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
장악원 비록 (7)
랜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장악원 비록] 제작 발표회
제작 발표회 취재를 담당한 데일리 엔터의 최보민 기자는 이번 정기 인사에서 자신의 후임으로 배속될 김해솔 기자와 함께 발표회가 열리는 콘서트홀 주차장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옆좌석에 앉은 김해솔이 입을 열었다.
“랜플릭스가 투자 많이 했네요. 여기 대관 심사 빡빡했을 텐데 용케 여길 빌렸네.”
예술 공연계 쪽을 줄곧 담당하고 있었던 만큼 업계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김해솔이 좀 놀랍다는 투로 중얼거리는 것을 듣고 있던 최보민이 입을 열었다.
“박금만 선생님에 최 감독이면 대관 요청 무시하기는 힘들었을걸.”
“하긴. 애초에 저 두 사람이 이런 괴작에 달라붙은 것부터가 미스터리이긴 해요.”
차에서 내리며 김해솔이 말했다. 국악의 대중화를 선도하고 있는 박금만 선생이야 지금까지도 다소 무리가 있는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이긴 했지만, 최 감독은 철저하게 작품성과 흥행성을 따지는 상업 뮤지컬 감독이었다.
“대체 무슨 약점이 잡혔길래.”
“아직도 그 소리야?”
개인적으로 최 감독이 손댄 뮤지컬 작품들의 열렬한 팬이기도 한 김해솔은 이번 작품에 최 감독의 합류가 발표되고부터 농담 반 진담 반 ‘랜플릭스가 최 감독의 약점을 잡고 있는 탓에 어쩔 수 없이 작품에 합류하게 된 게 분명하다’라는 음모론을 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잖아요. 아무리 자본에 따라 움직이는 비즈니스라지만 최 감독쯤 되면 자기가 하고 싶은 거 골라서 들어갈 정도는 될 텐데.”
“오늘 취재 들어가야 하는데 기대치 너무 낮은 거 아니야?”
최보민이 웃으며 건넨 말에 김해솔이 살짝 눈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거 좀 그런 거잖아요. 쿨타임 차면 돌아오는 떡밥. 동서양의 콜라보레이션,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 뮤지컬 드라마로서의 가능성 뭐 그런 것들.”
이질적인 장르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려고 하는 시도들. 열에 아홉은 소리 소문도 없이 망하고 나머지 하나도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는 두루뭉술한 표현으로 작품의 한계를 포장하는 기사 몇 개 나오고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의외로 대박 터트릴 수도 있잖아.”
최보민의 말에 김해솔이 코웃음을 쳤다.
“그럴 리가요. 제가 보기엔 랜플릭스의 기세가 꺾일 때가 온 것 같은데.”
“내기할래?”
“내기요?”
김해솔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거 뜨면 김 기자가 나한테 밥 사고, 망하면 내가 김 기자한테 밥 사고.”
“그냥 저한테 밥 한 끼 사 주고 싶으셨다고 솔직하게 말씀하셔도 되는데.”
“뚜껑은 열어 봐야 아는 법이지.”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대꾸하는 최보민을 잠시 바라보던 김해솔이 대체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진심이세요? 이런 괴작을? 대체 뭘 믿고?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나 혹시?”
“오늘 발표회 봐 보면 알게 될걸. 김 기자가 뭘 모르고 있었는지.”
최보민이 김해솔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웃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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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도 없이 펼쳐진 하얀 벌판.
어디까지가 땅이고 어디부터가 하늘인지 모를 정도로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인 천지에 아이 하나가 홀로 서 있었다. 고운 비단옷 여기저기는 찢기고 패여 엉망이었고 곱게 틀어 올렸던 머리카락도 이리저리 흩어져 몰아치는 칼바람에 어지럽게 흩날리고 있었다. 왼쪽 눈 아래 선명한 눈물점이 인상적인 고운 얼굴이 자신의 것인지 타인의 것인지 모를 핏자국과 흙먼지로 여기저기 더럽혀져 있었다.
맹렬한 추위에 새파랗게 질린 채, 아이의 눈이 끝없이 쏟아져 내리는 눈발에 조금씩 묻혀 가고 있는 참상의 흔적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을 보필해 이 이역만리 먼 오랑캐의 땅까지 따라와 준 사람들이 차가운 주검이 되어 흙 대신 차가운 눈을 덮고 누워 있었다.
잔상처럼 남은 소음이 바람 소리에 섞여 귓가에 윙윙댔다.
- 세자 저하, 전하께서. 전하께서 승하하셔… 커헉.
- 저하! 어서 도망치십시오, 어서!
- 저하. 꼭 살아남으셔야 합니다. 기필코 살아남으셔서 이 원한을…….
