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퇴출 1호 아이돌 연습생이 되었다-218화 (218/224)

#218

폭군과 간신이 지배하는 세상

“자 그럼 본격적인 게임을…….”

“잠깐, 잠깐만요.”

엠케이가 다급하게 타임을 외치며 진행을 이어 가려는 MC의 말을 끊고는 얼굴을 찌푸렸다. 의욕적인 얼굴로 가위바위보를 위해 몸을 풀고 있던 패널들이 고개를 갸웃하며 뭔가 마뜩잖은 표정을 하고 있는 파티 멤버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왜? 무슨 일 있어?”

“뭔데뭔데?”

“설마 가위바위보가 싫은 거야?”

패널들의 물음에 여섯 명 중 유일하게 빙글빙글 웃고 있던 재이가 냉큼 대답했다.

“전 좋은데요. 이의 없습니다.”

“가위바위보 말고 다른 건 안됩니까?”

재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인혁이 눈썹을 잔뜩 찡그린 채 물었다. MC가 그런 인혁을 향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무슨 문제라도?”

MC의 질문에 인혁을 대신해 주변에 서 있던 멤버들이 하나둘씩 입을 열었다.

“이건 시작부터 너무 꿈도 희망도 없잖아요.”

“맞아요. 프로그램 제작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왕의 폭정에 신음하지만 뒤집을 수가 없어.”

“뒤집고 싶지만 뒤집어지지 않아.”

“아니 이러면 현실하고 다를 게 뭐냐고.”

“아, 저 누구 지금 상황 설명 좀 해 주실 분?”

파티 멤버들의 반응에 당황한 MC와 패널들 중 머슴이 손을 번쩍 들고 물었다. 머리를 쥐어 싸매는 시늉을 하고 있던 엠케이가 그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장담하는데요, 이거 가위바위보로 가면 백퍼 누구 한 사람 장기 집권 체제로 갈 겁니다. 진짜 나중에 후회하지 마시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죠. 가위바위보 말고 다른 거로 가요.”

진지한 얼굴로 충고하는 엠케이에 패널 중 주모가 물었다.

“뭐죠? 팀 내에 가위바위보의 신이라도 있나요?”

“아 그게. 뭐, 좀 비슷하긴 한데.”

엠케이가 말을 흐리자 옆에 서 있던 이환이 중얼거렸다.

“신이라기보다는 그 반대에 가깝다고나 할까.”

“야, 쉿. 쉿.”

“흠, 흠. 어쨌거나 이대로는 다 함께 헬게 오픈이라고요.”

이환의 옆구리를 쿡 찌르는 은규와 얼른 대신 수습하는 남궁찬을 보고 있던 머슴이 재밌다는 듯 눈을 반짝였다.

“흥미로운데? 나도 가위바위보 좀 하는데. 으아, 승부욕 끓어오르네, 이거?”

신난다는 듯 팔을 걷어붙이며 중얼거리는 머슴과 주모, 그리고 포졸을 바라본 인혁이 얼굴을 팍 찡그리며 입을 열었다.

“진짜 진심으로 드리는 말씀이지만, 이대로 가면 분명 후회하실 겁니다.”

“아니 뭔데. 그런 진지한 눈빛으로 그렇게 말하지 마. 심장 두근대잖아. 어휴.”

“나도. 순간 일일 드라마 실장님이 나한테 고백하시는 줄.”

“주모, 정신 차려 봐. 설마 우리 몰래 낮술 한 잔 걸친겨?”

“술 없어도 취하네 취해.”

“어휴 주책.”

서로 한바탕 주거니 받거니 한 패널들 중 하나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아니 근데 왜 이렇게 필사적인 건데 진짜?”

“설마 인혁 씨 가위바위보 못해?”

“와, 의외다. 뭐든지 다 잘할 것같이 생겨서는.”

가위바위보라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줄곧 펴질 생각이 없는 듯 보이는 인혁의 근심 어린 미간을 눈치챈 패널들이 건수 하나 잡았다는 듯 놀려 댔다. 그런 그들을 왠지 짠하다는 듯 바라보던 인혁이 물었다.

“왕 말고 다른 계급도 있나요?”

그 질문에 MC가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양반과 평민, 천민으로 나뉩니다. 다만 편의를 위해 명령권은 왕에게만 존재합니다.”

“뭐야 그럼 양반은 밑에 계급한테 명령 못 하는 거야?”

“그쵸. 명령권은 왕한테만 존재하니까.”

