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
장악원 비록 (1)
‘와, 괴물이라더니 진짜네.’
뮤지컬 배우 2년 차 이진홍은 최 감독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연습곡으로 목을 풀고 있는 주연 배우 한재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속으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진홍은 한재이의 합류 소식을 듣고 같은 소속사 선배이자 자신의 멘토인 뮤지컬 배우 박현오와 나누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 재이랑 하게 됐다고?
- 네, 클락 컴퍼니에서 따로 오퍼 넣었다더라고요.
- 와, 클락 컴퍼니 재주 좋네. 재이 스케줄 비우기 쉽지 않았을 텐데.
- 박 선배는 같이 작품 해 보신 적 있죠? 어떤 사람이에요?
박현오는 ZTBC 특집극 [멸화조]에서 한재이와 호흡을 맞춘 적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때 오가며 얼굴을 마주칠 때마다 힘들어 죽겠다고 하소연하던 박현오를 떠올린 이진홍이 물었다.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말이 없던 박현오가 입을 열었다.
- 재이는, 그 뭐랄까.
잠시 뜸을 들인 박현오가 이어 말했다.
- 괴물이지.
- …괴물, 이요?
- 어, 괴물.
딱 잘라 말하는 박현오에 이진홍이 중얼거렸다.
- 선배님이 그렇게까지 칭찬하시다니 어떤 사람인지 되게 궁금한데요. 데뷔도 저랑 비슷하고 나이도 비슷하고.
물론 인지도 면에서는 그쪽이 넘사벽이긴 했지만 그건 뭐, 아이돌 시장과 뮤지컬 시장은 규모부터가 다르니까. 그래도 나도 라이징 쪽에서는 꽤 알아주는…….
- 진홍아.
내심 한재이와 자신을 견주고 있던 이진홍은 자신을 부르는 박현오의 나직한 목소리에 상념에서 벗어나 그를 쳐다보았다. 항상 유들유들 개구진 표정의 박현오가 드물게 진지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진홍은 저도 모르게 자세를 바로 하며 박현오에게 대답했다.
- 네, 선배님.
- 내가 너 많이 아끼는 거 알지?
- 네? 네…….
-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다만, 행여라도 현장에서 한재이랑 힘겨루기 할 생각은 하지 말아라.
- 네에?
속내를 들킨 것에 당황한 이진홍이 되묻는 소리에 박현오가 진지한 말투로 이어 말했다.
- 농담 아니야. 진짜 진지하게 충고하는 거니까 형이 하는 말 새겨들어. 내가 아까 괴물이라고 했지? 괜히 그 녀석한테서 분량 뺏어 보겠다 씬 나눠 가져 보겠다. 나도 저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쩌고 하면서 비교하지 말고, 너는 그냥 너의 길을 가도록 해. 그 녀석은 너랑은 가는 길이 다른 녀석이니까.
- 네에…….
알 듯 말 듯 한다는 표정으로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는 이진홍을 보고 있던 박현오가 덧붙였다.
- 뭐, 너도 직접 보면 알 거다, 내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그 녀석하고 겨뤄서 이길 생각을 하지 말고 그 녀석을 최대한 잘 써먹을 생각을 해 봐.
알쏭달쏭한 말과 함께 자신의 어깨를 툭툭 두어번 두드리며 힘내라고 격려하는 박현오의 눈빛이 어쩐지 허튼짓할 생각 하지 말라고 당부하는 듯해 이진홍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
.
.
‘박 선배가 무슨 뜻으로 한 말인지 좀 알 것 같은데.’
저건 안 되겠다.
이진홍은 내심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간 적지 않은 공연으로 다져진 자신의 귀로 듣기에도 음정 박자, 뭐 하나 손색이 없었다. 곧게 뻗어 올라가는 시원한 고음은 최 감독이 선호하는 스타일이었다. 극장 안에서 마이크 없이도 3층 맨 최후 열에 앉은 관객에까지 닿을 수 있는 목소리.
기교나 표현이야 제대로 된 곡을 들어 봐야 알겠지만, 자신은 이런 쪽으로는 감이 좋은 편이었다. 저건 겨뤄 봐야 이쪽만 손해였다.
‘그럴 만도 한 게…….’
이진홍은 힐끔 최 감독 쪽을 살폈다.
직접 피아노 앞에 앉아 반주를 치고 있는 최 감독이 중간중간 피식피식 웃고 있었다. 최 사단의 말석을 차지하고 있는 이진홍은 최 감독이 지금 기분이 엄청 좋다는 것을 눈치챘다.
