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37화 (69/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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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의문의 던전 -1

던전 내부는 그리 좁지도, 그렇다고 탁 트인 넓은 공간도 아닌 복도식의 구조였다.

‘복잡하지 않고 단순해서 좋네.’

좁고 복잡한 던전은 여럿을 상대로 싸우기엔 좋았지만, 함정이나 기습에 당하기도 쉬웠기 때문에 이안이 별로 선호하지 않는 형태였다.

‘그런데 뭔가 으스스한데…?’

던전 안에 한기가 도는 것이야 설산에 있는 던전이라 그렇다고 쳐도, 알 수 없는 귀기가 몸에 스며드는 느낌은 닭살까지 돋게 만들었다.

‘귀신이라도 나오려나?’

어릴 적, 놀이공원에 있는 유령의 집에 처음 갔을 때의 기분을 느끼며, 이안은 떡대를 앞세워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발을 옮겼다.

파악되지 않은 던전에는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몰랐다.

키이이아-

길다랗고 넓은 복도를 타고, 귀곡성 비슷한 소리가 울려 퍼지기도 했다.

‘아씨, 아무것도 안 나오니까 더 불안하네.’

이안은 답답한 마음에 속으로 투덜거렸다.

그리고 그때, 그의 투덜거림을 듣기라도 한 듯, 이안좌측의 벽이 무너지며 몬스터들이 등장했다.

쿠르르릉-

벽을 무너뜨리며 나타난 몬스터들은 던전의 분위기와 무척이나 어울리는 유령 같은 형태를 한 몬스터들이었다.

특이한 점은 인간형 유령이 아니라 날개달린 도마뱀의 형상을 한, 드레이크 형태의 유령이라는 점.

“떡대, 아이스웨이브!!”

이안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기에, 곧바로 반응했다.

쿵- 쿠쿠쿵-!!

이안의 명령과 동시에 떡대는 힘차게 발을 굴렀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새파란 얼음의 파동이 퍼져 나갔다.

[고스트 드레이크가 235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10초간 고스트 드레이크의 움직임이 30% 느려집니다.]

몬스터의 이름은 생김새 그대로 ‘고스트 드레이크’ 였다.

나타난 고스트 드레이크는 총 세 마리.

그들은 곧바로 자신들을 공격한 떡대에게 달려들었다.

‘으 아직 라이가 광폭화를 쓰려면 좀 기다려야하는데….’

이안은 어떻게 전투할지 생각하며, 재빠르게 움직였다.

[소환수 ‘떡대’가 ‘고스트 드레이크’로부터 1466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안은 아이스트롤보다도 더 강한 고스트 드레이크의 공격력에 살짝 움찔 했다.

‘이거 조금 힘들 수도 있겠는데?’

하나나 둘 정도면 이렇게까지 긴장하지 않았을 테지만, 셋을 동시에 상대하려니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겁을 집어먹은 것은 아니었다.

이안은, 소환사의 투지가 소환수들의 사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지금까지의 사냥을 통해 깨닫고 있었다.

“라이, 왼쪽 놈을 상대해! 공격은 못 해도 좋으니까,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버텨!”

크릉-!

이안의 말을 알아들은 라이는 곧바로 왼쪽의 드레이크에게 몸을 날렸다.

그리고 이안도 곧바로 움직였다.

약점포착 스킬이 발동됨과 동시에, 드레이크의 약점에 주먹을 정확히 꽂아 넣자, 첫 공격부터 치명타가 터졌다.

[‘고스트 드레이크’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고스트 드레이크의 생명력이 905 감소합니다.]

[‘고대 소환술사의 강철너클’이 ‘감응’ 능력을 발동시킵니다.]

강철너클의 고유능력인 감응이 발동되자, 이안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아자! 운도 좋고!’

[소환수 ‘떡대’의 ‘아이스웨이브’ 능력을 빌려옵니다.]

내심 광폭화가 터지길 기대했지만, 아이스웨이브도 충분히 큰 도움이 되었다.

이안의 주먹이 파랗게 빛나며, 커다란 파동이 퍼져 나갔다.

쿠쿠쿵- 쿵-!

[고스트 드레이크가 635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10초간 고스트 드레이크의 움직임이 30% 느려집니다.]

아이스웨이브가 연달아 터진 덕에, 둔화 효과가 중첩이 되어 잠깐이지만 고스트 드레이크들의 움직임이 현저히 느려졌다.

그리고 이 찰나의 시간에 최대한 많은 공격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걸 이안은 잘 알고 있었다.

“라이! 이쪽으로 와서 이놈 먼저 공격하자!”

한 대씩 공방을 주고받아보니, 상대의 능력치 수준이 대충 감이 잡혔다.

상대는 공격형 몬스터였다.

공격력은 강한 편이지만, 비교적 방어력과 생명력이 낮은 것을 깨달은 것이다.