- 아아아악!!!!
휘몰아치던 눈보라가 한층 더 거세어졌다. 흰 눈으로 뒤덮기 시작한 시체 밭에 홀로 선 아이가 맑은 두 눈 가득 눈물을 담은 채 그들을 바라보며 피 묻은 주먹을 꾹 움켜쥐었다.
장면이 바뀌고 시끌벅적하고 활기 넘치는 저잣거리가 화면을 가득 채웠다. 거리를 바쁘게 오가는 행인들의 걸음 사이로 거리 양옆으로 늘어선 각종 가게의 상인들이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제각기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모를 경쾌한 곡조의 음악이 귓가를 채우기 시작하고 무질서하던 사람들의 움직임이 점차 대와 열을 맞춘 군무로 변해 갔다. 경쾌한 음악에 맞춰 한바탕 신나게 춤을 추는 사람들 사이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오는 두 사람이 등장했다.
그중 서글서글한 미소를 지으며 국밥집 주모에게 살갑게 인사하는 청년의 얼굴이 화면 가득 클로즈업되었다. 싱글싱글 웃는 시원한 눈매 아래 눈물점이 선명했다. 두 사람이 인파로 가득 차 넘실대는 저잣거리를 이리저리 누비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카메라가 쫓았다.
주전부리를 팔고 있는 상인에게서 기어코 뭔갈 하나 얻어 내 한쪽 볼이 불룩하도록 우물거리고 어린아이들에게 둘러싸인 잡동사니 상인에게서 바람개비 하나를 건네받아 바람에 돌려보며 북적이는 시장통을 지나 두 사람의 걸음이 한 건물의 입구 앞에 멈췄다. 청년이 고개를 들어 높이 걸린 현판을 바라보았다. 구름 한 점 없이 파랗게 맑은 하늘 아래 화려한 단청으로 둘러싸인 현판에 정갈하게 적힌 세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장악원(掌樂院)
장면이 다시 바뀌고 조금 전까지 생기발랄하게 웃고 있던 청년이 붉은 악공복을 입은 채 무표정한 얼굴로 악기를 연주하고 그를 비롯한 악공들이 연주하는 곡을 배경으로 한껏 취한 임금이 기녀들을 희롱하며 흥청망청 연회를 벌이는 장면이 펼쳐졌다. 한참 즐겁다는 듯 호탕하게 웃어 젖히며 술을 병째로 들이키던 임금이 갑자기 심사가 뒤틀린 듯 술병을 내던지고는 불같이 화를 내는 모습이 지나가고 그런 그를 서늘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청년의 눈빛이 클로즈업되었다.
- 숙부. 내가 왔소이다.
눈빛만큼이나 차가운 청년의 독백이 내리깔리고 잠시 암전한 화면이 바뀌며 클라이맥스까지의 장면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고조되는 음악과 점점 빨라지는 화면의 전환으로 긴장감이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순간.
화려한 궁궐 안뜰. 낮게 엎드린 사람들 사이에 홀로 우뚝 선 임금이 높이 들어 올린 장도를 있는 힘껏 내려치려는 찰나, 순식간에 뛰어든 누군가의 움직임에 막혀 허공에서 덜컥 손이 멈췄다. 시간마저 함께 멈춘 듯 온 세상이 적막에 휩싸인 가운데 펄럭이는 붉은 비단 사이로 상대의 얼굴이 비쳤다.
- 너… 너… 너는…….
- 오래간만입니다, 숙부.
서서히 휘어지는 눈매 아래 선명한 눈물점.
매섭게 몰아치는 서릿발보다 차가운 눈으로 청년이 웃었다.
장중하게 울려 퍼지던 음악이 뚝 끊기며 타이틀이 올라왔다.
장악원 비록 (掌樂院柲錄)
그리고 실내가 암전했다.
“낡은 밤 기우니 어둔 밤이로다.”
암전했던 실내에 한줄기 조명이 켜지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객석에 앉아 있던 관계자와 기자들의 시선이 조명을 받고 무대로 걸어 나오는 한 사람에게 향했다.
“저어기 술렁대는 삼도천이 두루 치니
흰 달 밑에 앉은 건 내 하나뿐이라.”
검은 머리를 시원하게 뒤로 넘겨 세팅하고 몸에 잘 맞는 정장을 빼입은 재이가 한 손에는 마이크 한 손에는 고급스러운 합죽선을 들고 천천히 무대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눈 밑에 찍은 눈물점만 빼면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재이가 고요한 실내 텅 빈 무대 위 한가운데에 올라 노래를 이어 갔다.