‘들어올 때만 해도 쳐다도 보기 싫다는 눈치시더니.’
최 감독은 자신이 만드는 극에 대한 프라이드와 업계에 대한 사랑이 지나친 탓에 외골수 기질이 있는 사람이었다. 타 업계 출신에 배타적인 그의 성향은 자신과 같은 순혈 뮤지컬 배우에게는 아늑한 울타리였지만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넘기 힘든 벽임이 분명했다.
‘그 통곡의 벽을 저렇게 단박에 뛰어넘어 버리다니.’
이진홍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최 감독의 변화를 민감하게 눈치챈 최 사단의 고참 스태프들이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한재이와 최 감독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최 감독님, 누가 보면 오늘 재이 씨 단독 연습날인 줄 알겠습니다. 그렇게 마음에 드셨어요?”
염 피디의 말에 마침 반주를 멈추고 재이에게 성량 조절에 관한 조언을 해 주고 있던 최 감독이 눈썹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염 피디님 오셨소.”
“안녕하세요, 피디님.”
염 피디는 자신에게 깍듯이 인사하는 재이를 이뻐 죽겠다는 듯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그럼요. 아니 왜 이렇게 일찍 왔어요? 약속 시각 되려면 아직 한참 남았는데.”
“이미 연습하고 계신다는 거 전해 듣고 조금 일찍 출발했습니다. 늦게 합류하는 만큼 다른 분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죠.”
“어휴 말도 이렇게 예쁘게 하고. 감독님 어떠세요?”
조금 전까지 연습실 구석에서 줄곧 봐 놓고 굳이 최 감독의 감상을 들어야겠다는 듯 그를 향해 묻는 염 피디의 질문에 잠시 그를 바라본 최 감독이 입을 열었다.
“지난번 데려왔던 녀석들보단 낫네.”
“낫기만 해요?”
염 피디의 끈질긴 질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잠시 그를 노려보던 최 감독이 짧은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편견 없이 사람을 대하고 싶어도 염 피디가 자꾸 이상한 걸 들이미니까 어쩔 수가 없잖아. 저번에 데리고 온 사람들이 워낙 대단들 했어야지. 차라리 드라마 따로 찍고 나중에 오에스티로 처바르는 게 나은 수준이었지 않냐고.”
“아 그거야…….”
최 감독의 말에 염 피디가 머리를 긁적였다. 자신이 보기에도 앞선 두 배우는 연기력은 출중했지만 노래 실력은 염 피디가 기대했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곤란하다는 듯 머리를 말을 흐리는 염 피디를 잠시 바라보던 최 감독이 나직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뭐. 그 사람들에 비하면 이 친구는 기본은 하는구먼.”
“기본은 한다니. 최 감독님, 지금 재이 씨 나이대에서 재이 씨만큼 하는 친구 없어요.”
염 피디의 말에 최 감독이 입을 다물었다. 그런 최 감독의 반응을 살핀 염 피디가 재이 쪽을 돌아보며 이어 말했다.
“재이 씨 합류해 줘서 고마워요. 아까 최 감독님하고 맞춰 봤으니 알겠지만, 우리 감독님이 기대치가 엄청 높으신 분이거든. 처음에 이 정도로까지 맞춰 오는 사람 별로 없는데 역시 재이 씨 소문대로 대단하네.”
염 피디의 칭찬에 재이가 살짝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감독님이 좋게 봐 주셔서 그렇죠. 아직 한참 멀었으니 앞으로도 지도 부탁드리겠습니다.”
크으. 이것이 바로 대세의 여유.
염 피디는 속으로 감탄을 터뜨렸다. 나무랄 데 없는 매너였다.
요새 한재이가 섭외 1순위라더니 그럴 만하네. 실력에 인성에 어디 하나 비는 데가 없잖아. 아주.
염 피디가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듯한 눈빛으로 재이를 대견하다는 듯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본 최 감독이 짧게 혀를 차고는 옆에 서 있던 조연출을 향해 물었다.
“김 피디, 스케줄표 나온 거 나눠 줬어요? 4일 뒤에 박금만 선생님하고 전통 악기 팀하고 연습 잡아 둔 거. 그때까지 못 해도 13번째 넘버까지는 해 와야 좀 맞춰 볼 텐데.”
