케이가 생각났다는 듯 묻는 말에 김석관과 심진우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고는 곤란하다는 듯 얼굴을 흐렸다.

“그게.”

“그 쓰레기들이 어떻게 협박을 했는지 쓰레기하고 같이 있던 그 학생 포함해서 친구 쓰레기들까지 다들 입을 모아서 자기들은 그냥 장난 좀 치고 집에 가려던 중인데 경찰이 다짜고짜 몰려들었다고 하고 있다는 거야.”

두 사람의 설명에 멤버들이 지쳤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처구니가 없다 진짜.”

“한재이 어쩌다 걸려도 저런 악질한테 걸렸다냐.”

“이 정도면 제대로 모함에 무고 감 아닌가요?”

혐오스럽다는 표정으로 인혁이 묻는 말에 심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쪽에서 그렇게 어이없는 프레임으로 밀고 나오는 이상 우리도 맞고소로 대응할 방침이야.”

“박 이사님하고 홍보팀에서 전력으로 미디어 대응할 예정이긴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여론은 휩쓸리기 쉬운 거라서. 게다가 아까도 말했듯이 경찰 쪽까지 물고 늘어지면 사회부 쪽에서 냄새 맡고 일을 키울 가능성이 있으니까, 일단은 촬영분이 제대로 방영될 때까지는 인터넷 여론이 어느 쪽으로 기울건 좀 참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심진우에 이어 김석관이 멤버들을 둘러보며 다독이듯 말을 이었다. 말인즉 섣불리 나서서 괜히 일 키우지 말고 일단 잠자코 있으라는 소리였다.

회의실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좋은 일 하려다가 오히려 나쁜 놈으로 몰려 얻어맞고 있는 이 상황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멤버 중 몇몇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안 참으면 안 되나요?”

무거운 침묵을 깬 것은 이제껏 비교적 조용히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사건의 당사자, 재이의 목소리였다.

마치 자신들이 당한 일인 것처럼 억울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주먹을 꾹 쥔 채 말없이 앉아 있는 멤버들 사이에 정작 사건의 당사자인 재이는 평소와 다름없이 덤덤한 표정이었다.

그런 평온한 표정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재이의 물음에 김석관이 짧은 한숨과 함께 그를 타이르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보다 한 박자 빠르게 재이가 재차 말했다.

“안 참고 싶은데 어쩌지?”

“재이야.”

김석관이 타이르듯 부르는 소리에 그를 돌아본 재이가 말했다.

“어처구니없이 얻어맞고 남이 시비 가려 줄 때까지 참고 있을 만큼 성격이 좋질 않아서.”

형도 아시잖아요.

평온한 말투와는 달리 눈빛이 날카롭게 반짝이는 것에 김석관이 저도 모르게 움찔 몸을 떨었다.

“야, 한재이. 잊지 마라. 너는 아이돌이야, 아이돌.”

“그래, 억울한 건 알겠는데 그래도 말로 하자.”

“맞아, 솔직히 마음 같아선 내가 먼저 나서서 그 쓰레기 놈 다른 쪽 손목도 부러트려 주고 싶지만, 알지? 속상해도 좀 참고 법대로 하자고 해.”

“우릴 봐서라도… 가 아니라 그래, 팬분들. 팬분들 생각해서라도 참아.”

“아, 안 되겠다. 오늘부터 한재이 밀착 감시 다! 빨리 사다리 타, 누가 먼저 붙어 있을 거야?”

심각한 표정으로 다급하게 떠들어 대는 멤버들의 모습을 어처구니없다는 듯 쳐다본 재이가 고개를 돌려 김석관과 심진우를 쳐다보고 다시 입을 열었다.

“두 분 말씀 들어 보니 방송 일정도 편집도, 재판장에서 시비 가리는 것도 뭐 회사에서 알아서 해 주실 것 같으니. 그건 말씀하신 대로 천천히 진행해 주시면 될 것 같고요.”

조마조마한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들의 얼굴을 쓱 훑어본 재이가 어깨를 한 번 으쓱해 보이고는 말했다.

“저는 우선 전화 한 통만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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