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퇴출 1호 아이돌 연습생이 되었다-215화 (215/224)

#215

장악원 비록 (6)

‘거참 생각하면 할수록 찜찜하네.’

대체 무슨 꿍꿍이속인 것인지.

난데없이 촬영장에 나타나 황당한 이유로 길길이 날뛰다가 어딘지 수상한 낌새를 풍기며 돌아가 버린 라일라를 떠올리며 재이는 내심 중얼거렸다. 당장이라도 무슨 일을 낼 것처럼 흉흉했던 기세와는 달리 그 난리를 치고 돌아간 라일라는 대량의 휴대용 난방 기구를 보내 왔을 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투자를 철회하겠다는 통보가 오는 게 아닐까 몇 날 며칠 잠을 못 잤다는 염 피디가 눈에 띄게 안도한 것과 달리 재이는 거꾸로 왠지 모를 불안함이 스멀거리고 올라오는 듯한 느낌에 영 찜찜한 기분이었다.

촬영이 끝나기 무섭게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돌아가 버린 라일라와 마지막으로 마주친 그 황금빛 눈동자는 분명 무언가 일을 꾸미고 있을 때의 눈빛을 하고 있었다.

‘저런 눈빛이었을 땐 대체로 끝이 좋질 않았단 말이지.’

예를 들면 다른 동네로 쫓겨난다거나 하는.

재이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항상 멍청하다고 여겨 왔던 드래곤에게 보기 좋게 뒤통수를 맞은 전적이 있는 재이로서는 경계심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그때는 머리 좀 쓴다 하는 샤리프 영감이 옆에서 꼬드겼으니 가능한 일이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줄곧 한 수 아래라고 여겨 왔던 상대의 공격에 걸려들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대충 무슨 생각인지는 알 것 같은데.’

재이는 라일라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와 나누었던 말들을 떠올리고는 얼굴을 찌푸렸다.

“아니 가고 싶으면 저 혼자 가던가. 왜 엄한 사람까지 끌어들이려고 하냐고.”

“뭐?”

“아, 음. 아무것도 아냐.”

울컥해서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혼잣말에 옆에서 대본을 들여다보고 있던 이진홍이 이쪽을 돌아보았다. 재이는 대충 얼버무리고는 슬쩍 입술을 깨물었다.

‘크랭크 업 하면 그 인간한테 좀 물어봐야지.’

저 성질 사나운 전직 드래곤과 연애도 부족해 진짜 결혼까지 하려고 하는 듯한 괴짜의 얼굴을 떠올린 재이가 내심 중얼거렸다.

“피곤하지?”

옆에서 들려온 이진홍의 목소리에 상념에서 벗어난 재이가 그를 돌아보았다. 촬영 준비를 위해 잠시 주어진 대기 시간에 구석에 놓인 의자에 자신과 나란히 앉아 쉬고 있던 이진홍이 자신을 돌아보며 묻고 있었다.

“아. 다들 마찬가지지 뭐.”

의자에 깊숙이 기대 있던 몸을 일으키며 재이가 대답했다. 그런 재이의 옆모습을 보고 있던 이진홍이 물었다.

“후시 스케줄 나온 거 봤냐?”

“거의 거기서부터 새로 시작하는 분위기던데.”

“그러니까. 어휴. 크랭크 업 하면 한숨 돌릴 줄 알았더니.”

재이의 말에 이진홍이 질렸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중얼거렸다.

“나 궁금한 게 있는데. 원래 드라마 판이 이런 거야?”

“어… 글쎄? 다른 드라마에 비해 좀 더 손이 많이 가는 건 사실인 듯싶기도 하고.”

무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이진홍이 물어온 말에 재이가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했다. 촬영은 중간에 시찰을 핑계로 난입한 붉은 머리 투자자의 난동 아닌 난동 이후로는 별다른 문제 없이 순조롭게 진행된 편이었지만 그럼에도 후반 작업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기에는 빠듯했다.

오늘 촬영할 클라이맥스 씬은 야간 촬영과 그 뒤로 동이 트는 새벽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다.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한계까지 몰아치는 촬영 스케줄에 배우들은 쉬는 시간이면 틈틈이 간이 의자에 기대앉아 늘어져 있기 바빴다.

“어? 저기 저거 너희 그룹 분들 아니야?”

이진홍의 목소리에 재이가 고개를 돌렸다.