포졸의 질문에 MC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와 그럼 나머지는 그냥 빛 좋은 개살구네요?”

“철저하게 왕 중심이라는 건가 보네.”

“좋아 가위바위보로 인생역전 한번 가 보자고.”

패널들이 두런거리는 이야기를 듣고 있던 MC가 파티 멤버들 쪽을 돌아보았다. 왕좌에 대한 욕심으로 드글드글한 패널 쪽과 달리 어쩐지 줄곧 차분한 분위기의 멤버들을 훑어본 MC가 고개를 갸웃했다.

‘뭐야, 예능돌이라더니. 왜 이렇게들 차분해.’

혹시 서로 사이가 안 좋은가.

인혁이나 재이와는 이미 면식이 있는 사이였지만 이렇게 완전체로의 출연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다른 배우들과 함께 재이와 출연했을 때는 별문제 없이 잘 놀고 갔던 인혁마저 왠지 오늘따라 유독 얌전해 보이는 것 같은 느낌에 MC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아니 근데, 우리 파티 여러분은 왜 이렇게 조용하죠? 이미 게임 다 끝낸 사람들 같잖아?”

나름 분위기 좀 끌어 올려 보려 던진 말이었는데 뭔가에 잘못 맞았는지 그러잖아도 가라앉아 있던 분위기가 자신의 말에 한층 더 팍삭 주저앉은 듯한 느낌이었다. 체념이 가득 섞인 얼굴들에 MC가 저도 모르게 흠칫하는 사이, 멤버들이 한마디씩 중얼거렸다.

“후우. 뭐. 굳이 그렇게까지 직접 지옥 체험을 해 보시겠다면야.”

“대체 어째서 꼭 겪어 봐야만 깨닫는 걸까, 인간이란.”

“저흰 분명 말렸어요.”

“그래 오늘만 견디면 돼, 오늘만.”

“하아…….”

영문 모를 무거운 분위기 속 단 한 사람, 재이만이 태연한 얼굴로 살짝 웃고 있었다.

.

.

.

“거기 잘 좀 구워 봐라.”

“아, 예이. 예이…….”

고기 굽는 냄새가 사방에 진동했다.

“아 괴로워.”

“즈언하아, 불쌍한 저희에게도 고기 한 점만…….”

“즈어어언하아아아.”

고기 냄새에 괴로워하며 바닥을 뒹구는 포졸과 머슴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 태연한 목소리가 스튜디오에 울려 퍼졌다.

“어허, 거기 말고 그 위쪽 좀 세게.”

“여기 말씀이십니까, 전하.”

“그래, 거기다, 거기.”

악공복 대신 최고급 비단으로 앞뒤에 황룡이 수놓아진 화려한 곤룡포를 어깨에 걸친 재이가 왕좌에 편하게 앉아 있었다. 그의 뒤에 선 인혁이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재이의 어깨를 마사지하고 있었고 옆에서는 남궁찬이 왕에게 진상할 고기를 불판에 올리며 굽신거리고 있었다.

“전하, 여기 말씀하신 차 가져왔습니다.”

“그거 말고 찬 거로.”

힐끔 시선만 돌려 머슴이 굽신대며 찻잔을 내려놓는 모습을 확인한 재이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환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중얼거렸다.

“아니 아까는 뜨거운 차가 마시고 싶으시다고.”

“마음이 바뀌었다, 얼음 동동 띄운 식혜가 먹고 싶구나.”

“아니 이 겨울에 식혜는 어디서…….”

이미 몇 번 반복된 심부름에 오만 짜증이 다 붙은 얼굴로 이환이 중얼거리자 재이의 어깨를 주무르고 있던 인혁이 재이 대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어허, 무엄하도다! 지금 하늘 같은 전하의 말씀을 거역하겠다는 것이냐.”

그 모습을 본 이환이 질렸다는 듯 눈썹을 찌푸렸다.

가위바위보는 모두의, 아니 적어도 파티 멤버들의 예상과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결과로 끝이 났다.

모두를 이기고 여유롭게 왕좌를 거머쥔 재이와 멤버들에게 모두 져 버린 차인혁. 그리고 인혁 밑으로 MC를 포함한 패널들이 몰렸다.

그러나 MC와 패널들이 깔아 준 덕에 천민으로 떨어지는 수모를 간신히 면한 인혁이 택한 길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권력에 충성하는 삶.

이환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재이 뒤에 서서 뻔뻔한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인혁에게 외쳤다.