“달은 기울고 해는 뜨리니
삭풍 그치면 새 닢이 나리니
에헤라 가자 에헤라 가
에헤라 가자 에헤라 가.”
시원한 목소리가 콘서트홀 구석구석까지 곧게 울려 퍼졌다. 반주도 없이 홀로 부르는 노래였건만 긴장하는 기색은커녕 노래에 맞춰 합죽선을 쥔 손을 쭉 뻗어 멋스럽게 촤락 펼쳐 느긋하게 흔들어 보이고는 다시 촤악 하나로 접어 무대의 다른 쪽을 가리켰다.
그리고 그것을 신호로 여러 목소리가 하나둘 겹쳐 울리기 시작하면서 나머지 출연진들이 하나둘 무대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달은 기울고 해는 뜨리니
에헤라 가자 에헤라 가
삭풍 그치면 새 닢이 나리니
에헤라 가자 에헤라 가
어느새 다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무대에 선 배우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하모니를 만들어 갔다. 무대 뒤편의 스크린이 올라가면서 장막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박금만 컴퍼니 연주자들의 반주까지 어우러져 콘서트홀은 어느새 흥겨운 듯 구슬픈 가락으로 가득 차올랐다.
에헤라 가자 에헤라 가
에헤라 가자 에헤라 가
재이의 선창에 맞춰 모두가 함께 부르는 노래가 끝나고 바쁘게 움직이던 연주자들의 손이 제자리에 멈춰 서자 콘서트홀 안이 정적에 휩싸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박수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하나둘, 박수가 박수를 부르듯 객석에 앉아 있던 관계자와 기자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 와, 죽인다…….
- 뮤지컬 제발회 온 것 같은데.
- 괴작이라고 하지 않았어? 다른 냄새가 나는 것 같은 건 나뿐인가?
- 이야, 이건 한 방 크게 터지겠는데.
- 랜플릭스가 귀신이네, 귀신이야.
기자들이 서로 웅성대기 시작했다. 최보민이 피식 웃으며 옆을 살폈다. 옆자리에 앉은 김해솔이 여전히 무대 위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멍하니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선배…….”
“그래.”
“……너무 비싼 데 고르지 마세요.”
“글쎄.”
“너무하시네 진짜. 선배는 미리 알고 계셨던 거죠?”
“아니. 나도 이 정도일 줄 몰랐는데?”
“에이씨. 두고 봐, 괴작스멜 난다고 부추긴 사람들 다 죽었어. 저게 어디가 괴작이야.”
김해솔이 분하다는 듯 발을 구르고는 의자 등받이에 털썩 등을 기댔다. 시선은 여전히 무대 위의 한 사람에게 고정한 채였다.
“한재이 완전 물건이네요? 소문이 과장된 거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보니까 과장은커녕.”
김해솔의 눈이 무대 안쪽에 마련된 자리에 앉고 있는 재이의 움직임을 줄곧 쫓고 있는 것을 확인한 최보민이 뿌듯하다는 듯 말했다.
“장난 아니지?”
“왜 선배가 뿌듯해하실까.”
“몰랐어? 쟤 연생 시절 내가 뽑은 거나 다름없잖아.”
“와, 그 레퍼토리를 여기서 또 듣네. 지겨워라.”
김해솔이 장난스럽게 투덜대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최보민이 자신이 심사위원으로 출연한 TVM 서바이벌 예능 [스텝 업]에서 퇴출 1호 소리 듣던 한재이 연습생을 만나 1화부터 전폭적으로 지지했었다는 것은 데일리 엔터에 근무하는 기자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에피소드였다.
케이엠 친화적인 회사 분위기 탓에 데일리 엔터 기자들은 대부분 케이엠 소속 가수들에게 호의적인 편이었다. 김해솔 자신도 PART.Y의 활동 자체는 호감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편이기는 했다.
‘최 선배에게는 호의적인 정도를 지나 진짜 내 새끼쯤 되는 위치인 것 같긴 하지만.’
김해솔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쨌거나 물건은 물건이지. 염 피디랑 최 감독에 박금만 선생님까지 선장만 세 명이나 되는 배에 올라타고 산으로 안 가고 제대로 노 저어 온 거 보면.”
“어휴 전 말로만 들어도 위가 아플 지경인데요. 그건 진짜 인정이네요.”
“담당 연예인 잘 잡은 줄 알아. 김 기자 커리어에 꽃가루 뿌려 줄 인물이니까 잘 봐 두라고.”
배우들에 이어 단상에 오르고 있는 제작진들을 살피며 최보민이 중얼거렸다.
* * *
“뮤지컬과 드라마라는 장르적 혼용만으로도 위험한 도전이라고들 하는데 거기에 국악과 사극이라는 요소까지 첨가하신 이번 시도에 망설임은 없으셨습니까?”