멀찍이서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어색한 인사를 꾸벅거리며 촬영장 안쪽으로 들어오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인혁과 엠케이, 남궁찬, 그리고 이환과 은규까지. 최근 촬영장과 세트장을 오가느라 얼굴 보기도 힘들었던 멤버들의 모습을 확인한 재이는 왠지 모를 안도감이 몰려드는 기분에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아, 진짜 왔네?”

재이가 웃으며 중얼거린 말에 이진홍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진짜 오다니?”

“카메오.”

“와, 진짜? 염 피디님 제작비 좀 쓰셨겠는데?”

“그래 봐야 단독 샷 없이 가는 조건일걸. 이스터 에그처럼 들어갈 예정이라던데.”

파티 멤버들의 단체 카메오 출연은 염 피디의 아이디어였다. 카메오를 활용한 연출은 염 피디 작품의 시그니쳐 같은 의미이기도 했다.

자칫 몰입을 방해할 수 있는 탓에 보통 다인원의 카메오 출연은 제작진 쪽에서 기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파티의 이번 카메오 출연은 컷 배분과 연출에는 자신 있는 염 피디의 적극적인 구애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화제 몰이는 따 놓은 당상이겠는데.”

“다 된 드라마에 아이돌 뿌리기라고 욕이나 안 먹으면 좋을 텐데.”

재이가 중얼거린 말에 이진홍이 답지 않다는 듯 재이쪽을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어허 이거 왜 이러시나. 대세 오브 대세께서.”

“형은 좋게 봐 주니까 그런 거고. 이건 진짜 피디님만 믿고 가는 도박이나 다름없잖아.”

퀄 잘못 뽑히면 우리만 욕 오지게 먹고 흑역사의 새로운 장을 쓰게 되는 거라고.

재이가 중얼거린 말에 이진홍이 웃으며 대꾸했다.

“그건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염 피디님을 믿어서가 아니고, 네 뒤에 버티고 있는 그 야차 같은… 이 아니라, 그 월드클래스 투자자 눈치가 보여서라도 이건 무조건 퀄 제대로 살려서 뽑아 주실걸.”

저기 봐 봐, 염 피디님 이미 제대로 집중 모드잖아.

이진홍이 가리킨 곳에는 촬영장으로 들어선 멤버들에게 오늘 각자가 참여할 장면에 대한 설명과 간단한 디렉팅을 하느라 분주한 염 피디의 뒷모습이 있었다. 그쪽으로 다가가자 평소보다 한껏 텐선이 올라간 염 피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니까 최대한 그냥 자연스럽게 움직여 주시면 됩니다. 어차피 노래 들어가는 부분은 나중에 따로 딸 거니까 오늘은 거기에 너무 신경 쓰지 마시고, 여러분은 그냥 카메라가 없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여 주시면 됩니다.”

“저 알아요! 카메라를 보면 안 되는 거죠?”

무동 복장의 엠케이가 습관처럼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묻자 손을 덮고 있던 한삼자락이 길게 펄럭였다.

“아 나도 알아. 드라마 찍을 땐 무대랑 달라서 절대 카메라 의식하면 안 된다고 했어.”

“으 긴장된다, 나 왠지 카메라 쪽 쳐다볼 것 같아.”

옆에 서 있던 이환이 제 얼굴을 가릴 듯 펄럭이는 엠케이의 한삼자락을 한 손으로 걷어 내며 외치자 그 옆에 서 있던 은규가 초조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남궁찬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카메라 발견하면 습관처럼 윙크 날리는 거 아니냐, 혹시.”

“그랬다간 그나마 건진 샷도 편집행일 듯.”

“안 돼, 오늘 이거 찍겠다고 염색도 싹 다시 하고 왔는데.”

“왠지 진지하게 우리 다섯 중에 하나는 할 것 같지 않냐, 그 NG.”

“그래도 쟤는 드라마 주연까지 한 경력인데 차인혁은 빼 주자.”

“그럼 넷.”

“나는? 나도 [눈떠도] 해 봤는데?”

남궁찬과 이환, 은규가 떠들어 대는 것을 듣고 있던 엠케이가 자신도 빼 달라며 한삼자락을 펄럭였다.

“그건 예능이잖아.”

“그래도 연기도 했는걸.”