‘데미지 겁나 많이 들어 오길래 트롤보다 많이 센 놈인 줄 알고 쫄았잖아?’

고스트 드레이크는, 트롤보다 공격력은 확실히 강했지만 방어력 많이 떨어지는 편이었다.

그리고 이것을 확인한 이안은, 빠르게 한 놈을 먼저 제거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리고 둔화가 중첩된 지금이 좋은 기회였다.

퍽- 퍼퍽-!

이안과 라이의 공격이 순식간에 서너 대 드레이크의 약점을 강타했고, 아무렇게나 휘둘러진 듯 보이는 떡대의 주먹도 제법 매서웠다.

키에에엑-!

고스트 드레이크는 괴성을 지르며 몸을 비틀었다.

이름이 깜빡이기 시작하는 것을 보니, 체력이 반 이하로 떨어진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 때, 둔화효과가 풀린 나머지 두 마리의 드레이크가 뒤쪽에서 공격해왔다.

휘이익-!

“흐읍-!”

이안은 쇄도해 오는 드레이크의 꼬리를 가까스로 피해 내고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헉… 허억.”

이대로는 어려운 전투가 계속해서 이어질 것 같았다.

뭔가 수를 내야했다.

이안은 구석에서 멀뚱히 있는 뿍뿍이를 발견했다.

‘뿍뿍아… 뭐라도 좀 해보자…!!’

그리고 뿍뿍이에게 명령을 내렸다.

“뿍뿍아, 저 두 놈 공격하면서 시선 좀 끌어봐!”

큰 기대는 없었다.

다만 혹시나 해서 내린 명령.

뿍!

그런데 의외로 뿍뿍이가 용맹하게 두 마리의 드레이크를 향해 기어갔다.

뿍- 뿌뿌뿌뿍-!!

라이가 시야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바로 다른 공격상대를 찾던 두 마리의 드레이크는, 뿍뿍이의 괴상한 소리에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

찌릿-!

뿍뿍이는 예의 그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드레이크들을 째려봤고, 운 좋게도 두 마리의 드레이크는 동시에 뿍뿍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옳지, 잘한다 뿍뿍이!!’

이안은 라이, 떡대와 함께 한 마리의 드레이크를 합공하며 뿍뿍이를 슬쩍 슬쩍 보고 있었다.

뿍뿍이의 괴랄한 방어력을 믿고 있기는 했지만, 걱정은 되었기 때문.

그런데 뿍뿍이는 무척이나 잘 해주고 있었다.

쑥-

두 마리 드레이크의 공격이 들어오자 재빨리 껍질 속으로 들어간 것!

[소환수 ‘뿍뿍이’가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뿍뿍이’의 생명력이 1감소합니다.]

[‘뿍뿍이’의 생명력이 1감소합니다.]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음에도 1의 데미지밖에 들어오지 않자, 이안은 완전히 안심하고 한 마리 드레이크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이안은 곧 드레이크를 처치할 수 있었다.

[고스트 드레이크를 처치했습니다. 3078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찍혀있는 경험치를 보며, 이안은 만세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이스 트롤보다 기본 경험치도 많은데다 던전 최초 발견자 효과 까지 중첩되니 막대한 양이 들어온 것이었다.

경험치를 확인하자, 방금 전까지 부담스럽기만 했던 드레이크들이 경험치 도시락으로 보이는 효과까지 있었다.

사기가 더욱 오른 이안은 더욱 맹렬하게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고스트 드레이크’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고스트 드레이크의 생명력이 912 감소합니다.]

[고스트 드레이크의 생명력이 562 감소합니다.]

[고스트 드레이크의 생명력이 557 감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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뿍뿍이의 활약에 힘입어 순식간에 세 마리의 드레이크를 모두 처치한 이안은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잠깐 동안 이지만 전력을 다해 움직였더니 숨이 차올랐다.

“후우, 후우.”

중간에 라이가 공격을 몇 대 허용해서 자칫 죽음에 이를 만큼 큰 데미지를 입긴 했지만, 그 보상이 꿀같이 달콤하니 전의가 불타올랐다.

‘그런데 드레이크라면, 원래 90레벨대 이상의 초 고랩 몬스터인데… 이놈들은 유령이라서 그렇게 강하지 못한가?’

고스트 드레이크들의 레벨은 65전후였다.

이안이 처음에 위축되었던 이유도, 드레이크라는 몬스터 자체가 원래 초기화 전에도 사냥하기 힘들었던 강력한 몬스터였기 때문이었다.

“응급처치!”

이안은 잠시 숨을 고르는 동안 응급처치로 소환수들의 생명력을 회복시켰다.

그리고 뿍뿍이를 칭찬해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뿍뿍아 잘했어. 이렇게만 하면 돼!”