“어, 아직 말씀 못 드렸는데…….”
아니 지금까지 감독님이 독차지하고 있던 탓에 저희는 인사 나눌 틈도 없지 않았습니까.
목구멍까지 솟아오르는 말을 꾹 눌러 참으며 조연출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그의 대답에 최 감독의 미간이 다시금 푹 패이는 것을 힐끔 본 재이가 입을 열었다.
“4일 뒤까지 13번째 넘버 말씀이시죠? 최대한 맞춰 오겠습니다.”
“재이 씨 미안한데 그 전날이 우리 대본 리딩이야. 아무래도 일정을 조금 손보는 게.”
미안하다는 듯 눈썹을 찌푸리며 이야기하는 염 피디의 말에 재이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저 하나 때문에 다른 분들을 모두 다 기다리시게 할 순 없죠. 예정대로 가죠.”
최대한 만들어 올게요.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둘러보던 재이가 싱긋 웃었다.
* * *
랜플릭스 오리지널 뮤지컬 드라마 [장악원 비록]
폭군의 시대였다.
젊어서부터 지병에 시달리다 일찍 명을 달리한 선왕에게는 그와는 달리 건강하고 영민했으나 둘째라는 이유로 ‘군君’의 칭호에 만족해야 했던 동생이 있었다.
형이 일찍 숨을 거두자 동생은 그것을 하늘이 내린 기회라고 생각했다. 어린 아들을 잘 부탁한다는 선왕의 유지와 달리 동생은 왕세자가 없는 틈을 타 스스로 옥좌에 올랐다.
어린 나이에 숙부의 견제에 밀려 타국의 사신단으로 나가 있던 왕세자는 부왕의 승하 소식을 듣기도 전 갑작스러운 도적 떼의 습격으로 타지에서 유명을 달리했다.
왕위의 정당성을 따지는 신하들을 나라의 존망을 위협하는 불미스러운 세력으로 칭해 쓸어버리고 피로 점철된 옥좌에 오른 왕은 주변의 모든 사람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보위에 오를 수 있도록 도운 공신들마저 그 의심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어제 웃는 낯으로 노고를 치하하며 상을 내리던 왕이 오늘 노한 얼굴로 삼족을 멸하라는 명을 내리기 일쑤였다. 신하들은 왕의 일거수일투족에 숨을 죽이고 몸을 사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왕의 폭정에 하늘이 노하기라도 한 것인지 가뭄과 기근이 이어지며 민생은 점차 도탄에 빠져들고 있었다.
왕의 나라는 그를 받드는 백성들의 피와 눈물을 짓밟고 서 있었다.
낡은 빛 기우니 어둔 밤이로다
저어기 술렁대는 삼도천이 두루치니
흰 달 밑에 앉은 건 내 하나뿐이라
달은 기울고 해는 뜨리니
삭풍 그치면 새닢이 나리니
에헤라 가자 에헤라 가
에헤라 가자 에헤라 가
반주도 없는 노래가 시작되었다.
이제 대중의 귀에는 낯설어진 아주 오래전 옛날의 가락이었다.
재이 특유의 힘 있게 울리는 맑은 고음이 연습을 위해 모인 사람들로 가득 찬 대강당에 시원하게 울려 퍼졌다. 그의 선창에 맞춰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하나씩 겹쳐졌다.
세련된 반주 음도 고막을 울리는 비트사운드도 없이 그저 사람과 사람의 서로 다른 목소리만이 겹치고 포개지면서 하나의 노래를 만들어 갔다.
달은 기울고 해는 뜨리니
에헤라 가자 에헤라 가
삭풍 그치면 새닢이 나리니
에헤라 가자 에헤라 가
흥겨운 듯 구슬픈 그의 목소리에 맞춰 사람들이 추임새를 넣었다. 마치 앞서 걷기 시작한 사람의 등을 보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 그를 따라 한 걸음 내딛기 시작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에헤라 가자 에헤라 가
에헤라 가자 에헤라 가
선창하던 목소리가 어느새 사람들의 목소리에 녹아들어 있었다. 삼삼오오 악보를 나누어 보며 노래하던 사람들이 어느새 다 함께 어깨를 들썩이며 화음을 넣고 있었다.
사람들의 앞쪽에 서서 지휘를 하고 있던 최 감독이 필요 없겠다는 듯 손을 내려뜨렸다.