“그래 그럼 넌 빠져. 우리 셋 중 NG 내는 사람은…….”

남궁찬이 말을 멈추고 잠시 숨을 골랐다.

“NG 내는 사람은 일주일간 밥 없는 거지. 대체 카메오가 NG 낼 생각부터 하고 있으면 어떡하냐고.”

등 뒤에서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에 멤버들이 일제히 뒤를 돌아보았다. 흰 백주중단에 붉은색 비란삼을 걸친 악공복 차림의 재이가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와, 한재이. 분장한 거 보니까 진짜 다른 사람 같아.”

낯선 촬영장에서 재이를 발견하자 안심했다는 듯 은규가 활짝 웃으며 재이에게 말했다.

“그러게. 이게 왕세자 복장인 거야?”

“바보냐. 악공 복장이잖아.”

은규의 옆에 서 있던 이환이 재이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묻는 말에 남궁찬이 어이없다는 듯 핀잔을 주었다.

“아 그런 거야? 빨간 옷은 왕족만 입는 거 아니었어?”

“어? 그런가?”

“나 보지 마, 나 몰라.”

이환이 갸웃하며 되묻는 말에 말문이 막힌 남궁찬이 은규를 쳐다보자 당황한 은규가 양손을 휘휘 내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재이가 한숨을 푹 내쉬고는 혼이 쏙 빠진 표정으로 멤버들의 수다를 바라보고 있던 염 피디에게 꾸벅 고개를 숙여 보이며 말을 건넸다.

“죄송합니다. 얘들이 모아 두면 좀 정신이 없어서.”

“아……. 하하하, 활기차고 좋은데 뭐.”

염 피디가 그제야 뒤늦게 얼빠진 표정을 수습하며 웃어 보였다.

재이는 모여 있는 멤버들의 모습을 쭉 훑어보았다. 그래도 이 바닥 물을 먹어 본 인혁은 잠시 후 있을 촬영에서 자신과 겹치는 동선에 배치된 모양이었지만 다른 녀석들은 어디서 뭘 하는 역할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조금 있으면 시작될 보조 연기자 리허설에 각자 맡은 역할에 따라 뿔뿔이 흩어질 운명들이었다.

“대체 마음이 놓여야 말이지.”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재이가 들고 있던 대금을 옆구리에 끼고는 비뚜름한 이환의 개책(*악공이 쓰는 모자)을 제대로 고쳐 주고 반쯤 흘러내린 은규의 혁대를 다시 둘러 주었다.

“안에 핫팩 몇 개 붙였냐?”

“어, 두 개 정도?”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하는 은규의 말에 재이가 짧게 혀를 차고는 말했다.

“석관이 형한테 가서 더 붙여 달라고 해.”

“지금도 무거운데? 더 붙이라는 거 괜찮다고 했는데.”

“대체 무슨 배짱으로? 얼어 죽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얼른 가서 더 붙이고 와. 이환 너도.”

“어어.”

떨떠름한 표정으로 석관을 향해 걸어가는 은규와 이환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 재이를 바라보고 있던 염 피디가 말했다.

“이야, 재이 씨 아주 엄마가 따로없네?”

“무슨 그런 끔찍한 말씀을요. 쟤들이 스튜디오에서 녹음이나 해 봤지 드라마 현장은 처음이라서요.”

촬영 시작하고 나서 다른 분들께 폐라도 끼치면 안 되니까.

재이는 분주한 촬영장 한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석관에게서 핫팩을 건네받고 있는 두 녀석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숨과 함께 대답했다.

자신이 말 안 해도 알아서 잘했을 인혁과 돌아가는 상황 보고 눈치껏 인혁을 따라 했을 엠케이, 그리고 그런 엠케이가 시키는 대로 대충 각은 세우고 온 것처럼 보이는 남궁찬과 달리 이환과 은규는 척 보기에도 허술했다.

세 사람이 꼼꼼하게 제 몫을 챙기는 와중에도 처음 와 보는 드라마 현장에 마냥 신나서 구경하느라 손 놓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주변에서 매니저와 스태프들이 챙기기야 했겠지만 원래 이 바닥이 제 몫은 제 손으로 챙겨야 하는 법이었다.

복장을 보아하니 난장판이 된 궁중연회에서 무리 지어 도망가는 악공 역할이 분명한데 오늘 밤새도록 메뚜기 떼처럼 뛰어다녀야 할 처지에 저런 복장 상태라니.