기자의 질문에 염 피디가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시청자들은 익숙한 맛을 좋아한다고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실 익숙한 맛’만’ 좋아하는 건 아니거든요. 잘 만들어진 새로운 맛이 있다면 그쪽도 당연히 좋아해 주실 그거로 생각했습니다.”
“새로운 맛을 잘 만들 자신이 있으셨다는 말씀이시네요?”
기자의 추가 질문에 염 피디가 어깨를 으쓱하면서 배우들이 앉아 있는 쪽을 힐끔 쳐다보고는 대답했다.
“저 배우들을 데리고 맛을 못 내면 다른 직업 찾아봐야죠. 안 그렇습니까?”
염 피디의 자신만만한 대답에 객석에서 플래시 세례가 터져 나왔다.
“와, 피디님 처음에 저 붙잡고 아무래도 망한 것 같다고 엉엉 우시더니만.”
옆에서 마이크를 집어 든 정 작가가 웃으며 말했다.
“그, 그건 우리 오동이가 합류하기 전에 잠깐 그랬던 거고.”
염 피디가 배우들 사이에서 웃으며 이쪽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재이를 돌아보며 말했다. 갑자기 자신이 거론된 것에 재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쪽을 쳐다보는 것을 본 염 피디가 이어 말했다.
“사실 이게 다들 가지고 있는 기대치가 다 달라서 그걸 충족시켜 줄 사람을 찾는 게 굉장히 어려웠거든요. 저는 연기에 대해 요구하는 기대치가 있고, 최 감독님은 뮤지컬적인 부분에서 그렇고 박금만 선생님은 악기 연주나 곡 넘버에 대한 이해도에 대해 저랑 다른 기준점이랑 기대치를 가지고 계셨죠.”
염 피디가 잠시 말을 멈추고는 재이 쪽을 돌아보고 빙긋 웃었다. 그리고는 다시 마이크에 대고 입을 열었다.
“그걸 다 맞춰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솔직히 좀 접었던 게 사실인데.”
“그걸 해낸 거로군요, 제가.”
재이가 씩 웃으며 말했다.
배우들이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웃음을 터뜨리는 와중에 제작진 쪽에 앉아있던 박금만 선생이 마이크를 들었다.
“제가 진지하게 오동이한테 그랬어요, 우리 컴퍼니랑 합작 프로젝트 하나 하자고. 오동이 정도 소화력이면 금방…….”
“어이쿠 선생님, 안되는데요. 오동이 저랑 뮤지컬 한 편 해야 하는데.”
“어허, 다들 잠깐 기다리세요. 제가 데리고 온 배우인데 저랑 제일 먼저 한 작품 더 해야죠.”
박금만 선생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최 감독과 염 피디가 앞다투어 다급하게 끼어들었다. 세 사람이 투닥대는 것을 보고 있던 재이가 말했다.
“저 내후년까지 아마 스케줄 꽉 차 있을걸요. 이번에 합류했던 게 좀 기적인데요.”
“세 분 잊고 계신 모양인데 재이 씨가 PART.Y 멤버잖아요. 엄청나게 잘나간다고요. 해외에서 러브콜도 막 장난 아닌 모양이던데.”
재이의 옆에 앉아 있던 이진홍이 재이 대신 어깨를 으쓱하며 끼어들었다. 아차 하는 표정으로 재이를 쳐다보는 세 사람의 얼굴을 차례대로 훑어본 이진홍이 염 피디를 바라보며 농을 던졌다.
“염 피디님, 아쉬우신 대로 저는 어떤가요? 쟤랑 달리 저는 스케줄 완전 널널합니다.”
“어허 이 사람, 양심 어디 갔어? 어떻게 오동이랑 자네랑 비교하냐, 거울 좀 다시 보고 오세요, 응?”
염 피디가 웃으며 받아친 말에 이진홍이 객석에 앉은 기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와, 여러분 지금 보셨죠? 기자님들 기사 좀 내주세요. 우리 염 피디님 편애가 심각하다고.”
“편애는 무슨. 저는 재능 있는 사람을 사랑할 뿐입니다.”
“행복은 재능순이 아니잖아요.”
“그건 그런데 안타깝게도 흥행은 좀 재능순이거든.”
하하하-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사회자가 눈치껏 진행을 이어 갔다.
“아 그러고 보니 염 피디님, 이번 시리즈에도 있다면서요.”
사회자가 던진 말에 염 피디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네, 있습니다. 이스터에그. 제가 잘 숨겨 뒀으니 한번 잘 찾아보세요. 장담하건대, 재미가 배가 될 겁니다.”
염 피디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