대강당에 모인 출연진들이 하나의 목소리로 부르는 합창이 서서히 잦아들고 그들의 소리로 가득하던 자리에 고요함이 찾아들었다. 모두가 함께 만들어낸 노래의 여운에 잠시 취해있던 사람 중 누군가가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짝 짝짝
그리고 다음 순간 출연진들 사이에서 웃음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거 잘하면 일내겠는데.’
연습 장면을 찍고 있는 ENG 카메라가 송출한 영상을 대강당 한쪽에서 모니터로 확인하고 있던 염 피디가 저도 모르게 땀이 차오른 손을 꾹 쥐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야, 재이 씨 시작부터 이러기야? 숨 막혀 죽는 줄 알았잖아.”
“하하, 박자 놓칠까 봐 얼마나 조마조마했는데요.”
“와, 기만자. 말하는 것 좀 봐. 멀쩡한 얼굴로 어쩜 저렇게 뻔뻔하지? 응?”
“우리가 모를까 봐? 그동안 진홍이 붙잡고 밤낮없이 달렸다면서. 이 바닥 좁아서 소문 퍼지는 거 금방이라고.”
“소문까지 갈 것도 없이 진홍이 얘 몰골 좀 봐 보라고. 그동안 재이 씨한테 얼마나 시달렸으면 애가 얼굴이 홀쭉해졌잖아.”
“어휴, 나 스케줄 차 있길 망정이지. 잘못했다간 진홍이랑 나란히 저러고 서 있을 뻔했잖아.”
“야, 진홍아, 정신 좀 차려봐?”
“하하하”
재이는 연습을 핑계로 박현오를 통해 미리 소개받아 안면을 익혀 두었던 출연자 중 몇몇과 소탈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 통성명했을 때 신기하다는 듯 못 미덥다는 듯 쳐다보던 눈초리들이 꽤 누그러져 있었다.
‘미리 익혀 두길 잘했네.’
재이는 퀭한 얼굴로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이진홍을 힐끔 쳐다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연습 현장을 방문한 뒤 계약을 마무리 짓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러닝메이트의 섭외였다. 4일 안에 전혀 새로운 열세 곡을 마스터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대본 리딩의 타임리미트는 그보다도 짧은 3일이었다. 역할에 몰두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조력자가 필요했다.
재이가 맡은 역할은 극의 중심에 선 주인공 ‘율’이었다. 선왕의 적장자이자 현왕의 조카로 정통 왕위 계승자였으나 현왕의 계략에 어린 나이에 사신단으로 내몰려 이역만리에서 도적 떼의 습격에 죽음을 맞이했다고 알려진 인물이었다.
그러나 소문과 달리 그 습격에서 살아남은 율은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과 함께 장성해서 숙부의 폭정에 시달리고 있는 고국으로 돌아온다. 그가 신분을 숨기고 들어온 곳은 [장악원 掌樂院]. 나라의 악(樂)을 주관하는 부서였다.
장악원의 악공은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공노비로 채워졌다. 오랑캐와 왜구로 어수선한 지방에서 공노비 신분을 위장해 숨어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존귀한 신분이던 왕세자 율은 음악이습이 없는 날은 잔칫집을 떠돌며 노래를 팔아 끼니를 때우는 악공 오동이로 거듭났다. 그리고 그런 율의 호위무사이자 절친한 친구 역할을 맡은 것이 바로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지난 4일간 자는 시간도 쪼개 가며 연습을 도왔던 뮤지컬 배우 이진홍이었다.
“형, 정신 차려. 박금만 선생님 오셨다.”
“응? 어? 어어! 어!”
오늘은 전통 악기 팀과 그간의 연습 상황을 맞춰보는 날이었다. 넋 놓고 있는 진홍의 옆구리를 쿡 찌른 재이가 정면을 바라보았다. 출연진의 합창이 끝난 후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가기에 앞서 최 감독에게 다가가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박금만 선생이 이쪽을 돌아보는 것이 보였다. 그와 시선이 맞은 재이가 꾸벅 고개를 숙여 보였다.
“…야, 왠지 느낌이 싸하지 않냐.”
재이의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고개를 돌린 박금만 선생이 다시 최 감독과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본 진홍이 불길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형, 혹시 심은규랑 아는 사이야?”
“응? 누구?”
“있어. 형처럼 불길한 플래그 꽂는 거 전문인 녀석.”
눈썹을 축 늘어뜨리며 ‘불길한데……’라고 중얼거리는 은규를 떠올린 재이가 피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