‘어림도 없지.’

고개를 가로젓는 재이를 보고 있던 염 피디가 말했다.

“걱정하지 마. 내가 다들 추울 틈 없이 몰아쳐 줄 테니까.”

염 피디의 말에 남아 있던 멤버들에게서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으아, 이것이 바로 한재이표 긁어 부스럼.”

“피디님 저희 단독 샷도 안 주실 거라면서 너무하시는 거 아닙니까.”

“이럴 줄 알았지, 내가 이럴 줄 알았다고.”

“아니 재밌겠다고 신나서 오케이 한 사람들이 인제 와서 엄살은. 염 피디님, 이렇게 된 거 아주 제대로 빡세게 굴려 주세요.”

자신에게 원망의 화살을 돌리는 멤버들을 흘겨본 재이가 염 피디를 돌아보며 말했다. 모니터 쪽으로 걸음을 옮기던 염 피디가 엄지를 들어 올려 흔들어 보였다.

* * *

밤하늘에 울려 퍼지는 유려한 음악 소리.

화려한 색으로 치장한 무희들의 하늘거리는 춤사위가 밝게 밝힌 궁궐의 안뜰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비스듬히 기대앉은 채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왕의 아래쪽에 그의 오른팔이자 심복으로 불리는 민계황이 앉아 지루한 듯 무희들의 춤을 눈으로 훑고 있었다.

‘곧 있으면.’

무희의 춤이 끝나고 나례를 올리러 재인들이 들어오면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팽사헌이 자신의 옆자리에서 태연한 얼굴로 대금을 불고 있는 오동의 모습을 힐끔 곁눈질로 살폈다.

쨍그랑

그때였다.

무엇이 심기를 건드렸는지 임금이 던진 술잔에 맞은 무희가 이마에 피를 흘리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조금 전까지 화려하게 흐르고 있던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듯, 연주가 그치고 안뜰의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도를 가져오라.”

‘미친.’

단상 위에서 들려온 임금의 짧은 한마디에 팽사헌이 얼굴을 굳혔다. 맨바닥에 꿇어앉은 무희가 목숨만은 살려 달라고 흐느끼고 있었다. 내시에게서 건네받은 칼을 손에 쥔 임금이 천천히 단상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다. 아래쪽에 앉아있던 민계황이 무어라 말리는 듯했지만 임금의 몇 마디에 밀려 그대로 입을 다물고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

팽사헌이 재빨리 주변을 훑었다. 호담이 약속한 원군은 재인들과 섞여 들어올 예정이었다. 임금을 위시한 호위 무사의 수를 세어 본 팽사헌은 내심 고개를 저었다. 안타깝지만 저 무희의 목숨은.

스윽.

“…헉.”

팽사헌이 생각을 채 갈무리하기도 전에 눈앞에 붉은 비란삼이 펄럭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터-억

임금이 휘두른 칼이 허공에서 멈췄다.

“…감히!”

설마 누군가가 자신을 막을 것이라 생각지 못해 놀라움에 잠시 멈춰 있던 임금의 얼굴이 자신의 손목을 틀어쥐고 있는 자를 향한 분노로 차올랐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당황해 멈칫했던 임금의 호위들이 칼을 빼 들고 왕의 옥체에 손을 댄 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채챙-챙-

그리고 그와 동시에 팽사헌을 비롯해 거사에 참여하고자 몸을 숨기고 있던 사람들이 튀어나와 그들을 가로막으며 순식간에 주변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여기저기 난전이 벌어지며 날아드는 칼날을 피해 도망가는 사람들의 비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상대에게 잡힌 손목의 통증을 참지 못한 임금이 들고 있던 칼을 떨어뜨렸다.

“가 감히!!!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 어서 저…….”

주변을 둘러보며 자신을 도와줄 사람을 찾던 임금이 자신이 떨어뜨린 칼을 주워들고 천천히 제 쪽을 돌아보는 사람의 얼굴을 마주 보고는 할 말을 잃은 듯 멈춰 섰다.

“너… 너… 너는…….”

“오래간만입니다, 숙부.”

여기저기서 터지는 피보라와 비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쪽에 시선을 고정한 채 죽었다고 아니 죽였다고 여겼던 선왕의 핏줄, 왕세자 율이 소리 없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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