뿍-!

뿍뿍이의 의기양양한 표정!

오늘따라 예쁜 짓을 많이 하는 뿍뿍이에게 미트볼을 한 개 더 하사한 이안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흐흐… 좋아 좋아!’

이안은 히죽히죽 웃었다.

전투가 끊임없이 거듭되었지만, 갈수록 적응이 잘 되어서 그런지 거침없이 던전을 들쑤시고 다닐 수 있었다.

사냥 속도도 조금씩 빨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반가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43레벨이 되었습니다.]

“아자!”

언제 들어도 듣기 좋은 알림음이었다.

그리고 신이 난 이안은 던전 최초 발견자 버프가 끝나기 전까지 식음을 전폐하고 사냥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때까지 미친 듯이 사냥하면 한 49레벨 정도까지는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이 페이스대로라면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아이스트롤보다 약간 강한 몬스터들이 등장하긴 했지만, 생명력과 방어력이 더 약해서 사냥속도는 오히려 더 빠른 수준 이었다.

대신 더 위험하긴 했지만.

사냥을 계속하던 이안은 무언가 발견하고는 잠시 멈춰 섰다.

‘어라? 한 층짜리 던전이 아니었네?’

보통 이런 넓은 복도가 구불구불 이어져 있는 형태의 던전은 한층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하층부로 내려가는 입구를 발견한 것이었다.

‘아직 남은 몬스터들이 많기는 한데…. 다 쓸어 담고 내려갈까?’

이안은 잠시 고민했지만, 곧 하층부로 내려가는 입구로 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일단 던전 클리어가 우선이니까.’

던전 끝에 뭐가 있는지 확인하고, 클리어까지 다 해 놔야 마음 편히 사냥에만 전념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안은 일단 던전부터 클리어 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끊임없는 사냥과 함께, 또 하루가 지나갔다.

*          *          *

“이야, 역시 히메네스님, 대단하네요. 벌써 45레벨 이라니… 아무리 레벨업이 빠른 흑마법사라고는 해도 정말 엄청나요.”

YTBC의 리포터 임은영은, 자신의 카일란 케릭터인 ‘루시아’로 접속하여 방송국과 전속계약을 한 흑마법사 유저인 히메네스의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하하, 대단하긴요. 타이탄길드에서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 주고 있으니까 가능했던 거지요. 물론 저는 버스를 타거나 하진 않았습니다만. 후후.”

히메네스는 현재 알려진 흑마법사 유저 중 가장 레벨이 높은 유저였다.

그리고 루시아는 그와의 전속계약을 딴 대가로 방송국에서 보너스도 받아 챙겼다.

흑마법사가 다른 직업에 비해 레벨업이 빠른 클래스라고는 해도, 서버가 열린지 고작 3주일 만에 45레벨에 도달했으니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그에게 모아진 것이었다.

‘잘난 척 하는 게 좀 재수 없긴 하지만… 그래도 이놈 덕분에 보너스까지 두둑이 챙겼으니까, 이 정도는 참아주지 뭐….’

루시아는 히메네스가 버스나 다름없는 ‘사냥터 몰아주기’ 방식으로 빠르게 레벨올린 것을 알고 있었지만, 굳이 그걸 걸고 넘어지지는 않았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루시아는 프로 리포터답게 환하게 웃으며 진행을 이어나갔다.

“자 그럼 히메네스님, 여기 방송을 보실 수많은 유저분들께 흑마법사로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 알아야 할 팁이나 공략 같은 걸 좀 말씀해 주세요.”

“비결 말이죠?”

“네!”

히메네스는 헛기침을 하며 말을 이어갔다.

“흠흠, 저도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제 노하우를 전부 다 공개할 순 없지만, 지금부터 제법 괜찮은 꿀팁들을 몇 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하핫.”

루시아는 히메네스의 면상에 주먹을 한 대 꽂아 넣고 싶은 충동을 꾹 눌러 참으며, 웃는 얼굴로 진행을 이어갔다.

“호호, 그럼 시청자 여러분. 우리 흑마법사 랭킹1위 히메네스님이 알려주시는 꿀 팁을 지금부터 한번 들어볼까요?”

“일단, 흑마법사란 말이죠….”

히메네스의 자기 자랑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루시아는 히메네스가 신나서 떠드는 동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로렌이라고 그랬나? 37레벨 소환술사…. 그 사람을 빨리 찾아야 하는데….’

로렌은 지금까지 그녀가 수소문한 끝에 발견한 가장 레벨이 높은 소환술사 유저의 이름이었다.

그리고 37레벨이면 현존하는 소환술사들 중 가장 레벨이 높은 유저일 확률이 높았다.

히메네스와 계약을 따 냈던 것처럼, 방송국의 다른 직원들보다 빨리 로렌을 찾아 계약을 성사시켜야 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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