“차인혁, 너는 평민 주제에 감히 양반한테 반말이냐!”

그러자 마침 남궁찬이 바친 고기를 한 점 집어 먹던 재이가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귀찮다는 듯 말했다.

“시끄럽다, 얼른 식혜나 가져오거라.”

“라신다.”

뻔뻔한 표정으로 얄밉게 이환에게 한 마디 덧붙이는 인혁을 보고 있던 나머지 멤버들과 출연진이 수군대기 시작했다.

“와 저게 바로 나라를 망치는 간신 클래스.”

“저 얼굴로 간신 포지션이라니.”

“보통은 저러고 있다가 칼 빼 들고 혁명! 이건데.”

“칼 대신 가위바위보라 가망 없다.”

“그러게.”

은규와 엠케이가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인혁의 안마가 마음에 들었던 듯, 재이가 고기 한 점을 집어 인혁의 입에 넣어 주고 있었다.

옆에서 불판을 갈던 남궁찬이 그 모습을, 아니 정확히는 인혁의 입 안으로 사라지는 최상등급 한우를 부러운 듯 바라보고 있었다.

“…인혁 씨, 고기에 자존심을 팔았구나.”

“맛있어 보이긴 하네.”

“이렇게 인간의 밑바닥을 보게 될 줄이야.”

“근데 진짜 맛있어 보이긴 한다.”

먹음직스럽게 구워진 한우를 구워지는 족족 먹어 치우는 라이브 먹방을 구경 중이던 패널들이 반쯤 넋이 나간 투로 중얼거렸다. 머슴이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외쳤다.

“즈언하아, 굶주린 백성들에게도 성은을 내려 주소서어.”

너만 입이고 우리는 주둥이냐, 는 말을 최대한 돌려 외치는 머슴을 힐끔 쳐다본 재이가 먹음직스럽게 구워진 한우를 집어 들어 보란 듯이 천천히 입 안에 넣고는 맛을 음미하듯 눈을 살짝 내리깐 채 꼭꼭 씹어 삼켰다. 그리고는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인혁에게 말했다.

“차 호위, 밖이 시끄럽구나.”

“라신다. 좀 조용히들 해라.”

뻔뻔한 얼굴로 머슴에게 짤막하게 말을 내뱉는 인혁을 바라본 머슴이 분하다는 듯 잠시 그를 노려보다가 재이를 돌아보고 말했다.

“즈언하, 안마 하면 소생도 어디 가서 뒤지지 않습니다만, 차 호위 말고 저를 쓰시는 건 어떠신지.”

제 별명이 한양의 부처님 손입니다요. 하하.

비굴하게 웃어 보이며 슬금슬금 제 쪽으로 다가오는 머슴을 위아래로 훑어본 재이가 그에게 말했다.

“사람에게는 보는 눈이란 것이 있느니라.”

짤막한 그 한마디에 스튜디오에 폭소가 터져 나왔다.

“아하하하, 머슴, 얼른 이리 와 앉아. 어딜 가서 비비냐?”

“그러게. 궁에는 아무나 들어가는 줄 아나.”

“아무리 머슴이 부처님 손이래도 두고 보려면 차 호위지.”

“아니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덤볐대? 얼른 이리 와. 내가 다 부끄럽다 아주.”

기가 팍 죽은 머슴이 천민들이 뒹굴고 있는 바닥에 털푸덕 주저앉는 것을 힐끔 쳐다본 재이가 아직도 제자리에 서서 남궁찬이 굽는 고기를 바라보느라 정신이 팔려 있는 이환을 발견하고는 살짝 언성을 높였다.

“아직도 거기 서 있었느냐? 식혜는 언제 가져올 건데?”

상추쌈을 우물거리느라 불룩해진 재이의 뺨을 째려본 이환이 건성으로 굽신거리며 대답했다.

“아이고 네네. 갑니다 가요.”

대충 고개를 꾸벅하고는 뒤돌아 나가려는 이환을 재이가 불러 세웠다.

“게 섰거라.”

“예에이?”

고개만 돌려 쳐다보며 대답하는 이환의 모습에 재이가 불쾌한 듯 눈을 찌푸렸다.

“거 태도가 불손하구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두 사람의 주거니 받거니를 보고 있던 패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풉.”

“갑자기 거기서 성은은 왜 찾아.”

패널들이 킥킥대는 것에 엠케이가 대신 뺨을 붉히며 얼버무렸다.

“아 환이 쟤가 한자어에 좀 약해서.”

“아마 재전하가 뭐라고 한지도 잘 모를걸요.”

“눈치껏 대충 때려 맞추고 있는 거죠.”

은규와 엠케이가 대충 커버를 치고 있는 사이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이환이 씩씩대며 재이 쪽으로 다가갔다.

“안 되겠어! 다시 해!”

“진심이야? 버틸 수 있겠어?”

“아 몰라! 안 지면 되잖아! 빨리해! 가위 바위…….”

“앗 이환! 환아! 진정ㅎ…….”

“보!!!”

성질 급한 이환이 앞뒤 가리지 않고 돌진해 재이에게 승부를 거는 것을 본 엠케이와 은규가 그를 말리려 황급히 뛰어갔다.

그러나 판은 이미 벌어진 후였다.

“…환이 씨 보자기네요. 그리고, 재전하는…….”

MC가 이환에게서 시선을 돌려 왕좌에 앉아 있는 재이를 바라보았다.

“…….”

“스튜디오 오리걸음 세 바퀴. 아. 구호 외치는 거 잊지 말고.”

가위를 내밀었던 손을 그대로 집게손가락만 뻗어 스튜디오 끝을 가리키며 재이가 심드렁하게 중얼거렸다. 이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목을 빼고 쳐다보던 패널들이 몇 번째 반복된 똑같은 패턴에 질렸다는 듯 스튜디오 바닥에 아무렇게나 드러누우면서 중얼거렸다.

“또야?”

“그래도 아까 포졸 형님보단 낫잖아.”

“토끼뛰기로 스튜디오 세 바퀴가 말이 되냐고.”

“하다가 진심 토하는 줄.”

“기선 제압이지. 덕분에 도전할 마음이 싹 가셨지 뭐야.”

“아무리 봐도 재이 씨 정치에 소질 있어.”

“정치가 아니라 탄압에 소질 있는 게 아니고?”

패널들이 수군대는 것을 한 귀로 듣고 있던 재이의 시선이 오리걸음을 걷기 시작한 이환의 굽은 등으로 향했다.

“차 호위야, 구호가 안 들리는구나.”

“명 받들겠습니다.”

재이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인 인혁이 성큼 걸어가 씩씩대며 오리걸음을 걷고 있는 이환에게 다가갔다.

“자, 따라 해라. 재전하 만세.”

“…재전하 만세에.”

“목소리가 작다. 더 크게. 재전하 만세!”

“재전하 만세에!”

“더 크게.”

“재전하 만세에에엑!!!”

오리걸음을 걷는 이환의 옆을 따라다니며 구호를 재촉하는 인혁을 바라보던 사람들 중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더니.”

“저건 어딜 어떻게 봐도 시어머니랑 같이 때리는 시누이인데.”

“이게 게임이라 다행이야.”

.

.

.

“으아, 나 이제 못 걷겠어. 못 걸어.”

촬영을 마친 멤버들이 하나둘 채비를 마치고 나오는 사이 이환이 주르륵 주저앉으며 중얼거렸다.

“얼른 일어나. 밑에 차 와 있어.”

자신의 팔을 잡아당겨 부축해 일으켜 세우는 은규에게 이환이 투덜거렸다.

“너도 왕복 달리기 다섯 번에 오리걸음 세 바퀴 뛰어 봐. 나 진짜 다리가 후들거린다고.”

“그러니까 누가 그렇게 무모하게 덤비래.”

“너희들은 진짜 그렇게 체제에 순응하고 그러면 안 돼. 혁명가 정신이 있어야지 사람이.”

엠케이의 핀잔에 이환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 말을 들은 인혁이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혁명가 정신은 무슨. 그냥 성질머리가 더러운 거지.”

“시끄럽다, 간신의 말은 듣고 싶지 않다.”

이환이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래서, 우리의 폭군께서는 어디 가셨나?”

재이가 보이지 않는 것을 깨달은 남궁찬이 중얼거린 말에 엠케이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대답했다.

“아까 정수 형하고 먼저 나갔어. 산이 형님 만나러 간다던데?”

엠케이의 대답에 인혁이 고개를 갸웃하며 이상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상하네. 오늘 클리닉 가는 날 아닐 텐데?”

* * *

“…진심이야?”

재이는 잔뜩 찌푸린 얼굴로 속을 알 수 없는 얼굴로 자신을 마주 보고 있는 한산을 향해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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